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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 5

한량이2018.08.09 16:42조회 수 1794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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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 얘기도 그 냇가 물귀신 이야기입니다.

6살, 7살 때의 일입니다.

취학 전의 일이고 그 해에 2-3달 사이에 물귀신에게 해꼬지를 당할 뻔한 일이 2번 연속 일어납니다.

이번 얘기는 그 첫 번째 얘기입니다.


6월 정도였습니다.

때 이른 초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오후였지요.

그 땐, 마을에 좀 큰 형이나 누나들은 모두 학교에 갔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초, 중, 고생이 모두 통학을 하였는데 거의가 마을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첫 버스는 장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학 전용 버스이다시피 했죠.

첫 버스 놓치면 무조건 지각.

하루에 버스가 10편도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형, 누나들이 모두 학교를 가고 없던 동네 땅강아지들은 끼리 끼리 모여 놀았습니다.

하지만 놀 종목을 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였어요.

그 때 동네에 미 취학 아동들은 6명인가 되었었는데 남자가 좀 많았어요.

저흰 군대로 말하면 짬찌들이었죠.

언제나 형, 누나들 뒤만 졸졸 따라 다니면서 놀던 때라 우리가 뭔가를 스스로 정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흔히 말하는 노예근성.

제가 상주 할매네 집에 가서 전 있는거 데워 달라 해서 먹을까? 했다가 애들이 놀라서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겁장이들.

그러다 어렵게 의견 통일을 본 것이 동네 앞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 것이었죠.

꿈도 야무지게 고기 많이 잡아서 집에서 라면 끓여 달라고 해서 넣어 먹자는 의견에 모두들 좋아했고 

즉시 깡통 하나 들고 그물을 가지고 냇가로 나섰습니다.

참....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네요.

8살도 안 된 애기들 손에 잡힐 멍청한 고기가 어디 있다고.


냇가는 참 맑았습니다.

그리고 민물 고기도 참 많았죠.

중학교 다니는 큰 형들은 물안경을 쓰고 작살을 들고 젤 깊은 곳에 들어가 큰 붕어도 찍어 내고 메기도 찍어 낼 만큼.

하지만 우린 거긴 금단의 영역이었고 

그저 냇가 얕은 곳에서 그물로 막고는 우르르 고기를 몰아 잡는 방법 밖엔 없었어요.

그러나 그런 어리숙한 그물질에 잡힐 고기는 얘기했 듯 한 마리도 없었고, 우린 연신 빈 그물질만 하기 바빴죠.

한참이 지났지만 우리의 고기깡통은 어쩌다 잡힌 눈 먼 피라미 한 마리 외엔 더 이상 늘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근데, 우리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요.


그건 어항이라고 불리던 얇은 유리 항아리로 잡는 방법이었는데, 이 어항이란 물건이 엄청 약해요.

아주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거라 조그만 충격에도 깨지고, 

유리라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우리에겐 금기의 도구였죠.

몰래 가져다 쓰다 형들이나 어른들께 들키는 날엔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했기에 누구도 용기를 낼 수 없었어요.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고기 잡는다고 물속에서 뛰어 다니는 건 보기보다 칼로리 소모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흰 금방 배가 고파졌고 전 할매네 냉장고를 털어 오겠다고 스스로 자원을 했어요.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할머니댁으로 뛰어간 좋아는 할머니를 찾았지만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어요.

분명 외출을 하신 건 아니었는데 아마 텃밭에 가셨던 거 같아요.

전 의자를 가져다가 냉장고 앞에 놓고 밟고 올라서선 냉동실에 있던 떡이며 약과며 산적 등을 꺼내곤, 

냉장고 밑에 있던 과일도 몇 개 꺼내어 아이들에게 돌아갔어요.

환호를 받으며 돌아가서는 한 아이가 몰래 가지고 나온 성냥으로 마른 나무에 불을 붙이곤 

냉동실에 있어서 딱딱해진 음식들을 구워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역시 여럿이 나눠 같이 먹는 건 참 맛있죠?

그래서 요즘 먹방이 유행인가 봅니다, 혼자 먹으면 맛 없으니까.

헌데, 잘 먹긴 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안 그래도 초여름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불까지 피우고 난리를 치다보니 

애들이 모두 땀투성이 되었고 더워서 헐떡였어요.


그러자 한 아이가 멱을 감자고 했어요.

모두들 홀딱 깨벗고는 물속에 뛰어 들었고 저도 같이 뛰어 들었죠.

꺼림칙 했지만 얕은 마을 쪽 가장 자리에서만 놀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게 시원한 냇물에 몸을 담그고 놀고 있는데 애들이 하나, 둘 헤엄을 치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른들의 헤엄으로 몇 초면 건널 냇물이었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냇물을 꽤 넓었어요.

그리고 반대편은 그 냇가서도 가장 깊은 곳이었고요.

워낙 그 물에 익숙한 애들이라 스스럼 없이 수영을 해서 냇물을 건너 갔죠.

전, 그것만은 왠지 너무 꺼려졌어요.

할머니 당부도 있었고요.

저 혼자 그냥 반대 편에 계속 있었는데,

몇 번 왔다 갔다 하던 애들이 아주 반대편 기슭에 있는 바위에 올라가 노는 겁니다.

졸지에 전 혼자 떨어진 왕따 아닌 왕따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반대편에서 너도 빨리 건너 오라고 채근을 하였지만 선뜻 물에 들어가진 못 했습니다.

헤엄은 막 배운 개헤엄이 어떤 동네 개들 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그러다 용기를 내어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움 보다는 혼자가 싫었던 거죠.

염려와는 다르게 무사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저는 할머니의 충고도 잊고는 애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고, 

계속 내를 헤엄쳐 횡단했지요.

 

그러다가 애들의 뒤를 따라 다시 냇물을 건널 때였습니다.

가장 수심이 깊은 곳 쯤에 다다랐는데, 바람이 휙 불면서 제 귀에 음산한 웃음 소리가 들렸어요.

기분 나빴지만 아주 기뻐하는 듯한 웃음 소리였죠.

그러더니 뭔가가 제 물속에서 바둥거리고 있던 발을 툭 치고 지나가는 겁니다.

뭔가가 발에 닿은 느낌을 받고는 다리가 마비가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리 해도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전,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움직이는 팔로 어찌 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지요.

사람 살려란 말도 나오지 않더군요.

연신 들이 마신 물을 뱉기에도 바빴어요.

호흡은 가빠지고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처음엔 장난으로 알고 웃다가 

곧 장난이 아님을 느끼고는 모두 당황해선 어쩔 줄을 모르고...

점점 물 마시는 횟수가 많아지고 힘이 빠져 갔습니다.


그 때 마을쪽에서 뭔가가 냇가로 빠르게 달려 왔습니다.

그 동네 살던 중학교 고학년 형이었어요.

형은 순식간에 냇가로 달려 와서는 티비에서나 볼 멋진 폼으로 다이빙을 해서 제게 다가왔어요.

전 형만 잡으면 살 수 있단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는데 

형은 제 곁을 헤엄쳐 지나가며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제겐 그리 커 보였죠.) 

제 아랫턱을 감싸쥐고는 한 손으로 수영하여 순식간에 반대편에 도달했어요.


괜찮냐며 등을 두드려주는 형 손길에 몇 번을 물을 게워내고는, 

한 친구가 건너가 가져다주는 옷을 입고 형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갔어요.

가는 도중 할매가 허겁지겁 달려 오셨고, 전 할매 손에 이끌려 할매네 집에 가서 한참을 진정을 했어요.

그 와중에도 혹시 할매가 엄마에게 말하면 어쩌나 싶어 몇 번을 할매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마을에서 그 형을 다시 만났어요.

반가워 쫓아가서 인사를 했더니 반색을 하시며 괜찮냐고 하셨어요.

그리고 형이 해주는 얘기가 놀라웠어요.


"그나저나 호랑이 할매 진짜 귀신 같다." 하시며 "니가 물에 빠진 걸 우찌 아셨노?" 라고 하셨어요.

그 형은 소위 말해 동네 한 둘 쯤은 흔히 있던 문제아 형이었죠.

놀기 좋아하고 학교 가기 싫어하고 말썽 많이 피우는..


그 날도 학교를 결석하고 집에 있다가 뭐 재미난 거 없나 하고 동네 한 바퀴를 하러 나오셨는데, 

조금 걷다 보니 길 위쪽 멀리서 상주 할매가 허겁지겁 뛰어 내려오시더랍니다.

형은 할매랑 마주치면 좋을 거 없다 싶어 슬그머니 딴 길로 도망가려 했는데 뒤돌아선 형 뒤로 할매가 부르더래요.

다급한 목소리로 야야! 야야! 하고 말이죠.

할매가 부르는데 그냥 갔다간 다음에 무슨 일을 당할 지 몰라 똥 밟았단 생각을 하며, 

최대한 웃으며 공손히 할매 왜요? 하고 돌아보는데,

형 앞까지 오신 할매가 숨이 턱까지 차 헐떡이시며 니, 니 수영 잘하나? 하고 물으시더래요.

무슨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공부 빼곤 다 잘하던 형은 잘한다고 자랑을 했는데,

할매가 2만원을 손에 쥐어주시며 이건 심부름 값이라며 빨리 냇가로 뛰어 가 보라고 하시더랍니다.

머뭇거리자 빨리 뛰라는 할매의 호통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냇가로 달려 갔다고 합니다.


형의 눈에 멀리서 우리들이 노는 모습이 보이고 왜 냇가로 가라셨노? 하고는 그냥 냇가로 달려 갔는데, 

제가 냇물 중간에서 들락날락 하기 시작하더래요.

순간 빠졌구나 하고 생각하신 형은 절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드신 거고 전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그 뒤로 그 형은 할매의 까방권을 획득하셨죠, 

웬만한 말썽은 보셔도 그냥 못 본 척 눈감고 넘어 가시고.


한 번은 장날 할매랑 장에 갔다가 그 형님이 학교에 안 가시고 경제 활동을 하시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어요. 

딱 봐도 형과 비슷한 말썽장이들 몇이서 약한 친구를 둘러싸고 불법 대출을 받는 현장이었죠.

그런 거 있잖아요? 

돈 좀 빌려줘. 없어?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 그런 거..

형은 할머니를 보고는 얼음이 되었어요.

저도 이제 곧 할머니가 공터에 널려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고 망나니 춤추 듯 휘두르실 거라고 예측했는데, 

할머니가 좋은 말로 타이르시더군요. 

그 성질 급한 할매가....

지금 니가 괴롭히는 저 아이가 나중에 니 인생에 어떤 중요한 사람이 될 줄 모르는 거라시며 사과하라고 하셨고 

형은 할매 눈치를 보며 그 형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불과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상주에 갔다 오신 일이 있어요.

어머니 친구 분 따님의 결혼식에 가셨는데 거기서 하객으로 온 누가 반갑게 어머니를 부르더랍니다.

얘기 나눠 보니 그 때 그 형님......

식사를 하시면서 옛날 얘길 하시는데, 그러고는 그 형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런 건달 비슷한 생활을 하셨나 봐요.

그리고는 어떤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꼼짝없이 징역을 사시게 되었는데 

그 때 담당 검사가 그 때 할머니가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고 친해졌었다는 그 형이었답니다.


덕분에 누명을 벗고 그 길로 그 생활 청산하고 열심히 일하고 운도 따라줘서 

시내의 꽤 큰 건물주가 되어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꾸리고 있다고 하시며, 

이게 다 그 때 호랑이 할매 덕이라고 고마워 하셨답니다.

좋아도 잘 있냐고 하시며 그 때 물에 빠진 사건도 말씀하셨는데,

그 땐 이미 시효 만료라 어머니께 혼나지는 않았습니다.

 

[출처] 루리웹 ... 백두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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