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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 9 (中, 下)

한량이2018.08.09 16:44조회 수 1528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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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대로 오늘도 글을 씁니다.

오늘은 슬픔이 몰려 있는 후반부 얘기입니다.

전 예전 생각만으로도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제가 얼마나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엄청 우실지도 모릅니다....데헷@@!!

저... 분명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손톱과 발톱을 다 깎아 주신 후 가져오신 보따리를 푸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하나씩 다 권하시며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맛나제?.....다 말린 음식이라 상하지 않을 거라 하시면서.

그리고 배 곯지 말고 잘 챙겨 먹으란 당부를 하시고는 제 손을 잡고 시장으로 가셨습니다.

그 곳은 아까 그 빵집....

아! 안 끝났구나? 이제 한 판 하시나? 했는데 할머닌 아저씨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만원짜리 세종대왕님을 한 장 주시며,


불쌍한 사람 아니가? 아재한테 뭔 해꼬지를 한 거도 아니고 오죽 먹고 싶었으면 그라겠노?

다음에 또 보거든 메몰차게 그라지 말고 빵 좀 주소.....

이 돈만치 다 먹으면 셈은 또 내가 해줄테니...


아저씨도 좀 부끄러우셨던지 뒷퉁수를 긁으시며 그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빵집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매께서 물으셨어요.


우리 좋나 뭐 먹고 잡노?


전 조금도 망설임 없이 순대라고 대답했어요.

할매가 웃으시며 며칠 전에 아줌마가 순대 먹는 거 보고 

좋아도 많이 먹고 싶었나 보다며 시장의 순대 좌판으로 가셨어요.

예전 시장 순대 좌판 기억하시나요?

큰 양은 다라이에 순대랑 내장 가득 놓고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먹던..........

할매랑 둘이 앉아 순대를 시켜 놓고 먹었어요.

할매는 제게 사이다 한 병 사주시고 할매는 소주 1병 하시면서....

순대 아줌마는 쪼그만 꼬마가 오물거리며 순대를 먹는 게 귀여웠나 봅니다.


아가 순대를 잘 먹네예?


할머닌 얜 뭐든지 안 가리고 잘 먹는다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뭐라도 한 가지씩 칭찬하셨던 할매, 할매 눈에 제가 뭘 한들 안 이뻤겠습니까?

그리고 아줌마는 옛다!! 써비스다 라며 순대랑 간을 잔뜩 더 썰어 주셨어요.

그러시더니 할매께


"할매요!~~~ 할매는 억수루 무섭게 생기셔가 우찌 맴은 그리 비단결 인교?" 


하시며 그 미친 거지 아줌마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아마 지나다가 보셨었나 봅니다.


"할매는 나중에 복 많이 받으실낍니더, 그래 맴이 고우시니....."


그러자 할매는 손사래를 치시며 "아니요.....내가 그 사람에게 더 고맙소.." 라고 하셨어요.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순대 아주머니께 그러시더군요.


"내 나이 70이요. 앞으로 살면 얼마를 더 살겠소?

나 죽어 저승에서 편하라고 공덕 쌓을 기회를 주는 건데 내가 고마워 해야 되지 않겠소?" 


그러시곤 


"아주머니도 장사하는 집에 그런 사람 오면 딴 손님께 폐란 걸 나도 잘 아니 이리 앉치고 대접 하긴 힘들꺼요. 

허나, 신문지에 순대 몇 조각 싸서 배고픈 이에게 베푸는 거야 뭐 그리 어렵겠소?"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니도 크게 생각한 바가 있으신지 고개를 끄떡 끄떡 하시고는 나도 그리 하겠다고 하셨죠.

그렇게 할머니의 일은 하나가 더 늘었어요.

장날 장에 가시면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그 아주머니를 찾아 잘 있나 살피시고 

뭐라도 하나 먹이고 나서야 당신의 볼 일을 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 날도 장에 가서 그 아줌마부터 찾아 다니는데 그 날따라 아줌마가 안 보였어요.

할머니는 급기야 상인들에게 아줌마에 대해 물으셨어요.


글쎄에? 그라고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안 비는 거 같던데.....


할머닌 상인들에게 그 아줌마가 혹시 저녁에 어디서 자는 줄 아냐고 다시 묻고 다니셨고, 

한 상인이 소재를 알고 있더군요.

시장서 가까운 공터에 시멘트로 만든 큰 하수도 관을 쌓아 놓은 곳이 있는데 밤에 그 속에서 잔다고요.

할매는 절 데리고 한달음에 그리로 달려가셨습니다.


아줌마는 그 곳에 계셨습니다.

아마 전날 상한 음식을 주워 드셨는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 계시다가 

할매를 보자 애처러운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더군요.

주변엔 여러군데 토해 놓으셔서 시큼한 냄새와 설사도 하시고 

제대로 뒷처리도 못 했는지 똥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우야노? 우야노? 하시더니 꼼짝 말고 누워 있으라고 하시더니 

어딘가로 막 뛰어 가시고 좋아도 덩달아 방울소리 들리도록 뛰었어요.

할매가 가신 곳은 그 공터서 가까운 무속인 집이었어요.

할매가 집에 뛰어 드시며 야 야! 야 야! 하고 부르셨고,

할매 소리에 방에서 손님 점사를 봐주시던 그 집 아주머니가 놀라서 맨발로 뛰어 나왔어요, 

우짠 일이십니꺼? 하고요.

할매는 집으로 들어가시며 그 특유의 용건만 간단히 대화법으로 아주머니께 얘길하셨습니다.


"니 지금 빨리 미음 좀 쒀봐라!!!"


그리고 영문을 몰라 대답부터 하시며 부엌으로 들어가시는 아주머니께 다시 


"니 안 입는 치마 하나 있나? 치마랑 빤쓰 하나 도고."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시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시자 할매는 점사를 보던 손님들께,


"죄송합니데이.. 쟈가 좀 할 일이 있어가 좀 많이 기다리셔야 할낀데 내일 다시 오시면 안되시겠는교?" 


라고 하셨습니다. 

손님이 돌아가시고, 할매는 아주머니가 가지고 나온 치마랑 팬티를 받아 살펴보시더니 

팬티를 확 집어 던지시며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가시나야!!! 치마는 헌 걸 줘도 빤쓰는 새 걸 내와야지 니 입던 빤스를 주면 우야노?" 


아줌마가 새 빤쓰 가지러 가신 사이 

할매는 냉장고에서 보리차 한 병이랑 옆에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까지 챙기시고는 제게


"좋아야! 니 여기 있다가 아줌마가 미음 쒀 주시면 거로 가꾸온나."


하시곤 빤쓰까지 받아 드시고 부리나케 나가셨어요.

무슨 폭풍친 거 같았어요.

그제야 아줌마는 부엌에 들어가시어 미음을 쑤시면서 제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전 아줌마께 거지 아줌마 얘길했어요.

아줌마는 그런 일이 있었냐며 놀라시며 진작 나라도 들여다 봤어야 하는데 하시며, 

할매께서 잘 살피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불벼락 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웃으시더군요.

전 어린 맘에도 할매가 주인 아줌마께 너무 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손님도 다 쫓아보내시고 일까지 시키셨으니까요.


전 아줌마께 우리 할매 미워하지 마세요 라고 했고,

첨엔 뭔소린 줄 몰라 어리둥절해하시다가 제 말 속뜻을 이해하시고는 막 웃으시며 그럴리가 있냐시며 

할매한테 직접 이런 부탁 받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너는 모를 꺼라며 웃으셨습니다.

아마 그 아줌마 맘이 사단장에게 직접 부탁 받은 이등병의 마음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묽게 쑨 미음과 간장 한 종지를 가지고 다시 가보니 

벌써 할매는 주변을 싹 치우시고 아주머니 옷도 갈아 입히셨더군요.

언제 사오셨는지 약국 약 봉투까지 있어서 벌써 약을 먹이셨구나 했어요.

아줌마는 속병이 나고서도 많이 굶으셨는지 미음에서 눈을 떼질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미음 쟁반을 받아 드시고는 미음에 간장을 섞으셔서 직접 떠 먹여 주셨어요.

아줌마는 마치 제비 새끼 모양 잘 받아 드셨습니다.

그리고 할매는 미음을 다 먹이시고는 뭔가를 한참 생각하시더니, 


여서 이래 지내면 안 되겠다, 없는 병도 만들어 생기겠네 


하시며 아주머니를 눕히신 뒤, 


내 올 때까지 어디 가지 말고 꼼짝하지 말고 누워있으라


고 하시고는 절 데리고 어디론가 가셨어요.

그 곳도 무속인 집이었어요.

그 곳은 독채의 단독주택이었는데 특이하게 길쪽 담으로 쓰지 않는 작은 가게가 있었어요.

갔을 땐 이것 저것 잡동사니들을 넣어 두던 창고로 쓰셨나 봐요.

또 다짜고짜 쳐들어 가시네요.

그 집 주인은 할머니가 오시자 또 맨발로 달려 나왔어요.

왜들 할매만 보면 맨발로 뛰어 나오는지.....

이번에도 다짜고짜 얘길하셨습니다.


"니 담벼락에 붙은 가게 안 쓰는 기제? 그거 오늘부터 내가 쓸란다. 됐나?

그리고 니 돈 좀 도고.......그냥 있는대로 다 도고...."


그냥 통보만 하시고는 마당에서 빗자루랑 쓰레받이를 들고 가셔선 다 정리하시고는, 

따라 나온 집 주인에게


"마대 갔다가 한 번 싹 닦아라, 먼지 안나구로...." 


라고 하셨어요.

우와!!! 누가 집 주인이지?

그러시고는 돈을 받으셔선 세보시더니 이거 가지곤 모자르겠다 하시면서 또 어디로 휘적 휘적 가셨습니다.

저 그 날 뭐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할매 걸음은 성인 남자도 맞추기 힘드실 만큼 빠른 걸음이거든요.

평소엔 좋아에게 맞추어 걸으시는 매너 걸음이셨는데,

그 날은 맘이 바쁘셨는지 그런거 없었습니다.

제 짧은 다리로 죽도록 뛰어야 했죠.

할머니가 가신곳은 또 무속인 집......

딱 한 마디만 하시더군요.


돈 줘......


너무 기다리게 한 거 같아 쓴데까지 먼저 올리고 담배 한 대 피고 마저 쓰겠습니다.

 

 

그렇게 두 집을 더 터시고야 그제사 시장으로 향하셨어요.

그리고 가신 곳이 군용품 파는 곳.

혹시 야전 침대라고 아시나요?

군용 간이 침대.

그거 하나 사시고 담요도 두어장 사신 뒤 배달 시키시고,

이불집에 가서 베개랑 두꺼운 이불도 하나 사시고 요도 한 장 사시고요.

전파사 들려 중고지만 작은 티비도 하나 사시고요.

그걸로 그 가게에 아줌마 방을 꾸미셨어요.

다 꾸미시고는 아줌마를 그리 데려 오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거기까지 오셔서는 쭈삣 쭈삣 하셨어요.

아마 하도 괄시를 받다보니 어딘가 집안엔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의식이 박혀 있었나 봐요.

할머니는 괜찮다고 억지로 잡아 끄시어 가게로 들어와선,


"어떻노? 가정집만 하겠나만 그래도 여기면 편히 쉴만 할끼다.

이제 장마도 곧 올낀데 거기서 비 맞고 그라지 말고 깜깜해 지면 여기로 와서 자거라.

이 침대 니꺼다, 한 번 누워 보거라." 


라고 하셨고 아줌마를 누이셨습니다. 그리고 손수 이불을 덮어 주시며, 


"비 오는 날 추우면 이 두꺼운 이불 덮고 더울 때는 이 담요 덮고 자래이~ 불은 킬 줄 아나?" 


할매는 어두워지면 불 꼭 키라고 손수 불을 키셨다 끄셨다 해 보이시며 한 번 시켜 보시고, 

이번엔 테레비는 킬 줄 아나? 한 번 해 보그래이 라고 아주머니가 티비를 킬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잘 하네......밥에 심심하다고 돌아 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와서 테레비도 보고 쉬그라....알았제?"


하셨고 아주머니 용하게도 알아 들었는지 헤벌레 웃으시며 좋아 하셨습니다.

휴!~~~ 할매도 한시름 놓으셨습니다.

그냥 그 아줌마를 두셨으면 할매 성격에 걱정하다가 병 생기셨을 겁니다.

그리고는 아픈데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서 쉬거라 하시고는 

절 데리고 나오셔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가셨습니다.

길 건너가 바로 식당이었거든요.

그리고는 그 식당 주인에게 말씀하셨죠.


"........................그래가 앞으로 저 앞집 가게에서 살 거니까, 

집에 들어와가 불 켜지면 따뜻한 밥, 저녁 한끼라도 먹게 매일 가져다 주소, 

오늘은 아프니까 놔두고 내일 부터 가져다 주소. 

셈은 내 미리 한 달치 드리고 매달 선불로 드릴테니 미친 여자라고 그냥 아무거나 막 주지 말고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시고 맛난 거 많이 좀 챙겨 주이소."


이러시면서 한 달치 밥값을 선불로 주시고는 절 데리고 그 공터로 다시 가셔선 

아까 아줌마가 먹은 그릇 챙겨 다시 그 집으로 가셨습니다.

급한 맘이 이제 다 가라 앉으셨는데 그제야 겨우 제가 맘 편히 따라 갈만 하더이다.


꽝꽝꽝....

누구....?

내다......


또 우당탕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미 그 날 영업을 접으신 아주머니가 나오시자 할매는 그릇을 내미시더니,


"고맙데이.....갸 ㅇㅇ보살네 딸린 가게에 앞으로 지내게 되었다.

니 이따 미음 한 번 더해가 갸 좀 먹이거라." 


아줌마는 공손하게 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 더 뿌듯하셨을 겁니다.


비 오네? 갸 거기 그리 두고 왔으면 맴 편하지 않아 우얄뻔 했노? 


하시면서요.

그리곤 할매는 장에 갈적마다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아줌마는 장날이면 할매가 오실 때까지 버스 정류장에 나오셔서 일찍부터 기다리셨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고,

늦은 가을 어느 날 할머니 집에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그 아줌마를 아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신 거죠.

할매는 아줌마에게


'앞으로 여가 너거 집이다 생각하고 지내거래이.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나도 좋으니까, 겨울 동안만 이라도 이곳에서 나랑 지내자. 

거는 이제 추버서 못잔데이." 


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줌마는 할매집에서 겨울을 나게 되셨어요.

우리 엄마가 할매한테 한 소리 했다가 혼꾸녕이 나셨죠.


"아즈매!!~~~ 우쟈자고 저 여잘 데려 오셨는교?

지금까지 해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우쨜라고예?~~~"


할매가 벌컥 화를 내셨습니다.


"뭐라꼬? 이 몬땐 가시나가 뭐라꼬 씨비려쌌노?

가시나야!! 내가 니한테 쌀을 달라 카더나? 밥을 해 내라 카더나?

남는 방 하나 주고 내 먹는 밥상에 수저 한 벌 밥 한 공기만 더 푸면 되는 긴데....

먹여도 내가 먹이고 재워도 내가 재운다. 이 엉디에 뿔날 X아!!!!"


"참..아즈매도 아 듣는데......지는 아즈매 힘 드실까 봐...."

"챠라 가스나야!!!"


데헷 ㅋ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네..... 

할매한테 그렇게 말하면 혼날꺼 어린 내도 알겠더만....엄마 바보!!!


아주머니가 할매집에 오시고 다음 날 놀러 가보니 웬 이쁜 아줌마가.....

데려 오신 날 할매가 목욕도 싹 시키고 옷도 이쁘게 새옷으로 사 입히셔서 못 알아봤어요.


와!!!! 저렇게 멀쩡하신 아줌마가.........


그리고는 저랑 아줌마를 데리고 시내로 나가셔선 

미장원서 아줌마 머리를 단정히 정리하시고, 제 머리도 잘라 주시고....

아무도 아줌마를 몰라 보더군요.

아이고 할매 오늘은 며느님도 같이 나오셨나보네예? 하고 말들 하더군요.


그렇게 할머니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한 날은 저랑 마루에 앉아 화단에서 꽃 구경 하시는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 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시며,


"전생에 뭔 죄를 그리 크게 졌길래 저리 큰 고통을 받노?" 


그러시고는 혼잣말로


"그래.... 니는 미쳐가 사는기 그나마 다행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않느냐?" 


라고 하시는 겁니다.

전 깜짝 놀랐어요.


"할매 그게 뭔 소린데예?"

"좋아는 안 비제? 지금 아줌마 옆에는 아기 귀신이 3명이나 붙어 있단다." 


그러시며 정신이 온전치 못 하니 크게 영향받진 않을 거라고 하셨죠.

전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할매가 쫓아버릴 수 있잖냐고 했어요.

그러자 할매는 고개를 흔드시며 엄마가 좋아서 곁에 있는 애들을 어찌 내가 쫓아버리냐고 하셨어요.

전, 그래도 귀신이 가면 아줌마가 다시 멀쩡해지실 수도 있잖냐고 했더니,

할매는


"그래서 더 쫓으면 안 되는 기다.." 


라고 뜻 모를 얘길하셨고, 멀뚱거리며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제게,

 

"좋아야! 사람에게는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란 게 있는 법이란다.

아줌마는 그 한계를 넘는 고통을 받아 미친거데이.

아마 아줌마가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 며칠 못 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끼다." 


라고 하셨어요.


자살을 하신다니.


할매의 보살핌을 받으시자 아줌마는 눈에 띄게 안정이 되어 갔습니다.

미친 사람이라고 항상 미쳐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어느 날 아줌마의 정신이 유난히 맑은 날이였습니다.

할머니를 쳐다보시더니 "감사해요" 라고 하는 겁니다.

얼마나 놀랐다구요.

전 아주머니가 말 못하는 벙어린 줄 알았거든요.

아주머니는 할머니 은혜는 저승 가서도 잊지 못할 거라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리고는 아줌마 얘기를 하셨어요.

 

아줌마는 그냥 평범한 가정의 주부였다고 해요.

남편도 자기에게 잘 해주고 아이도 두 명이 있고, 그 당시에 뱃속에 애기도 하나 있던 단란한 가정이었답니다.

단지, 집이 가난했기에 남편도 일을 하지만 자신도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아줌마 공장 월급날이었답니다.

그 날은 끝나고선 월급도 받았으니 애들 옷이나 한 벌씩 사주겠다는 생각에 

시장에 가셔서 예쁜 애들 옷 두 벌을 사시고 곧 태어날 애기 옷도 한 벌 사셔선 

즐겁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고 해요.

집에 거의 도착하자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아줌마를 발견하고는 막 뛰어 오시더랍니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인사를 했는데 그 동네 분은 사색이 되어선 아주머니께 그러더래요.


"어디 갔었어? 공장에 연락하니 퇴근 했다더만........애들, 애들이........."


아주머니는 직감적으로 뭔가 큰일이 났다는 걸 아시고는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 가셨대요.

그런데 작지만 편히 쉬던 집은 시커멓게 불에 타 있고,

소방수에 의해 밖으로 나온 애들은 이미 질식해서 둘 다 죽어 있었답니다.

아줌마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으셨는데 그만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을......

그리고 미쳐버리신 거죠.

남편 분은 처음엔 아줌마를 보살피셨지만 점점 사이가 멀어졌대요.

아이들도 다 잃고 아줌마는 미쳐버렸으니 무슨 집에 미련이 있었겠어요.

어느 날 아저씨는 미친 아줌마만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시고, 

아줌만 혼자 떠돌다 상주까지 흘러 들어오신 거죠.


그 얘기 하시더니 늘 소중히 가지고 다니시던 보따리를 푸셨는데

ㅡ 거기엔 잡동사니들과 또 다른 보따리가 하나 있었어요.

그 보따리를 풀자 소중히 지니고 다니신 깨끗한 애들 옷이 들어 있었고,

유일하게 애들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라며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것만은 꼭 가지고 다나게 된다시며 통곡을 하셨습니다.

할머니 무릎에 얼굴을 묻고는 애처럽게 우시고, 

할머니는 그래 그랬구먼 하시며 아주머니 등을 토닥여 주셨어요.

그 날 애들은 엄마가 늦게 오자 지들끼리 뭘 해먹겠다고 불을 붙인 게 화재의 원인이었답니다.

아주머니는 그 날 옷만 사러가지 않았어도 애들이 그리 죽지는 않았을 거라며,

아니, 조금만 더 빨리 왔어도 애들이랑 함께 죽기라도 할 수 있었을 거라며 우셨고,


전 옆에서 아줌마가 빨리 다시 미치시길 바랐어요.


다행인지 맑은 정신은 오래 가지 못 하더군요.

그리고 아줌마가 왜 나만 보면 자꾸 만지려 하시는지도 알았어요.

아주머니가 그 날 우리 애도 살았으면 좋아만 할 껀데.... 라고 하셨거든요.

그 전에는 아줌마가 만지려 하면 정말 싫어했는데

그 이후론 아주머니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아주머닌 할매 집에서 겨울을 보내시고는 봄에 다시 가출을 하셨습니다.


날도 풀리고 아주머니는 다시 시내에 있던 가게로 가셨기에 할매도 굳이 데리고 오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해 봄은 그렇게 아줌마의 가출과 좋아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갑자기 할매가 쓸쓸해지셨어요.

그래서 전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더 열심히 할매랑 놀아드렸죠.

집은 잠만 자는 곳일 뿐 거의 모든 시간을 할매랑 같이 했고, 

할머니는 장날이면 장에 가셔서 아줌마를 돌봐 주셨어요.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면 데리고 오셔서 함께 지내시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었죠.

그 해엔 아주머니의 가출이 좀 빨랐어요.

그리고 그 소중히 간직하던 보퉁이도 두신 채 나가셨어요.

할머니는 보퉁이를 가지고 아줌마를 찾아 가셨는데, 아주머닌 그 가게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요.

하루 종일 찾아 다니시고는 못 만나고 오셨다네요.

다행히 전날 시장서 돌아다니는 걸 보신 분들이 있어 무사하심만 확인하셨죠.

그리고 꽃샘 추위가 찾아 왔어요.

그 해의 꽃샘 추위는 정말 지독하게 추웠어요.

방학 때라 집에 있었는데, 하루종일 할매가 걱정하시다 아줌마께 다녀 오셨는데 또 못 만났나 보더군요.

오셔서는 "이 추분데 야가 오데갔노..?" 하며 걱정을 하셨어요.


그 추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낮엔 햇살이 유난히도 따뜻했어요.

오랜만에 봄 바람이라 할매랑 마루에 앉아 콩을 고르고 있었어요.

도란도란 얘길 나누며 콩을 고르는데,

갑자기 할매가 무슨 기척을 느끼셨는지 대문쪽을 무심코 보시다가 순간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서셨어요.

그러시더니 입도 눈도 손까지 떠셨죠.

기운이 빠지시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셨고 그 바람에 콩들이 막 흩날리고.

그러시더니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우리 철혈의 할매가요.


"기어이......기어이 일이 이리 되었구먼 "


하시고는 


"애들이 엄마 마중 나왔구먼! 그래....이제사 자네 얼굴이 편안해 보이네 그려." 


하시고는 우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지금 가는겐가? 

먼 길 가는데 배고파 가면 저승서도 허기를 못 면하는 법이네.

마지막으로 내 밥 한 끼 잡숫고 가시게나." 


할매는 그렇게 소매로 눈물을 훔치시곤 부엌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전 어쩔 줄 몰랐어요.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요.

그 때 뭔가가 제 볼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엄청 따뜻한.....

할매는 새로 밥을 하시면서 저를 부르셨어요.


"좋아야! 우유는 없을테고... 집에 혹시 분유 있냐?" 


저희 동네 구멍가게에 우유 같은 사치품은 없었거든요.

전 얼마 전 다녀간 작은 외숙모가 ㅇㅇ이

(그 때 갓난 아기 였던 외사촌 여동생.) 먹이고 놔두고 가신 거 있어요! 했더니, 할매는 


"잘 됐다! 엄마한테 우유 한 잔 타 달라 해서 가져와라"." 


라고 하셨고,

전 집에 가서 우유를 타왔더니 마침 할매가 밥상을 들고 나오셨어요.

밥이 3공기 수저가 3벌 그리고 반찬들......

할매는 제가 가지고 온 우유도 밥상에 놓으시고는 어여들 먹어, 많이 먹어하며 쳐다보셨어요.

한참을 쳐다보시더니 아이구 내 정신 좀 보게 하시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셨어요.

그리고 한 손엔 아줌마 보따리를,

한 손엔 깨끗한 옷 한 벌을 들고 나오셨죠.


그 옷,

저도 잘 아는 옷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시면서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보시고 쓰다듬으시던 옷,

할머니가 저승 가실 때 입고 갈 거라며 아끼시던 수의 한 벌이었습니다.

제게 "내 혹시 못 입고 죽거들랑 꼭 이옷 입혀줘야 한다고 말하거래이" 라고 하시며 신신당부 하셨던 옷이죠.

그리고는 마치 아줌마 앞에서 자랑하듯 펼쳐 보이시며, 


"윽수로 곱제? 니한테 선물로 주꾸마, 이거 입고 가거래이.. 

저승시왕께서도 곱게 하고 온 아를 더 좋아 하신대이.." 


하며 웃으시더니 마당에서 불을 붙이셨어요.

보퉁이에서 아이들 옷도 꺼내 차례로 태우시더니


"그래, 정말 곱대이!~~~~ 이제 가그라.

이승에 아무 미련도 두지 말고 뒤도 돌아 보지 말고 바삐 저승까지 한달음에 달려 가거래이!~~"


그리고 아주머니가 떠나시는 듯 할머니 눈길이 마루에서 마당으로 그리고 대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서 인사를 하시는지 할매는 어서 가란 손짓을 하시다가 손을 흔들어 주시더군요.

저도 옆에서 할매 손을 꼭 붙들고 한손을 흔들었습니다.


아줌마! 빠빠이!~~~~


그러시고는 할머니는 크게 손을 드시고 내리시며 가슴에 모으시고는 

계속 '극락 왕생 하소서 극락 왕생 하소서' 하고 오랫동안 축원을 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상을 대충 치우시고 콩도 치우시고는


"좋아야, 할미가 오늘 좀 많이 피곤타. 오늘은 그만 집에 가거라.." 


하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셨고 전 어쩔 줄 몰라 마당에 잠시 서 있었는데,

방으로 들어가신 할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셨습니다.


불쌍해서 우야노!~~~ 불쌍해서 우야노!~~~ 가여운것, 불쌍한 것! 하시면서.....


다음 날 할매가 오늘도 많이 슬퍼하시면 어쩌나 하고 가봤더니,

밤새 맘을 추스리셨는지 다시 철혈의 할매로 돌아오셨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저는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일어난 일을 얘기 하느라 바뻤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하는 소리에 제 귀를 의심했죠.


"애들아! 너거들 그 소식 들었나?

시장 돌아다니던 그 미친 아줌마 안있나?"


전 아는 사람 얘기라 귀가 솔깃해졌어요.


"지난 달에 억수로 추분 날 안 있었나?

그 날 그 아줌마 우리 동네 짚단 쌓아둔데서 자다가 얼어 죽었다 아이가....."

 

[출처] 루리웹 ... 백두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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