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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용제아버지 이야기 3부

title: 메딕셱스피어2018.12.27 13:58조회 수 1897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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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아무개에게 박아무개의 혼령은 자주 나왔다.

 

 

처음에는 밤에만 나왔다.

하지만 장례 2일 째를 넘기며, 밤낮 할 것 없이 나타나서 어디론가 가자고 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물건을 던지고, 골프채로 공격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박아무개의 혼령은 정아무개를 비웃기라도 한 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던 장례 3일 째, 지쳐서 누워있는데 누군가가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박아무개가 화를 내며,

 

 

“가자, 어서 가자..”

 

 

라고 재촉했다.

이제는 지치기도 하고, 뭔가 괘씸해서 박아무개에게 물었다.

 

 

“형님, 도대체 어딜 가자고요?”

 

 

그러자 박아무개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며,

 

 

“저승이지, 이놈아! 어서, 가자! 빨리.. 시간이 없어!!!”

 

 

라며,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잡아당겼다.

그 말에 놀란 정아무개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팔을 뿌리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엎드려 떨었다.

이후 저승사자들이 정아무개의 주위를 둘러싸며 “어서 가자”며 이불을 잡아당겼다. 

그럴수록 정아무개는 살기위해서 안간 힘으로 버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용제아버지가 찾아 온 것이다.

정아무개는 용제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는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재익이 이 친구야, 김아무개에게 같이 좀 가세...

그 친구도 박아무개 형님한테 몹쓸 짓 했다 아이가..“

 

 

“그래, 김아무개도 연락이 안 돼...

진짜 믿을 수 없지만, 사람부터 구하고 봐야지”

 

 

둘은 김아무개가 있는 김해의 모 동네로 향하려 차를 타려고 하는데,

정아무개가 용제아버지의 차를 타고 경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박아무개가 뒷 자석에 타고 있었다.

용제아버지는 놀라서 공포에 떨고 있는 정아무개를 달랬지만,

그는 자리에 주저앉아 손가락으로 차의 뒷자석만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용제아버지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용제의 말을 들어보면,

용제아버지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고 너무 무서워서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손 놓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던 사이 아닌가?

물론 박아무개 형님을 배신한 두 친구가 밉고, 싫지만

사람은 살리고 보자는 신념아래에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한다.

 

 

어쨌든 정아무개는 자신의 아내와 있는 것보다

용제아버지와 있는 것이 백번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결국 뒷자석에 박아무개가 앉아 있는 용제아버지의 차에 탔다.

 

 

하지만 용제아버지도 뒷자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정아무개가 하는 말이,

뒤에서 박아무개가 계속 “저승으로 가자”며

계속 자신의 귀에 속삭인다고 벌벌 떠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아무개는 믿지도 않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살려달라며 하는데

용제아버지도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운전이 너무 안 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위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핸들과 악셀 등 모든 것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위태롭게 김아무개의 집에 도착했다.

 

 

용제아버지는 김아무개도 박아무개의 혼령에 시달려서

정신이 이상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이윽고 조심스레 벨을 눌렀다.

 

 

“띵~동!”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열어줬다.

김아무개였다.

 

 

“김아무개 이 친구야, 왜 이렇게 연락도 안 받고 그런가?

걱정하지 않았나?!”

 

 

김아무개는 말없이 소파로 향해 앉았다.

다행히 정아무개처럼 무언가에 시달린 흔적은 없었지만,

분위기가 냉랭한 것이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닌지?! 용제아버지는 생각했다.

 

그러나 정아무개는 다짜고짜 김아무개에게,

 

 

“이보게, 우리 지금이라도 박아무개 형님의 돈을 갚고 형님께 용서를 구하세..“

 

 

라며 매달렸다.

하지만 김아무개는,

 

 

“늦었어..”

 

 

라고 답할 뿐, 고개를 숙였다.

이에 용제아버지가,

 

 

“뭐가 늦었는가? 박아무개 형님 묘소에 가서 용서를 구하고,

가족들에게 정황을 설명하면 되지 아니한가?”

 

 

그러나 김아무개는 용제아버지의 말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듯,

 

 

“늦었어..”

 

 

라고 답할 뿐이다.

 

 

용제아버지는 김아무개가 뭔가 이상했다.

본래 김아무개는 성격이 불같아서 금전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거나, 자신이 옳다고 욱이는데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어색했다.

정아무개는 김아무개에게 읍소했다.

 

 

“이보게.. 우리가 형님 돈을 그렇게 빌려놓고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은 

 우리가 백번 잘못 한 거다. 

 그러니까 고마 우리 형님 돈 갚고 형님 가족들에게 사죄도 드리러 가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아무개는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허공을 응시했다.

아니, 정확히 용제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눈이 뒤집어 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옆에 있던 술병을 들고

정아무개의 머리를 치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용제아버지는 김아무개의 팔을 잡고 막았다.

 

 

“이.. 이보게... 자네 지금 무슨 짓인가?”

 

 

얼굴이 이글어진 김아무개는 정아무개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오늘 둘이 저승에 가자..”

 

 

엄청난 괴력으로 용제아버지를 밀치고

순식간에 부엌에서 칼을 들고와 정아무개를 찌르려고 했다.

김아무개의 집은 난장판이 됐다.

김아무개는 친구도 못 알아보며 칼로 위협을 줬고

이에 겁을 먹은 정아무개는 방 안으로 도망갔다.

김아무개는 무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어서 나와, 어서 나와서 가자.. 시간이 없다.”

 

 

정아무개는 무서워서 문을 꼭 잠그고,

행여나 문이 열릴까봐 문고리를 꽉 잡고 있었다.

김아무개는 열리지 않자 

갑자기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려고 했다.

이를 본 용제아버지가 급하게 막았다.

 

 

“놓아라, 빨리 놓아. 이러다가 너까지 다친다. 어서, 놓아라!”

 

 

용제아버지는 너무 놀랬다.

말투나, 목소리가 김아무개가 아닌,

박아무개 같았기 때문이다.

경악을 한 용제아버지는 김아무개의 다리를 잡고 통곡했다.

 

 

“형님.. 저 재익입니더.

형님... 저를 봐서라도 김아무개랑 정아무개 살려 주이소.

형님.... 한번만 봐주이소. 김아무개랑 정아무개... 살려주시면

형님 돈도 갚고, 앞으로 착실하게 살게 하겠십니더..”

 

 

그러더니 김아무개가 부들부들 떨더니,

 

 

“재익이 자네... 내가 얼마나 원통한지 아는가?”

 

 

용제아버지는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처자식은 없지만 가족이 치루는 내 장례도 못 가보고

오로지 저 두 녀석을 데려가려고 애를 썼다.

저 두 녀석을 데려가야, 이 한이 풀릴 것 같았다.

그 돈... 고생한 우리 어머니, 이혼한 동생이랑 더 이상 고생 안하게

주려고 했는데... 저 두 녀석이 감히...?!

자네같아도 원통해서 저 세상으로 못가지 않겠나?”

 

 

용제아버지는 그제야 박아무개의 마음을 이해했다.

 

 

“재익이 자네, 내 자네를 봐서...

이 두 인간들을 살리지만, 다시 또 이런 일을 겪는다면

지옥에 있더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자네가 책임지고 나의 원한을 풀어주게.

자네만은 내가 믿으니...“

 

 

용제아버지는 박아무개로 빙의한 김아무개를 보며,

 

 

“형님.. 걱정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두 친구들과 하루 빨리 형님 가족에게 찾아가겠습니다.“

 

 

순간, 김아무개는 쥐고 있던 칼을 놓고 혼절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열려있던 창문에서 바람이 불었다.

이후에 용제아버지와 두 친구는

박아무개의 가족들을 찾아가 사과를 했고

정아무개와 김아무개는 결국 빚을 모두 갚았다.

그리고 박아무개의 빈소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물론, 그 뒤로는 박아무개가 나타나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

 

 

용제가 말하길,

그일이 있고 난 뒤,

용제아버지는 며칠을 끙끙 앓았고,

박아무개의 악몽으로 몇 번이고 자다가 놀라서 깼다고 한다.

도중에 놀라서 병원도 가고,

별것 아닌 것에 겁을 먹기도 하고,

뜬금없이 허공을 보며 귀신이 있다는 둥,

저승사자가 있다는 둥 황당한 이야기만 해서 고생을 좀 했단다.

 

 

결국 용제아버지는 정년퇴임을 몇 년 남겨두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생전 무당이니, 굿이니 믿지 않던 양반이

가끔 무당집에 가서 귀신이 붙지 않는 부적을 써서

집안 곳곳에 붙이고 다닌다.

그리고 자주 나에게 그 날의 일들을 말해주고 오히려 자신이 더 겁먹어 한다.

 

용제아버지 이야기 완결

 

 

※ 본 이야기는 친구인 용제와 용제아버지, 그리고 용제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를 참고하여 썼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출처 백도시끓는물 님 글



웡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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