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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한이 많으셨던 증조 할머니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3.04 13:12조회 수 1370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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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얘기를 이렇게 쓰는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명절날 친척들 모이면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얘기여서 괜춘. 
그냥 떠도는 괴담 읽는 기분으로 읽어줘.

 


일단 우리 집안은 일제시대 중반까지는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갑부였음 
(친일파는 아니었다; 독립운동 하면서 몰락하기 시작) 
그래서 증조 할아버지에게는 첩이 셋이나 있었지

본처 / 첩A / 첩B

본처는 9년 간 자식을 낳지 못했어 
그래서 첩A를 들였는데 열병으로 일찍 죽고, 
그 다음이 바로 첩B... 나의 "친"증조 할머니임.

증조 할머니를 이렇게 부르고 싶진 않지만 편의상 그냥 첩B 라고 부를게 
첩B는 아들을 낳았어. 
당연히 본처는 완전 찬밥 신세가 되었고, 첩B가 안주인 노릇을 하게 됨. 
그 와중에 증조할아버지는 독립 운동 때문에 가정에는 소홀했고... 
집안 하인들이며, 친척들이며, 죄다 본처를 구박하고 무시했음.

그렇지만 본처는 첩B의 아들을 무척이나 예뻐했어. 
아들을 낳지 못한 한이 너무 컸던 탓인지 
매일마다 아이의 방에 찾아와서 혼잣말로 '니가 내 친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했나봐. 
이 얘기를 들은 첩B는 분노해서 본처를 욕하고 구타했어.

그렇게 5년을 버틴 본처는 
결국 마당의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고 말았음.

근데 사람들은, 본처를 비난하면서 한편으론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했어. 
어차피 대를 이을 사람은 첩B의 아들이니까. 
장례도 정말 초라하게 치뤘다고 함. 무덤도 없어... 훼손된건지 처음부터 없던건지...

독립운동을 하다가 증조 할아버지는 돌아 가셨음. 
그리고 6.25까지 터지면서 우리 집안은 서서히 몰락했지.

 

나의 친할아버지(=첩B의 아들)는 굉장한 수재였어. S대 법대에 입학했지.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거라고 다들 기대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자퇴를 해버림.

그리고 무슨 강사? 같은 일을 하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버티다가 
어떤 명문가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됨. 
이 때 조건이, 
'우리가 돈을 대줄테니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사법시험을 쳐라' 였음.

집안 어른들은 무조건 오케이 하라고 압박을 했고, 
할아버지는 대화 한 번 나눠본적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됨. 
이건 할머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데 정확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할머니네가 몰락해서 빈털털이가 됨. 
그러자 할아버지는 다시 대학을 때려 치우고 ㅡㅡ; 
마치 증조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두 집 살림을 시작해.

 

그렇게 막장극을 찍으면서 살다가...


할아버지는 삼십대 후반에 돌연사하고 
할머니도 사십대 초반에 아무 이유 없이 돌아가심.

우리아빠(15살) - 삼촌(13살) - 고모(12살) 만 남은거지. 
내연녀의 자식들 5남매도 있음. 
이 사람들이 재산 전부 가져가서 울 아빠는 피눈물나는 고생을 하셨음.

 

세월이 흘러

내연녀는 교통사고로 사망. 
내연녀의 자식들 중 둘은 암으로 사망. 
울 아빠는 40대에 갑자기 위암, 삼촌은 간암. ""고모""만 멀쩡했음. 
집안에 마가 낀 것이 아니냐? 해서, 완전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여기서부터 무당과의 대화 내용. 
대화체로 나름 각색을 해보았음. 
(이거 받아 써놓은 종이가 아직도 집에 남아있다)

 

 

 


무당 : 여자가 한을 품었어 
아주 빼빼 마르고 쌍커풀 있고, 옥반지 두개를 끼고 있네 
아들을 못낳아서 구박을 너무 많이 당했어 
그러니까... 목 매달고 죽은 귀신이 있단 말이야 집안에

고모 : 네? 그런 사람은 없을텐데요

무당 : 아냐 어른들한테 물어봐 목매단 석녀가 울고 있어 꺼이꺼이

고모할머니 : 혹시 김씨 할머니 말하시는 건가요?

무당 : 그래 그 여자. 아들을 못 낳아서 한이 너무 많아. 
아들에 대한 한, 첩들에 대한 한... 그 원한이 사무쳤어 
첩 자식(=나의 할아버지)을 자기 자식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결국 저승으로 데려간거야 
아들만 데려가면 미안하니까 마누라(=나의 할머니)도 같이 데려갔네 
그걸로 부족해서 손자들(=우리 아빠, 삼촌)까지 다 데려가려고 했는데(위암, 간암) 
딱 걸렸어 아주...

고모 : 저는 왜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무당 : 넌 딸이잖아.

고모 : 아...

무당 : 그리고 그 여자(=할아버지의 내연녀)랑 그 여자 자식들(=5남매 중 두 명)도 
데려간거야. 첩년이 미워서, 첩년에 대한 증오가 너무 커서. 
굿하고 천도제 지내고, 아주 제대로 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손자의 손자까지 죄다 데려 갈거야. 
지금 노리는건 큰오빠네 맡아들(=울 오빠임)이구만.

 

 


실제로 그 해에 울오빠 수능 캐망하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직전이었음.

결국 굿, 천도제를 비롯한 5가지 거사를 치루고... 아빠랑 삼촌은 완쾌. 
오빠도 제정신으로 돌아옴.

 

 

 


사실 훨씬 전부터 증조 할머니의 존재는 암시되어 있었지. 
내 이름을 8살 때 개명했는데, 무당이 엄마한테 이 말을 했었음.

 

" 따님 사주에 우는 여자가 보이는데 이건 누구죠? "

 

ㅇㅇ 파란만장한 집안사. 
손자들은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증조 할머니(본처)의 비극적인 삶... 
뒤늦게나마 한을 풀어 드려서 다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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