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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고독사, 자살현장 특수청소 1

title: 하트햄찌녀2019.11.08 10:58조회 수 4258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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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무연고사망자

 

 

"안녕하세요."

"유품정리 의뢰를 하려고 하는데요."

"전 고인의 채권자입니다."

 

2013년 초여름 유품정리 의뢰가 들어왔다.

이상한 것은 유가족도 집주인, 건물주도 아닌 고인의 채권자가 의뢰를 하였다.

유가족, 집주인, 건물주 말고 가끔씩 관공서 쪽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고인의 채권자에게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인은 주공아파트에 혼자 거주하는 20대 젊은 여성으로 

집안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유품정리를 위하여 경찰 및 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하여 고인의 유가족을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았지만 

유가족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고인은 무연고사망자로 구분이 되었으며 고인에게 대출을 해준 채권자가 책임자로서 유품정리를 의뢰한 것이었다.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들 전부 매입하시나요?"

"유품정리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됩니다."



고인이 빚을 지고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 의뢰인은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전부 내가 매입을 해서 

견적을 낮춰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가전제품 매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단 가전제품을 일일이 보관할 창고가 없으며 옛날과는 달리 현재의 가전제품들은 생산력이 높고 

신제품 출시가 잦아 값어치가 금방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의뢰인에게 가전제품은 집안에 남겨 놓을 터이니 중고가전 매입업체에 판매하라고 말하였지만 

의뢰인은 한 번에 정리하기를 바라서인지 나보고 좀 해결해달라고 계속 부탁을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음날 현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다음날 현장에 도착하여 관리사무소 직원과 함께 현장에 진입하였다.

집안은 시신 수습 후 두 달 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며 어지러운 상태였다.

유품정리 전에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현장에는 고인이 기르던 반려견이 있었다.

골든 리트리버였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반려견을 유기견 보호 센터에 보내려고 하였지만 

보호 센터에서는 유기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주지를 않았다고 한다.

반려견은 두 달 동안 좁은 곳에서 혼자 지낸 탓인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나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얘기를 꺼냈다.



"하하...."

"개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이거 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쪽에서 직접 알아서 처리하셔야죠."



관리사무소 직원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언짢은 웃음을 지으며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사장님."

"여기 개가 있던데요."

"아니 개가 있다는 말씀은 안 해주셔서.... 좀 난감하네요...."

"관리사무소 분은 저보고 알아서 처리하라는데.... 이거 뭐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의뢰인에게 당황한 듯한 말투로 말을 전했다.



"에이~ 직접 알아서 처리하셔야지."

"마음대로 해결하세요."



하지만 의뢰인 또한 반려견은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니. 지금 두 분 다 저보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철수하겠습니다."



나는 반려견 때문에 유품정리를 진행하기에 여러모로 애매한 감이 있어서 그냥 철수한다고 말을 전했다.



"아. 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이미 몇 군데 문의했었는데 전부 그냥 돌아가서 그래요."

"좀 부탁드립니다."



의뢰인도 반려견 때문에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었나 보다.

의뢰인의 계속된 부탁에 나는 일단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친척, 지인, 친구 등 여기저기에 연락하여 반려견을 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여기저기 통화한 끝에 반려견을 맡아 주겠다는 사람이 나왔는데 정년퇴직 후 서울 근교에 작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친척 할아버지가 반려견을 맡아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나는 바로 의뢰인 및 관리사무소 측에 반려견을 맡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통보한 후 

바로 반려견과 함께 농장으로 출발하였다.

 

 

한 시간 여의 이동 끝에 농장에 도착하자 친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친척은 반려견의 상태를 보더니 코는 하얗고 눈에는 충혈 및 혹이 올라와 있고 비만인 것으로 보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하였다.

나는 친척에게 반려견의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가르쳐 준 후 간단한 인사와 함께 다시 현장으로 출발하였다.



현장에 도착하여 유품정리를 시작하려는데 관리사무소 직원이 오더니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였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유가족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확실하게 해야 된다며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종류별로 하나하나 펼쳐서 사진을 찍고 수량을 파악해 놓을 것을 요구하였다.

집안 전체적인 사진을 찍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런 식으로 세세하게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이미 그렇게 수소문을 했어도 연고자가 없어서 무연고사망자로 구분된 사람인데 이제 와서 유가족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최종 책임자는 의뢰인인데 관리사무소 측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증거자료로는 집안 전체적인 사진만 각도별로 찍어놓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였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은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의뢰인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설명하였다.

 

"아. 예. 사장님"

"지금 현장에 도착해서 유품정리를 시작하려는데요."

"관리사무소에서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놓고 수량을 적어 놓으라네요."

"저희가 이렇게 하려면 작업 기간이 하루, 이틀은 더 늘어날 것 같고 거기에 따라 인건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니, 그딴 쓸데없는 짓은 왜 해요?"



"그러게요."

"제가 봐도 집안 전체적인 사진만 찍어 놓으면 될 것 같은데 관리사무소에서 자꾸 이렇게 요구하네요."



"못한다고 하세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집안 전체적인 사진만 찍어도 되겠구먼."

"왜 헛돈 나갈 짓은 하는 거야?"

 

의뢰인의 반응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펜이 몇 자루인지, 책이 몇 권인지, 가방이 몇 개인지 일일이 펼쳐서 사진을 찍고 

수량을 파악해 놓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석은 짓 같았다.

나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나의 의견과 의뢰인의 의사를 전달하였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다시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관리사무소 직원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하지만 의뢰인과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 각자의 의사를 전혀 굽히지 않았다.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우리는 철수하겠다고 의뢰인 및 관리사무소 측에 통보한 후 현장을 떠났다.



며칠 뒤 의뢰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의뢰인은 본인의 의사대로 유품정리를 진행하기로 관리사무소 측과 합의하였다면서 우리에게 다시 유품정리를 의뢰하였다.



다음날 현장에 도착하여 유품정리를 시작하였는데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사람들은 현장에 들어와 쓸만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집으며 나보고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여담이지만 무연고사망자일 경우에는 유가족이 없기 때문에 유품정리를 하면 

주변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저것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이 많이 사는 주공아파트나 낙후지역에 이런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일단 이런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이다.

 

무연고사망자 일지라도 일단 집주인, 건물주 등 책임자가 있는 상황이고 쓸 만한 물건을 한 사람에게 줘버리면 

그 이후에 본인도 달라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작업의 진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연고사망자일지라도 의뢰인의 허락이 있지 않는 한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들은 절대 주지 않는다.

아무튼 우리가 최대한 조용히 유품정리를 진행하려고 해도 이미 무연고사망자의 집이라는 소문이 나있는 상황이라면 

유품정리 현장에 유입되는 사람들로 인하여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집 같은 경우에도 유품정리 현장에 한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우리를 보며 말했다.

 

"내가~ 이 집에 반찬도 여러 번 가져다주고~ 친하게 지냈어~"

"에고~ 불쌍해라~"

"이거는 쓸만한 거 같은데~"

 

할머니는 선풍기를 집어 들더니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할머니!!"

"그거 내려놓으세요."

"이거 다 주인 있는 물건들이에요."

"그렇게 막 가져가시면 안 돼요."

 

내가 못 가져가게 막으니까 할머니는 선풍기를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내려놓더니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얼마 뒤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LCD TV를 무작정 가져가려고 하기에 나는 그 남성을 막아세웠다.



"누구신데 TV를 가져가려고 하시나요?"



"여기 죽은 애 삼촌입니다."



"삼촌이요?"

"친삼촌 맞으신가요?"

"연고자를 못 찾았다고 들었는데요?"



"아. 친삼촌은 아니고.... 그냥 친한 삼촌입니다."

"제가 조카처럼 잘 대해줬어요."



이 남성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TV를 들고 막무가내로 가져가려고 하였다.



"지금 여성분이 빚을 지고 자살해서 현재 이 집 물건들의 소유권은 채권자가 가지고 있어요."

"유품정리도 채권자가 의뢰한 것이고요."

"TV를 가져가실 거면 두 분 통화 연결을 시켜드릴 테니 합의를 보세요."



나는 이 둘의 통화연결을 시켜주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고인에게 삼촌처럼 잘 대해줬기 때문에 LCD TV는 본인이 가져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의뢰인은 그 유품정리 현장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가져갈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하였다.

서로 간의 의견이 충돌하였는데 이 남자는 의뢰인에게 밀리는지 언성을 높♥♥ 시작하였다.

5분여 간의 통화 끝에 이 남자는 씩씩거리며 휴대폰을 나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 자식 내 눈앞에 있었으면 죽었어!!"



이 남자는 한마디와 함께 빈손으로 돌아갔는데 그 이후 두 번 다시는 현장에 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항아리를 가져가려는 할머니, 옷을 가져가려는 아주머니 등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 들어왔지만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집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중 고인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를 읽어보니 가족, 친척이 없는 외로움과 우울함, 믿고 살아온 친한 언니에게 배신당한 내용, 반려견을 안락사 시켜 

본인과 함께 화장시켜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절박한 심정으로 유서를 작성하였겠지만 사실상 고인의 유서를 읽은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유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이나 관리사무소는 고인으로 인하여 피해를 본 입장이고 반려견마저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요구한 상황인데 

고인의 유서에 대하여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기정사실이고 솔직히 나조차도 반려견을 안락사 시켜서 

고인이랑 같이 화장시킬 수 있는 상황도 능력도 되지 않았다.

 

3일간의 유품정리 기간 동안 고인의 친구, 지인 중 단 한 명이라도 찾아왔었더라면 유서를 전달할 수 있었을 터인데 현장에는 

단 한 명도 찾아오지를 않았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인의 유서를 읽은 사람은 여전히 나 혼자밖에 없다.

반려견은 친척분이 농장에 울타리를 만들어서 키웠는데 매일 낑낑대더니 그 해 겨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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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인수 거부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6월의 마지막 주

새로 이전할 사무실을 알아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 스위퍼스죠?"

"여기 세입자가 죽어서요."

"청소하려는데 형사님이 여기 번호를 가르쳐 주던데 지금 바로 올 수 있나요?"

 

다급한 건물주 아주머니의 연락을 받고 같이 일하는 친구와 함께 현장으로 출발하였다.

이동 중 창문을 조금 내리고 담뱃불을 붙이는 친구가 한마디 했다.

 

"아.... 비 와서 일하기 싫은데...."

"견적을 잘 불렀냐?"

 

"몰라. 가서 봐야지."

"비 와서 작업이 하루 더 늘어날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

 

나는 보통 작업을 며칠간 진행한다.

지금까지 일을 해본 결과 하루 만에 작업을 끝낼 경우 시취(시체악취)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 이상 작업을 진행할 경우 대부분의 시취제거가 가능하며 세세한 곳까지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기에 

며칠간 작업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작업의 속도가 더디어지고 높은 습도와 함께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시취가 집안에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작업이 기존 일정보다 하루 더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곧 견적 상승의 효과를 가져오기에 의뢰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작업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건물주는 이미 우산을 쓴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건물주가 열쇠를 건네주었다.

 

"일단 올라가서 한번 보고 와봐요."

"3층 올라가자마자 정면에 있는 방이에요."

 

1980년대에 지어진 것 같은 낡은 건물

당장에 철거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건물이었다.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다리가 무거워졌다.

 

"아... 계단 더럽게 높네 진짜."

"야. 벌써 지친다 날씨도 더럽고."

 

친구는 비가 오는 날 일을 해야 돼서 그런지 불평 섞인 말을 건넸다.

 

방앞에 다다르자 시취가 문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작업화에 위생덧신을 착용한 후 문을 열자 방안에는 혈흔, 부패액이 스며들은 침구류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천 마리의 번데기가 눈에 들어왔다.

번데기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사망 후 시신이 장기간 방치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안을 여기저기를 확인하기 위하여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바삭바삭' 거리며 

부서지는 번데기의 껍질들이 여기저기 휘날렸다.

5평 남짓한 방안에는 2톤 분량의 세간살이가 가득 차있었으며 현장 확인 후 밖으로 나가 건물주와 견적을 협의하였다.

 

"잠깐만요."

 

건물주는 한마디와 함께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받지를 않네...."

"후우~"

 

건물주는 깊은 한숨과 함께 여러 차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전화를 거시는 거세요?"

 

나는 궁금한 나머지 건물주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아들한테 전화하는 건데 계속 안 받아요."

 

건물주가 전화를 계속 걸었던 곳은 고인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건물주는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였다.

 

고인은 사망 후 두 달 만에 발견이 되었으며 최초 발견 당시 시신이 녹아서 시커멓게 변한 상태였다고 한다.

시신 수습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주일 만에 아들과 연락이 닿아 고인의 장례 및 유품정리에 관련한 대화를 시도하였지만

 아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고 한다.

아들은 13년 동안 아버지의 얼굴 한번 못 보고 살아왔으며 어머니와도 이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본인은 고인과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이런 관계 유지로 인하여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 인수를 거부하여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로 구분되었다고 한다.

또한 아들은 건물주에게 아버지가 살던 집의 보증금으로 유품정리를 알아서 진행하라고 통보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건물주는 계속 아들에게 통화를 시도하였다.

마침내 몇 분 후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예. 여기 3층 아버지 돌아가신 집인데요."

"오늘 아버지 유품을 전부 정리를 해요."

"근데 아드님이 오셔야 돼."

 

겨우 통화 연결이 된 건물주는 약간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때 수화기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전해져 들려왔다.

 

"왜요?"

 

아들의 감정 없고 성의 없는 답변 때문인지 건물주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아! 왜요가 아니지!!!!"

"일단 와서 아버지방 정리하는 것을 봐야 될 거 아냐!!!!"



건물주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하지만 아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끝내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하였다.

통화를 끝낸 후 건물주는 한숨을 쉬며 우리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래도 잘났든 못났든 자신을 낳아 준 부모인데.... 나이 서른이면 그 정도는 알 텐데...."

"그냥 진행해 주세요...."

 

건물주는 씁쓸한 말을 뒤로한 채 계단을 내려갔고 우리는 유품정리를 시작하였다.

침구류는 이미 혈액, 부패액이 스며들어 갈색으로 변한 상태였으며 베개에는 머리카락과 피부조직이 눌어붙어 있었다.

바닥에는 송장벌레, 딱정벌레 및 정체를 알 수 없는 은색의 빛이 감도는 절지동물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오염된 부분을 먼저 제거한 후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해 나갔다.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날씨였기에 보호복과 보호장갑 안은 이미 땀으로 절어있는 상태였으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시취 및 먼지가 방안에 맴돌았다.

 

방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여기저기에 통장, 도장의 재산적 가치품과 사진 같은 정서적 유품이 발견되었다.

통장은 10개 정도가 발견되었는데 통장 사이사이마다 카드가 꽂혀있었고 금액은 전부 1500만원 가량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후 휴식을 취할 겸 통장, 도장, 사진을 들고 밖으로 나가 건물주를 찾았다.

나는 통장, 도장, 사진을 건물주에게 보여주면서 아들에게 연락하여 이것들은 전달하여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식새끼 같지도 않은 놈 좋은 일 시켜서 뭐 하려고?"

"그냥 전부 잘라서 버려버리지 그래요?"

 

건물주는 통장과 도장을 아들에게 건네준다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표하였다.

 

"어차피 사망진단서하고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를 들고 가면 고인의 재산상황을 전부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시신 인수 거부와 재산상속은 별개의 문제로 알고 있기에 아마도 상속이 가능할 것이고요."

 

나는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답변을 해주었다.

 


"아니. 지 애비 시신 인수도 거부한 놈인데 이 아저씨 돈은 그대로 아들이 가져간다고?"

"무슨 법이 그래?"

"시신 인수 거부하면 재산도 못 받게 해야지!!"

"하~ 참~"

 

건물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와 같이 몇 번의 통화 시도 끝에 아들이 전화를 받았다.

 

"어. 저기. 방 정리하다가 통장하고 도장이 나왔어."

"와서 가져가요."

 

건물주는 아들과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은 뒤 어이없다는 둥 피식하고 웃으며 우리를 보고 한마디 했다.

 

"나참. 택시 타고 바로 온다네."

"아무리 전화해도 오지도 않던 놈이....."

 

통장, 도장, 사진을 건물주에게 전달하고 우리는 다시 현장에 진입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한 30여 분이 지났을까....

건물주가 우리를 불렀다.

 

"어. 저기 아들 왔다 갔는데 통장하고 도장만 가져갔어요."

"이거 사진은 버려달래요."

"어떻게 통장하고 도망만 쏙 가져가냐...."

 

여러모로 허탈해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내가 한마디 했다.

 

"뭐. 이런 경우 자주 있어요."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작업은 밤늦게까지 진행되었고 9시가 넘어서야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미 동네에 고독사한 소문이 퍼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식당 주인은 별 거리낌 없이 우리에게 고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고인이 이 동네로 이사 올 당시 고인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상태였으며 

이미 지병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또한 매일 저녁 어묵, 토스트, 소주를 사들고 집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식당 주인이 "아저씨는 어묵만 먹고살아요?"라고 말할 때마다 고인은 "밥맛이 없어요."라고 답할 뿐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고인이 고독사할 때까지 고인이 가족을 만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건물주 및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고인은 가족관계의 단절, 혼자 사는 외로움, 지병, 알코올 중독으로 인하여

고독사 한 것으로 단정 지었다.

이는 50대를 전후로 일어나는 고독사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작업은 다음날 저녁까지 진행되었고 사진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폐기 처리되었다.

건물주의 현장 확인 후 대금을 전달받고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누었다.

 

"수고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좋은 일하네 그려."

 

'젊은 친구들이 좋은 일하네'

이 대사는 현장마다 의뢰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대사에서 별다른 감흥이 오지는 않는다.

 

"사업인데요. 뭐."

"주변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연락 주세요."

 

나는 건물주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나눈 후 현장에서 철수하였다.

 

 

 

 

 

 


"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드는 현장이 있다.

변사체로 인하여 혈흔, 부패액이 바닥에 흘러나와있고 시취(시체악취)가 풍기며 구더기가 들끓는 현장이 아닌 정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그런 현장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현장이 그렇다.



햇빛마저 잘 들어오지 않는 낡은 건물의 지하 1층 단칸방

누수 된 흔적과 함께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지

방안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바퀴벌레와 그리마

벽 구석에 뚫려있는 쥐구멍

싱크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미 잡동사니로 가득 차있고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수도꼭지에서 물조차 나오지 않는 단수된 상황

 

무엇보다도 제일 심각한 것은 화장실의 상태였다.

전구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바닥에는 시커먼 이물질이 여기저기 묻어있었고 악취가 올라왔다.

자세히 확인하기 위하여 휴대폰 라이트로 바닥을 비추어 본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묻어있던 것은 대변이었고 대변은 변기에서 바닥으로 흘러나온 상태였다.

나는 변기 내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변기 뚜껑을 들추어 보았다.

변기 안은 분뇨로 가득 차 있었고 골판지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순간 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이랬다.

물 단수로 인하여 변기의 물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라 고인은 변을 보면 냄새를 막기 위하여 골판지로 덮어놓았고 

다시 변을 보면 또다시 냄새를 막기 위하여 골판지로 덮어놓는 행위를 반복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건물주가 먼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떤가요?"

"변기 안의 내용물들 전부 없애주시고 변기는 파쇄해주세요."

"하수구도 막아주시고요."

 

일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급하게 요구를 하는 건물주의 모습에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요."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설비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설비업체에 의뢰하시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화장실의 상태를 본 나는 의뢰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의뢰인의 요구는 설비 분야 쪽에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나는 변기 안의 내용물을 제거하기가 매우 싫었다.

 

"이미 다섯 곳의 업체가 왔었는데 전부 포기하고 그냥 돌아갔어요."

"굳이 변기까지는 파쇄 안 해주셔도 됩니다."

"어떻게 좀 깨끗하게만 만들어 주세요."

"이래저래 간 볼 상황도 아니고 비용은 넉넉하게 드릴 테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다급함이 묻어있는 건물주의 계속되는 부탁에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친구와 둘이서 상의를 한지 약 5분여....

우리는 돈을 벌고 트라우마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철수하고 무(無)로 돌릴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었다.

하지만 나와 친구의 공통된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앞으로도 사업을 유지할 경우 분명히 이런 현장을 또 마주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하여 자기최면을 걸었고 이후 건물주의 의뢰를 수락하였다.

 

70대 독거노인의 고독사현장

고인이 사망 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발견되어 방안에 시취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곰팡이가 핀 벽지와 지하의 특성으로 인한 퀴퀴한 냄새가 날뿐이었다.

집안은 고인이 밖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인하여 오염 상태가 심각한 상태로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방안의 물건들을 정리할때 마다 튀어나오는 바퀴벌레와 그리마들은 벽 틈새와 쥐구멍을 향해 '샤사삭' 거리며 도망쳤다.

벽이 합판과 스티로폼 단열재로 구성되어 있어 한쪽 구석에 쥐구멍이 뚫려있었으며 쥐구멍 근처에는

쥐가 파놓은 스티로폼 부스러기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지는 힘없이 뜯어졌으며 함께 붙어있던 바퀴벌레 알들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의 작업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화장실만 남은 상황

건물주가 사온 백열전구를 끼우고 불을 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는데 

이때만큼은 진짜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순간이었다.

 

"하아...."

"괜히 한다 그랬나?"

"옷 갈아입자."

 

우리는 보호복, 보안경, 방독면, 장갑, 장화를 착용

특히 장갑은 위생장갑, 니트릴장갑, 화학용장갑 총 3중으로 착용한 후 화장실에 진입하였다.

 

맨 처음에는 분뇨가 바가지로 잘 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골판지 때문에 바가지로 분뇨를 퍼내기가 애매했으며 힘으로 퍼냈다가는 분뇨가 변기 밖으로 튀어나올 상황이었다.

 

"아씨. 안되겠네."

"이거 종이는 따로 빼야 될 것 같은데."

"근처 마트 가서 주방용 집게 좀 사다 줘."

"철로되고 뾰족한 톱니가 있는 것으로 사와야 된다."

 

나는 골판지를 따로 집어서 빼내야 된다는 판단을 하였고 친구는 급하게 마트에 가서 주방용 집게를 사 왔다.

우리는 다시 재정비 후 화장실에 진입하였다.



"후우...."

"시작한다."

 

나는 큰 심호흡과 함께 집게와 바가지를 사용하여 분뇨를 제거하였다.

먼저 튀어나온 골판지를 집어서 제거한 후 바가지로 분뇨를 조금씩 조금씩 퍼낸 뒤 다시 밑에서 튀어나온 

골판지를 집어서 제거하는 식으로 작업을 반복하였다.

작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복과 장갑에 묻는 분뇨의 범위가 넓어져갔다.

바가지로 더 이상 퍼낼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하~"

"미치겠네~"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

 

"뭐 어떻게 하기는 인마!!"

"그냥 손으로 퍼!!"

"푸하하하하"

"어디 한번 ♥ 돼봐라!!"

 

친구는 앞뒤 생각 안 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서인지 재촉을 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지가 하는거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 보소."

"크크크크크"

 

이미 반쯤 놓아버린 정신줄에 나도 욕과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이것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매개체였다.

 

변기에 남아있는 잔여물들을 손으로 긁어내고 퍼내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질 때마다 '찌걱찌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기분과 입은 더러워져갔다.

 

"아.... 이런 ♥♥ 진짜...."

"돌아버리겠네."

"으흐흐흐흐"

 

"♥♥♥아 닥치고 빨리 하기나 해."

"얼마 안 남았어."

 

변기의 상황이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본 친구는 더욱더 닦달하기 시작했다.



"1층 올라가서 호스 연결 좀 해줘."

"나머지는 물 붓고 뚫어보게."

 

변기의 잔여물들을 대부분 제거한 후 1층에서 연결한 호스로 변기에 물을 공급하면서 뚫어뻥으로 조심스럽게 변기를 뚫어보았다.

 

"으~ 제발~"

"튀지마라. 튀지마라. 튀지마라. 튀지마라."

 

뚫는 작업을 계속 반복하자 변기 안는 '푸걱푸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으아아~~~~"

"야!! 야!! 야!! 야!! 야!!"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오~"

"진짜네?"



"응!!"

"와~ 생각보다 무난하게 뚫렸네."

"다행이다."

"변기 내부 청소까지는 내가 할게."

"나머지 변기 주변하고 바닥은 니가 해."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마."

 

변기 내부에 비하면 변기 주변과 바닥은 아무렇지도 않는 난이도일 뿐

친구가 별 무리 없이 청소를 진행하는 사이 나는 작업복들을 탈의한 후 장비를 정리하였다.

 

작업 마무리 후 우리는 건물주를 불렀지만 건물주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았다.

건물주는 이 방을 앞으로 창고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철수를 위하여 우리는 차량에 탑승하였으며 나는 시동을 켜기 전 친구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크크크크크"

"너. 이런 현장 또 들어오면 할래?"

 

"몰라. 이 새끼야."

"말시키지마."

3.jpg

 

반지하와 3층

 

 

 


"네. 여보세요?"

 

"예. 인터넷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품정리 좀 하려고 합니다."

"내일 오전에 바로 작업 가능 한 가요?"

 

"네. 가능합니다."

 

"그러면 내일 오전 7시 30분 전까지 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 출근을 해야 되서요."

 

"음.... 지역이 어디세요?"

 

"여기 은평구 OO동 입니다."

"사장님 회사하고 가깝습니다."

 

"아. 바로 옆 동네시네요?"

 

"예. 그래서 연락드린 거예요."

"가까워서요."

"그럼 주소 불러드릴게요."

 

"잠시만요...."

"네. 불러주세요."

 

"서울시 은평구 OO동 OO-OO 입니다."

"다 적으셨죠?"

 

"네. 다 적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일단 현장 상황이 어떤지 대략적인 설명이라도 들어야 견적 책정이 가능할 텐데...."

"이렇게 그냥 무턱대고 갔다가 견적이 안 맞아서 철수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아. 지금은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냄새 때문에 빨리 치워야 되는 문제라서요."

"사장님 회사 홈페이지 쭉 훑어보고 연락드린 거니 오셔서 한번 보시고 견적만 큰 차이 없으면 바로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부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떨림 없이 거침없이 말하는 40대로 보이는 목소리의 남자

그의 목소리에서 울먹이거나 슬퍼하는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의뢰인들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이혼가정이나 편부모 가정의 환경에서 자라온 자녀일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이번 의뢰인의 반응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날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차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야. 몇 분 남았냐?"

 

"음.... 15분 정도 남았는데?"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

 

담뱃불을 붙이고 조수석 창문을 내리던 친구는 순간 움찔거리며 말했다.

 

"야.... 냄새난다...."

"여기까지 냄새나는 걸로 봐서는 심각하겠는데?"

 

"아. 그래?"

"내가 한번 보고 올까?"

 

나는 차량에서 내린 후 냄새의 근원지를 추적하였다.

빌라에 한걸음 한걸음 접근할수록 냄새는 점점 더 강렬해져갔다.

빌라 입구 쪽보다는 뒤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뒤쪽으로 가보니 B02가 적혀있는 반지하의 현관문이 보였다.

현관문의 틈새에서 악취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지었기에 고독사 현장인 것을 확신하였고 좀 더 확인해 보고자 창문 쪽으로 갔다.

방범창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창문을 조금씩 열자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으며 "웅웅웅"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파리들이 보였다.

 

"으아~"

 

외마디의 감탄사를 남긴 후 차량으로 돌아가자 담배를 다 피운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어때?"

 

"글쎄."

"심각할 것 같은데?"

"일단 유가족한테 전화해볼게."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나는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품정리업체입니다."

"저희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예. 아까 차 소리 들었어요."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ㅇ..ㅓ..ㅅ..ㄴ..ㅔ??"

 

나는 유가족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질문하려는 찰나 유가족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친구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뭐지?"

 

"왜?"

"뭐라는데?"

 

"아니. 우리 온 거 알고 있는데?"

"바로 내려오겠다는데 이게 무슨 말이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빌라 3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중년 남성이 나오더니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순간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같이 인사를 하였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

 

그가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 나의 머리는 복잡해져갔다.

 

'뭐지?'

'어제 통화할 때의 반응을 봐서는 아버지하고 서로 연락을 두절하고 살아온 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왜 아버지하고 같은 건물에 살지?'

'아니. 같은 건물에 사는데 아버지가 고독사를?'

'저 사람은 친아들이 아닌가?'



내가 잡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남성은 계단을 전부 내려왔고 나는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명함을 건네주며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네. 명함 여기 있습니다."

"스위퍼스 유품정리업체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일단 한번 보셔야죠?"

"열쇠 여기 있습니다."

 

"네. 일단 한번 보고 오겠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유가족

나는 열쇠를 받고 친구와 함께 현장에 진입하였다.

여름인지라 바닥과 구석에는 구더기와 번데기가 바글바글 가득 차있었다.

방안을 확인하려고 한걸음 한걸음 전진할 때마다 '투둑', '툭', '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더기와 번데기들이 터져나갔다.

큰 방을 확인하자 시신의 혈액, 부패액, 분비물을 흡수한 침구류가 보였다.

흰색의 침구류는 갈색으로 변해있는 상태였다.

오염된 상태와 구더기, 번데기를 보니 고인은 사망 후 약 2주일 정도 방치된 후 발견이 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바닥 괜찮으려나?"

 

"음...."

"괜찮을 것 같은데."

"비켜봐."

"이불 들춰보게."

 

나는 바닥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이불을 들추어 보았다.

이불 밑에는 군집을 이루고 있는 수백 마리의 구더기 무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으~"

 

"아우~ 구더기 더럽게 많네."

"일단 바닥에 스며들어 간 것 같지는 않다."

 

"그러게."

"그나마 다행이네."

 

현장마다 다르지만 시신에서 흘러나온 혈액, 부패액이 장판을 지나 콘크리트 바닥 속까지 스며드는 경우가 있고 

스며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혈액, 부패액이 콘크리트 바닥 속까지 스며든다면 이는 작업시간의 연장 및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는 중요한 부분♥♥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사망한 위치의 오염 상태, 구더기의 유무, 정리할 물건의 양, 벽지 상태, 장판의 종류 등 집안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밖으로 나가기 전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야. 잠깐만...."

"아니 근데 저 사람 친아들 맞아?"

 

"왜?"

 

"왜라니?"

"부모랑 같은 건물에 사는데 이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는데?"

"이상하지 않아?"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자나?"

 

"아씨. 그딴 걸 왜 신경 쓰냐~ 우리랑 뭔 상관이라고~"

"빨리 나가자고!!"

"냄새나니까!!"

 

"하아~"

"진짜 관심 없는 새끼 진짜...."

"궁금하지도 않나...."

"됐다."

"나가자."

 

사실 나와 친구는 일을 하면서 사적인 감정을 집어넣거나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번 현장이 워낙 특이한 상황이라 궁금증이 유발되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밖으로 나가자 유가족은 나를 보더니 말을 꺼냈다.

 

"어떤가요?"

 

"네. 일단 견적은 OOO만원 정도로 예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냄새가 심해서 벽지는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전체적인 작업 내용은 어제 저희 업체 홈페이지 살펴보셨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렇게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업은 내일 오후까지 해야 되고요."

 

"뭐. 그 정도 금액은 예상했고...."

"바로 진행해 주세요."

"집안에 있는 물건들은 뭐 판매를 하시던 버리시던 마음대로 하셔도 되고요."

"유일하게 찾아야 될게 무엇이냐면 서류거든요?"

 

"서류요?"

 

"예."

"이 건물이 현재 아버지 명의로 되어있어서요."

"일단 일하시면서 나오는 서류 종이들은 하나도 버리지 말고 찾아놔 주세요."

"나머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장님 마음대로 처리하셔도 되고요."

 

"음...."

"지금 말씀하신 것 이외에도 저희가 기본적으로 찾아드리는 게 현금, 귀금속, 통장, 도장, 계약서, 보험증서, 

기타 중요 서류 같은 재산적 가치품을 찾아 드리고 이외에도 사진, 편지, 다이어리 같은 정서적인 유품들을 찾아드...."

 

유가족은 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현금 같은 건 아마 집안에 없을 거예요."

"통장, 도장도 찾아 놓으시면 되고...."

"다이어리도 뭔가 적혀 있을지 모르니까 그것도 찾아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진 같은 건...."

 

"사진은 뭐...."

"있으면 찾아놔 주세요."

"하여간 글이 적혀있는 서류만 확실하게 챙겨주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것들 전부 찾아 놓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그럼 저희는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유가족과의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장비를 현장에 옮기고 유품정리를 시작하였다.

먼저 보호장구를 전부 착용한 후 고인이 사망한 위치의 오염된 부분 및 구더기, 번데기들을 제거하였다.

이후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였고 정리할 때마다 나오는 각종 서류들은  한 곳에 모아두었다.

 

정리한 물건들을 밖으로 반출하자 이웃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옆 빌라의 이웃 할머니는 밖으로 나와 우리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거기 내가 아는 할아버지 집인데?"

"뭐 하는 거예유?"

 

"네. 여기 할아버지가 아프셔서요~"

"요양병원에 들어가셨어요~"

"그래서 집안에 있는 물건들 전부 빼는 거예요~."

 

"아. 그래유?"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더니 병원 간 거예유?"

 

"네~ 네~"

 

만약 이웃 주민들이 고인이 사망한 사실을 모를 경우 우리는 상대방에게 이런 거짓말을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굳이 이웃 주민들에게 고인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전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사생활 보호, 비밀유지, 소문, 집값 문제, 작업시간 등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기에 되도록이면 

이웃 주민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나는 할머니와의 짧은 대화를 뒤로한 채 일에만 몰두하였다.

이후 할머니는 우리를 몇 분 동안 지켜보다가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걸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더운 탓에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횟수가 많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중 한 아주머니가 오더니 말을 걸었다.

 

"아저씨들."

"할아버지 집 치우시러 온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나 여기 1층 사는 사람인데!!"

"아니.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 집에서 계속 냄새가 나가지고 내가 그 집 아들한테 말을 했어요!!"

"아버지 집에서 냄새가 나니까 한번 확인해 보라고!!"

"뭐 말만 잘하지 알았다고 말해놓고서 한 번도 안 가는 거야!!"

"그리고서 이 사달이 났다니까!!!!"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격양된 목소리로 우리에게 하소연을 풀기 시작하였다.

 

"아.... 예...."

 

"그래서 내가 남편 보고 말을 했어요!!"

"밑에 할아버지 집에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가서 확인 좀 해보라고!!"

"남편이 가보니까 창문에 시커먼 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처음 맡아보는 아주 썩은 냄새가 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남편이 '아 이거 심상치 않다.'라고 생각해서 바로 신고했다니까!!!!"

 

아주머니는 큰 한숨과 함께 한숨을 고르더니 다시 불이 붙었다.

 

"할아버지는 제일 안 좋은 곳에서 살면서 지네들은 제일 좋은 곳에서 살고!!"

"아니!! 이게 무슨 자식새끼냐고!!"

"어떻게 같은 건물에 같이 살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는 처음 봤다니까!!!!!!"

 

아주머니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영혼의 심부를 짜내는 듯한 울분을 토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근데 3층에 사시는 분이 친아들 맞나요?"

 

"그럼요!!"

"친아들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친아들이라는 말에 나도 마음속으로 놀라기는 했다.

지금까지 고독사한 부모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봐왔었는데 같은 건물에 사는 

부모가 고독사한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나 싶다.

 

"저희 이제 일 빨리 시작해야 돼서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주머니의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아 우리는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자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현장으로 향하였다.

 

이후에도 아주머니는 우리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에 대한 동정과 함께 아들을 맹비난하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최대한 짧은 답변으로 아주머니와의 자리를 피했다.

 

다음날 저녁 모든 작업을 완료한 후 우리는 유가족을 기다렸고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유가족이 도착하였다.

 

"서류 전부 찾아놨나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보고 말하는 유가족의 첫마디였다.

 

"네. 전부 찾아 놨습니다."

"일단 현장 들어가셔서 한번 확인하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알아서 잘 해주셨겠죠."

"서류는 어디에 있나요?"

 

"집안에 있습니다."

 

"여기로 가져와주시겠어요?"

 

나는 찾아놓은 서류뭉치들과 통장, 도장, 사진을 유가족에게 가져다주었다.

 

"킁. 킁."

"아.... 종이에도 냄새가 이렇게 배기네...."

 

유가족은 서류를 몇 장 훑어보더니 냄새 때문인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거 옥상에 놔두면 냄새 좀 빠지겠죠?"

 

"네."

"냄새는 빠집니다."

 

"그럼 나중에 봐야겠네요."

"이것들 좀 옥상 계단에다가 놔주시겠어요?"

 

"아.... 네."

 

친구가 서류뭉치들을 옥상에 옮기는 동안 나는 유가족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열쇠를 건네주고 대금을 전달받았다.

 

"여러모로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차량에 탑승 후 철수하였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변에 진입한 후 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너.... 나중에 나이 먹고 이런 일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몰라~"

"결혼 안 할 거야~"

"그냥 혼자 살다 고독사할란다~"

 

 

 

 

 


- 출처 -

스위퍼스 유품정리 특수청소 전문업체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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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자살현장 특수청소 2 (by 햄찌녀) 철 지난 물귀신 이야기 (by 클라우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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