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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 할머니 이야기

클라우드92020.01.10 13:30조회 수 1849따봉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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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 할머니 이야기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의 곁을 떠나 나와 같이 살던 누나는 외국으로 떠났다. 

 

외국인인 매형의 비자와 결혼문제 때문에 간다고 했다. 내가 얹혀살았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이겠다. 

 

누나는 새엄마의 구박을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며 진즉 혼자 독립을 해서 원룸을 구해 살고 있었고 

 

내가 열여덟이 되던 때 새엄마가 내 가방에서 담배를 발견하고 어릴 적 친엄마를 생각하며 써놓은 편지를 몰래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그날...

 

여긴 감시받는 교도소지 집이 아니라며 뛰쳐나와 누나 집으로 도망을 갔는데 아버지는 다음날 누나 집으로 찾아와 내게 말씀 하셨다. 

 

 

“차라리 그냥 누나 집에서 지내라... 가뜩이나 여자애 혼자 있는 집이라 걱정도 되고 하니까 그냥 너도 여기서 지내.”

 

 

얼마 지나지 않아 투룸으로 이사를 했고, 나는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면서 그 집은 계약을 끝내고 나는 이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는데 집에서 지원을 해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스무 살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하지 한참 고민하던 찰나, 

 

집 바로 맞은편에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에 늘 곁눈질로만 보고 그냥 지나쳤던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급 시설 고시텔 월 10만원. 식사, 김치 제공’

 

 

나는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월 10만원에 식사까지 제공을 해준다니... 완전 하숙집인데?’ 

 

그리곤 곧장 종이에 붙어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고, 고시텔 원장은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안 그래도 딱 좋은 방이 하나 남아있다고 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에 잠잘 곳도 없는데 찬밥 가릴 신세 겠냐 하며 단걸음에 고시텔로 찾아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고시텔 건물 자체도 굉장히 우중충 한데다가... 고시텔 내부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온갖 냄새가 나면서 부엌이라고 보여준 곳을 들어가자 

 

청소를 얼마나 안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벽지의 곰팡이와, 지저분한 가스레인지가 눈에 띄었다. 

 

참 특이한 건 그래도 방은... 정말 깨끗했다는 것이다. 

 

창문은 없지만 그래도 냄새도 안 나고 상당히 깨끗했기에 이 돈으로 또 어딜 가서 구하겠냐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그런데 문득 원장이 내게 말했다.

 

 

“아.. 저기 그런데... 바로 옆방에 할머니 한 분이 사셔요. 좀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학생이 이해해줘요...”

 

 

공부하자고 들어온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 예.. 뭐 괜찮습니다.”

 

 

그날 내 짐을 모두 옮기고 낯선 방에서의 밤이 시작됐다. 

 

그런데 원장 말대로 진짜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통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떠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알 순 없었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큰 소리는 아니었기에 내 짐을 정리하는데 몰두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원장인가 싶어 “네” 하고 뒤로 돌아 문을 열었지만 바깥에는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아이구 오늘 들어오셨어요?”

 

 “아 예... 안녕하세요."

 

 

그분은 인상이 참 선해보였다. 

 

한겨울인데도 고작 내복에 털조끼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손에는 무엇을 그리 바리바리 들고 계신건지... 

 

한참을 내게 고시원 얘기를 해주시다가 대뜸 손에 들고 계신 그것들을 내게 주셨다.

 

 

“밥도 못 먹었을 건데 이거 먹어요.. 젊을 때 많이 먹어 둬야 해요.

 

나 같은 늙은이는 뭐 이제 곧 죽을 거라 안 먹어도 괜찮애~ 허허허”

 

 

하시며 귤 한 봉지와, 고추장찌개 그리고 파전을 주셨다. 

 

애써 괜찮다며 할머님 드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양하지 말고 받아달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잘 먹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이내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할머니는 꾸준히 내 방문을 톡톡 두드리시면서 춥지 않냐며 붕어빵과 여러 과일들을 나눠주곤 하셨는데

 

하루는 알바를 하고 방에 돌아와 잠깐 누워 있을 때였다. 

 

오늘은 할머니께서 조용하시네.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문득 소리가 들렸다. 

 

 

불도 안 켜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옆방의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처음엔 조금씩 훌쩍이시더니 이내 눈물을 쏟으시며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대충 엄마, 데리러 와주지 않겠냐. 라는 말이 오가는 것을 보면 자제분이 계신가? 하고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어머니 혼자 어떻게 이런 곳에 모셔 놓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만 봐오던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구나. 하며 씁쓸한 마음에 담배를 하나 물고 밖으로 나가자 그곳엔 고시텔 원장도 앉아있었다. 

 

우린 서로 인사를 하며 원장 앞 의자에 털썩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문득 원장이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리며 내게 물었다. 

 

 

“옆방 할머니 좀 많이 시끄럽지?”

 

“신경 쓰일 정도로 시끄럽진 않아요. 그냥 통화 하시는 거 같던데..”

 

 

그러자 원장은 고시텔 입구를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의자를 내 쪽으로 끌어와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사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며느리가 집에서 늙은이 냄새난다고 싫다고 요양원에 보내자 그랬대. 

 

근데 요양원이 한두 푼 들어? 아들이 글쎄 조용한데 가서 살라고 여기다 보내놨대...”

 

 

 “저런... 찾아오긴 해요?”

 

 

 “저 할머니가 여기서 4년 살았거든? 근데 딱 한번 봤어. 

 

뭐 사들고 오지도 않고 그냥 돈 몇 만원 주고 바로 가더라니까? 내가 참견할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하잖아 안 그래?”

 

 

 “그럼 밤마다 그 아들분이랑 통화하시나 봐요?”

 

 

조심스레 꺼내보았다. 무슨 대화를 하길래 그리 서럽게 우시는 건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어~ 참 불쌍한 사람이야... 

 

할머니는 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데리러 와주지 않겠냐. 엄마가 그렇게 밉냐... 그러고 있지 

 

아들은 며느리한테 잡혀 사는지 절대로 안 된다 그러더래..."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인데...” 

 

 

그러다가 이내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우린 대화를 마쳤다. 

 

할머니께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어쩌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랑 대화도 하고 먹을 것을 나눠주면서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달래고자 하셨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장한테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옆방에서 할머니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또 아들이랑 통화하셨구나.’ 하는 예감이 들곤 했다. 

 

그렇다고 방에 찾아가는 건 좀 아닌 거 같고... 대화 상대라도 되어드릴까 했지만 주제 넘는 행동 같았다. 

 

하지만 나도 결국 사람인지라... 할머니의 그런 마음도 알고 고생하시는 것도 충분히 알지만 

 

내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 되어 나를 그렇게도 챙겨주시는 할머니께 무엇 하나 도와드린 것이 없었다. 

 

아니 도와드릴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꼬박 일해서 얼추 2백 이라는 돈을 모아서 이제 원룸으로라도 갈 수 있구나. 드디어 고시원을 탈출하는구나 하던 그때... 

 

고시원에 들어온 지 딱 2년이 지나가던 그해... 할머니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계단을 힘겹게 내려오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달려가 할머니의 짐을 들어서 1층에 옮겨드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유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요?”

 

 “안 도와줘도 되는데.. 고마워요...”

 

 

그리고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할머니께 물었다. 

 

 

“근데 어디 가세요?”

 

 “아... 그냥 이제 고시원 나가려구요... 아참, 나 학생 줄려고 챙겨 둔 거 있는데...”

 

 

라고 하시면서 작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신 채 한참을 뒤적거리시더니 이내 꺼내 보이신 건 네잎클로버가 들어있는 열쇠고리였다. 

 

 

“좋은 거 못해줘서 어떡하나... 네잎 크로바에요. 

 

내가 직접 만든 건데 나 항상 도와줬잖아요. 고마워서 주는 거예요. 작별인사도 할겸... 가져가요!”

 

 

뭔가 모를 서운한 마음이 일었다. 

 

고시텔 복도나 바깥에서 나를 마주치면 언제나 존대를 해주시면서 

 

항상 뭘 하나 더 못 챙겨주셔서 안달이신 분이 고시텔을 떠난다니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그저 내가 끼고 있던 장갑과 목도리를 드리는 것 뿐... 처음으로 할머니께 무언가 해드렸다.

 

 

“날씨 아직 많이 추워요... 이건 저한테 항상 음식이랑 먹을 거 주셨으니까 보답으로 드릴게요. 버리지 말고 꼭 하세요.”

 

 

절대 사양하실 줄만 알았던 할머니께선 이제 마지막이라 그런 건지 내 앞에서 장갑과 목도리를 휙 두르시고

 

세상 밝은 얼굴을 하시며 “고마워요.” 한마디 하시고 이내 짐을 바리바리 챙겨 길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의 뒷모습은 어쩜 그리도 처량한지... 

 

괜한 마음에 눈물이 날것 같아 고시텔로 올라오자 원장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원장은 새삼 놀라며 물었다.

 

 

“어어~! 이제 와?”

 

 “네.. 저 오다가 옆방 할머니 마주쳤는데 이제 아드님 댁으로 가시나 봐요?”

 

 

그러자 원장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담배를 하나 꺼내물더니 내게 말했다.

 

 

“아휴... 내 아들이었어 봐 아주 그냥..”

 

 “왜요? 또 왔었어요?”

 

 “아니... 오늘이 방세 내는 날이잖어. 할머니랑 학생만 안 보냈더라고.”

 

 “아.. 맞다...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건 그렇고... 할머니 방세는 매달 아들이 보내온단 말야... 근데 지금 세 달째 돈을 안 보낸 거야. 

 

할머니도 그걸 아니까 오늘 아들한테 전화를 했더니 며느리가 대신 받아서 뭐 지들도 힘들다니 뭐라니... 그랬다잖아... 

 

아니 그럴거면 그냥 있게라도 해주든가?"

 

 

원장은 주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잖아... 내가 올 겨울까지만 이라도 돈 안받고 계시게 해드릴테니까 그냥 두시라고. 그랬더니? 됐대요 또?! 그냥 내보내래."

 

 "아들이 그래요?"

 

 "아니 며느리가!"

 

 

원장은 손해를 보면서도 할머니를 조금이나마 챙겨드리고 싶었지만 결국 못된 아들내외 덕에 그 조차 날아가버렸다. 

 

그 일이 있고 딱... 3개월 후, 그 할머니 아들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자기 엄마 여기 있냐고... 연락이 안 된다며.. 아직 여기 계시냐고. 

 

 

그 사람은 고시텔 앞에서 계속 전화기만 붙든 채 자기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제발 좀 찾아주면 안되겠냐며 어린 아이처럼 울어대기 바빴다. 

 

원장은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 내가 함부로는 말 안할게요. 그러지 말았어야죠 다 늙은 노인네가 여기서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올 겨울이라도 내가 여기서 지내게 해드리겠다니까 본인들이 내보내라고 할땐 언제고 이제와서 찾아달라는거에요? 가세요. 

 

본인들이 일을 이렇게 만든거고, 어머니 연락 안되서 미치겠는 그 감정도 당신들 몫이니까 엄한데 와서 찾지말고 가세요."

 

 

 

그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엎드려 울다가 가버렸다... 

 

이후로 나도 고시텔을 나오고, 이제는 그 고시텔도 문을 닫았다. 

 

과연 아들은 할머니를 찾았을까.

 

날씨가 슬슬 추워지려고 하니까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써본다.

 

 

 

출처 : 웃대 ...   팬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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