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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막차 버스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7.07.19 13:55조회 수 148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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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 2학년 때 일입니다.

 

96년 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천에 사는 저는 학교가 수원에 있어서 전철을 타거나, 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학교를 왕복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지고 없지만 인천 용현동의 구 터미널이 집과 도보로 15분 거리였기에 버스를 타고 전철역까지 가서 국철을 타고 서울까지 가서 다시 1호선으로 수원까지 가야하는 총 한번 가는데 3시간 정도 걸리는 긴 전철 구간보다는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면 가는 직행버스가 비싸도 점점 애용 빈도가 잦아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늦었습니다.

전공 작업 때문에 늘 막차를 타고 돌아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벼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쌀쌀한 밤이었습니다.

그날도 막차를 타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창문에 기대어 자고 있는데, "끼이이이이이익! 쾅!" 하는 큰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버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제각기 너무 잘 자고 있는 고요한 버스 안에서 저는 잠결에 들은 그 소리가 너무 선명하여 한동안 놀란 심장을 달래야했습니다.


마치 저만 들은 거 같은 이질감에 다음날 신문과 뉴스를 기다려 봤지만 도로에서의 사고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역시 음산하게 비가 오는 밤이었습니다.

같은 시간 막차에 인천으로 가고 있는데, 잠깐 꾸벅꾸벅 졸았을까…….


"끼이이이이이익! 쾅!"


굉장히 큰 소리여서 "으앗!" 이라는 비명까지 질렀지만

버스와 거리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 뒤 비가 오는 밤의 막차에 타면

어김없이 그 굉음에 잠에서 깼습니다.

여러 차례 반복되자 저는 소리가 나는 지점이 항상 같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소름이 돋아서 비오는 날은

전철을 타고 갈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한동안 좋은 날씨가 계속 되다, 예고치 못한 비를 만났습니다.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기에 저는 당연히 직행버스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막차로 말이죠.


버스를 타면 버스 진동이라는 것이 참 자장가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피곤했지만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가슴이 조마조마한 예감에 말이죠.


그렇게 한참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쾅" 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끼이이이이이익- 쾅!"


소리와 동시에 저는 고개를 번쩍 들어 창밖을 봤습니다.

전과 같은 자리가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에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봤습니다.


<사고다발지역>


눈앞에 <사고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고 다발지역? 여기가? 하고 놀라하는데,

갑자기 앞좌석의 남자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마구 살폈습니다.


"뭐, 뭐야. 사고난거야?"

저만 들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남자는 자기 외에 들은 사람이 없는 거 같아 당황했습니다.

그 모습은 제가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저보다는 용감했는지 사람들에게 사고 소리 들었냐, 소리 엄청 크던데 정말 대형사고 난거냐며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그것에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전 용기를 내서 그 남자에게 나도 들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고 모두들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앞에 앉았던 그 남자가 자연스럽게 제 앞에 서게 되었는데

버스 기사아저씨가 뒤늦게 내리는 그 남자를 손짓으로 잡고는 이러는 겁니다.


"아까 승객들이 불안해 할까봐 말 안했는데, 그 자리에서 사고 소리 듣는 사람들이 종종 있죠. 꼭 그 자리에서 소리를 듣고 놀라더라고."


역시 저 혼자 들은 환청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비오는 날 저녁 인천행 버스 막차 승객들 중 잠결에 그 소리를 듣고 놀라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사고 다발 지역을 지날때마다.


제가 들은 그 소리는 분명 운전자나 그 차의 탑승자는 사망했을 정도로 굉장히 큰 굉음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그 곳에서 정말 그만큼 큰 사고가 났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운전사아저씨 말씀대로 저와 제 앞좌석의 남자는 그 소리를 동시에 들었고 저는 그 자리에서 그것도 비오는 날 막차를 타면 어김없이 그 굉음을 들었습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저는 여전히 그 엄청난 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찾아오던 오싹한 공포도.


어쩌면 사고가 난 차는 아직도 비오는 날마다 사고를 되풀이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단지 우리에겐 소리만 들릴 뿐.


 

기묘한 일을 겪었지만 저는 직행버스를 계속 이용했습니다.
직행버스가 편하거니와 굉음을 듣는다고 저한테 해가 되는 일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오진 않았지만 비가 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우중충한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수원역 직행버스 터미널에서 책을 읽으며 인천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 도착한 버스에 책에서 고개를 들어 버스를 훑어보았습니다.
어라, 제가 늘 즐겨 앉는 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자리를 뺏겨서 아쉬워하며 버스에 올라탔는데
버스에 오르고 보니 아까 봤던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겼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자는 저와 (제 뒤에서 바로 타신) 어느 아주머니뿐.
아무리 살펴봐도 그 여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착각했구나. 저는 곧 여자에 대해 잊어버렸고
무사히(?) 버스는 종점인 인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종점에 도착하여 버스를 내리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았던 자리를 뒤돌아보다가
그만 당혹감에 헛바람을 들이켰습니다.

아까 버스 타기 전에 봤던 여자가 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자는 저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짓고 있었는데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

그 후 인천행 직행버스를 절대로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출처-잠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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