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발자국 소리
title: 골드50개우리놀아요:0/ 2017.10.12 조회 549 댓글 0 추천 0





저는 수면 장애가 있는 편입니다.

꿈은 거의 매일 꾸는 편이고, 깊은 잠이 드는 새벽녘(주로 새벽 5시 이후)이 아니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이러니 잠자리가 바뀌는 날에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제가 그 발자국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중학교 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날은 마침 방학이었고 그때부터 불면증 끼가 있었던 저는 그날도 역시나 책을 읽으며 혼자 밤을 지새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먼 곳 어딘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의 것이 아닌…….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열을 맞춰 가는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요.
고요한 새벽에 들리는 것은 먼 곳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뿐이었습니다.

사람소리는 전혀 나지 않고 조금 빠르게 걷는 듯, 일정한 간격으로 저벅저벅 거리는 발자국 소리만 한참을 들리다가 사라지더군요.

그때가 벌써 15년 전이니 데모도 많았고 이런 저런 일들도 많았던 때라 군인이나 전경들이라도 이동을 하나?? 이러고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었지요.

당시 집은 성북구 장위동의 큰길가에서 두 블록 정도 들어간 주택가였습니다. 가까이 대학이 3군데나 있었고, 데모 등으로 초등학교 때는 인접한 대학교에서 경찰들이 최루탄을 터트리는 바람에 단축수업을 하고 집에 들어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마음에도 경찰이나 군인들이 한밤중에 이동을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도 잠이 들지 못해 새벽까지 깨어 있는 날이면 아주 가끔 잊을 만하면 그 발자국 소리를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하는 저벅거리는 발자국 소리. 꼭 TV나 영화의 효과음 같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 사람들이 지나간다면 하다못해 사람소리나 다른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오직 들리는 건 발자국 소리뿐이라니요.

그때는 그렇게 가끔 그 발자국 소리를 들어도 이상한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별거 아닌 그냥 그런 일이려니 했지요. 

그런데 몇 년 후,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친구네 집엘 놀러갔다 잠을 자게 되었는데, 역시나 잠자리가 바뀌어 잠을 못자고 또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에 어디선가 또 들리는 겁니다.
발자국 소리가…….

친구네 집은 상계동에 있는 아파트 11층이었습니다.

집에서 잠 못 드는 밤이면 꼭 듣곤 했던 그 소리가 친구네 집에서도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친구네 집 거실에서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고 얻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발자국 소리는 먼 곳에서 점차 가깝게 들리다가 또 사라지더군요.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제 옆으로 지나갔다가 사라진 것처럼요.

바로 옆으로 지나간 것처럼 생생한 소리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 동네에서도 이런 다수의 사람들이 이동을 하나? 아니 이런 소리가 왜 바로 옆에 지나가는 것처럼 생생히 들리지?

다음날 친구에게도 물어봤지만, 코까지 골며 자던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더군요.

그 소리들은 대학교 다닐 때도 종종 들리다가 요새는 들리지 않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잘 일도 없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야근을 많이 하니 피곤해서 바로 쓰러져서 자는 날이 많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집에서도 새벽까지 깨어 있어도 그런 소리는 듣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때 들렸던 발자국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났던 걸까요.
한 밤중에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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