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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교도대 사형집행일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2017.11.09 04:20조회 수 3163추천 수 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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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판에서 중복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올립니다.

 

1. 몇 년 전 군대 관련 모 싸이트에 게재된 실화입니다.

2. 경험담을 소설 형식으로 각색한 글임을 감안하고 보세요.

3. 따라서 실제 사형집행 과정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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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사진  (본문과는 관계없음)


122224189549911.jpg

 

 

교도소를 아는가?

수많은 흉악한 범죄자들이 모여서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어두운 장소...

때로는 그 교도소에서 법의 이름으로 또다른 살인-사형-이 행해지고

처형된 죄인들의 시신은 처형이 되고 나서도 화장하기 전까지 가족의 손에 넘겨지지 않는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여년씩 사형을 언도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그 기약없는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에게 차라리 사형은 어쩌면 휴식일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면회를 오던 가족들은 어느날 갑자기 신문에 실린 처형된 사형자 명단을 보고서야

자신의 남편이, 아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음을 알게 된다.


사형이 결정되었다 해도 집행이 되기 전까지 모든 사형수는 미결로 간주된다.

따라서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사형언도를 뒤집을 만한 반대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언제든 그들은 무죄가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이런 절대적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사형에서 무기형으로 감형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약없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바랄 뿐이다.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되기 위해서 교도소내의 생활은 절대적이다. 관련 교도관들의 참고진술,

수형생활 중의 모범적인 생활이 전제가 되어야만 무기징역으로의 감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형수들... 죽음을 앞둔 그들이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무기징역으로의 감형을 바라고 있다면

그들의 수형생활은 겉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숭고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죽음의 문턱을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들의 마지막 몸짓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리 많은 사람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받고 자신의 삶을 기약받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형수들은 예정없는 그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지겹도록 자신의 남은 생을

정리하며 보내야 한다. 때로는 일년이 될 수도... 때로는 10년이 될 수도 있는 그 기약없는 시간 동안...

 


한 사형수의 아내를 알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매일 아침 5시면 면회를 신청하려고 줄을 서고

면회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면회를 하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그 아내는

어느날 내가 근무하던 저녁 9시 30분 2번 초 근무시간에 갑자기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정문의 초소로 달려온 그녀는 이내 쓰러질 듯이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남편이 오늘 사형집행되었다는 것이다.

확인을 해달라고... 뉴스에서 자신의 남편 이름이 나왔으니 꼭 확인을 해 달라고...

숙직 중인 명적과 직원에게 전화를 해보고서야 남편의 형집행이 그날 있었음을 알게 됐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함께 근무중이던 교도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아끼던 가족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더 아프게 하는 건

아끼던 가족을 잃은 사람의 몸부림이 아닐까?...

10년간 죽음을 앞둔 남편을 위해 매일 새벽잠을 줄이며,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기다려 왔건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우리 근무조는 다음번 근무조에게 근무지를 넘기고 내무반으로 돌아와야 했다.

쫄병이고, 고참이고 아무도 말없이.. 아무말 없이..

 

 

## 집행일 아침##


잔뜩 휘장을 달고 외정문 근무를 나섰다. 후번 근무로 오늘 아침 근무는 8시부터...

정복을 차려입지 못하고 전투복 차림으로 분주히 나섰던 선번근무자들보다 훨씬 여유있게 준비하고

기분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난 후번 근무를 더 선호한다.

막내가 반짝반짝하게 빛이 나는 금색 버클과 금방이라도 하얀 물이 떨어질 듯 눈부시게 흰 휘장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곳저곳 복장을 점검하고 근무에 나섰다.

아침부터 외정문이 분주하다. 게으른 직원들이 갑자기 물청소를 한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평소에 뜸한 소형 엠뷸런스가 분주히 드나든다.

이곳에서 근무한지도 벌써 2년이 다되어 간다. 보통의 평범한 날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앰뷸런스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첫번 근무를 마치고 막사에 돌아왔을 때 함께 다른 후번 근무조들도 속속 막사에 도착했다.

어느 정도 짬밥이 찬 고참들이 교도소내 분위기가 전과 다르다고 알려준다.

"교도소 안에서도 아침부터 청소한다고 난리예요..."

"왠지 뒤숭숭해요.. 근데 오늘 재소자들 식단은 제법 괜찮던데요?..."

둥글둥글하게 성격좋은 김일교가 부대내 배식보다 훨씬 좋았다며

재소자들과 함께 식사한 것을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했다.

"이거 뭐... 도둑놈들보다 못먹으니... 군발이 팔자야..."

함께 듣던 동기 심수교가 토씨 하나 안틀리고 언제나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근데 말이죠....."

"...."

"근데 사형장도 가끔 청소하나 보죠?"...

배식담당 김일교가 지나갈 때 사형장 문이 열려있었고,

일단의 재소자들이 분주히 드나들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오늘이 바로 그 "개 잡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 내에서도 내가 싫어하는 그 은어... "개 잡는 날"

교도관들은 왜 그런지 그런 은어를 더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누가 처형될지...

몸집좋은 5감시대 밑의 그 친구가 처형될지...

아니면 종교활동 열심히 하는 3감시대 밑의 그 아저씨가 될지...


이상하게도 사형수들은 독방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사형수들과 함께 사는 사방의 재소자들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출정근무 나갔다가 조기 복귀한 박상교가 전해주었다.

 


## 집행장....##


한 사람이 들어선다.

두 손은 앞으로 결박되어 있고 미결수용 하얀색 한복을 입고 있다.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다.

형장을 둘러본다. 뒤쪽으로 몇몇 교도관들이 서있고, 앞쪽으로 평소 제대로 보지도 못했던 교도소 부소장...

그리고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담당검사를 비롯해서 다섯명이 앉아 있다.

따라 들어온 교도관이 앞에 준비된 작은 나무 의자에 앉힌다.

"수번...#####. 성명은?"

".....아무개"

"생년월일?"

"19xx 년 모월 모시..."


검사가 사형수의 죄명을 언급하고 확인한다.

간혹 끝까지 자신의 죄를 부인하곤 하지만 수번 #####는 조용하게...

"네" 라고 답한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확인절차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검사가 묻는다.

"마지막으로 할 말 없습니까?"

수번 ##### 에게는 너무 짧은 생이였다. 주마등처럼 그 모든 기억들이 스쳐간다.

"어머니를 보고 싶습니다..."

"...."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검사가 말한다.

"사형 집행하겠습니다."

뒤에 서있던 교도관 한명이 앞으로 나선다. 손에는 검은 두건이 들려 있다.

천천히 사형수의 얼굴에 씌우고 나서 조금 높게 걸려 있는 고리모양의 매듭을 잡아당겨 목을 감는다.

최대한 편안히 집행이 끝나도록...

죽어서도 나를 죽인 놈들을 잊지 않겠다며 발악하던 사형수보다는

훨씬 간단하게 매듭을 정리하고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다.


"하나 둘 셋.."

번호가 끝남과 동시에 집행석에 앉은 다섯명의 집행관들이 버튼을 눌렀다.


쿵!

 

오직 한 개의 버튼만 사형수의 의자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다섯명의 집행관들은 어느 누구도 어떤 버튼이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공포탄을 쏘는 헌병들처럼...


굵은 동아줄과 함께 묶여있는 사형수의 몸은 의자가 놓여 있던 마루바닥 아래로 떨어진다.

사형수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한 줄기 굵은 동아줄만이 흔들거린다.

이내 격렬히 흔들거리던 동아줄의 움직임이 멈추고... 대기중인 교도관들이 아래로 내려간다.

동공을 확인하고 괄약근이 풀어져 배설한 사체를 사형장 지하를 통해 사형장 밖으로 이동한다.

사형장 밖에서는 아침부터 분주히 돌아다니던 앰뷸런스가 기다리고 있다.

장기기증 서약을 한 사형수들의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서다.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막내 이일교에게 앰뷸런스의 용도를 이야기해줬다.

적출한 장기들이 상하지 않도록 큰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들은 이일교의 눈빛이란....


그런식으로 그날 11명의 사형수들이 처형되었다.

 

 

## 그날 저녁##


땅거미가 내려온다.

저녁노을이 유난히 붉지만 분위기는 음산하다.

10년이 넘게 가족의 손 한 번 못잡아 보고 형장에서 사라져간 사형수들이 담장 하나 넘어 사형장에서...

그것도 11명이나 사라져 갔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쉽사리 화제거리로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막사 분위기는 그랬다.

막내도, 고참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저녁 오락프로에서는 쉴새없이 코미디언들이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엎어지고 넘어지고...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큰소리로 웃을 수 없었다.

 

야간 3번초 근무로 새벽 12시에서 2시까지 사형장 옆의 5감시대에서

혼자 보초를 서야 할 막내 이일교의 표정은 죽을 맛이다.

하기사... 근무교대하면 달랑 소총 한 자루 쥐어주고 밖으로 나가는 전임근무자는 문까지 잠궈 버리니...

거기다가 밖에는 오늘 하룻동안 처형된 11구의 사형수들 시체...

그것도 안구와 기타 주요장기가 적출당한 시신들이 누워 있는 11개의 나무관이 가지런히 놓여 있으니...

특히 5감시대는 감시대 지하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철제문이 굳게 닫혀 있다.

아무도 그 문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다만 떠도는 이야기로는 가장 가까운 사형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모를리 없는 막내의 표정이 안쓰럽다.

혼자, 그것도 모두 잠든 새벽 12시부터 2시까지 사형장 옆에서...

미처 화장하지 못한 한 많은 11구의 장기가 없는 시체...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감시대 지하의 굳게 닫힌 철문...


점호가 끝나고 간단한 회식이 있었다.

라면을 끓여 고참들한테 바치고 뒷정리를 어수룩하게 마친 이일교가 복장을 챙기고 내무반을 나선다.

바로 윗고참 김일교가 어깨를 다독인다...

"근무 잘서라.. 지적당하지 말고.."

 

 

## 근무중...이상... ##


복장을 챙기고 서둘러 상황실로 내려가 제일 먼저 기준을 잡고 열중쉬어 자세로 대기하고 있다.

속속 근무자들이 모이고 인원점검을 마친 근무조장이 당직하사인 박수교에게 근무보고를 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괜히 사고치거나 쓸데없는 소리하고 돌아다니지 말고, 근무 잘서라.."

평소 까불대기로 소문난 박수교지만 오늘은 왠지 조용하다.

어둠 속으로 일단의 근무병들이 쏟아져 나가고 대오를 지어 교도소 정문으로 들어선다.

달이 밝다.

이일교는 6감시대를 지나면서 큰소리로 경레를 하고 자신의 근무지 5감시대로 뛰어간다.

흙밭에는 재소자들이 창문 밖으로 던진 음식찌꺼기를 먹으면서 자란 팔뚝만한 쥐들이

느긋하게 달려가는 이일교를 바라본다. 평소 같으면 근처에 있는 돌을 힘껏 던져 맞추면서

쌓인 스트레스나 풀며 근무지로 가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아니다.

열쇠로 잠겨있는 5감시대의 철문을 열고 들어섰다.

언제나 그렇듯 기분나쁘게 지하로 뚫려 있는 어두운 5감시대의 회전계단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순식간에 계단을 달려올라 망루까지 올라왔다. 근무서던 이일교의 동기 병규는 전에 없이 반갑게 이일교를 맞이한다.


"졸라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저거 보이지?..."

"뭐?"

"저거 말야..."

병규가 가리킨 곳에 전에 없던 사람 높이만하게 흰천으로 둘러싸인 무언가가 보였다.

"오늘 집행된 사형수들이래..."

차라리 아무말이나 하지 말고 들어가지.. 근무 잘서라는 말만 남기고 순식간에 계단 밑으로 달려 내려간다.

"철컹"...


계단 아랫쪽에서 철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병규녀석이 달려가면서 큰돌을 집어던지는 것이 보인다.

달빛 아래로 돌맹이를 피해 달아나는 쥐떼가 보인다.


10여분이 흘렀나?..

저벅 저벅 소리를 내면서 전임 근무자들이 막사로 돌아간다.

"충성"

이제 앞으로 1시간 30분 동안은 아무도 이곳을 지나가지 않는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몰려온다.

사형장을 끼고 있는 옆의 4감시대 근무자도 비슷한 느낌인지 망루 밖으로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보인다.

사형수들의 관을 싸고 있는 허연 천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다행히 바람에 펄럭이진 않지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려던 찰라..

".....아아아~~......"


분명히 노래소리가 들린다. 머릿털이 쭈볏 선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실탄도 없는 빈총이지만 개머리판을 상박에 붙이고 신경을 곤두 세운다...

"... 아~......"

분명한 노래소리다. 들어본 적 없는 희미한 노래소리지만...

분명한 노래소리다.

그런데...그런데....그 소리가 지금 감시대 회전계단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다....

 

당황한 마음에 망루로 나섰다.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확인하려고 다시 망루 안으로 들어섰다...

"... 아~....아~~~"

더욱 분명하게 그 노래소리가 회전계단을 타고 전해져 올라온다...


'어쩌지... 인터폰으로 보고할까?...'

'괜히 그랬다가 괜히 고문관 소리나 듣는거 아냐?'

'아니야...분명히 노래소리가 들리는데......'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당장 옆감시대에서 근무하는 고참한테

근무가 끝나고 곡소리나도록 두들겨 맞을 게 뻔했다.

옆 감시대 고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또 잠을 자는 건가?...'


고참의 그림자라도 찾으려던 시선이 애써 외면하려던 사형수들의 관을 덮은 허연 천으로 옮겨 간다...


"안구 기증한 사형수들 안구하고...기타 장기를 적출하는 앰뷸런스지..."

낮에 김수교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새삼 생각난다.

사형장 옆...

안구 없는 한맺힌 11구의 시신들...

그리고 회전계단으로 울려오는 알수없는 노랫소리...

지하에는 알 수 없이 굳게 닫힌 철문...

이일교는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망루 밖으로 뛰어내려버리고 싶었다.

서치라이트라도 켜고 싶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을까...

5번초 근무자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이일교 아래쪽을 지난다.

"충성"

소리라도 지르니 조금 맘이 놓이지만 여전히 노래소리는 계속된다.

새벽 바람에 관을 덮고 있는 천도 펄럭이기 시작했다...

'좀만 더 참고 기다리면 돼...'

스스로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분명 노래소리야... 이건 지금 분명 노래 소리야...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 노래소리...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노래소리... 지하에서 들리는 노래소리...'


느긋하게 8자걸음으로 걸어오는 최일교가 눈에 보인다.

금세라도 회전계단 위로 뭔가가 튀어올라올 것만 같고...

최일교와 감시대의 거리가 좁아지고...

"철컹..."

회전계단으로 올라오는 최일교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최일교 일까?'

....

머리가 보일 때까지도 쓸데없는 생각이 온통 가득하다.

이내 그 특유한 8자걸음으로 감시대까지 올라온 최일교가 올라오자마자 담배를 붙이고 나서야 이제 좀 안심이 된다.

하지만 노랫소리는 계속 계단 아래서 들려온다.

"저... 최일교님.. 노래소리 들리시죠?"

"응...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최일교가 이상하다.... 한밤중..

그것도 계단아래에서 노래소리가 들리는데...

"혹시...감시대 지하에서 들리는게 아닌가요?"

담배를 피워물던 최일교가 갑자기 뒤통수를 갈긴다.

"이런 등신, 근무서라고 했더니 이상한 상상만 하고 있었군.

 분위기도 안좋은데 이런 또라이!"

간단하게 경례를 붙이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위에서 최일교가 한마디 한다.

"야 또라이! 내려가면서 감시대 총구나 닫고 가!

 재수없는 노래소리...에잇!"


감시대에는 유사시에 사용하기 위해 작은 철제 총구가 계단 곳곳에 준비되어 있다.

1시간 반 동안 이일교를 괴롭히던 노래소리는 지하에서 울리던 노래소리가 아니었다.

사방 안에서 부르던 노래가 감시대 총구로 흘러들어와 회전계단 사이에서 공명이 되면서 울려 퍼지던 것이었다.

이미 고참들한테는 보편적인 것이지만 근무경험이 충분치 못한 이일교 같은 쫄병한테는 참기 힘든 공포였다.

게다가 밖에는....


피식 웃으며 이일교는 감시대 총구를 닫고, 철문을 닫은 다음 기동대실로 달려갔다.

감시대 위의 최일교에게 경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주먹만한 돌로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꿈쩍않는 쥐새끼 한 마리에게 힘있게 던져보곤 냅다 기동대실로 달려왔다.


이유없는 공포로 떨던 그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튿날 아침... 아침 점호를 끝내고 우유를 타러 갔던 식당근처에서 최일교를 만났다.

막내가 아침에 고참들하고 축구하러 갔다고 자기가 대신 타러 온거란다.

"제길 막내가 있어도 내가 이런거나 해야 하니...."

성질 더러운 최일교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하느니 안하니만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말 없이 우유팩의 숫자만 세고 있는데...

갑자기 최일교가 한 마디 던진다.

"너 이일교 씨방새! 어제 분명히 총구 닫고 가랬지?"

 소주정예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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