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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전방 철책 근무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9.02 00:47조회 수 1409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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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비가 엄청 오던 때 였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전방에서의 폭우란 어떤 느낌인지 전달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뭐랄까..

음....

우리가 동네에서 보는 비오는 날 밤 가로등 밑은 어떤 별다른 느낌이 있던가요?

별로 무섭지도 않죠?

그런데 전방에서 철책과 나란히 서있는 투광등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 전봇대 가로등과는 그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투광등을 넋놓고 보다가 밑을 보면 왠지 그 아래 있어서는 안 될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헛것을 보는 순간입니다.

멍하니 눈을 풀어 놓으면 말이죠.

또는 밖에 있을 때 보다 방안에 혼자 있을 때.

어느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는 특히 자다가 께었을 때 정도 랄까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사물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한

완전 무방비한 상태가 그 때 라고 생각되네요.

만약 자다 깨어 멍 할때 폭우를 뿌리는 어두운 하늘이 갑짜기 번쩍 주위를 때리면서 약 5초 뒤 흐르는 

폭발음을 내면, 괜히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소름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주위 빗소리가 굉장히 사무치게 흐느끼는 여자 울음 소리 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전방에서의 폭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쪽은 철책이 세겹으로 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끝도 없을 것 같은 풀숲 뒤로는 완전히 암흑이 되어버린

숲속...

비는 계속 내리고 빗소리에 잠겨 주위는 항상 산만합니다.

그러다가 번개라도 치고 천둥이라도 치면 사수와 부사사는 침묵속에서 어느정도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대화요?

그런게 될리도 없습니다.

그저 빗속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시간아 빨랑 가라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죠.

그럴때는 어디 한 곳도 뚫어지게 쳐다도 못 봅니다.

멍하던 어느순간 상상속의 무엇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심리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있을 때, 바로 그 때 마음속 어둠의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이 찾아오죠....




그 날도 엄청나게 쏟아붓던 날이었습니다.

저녁때 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선 근무자랑 교대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서면서,

'아 ♥♥ 총 다 젖겠네....'

하는 짜증을 내고 있었더랬죠.

총기 닦는 것 정말 귀찮거든요.

그리고 목에 감기는 축축한 공병우의의 느낌...

언제나 싫었습니다.

순찰로를 따라 근무를 서야 하는 초소로 이동하자니, 발밑은 완전히 진흙이 되어있어서 전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짜증까지 겹치고 있었죠.

벌써 전투화 밑바닥은 피자 한판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전 근무자랑 교대를 하고, 근무를 서다 첫 밀조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진흙밭을 피해가며 겨우 다음 초소에 다다르고 난 후 근무자를 밀어내고 들어섰을 때가 아마 3시 반정도? 

되었을 때 였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요?

축축함이 짜증나 초소안에 들어서자 마자 철모를 벗고 옷을 추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번쩍! 하더니 곧바로 천지 사방이 새까만 어둠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답니다.

눈앞에 보이던 투광등 불빛도 거취된 총기도 초소안 풍경도 완전 칠흑으로 변해버린 것이었죠.

갑자기 벌어진 일에 이게 뭔가 라고 생각하면서, 당황함을 맛보는 그 때,

'콰쾅!!'

하는 정말 고정포(고정된 탱크의) 소리같은 천둥이 약 3초간 이어지자, 온몸에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면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끔 하더군요.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워' 하고 놀래키거나, 대형 트럭이 '빠앙' 하며 옆으로 지나갈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가는 그런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어둠속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심장을 통째로 들고 흔드는 듯한 굉음과 더이상 완벽함이 없을 어둠.

아주 박자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더군요.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는 어둠은 약한 마음을 충분히 더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런 어둠이..

"박병장님!"

"왜!"

부사수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가더군요.

"투광등 다 나갔는데 말입니다."

"알아!"

아마 조금전 번개가 투광등을 직격 한 것 같았습니다.

'하필 내 근무때 이 ♥♥이냐...'

그때였습니다.

'뚜'

인터폰이 울리더군요.

순간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왜냐면 전기가 다 나갔을 텐데 저건 어떻게 울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가더군요.

인터폰은 삐삐선이란 것으로 연결되어 별도의 건전지로 운용되는 것이었거든요.

정전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둔건데 그 땐 얼마나 당황했던지 보이지도 않는 인터폰을 발로 차 버릴뻔

했지 뭡니까...

가만히 보니 인터폰의 빨간 버튼이 희미하게 보여서 그 때서야 '아~' 하는 제정신을 잡았던 거죠.

'각초소 지금 다 있냐?'

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병장 박xx. 소초장님 저 여기 있습니다."

'아 그래. 다른 초소는 안 들리냐?'

그렇게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세개 초소의 모든 근무자가 응답을 했을 때 였습니다.

'지금 내가 후레쉬 가지고 밖으로 나갈테니 일단 전부 k3(기관총) 만이라도 확실히 챙기고 있어라.'

k3고 나발이고 그 때는 온다는 소리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에 그당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귀신일 겁니다.

사람이라면 그 때 평정심은 커녕 울며 소리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온갖 공포에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로선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하고는 상상도 하기 힘든 그런 공포라고 단언하네요.

여튼....

온다는 소초장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억겁의 세월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 어둠이 어떤 느낌인지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한 번 

느껴보심이 좋겠네요.

밖에서 잠그라 그러고 혼자는 못 나가게끔 되어있을 때 무서움을 떠올려 보세요.

"박병장님."

"왜?"

"지금 이대로 철수 할것 같습니까?"

".........."

솔직히 전방에서 근무자가 없는 완전 철수란 들어본적도 없는 경우였거든요. 

바로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뭐가 보여야 근무를 서지....투광등 들어올 때까진 철수 할것 같다."

"그렇겠지 말입니다."

부사수 놈 목소리도 이미 맛이 갔었더랬죠.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어둠속에서도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저만치에서 부사수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위치는 대충 감으로만 느끼고 있는지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저 놈이 내 부사수 맞는가....?'

하는 생각이요.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몰라도,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 두려움은 그 때 

부사수의 존재 마저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수위였죠. 

그 때 였습니다.

'지직'

하는 소리가 왠지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정말 새하얀 불빛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의 잔상이 아직도 눈에 '지잉' 하고 남아있는데 '콰쾅!!' 하는 천둥소리가 심장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더군요.

"아악!!!!!!!"

대비하지 못한천둥소리에 혼이 빠져 나갈 것 같은데, 부사수놈의 비명소리까지 겹치니 욕이 저절로 

튀어나가더라고요.

"닥쳐! 사내새끼가!"

"바..박병장님! 보셨습니까?!"

"뭘!?"

"아아악!!"

저는 천둥소리 따위보다 부사수놈이 기절할 듯 놀래는 목소리가 더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야이 새끼야! 뭐야!!"

"바...박병장님 저기서 뭔가 오고 있었습니다."

"뭐!?"

온몸에 소름이 타고 올라왔습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오긴 뭐가 와! 소초장 아냐!?"

"아..아닙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소초장이 올려면 아직 더 있어야 했습니다.

어둠속에서니 당연히 더 늦을 것이었고요.

"뭘 본거야 이♥♥!! 이렇게 꺼먼데 뭐가 온다고 ♥♥이야!"

또 그 때였죠.

번쩍하는 새하얀 풍경 안에 제가 서 있는 초소의 입구가 보이고 그 밖 바로 서 있는 부사수와......

그리고 무언가...




"!!!!!!"

아마 전 제 상상속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사수도 같이 보고 있는게 아닌가요...

새하얀 배경이 다시 어둠으로 바뀌면서 곧이어 천둥이 치고 그 소리 사이로 저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철컥'

'탁'

분명히 총의 일발장전 하는 소리였죠.

"뒤지고 싶냐!! 이 새끼들아!!"

부사수의 고함이 사방에 울렸습니다.

광기어린 부사수의 목소리는 사무친 무엇을 느끼게 하는 공포를 느끼게 해 주었었죠.

그의 안중에는 고참따위는 이미 없었던 겁니다.

저는 그저 공포에 질려 살기위한 그의 외침을 그저 듣고만 있었어야 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저 총구의 방향이 저를 가르킬 것 같았으니까요.

"야! ♥♥하지 말고 이 안으로 들어와!"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우리 죽을 지도 모릅니다."

"야이 새끼야!!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그 때서야 더듬더듬 하고 부사수가 들어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거기서 좀만 더 늦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났을 거라 생각되네요.

엄청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광기에 휩싸여 총을 든 놈이 뭘 할지 상상하는 것은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함이었죠.

저도 대단했던게 평소대로 후임 다루듯 제정신 돌려놨으니 저도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 공병우의의 감촉을 느끼자 옆에 딱 붙어서 아마 문쪽이라 생각되는 그쪽을 향해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병장님...이 총 지금 실탄 장전되어 있습니다."

"........"

"저 이번에도 보이면 쏴 버릴지도 모릅니다."

".....♥♥마라. 군생활 꼬이고 싶냐?"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

차마 못 봤다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우리 쫄아서 헛거 본거야. 갑자기 밝아지니깐 상상속에 잔상이 보인거겠지라고 생각해."

"보신거지 말입니다...."

"......."

그 때 였습니다.

후레쉬 불빛이 바닥에 이리저리 뒤엉키는 것을 본것이.

"야 박병장 안에 있냐!"

정말 너무나도 반가운 소초장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게 들리긴 정말이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습니다.

"소초장님 여깁니다!!"

어둠속을 손의 감각만 의지하고 더듬더듬 문틀인가를 잡고 밖으로 나설 때 였습니다.

'지직'








온천지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번갯불.

그리고....


눈앞에 까지 다가온 그것을 보니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악!"

진짜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그때도 생각한건데요..

상상하던 무엇을 찾던 제 눈이 홍채 안으로 들어온 번갯불을 핑계삼아 상상의 잔해를 그려냈다 라고요....

하지만 저만 본게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의 공포 였던거죠.

"야! 박병장! 야!"

넋이 나가 있었나 봅니다.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맞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고 하더군요.

"야임마!"

어느새 눈앞에는 소초장이 후레쉬 불빛을 받으며 서 있더군요.

"야 니 부사수 어디갔어!"

"예?"

"니 부사수 말야!"

"아...저랑 같이....그런데 방금전에 못 보셨..."

갑자기 장전된 총을 든 그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번갯불이 치더군요.

저는 뭐에 홀린듯 소초장의 손에 들린 후레쉬를 뺏어들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았드랬죠.

그 때 였습니다.

"소초장님 저기 보십...."

목소리는 전령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안 건지 그 어둠 속에서 전령이 가르키는 후레쉬 방향으로 반사적 움직임을 했더랬죠.

시선이 먼저 돌고 후레쉬 불빛이 제 시선을 뒤이어 따라왔을 때 무엇인가가 보이더군요.

빗발이 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봤습니다.

순찰로 저만치 철책에 매달려 도마뱀 처럼 기어오르고 있는 제 부사수의 모습을요.

"야! 저새끼 잡아!"

소초장이 소리를 침과 동시에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달렸을 겁니다.

바로 뒷편에 소초장이 따라 달리는게 느껴졌고요.

저는 철책으로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몸을 날려 부사수의 등을 잡고 몸을 실어 끌어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비추던 후레쉬가 저 만치 나뒹굴고 뒤따라 달렸던 전령이 부사수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눈이 뒤집혀 흰♥♥만 있는 부사수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드랬죠.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저항도 못하겠더군요.

그냥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소초장은 부사수의 철모를 연신 내리치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다그쳤고 부사수는 '에' 하는 

낮은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죠.

사태가 그렇게 되니 소초장은 뭔가를 느꼈는지,

"야 등에 업혀봐!"

라고 소리쳤고,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부사수를 끌어당겨 소초장 등에 걸치듯이 밀어 붙였습니다.

소초장은 등에 닿은 느낌을 받았는지 바로 일어서서는 정말 그 어둠속을 천리마 처럼 달려나가더군요.

저는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길을 후레쉬로 비추며 달려나가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고는 바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속도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 어두운 빗속을 축쳐진 사람을 업고 그렇게 달리기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하물며 땅은 진흙에 잘 보이지도 않는 굴곡이었는데...

저는 따라 달리느라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그냥 달려나가다가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을때 저 만치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레쉬를 비추어 봤지만, 그 넓은 어둠을 뚫고 닿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처 사물이 약간 눈에 익은 것들로 보이니, 막사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그렇게 거의 다 왔다고 느낀 순간....

저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등을 '쏴' 하고 훑고 올라가는 소름....

'♥♥ 내 총..........'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죠.

그러다가 뭐라도 잡고 욕설을 퍼부어야 그 기분이 가시게 되죠.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군생활의 심령 체험은 모두 저 때에 몰아서 일어난 듯 하네요.

뭔가가 있겠지 라는 생각 뿐....

그림링크 태그하고, 제 테마음악 복사해온다고 홍수 2편 클릭했다가 사진보고 심장 멎는 줄 알았습니다...

욕이 저절로 튀어나오네요.

제가 써놓고도 놀라는데....무방비로 보시는 분들이 욕하는 것 이제 이해가 됩니다.




2

 

안그래도 캄캄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등에서 뭔가 쏴 하고 올라오는데, 돌아본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개가 뒤로 돌아가더군요.

"저기...소초장님."

"왜!"

"저 총 두고 왔지 말입니다."

"뭐?"

"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하지만 내심 다른 기대를 했었더랬죠.

'지금은 어두우니깐 투광등 복구 되면 갔다와.'

라고요.

하지만...

"빨리 튀어 갔다와!"

신나게 같이 달리는 중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더라고요.

소초장의 후레쉬 불빛이 저만치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 시선보다 높은곳에 약간 흔들리는게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어둠속에서라면 더 멀리까지도 보였겠지만, 엄청 쏟아붓는 비에 시야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죠.

뭐 불빛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정말 미미한 빛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시야에서 사라지는 건 순식간 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초장이 사라진 방향을 저는 손에 쥔 후레쉬를 넋놓고 바라 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지만 역시나 눈앞에 가져다댄 손바닥도 후레쉬가 없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만 저를 반기고 있죠.

이미 옷은 안봐도 뻔한 만신창이에 속옷까지 젖은 느낌과 질퍽거리는 전투화 속 발가락...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가져온다고 말하긴 했는지 소초장의 반응은 정말 예상 외라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거기에 좀전에 심장이 떨어질것 같은 경험을 한지라 더더욱 뒤로 돌아가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다시 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하니 뭔가가 또 어둠속에 꿈틀거리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허헛!!"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말에 기절 할 뻔 했습니다..

옆에 서있던 소초장 전령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었죠.

"놀래라! 야 너 안갔냐?"

"소초장님이 같이 갔다오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앙? 언제?"

"먼저 달리시면서 그러셨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었죠.

저는 그때서야 후레쉬를 들어 전령의 얼굴에 가져다 대봤습니다.

제가 약간 위에 서 있었는지 철모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사이로 전령의 코와 입이 보였습니다.

추위에 질린 듯 입술이 퍼렇게 보이더군요.

아마 저도 그 꼴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야 후딱 가져오자. 더 있다간 정말 미쳐버리겠다."

"예."

선 자리 그대로 딱 뒤를 돌아 후레쉬를 바닥에 비추며 한 걸음 내딪었습니다.

계속 된 비에 체온을 많이 뺏겨서인지, 아님 무슨 다른 이유인지 몸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오한이 제 몸을 

쭉 훑고 지나가더군요.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며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니미...왜 그런게 보였을까...'

정말 소름이 가시지를 않고 계속 타고올라와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더군요.

뭐가 제대로 보♥♥를 하나 그저 후레쉬 하나 의지하고 저 암흑을 다시 뚫고 지나가자니, 용기는 이미 

바닥이 나서 아무리 끌어올리려 해도 시동도 안 걸리고...

괜히 후레쉬가 중간에 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어둠에 고립된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

"야..너 후레쉬 예비 갖고 있냐?"

"없습니다."

"......건전지는?"

"그것도 없습니다."

"........"

그 때 뭐랄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새끼는 왜 이렇게 침착하지....'

이런 생각이 돌연 지나가는 것이었죠.

이등병답게 자세라곤 하나도 안나오는 큰 철모를 쓰고 있어서, 녀석의 얼굴 반은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코와 인중 정도만 시선에 잡힌다고 할까...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그 침착함이 너무 꺼림직 할 정도 였죠.

불평 한마디 안하고 제 뒤를 따라서 오고 있었는데, 정말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인기척 없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위안해 봤는데 그럴 수록 자꾸 어거지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힐끔 거리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음을 느리게도 해봤었죠.

그래도 오래는 신경쓰지 못한것이 발밑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걷기에도 정말 많은 신경이 

필요했었습니다.

주위는 그저 암흑.

오직 보이는 건 전령의 발과 저의 발.

진흙으로 뒤덮혀 이제는 거의 노란 장화같은 느낌을 주는 만신창이가 된 전투화.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는 거의 기는 것같이 해서 철책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철책쪽으로 걸으면 위치 파악도 쉬울 것 같았고 진흙밭에서 더 고생 할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해서였죠.

그 때 였습니다.

간신히 철책에 손을 닿게 되어서였는지 힘을 세게 준것이 그만 청각석(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은 돌 - 적 

침입 시 철조망이 충격을 받으면 떨어지게끔 해놓은 돌)들이 우르르 떨어지게 만든거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에 얼마나 놀랬는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타고 올라오는 소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런데 더 무서웠던건 분명 거기가 언덕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10개에 가까운 돌들이 

제쪽으로 우르르 굴러 오다 제 발에 막혀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흐억!"

저도 모르게 뒷 걸음 질 치며 굴러온 돌들을 발로 차 버렸습니다.

"아 ♥♥ 놀래라. 너 방금 봤냐?"

저는 너무나 놀래 전령을 돌아보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뭐?"

"........"

그 때까지도 굴러온 돌들에 후레쉬를 비추고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전령이었던 거죠.

바닥에 반사된 약간의 빛으로 전령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야 안에서도 그녀석의 표정은 굉장히 

창백하고 멍했다라는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네요.

무표정이라는 말로는 좀 표현에 한계가 있다 할까요? 

그냥 표정이 없는....사람이 지어 낼수 있는 표정이 아닌 그런?

그 때 였습니다.

전령놈이 휙 돌아서더니 앞으로 스윽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뭐라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건지 그냥 따라 돌아서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하다보니 후임이 제 앞장을 서는 모습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 계속 느껴져오던 위화감이 

사그라드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말로는 표현을 해야 겠는데 궂이 하자면 바뀌었던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저는 전령의 등에 후레쉬를 비추어 본 다음 나아갈 길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았더랬죠.

그렇게 한 2분을 걸었을까요?

제 발걸음을 인도하는 불빛 안으로 후임의 발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였습니다.

그는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었죠.

그 모습을 보니 좀전부터 느껴졌던 위화감이 사그라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 발걸음도 느려졌습니다.

그때서야 알 것 같더군요.

왜 그토록 소름이 돋고 위화감이 끊임없이 솟구쳤는지...

'....저놈 전령이 아냐...'

순간 공포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딱 그 때 어떻게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령이 저를 향해 돌아서는게 보여...아니 느껴졌습니다.

"으아아아아!!"

본능이 지르는 절규가 터져나갔습니다.

선자리에서 돌아서자 마자 미친듯이 뛰었죠.

앞이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손에 들었는지 어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꿈이었으면 그 어떤 소원도 필요없다고 맘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몇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뭐에 부딪히고 깨졌는지 가끔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암흑속을 미친듯이 달린 기억밖에 없네요.

총 같은 건 이미 신경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그냥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 미친듯이 치고 올라왔죠.

그래도 그 와중에 후레쉬는 손에 들고 있었나 봅니다.

급경사의 계단이 보였어요.

본능이 느낀건지.....저는 달리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서 약 3미터 정도만 그렇게 뛰었더라면 아마 굴러서 50미터가 넘는 계단을 곤두박질치고 죽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여기만 올라가면 된다.'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바로 옆에 오르막 계단이 바로 소초로 

이어지는 철수로 였습니다.

바로 튀어올랐죠.

"헉...헉...."

숨이 목까지 차 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었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놈이 날라오듯 따라 오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발이 없이 붕 떠있는 그 모습만 계속 상상 되었습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희망하나로 미친듯이 튀어올랐습니다.

그 때 였죠.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주의가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투광등이 복구가 된 것이었죠.

살았다라는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게 되더라고요.

미간이 찌그러지면서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흐흑..살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얼굴을 한 번 훔져내고, 잠깐 멈췄던 뜀박질을 계속 하기 위해 저는 앞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아......"

올려다 본 순간 입 버릇 처럼 튀어나오는 한숨...

그 놈이 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총 안 가져가시고 어딜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한손에는 K3 한손에는 아마 제 총을 들고 서서는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아아아아악!!"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놈은 상관 없다는 듯이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아악!!"

악에 가까운 비명이 더 세게 튀어나오더군요.

정말 어떻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원망하며 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명만 지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님!!"

뭔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명 지르기를 멈추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박병장님!!!"

저만치 고가 초소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고가초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살려줘!!!!"

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절규.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에 단 한 번 외쳐본 단어입니다.

그 바램이 닿았는지 앞을 쳐다보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막사 안으로 들어섰을 때...모든 소초원들은 저를 보고 놀랜 눈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이게 도대체...."

다들 이와 같은 반응이었죠.

저도 그때서야 제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걷어 올린 팔에는 정말 커터 칼로 수십번도 더 그은 듯한 상처들로 가득했고 상의와 하의는 넝마라고 

할 정도로 찢어져 있었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천은 안쪽으로 주욱 찢어져서 펄럭 거리고 있고 전투화는 뭐 말도 할것 없거니와 거울로

보니 목이며 얼굴에도 상처가 수도 없었습니다.

손톱은 다 깨지고 갈라지고, 손바닥은 그 때까지도 피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철모는 완전히 돌아가 거의 거꾸로 쓴 것 같이 되어있고, 탄띠도 거의 풀어헤쳐져서 주머니가 다 

열려있었죠.

그나마 다행인게 수류탄 하고 탄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특히 손등하고 이마에 상처가 깊었는데 나머지는 거의다 사라졌지만, 손등에 있는 흉터는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 깊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저를 실제로 보거든 손등의 상처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내....총은?"

"아 총 여기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 따라 들어오던 고가초소 근무자가 침상위에 올려놓은 총을 

가르켜 보였습니다.

".........."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 건지...총에는 빗물 말고는 아무것도 묻어있는것 없이 깨끗했습니다.

"박병장 어떻게 된거야?"

소초장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어왔습니다.

"소초장님 저 총 찾으러 간다고....."

"총?"

"아까 제 부사수 업고 뛰실 때 말입니다. 거의 다 와서 제가 총 찾으러 간다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부사수? 내가 왜 부사수를 업고 뛰어?"

"예? 아까 쟤가 정신을 잃어서 말입니다."

저는 저를 바로보고 있는 부사수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그에 부사수는 제가? 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의아하게 쳐다보더군요.

"임마 무슨 소리야? 너가 K3 챙겨온다하고 후레쉬 달래서 초소 안으로 들어갔잖아?"

"예?"

"그러고 총 챙겨나와서 우리랑 같이 와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같이 왔다 말입니까?"

"뭐야 이거? 기억안나?"

"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죠.

"너 임마 우리 뒤 줄곧 따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임마!"

소초장의 얼굴은 약간의 노여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령은 어디있습니까? 그 녀석이...."

"얌마 박병장!"

소초장이 제 양 어깨를 손바닥으로 짓누루듯이 탁 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소초에 내 전령이 어디있어!!"

"아....."

그러고 보니 소초장의 전령은 없었습니다.

완편 인원이 편성이 되질 않아 순찰을 나갈때면 상황병을 데리고 전원투입을 하는 식으로 임시 조치만 

취하고 있었더랬죠.

"진짜 생각안나는 거야? 나랑 부소초장이랑 같이 너희들 데리러 나왔었잖아."

"그럼 다른애들은....?"

"다른애들이야 이미 철수 시켰지. 너희가 끝에 있어서 마지막이었던 거야."

"........."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슬슬 오한이 올라왔습니다.

멍하게 바라보던 소총과 K3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건 어디서 가져오셨습니까?"

"..........허..."

소초장이 완전히 질린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박병장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고가에서 봤을 때 박병장님이 손에 들고 계셨습니다."

".........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거 들고 미친듯이 소리 지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저희가 박병장님 

발견했지 말입니다."

".........."

"그런데 저도 조금 이상한게 말입니다."

부사수가 흘깃 소총으로 눈을 돌리더군요.

"박병장님 지금 상태는 완전 만신창인데 어떻게 저 소총만 저리 깨끗합니까? 정말 기억 하나도 안나시는

겁니까?"

".........."

멍해지더군요.

그러다 미치겠더군요.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저는 제가 겪은 있는 그대로를 소초원들 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거의 다 와서 소초장에게 말하고 돌아갔던거랑 전령이 보여준 행동이라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미친듯이 

달린 이야기 등등...

거기까지 들은 소초원들 모두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당연했을 겁니다.

당장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죠.

"너한테 준 후레쉬는 하난데 있지도 않은 전령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냐?"

"........"

"너 후레쉬 보고 뛰어왔다고?"

"예. 구르면서도 그건 손에서 절대 안 놨지 말입니다."

".....후..."

소초장이 한 숨을 쉬더군요.

"애들한테 다 돌리고 남은게 딱 두개였어. 하나는 내가 들었고 하나는 너를 준게 맞어. 그러다가 너가 

소총 가지러 간다고 초소에 갔다가 왔고. 그치? 응?"

"...아..예..."

기억은 전혀 안나지만, 표정을 보니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총 들고 와서 니 부사수한테...야 너 확실히 받은거 맞지?"

소초장이 돌아서 부사수에게 소리치자 바로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니가 갑자기 사라진거야!"

소초장은 그때 까지 잡고 있던 제 어깨를 놔주며 저를 바라보더군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그냥 후레쉬를 손에 들고 달린것 말고는요....

아니...들었던게 맞는건가...?

"분명 불빛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 어두운데를 제가 어떻게 왔겠습니까?"

"........."

모두들 할말이 없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과 그들 입장은 서로 모르는게 많으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저기 말입니다."

누군가 침묵을 깨더군요.

"혹시 박병장님 제논 보고 달려오신거 아닙니까?"

"제논?"

"그러니깐 거기까지 오신거지 말입니다."

".......아..."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입은 것 같은 번뜩함이 팟 하고 느껴지더군요.

"후레쉬 불빛이라 생각했던게 그거였나....."

앞만보고 달렸던게 생각나더군요.

후레쉬 불빛인지 뭔지 저 멀리 느껴지던 빛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자면 확실히 제논이 맞았습니다.

제논이 뭔고 하니...

배트맨 보면 배트라이트 있죠? 

하늘로 쏘는거...

그런겁니다.

투광등이 다 나가서 급히 제논을 가동시킨 거죠.

군용 지프에 설치해놓고 그 동력으로 운용되는 건데 그 밝기는 엄청납니다.

유사시가 꼭 정전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일들을 대비해 각 소초에는 제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병장 오늘은 좀 쉬어라."

"........"

"야 상황병 구급통 좀 가져와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구급상자를 들고 오더군요.

"소초장님."

"왜?"

"오늘 근무 세우실 겁니까?"

"........"

소초장은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서있는 소초원들은 한 번 휙 둘러보더군요.

그 때까지도 공병우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저랑 동시간대 근무자들을 보니 저보다도 불쌍해 보이더군요.

"어쩌겠냐....투광등이 들어와 버렸으니..."

".....그렇겠지 말입니다..."

"쯧...오늘은 좀 힘들더라도 세명씩 근무서자. 전반야 사수들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대답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총은......."

제가 말하자 다들 총을 바라보더군요.

그건 정말 아무도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습니다.

어떻게 저게 내 손에 들려져 있었으며, 그렇다 한 들 저렇게 깨끗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말이죠.

어찌되었든 소란은 좀더 오래 이어졌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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