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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객

금강촹퐈2018.08.18 21:09조회 수 1179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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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동네의 3층짜리 여관을 운영하다 보면 꽤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게 된다.

젊은놈,젊은년,술에 취해 외로이 찾아오는 늙은 할아버지,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러운 늙다리 불륜커플,

고단한 삶에 얼굴에 그늘이 진 달방 손님들 등등.. 

음기가 차고 넘치는 이곳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단연 최고라고 말할수 있다.

각이 선명한 남상에 나이를 가늠할수 없으며 항상 같은 시간에 스멀스멀 나타난다. 그 엿같은 붉그죽죽한 원피스를 입고 말이다.

-째깍..째깍..째깍...

사방에 공기가 흐름을 멈춘듯 적막하고 고요하다. 벽걸이 시계만이 홀로 무심하게 제 할일을 하고있다.

낡은 브라운관tv에 4칸으로 분리된 cctv화면에 눈길이 간다.

새벽 2시가 되자 흐릿한 인영이 주차장 가림막을 통과한다.

발목까지 밑단이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고 스르륵.. 걸어오는데 애초에 발 없이 둥둥 떠다니는듯 하다.

물과 기름이 따로 분리 되듯이 cctv속 그녀는 주변 배경과 확연이 다른 색채를 가지고있다.

그녀가 정문까지 발걸음을 옮기고는 곧 문을 열어 젖혔다.

-딸랑딸랑..

모니터에 시선을 떼고 짐짓 다른일을 하는척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팔에 솜털이 곤두선다.

-방 있어요?

어울리지 않게 꽤나 어여쁜 목소리다.

-205호로 가세요

그녀가 처음 온 날부터 그녀에게는 205호만 내어 주었다. 처음부터 의도한건 아니지만 왠지 그녀를 한곳에 격리 시켜야 된다 라는

무의식이 반영된것 같다.

-매일 혼자 오시는데.. 남자친구는 없으신가요?

키를 건내주며 사적인 질문을 해버렸다. 필요한 대화 이외에 손님에게 잡담을 하지 않는 것이 여관 주인의 덕목이라면 덕목 이거늘..

하지만 언제까지 사람인가? 귀신인가? 도대체 뭐하는 년인가? 하며 매일 새벽 공포감에 휩싸이긴 싫다.

약간의 대화를 통해 과연 사람 냄새가 나는지 알아야 할것 아닌가?

-흠..흠.. 흠...음..데려가야죠.. 홋홋.. 데려갈거에요..

말투,억양,분위기, 분명히 사람과 대화를 많이 못한 사람 특유의 것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건..

(미친년.. 정신나간년이 확실하다.)

-죄송합니다.제가 괜한 질문을 했군요 방은 깨끗하게 치워 놨습니다. 필요한게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그녀에게 키를 건내주고난뒤 다시 모니터를 주시했다.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데려간다니? 데려온다고 말을 해야 되는거 아닌가? 미친년이라 횡설 수설 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다 말고 그녀가 멈춰섰다.

-뭐..뭐야 어서 올라 가라고 이년아

올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있다.머리를 흔들면서.. 좌우로.. 앞뒤로..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cctv를 바라보는것이다. 그런데.. 몸뚱아리는 정면을 향하고있는데 대가리만 180도로 돌려서 나를 쳐다보는 것이란 말이다..!

저년이 씨익 웃는다.양쪽 입꼬리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채로.. 저년 주둥이가 일그러진건지 화면이 일그러진건지 구분이 안된다.

.. 내가 뭘 보고있는 거지? 의자에 앉아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고가 마비돼서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꿈이길.. 누구나 극한의 상황에서는 신을 찾기 마련인데 빌어먹을.. 하나님 부처님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차라리 기절해 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쾅쾅쾅쾅쾅쾅!

 

드디어 올게 왔구나 니년이 대가리를 어떻게 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귀신이라면 벽을 통과 했을 것이다!

호신용으로 항상 책상 옆에 걸어놨던 박달나무 몽둥이가 오늘따라 왜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눈을 뜨면 미친년이 입꼬리를 쭈욱 찢어 카운터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 밀것같았지만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깨무는법

상대가 피륙으로 구성된 인간이라는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뜬후 박달나무 몽둥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쾅쾅쾅쾅쾅 쾅쾅쾅쾅!

(와라.. 대가리부터 부셔주마.. )

몽둥이를 든 손에 땀이 난다.

-사장 계시오? 문좀 열어봐~~ 내가 술을.. 끄윽~ 술을 사왔어..나랑 술 한잔 합시다아~ 문열어보소

302호 달방 노가다 할아범 목소리다. 평소에 골칫 거리였던 술 주정뱅이 노인네가 오늘은 악몽을 꾸는 나를 흔들어 깨운 셈이다.

-고마 간판 불 끄고 디비자지 뭣하러 고생을 하는교? 얼마나 더 벌끼라고.. 허허허

평소에 잘 씻지 않아 항상 악취가 나는 노인네지만 그 악취마저 향기롭게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나의 구세주..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할아범이 가져온 것은 마른 오징어에 소주 뿐이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어서 들어오세요 저도 마침 술이 땡기던 차라.. 하하..

-거 몽둥이는 뭐요? 무섭꾸로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운동좀 하느라고..오징어사오셧네?

 

영감과 함께 술을 마시며 모니터를 슬쩍 봤다. 다행히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 잘못봤을거야  )

늙은나이에 노가다를 뛸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영감쟁이는 술이 강했다. 내가곯아 떨어질때까지 술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곧 날이 밝았다.

 

 

 

 

 

 

 

 

 

 

 

 

12시가 되면 객실 청소를 한다.쓰레기 수거를 하고 진공 청소기로 대충 슥슥 밀고 소모품을 셋팅하는 식이다.

그 미친년은 나갔겠지..? 평소에도 언제 나갔는지 모를정도로 신출 귀몰 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205호 문을 열었다.

-끼익...

보통 손님이 객실을 사용하고 떠난 방에는 사람의 향취 라던지 욕실에서 씻고 나온후의샴푸 냄새가 나기 마련이지만 아무 냄새도 나

질 않았다.

이여자는 방에서 도대체 뭘 하는걸까.. 항상 이불,배게가 구김없이 그대로 정돈 되 있고. 

음료라던지 소모품은 손하나 대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청소하기 편하긴 해서 좋다만..

청소기를 다 돌리고 담배를 피려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데 500원짜리가 같이 딸려 나왔다.

-에이..

침대밑으로 동전이 굴러 들어갔다. 엎드려서 동전을 찾으려는데...

 

 

 

 

 

 

 

동전 대신 두개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이년이 비좁은 침대 밑에서 소름끼치는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가리를 쩍 벌린다.

 

 


이번만큼은 눈을 감을수가 없었다.

 

 

 

 

 

 

 

 

 

 

 

 

 

 

 

 

 


-째깍..째깍..째깍..

사방에 공기가 흐름을 멈춘듯 적막하고 고요하다. 벽걸이 시계만이 홀로 무심하게 제 할일을 하고있다.


웃대 치킨쨩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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