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지리산에서 겪었던 무서운 실화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9.01.26 15:33조회 수 3279추천 수 4댓글 3

    • 글자 크기



95년도 4월 말 지리산에서의 경험입니다.

 


 

당시, 역대 최악이라고 하는 무더위가 

극성이었던 94년 6월에 입대를 한 현역 군인이었습니다. 

입대 후 6개월인가 지나고 나오는 일병 

진급휴가를 계속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날이 

풀리는 4월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죠. 




지켜야할 약속이 하나 있었거든요. 




남들은 첫 휴가 나오면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밤새 술 잔 기울이며 밀린 이야기를 풀곤 한다지만, 

지켜야할 약속이 하나 있었기에 그 소중한 첫 

휴가를 12월에서 그 이듬해 4월까지 계속 미루기만 했었습니다.  




입대 한 달 여전, 홀로 여행 다녀오는 것도 좋다... 

라는 선배의 말에 대학 1, 2학년 여름 방학 때 

단 두 번 가보았던 지리산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홀로 종주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홀로 웃긴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입대를 하지만 다시 오마... 

건강한 모습으로 조만간 다시 오마...’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겨울 산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고, 

꽃 필 무렵의 4월 지리산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휴가를 미루고 있었던 거죠. 

4월 말이면 철쭉 핀 화려한 지리산을, 

세석의 철쭉을 직접 볼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4월 말경에 휴가 나오자마자 바로 

서울역으로 가서 남원 행 표를 끊었습니다. 

가족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당일 23:50 밤기차로 출발했습니다. 

주능선 종주는 이미 해보았으니, 남부능선 종주를 

해보자 즉석에서 산행계획도 짰죠.




쌍계사에서 출발해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불일폭포를 보고, 세석산장에서 1박, 다음 날 

천왕봉에 들렀다가 한신지계곡 쪽으로 하산, 

밤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복귀!



 

 

남원에서 쌍계사까지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산행 초입 길에서 본격적인 등산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옷은 반바지(등산용 반바지 그런게 아니라 

군대에서 축구할 때 입는 정말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티로 갈아입고, 물을 뜨면 준비 끝.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제가 갖고 다니던 등산용 수통의 뚜껑에 

고무이음새가 빠져있는 겁니다. 




그 상태로 물을 담으면 줄줄 흘러 내릴테고, 

준비할 때 분명 있었으니 분명 배낭 저 아래 빠져 있는 게 

확실해 보였지만, 텐트까지 포함한 그 많은 짐들을 

다 들어낸다는 게 너무 귀찮았습니다.




그냥 출발했습니다.  




이래봬도 육군 일병인데, 

물 없다고 무슨 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누구 만나면 얻어 마시거나 하면 되겠지... 

라는 무지한 생각이 있기도 했고요.




그렇게 산행을 시작했는데... 

정말 고역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체력문제였는데... 

제가 좀 느슨한 부대에 복무 중이었거든요. 

부대에서 겨울을 보내느라 운동도 거의 하지 못했고, 

몸도 다소 불어 있었고요. 




텐트까지 포함한 배낭 무게가 어마어마했는데 

산길을 올라가는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힘들면 쉬고, 조금 올라가다 또 쉬고, 

도대체 내가 여길 왜 왔나 하는 한탄만 쏟아내며 걸었죠.




다음으로, 식수 문제였습니다. 

식수를 준비 안한 게 얼마나 무지하고 

미련스러운 일이었는지는 계곡이 끝나고 본격적인 

종주 길에 들어선 다음에야 알게 됐습니다. 




계곡 이후부터는 식수를 빌릴 

등반객 조차 만날 수 없었고요. 

(결국 그날 하루 종일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습니다)




등반책자를 보니 세석산장 바로 아래 음양수샘 

그리고 산장 조금 못 미친 곳에 샘물 하나만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나무뿌리에서 떨어지는 눈 녹은 물 받아 마시다가, 

밑반찬으로 싸간 김칫국물을 

마셔가며 억지로 버텨냈습니다.




예... 눈 녹은 물...!

또 하나의 난관은 날씨였죠. 4월 하순이면 

지리산 전체가 철쭉을 비롯한 봄꽃으로 만발할 줄 알았는데... 



꽃은커녕 이파리 달린 나무 하나 보기 힘들었습니다.

눈 녹은 얼음이 남아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능선 길에서의 바람과 추위는 정말 대단했고요.

반바지와 민소매 차림이었으니... 

춥기도 했지만 나뭇가지에 계속 긁혀 상처기가 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렵게 산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이젠 추워서 더 이상 걷기가 힘들더군요. 

싸구려 등산점퍼를 꺼내 입고 계속 걸었습니다. 

 




잠시 걷다보니 어지럼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걷다보면 몸에서 후끈후끈 열이 나는데, 

열이 나가질 못해 그러려니 해서 벗고는 걷고, 

그렇게 걷다보면 너무나 추워서 다시 입고, 

그런 와중에 어지럼증이 다시 찾아오고... 

반복이었습니다.





능선 어디에서인가 다시 어지럼증이 

생기기에 바위위에 걸터앉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경... 

지도를 보며 어림짐작을 해보니 앞으로 

2-3시간을 못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겠더군요. 

빨리 걸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잠시 후...?

 




누가 저를 흔들어 깨우는 겁니다. 


'일어나, 빨리 일어나!' 



눈을 떴습니다. 주위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가 일치감치 진 상태였고, 한 밤 중이었죠.


잠깐 앉아 있는 다는게 그만 잠이 들었던 게죠.




그 사람(?)이 또... 



'빨리 일어나! 어서 가야해!' 



재촉을 했고, 전 바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는 계속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빨리 가야해! 빨리!'



하나, 둘, 셋 하면서 뛰고 있는 걸음 수까지도 

맞춰주더군요. 




그렇게 10여분 넘게 뛰다가 그제야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 봤습니다. 

 


...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어둠속엔 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고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랜턴을 꺼내들고 계속 뛰다시피 걸었습니다. 



음양수 샘이 나와 물 보충하고, 

걷다 보니 여기저기 텐트자리가 나오고 

물이 흐르더군요.  




다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도저히 산장까지는 

무리스럽겠다 싶어 가까이 보이는 텐트 

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들어가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피곤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자면서 누굴까... 누굴까... 

하는 궁금증만 떠올렸습니다.





자다보니 정말 추웠어요. 가벼운 이불 하나 

준비한 상태였지만 너무나도 추웠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뻔히 알고 있었지만, 

텐트 안에 버너를 켜놓고 그냥 자버릴 정도였습니다.  





다음 날, 눈을 뜨고 텐트 밖을 

내다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4월말인데 물이 다 얼어있더군요. 

제가 봤던 물줄기는 얼마 위 세석산장 편에서 

텐트 터 사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 물줄기였고, 

그게 다 꽝꽝 얼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능선 길에서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텐트 칠 곳도 없었고 물도 없었고, 

이 추위에 큰일 날 뻔 했구나, 그 누군가가 날 

깨워주지 않아 일어나지 못했으면 얼어 죽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신 내지 미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저였지만 

그 때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요. 





누군가가 나를 도와줬구나... 나를 살려줬구나... 

산이 나를 도왔구나... 싶었습니다.  





수분 부족과 극심한 피로, 

해지기 전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환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절 흔들어 깨우고 따라오면서 

재촉하던 그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그 날부터의 산행은 원활했습니다. 

세석산장부터는 등반 객들이 한두 명씩 보였고, 

몸도 이상스레 개운했습니다.  




천왕봉에 들려 지리산을 조망하고, 

한신지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길... 미끄러지거나 

나무둥치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할 때마다, 




‘아... 산이 나에게 조심하라는 가보다...’ 



하고 계속 머리를 숙였고요.  




산행이 마무리되던 계곡 말미에서는 

과일 하나 내려놓고, 감사하다고 한참동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지리산에서의 3번째 

산행은 끝났습니다...

 


 

그 다음해 상병 휴가 때도, 

병장 휴가 때도 지리산을 찾았고, 

산행 길 매순간순간 산에게 또는 

그 무엇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 후유증이랄까요? 

요즘은 동네 뒷산에 오를 때도, 

겸양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곤 합니다. 

누군가 저를 지켜보고 보호해준다는 

그런 생각으로요.




아직까지도 무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학교 산악회 활동하던 선배에게 슬쩍 얘기해보니, 



‘산신령 이 널 지켜준거다... `




라고만 얘기해주더라고요.




아무튼... 그냥 ‘산’이란 존재 자체가 신성한 

대상이 되어 버린 계기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절 깨웠을까요...?


    • 글자 크기
집착으로 av 데뷔한 그녀의 결말 (by 셱스피어) 빨간약을 먹어버린 언냐들 (by 금강촹퐈)
댓글 3

댓글 달기


제목 글쓴이 추천 수 조회 수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존나 어이없었던 행태..2 익명_134a46 3 588
기독교가 지금까지 한번도 반박하지 못한 명언2 익명_da8dfc 5 762
잘생긴놈 vs 못생긴놈 주갤러의 인생비교3 익명_845564 4 526
PC방과 모텔비가 오른 이유2 익명_6cef0c 5 738
치트키 쓰는 독일인.jpg2 익명_ef67e5 5 537
백화점 직원의 사이다.2 머니 4 848
저도 이상한 남자들과 봉고차한테 끌려갈 뻔한 적이 있습니다ㅠ3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2616
제가 겪은 무서운 실화입니다(들어주세요)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2627
일본에서 대박치고 있는 한국 치즈 열풍2 익명_fc57f4 3 468
미 해병 대위의 탈레반 소탕 결과 보고2 익명_67bad8 3 411
[실화]간접 경험한 이상한 일들 8탄. 부제:난 아니야..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2311
[실화]직접 경험한 이상한 일들 ..포,4,사탄,네번째 -ㅁ-;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2171
[실화]직접 경험한 이상한 일들 ..투 !! 2 !! 두번째 ㅋㅋ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2700
직접 경험한 이상한 사건들 1편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3137
[(Kim)실화] 제 지인얘기 입니다 -2-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 3017
병원장 집안 상견례는 다르긴 하네3 title: 메딕셱스피어 5 428
먹방BJ로 성공하는법3 title: 메딕셱스피어 3 350
집착으로 av 데뷔한 그녀의 결말2 title: 메딕셱스피어 4 569
지리산에서 겪었던 무서운 실화3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 4 3279
빨간약을 먹어버린 언냐들4 금강촹퐈 5 944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