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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이겼다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8.02.02 04:37조회 수 86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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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훈련단에 입단한지 약 4주가 지난 어느 밤이었다. 

그날은 내가 불침번에 걸리는 날이었다. 

입대한지 어느정도 지나 이제 꽤 군생활에 적응이 되어갔지만 불침번만은 도저히 적응이 안됐다. 
그것도 그날처럼 02:00~03:00 불침번은 그야말로 짜증 그 자체였다. 

잘 자다가 귀신처럼 벌떡일어나서 전투복으로 갈아 입고 단독군장을 하고는 M-16A1 소총까지 메고 한시간동안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는 건 정말 힘든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3시에 다시 자리에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잠이 들만하면 벌써 시끄러운 기상음악이 귓전을 때리고 아침이 밝게 된다. 

그러면 그날은 하루종일 피곤하다. 

아무튼 나는 나와 교대를 하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동기녀석을 부럽게 바라보며 복도로 나왔다. 

나는 겨울 차수였던지라 복도는 엄청 추웠다. 

그날따라 냉기가 더욱 심하게 복도전체를 휘감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처럼 중앙계단 쪽으로 가서 섰다. 

아래층에도 나와같이 불침번을 서는 동기가 있었지만 있으나 마나였다. 

어차피 그 친구는 1층, 나는 2층이었고 우리는 각자 자기 층만을 돌아다닐뿐 쓸데없이 만나서는 안돼었다. 

어쩌다 간 큰 녀석들은 불침번 서면서 둘이 모여 농담따위를 주고 받으며 히히덕대기도 하는데 그러다 불시 순찰을 돌던 구대장에게 걸리면 개작살이 나고 돌아오는 벌칙들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그러므로 웬만한 녀석들은 지금 나처럼 밑에 동기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홀로 복도를 지킬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 불침번을 서고 있으면 어김없이 무서운 생각들이 고개를 쳐들기 마련이다. 
그러면 정말 괴로워 진다. 

한번 그런 생각들이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므로 나는 아예 불침번이 시작되면 의도적으로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에 해당되는 생각들만 열심히 해댄다. 

예를 들면 오늘은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 한다던지, 또 다음에는 여자친구에 대해서, 혹은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린다던지(물론 공포영화는 절대 안 된다)... 

아무튼 그날도 나는 어두 컴컴한 창 밖을 바라보며 내가 제대후에 뭘 할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나는 문득 인기척을 느끼곤 소스라쳐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두운 복도에는 냉랭한 공기만 맴돌뿐 아무도 없었다. 

살며시 공포가 엄습을 해 오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얼른 머리를 저으며 좀전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또다시 인기척이 느껴진다! 

고개를 재빨리 홱 돌려보는 나.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순간 아래층에 있는 녀석이 장난을 치나 싶었다.그래서 살금 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계단을 반쯤 내려갔을때, 다시금 뭔가가 휘익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아뿔싸, 소리는 아래에서 난 게 아니라 내가 있던 2층이었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라와 2층 복도를 쭉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저쪽 복도 끝에서 왠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흠칫 놀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뒷모습만 보인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화장실인데... 

그 순간 나는 망설였다. 
사실 무섭고 떨렸지만 그여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설마 귀신일리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귀신은 없는 것이다 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였으므로. 

귀신이 아니라면 그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런 훈련병 숙소에 여자가 들어왔다는 건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나는 당장 여자의 신분을 조사해야하고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내게 어떤 무시무시한 처벌이 내려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혹시 구대장들이 불침번들의 근무 상태를 체크하려고 시험하는게 아닐까?' 

나는 순간 이런 의심까지 들었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 보았다. 화장실 쪽으로...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때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던가 내무실안으로 도망 갔어야만 했다. 나중에 어떤 처벌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한 발, 한 발 걸어서 결국 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다시한번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밤새도록 미등을 켜두기 때문에 충분히 사물을 식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습니까?" 

나는 나직히 외쳐보기도 하고 일일이 문을 다 열어보면서 그 여자를 찾아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아무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여기에 여자가 있을리가 없다. 
귀신이 있더라도 남자귀신이 있어야지, 어떻게...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냉기! 

누군가의 차가운 입김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분명 누군가가 뒤에 있는 것이다! 

나는 이상한 기운에 이끌리듯이 서서히 뒤를 돌아 보았다! 

화장실 옆의 벽, 

그 벽에 위치한 소화전, 

그 소화전의 문이 열리며 드러나는 여자! 

마치 나와의 숨바꼭질에서 이겼다는 듯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웃고 있는 그 여자!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상반신 뿐이었다! 

하반신이 없었다! 

허리 아래가 거대한 작두로 싹둑 잘린듯이 깨끗한 상반신 뿐! 

내 상식으로는 소화전속에 판박이처럼 붙어서 웃고 있는 상반신뿐인 그 여자가 도저히 사람으로는 안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인식을 함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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