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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지리산 대원사 체험담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8.02.02 04:37조회 수 218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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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영험한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나 역시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섬찟하고 공포스런 경험을 했었지만...그때처럼 공포스러운 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리고,,결국 그것은 내가 초래한 일이었던것 같다. 

어짜피.. 인간은 자신의 선을 넘어서지않는 공포는.. 즐기게 되니까.. 

그해1998년 군입대를 두달여 앞둔 마지막 여름.. 
유난히 여러 곳에 피서를 다니고,, 세상이 끝날 마냥 돌아다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이곳저곳을 다녔었지만 역시 지리산 만한 곳은 없었다. 

6년동안을 매년 여름마다 놀러갔던 곳,,, 
그 해도 어금없이 지리산 대원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게 출발일을 며칠 앞두고 지리산에 집중호우소식을 접했다. 
흔히 있었던 집중호우라 생각했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아직도 날짜를 기억한다 7월31일...아마 많은 분들이 뉴스를 보셨기에...알고 계실꺼라 믿는다.) 

지리산 에서만 99명이란 사람이 사망또는 실종된것으로 보도가 되었다. 
전에 지리산에서,, 폭우를 경험한 나로서는.. 한 밤에 갑자기 불어난 물이 얼마나 거대한지.. 공포스러운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 잘 알아서였을까.. 
일주일이 지난후 ,, 언제그랬냐는 듯 더없이 맑고 무더운 날씨에 우리는 다시금 지리산에 오게 되었고,, 
불과 일주일 전에 참사는 어느 새.. 들뜬기분에 잊혀진지 오래였다... 
물론야영장에 도착하기 전까지였지만.. 

그 시기에 야영장은 거의 인파로 꽉 차있기때문에.. 자리잡기가 쉽지가않았다. 
허나.. 우리가 도착했을땐.. 겨우 텐트 3개가 있을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모두 야영장을 벗어나 계곡근처에서 야영을 하던 사람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놀라움과 실망감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계곡물은 더맑고 깨끗해 보였다.. 

어디에서도.. 참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날씨는 맑고 덥기만 했으니까.. 
첫날 왔다는 기분에 밥먹고 수영하고,, 금새 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조금씩 실증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아야 재밌는데... 하면서...그나마 있던 다른 일행들과 친해지기 위해,,인사를 다니고,,, 그렇게 둘째 날을 보냈던 것 같다. 
다른 팀들과는 그저 서먹하게 인사하고,, 그들은 또 가고,, 새로운 사람들 한둘이 오고,,,좀처럼 즐겁게 지낼수가 없었다. 
하지만 .. 유독 한사람과는 무척 친하게 지냈다. 
우리가 "교주"라고 애칭을 붙였던 그 할아버지.. (할아버지라하기엔좀젊은..) 
긴백발에,, 허름한 옷차림이었지만.. 천해보이지않는,,,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동양화를 전공했다고했고,, 매년 여름내내 산에서 보낸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천막에 가까울 정도로 큰 텐트에는 혼자 살림이라 보기엔 넘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남자들끼리 가서인지.. 부족한 것이 많았던 우리로서는 많은 신세를 지고,, 더욱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것같다. 
둘째 날 밤이었던가.. 술을 한잔 하면서.. 그가 말했다. 
지리산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계곡은 이곳 대원사가 제일인것 같다고,, 

하지만 이번 참사 때 그 모습은 정말 끔찍했었다며.. 
이런 저런 그 당시 얘기들을 해주었다. 
결국 이곳 대원사에서만 0여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실종자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얘깃거리가 시들 무렵 자리를 뜨면서 밤에 절대 계곡에 내려가지 말라고 했다. 
그 분이 보기에도 젊은 혈기에 그럴꺼란 느낌을 받으셨는지 모르지만...
우린 예전에 왔을때도 한밤에 술에 취해선 수영하는 걸 즐겼었다.. 
위험하단 건 알고있었지만 대수롭지않 다고 생각했었기에.. 
다들 어느 정도의 수영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우리가 수영하는 곳의 폭은 강이나 저수지처럼 넓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날도 그의 말은 뒤로한 채 우린 그 계곡으로 향했고,, 
난 그때 가져갔었던 아주 큰 튜브(트럭 바퀴주브..)를 챙겨갔었다. 
왠지 물이 넘 차갑게 느껴질 것 같아서였다...금세 추워질까봐...
근데. 내려가는 도중에 한곳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한 3-4미터에달한는 대나무들 대여섯개가 세워져있는거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않게 지나쳤지만 되돌아 와서 한 개를 집어 갔었다. 
우리가 노는 곳은 3미터가 넘는 곳이었기 때문에 튜브 위에 타선 노로 쓰기에 딱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곳에 가자마자 형들과 수영하고 잠수도하고 무척 시원했었다. 

한 형은 돌 위에서 랜턴을 비추고 있었고 우린 다이빙도하고 그렇게 한 20여분이 지났을까... 
넘 추웠다..난 내가 랜턴 비추겠다고 하고는 바위로올라왔다.. 
또 얼마 간의 시간이지났을까.. 
문뜩 가져온 커다란 튜브와 대나무가 눈에 띄었다. 

마침 한 형이 춥다며 바위 위로 올라 왔었기에 난 튜브를 물에 띄우고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최대한 물에 닺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리고,, 조심스래 뒤집어지지않게 중심을 잡고,, 노를 건네 받았다.. 

그때 쯤 형들은 다들 물에서 나왔고 바위 위에서 나를 보며 어린애 같다며 놀리고있었다. 형들은 그 곳에서 다시 술을 먹으려는지 둘러 앉아서 왁짜찌껄대고있었고 나는 조금은 시간이 지난 후 튜브에 걸쳐서 누웠던 것 같다.. 
길다란 노를 배위에 걸치고선 넘 편했다.. 

엉덩이가 물에 닿아있긴 했지만 춥지도 않았고 구름에 가려져 있었지만. 가끔씩 보이는 별들은 넘 밝고 평안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감상에 젖었던게 얼마였을까.. 
어느새 나는 형들과 떨어져서 한참 위로 거슬러 올라와 있었다. 
순간 감상적이던 생각은 사라지고 진한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평소 간이 큰 편이라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인데.. 
왜그랬었을까...불연듯 잊혀졌던 참사가 생각났고,, 지금 내가 떠 있는 물 밑에서 사람들이 죽어갔을 생각을 하니 넘 겁이났던 것 같았다..

 

맑고 깨끗하던 물도 검게 출렁이는 것이 누군가 밑에서 내가빠져주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놀던곳이 길이가 한 20여미터였고 폭은 7-8미터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난 윗쪽에서 물이 떨어지던 제일 끝 쪽에 있었기 때문인지.. 
형들이 있는 곳은 일부는 다른 바위에 가려지고 목소리도 떨어지는 물에 묻혀서는 간간히 들릴 뿐이었고 단지 불빛만이 보였었다.. 
난 튜브가 뒤집어지지않게 조심스래 일어나서 앉았다. 물에 닿는것이 넘 공포스러웠기때문에. 어떻게 자세를 바꿔서라도 물에 닿지않게 중심을 잡았던것같다. 

물론 형들을 부를수도 있었고,,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헤엄칠 수도있었다.. 
하지만 헤엄친기엔 물밑이 넘 두려웠고 그들을 부르려고 하기엔 내 머릿 속엔 넘 많은 생각을 하고 난 후였다. 
생각해보라...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근데 난 물을 거슬러 올라왔다.. 
그것도 물의 끝지점에서 끝까지....
어떤 와류의 현상이라 생각하자,, (그럴리도 없지만...난 그곳에서 수없이 놀았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일어난 적은없었다.) 
그렇대도...어딘가 물의 가로 흘러서는 맴돌아야 한다.. 
물이 떨어지는 힘에 의한다면 난 거기로 빨려들었어야한다.. 
그리고 그만한 규모가아니었단건 누구나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근데 난 지금 물이 떨어지는 한가운데... 
그 주위만을 돌고 있는 것이다.. 
그짧은 시간에 그런 생각을 하고서는 나의 입은 굳어버린것이다.. 
뭐라 말이 나오질 않았다. 가위눌린 듯 얼버무리고 있을 뿐이었고 내가 어떻게든 소리를 지른다면 그전에 누군가 날 끌어들일 것 같았다. 
이제껏 느껴왔던 공포보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난 여태껏 손에 들고있던.. 대나무가 생각났고,, 이렇게 물가장자리에 떠있다면,, 
그것으로 바닥을 짚고,, 밀어서 밑으로 가면 될 것이란 생각이들었다. 
어짜피 내몸이 물에는 닷지않으니까.. 그것이 그 당시 내가 생각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팔도 공포에 떨고 있었지만.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대나무를 물 밑으로 넣었다.그리고 뭔가가 걸렸다고 생각할 무렵,,, 
밑으로 향해 나를 밀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거 같았다.. 
오직 그일에 집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주위를 보았다. 
..... 
..... 
그대로였다.. 
하지만..난 분명히 움직임을 느꼈다.. 

그재서야.. 난 겨우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비춰진 시야를 넓게 보면서,, 
다시한번 움직여보았다.. 

난 돌고 있었던 것이었다.. 
좀더 크게 돌고 있었던 거였다... 
그랬었다.. 공포에 떠는 내가 느끼기엔 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라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제서야,, 느낌이 왔다. 
누군가 밑에서 대나무를 잡고 있는것같다는.. 

그리고,, 날 이리저리 돌리고있는것 이라는.. 
난 움직임만을 생각하고,, 바보같이 그짓을 해온것이다.. 
죽을것같았다.. 

어쩔 수 없는상황에서.. 
결국 내가 뛰어들기를 바라기만 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 조금은 벗어난 곳을 돌고 있을무렵... 

형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주멀리서 메아리치듯이.. 

하지만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얼버무리는 말 정도는 떨어지는 물소리에 묻혀 들릴리가 없지 않은가... 

순간.. 
대나무를 놓고싶었다.. 밑에서 누군가 날 잡고있느듯한 이기분도싫었지만.. 
지금 놓으면 살수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생각은 앞섰지만.. 행동은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그 손을 놓는데도 엄청난 힘이 들어간듯 했다.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기다렸다는듯이..난 주루룩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형들이 있는 곳에 조종이라도 한듯 다달았다.. 

불과 십여초가 걸렸을 뿐이었다.. 
형들은 어디갔다 왔었냐며...술 한잔하라고 불렀다고했다.. 

방금나는 죽음의 공포에서 허덕이고있었는데.. 
술 한잔하라니... 
하지만.. 믿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왠지 그랬다.. 
평소같으면,, 그냥 쉽게 우스게로 얘기했을텐데.. 
너무 큰 공포를 느껴서였을까.. 

그들이 술이 깬 후에라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린 다시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튜브는 형 중 한 명이 건져서 왔고 난 올라오는 길에도,, 그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 조차 두려웠었다. 

올라온 후 옷을 갈아입고,,, 
형들은 라면을 먹었다.나도 옆에서 거들긴 했지만...온통 그생각뿐이었다.. 
흔히 말하는 물귀신이었단 생각 뿐이었다. 

한참을 끔찍한 순간을 회상하고 있다가 문뜩 이상한 생각이들었다. 

그렇다면 형들이나 나나 물에떠서 놀때 그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형들도,, 각자 혼자 제법 멀리 수영하곤 했었는데.. 
왜 나한테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던걸까.. 그것도 물 위에 떠있었는데.. 

하지만.. 알수없었다.. 왜그랬는지... 

어느덧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고,, 
형들은 설겆이 하고 잔다면서,, 설겆이 당번을 정한답시고 화투를 치고있었다. 

그때.. 교주라 부르던,, 그가 우리에게 왔다.. 
우린 가볍게 인사를 하고,. 형들은 다시 화투를 치고 있었고,, 
난 옆에서 구경하는둥,,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때.. 
손엔,, 커다란 튜브가 들려 있었다. 
아까.. 형이 오다가 아무대나 던져놓았나보다.. 
그재서야 그는 우리가 널어놓은 젖은 수영복들을 보았고,, 

조금은 화난듯한 투로,, 수영하러 가지말라고했는데.. 
왜 갔냐며,..우리를 나무랬다. 
처음엔 미안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형들은 귀찮은듯,, 죄송하다 했었고,, 
그도 얼마간의 잔소리끝에 다시금 계곡쪽으로 사라졌다.. 
난 내가 겪은 일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수없었다. 

한참을 잤을까.. 
일어나니.. 열두시가 넘었었다.. 
형들은 잠에 취해있었고,, 언제 그랬냐는듯 밖의 날씨는 넘 화창했다. 

문득 어제 그곳에 가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지금 봐도 그런 공포가 밀려올까.. 

간사하게도,, 그렇지않을것 같았다.. 한번더 보고싶었다.. 

믿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도착했을때 그 교주라는 사람이 있었다.. 
한손에는 큰 대나무를 들고서,, 

그는 나와 마주치자,, 무서둔 눈으로,, 어제 이걸 들고 왔었냐면서 호통을 쳤다.. 
난 그렇다고 했고,,그는 큰일난다면서,,한참을 떠들어댔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대다무에 뭔가 숨겨진게 있는것 같았고,, 

내 얘길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답을 알 것만 같았다. 

한참을 얘기했을까.. 마냥 듣기만 하던 그는.. 
그는 마치 스님 마냥,, 그곳을 향해 "관세음보살"을 해댔고,, 
몇번을 그러더니..내게 얘길 꺼냈다.. 

내가 가지고간 그 장대는 참사 때.. 
물속 바위에 끼였을 시체를 찾아내는데 쓰였던 거라고했다.. 
그리고,, 우리가 놀던 그 계곡에서 가장 깊었던 곳. 
1미터가량의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던 그 곳 물속의 바위에서 끼어있던 시신을 대나무로 찾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더이상 얘길하지않았다.. 

가엾다는 말만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씩 알수있었다. 

왜 처음에 수영할 때에는,, 아무일도 없었는지.. 
형들도 물 위에서,,물속에서 아무 느낌도 없었고,, 
일찍 나오긴 했지만,, 나 역시 그랬었는데... 

처음 대나무를 들고 물위에 있을 때.. 
어느덧 물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내가 대나물를 물 밑에 넣고나오려 애 쓸때.. 
그 곳에서 누군가 나를 잡고 있단 생각이 들었을때.. 

모든게 그랬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건,, 언젠가 여러분이 만약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영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겪게 된다면.. 

나와 다른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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