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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사리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3.08 10:21조회 수 999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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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야 큰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문대를 졸업한 후 한동안 나는 학교 취업센터에서 연결해 준 상조회사에서 사진 제작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장례식의 경우 기존에 찍어둔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스캔해 정장 차림에 합성해 영정 사진을 만드는 게 기본이었다.

 

결혼 사진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수정 정도만 봤었고.

 

 

 

그거 말고는 사실 사진에 관련된 일보다는 별 상관없는 잡일 투성이였지만.

 

그러던 어느날, 어느 20대 남자의 장례식 영정 관련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60대쯤 되어 보이는 고인의 부모님이, 기묘한 의뢰를 해왔다.

 

 

 

세상을 떠난 아들의 결혼 사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미혼인채 병으로 죽은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어떻게 만들어서라도 결혼식 사진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뭐, 할 수 있는지 없는지야 합성할 기본 사진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하청받아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확답을 내줄 수도 없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는 답을 피하고, 정사원으로 일하던 선배에게 상담했다.

 

[그건 무카사리일 거야.]

 

 

 

선배는 말했다.

 

[도호쿠 지방 쪽에서는 결혼 전 죽은 남자한테 마치 결혼식을 올렸던 것처럼 그림을 그려 신사에 바치는 풍습이 있다더라. 그걸 무카사리라고 하고. 없어진 풍속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야, 그런 걸 회사 차원에 해줄 수 있겠냐. 뭐, 굳이 네가 개인적으로 도와주겠다면 그건 말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하지마라, 그런건.]

 

선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일을 맡기로 했다.

 

너무나도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내게 부탁해 왔던 고인의 아버지와, 장례식 내내 울고 있던 고인의 어머니가 마음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고인의 부모님과 대화해보니, 죽은 남자는 성인식 때 찍은 몬츠키하카마 차림의 사진이 있다고 했다.

 

마침 잘됐다는 생각에 그 사진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

 

다만 남자 양옆에 서 있던 부모님은 새로 사진을 찍어 합성하기로 하고.

 

 

 

금박 병풍을 친 가운데 신랑신부가 서 있고, 그 양옆에 부모님이 서 있는 구도의 사진을 만들 요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부였다.

 

나는 대충 인터넷에서 혼례 복장을 차려입은 몸 사진을 구한 후, 조금 귀찮아도 얼굴은 각 부위별로 하나씩 콜라쥬해 이 세상에 없는 여자를 창조해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인의 부모님은 부디 이 사진을 써달라며 품에서 사진을 꺼내 내밀었다.

 

신부 얼굴은 꼭 이 사람 얼굴로 해달라며,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했다.

 

그걸 스캔해서 합성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때 문득,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카사리는 말이야, 주변 사람들은 실제 사람으로 그려넣어도 괜찮지만 신랑신부는 살아 있는 사람을 그리면 안 된대. 또, 살아있는 사람 이름을 넣어도 안 되고. 그렇게 했다가는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데리러 온다나 뭐라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내가 작업하려다 보니 그 이야기가 무척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저...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쓰는 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고인의 부모님은 완고했다.

 

 

 

[그 사진 속의 여자는 이미 죽었어요. 그리고 우리 아들과 약혼 관계였던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은 병을 얻어서 죽은 거에요.]

 

둘 다 고인이니 이미 저세상에서 함께 지내고 있을 터라는 것이었다.

 

이 사진은 그저 증명으로서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설득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여자의 사진을 받아들었다.

 

 

 

나는 사례금으로 10만엔을 받았다.

 

사진은 곧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아들과 약혼녀의 성을 같게 해서 써 넣었다.

 

신사에 에마로 걸기 좋게 패널 액자에 넣어 건네주었다.

 

 

 

내가 만든 것이었지만 썩 잘 만든 작품이었다.

 

고인의 부모님은 기쁜 듯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걸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선배가 말했던대로 도호쿠 지방이었다.

 

나는 조금 섬뜩했지만,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들을 보냈다.

 

그리고 2주일 가량 지났을까.

 

 

 

지역신문에 사고 기사가 났다.

 

병원 앞에서 구급차에 치여 즉사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구급차에, 내가 영정 사진을 맡았던 죽은 남자의 시신이 실려 반송되던 도중이었다는 것이다.

 

 

 

신문에 피해자 여성의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이름은 내가 사진에 적어넣은 이름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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