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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펌)-귀신과 싸우는(?) 내 여친이야기 -3-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8.03.30 19:07조회 수 263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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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굵직한 에피소드임. 이건 친구A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임. 친구1234는 동네친구, 친구ABC는 학교친구로 구분하겠음.

 

 

 

귀찮아서 그런 거 절대아님. -_-;;;;;(맞잖아! 퍽!)

 

 

 

이번 에피소드는 새벽의 저주....가 아니고 골목길임.

 

 

진짜 여친의 능력을 알게 된 이후로 내게 이딴 일만 생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음. -_- 게다가 이번 건 흉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졸라 무서웠음.

 

 

 

흉가가 그냥 커피면 새벽의 골목길은 티오피임.(나한테는)

 

내 생애 제일 무서웠던 베스트5에 5위정도 됨. 최초로 내가 귀신을 목격한 에피소드이기도 함. 어르신들 덕분에 그냥 잡귀 정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일화에 나오는 귀신은 어르신들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무서운 존재였음.

 

 

 

-_-;; 근데 솔직히 그게 꿈인지 현실이었는지 잘 구분이 안감. 게다가 기억도 드문드문이라 각색을 좀 많이 했음.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겠음.

 

 

 

감격의 16강 진출. 그리고 6월 18일 날 붙은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내 생애 최고의 경기라 할 수 있겠음. 개인적으로 6월 22일 날 붙은 스페인과의 승부차기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함.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역전 최고 ㅋㅋㅋ 하지만 그 두 경기를 집에서만 본 게 좀 흠임.

 

 

 

여친이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극도로 싫어하는 지라 광화문 가자는 내 소원을 쿨하게 무시했음. 결국 여친가족하고 우리가족이 모여 응원했기에 부모님들끼리도 제법 친해지셨음. 이건 아주 긍정적인 일임. 어쩌면 여친은 이걸 노린 걸지도?

 

 

 

나 : 따님을 제게 주세요!

장인 : 닥쳐라, 네 이놈! 너 따위에게 내 금지옥엽을 줄 성 싶으냐!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허락하지 못한다, 이놈아!

 

 

 

요런 사극 시츄도 있었음. ㅋㅋㅋㅋ 나 보고 여친을 데리고 살지 않으면 뼈와 살을 분리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시던 분이 처음엔 이랬음. ㅋㅋㅋㅋㅋㅋ

 

 

 

나와 친구ABC는 스페인전이 끝난 다음날, 일요일 저녁 7시에 만나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음. 이때는 온 나라가 축구에 미쳐 있었던 지라 미성년자들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셔도 누구도 터치하지 않았음. 오히려 더 마시라고 서비스해줌. *-_-* 호프집 사장님, 알라뷰~

 

 

사실 호프집에 당당히 들어갔던 것은 우리들이 사복을 입고 있으면 남들이 성인으로 보기 때문이었음. 제길 -_-;;;;;;;

 

 

 

어쨌거나 우리는 대 이탈리아 전 경기와 스페인전 경기의 재방송을 보면서 신나게 닭을 뜯고 맥주를 들이켰음. 나 술 무지 좋아하는 놈임.(지금은 아님.) 친구ABC도 마찬가지. 우리들의 주 화제는 당연히 축구였음.

 

 

어딜 가도 축구축구축구축구 얘기뿐임. 그럴 수밖에 없음. ㅋㅋㅋㅋ 생각해 보심.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가다니. 이게 믿겨짐? 나 완전 좋아 죽으려고 했음. 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축구 얘기를 하려고 하면 여친은 그 예쁘고 고운 손으로 내 주둥이를 틀어막았음.

 

 

어쨌든 이 친구 세 놈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맥주를 마시는데 친구A가 대뜸 9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함. 뭐, 밤 세 마실 것도 아니고 다음 날, 학교 가야하기 때문에 쫑 내는 시간은 9시로 정했음. 근데 친구A 녀석은 유독 말이 없고 꽤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었음.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음.

 

 

 

미리 말하지만 우린 술을 좋아할 뿐, 양아치 같은 그런 부류가 절대 아님. 친구BC는 전교 50등 안에 들 정도로 머리 좋은 놈들임. 난 100등대고 친구A는 200등대임. 그래도 난 중위권에 든다고 자부하고 있음.

 

 

 

전 편에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내 주둥이에 알콜이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처 웃게 됨. 계속 ㅋㅋㅋㅋㅋ 거리며 분위기를 업 했음. 호프집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등치 좋은 아저씨가 골든 벨을 울리겠다는 거임.

 

 

나+친구ABC : 우와! 감사합니다! 형님은 복 받으실 거예요!

 

 

죠낸 좋아서 많이 얻어 마심. 재방송임에도 너무 기분이 좋다나? ㅋㅋㅋㅋ 결국 우리는 9시까지 술을 무진장 얻어 마셨음. 학생 주제에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건 절대 아님. 가볍게 취해서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임. 친구BC는 집이 반대방향이라 먼저 헤어졌고 나와 친구A는 방향이 같았기에 함께 걸었음.

 

 

 

친구A는 대게 얌전하고 깔끔한 녀석임. 이 녀석과 인연이 상당함.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같은 반이었음. 그래서 불알친구보다 더 친한 녀석임. 근데 최근 이 놈의 표정이 매우 시무룩하게 변했고 야위어 진 것이 좀 마음에 걸렸음. 학교에서도 항상 기운이 없었음. 어느날 갑자기 그랬던 거임.

 

 

술을 마시는 내내 표정도 밝지는 않았음. 물론 웃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인위적인 것 같음. 그래서 물었음. 하여간 모든 일의 시작과 근원은 이 주체 할 수 없는 호기심과 주둥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 -_-;;;

 

 

나 : 요새 무슨 일 있냐?

친구A : 별로.

나 : 쓰읍, 네 얼굴에 다 써 있어. 너 무슨 일 있지? 혹시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냐?

친구A :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냐. 야, 우리 집에 좀 들렸다 갈래?

나 : 읭? 뭐 하러?

친구A :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나 : 야, 너 설마 커밍아웃하는 거냐?

친구A : 미친놈.

 

 

졸라 심각했던 표정이 내 농담으로 다소 풀어졌음. ㅋㅋㅋ 근데 친구A는 집이 가까워질 때까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 난 혼자 실컷 떠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근데 이 넘 집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 그 근처의 골목길은 음침한 구석이 좀 있었음. 처음 녀석 집에 놀러갔을 때, 세상에 이딴 골목이 있냐며 친구BC랑 투덜거리기도 했었음.

 

 

혼자 다니면 뭐라도 튀어 나올까봐 가슴 졸일 정도로 어둡고 조용했음. 남자인 내가 꺼림직 할 정도인데 여자들은 오죽 하겠음?

 

 

어쨌든 친구A의 집으로 들어갔음. 옛날 구식 빌라지대라서 집집마다 더덕더덕 붙어 있었음. 알 사람은 알만한 집임. 친구A의 집은 반 지하였음. 그래도 깔끔함을 자랑하는 넘이라 집도 무척 깔끔했음. 친구A는 부모님하고 따로 삼. 두 분 다 지방에 계심. 나도 이 놈 부모님 뵌 건 손에 꼽을 정도임.

 

 

난 녀석의 방에서 플스2(한창 유행하던 게임기)를 플레이하며 놀았음. 뭐,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놀다가기도 했으니까, 세이브 데이터도 있었음.

 

 

나 : 근데 할 얘기가 뭐야?

친구A : 너, 혹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

나 : -_-.........

 

 

뜬금없는 질문에 멍해졌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심히 갈등이었음. 귀신이 있냐고? 그걸 나한테 묻는 거냐? 가공할 능력과 포스를 가진 여친님이 내 곁에 있는데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임. 하지만 문제는 난 귀신의 귀자도 본 적이 없다는 거임. 물론 이 때까지는.

 

 

나 : 뜬금없이 뭔 소리냐? 뭐, 난 있다고는 생각해.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친구A : 그래? 그렇구나.

나 : 아, 근데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

친구A : 그게... 나 요새 귀신에게 시달리고 있어.

나 : 읭? 시달리다니?

친구A : 이 골목길 말이야, 되게 음침한 건 너도 알거야. 며칠 전부터 계속 기분 나쁜 여자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자정만 지나면.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도 분간하지 못하고 있거든.

 

 

-_-...... 이쯤 되니 나는 슬그머니 종료버튼을 누르고 친구A가 하는 말을 경청했음. 자고로 귀신도 보지 못하는 주제에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나임. 나 여친 덕에 새가슴 울보가 되었음. 가뜩이나 돌아갈 때 저 음침한 골목길 지나야 하는 내겐 레알 소름 돋는 얘기였음.

 

 

친구A : 처음엔 웃음소리가 희미했어. 그래서 난 누가 골목길을 지나면서 웃고 있나 싶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근데....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라고.

 

 

와 ㅅㅂ! 순간 온 몸에 소름이 확 돋았음.

 

 

나 : 이 미친놈아! 졸라 그런 얘기 싫어하거든? 너 나 집에 못 가게 하려고 일부로 지껄이는 거지?

친구A : 나 지금 심각하다, 곰돌아. 진심이야. 그거 때문에 돌아버리기 직전이야.

나 : 야, 그거 혹시 스토커 아니야? 꼭 귀신 짓이라고 단 정 할 수 있냐? 요새 별 미친 것들이 다 있잖아.

 

 

꼭 귀신 짓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었음. 하지만 귀신이 아니길 바란 건 오히려 나임. ㅠ_ㅠ 친구A 녀석의 얼굴표정이 무척 심각해졌음.

 

 

친구A : 이젠 집 안에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너 같으면 사람 짓이라고 생각하겠냐? 그렇게 웃으면서 문 닫는 소리도 없이 들어 올 수 있겠냐고, 사람이!

나 : 집 안까지 들어온다고?

 

 

깜짝 놀랐음. 여기서 갑자기 핸드폰 음이라도 터진다면 기절 할 것 같음. ㅠ_ㅠ

 

 

친구A : 그래! 계속 들어온다고! 매일 밤 그 웃음소리를 내며 집안까지 들어오는데 이제 곧 거실을 지날 것 같아! 내 방까지 계속 가까워지고 있어! 아마 하루 이틀이면 그 시발 귀신 모습을 볼지도 몰라! 그것 때문에 무서워 미치기 직전이야!

나 : 야, 야. 그러면 여기서 빨리 나가야지.

친구A : 어디로 가라고?

나 : 그야, 친구 집이라 던지....(우리 집은 솔직히 쪽팔려서 안 됨.)

친구A : 그 시발 귀신이 거기까지 쫓아오면 어떻게?

 

 

아, 맞다. 이 시키. 졸라 착하고 순박한 놈이라 남 피해 주는 짓을 못함. 지가 피해를 입으면 입었지. 전형적인 손해 보는 타입임. 여친이 생각나긴 했지만 지금 시간이 벌써 11시임. 일찍 자는 편이기에 아마 지금쯤 자고 있을 것임.

 

 

나 : 그러면 어떡해? 너 그 귀신이 방까지 들어오면 어쩔 거야?

친구A : 그래서 말인데. 너 오늘 자고 가지 않을래?

나 : 야, 내일 학교가야 되잖아. 집에 가서 교복 입고 다시 등교하라고?

 

 

당연히 교복 일은 핑계임. 아무리 내가 어르신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귀신 나오는 집에서 잘 수 있을 것 같음? 하지만 친구A는 불쌍하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제발 자고 가라고 내 다리까지 붙잡았음.

 

 

ㅅㅂ 결국 난 이 놈을 뿌리 칠 수 없었음. 왜냐하면 나도 만만치 않게 착한 놈이긴 때문임. ㅠ_ㅠ 손해 볼 타입에 나도 포함임. 다만 여친님이 있어서 좀 틀릴 뿐이지.

 

 

 

결국 난 친구A의 집에서 자고 가기로 함. 일단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뒀음. 아침 일찍 교복 가지러 간다고 설명함. 친구A는 나를 든든한 원군이라고 생각한 모양. 근데 실체는 내가 너 보다 훨씬 겁쟁이인걸. ㅠ_ㅠ

 

 

 

나와 친구A는 나란히 침대에 누웠음. 친구 집에서 자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음. 하지만 불편하긴 했음. 움막이긴 해도 역시 우리 집이 편한 거임. 난 시종일관 시계만 봤음. 이 넘 말로는 자정에 웃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음.

 

 

 

근데 긴장 속에 기다리던 찰나에 자정은 싱겁게 지나가 버림. 웃음소리든 뭐든 전혀 들려오지 않았음. 나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체 잠들지 못하고 있던 친구A는 무척 얼굴이 환해졌음.

 

 

 

나 : 너 혹시, 나랑 같이 자려고 뻥 친 거 아녀?

친구A : 아,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그것보다 그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속이 다 시원하네! 야, 진작 너나 다른 놈들 부를 걸 그랬어. 괜히 마음고생 했잖아.

 

 

 

그리고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친구A임. 에휴, 그냥 잠이나 잘가함. 아무래도 내가 이 시키한테 속은 듯 싶었음. 하지만 웬 걸? 갑자기 16비트 화음의 내 은은한 벨소리가 들려오는 거임. 평소 들으면 좋은 음인데 지금 들으니, 갑자기 졸라 소름 끼쳤음

 

 

나 : 잉? 아직 잠자지 않았나?

친구A : 누군데?

나 : 마이 걸프렌드 *-_-*

친구A : ㅅㅂ.... 너 여기서 염장 지를 거면 당장 나가라.

나 : 이 시키가! 다리 붙잡고 애걸 할 때는 언제고!

친구A : ㅋㅋㅋㅋㅋ 몰라, 그딴 거.

 

 

친구A가 밝아진 것 같음. 일단 난 여친과 통화를 했음. 근데 대뜸 여친이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음.

 

여친 : 너 지금 거기 어디야!!!!!!!!

나 : 누나야, 나 귀청 떨어지것다. -_-

여친 : 너 집 아니지! 그렇지!? 거기 다른 곳이지!?

나 : 읭? 집 아닌 거 어떻게 알았대?

여친 : 왜, 집에 곧바로 들어가지 않았어!

나 : 아, 아니. 친구 놈이 자고 가라고 해서....

 

 

나 이 여자, 가끔 진심 무서움. ㄷㄷㄷㄷ 내가 어딨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맞히는데, 솔직히 내 몸 어딘가에 도청기나 위치추적기라도 달아 놓은 줄 알았음. -_- 그런데 여친의 목소리가 무진장 흥분된 기색이었음. 이쯤 되니 갑자기 무서워 진거임.

 

 

여친 : 너, 딴 사람 말 듣지 말고 무조건 내 말만 들어!

나 : 왜 그러는데?

여친 : 당장 거기서 나와! 당장! 빨리 나와!

나 : 뭐, 뭐? 나오라고?

여친 : 시간이 없으니까, 당장 나오라고!

 

 

평소 도도하고 시크한 여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몹시 흥분되고 화를 내고 있었음. 덕분에 무지하게 쫄은 나는 일단 옷을 챙겨 입었음.

 

 

친구A : 가게?

나 : 어. 아무래도 가봐야 것다. 미안하다.

친구A : 이 ㅅㅂ놈! 이거 수상한데? 너 여친 전화 받고 어디 가는 겨? ㅋㅋㅋㅋㅋ

 

 

친구A가 졸라 음흉하게 웃었음. 너무너무너무나 안타깝게도 아직 자네가 생각하는 거기까지 가진 못했음. 일단 친구A가 괜찮은 듯하니. 빨리 나오라고 성화인 여친의 전화를 끊지 않고 나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음.

 

골목길의 풍경이 참, 가관이었음.

 

 

그런데.....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한 거 아님?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골목길이 있었음? 와, 이건 저번 흉가 때보다 훨씬 무서운 분위기 인거임.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인적은 없었고 으스스하고 기분 나쁜 느낌만 계속 드는 거임.

 

 

게다가 내 여친님이 고함을 질러댔음

 

 

여친 : 바보야!! 빨리 뛰어!!!

나 : 누나야, 귀 아프다니까!

여친 : 넌 안 들리겠지만, 니 핸드폰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빨리 뛰어!!

 

 

헉, ㅅㅂ!! 온 몸에 털이란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음. 여친은 계속 귀신 웃음소리가 들린다며 나더러 거기서 도망치라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음.

 

 

정말 미친 듯이 뛰었음.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난 여친 목소리를 들으며 진짜 미친 듯이 전력 질주를 했음. 한 참을 달려도 여친은 계속 뛰라고만 했음. 진짜 똥줄이 제대로 탐.

 

 

 

나 : 아, 아직도 웃음소리가 들려!?

여친 : 아직도 들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아무리 어르신들이 보호하는 너라고 해도 웃는 귀신은 진짜 위험한 귀신이란 말이야! 잘못하면 해코지를 당 할 수 있으니까, 계속 뛰어야 돼!

나 : 수, 숨넘어가기 직전인데.

여친 : 조금만 참아! 어서 뛰어! 앞만 보고 달려!

 

 

 

자정이 넘은 새벽에 이렇게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뛰어 보긴 처음이었음. 여친의 말대로 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음. 혹시라도 시선을 돌리면 그 시발 귀신과 마주칠까봐 졸라 무서웠음.

 

 

 

게다가 골목길은 어둠침침하고 당장 무엇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음. 골목 중간 중간 무언가 부딪치는 퍽퍽 거리는 소리 때문에 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았음. 난 아직도 이게 무슨 소리였는지 모르겠음.

 

여친은 계속 전화로 뛰라고만 하지, 귀신 웃음소리는 계속 들린다고 하지, 숨은 점점 차오르지.

 

 

나는 환장하겠지!

 

 

그렇게 한 참을 달리고 달렸음. 근데 정말 이상한 게, 이 골목길은 이렇게까지 길진 않았음.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는 그 주변을 돌고 도는 것 같았음. 실제로 그랬던 것 같음.

 

 

이때부터 내 기억이 애매해지기 시작한 것 같음. 워낙 몽환적이고 정신없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음. 아마 이 쯤이 현실과 꿈의 경계라고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생각함.

 

 

어쨌든 무서웠던 건 똑같았음. 

 

 

너무 지치고 힘들어 순간 핸드폰을 떨어트림. 그 때문에 여친과 통화가 끊김. 숨이 턱턱 막혀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잠시 쉬었음. 귀신이고 나발이고 내가 먼저 죽겠는 거임. 그런데 맞은 편 담벼락에 체구가 작은 여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처럼 등을 기대며 서있었음.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음.

 

 

 

여자는 고개를 들더니 귀까지 찢어진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보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음.

 

 

 

내 기억은 여기서 끊겼음.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난 친구A의 방 침대에 누워있었음. 거실에는 친구A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음. 친구A는 일어나 있는 나를 보고 씨익 웃었음.

 

 

 

친구A : 괜찮냐?

나 : 어..... 괜찮은 것 같은데. 근데 내가 왜 네 집에서 자고 있냐?

친구A : 네가 좀 걱정 되서 나가봤는데 골목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더라고.

나 :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짜?

친구A : 그래, 인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네 여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진땀 뺐다.

나 : 뭐라고 설명했는데?

친구A : 술을 너무 처마셔서 쓰러졌다고. ㅋㅋㅋㅋㅋ 시키, 그러게 작작 마시지. 멀쩡한 것 같더만, 역시 취해 있었어.

 

 

이 놈은 내가 취해서 쓰러진 거라고 생각한 거임. -_-

 

 

 

나 : 혹시 그 귀신이 나타나거나 하지 않았어?

친구A : 그런 건 없었어. 아무래도 내가 심하게 착각했던 것 같아.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 동안 조카 마음고생만 했네. 쳇.

 

 

 

-_-..... 아무래도 이놈은 내가 간밤에 뭘 겪었는지 모르는 눈치인 것 같음. 아니, 그게 정말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생각해보니 이 시키를 괴롭히던 그 웃음귀신이 타겟을 나로 변경 한 것 같음. 귀신인지 뭔지를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음. 골목길에서의 질주 당시에는 난 정말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서웠는데 지금은 애매모호한 기분임. 다만 몸에 땀 냄새가 나서 기분이 나빴음.

 

 

 

그 찢어진 입의 여자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간간히 기억나 오싹하게 만듬. 이거 하나 만은 분명 기억함. 근데 그게 현실에서 본 것인지, 꿈속에서 본 것인지 잘 분간이 안 간다는 거임. 하지만 여친 말을 들으면 내가 실제로 본 것 같기는 함.

 

 

 

어쨌든 사랑스러운 여친의 얼굴이 떠오름. 어제 그렇게 고래고래 소릴 질렀는데, 목이 쉬지 않았을까, 걱정되었음. 그래서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음. 자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여친은 금방 전화를 받았음. 근데 목소리 톤은 무척 뾰족했음. 게다가 피곤한 것 같은 목소리였음.

 

 

여친 : 너 하마터면 귀신에 씌일 뻔 한 거 알아?

나 :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

여친 : 근데 혹시 그 귀신 모습 봤어?

나 : 입이 찢어지고 체구가 작은 여자였어.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친 : .....에휴, 결국 사고를 쳤구나. 너 잘 들어. 오늘 학교 가서 조퇴하고 우리 집으로 와. 나도 조퇴 할 테니까.

나 : 꼭 그래야 돼?

여친 : 웃는 귀신의 특징이 뭔지 알아?

나 : -_-?

여친 : 그 귀신의 실체를 봤다는 건, 이미 씌어 졌다는 증거야. 이 멍청아!

나 : 헉! 진짜!?

 

 

하지만 난 멀쩡했음. 대체 뭐가 씌어져 있는지 모를 일임. 하지만 여친은 매우 심각해 보였음.

 

 

 

여친 : 믿기 싫으면 마음대로 해. 대신 밤마다 웃음소리를 들어야 할 거야.

나 : 당장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누님!

 

 

 

그 일이 또 벌어진다면 난 진짜 미쳐버릴 지도 모름. 통화는 그것으로 끝이었음. 나는 여친님의 명령대로 학교를 조퇴했음. 나날이 발전하는 표정연기가 일품인 것 같음. 여친도 조퇴를 해서 일찍 집으로 돌아왔음. 나는 여친 집 앞에 기다리고 있었음. 여친이 무척 반갑고 보고싶어서 안으려고 했음.

 

근데 여친은 날 밀쳐내고는 인상을 잔뜩 구김. 그리고 한 마디 함.

 

 

여친 : 당장 떨어져!

 

 

순간 내 얼굴은 ㅇㅁㅇ;;;; 이렇게 됨.  나 버림 받은 거임? ㅋㅋㅋ 당연히 그럴리는 없음. 귀신이 보인 모양임.

 

 

나 : 그 귀신 내 옆에 있어?

여친 : 계속 웃어대서 시끄러울 정도야. 그리고 너만 보고 있어. 기분 나쁘게.

 

 

와, 대낮인데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펄쩍 뛰었음. 다행히 여친은 어르신들이 있어서 귀신이 옆에만 있을 뿐이지 쉽게 해코지를 못한다고 했음.

 

 

다만 그 귀신의 힘이 강해지는 시간인 자정에는 어르신들로도 어쩔 수 없다는 거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의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이 웃는 귀신이라는 거임.

 

 

춤추는 귀신, 웃는 귀신, 손만 있는 귀신, 목 없는 귀신,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귀신 유형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여친이 설명해 줌. 그리고 이것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특징을 조합한 귀신이라는 거임. 예를 들면 춤추며 웃는 귀신같은 거 말임. 세상에, 이런 기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음.

 

 

웃는 귀신의 특징은 그냥 웃는게 아니고 입이 크게 찢어진 체로 미친듯이 웃어대는 거임. 그 입으로 사람 정기를 먹는다고 함. 그런 것들은 딱 봐도, 뭐 이런 미치냔이 다있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웃는 거임. 내가 본 그 귀신도 그렇게 웃어댔음.   

 

 

여친은 어제 내가 처한 위험을 알아차린 건 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했음. 내가 입이 찢어진 체로 미친 듯이 웃었다는 거임. -_-

 

 

 

어쨌든 유형들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내게 달라붙은 웃는 귀신이라는 거임. 춤추는 귀신을 쉽게 쫓았던 벽조목으로도 힘들다고 함. 그래서 여친은 날 집에 들이지 않고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게 했음. 여친은 스님이 올 거라고 했음.

 

 

 

나 : 잉? 스님이 오신다고?

여친 : 그래. 이 근처 ㄱㅅ사의 법력 높은 스님이셔.

나 : 근데 누나가 부탁해서 오시는 거야? 우리가 찾아가야 되는 게 아니고?

여친 : 귀신이 잘도 절까지 따라가겠다.

나 : -_-;;;;;

여친 :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와달라고 사정했는지 알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미리 집에 빨리 가라고 전화 했어야 했는데.

나 : 근데, 누나야. 내가 안 갔으면 친구A가 좀 위험하지 않았을 까?

여친 : 위험하긴 했겠지. 하지만 난 네가 더 걱정이었단 말이야. 그것도 하필이면 웃는 귀신과 연관될 게 뭐람.

 

 

이제 보니 말하는 여친의 예쁜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음. 나 때문에 밤 새 한 숨도 못잔 것이 분명했음. 내색하진 않았지만. 날 걱정하는 여친의 마음은 정말이었음. 그래서 난 더욱 미안했음.

 

 

왠지 나 최근 본의 아니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 것 같음. ㅠ_ㅠ

 

 

1시간 정도 지나자 인상 좋으신 중년 스님이 오셨음. 그것도 웬 두루마기를 들고 오셨음. 스님은 봉명스님(가명)이라고 함. 어차피 흔한 도호이고 앞으로 자주 나오실 스님이시니 조연급 신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음.

 

 

이 스님에게 나중에 결혼 할 때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했음. ㅋㅋㅋㅋ

 

이 빌어먹을 돼지 신랑과 선녀 같은 신부는.. 이라고 시작할 스님이 분명함. 그래도 도움을 많이 주셔서 난 이 스님 무척 존경함. 노골적인 해도욤.

 

 

 

봉명스님 : 여기 가져왔단다. 받아라.

여친 : 감사합니다, 봉명스님.

 

 

 

봉명스님과 여친은 서로 간에 공손히 합장을 했음. 나도 어설프게나마 합장을 했음. 봉명스님은 날 보더니 자상하게 한 번 웃으시고는 한 말씀 하셨음. 근데 푸근한 인상과 다르게 말투는 되게 호탕하셨음.

 

 

 

봉명스님 : 참, 더럽게 고생 할 상이로고. 하필이면 그런 위험한 잡귀에 씌이다니. 쯧쯧쯧. 수양 좀 쌓지 그러냐. 너 때문에 애인이 자주 울게 생겼다. 쯧쯧쯧.

나 : ㅇㅂㅇ;;;;;;

여친 : 팔자려니 해야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봉명스님.

 

 

저 스님 머임? -_-^

 

 

봉명스님 : 다행히 너를 지키는 영령들이 많으니 어렵지 않게 쫓아낼 수 있을 거야. 힘내도록 해라. 애인 고생시키지 말고.

 

 

 

그리고는 쿨하게 가셨음. 이분도 좀 쿨하신 스님인 것 같음. 여친은 두루마기를 들고 날 집안으로 들였음. 그리고는 나를 자기 방 침대에 눕히게 했음. 처음 들어오는 여자 방도 아닌데, 들어올 때마다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음. *-_-*

 

 

여친 : 푹 자고 있어. 점심 만들 테니까.

나 : 그냥 자고 있으면 돼?

여친 : 그래.

 

피곤하기도 해서 쉽게 잠들었음. 근데 꿈에서 나 뭔가를 본 것 같았음.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운 듯???? 나중에 여친에게 물어보니, 그건 바로 ‘호랑이’였다고. ;;;;; 게다가 내가 호랑이 띠라서 더욱 효과가 좋았다고 했음.

 

 

여친이 내 머리맡 위에 먹으로 그려진 호랑이 그림을 올려놓은 거임. 예로부터 호랑이는 신성한 영물로 귀신을 잡아 간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함. 특히 법력이 높으신 스님들이 그려준 호랑이 그림은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함. 그래서 내게 달라붙은 웃음 귀신이 이 호랑이님에게 잡혀 간 것임.

 

 

그리고는 여친은 호랑이 그림을 그대로 앞마당에서 태워버림. 그 웃음귀신이 그 그림 속에 갇힌 거라고 함. 태워 없앴으니 영적인 실체를 잃은 그 웃음귀신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해 줌. 난 딱히 한 것도 없음. 그저 낮잠만 잤을 뿐임. -_-;;;;

 

 

 

또 한 가지 듣기로는 신성한 호랑이 그림을 북쪽으로 향하게 걸어 놓는다면 우환 같은 일이 줄어든다고 함. 뭐, 미신이긴 하지만 내가 실제로 겪어 보니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신기한 일이 너무 많았음.

 

 

 

무사히 웃음귀신을 때어내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음.

 

 

처음 시체를 목격한 것부터 시작해, 흉가에서 참 개고생도 해보고. 이제는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좀 분간하기 애매한 새벽의 골목길 괴담까지.

 

 

나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음.

 

 

그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친님이 곁에서 지켜주고 계시니, 무섭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그러진 않았음.

 

 

 

 

와, 이번 편 스왑 장난아님.

 

손가락 아파 죽을 것 같음.

 

 

근데 내가 봐도 전편보다 소설 같은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는 군요. -_-;;; 각색한 티가 좀 많이 나지만 일단 그 입 찢어진 귀신은 내가 당장 그림을 그리라 하면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음.

 

 

근데 그걸 나보고 그리라고 하면 한 번 싸워 보자임. ㅋㅋㅋㅋㅋ

 

아, 글고 호랑이 그림은 참 신기한 구석이 많은 것 같음. 뭐, 미신이라 치부해도 상관없지만 그 그림 덕에 내게 붙은 귀신이 사라졌다고 하니 분명 좋은 것임!!!!!

 

 

 

다음 편은 물귀신 편임.

 

 

이건 내가 겪은 게 아니고 내 친구BC가 겪은 거임. 다행히 여친의 도움으로 큰 사고는 없었음. 아마도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닐 것임. 물론 당사자들은 미치고 팔짝 뛸 일이겠지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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