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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귀신과 싸우는 내 여친이야기 7편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8.03.30 19:08조회 수 153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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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시간은 유수처럼 흘러서 어느 덧 4월이 되었음.
2학년이 되었다고 해도 해당 과가 3개 반 뿐이라 대부분 다 친구나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좀 섞인다고 해서 어색하거나 뭐, 그딴거 전혀 없음. 

새로운 것도 없고 그냥 반만 바뀐 것임. 실업계의 특징이라 볼 수 있음.
 


하지만 단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이 학교에 내 사랑 여친이 없다는 거임. 

여친은 지금쯤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겅미. 

항상 옆에 있었던 사람이 없다는 거, 정말 보통 허전한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음. 가슴이 뻥 뚫린 느낌임.

 


3월까지는 주말마다 잘 내려왔지만 이제 4월이 되고 나서부터 알바도 해야되고 친구들과 어울려도 봐야 되고 

과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내려오지 못했음.

 그래서 슬펐지만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하고 문자도 주고 받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았음.

 


근데 우리 통화는 항상 보고 싶다에서 시작해 바람 피면 죽는다로 끝남.

 


어쨌든 4월은 내게 있어서 그리움과 허전함이 공존하는 달이었음.

 4월 초까지는 그랬음.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잊어보고자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았음. 

물론 위험한 곳은 일절 가지 않았음. 여친도 없는데 기가 센 귀신 만나 시망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임.

 


4월 중순이었음. 여친이 없는 빈자리가 조금씩 익숙해져 갈 무렵 내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왔음.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거임. 지난 설날 때 뵈었을 때도 무척 건강하셨음. 

건강하시다 못해 펄펄 나셔서 판 깔아 놓고 친척들 돈을 싹 쓸이 하시던 분이심.

 


그런데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며칠 전에 갑자기 쓰러지셨고 매우 위중하다고 전해온 소식이 믿기지 않았음. 

동맥경화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는지 그 당시엔 정말 몰랐음. 결국 우리 가족은 급한데로 시골 길에 오르게 되었음.

 


난 어안이 벙벙해 어쩔 줄 몰랐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할머니가 다시 건강해 지시길

기도하셨음. 표정이 굳으신 아버지는 힘든 기색도 없이 그 먼 길에 오로지 운전만 하셨음.

동생도 슬픈 기색이 역력했음.

 


4시간을 달린 끝에 드디어 고향에 도착 할 수 있었음.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았으니 4시간만에 온 것임. 

그리고 곧바로 할머니가 입원하고 계신 병원으로 향했음. 

우리 보다 먼저 연락을 받고 온 친척 몇 분이 계셨음. 

그 분들도 할머니가 쓰러지신 것에 큰 충격을 받으셨음.

 


초조한 마음과 복잡한 심경으로 병실에 들어선 우리 가족은 앙상하게 마르신 할머니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음. 

어머니는 할머니의 손을 만지시며 오열을 하셨고 평소 유쾌하시던 아버지는 묵묵히 서계셨음. 

나도 참다 못해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의 팔을 붙잡았음.

 


그렇게 호방하고 사내대장부처럼 힘이 넘치시던 분이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앙상한 뼈만 남게 되셨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름. 

게다가 합병증으로 찾아온 뇌질환의 영향으로 세포가 죽어나가면서 뇌의 기능까지 파괴되었다고 하니 할머니의 상태는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였음.

 


초기에 발견했다면 치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목도했음. 

시간이 지나고 연이어 다른 친척들도 속속 도착하셨음. 

어머니와 친척들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큰 삼촌에게 왜 진작 알리지 않았냐고 원망하셨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할머니가 일부로 알리지 말라고 했던 것임. 

결국 의사로부터 오늘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자 큰 삼촌은 어쩔 수 없이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들에게 연락을 한 것임.

 


아프시면서도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하셨던 분이 우리 할머니셨음.

그렇게 가족을 위해 50년 동안 헌신하셨던 분이 이렇게 쓰러지셔야만 하다니. 

하늘이 원망스러웠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우리 할머니부터 데려가는지. 

악질적인 놈들이 수두룩 한데, 그 놈들부터 잡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부질없이 따지기도 했음.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음. 

병원의 독특한 약물 냄새는 이미 익숙해져 있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 몹시 허기졌지만 입맛이 없어 무얼 먹으려고 해도 쉽게 목구멍으로 넘어가지지 않았음. 같이 식사를 하는 가족들과 친척들도 침울하게 식사를 하셨음.

 


식사를 끝나고 시간을 보니 저녁 7시였음. 그때 마침 문자가 왔음. 여친이었음. 

여친이 오늘 재미난 일이 있었다며 농담을 곁드린 귀여운 문자를 보낸 것임. 

하지만 내 얼굴은 완전 넋이 빠진 상태라 웃을 수가 없었음.

 


그래서 답장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음. 

그로부터 조금 지난 뒤에 문자가 연이어 왔음. 평소 문자를 받으면 금방 답장해 주던 내가 갑자기 문자를 씹기 시작했으니 의아할 법도 했음.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핸드폰을 꺼내 보거나 하지 않았음.

 


한참 동안 병실 밖에 있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음. 

그리고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음. 할머니는 사실 외할머니셨음. 

내 친할머니는 아님. 아버지께선 어렸을 적 가난에 버림을 받으셨고 홀로 자라오셨음. 

그리고 어머니와 운명적으로 만나 결혼하게 되었지만 가난은 끊을 수 없는 사슬이었음.

 


그 가난 속에서 두 분은 끊임없이 일을 하셔야 했고 나는 집에 동생과 같이 놀며 지내야만

했음. 우리 둘을 보살펴 주신 분이 바로 할머니셨음. 고향에서 올라와 거의 10년 동안 우리

형제를 보살펴 주신 할머니. 내겐 또 한 분의 어머니와도 같으셨던 분.

 


그래서 나와 동생은 할머니를 무척 사랑했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진학을 눈앞에 두던 해. 

고향을 내려가실때 나도 따라가겠다고 때를 썼던 일이 생각남. 이때는 내가 지금의 여친을 쫓아다니던 시기였음. 

사실 쑥맥이던 내게 지금의 여친을 꼬실 수 있게 조언을 해주셨던 것도 할머니셨음.

 


할머니는 예전 할아버지가 자신을 죽도록 쫓아다녔던 일화를 들려주셨음. 

할머니가 처음 고백을 받은 시기가 꽃다운 17세 때라고 하셨음. 당시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한창이었음. 

격전의 시대에 운명적으로 만나셨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당시 학도병으로 부상을 당해 부산의 한 야전병원에 계셨고 할머니는 여고생 자원봉사자로 그곳에서 간호사로 일하셨음.

 할머니의 젊었을 적 사진을 보면 미인은 아니지만 청순하고 매력적이셨음.

그래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쫓아다니셨는데 할머니는 봉사활동에 전념하셨기에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음.

 


그래도 할아버지는 포기하시지 않았음. 

무릎부상으로 전역을 하게 된 할아버지는 자원봉사에를 지원하셨고 쩔뚝거리는 다리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성적으로 할머니의 일을 도우셨음. 

그때부터 할머니가 마음을 여셨고 결국 전쟁이 끝나고 3년 만에 결혼을 하게 된 것임.

 

 
그래서 그 일화를 본 받은 나는 중학생의 파릇파릇한 시절, 여친을 쫓아다니며 참 많은 것을 도와주었음. 

가방도 들어주고, 우산도 씌워주고, 늦게 끝날 때면 항상 기다려주고, 언제나 보디가드처럼 여친에게 헌신했음.

 


처음엔 매우 냉랭하고 싫어하던 여친도 자신을 위해 근 2년동안 이렇게 노력해주고 헌신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내 고백을 받아들여 연인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임. 

지금 생각하면 참 눈물 나는 나날이었음. 사실 연애세포가 0로 였던 내게 말빨이나 화술 같은 것은 기대 할 수 없었기에 몸으로 때운 것임.

 


이 모든 게 다 할머니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그래서 나는 더더욱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었음.

내가 무언가에 막히거나 초조할 때면 편안하게 조언을 해주셨던 인생의 선구자셨는데 의사가 가망이 없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히도록 가슴이 아프고 찢어졌음.

 


그렇게 혼자 슬퍼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음. 여친이었음.

 


나 : 여보세요?
여친 : 무슨 일 있어? 
나 : 응.
여친 : 힘이 하나도 없네. 괜찮은 거야?
나 : 아니. 안 괜찮아.
여친 : 대체 무슨 일인데?
나 : 할머니가 위독하셔.
여친 : 네 할머니께서? 많이 위독하시니?
나 : 응. 가망이 없을 거래. 
여친 : 그렇구나..... 미안해.
나 : 뭐가 미안해?
여친 : 네 기분도 모르고 그런 문자를 보내서.
나 : 그게 미안할 일이야? 신경 안쓰니까, 미안 할 필요는 없어. 
여친 : 응.
나 : 좀 쉬고 싶어. 나 중에 통화하자.
여친 : 알았어. 기운 내.

 


여친과 통화를 끝내고 의자에 드러누웠음.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음.

 이렇게 기력이 소진 되기는 처음임. 

시체를 처음 보았을 때나 귀신을 처음 보았을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무기력했음.

 


그렇게 한 참을 누워 있다가 난 문뜩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었음.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정말 불꽃 같은 인생을 살다 가신 훌륭하신 분.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버린 친가와 너무나 비교될 정도로 할아버지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셨음. 

난 외가를 친가로 보기때문에 굳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음.

 


나는 할머니를 사랑했고 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했음.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시며 민주주의 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셨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친일파였던 증조부를 증오하여 가문에서 뛰쳐나오신 할아버지는

 6.25 전쟁이 터지자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지원하셨음.

 

  
그 수많은 격전 속에서 살아남으셨고 평양을 두 눈으로 확인하셨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1.4후퇴를 경험하시고 임진강 일대에서 전투를 벌이시다 무릎을 다치시게 되었음. 

부상 정도가 심해 다리를 잘라 낼 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UN의 의료기기가 도착한 부산에 제때에 당도하여 자르는 상황만은 피하셨음.

 

 
그리고 그곳에서 할머니를 만나셨음. 

전역을 하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도와 자원봉사를 하면서 마음을 얻으셨고 1956년에 결혼식을 올렸음. 

오로지 둘 만의 결혼식이였다고 함. 

할머니의 부모님들은 모두 전쟁 속에 돌아가셨고 친일파였던 증조부는 일본으로 망명했다고 함. 

할아버지의 형제들이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난 결단코 그들을 한 핏줄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외가는 할아버지 대 부터임. 

어쨌든 가난했지만 자식을 낳고 우리 어머니와 형제들을 키우시던 1960년 대에 큰 사건이 터짐.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했던 4.19혁명. 

할아버지께선 이 혁명운동에 참여하시어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도 선봉에 서셨다고 하셨음.

 


어머니는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계셨음.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고 무서울 때 할아버지께선 민주주의 만세라는 글귀를 적으신 천 깃발을 가지고 밖으로 나서시던 모습을.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빠른 근대화와 공장이 세워지면서 나라 경제가 서서히 커가고 있었지만 

끔찍한 노동시간과 공장장들의 임금착복이 심화되면서 할아버지께선 이때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 폐렴에 걸리게 되셨음. 

할머니 또한 공장에서 너무 고생하시어 살갗이 벗겨지고 검은 피가 흘러 나올 때까지 일하셨다고 함.

 


다행히 군의관으로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제 때에 치료를 받아 두 분 다 회복 하셨음.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노당운동가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점차 저항 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했던 즈음,

 전태일 분신자살사건을 계기로 할아버지께서도 노동운동가가 되어 활동하시게 되었음.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수도 없이 체포되시면서도 끝까지 저항하셨던 분임.

 


그리고 1980년대 광주로 내려가셨던 찰나, 전두환의 쿠데타로 다시 온 나라가 술렁이게 되었음. 

톡커분들이 잘 아시는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던 5.18일. 할아버지께서도 그 현장에 계셨음.

 


학도병으로 전쟁에 참전하셨고 4.19혁명 때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치셨고 끔찍한 착복에 맞서기 위해 

노동운동가로 활동하셨으며 5.18♥♥♥ 운동 때 온 몸으로 총탄과 맞섰던 분.

 

 
그 분이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할아버지셨음. 우리 아버지는..... 과거 얘기를 거의 안해주셔

서 모름. 다만 장발족 바람둥이였었다는 설이....  

 


상당히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뭐, 우리 할아버지만 특별하게 사셨던 건 아님.

 


그 당시 우리 할아버지와 같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노동운동가로 활동했으며 

5.18♥♥♥ 운동때 총탄에 저항했던 세대의 분들이 톡커님들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들♥♥ 때문임. 

그렇기 때문에 난 우리 할아버지만이 특별하게 사셨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모든 분들이 그렇게 살아가셨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1994년. 김일성이 죽은 해에 할아버지께서도 하늘로 올라가셨음. 

큰 삼촌께서던 할아버지의 일생이 담긴 일기를 가지고 계시는데 그 일기를 보면서 어린시절 보았던 

그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매우 훌륭하고 위대한 것임.

 


그 분의 삶에 비하면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자유로♥♥ 알게 되었음. 학교로부터의 속박과

사회의 불만이 그 시절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을. 

그래서 그런지 할아버지의 일생을 배우면서 많은 것을 느꼈음. 

할아버지처럼 불꽃같이 살아갈 용기는 없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평생 헌신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와 같이 삶을 사셨던 할머니의 내조와 격려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 지 알 수 없을 것임. 

휴게실 의자에 누워 많은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음. 

할머니와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신 분들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1994년의 나는 불과 8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의 일화는 그렇게 잘 기억나지는 않음. 

그러나 할아버지의 일기와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내 안에 계신 할아버지는 영웅이나 마찬가지였음.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어머니와 이모, 삼촌들은 할아버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셨음.

 


운동가셨던 것 만큼, 집안 일에 소홀 할 수 밖에 없었기에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렇게 많이

받진 못했을 거임. 그리고 그 때 할머니 혼자서 거의 키우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

었을 것임. 다만 장남이신 큰삼촌만이 묵묵히 할아버지의 집과 묘를 지키고 있는 것 뿐.

 


그렇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어느센가 잠들었음. 그리고 깨어났을 때, 

놀랍게도 여친이 있었고 나는 무릎배게를 하고 있었음. 여친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날 바라보며 며 뺨을 쓰다듬어 주었음.

 

  
나 : 누나야.
여친 : 왜?
나 : 여긴 어쩐 일이여? 오지 않아도 되는데.
여친 : 슬픔에 잠긴 남친을 위로하러 왔네요.
나 : 정말? 진짜? 맹세코?
여친 : 다시 갈까?
나 : 가면 아마 울지도 몰라.
여친 : 그럼 가지 않을 게.
나 : 근데, 누나야. 내일 학교는 어떻하려고?
여친 : 내일만 한 번 빠지지 뭐. 어차피 모레엔 강의도 없으니까.

나 : 누나야. 나 있지. 누나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여친 : 그래? 그거 좋은 현상이네. 고생한 보람도 있고.

 

 
여친을 올려다 보면서 난 정말 이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겠다고 생각했음. 

서울서부터여기까지는 거의 6시간은 걸릴 텐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이였음.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여친이 여기까지 달려온 거임. 진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름. 

감격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님.

 

우리 가족이나 일가친척들도 모두 여친을 반가워했고 아주 기특하게 여겼음. 

특히 우리 어머니는 딸처럼 생각했던 여친이 와준 것을 무척 감격하셨다고. 

덕분에 울 어머니는 여친 아니면 다른 여잔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심.

 


더 이상 가망이 없기에 의사가 가족들과 상의했고 결국 산소마스크를 때기로 결정하게 되었음. 

난 울고불고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었음. 더 이상 할머니를 붙잡고 있는 것은 더 큰 고통이었기 때문임. 

그 사그러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끝내 여친의 품 속에서 울음을 터트렸음.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오열이었음.

 


그리고 오전 10시가 되어 할머니를 고향 집으로 옮겼고 우리는 임종을 지켜보게 되었음. 

그리고 다시 밤이 되었음. 자정이 되었을 때 무언가가 할머니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줄곧 할머니 옆을 지켜온 내가 본 것은 검은 형상의 둥근 물체였음. 

그것이 점점 형상으로 변하더니 사람 모습이 되었음.

 


나 : 할아버지?

 


사람 모습이 되었을 뿐 어떤 사람인지 분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할아버지라고

생각했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함. 단순한 저승사자가 아닌 우리 할아버지라고. 

그리고 할머니의 숨이 멎었음.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던 나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가족들은 할머니의 시신을 붙잡으며 오열했음.

 


이틀 동안의 장례식. 그리고 할아버지의 묘 옆에 안치된 것을 끝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었음. 

그 동안 여친은 이것저것을 도와주며 집안 어른들이나 일가친척들에게 듬뿍 칭찬을 받았음. 

덕분에 슬픔에 잠기셨던 어머니도 많이 좋아지셨음.

 


올라가는 길에 여친이 내게 말했음.

 


여친 : 네 할아버지가 맞을 거야.
나 : 자기 짝을 직접 데리러 오신 건가?
여친 : 그래.

 


정말 그렇다면 두 분의 금슬은 하늘도 갈라 놓을 수 없는 거라 생각했음.

 


나 : 누나. 만약에 내가 먼저 죽으면 나중에 누나 데리러 올 게.
여친 : 재수없게 먼저 죽는다는 소리 하지마. 차라리 같이 죽자. 한 날 한 시에 죽는 게 좋

겠지.
나 : 그럼 누나는 내게 시집 와야 되는데? 한 집에서 같이 죽으려면.
여친 : 까짓거 시집가면 되지. 
나 : 대학 들어갔어도 여전히 쿨하시네.

 


이번 계기로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음.

이제까지 이 여자와 사귄 기간이 1년 정도 밖에 안 됐을 때지만 이후 10년을 잇는 중대한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음.

 

 

여친이 내가 힘들어 할 때 와준 것처럼 나도 여친이 힘들어 할 때 언제든지 달려 갈 수 있는 남자가 되겠다고 맹세했음.

 

 

할머니를 잃었지만 소중한 사람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렇게 슬픔은 4월을 끝으로 점점 사라져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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