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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민주지산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8.10.28 15:39조회 수 1592추천 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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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2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꿈도 희망도 없이 막연히 봄이 찾아와버렸다. 


친구들은 대학 입학이다 취업이다 각자 갈 길들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무기력한 봄을 보내고있었다

사지 멀쩡하고 건장한 놈이 그렇게 집에서 밥만 축 내는걸 보고있자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는 적잖이 속이 끓어오르셨을것이다.. 

보다못한 아버지께서 군대나 가라 성화를 치셨고 그렇게 97년 봄이 채 다 가기도 전에

부사관을 자원입대하여 들어가게되었다. 
 

 

부사관 교육이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은 나는 육군 특전사령부 흑룡부대로 착출되었고..

그렇게 흔히들 말하는 특전사로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 무던히도 노력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98년 3월 중순 경 우리 부대에서는 9박 10일에 강도높은 대대 전술종합훈련이 잡혀있었다

대대장을 비롯하여 우리들은 훈련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그렇게 어느덧 훈련 출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전체 부대원들이 일시에 훈련을 떠날수가 없는지라 부대원들을 크게 두개 조로 나누어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누었었는데 훈련 출발 전날 대대장에 훈시 말씀과 함께 선발대에

훈련 사기를 높이기 위한 회식이 있었다 

막걸리 한사발에 다음날 진행될 훈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처버리고 다들 그렇게

얼큰히 취해 다음날 훈련을 위하여 일찍 취침에 들어갔다. 

 
 

후발대인 우리들은 선발대의 회식 자리를 치우고 선발대의 몫까지 야간경계 근무를 서느라

덕분에 평상시 행정과 기타 잡 업무만 하던 일반 병사들 함께 근무를 서게되었다. 

새벽 2시부터 경계근무가 잡혀있던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킨채 주섬주섬 전투복과

방한복을 챙겨 입고 부사수와과 함께 지통실(지휘통제실)에 들어가 근무 신고를 하고

이전 근무자들과 교대를 하기 위해 초소를 향하였다. 

 

 
3월이라 하지만 산간지방인지라 '아프다'라고 느껴질정도의 바람과 눈보라가 십수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나를 움추러들게하는 그런 밤이었다.. 

부대에는 두개 초소 (1초소, 2초소)가 있었는데 1초소는 막사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이 1초소를 지나 능선(막사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 중턱)을 타고 올라가면

2초소가 위치해있었다. 

 
 

그날 난 2초소에 배정을 받았었고 부사수인 이XX일병을 데리고 1초소 초입에 다다를 때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1초소 근무병들이 우리에게 수화를 하였고 내 뒤에 부사수가 암구어 대신 

'정하사님 이xx 일병입니다 근무 스러왔습니다' 대꾸하며 1초소에 자연스레 들어왔다. 
 
 


유별나게 추웠던 밤인데다가 어중간에 잠에서 깨다 근무스러 나온 터라 심통이 나있던

나는 1초소 사수이자 동기인 정하사에게 담배나 하나 달라고 하여 

한모금 깊게 빨아들이면서 잠을 떨쳐내고 있던 찰나 옆에 있던 이xx일병이 

"김하사님 이제 2시 다되갑니다, 빨리 올라가시지 말입니다" 말을 건네왔다. 

불현듯 시계를 보니 1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간다, 수고해라' 같은 동기였던

정하사에게 간단히 인삿말을 건네고 2초소 능선으로 올라가려고 한발을 내딛을때.. 

 
 

그때였다. 

 
 

느닷없이 1초소에 딸딸이가 울어대었다.

(정식명칭 : TA-312, 유선으로 연결된 통화장치인데 벨이 울리면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면된다.
 그 벨 소리가 특이해서 딸딸이라 부른다.) 

 

"통신보안, 1초소 근무자 하사 정XX입니다" 


정하사가 수화기를 들며 경직된 목소리로 내뱉자마자 1~2미터 정도 떨어져있던

우리에게도 들릴정도의 큰 고함소리가 정하사가 들고있던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야!!!!! 니네 지금 뭐하고있어???!!!!" 

정하사가 살짝 긴장하며 "지금 근무 잘 서고 있습니다, 2초소 다음 근무자가

지금 올라가려고 해서 보고있습니다"라고 하자 바로 수화기에서 


"야!! 2초소 다음 근무자 올라가지 못하게해!! 거기 대기하라고해!!" 하며 수신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채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이어 우리 4명은 '이게 뭔 일인가' 하며 의아해했다. 

뭐 이유야 어쨌든 여기 죽치고 있는 시간만큼 근무시간이 줄어드는거니 좋네 하며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렇게 5분이라는 시간이 채 가기도 전에 정적을 깨고 다시 딸딸이가 울어댔다. 

"통신보안, 1초소 근무자 하사 정XX입니다" 아까보다 더 경직된 목소리로 정하사가 통화를 받았다. 


"야!! 막사 쪽 막사 쪽 막사쪽!!!" 

 

수화기에서는 몹시 다급하게 막사쪽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였고 우리 넷은 일시에 부대원들이 잠들고 있을
 
 막사쪽을 바라보았다. 

"막사쪽 아무 이상없는데 말입니다?" 정하사가 대꾸하자 

 
 

"진짜 아무것도 없어?!!!!, 지금 2초소에서 애들이 난리났어! 왠 여자가 부대안으로 들어왔다고!
 
확실히 아무것도 없어??!!" 

 

우리들은 모두 놀란 상태로 서로 얼굴을 처다보고 있었고 '네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말입니다' 정하사가 긴장하며 대답하였다. 
 

 

"야 정하사, 네가 직접 2초소로 연락해봐, 2초소 애들 아까부터 왠 여자가 들어왔다고 난리치면서 지금 계속 보고하고있단 말야" 


정하가 바로 알겠다고 하며 2초소와 다이렉트로 연결되있는 또 다른 딸딸이를 돌려대며 통화를 시도하였다. 


"토..통신보안, 2초소 그..근무자 상병 이XX입니다" 


사수인 허중사 대신 부사수 사병이 말을 더듬어가며 연락을 받았다. 

 
 

"이상병, 나 정하사인데 지금 지통실에서 막사 쪽으로 여자가 들어오고 있다고 연락왔는데 뭔말이냐?" 하자 

느닷없이 이상병 대신 허중사가 말을 해왔다.. 

 

"어..어.. 니들은 안보여? 지금 하얀.. 하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부대에 들어왔어 지금도 막사쪽으로 가고있단말야!!"
 
 허중사가 고함치자 마자 우리 넷은 다시 한번 일제히 막사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정하사에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순간이었다.. 

 

촤르릉...촤르릉... 

 

 

무슨 쇠사슬을 끄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정적한 산등선에 새벽공기를 
충분히 울릴정도로 꽤 큰 소리였다. 

 

"야!! 개XX! 진짜 안보여??!!! 지금 저 여자 쇠사슬로 뭐 끌고 들어오잖아!!!!" 

 

허중사에 절규하는듯한 외침을 뒤로 촤르릉.. 촤르릉.. 쇠사슬을 끄는듯한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어...과..관이다!!" 허중사가 다시 말을 더듬어가며 당시에 관이라는 단어를 정말 수십번 읊어댄거 같았다. 

"야 관이야 관! 저 여자 사슬에 관을 주렁주렁 메달고 들어왔어!! I8!!! 진짜 안보여???!!!" 

 

사실 눈에 보이던 안보이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엄청 큰 소리에 쇠사슬을 
끄는 소리를 듣고있었기에.. 

 

허중사에 절규가 결코 헛소리만으로는 들리지 않았었다.. 

 

"아악!! 야!! 저 년 지금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 지금 들어가버렸다!!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연락때려!!!!!" 

 

진짜 허중사의 이 절규에 외침이 어찌나 큰지.. 
딸딸이 수화기가 아니더라도 능선을 타고 메아리로 들려올정도였다. 

 

놀란 정하사가 지통실에 황급히 연락하며 지금 여자가 막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을 하였고 10여초도 안되어 막사 중앙 현관 전등이 켜지면서 환해졌다. 


곧이어 환하게 켜진 전등 밑으로 그림자가 드리우지며 누군가가 현관앞으로 나왔다. 
일제히 우리는 숨을 죽이며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고 이후 곧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로 일직사관이었기 때문이다. 

 

"야이 뱅쉰 새기들아!! 니들이 술 처먹었어??!! 먼 여자가 있다고 
이 밤에 G.랄 들이야!!!!" 

 

중앙 현관 앞에 서서 일직사관이었던 오대위가 초소 능선쪽을 바라보며 쩌렁쩌렁 고함을 내질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초소 허중사와 부사수 근무자가 내려왔고 이들은 곧이어 
일직사관에게 욕지거리를 들어가며 막사로 향하였다. 

 

나와 부사수 이일병은 어찌됐던 근무를 서야하기에 능선을 따라 2초소에 올라가 근무를 
서기 시작했고 시계를 바라보니 당시 시간이 새벽 3시 10분 경이었다. 

 

"김하사님, 20분만 더 서면 근무 끝나는데 말입니다 ㅎㅎ" 


이일병이 히죽거리며 말을 건네왔다. 


그렇다 근무시간 1시간 30분씩 나뉘어져있었는데 아까의 그 난리로 1시간 10분이라는 
시간을 운좋게 보낸것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아까 쇠사슬 소리 너도 들었지?" 이일병에게 묻자 


이일병도 표정이 굳어졌고 그 소리 정체에 대해서 둘이서 의견을 주고받고 있을 

그때였다.. 

 

'촤르릉...., 촤르릉...' 


"!!!!!!!!!!" 


순간적으로 나와 이일병은 동시에 얼굴을 바라보며 그 소리가 난 막사를 바라보았고... 


난 내눈을 의심해야할지 내 머리를 의심해야할지 잠시잠깐 순간적으로 혼란을 
일으킬정도로 놀랄 장면을 목격했다.. 


아까 허중사가 미.친게 아니었구나... 


능선에서 바라보는거라 얼굴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칠흙과 같이 검은 긴 머리에 
그리고 무슨 야광체처럼 뿌연 빛이 날도로 하얗디 하얀 옷을 입은 

'분명한 여자였다.' 


아까 일직사관이 나와 고함치던 현관쪽으로 나온 여자는 뭔가를 이끌고 막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었는데.. 


촤르릉..촤르릉.. 


맙소사... 진짜 관이었다.. 두손으로 쇠사슬을 잡아 오른쪽 어깨로 메어.. 

흡사 십자가를 이끄는 예수의 모습처럼 관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건.. 그 관이 1개가 아니라 6개나 되었다는것이다... 


촤르릉...촤르릉... 


두려움이고 뭐고 없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딸딸이 잡고 미.친듯이 손잡이를 돌렸다. 
(손잡이를 돌려야 받는 쪽에서 벨이 울린다.) 

바로 일직근무를 서던 오대위가 퉁명스럽게 받았고 난 다짜고짜 '관이 나갑니다!!' 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너도 뿅뿅??!! 니들 오늘 선발대 술 빼돌려서 마셨냐!!!" 


또 다시 욕설을 퍼부으며 고함을 질러대는데 그 순간 막사 쪽이 이상하여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저마다 닫혀있는 커텐 사이로 허연 얼굴들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다.. 다른 후발대 부대원들이 그 촤르릉 소리와 더불어 허중사가 막사로 들어가 난리친

까닭에 부대원들이 잠에서 깨어 관이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 장면을 보고있었던것이었다. 


그렇게 20여분이 흘러 다음 근무자와 교체되고 지통실에 들어간 나는 일직사관에게

다시 한번 쌍.욕을 듣고는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내무실로 들어와 뜬눈으로 남은 새벽을 보냈고.. 

다음날 기상 후 일조점호 없이 선발대 인원들이 군장을 메고 연병장에 집합하여

훈련 출발준비를 하였고.. 그 근처에서 배웅을 하던 우리 후발대 인원들이 

어제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얘기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관을 메고 온 여자가 부대로 들어왔었대' 

'야 그 여자 선발대 내무실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점차 얘기들이 빠르게 확산되가고 있었고 선발대 측에서는 의외로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술은 우리가 마셨는데 니들이 취했냐 ㅋㅋ' 


특전사.. 그것도 하사, 중사가 귀신을 받다고 조롱을 하며 그렇게 연병장을 지나 부대 밖으로 행군이 시작되었고.. 

남은 후발대 인원들은 그렇게 부대에 남아 훈련 합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998년 4월 1일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보고가 들어왔다... 

천리행군 도중 해발 1249m의 민주지산을 넘을 무렵 정상부근에 야영캠프를 치고 
야영에 들어갔는데... 

3월도 아닌 4월이라.. 기후를 크게 고려치 않고.. 방한복을 준비못한것이 미스였다.. 

이상 기후로 인한 초속 40km의 강풍과 영하 10도 이하의 온도 급강하로 인해 
야영을 더이상 진행할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고.. 

강추위로 인한 고통을 호소는 인원들이 늘자 구조요청이 들어왔고.. 

기상악화로 인해 헬기마저 뜰수없는 상황속에서 구조는 더딜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 날 나는 6명의 전우를 보내야만 했고.. 다른 1명의 전우는 끝끝내 찾을수가 
없었다.. 

바로 이 사건이 훗날 국방영화로까지 제작됐다는 '아 민주지산'이다.. 

 

구구절절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지만.. 

얘기는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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