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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노루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 네 편 + 번외편(스압)

title: 메딕셱스피어2018.11.13 10:43조회 수 1211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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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1. 노루고기. “MC레이제2”님.

 

저희 친가는 경북 의성입니다.

 

70년대 중반에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신 걸 토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요즘도 시골마을은 해가 지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어 기껏해야 이웃집으로 마실(이웃집이나 사람이 모인 곳에 놀러가는 일)을 가거나 댁에서 TV를 보며 소일거리를 하기 마련인데,

 

그 당시에도 당시 마을 이장분께서는 막걸리 한 사발을 받아 이웃집에 마실을 가시던 중이셨습니다.

 

도시의 이웃과는 다르게 집집마다 좀 떨어져 있어서 몇백 미터를 걸어서 가야 했는데, 조용한 시골의 밤길을 가다가 보니 뭔가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들리셨답니다.

 

뭔가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신음소리 같기도 한...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가 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의 근원지를 따라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소리가 가까워 올수록 이장님께선 그 곳이 마을 토박이인 '이씨'네 집인 것을 확신하셨고, 잰걸음으로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더욱 가까이서 소리가 들리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 그 집에서 나는 소리가 맞았지만, 집 주인도 없이 불이 꺼져 있는 집안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함 반, 긴장감 반으로,

 

혹시라도 산짐승이 집으로 흘러들어와 집안을 파헤치고 있는게 아닐까 농기구를 모아 놓은 창고로 살금살금 가서 곡괭이 하나와,

 

집에서 나올때 그 때만해도 시골길은 가로등이 별로 없어서 건전지가 들어가는 손전등을 들고 다니셨는데, 손전등을 집쪽으로 비추며 집어들고 다가갔답니다

 

근데 옛날 시골 기와집 형태였는데 마루 아래쪽 빈 공간에 불빛을 비추자 뭔가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은 다름아닌 '이씨'의 막내딸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손전등만 비추며 허겁지겁 달려가니, 그 마루 아래에서 배를 움켜쥔 자세로 마치 노루나 산짐승들이 울부짖듯이 울고 있었는데, 모습도 짐승이 웅크리고 있는 그것과 똑같았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움켜쥔 배 안쪽으로 선혈이 낭자했고 그 앞엔 큰 부엌칼이 역시 선혈이 묻은 채로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즉시 이장 어르신은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며 집집마다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셨고, 읍내 파출소와 의료원에 신고해 일단 병원으로 옮겨졌고 조용했던 마을이 일순간에 뒤집어졌습니다.

 

일단 당시 요즘처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막내딸만 남겨둔 채 부모와 가족은 집을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안내했고, 자살시도였는지 강도였는지 여부를 놓고 경찰에서도 수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환자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사건의 정황에 관해 진술했는데, 그 진술 내용이 너무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술 내용인즉슨,

 

부모님과 동생들이 먼저 이웃 마을인 친지 댁으로 가 계셨고, 사건의 당사자는 집안에 남아 뒷정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루바닥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흐릿하게 변해갔고, 싸리문 밖으로부터 시커먼 형체가 아른아른 거리더니 점점 집안으로 들어오더랍니다.

 

그리고 그 물체가 가까워 오면서 서서히 분간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 형체는 다름아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의문의 남녀는 다름 아닌 사건 당사자의 3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큰 오빠와 그의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치 누군가를 크게 비웃듯이 깔깔대며 큰 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고는,

 

“엄마, 아버지도, 아무개, 아무개(오빠, 언니들)도 곧 따라 갈거니까 너무 억울해 말거라. 네 년은 죽어야 돼!! 죽어야 돼!!”

 

하면서 소름끼치는 비웃음 소리를 연발하며 마루바닥을 닦던 여동생을 반강제적으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옆에 있던 그 큰 부엌칼도 오빠가 처음부터 들고 있었던 것이었고, 실제 수사 중에도 집 안의 물건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디로 끌려 가는지도 모르게 머리채까지 쥐여쥔 채 끌려갔고, 그 뒤로 정신을 잃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누워있었고, 본인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 조차 인지를 못했다네요.

 

아무튼 오랜 기간 수사가 진행되었고,

 

사건 당사자와 가족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토박이에 마을에서 인심도 좋게 얻어 원한 살만한 일도 없고 외부인이나 강도에 의한 가능성도 희박했기 때문에 당사자의 단순 자살미수 사건으로 종결되었고,

 

당사자의 진술내용은 정신착란에 의한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분류해 정신과 치료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당사자의 아버지는 마을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틈이 날 때마다,

 

“내가 그놈의 노루 새끼를 잡아먹는게 아니었다…다 내 죄다…내가 죄인이다…”

 

라며 자책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건이 일어나기 몇 주 전 사고 당사자의 아버지 '이씨'는 마을 뒷산에 벌초를 하러 갔다가 올무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던 노루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마침 명절도 다가오고 몸보신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눈치를 살피고 벌초에 사용하려던 낫으로 노루의 복부와 목줄을 내려쳐 숨통을 끊고 집으로 가져와 손질을 하려 했습니다

 

그 와중에 노루가 홀몸이 아닌 뱃속에 새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족들은 찝찝하고 영물스럽다며 먹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이씨'는 미신이네 뭐네 하면서 새끼까지 손질해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손질하기 전 웅크리고 앉아있던 죽은 노루의 그 모습이 어찌나 이장이 묘사하던 마루 안의 흡사 괴짐승의 소리를 내며 울부짖고 있었다던 딸의 모습과 일치하던지 몸서리가 쳐지고 죄책감을 많이 느꼈답니다.

 

이 후 '이씨' 집안은 조상대대로 살았던 삶의 터전을 등지고 결국 마을을 떠났다고 합니다.

 

새끼를 품고 억울하게 죽은 노루가 정말 영물이라, 원한을 풀지 못하고 '이씨'와 그 가족들을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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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2. 노루의 저주. “갓서른둥이”님. (이 글에 등장하시는 ‘이모’님은 무속인이십니다.)

 

오늘 얘기를 시작할게. 오늘 얘기도 어떤 분이 써주신 노루 얘기 듣고 기억의 창고에서 튀어나온 얘기야. 그분께 감사합니다. ^^

 

꼬꼬마 때의 일이었어. 그 날은 날도 참 좋았고, 난 이모네 마당에서 이모랑 놀고 있었지. 마당에 있던 꽃들도 옮겨 심고 분갈이도 하고 그러면서…

 

이모는 기분이 참 좋으셨어. 우리 이모는 자연을 참 사랑하셔서 흙 만지시고 화초 가꾸고 하실 때가 가장 즐거운 한때이시거든.

 

마당 한편엔 고추도 몇 그루 심어져 있고 상추도 몇 포기 심어져 있었기에, 그거 따서 상추 겉절이랑 무채 무치고 콩나물 팍팍 무쳐서 꽁보리밥에 고추장 한술 넣어,

 

참기름, 깨소금 솔솔 뿌리고 시원한 오이 냉국에 이모랑 숟가락 싸움하면서 웃으며 밥 먹는 재미가 엄청 쏠쏠 했거든.

 

그렇게 한참을 화단 정리를 하고 있었어.

 

난 화단 정리 거들면서 이모에게 오늘은 뭐 해먹을거냐고 여쭈었거든. 뭐뭐 해먹자며 웃으며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이모가 아무 말씀이 없더라?

 

난 퍼뜩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 이모를 봤어.

 

그런데 잠시 전까지 기분이 좋으셔서 한참 나랑 얘기도 잘하시던 분이, 얼굴이 딱 굳어서 대문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어.

 

난 이모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너무 무서웠어. 항상 그런 이모의 행동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거든.

 

"이모 왜왜왜????" 옆에서 참지 못한 난 이모를 조르기 시작했어.

 

그러자 갑자기 이모는 들고 계시던 모종삽을 팽개치시고는 대문으로 급히 뛰어가시는거야.

 

난 이모가 왜 저러시나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거든.

 

이모는 대문으로 뛰어가시더니 대문을 걸어 잠그시는거야?

 

이상하지? 이모네 집 대문은 1년 365일 항상 낮에는 열려있는 대문이었거든.

 

그렇게 대문을 걸어 잠그신 이모는 다시 오셔서는 내 손을 잡으시며, "둥이야! 얼른 들어가자" 하시는 거야.

 

난 멋도 모르고는 이모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왔어.

 

그때,

 

이모네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 난, "이모, 누구 왔나봐?"라고 얘기 했는데, 이모는 신경 쓰지 말라시며 들은 척도 안 했지.

 

그런데 그 대문 두드리는 소리는 그치질 않고 애절하게 이어졌어.

 

와!! 무시하는 이모도 대단했지만 대문 두드리는 사람도 누군지 정말 끈질기더구만.

 

난 이모 한 번 보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 나면 대문쪽 한 번 보고 이모 한 번 보고 대문쪽 한 번 보고 했어.

 

밖에선 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제발 문 좀 열어 주시라고 우리 아들 다 죽게 생겼다고 하는 어떤 나이 좀 많이 먹으신 아주머니의 울음 섞인 소리가 계속 들리더라구.

 

한 1 시간은 그러고 지난거 같아.

 

그런 후에야 이모는 체념하신 듯 밖으로 나가셨어. 난 물론 쪼르르 따라 나갔고. ㅋ

 

대문에 다다르신 이모는 한숨을 푹푹 쉬시더니 정말 대문 열어주기 싫으신게 역력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대문을 따주셨어.

 

밖에는 내 짐작대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내겐 할머니에 가까운)와 아들인듯한 청년이 서 있었어.

 

그런데 아들의 형태가 심상치 않았어. 양 사방에 다 다쳐서는 몰골이 말이 아니였지.

 

그런데 그걸 보시고는 이모 얼굴이 예전 시골 화장실 밑 닦을 때 신문지 구기듯이 잔뜩 구겨지시는거야?

 

그러더니 이모도 의도하진 않으신거 같지만 이모 잎에서 저절로 말이 새어 나오시더라고

 

"아이고...피 비린내 ㅡㅡ*"

 

그러시더니 반사적으로 코를 감싸쥐시는거야.

 

그리곤 문을 열어준 이상 찾아온 손님을 밖에 세워두실 순 없으셨는지 집안에 들이셨어.

 

그런데 이모가 그 사람들, 정확히는 그 아들을 벌레 쳐다보시듯 하시더라.

 

나도 이모네 집에서도 그렇고 어른들을 자주 따라다니다 보니 내 또래에 비해선 사람 보는 눈이 좀 있었는데, 그 아들은 어딜 봐도 나쁜 짓 하고 다닐 사람이 아니었어.

 

흔히 보는 착한 동네 형이나 아저씨 같은 느낌 이었거든.

 

이모가 찾아온 손님을 푸대접 하는 경우가 드문 분인데, 어쩐 일인지 그 아주머니랑 아들은 방에 들이시질 않는거야.

 

나중에 안 거지만 피 냄새가 너무 나서 집에 들이면 나중에 방엘 못 들어 가시겠어서 그러신거래.

 

마당에 서서 얘길 하신거야.

 

난 이모 뒤에 숨어서 이모 치맛자락 꼭 붙들고 얘길 들었다? ㅋㅋㅋㅋㅋ

 

그 아줌마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절박한 표정으로 이모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시며 하소연을 하셨어.

 

아들이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도 여러 군데 가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다고. 그런데 아들은 배가 아파 죽겠다고 한대.

 

그리고 얼마 전부터 자꾸 이런 저런 사고가 난다고 했어. 그것도 너무 어처구니 없이 사고가 나서 자꾸 다치는데,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져서는 언덕으로 구르고 계단에서 구르고 막 그런다는거야.

 

처음엔 실수로 다친거라 생각 했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자꾸 사고가 나고 원인 모르게 배는 아파 죽겠다고 하고, 필히 예삿일이 아니라 생각하고는 이러다 애 잡지 싶어서 부랴부랴 주위에 수소문해서는 이모를 찾아온 것이었어.

 

그리고는 이모 붙잡고 매달렸어. 늦둥이로 집안에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근데 그때 까지도 암말 없이 아들만 째려보고 계시던 이모가 이윽고 입을 떼신거야.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게 당연한 거라고. 다 지 잘못에 대한 업보인데 어쩔거냐고 말씀 하시더라?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무슨 말씀 이냐고, 우리아들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그러시냐고 얜 법이 없어도 살 애라며 아들을 두둔 하셨어.

 

이모는 사람한테 지은 죄만이 죈줄 아느냐며, 말 못하는 짐승한테 지은 죄도 큰 죄라고 하시는거야?

 

그러시고는 아들을 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너 최근에 노루 잡아 먹은 적 있지? 그것도 새끼 밴 노루…”

 

그렇게 얘길 하셨는데 그 얘길 들으신 그 아들 낯빛이 까매지더라구.

 

그리고는 지금 니가 잡아 먹은 새끼의 어미가 너한테 복수 하려고 졸졸 따라 다닌다고 얘기 하셨어.

 

노루 애미가 니 뱃속에 들어간 내 새끼 내 놓으라고 니 배를 사정 없이 들이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뱃속에 들어간 새끼는 발버둥치고 있으니, 배가 안 아프면 그게 더 이상한거 아니냐고 말씀 하셨지.

 

그리고는, “뭐 좋은 거라고 산 목숨 끊어서 피는 마셨냐…그러니 니 몸에서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거 아니냐” 하시며,

 

내가 지금 냄새 때문에 역겨워 죽겠는데, 니 어미 정성 때문에 상대해 주는 줄이나 알라고 하셨어.

 

그 얘길 들으신 아주머니께서는 아들과는 반대로 얼굴이 밀랍처럼 하얘지셔서는, 아이고 아이고 이 미X놈아를 연신 외치시며 아들을 인정사정 없이 매 타작을 하신거야.

 

ㅈㄴ 세게 맞았어. ㅋㅋ

 

그때 한쪽을 보시던 이모가 갑자기 그러시더라고.

 

"온다! 온다!! 받는다! 받는~~다!!"

 

그러자 갑자기 아들은 배를 움켜 쥐고는 떼굴떼굴 구르는 것이었어.

 

난 어미가 받는건 못 봤는데, 받았다고 이모가 말씀 하시는 순간, 그 형의 배가 안에 뭐가 들은거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말았어.

 

그러시고는 이쯤 되면 니 입으로 불어봐라란 표정으로 쳐다보시더라고.

 

그러자 그 형은 자기도 이리 될지 몰랐다고 하시면서 얘길 하셨어.

 

그 형네 집도 경기도 어디 시골이야. 경기도가 수도권인데도 의외로 산짐승이 많아.

 

강원도도 가깝고 무엇보다 군사지역인 휴전선이 가까워서 야생동물 서식 밀도가 꽤 높은 편이야. 물론 늑대, 표범, 호랑이 같은 맹수는 없겠지만 말야.

 

이 형네 집이 있는 동네도 산짐승이 꽤 많았다고 해.

 

이 형은 그때 무슨 시험(국가고시)을 준비하느라고 집에 있었는데, 동네에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과 이웃 동네에도 같이 자라고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여럿 있었나 보더라구.

 

그 중 사냥을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산짐승을 아주 잘 잡았었다고 해.

 

이 친구가 산에서 노루길을 발견한거야.

 

산짐승들은 산 어디나 다니는거 같지만 자기가 항상 다니던 길로만 다녀. 그래서 그 길만 알고 있으면 산토끼도 멧돼지도 잡으려고 맘 먹으면 잡는건 시간문제거든.

 

이 친구는 노루가 항상 다니는 노룻길에 올무를 놓은거야. 올무가 뭐냐하면 굵은 철사로 만든 올가미 인데 이걸 짐승이 다니는 길에 설치하면, 지나가다가 다리도 걸리고 목도 걸리고 해서 잡는 일종의 덫이거든.

 

짐승은 올무에 걸리게 되면 올무를 풀 방법을 모르기에 힘으로 벗어나려고만 하는데, 그럴수록 올무는 살 속에 깊이 박히게 되는 짐승들에게는 죽음의 함정이야.

 

올무를 놓고는 매일 산으로 확인을 하러 다녔는데, 어느날 드디어 노루가 올무에 걸렸던거야.

 

덫을 놓은 형은 신이 나서는 발버둥 치는 노루를 보고 올무가 단단히 앞발에 걸려 살 속을 파고든걸 확인하고는, 도망갈 길은 없겠다 생각을 하고는 산을 한달음에 내려와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겸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파티를 하려고 연락을 했더래.

 

이모네 집에 온 형에게도 연락이 왔는데 빨리 고기 먹으러 오라고 하더래.

 

공부에도 지치고 하던 형은 옳다구나 하고 한달음에 쫓아갔고, 그렇게 모인 친구들은 요리할 도구들과 각종 양념들과 소주 댓병을 몇 병 사들고는 산으로 올라간거야.

 

그리곤 산 위에 흐르는 작은 계곡에 자리를 깔고는 노루를 가지러 간거지.

 

그 때 까지도 살아 있던 노루의 목을 따서는 건강에 좋다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노루피를 나누어 마신거야.

 

그 노루 얼마나 원통 했겠어?

 

죽어가면서 자기 목 따서 피 마시면서 낄낄거리는 사람들 보면서…

 

그리고는 죽은 노루를 계곡으로 가져가서는 껍질을 벗기고 요리를 시작하는데, 배를 갈라보니 새끼가 들었더래.

 

새끼도 같이 푹 삶았대.

 

어미의 일부는 양념해서 불고기로 먹고.

 

그리고는 올무를 놓은 형이 공부 하느라 몸이 허약해 졌다고 하며, 푹 삶아진 새끼는 이모네를 찾아온 형에게 양보했고, 그 형은 꼭 치킨만한 복중에 있던 새끼를 혼자 다 먹었다고 하더라구.

 

고기는 엄청 연했단다. 당연하지, 땅 한번 못 밟아본 새끼니깐…

 

그리고는 그 사단이 난거였어.

 

어미가 새끼를 먹은 그 형한테부터 복수를 한거같아. 사냥한 형이랑 딴 형들 놔두고 그 형부터 시작한거 보니 말야.

 

이모가 얘길 들으시더니 이런 한심한 놈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더니 한숨을 쉬시는거야.

 

그 형네 어머니는 계속 아이고 이를 어째만 반복하셨어.

 

새끼 밴 짐승은 죽여서도 안 되는데 그걸 그리 잔인하게 죽이고 새끼까지 먹었냐 하시며, 그것도 하필 노루를 그랬냐며 나라 잃은 백성처럼 우셨어.

 

우리 이모는 시끄럽다고 조용하라고 하시면서 집안엔 발도 들이지 말고 밖에서 나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 하시고는 방으로 들어가셨어.

 

난 눈치 좀 보다가 방으로 쪼르르 따라들어갔는데, 우리 이모 부적 쓸 준비를 하시는거야?

 

예전에 말했지? 우리 이모 부적 함부로 안 쓰시거든.

 

길일 받아 몰아서 쓰는 양반이 부적 쓸 준비를 하시길래, 왜애애~~~~애?????????하고 여쭈었더니, 사람은 일단 살리고 봐야지 하면서 한숨만 쉬시더라고.

 

그러시더니 정신 사나와서 집중하는데 방해되니 너도 나가라고 하시는거야?

 

이모!!! 잘 못 들었습니다? ㅇ..ㅇ 저예요, 저…둥이…이모의 사랑.

 

사랑이고 자랑이고 사정 없이 쫓겨났어. bb

 

이모한테 문전박대도 당하고…난 밖에 나와서 그 형한테 화풀이를 했어.

 

형은 왜 아무거나 주워 먹어 가지고 우리 이모 골아프게 하냐고. ㅋㅋㅋ

 

근데 나 아까 이모가 어미 노루가 형 배 박는다고 하실 때 형 뱃속에서 새끼가 막 꿈틀거리는거 봤다? 하고 천진한 표정으로 얘길하니 그 형이 거의 울상이 되더라고.

 

생각해봐. 초딩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 뱃속에 딴게 들어가서 꿈틀거리는걸 봤다는데 그 형 얼마나 무서웠겠어? ㅋㅋㅋ

 

이모는 한참만에 수척해지셔서 나오셨어.

 

그리고 부적을 아들에게 건네시며 이 부적 상하거나 잃어버리면 죽은 목숨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다니라고 하시는 거야.

 

아줌마가 절을 열두 번도 더 하시면서 부적으로 액땜이 된거냐고 물으셨지.

 

이모는 특유의 씨크한 표정으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고 하시고는, 일단 이걸로 임시방편은 될거니까 사태가 좀 진정될 때까지는 기다리다 굿 한 번 하자셨어.

 

그러시더니 내일 집에 가볼테니 그때 같이 갔던 애들 집에서 밥이나 한번 먹자고 초대해 놓으라고 하셨지. 쌍판들 한번 보셔야겠다고 하시면서 말야.

 

그리고는 감사하다고 절을 열 번도 더 하시면서 부적값을 주시려고 하시는 아줌마에게 손을 휘휘 저으시면서, 내 팔자가 돕는거라 어쩔 수 없이 해준거지 사실 돕고 싶지 않았다고,

 

나중에 어차피 굿 해야 하니 그때 굿값이나 받을 테니 피 냄새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으니 빨리 가라고 하시곤 쫓아내셨어.

 

난 다음날 이모 따라 가질 못했어. 시간이 없어 못 따라간게 아니라, 부끄럽지만 구구단 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빡치신 우리집의 절대자 엄마가 그때 이모 따라다니기 금지 2개월 형을 내리셨거든.

 

우리 엄마는 내가 이모 따라 다니는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단걸 아시고는 그 아이템을 날 조련 하는데 쓰셨어.

 

특히,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던 산수를 가장 잘 하는 과목으로 만드는데 많이 쓰셨는데, 그 때 열심히 한 산수 공부가 내 공돌이 인생에 밑거름이 되었지.

 

엄마...미워잉~~~. ㅠㅠ

 

난 다음날 하루 종일 이모 없는 빈 집에서 이모를 기다렸는데,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이모가 돌아 오셨어.

 

난 이모 치맛자락 부여잡고 안방으로 따라 들어가서는, 이모가 숨 돌리실 틈도 없이 어찌 되었냐고 물었지.

 

내 못 말리는 궁금증을 익히 아시는터라 얘길 해주셨어.

 

집에 가서는 그 친구들을 보니 어제 왔던 형까지 총 여섯 명 이었는데, 노루를 사냥한 형과 새끼를 먹었던 형을 빼고는 크게 상하진 않을거 같다고 하시더라.

 

물론 좀 다치긴 하겠지만 불구 될 만큼 다칠거 같진 않아 그냥 놔뒀다고 하셔.

 

한데 그 사냥꾼 형은……늦었다고 하시더라구.

 

원래 그 형이 재미로 사냥한 동물이 너무 많아서 그 형 주위에 원한 가진 동물령이 우글우글 하더래.

 

힘이 부족해서 못 건드리고 있었는데, 노루령이 가세하자 전부 달라붙은거였다고 하더라구.

 

그러시면서 그 녀석은 너무 많은 원한을 쌓은지라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시며, 그냥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엔 도리가 없겠더라고 하시더라.

 

곧 무슨 일이 있을거 같은데 그렇게 일단 원한을 어느 정도 풀고 나야 굿을 해도 제 갈길 갈거 같으니, 그 때가 되어서 다시 달래 보는 수 밖엔 없다시는거야.

 

원래 그 놈이랑 어제 왔던 놈이랑 둘 데리고 가려고 했던거 같은데, 그나마 늦지 않아 하나라도 살릴 순 있을거 같으니 다행 이라고.

 

예전에 사냥하거나 사냥해서 그걸 생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좋을건 없지만 크게 해 입고 하질 않아.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거...그것도 하늘의 순리이거든.

 

천리를 따른건 복수의 대상이 되질 않아. 그런 때는 사냥 당한 쪽도 어쩔 수 없는걸 알아.

 

고기를 공급하는 사람도 이 사회엔 꼭 필요한 사람이야. 사람은 고기도 먹어야 하는게 당연한거고.

 

하지만 살생을 필요없이 하거나 취미로 하는건 다른 얘기야. 말 그대로 안 죽어도 될 억울한 죽음인거지.

 

그리고 사냥하는 사람이나 지금도 사냥하며 살아가는 부족에겐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지키는 율법이 있어.

 

새끼 밴 암컷은 절대로 사냥해선 안 된다거나1년중 어떤 기간은 사냥해선 안 된다거나. 한번 사냥을 시도해서 상처 입힌 짐승은 끝까지 쫓아가서 편안하게 해 줘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자기 생존에 관련된 살생 이외엔 재미로 사냥을 절대 안 해.

 

이모가 봤던 여섯 명 중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크게 작게 해를 입었어.

 

그 형 외에 다섯 명이잖아? 그 중 한 명은 별 피해가 없었어. 조상 수호령도 강하고 영을 별로 타지 않는 형이라서.

 

나머지 세 형은, 한 형은 밭에서 제초하다가 낫에 손에 큰 상처를 입었고, 한 명은 개울 건너다 다리에서 떨어져서 팔이 부러졌고, 한 명은 자기집 목욕탕에서 미끄러져서 어깨가 금이 갔어.

 

다 팔 쪽인데 그 노루가 앞발이 올무에 걸렸었는데 이상하지 않아?

 

그 사냥꾼 형은 죽었어.

 

산 누비고 다니다가 비탈길에서 굴러서 말야.

 

그 형도 팔이 부러졌는데 팔 부러졌다고 죽진 않잖아?

 

구르다가 빼족한 나무가지에 찔렸어.

 

목을 말야……

 

그 형도 목 따인거야.

 

그 뒤 노루의 진혼굿을 해서 배 아픈 형은 그 뒤론 무사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진 않았는데 노루를 먹어 재수가 없는지, 계속 준비하던 시험은 낙방하고 나중엔 포기했다고 해.

 

산에서 죽은 사냥꾼 형의 부모가 이모에게 천도제 부탁했는데 이모가 거절했어. 딴데 가서 알아보시라고……

 

이모는 다 아시니까 해주기 싫으셨나 보더라구.

 

그 외에 노루 얘긴 수 없이 많아요.

 

노루가 죽이면 재수없는 짐승인건 확실한거 같아요.

 

오늘도 안녕!!!~~~~~~~

 

------------------------------ 

 

이야기3. 노루의 저주.

 

어제 공포게시판에 올라온 '노루고기' 라는 게시물을 보고,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노루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일이며, 몇 년 전 MBC 진실 혹은 거짓에 약간의 각색을 거쳐 소개된 내용입니다. 그 때 제보자는 우리 누나입니다.

 

1981년 제가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그때.

 

삼양동 신일고 근처에 살았고, 아버지는 대한통운에서 8통 트럭을 운전하셨습니다.

 

그 때의 대한통운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았고, 옆에 조수 한 명 태우면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운전만 하는 그런 직업이었죠.

 

어느 토요일 새벽,

 

지방 출장으로 밤샘 운전을 끝마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온가족을 밖으로 불러냅니다.

 

그때 아버지의 트럭 짐칸에 실려 있는 것은 내 눈에는 그냥 사슴일 뿐이었던, 죽은 노루였던 것.

 

"아, 금강휴게소 근처 지나가는데, 이놈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급브레이크 밟았는데, 늦었지 뭐…”

 

"여보 이거 어쩌지? 노루는 영물이라던데..."

 

"호영이(가명)한테 물어볼까?"

 

호영이 삼촌은 해병대 출신이고 입만 열면 군대 시절 고생한 이야기인데 그 중 가장 즐기는 소재가 지리산에서 뱀 잡아 먹던 이야기인 걸 생각하면,

 

‘호영아 노루 한 마리 잡았는데, 낼 우리집으로 와 같이 먹자…’라고 말하는거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죠

 

"숨 붙어 있을 때, 목에 볼펜 꽂아서 피 빨아 먹어야지…으이구."

 

"아이고, 그건 차마 못하겠더라…"

 

"형님 그럼 낼 형님네서 보는 걸로 하고, 매형도 부르슈…고기라면 환장하는 사람이니..."

 

작은아버지네 식구, 고모네 식구가 우리집에 모여 노루 한 마리를 잡는데,

 

해체 작업은 당연히 뱀 잡아 먹던 작은아버지 몫이었고,

 

제법 능숙한 솜씨로 고기 덩어리를 발라내어 부엌에 있는 작은어머니에게 던져주면 그걸 삶던지 굽던지 해서 사람들이 나눠 먹는 방식이었죠.

 

그렇게 해체 하던 중,

 

아마 이 이야기를 읽으신 분들이 다들 예상하고 계시듯이, 뱃속에서 새끼 두 마리가 나왔습니다.

 

강아지만한 크기의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했죠.

 

"호영아...이건 산에 가서 묻어줘야겠지?”

 

"뭔 소리유, 이거 하나면 노루 한 마리 먹는 건데, 형님 하나 나 하나...사이 좋게 나눠 먹읍시다."

 

"아...나 이건 도저히...쳐다 보기도 싫은데..."

 

"그럼 이리 주슈, 내 차례가 안 오나 걱정했네..."

 

그렇게 고모부가 나서는 바람에, 적막했던 분위기가 다시 떠들썩해졌습니다.

 

그렇게 술과 함께, 노루 한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저녁이 되어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노루의 뼈다귀들은 냉동실에 넣어 두고 사골을 우려 내어 아버지 보양식으로 두고두고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였던가?

 

아니면 그 다음 다음해였던가?

 

작은아버지네는 저보다 두 살 어린 남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경운기 밑에 숨었는데,

 

경운기가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깔려 죽었습니다.

 

그리고 또2~3년쯤 후,

 

고모네 집에는 나보다 두 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청평에 물놀이 갔다가 익사했습니다.

 

죽은 사촌들은 모두 외아들이었고,

 

그때 노루의 새끼를 먹은 것은 그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그 뒤로 허리 디스크를 앓다가 디스크 수술을 하셨었고,

 

누나는 신장병에 걸려 지금 투석하고 있는데, 그 당시 콩팥을 유난히 맛있게 먹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우리 집안에서는 노루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 사항이 되어 버렸고, 아버지 형제들 간의 왕래도 줄어들었습니다.

 

허리 디스크나 신장병은 어찌 보면 흔한 병이므로 그걸 굳이 노루와 연결시킬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루의 새끼를 먹은 두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걸 만일 우리 아버지가 드셨더라면?

 

글솜씨가 없어서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없게 풀어낸 것 같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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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4. 노루.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 “권태랑”님 투고, 주인장 “더링”님 각색.

 

저희 가족이 겪은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달 쯤 전,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증조할아버지께서 길을 가시던 중 산에서 나온 산 노루를 발견 하십니다. 옛말에 산 노루를 잡으면 재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증조할아버지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고 산 노루를 잡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증조할아버지가 아무리 때려도 노루가 죽지 않더랍니다. 겨우 고생하셔서 결국 노루를 잡았고, 노루를 잡아 삶아서 증조할머니와 드셨는데 증조할머니의 이가 노루를 드시다가 빠지십니다.

 

다음날, 할아버지 차를 타고 치과를 갔다가 오시던 중 차량이 급발진해서 논에 차량이 꽂히게 됩니다. 다행히 자식은 무사했지만 증조할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 중에 무당이 있으신데 그 분이 병원에 오자 소스라치셨습니다.

 

"할머니의 몸에 노루의 혼이 붙어 있어. 지금 당장 노루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

 

저희 증조할아버지는 그런 걸 믿지 않으시기 때문에 절대 반대 하셨습니다. 게다가 의사 선생님께서도 아무 일 없이 회복이 잘되고 있다고 하셔서 저희들은 안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괜찮으시던 할머니가 저녁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할머니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보는데 증조할아버지가 말씀 하셨습니다.

 

"할멈 몸에 있는 저 멍... 내가 두들겨 패서 죽인 그 노루의 멍 위치와 모양이 똑같아..."

 

그 후 증조할아버지는 산 노루를 잡은걸 후회하시면서 저희들에게 산노루는 절대 잡지 말라며 신신 당부 하셨습니다.

 

그때 노루에게 제사를 지냈다면 증조할머니는 돌아가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 

 

번외편. 노루와 사슴의 저주였을까요? “신의이쁜이”님. (도입부의 내용은 이야기 1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집안에 영물이 들어왔을 때 해꼬지를 하면 본인이나 자식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옛날에<이야기속으로>라는 프로에서, 마을에 들어온 노루를 잡아 배를 가르고 내장을 발라내서 요리해 먹고는 그 집 자식이 똑같은 형태로 죽은 내용이 생각납니다.

 

그 날이 하필이면 딸래미 생일인데 노루를 잡아 배를 갈라 잔치를 벌인 것이죠..

 

그러자 그날 밤 딸도 노루와 똑같은 방법으로 배가 갈라져서 내장이 발라진 채 발견되었죠..

 

핏방울이 뚝뚝뚝 이 집 저 집으로 흩어져 있어서 동네 어떤 건달놈이 그 처녀의 배를 갈랐는지 피 묻은 집집마다 조사를 벌였지만,

 

나중에 그 딸이 증언하기를 몇 년 전에 죽은 오빠가 귀신과 함께 나타나서 자기 배를 가르고 내장을 다 꺼내서 잘라냈다고 했죠.

 

노루를 죽일 때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배를 갈라 내장이 발려진 상태…

 

결국 병원에서 내장 없이 복부 봉합 수술만 받은 후, 집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다 며칠 후 사망…

 

딸 생일에 부정타게 노루를 죽여서 노루의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리더군요.

 

그 이야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끔찍한 기분으로 보고 난 뒤에 저희 마을 농장에서도 사슴을 잡을 일이 생겼답니다.

 

기분 진짜 엿같았죠.

 

가능하면 농장 같은 건 할 짓이 못됩니다. 특히 사슴농장을 하면 주기적으로 피를 보더군요.

 

숫사슴만 뿔이 나는데 뿔이 굳어지기 전에 잘라야 녹용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굳어진 뿔이 떨어질 때는 아프지 않지만 피가 흐르는 뿔에 톱질하면 엄청 아프겠지요.

 

1년에 한두 번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사슴들은 마취 당한 채 눈을 가리고 뿔만 잘리는 게 아니고,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도록 뿔 밑둥을 동여매긴 하지만 피를 한 대접 정도 흘려야 합니다.

 

피를 마시겠다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피의 양이 부족하면 뿔대를 막대기로 톡톡톡 치기도 합니다.

 

그 피가 마실 때까지 굳지 않도록 나무 젓가락으로 휘저어야 하는데, 활명수나 소주에 타서 마십니다.

 

사슴피를 마시고 씩 웃기라도 하면 뱀파이어가 따로 없습니다.

 

그렇게 2, 3년 동안 뿔을 잘리고 피를 흘리는 사슴은 나중에 퇴물이 됩니다.

 

뿔도 안 나고 그러면 바로 도살입니다.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죠..

 

<오늘 사슴 잡는다>고 하면 남자들이 몸보신하려고 몰려가는 것이죠.

 

난 그 짓이 끔찍하게도 싫어서 구경도 잘 안 가곤 했었습니다.

 

그날은S도 사슴 잡는 일에 차출이 되었습니다. 사슴을 잡을 때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농장에 불려나가죠.

 

S는 바퀴벌레도 제 손으로 죽이기 싫어서 꼭 남의 손을 빌리는 귀차니즘이 있고, 원래 뭘 잘 죽이는 성격이 못됩니다.

 

그런데<부엌에서 도마와 식칼과 된장과 마늘 좀 갖고 나오너라>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것이죠.

 

삼겹살 맛있게 구워서 이제 한 점 먹으려고 할 때였는데 S가 후닥닥 뛰어 나가다가 계단에서 와장창 된장을 쏟고 칼과 도마를 떨어뜨리는 등 조짐이 안 좋았습니다.

 

<일만 도와주고 재수없으니 사슴고기는 한 점도 먹지 말라>고 내가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날 밤.

 

S는 반바지에 피를 묻힌 채 들어왔더군요.

 

피 묻은 바지라도 잘 빨면 되겠지만, 나는 아무도 몰래 바지를 확 쓰레기통에 처박고 사슴 생각은 잊어버렸습니다.

 

사슴을 어떻게 잡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사슴을 죽일 때도 끔찍하게 죽이더군요.

 

모든 고기들을 도살할 때 다 그러나요?

 

사슴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정동맥을 잘라 피부터 받는다는군요.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지는 게 아니니 시간도 꽤 걸렸겠지요.

 

하여튼 피를 받는 동안 사슴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르고 있는 역할을 S가 했던 것입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사슴이 죽을 때까지 눈을 마주치며 눌러야 했던 것인데, 그날은 섭씨36도가 넘는 여름이었습니다.

 

사람도 땀에 흠뻑 젖었고 사슴도 땀에 흠뻑 쩔었다는데…더군다나 사슴은 장시간의 출혈을 감내해야 했으니 얼마나 더웠을까요…

 

지옥의 유황불 같았을 겁니다.

 

사슴의 눈이 얼마나 이쁜지는 다들 아실테고,

 

땡볕 아래 그 사슴과 눈을 마주친 채 움직이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서 사슴을 눌러야 했던 S의 심정…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사슴을 잡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서해안으로 캠핑을 가게 되었지요.

 

S는 차 안에서 사슴 잡던 순간의 죄의식이랄까 하는 마음을 운전중인 자기 친구에게 리얼하게 표현했습니다.

 

더워서 가만히만 있어도 피가 끓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피를 쏟아야만 했던 사슴은 오죽했을까요?.

 

그리고 사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힘을 썼던 S도 즐겁지만은 않은 기억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쿵!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다행히 경치를 구경하느라 10킬로로 주행 중이긴 했지만, 꼬마가 차에 뛰어들어 넘어져 있었습니다.

 

이마가 찢어져서 상처가 확 벌어진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를 만나서 병원에서 꿰매고 경찰서 다녀오느라 해변에는 늦게 도착했습니다.

 

사건이 터져서 겨우겨우 숨 돌리고 술과 안주와 밥을 해먹은 뒤에, 밤에 텐트 안에서 S의 몸에 이상한 증상이 생겼습니다.

 

열이 나는 것도 아니면서 몸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아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엄청난 양의 소나기가 내렸는데다가, 바닷가라서 추우면 추웠지 더울 리가 없는데 말이죠.

 

샘물이 너무 차가워서 손도 얼어터질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뒤척뒤척 숨을 헐떡이며 잠을 자지 못하길래, 내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S는 더워서 숨이 안 쉬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사슴의 원혼이 활약할 시간일까요?

 

남들은 추워서 이불을 덮고 자는데 S만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는 것입니다.

 

내 기억은 사슴을 잡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더운데, 그리고 땀에 흠뻑 젖었는데 (사슴도 온몸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다더군요), 장시간 피를 흘려야 했을 그 사슴의 증상이 S의 몸을 덮친 것이었습니다.

 

몸에서 열이 치솟을 땐 대장에서 반드시 배변을 해야만 그 열이 가라앉는 게 생리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인지 S는 대변이 마렵다고 했습니다.

 

바닷가 화장실은 다들 알다시피 냄새가 고약하고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데나 가서 싸라는 심정으로 두루말이 휴지를 통째로 들고 나섰습니다.

 

<가자.>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혼자 보내기엔 불안했기 때문에 앞장섰던 것이죠.

 

냄새나는 화장실을 지나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갯벌에다 싸라고….멀리서 기다릴테니…

 

가는 도중 사람이 10명정도 올라가서 놀 수 있는 커다란 바윗돌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물이 빠진 갯벌에 각자 따로 떨어져서 마주보며 주저앉아 응가를 싸기로 했습니다.

 

나는 혹시 나중에 마려울까봐 흉내만 낸 것이고 S는 실제로 똥을 쌌습니다.

 

그런데 마주본 상태에서 쭈그리고 앉은 S가 <니 뒤에 귀신이 있다>고 장난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진짜 귀신을 본 것이었죠)

 

나는<장난하지 마>하고 신경질을 낸 뒤, 똥 닦는 시늉을 하고 S가 다 싸기를 기다렸다가 바위를 지나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S가 여전히 더워서 못 견디면서 바위를 향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기 사람이 있네?.>

 

칠흙같은 어둠 속 2미터 전방의 바위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원래 시력이 2.0인데 바위에 사람같은 건 없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두 번 세 번 보아도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저기 있잖아, 저기>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러길래 나는 화를 버럭 냈습니다.

 

<에이 진짜, 18…헛소리하지 말고 정신차려. 지금 새벽 2시에 거기에 누가 있다는 거야? 오기나 해>

 

그러고는 앞장서서 가다가 샘에서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등물이나 하고 가.>

 

그렇게 물을 바가지로 떠서 얼음장같은 물로 등물을 해준 후 텐트로 돌아가니 S도 더위를 잊고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S는 그 날 밤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차가운 물로 등물을 했던 사실도 부인했습니다.

 

그렇게 물이 차가운데, 자기가 그것도 밤에 그 물로 등물을 했을 리가 없다나요.

 

그 말을 꼭 남의 이야기처럼 하길래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빤히 보았습니다.

 

몇 시간 전에 등물을 했던 것도 기억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밤에 그는 정신이 나간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혼자 나갔더라면 텐트로 돌아오지 않았을 사람이 분명했습니다.

 

과연 사슴의 원혼이 들러붙었던 것일까요?.

 

사슴이 자기가 죽을 때 겪었던 고통을 그에게 그대로 안겨주며, 피가 끓어올라 적혈구가 녹는 용혈성 증상으로 정신을 돌게 해서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의 죄책감이 몸에 그런 증상을 일으켰던 것일까요?.

 

다행히 그는 칼을 직접 손에 들지도 않았고, 고기를 한 점도 먹지를 않았기 때문에 무사했던 것일까요?. 

 

교훈: 과도한 식탐은 여러분의 가정에 해를 끼칩니다.



웡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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