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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군대시절 그여자2편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2015.05.07 21:15조회 수 97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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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의 최악의 근무지는 바로 탄약고였다.


탄약고는 부대 내무반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주변의 참나무와 아카시 나무 때문에 시야가 잘 확보가 되지 않는다. 


탄약고 초소 앞에는 작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나무다리가 있다. 


초소 뒷편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겁나는 것은 그 언덕 뒤가 거대한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다.


버려진 묘지들이 아닌 공원묘지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밤 근무자에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부대는 지원부대다. 


1년 중 2~3개월은 부대원의 반 이상이 훈련지원 파견을 나가기 때문에 근무 인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위병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초로 근무를 선다.


탄약고에 배정받은 근무자는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을 만난 것이다.


산 속의 공동묘지를 끼고 있는 초소에서 한 시간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약고 근무는 보통 상병들이 나간다. 


박ㅇㅇ상병은 우리 부대에서 강한 군인의 상징이다.


강심장인지는 모르지만 몸짱에 항상 남자다운 성격으로 간부들이나 고참들로부터 신임을 독차지하는 사람이다.


그 날은 새벽 2시 근무였다.


"야! 이 강아지야! 정신차려!!!!!!"


인터폰으로 통화하던 당직하사의 큰 호통 소리에 당직사관인 소대장이 벌떡 깨어났다.


"야...뭐야?"


"박ㅇㅇ, 이 미친 새끼가 헛 소리를 하지 않습니까?"


"뭔 소리?"


"초소에 누가 자기와 같이 있답니다."


"뭐?"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을 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


"탕!!!!!!!!!!!!!"


소대장과 당직하사는 서로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한 후 미친 듯이 탄약고를 향해 뛰어 갔다.


잠에서 깬 2~3 명의 말년 고참들도 따라서 뛰쳐 나갔다.


100 여 미터를 달려 황급히 도착한 탄약고.


나무 다리를 건너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탄약고 쪽을 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장마철이었지만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 때문에 누구인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후레쉬를 박상병 등에 비추던 소대장이 물었다.


"박ㅇㅇ. 니가 쐈어?"


아무 말 없이 몇 초간을 계속 탄약고를 주시하던 박상병이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고개를 돌렸다.


후레쉬 불빛 속에서 확인된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당시 목격했던 고참들 얘기로는 박상병의 튀어나올 듯 크게 부릅 뜬 눈이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한다.


소대장은 신속히 박상병의 총기를 회수하고 탄약고 근무를 2시간씩 복초근무로 돌렸다.


행정반에 돌아와서도 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흐느적 거리는 박상병의 목덜미를 당직하사가 움켜 쥐었다.


"야 미친 놈아. 정신차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박상병에게 소대장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고개를 떨구고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르는 분비물을 떨구며 박상병은 입을 열었다.


"소대장님. 귀신을 봤습니다."


이 한마디에 행정반에 있는 사람들은 몇 초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






탄약고 초소 새벽 2시 근무자인 박상병은 이전 근무자와 교대를 하였다.


이전 근무자로부터 특별한 이상 징후를 보고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박상병은 늘 그렇게 자연스럽게 근무에 임했다.


탄약고 초소는 조금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다.


블럭벽돌로 가슴 높이까지 쌓아올린 구조에 천장은 슬레이트로 덮어져 있다.


벽돌과 천장 사이에는 네 개의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고 정면의 공간은 유리, 그리고 측면과 후면은 비닐로 둘러싸여 있다.


20여분이 지났을까? 박상병은 바람소리 사이로 들리는 작은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박상병은 스스로 강건해지려고 했지만 정체모를 그 소리 때문에 초소밖으로 일단 뛰쳐 나왔다. 그리고 초소 뒤쪽 공동묘지가 있는 언덕을 향해 총을 겨눴다.


"아...신발 뭐야?"


욕이 저절로 튀어나오면서도 박상병은 계속 자신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여자의 소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야..........하하하......'


박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총알 한발을 장전하였다.


전에 있었던 귀신소동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지만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


"야이 신발년아 나와!!!!!!!"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 미터 언덕 위에 나타난 희멀건 형상. 


극도로 흥분한 상태임에도 박상병은 천천히 초소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인터폰을 집어들었다.


"탄약고 초..초소에 누가 있습니다...지금.."


인터폰으로 통화를 하는 와중에 박상병은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바로 코 앞의 유리창 정면에 나타난 희멀건 형상. 


박상병의 온몸은 굳어버렸지만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조용히 소총의 안전핀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에 나타난 그 희멀건 형상이 자신의 뒤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박상병은 고개를 모두 돌려 그 정체모를 형상의 얼굴을 확인할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는 와중에 박상병은 방아쇠를 당겨 허공에 총탄을 날린 후 미친 듯이 초소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건너 참나무 아래에 웅크린 후 초소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래도 난 아직도 박상병이 엄청난 강심장의 소유자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일 그 여자 형상이 초소안에서 내 뒤에 있다고 생각되었다면 난 그자리에서 기절하였을지 모른다.


모든 얘기를 마친 박상병은 내무반으로 조용히 이동하였다.


이미 내무반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였고 무슨 영문이지도 모르는 부대원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들어오는 박상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야. 당분간 박ㅇㅇ, 야간근무 열외시켜."


행정반에서 들리는 소대장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무표정한 얼굴의 박상병은 침상에 걸터앉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두 세번의 긴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몇몇 병장들의 괜찮냐는 질문에 박상병은 괜찮다며 근무복장을 조용히 해체했다.


그러나 빨갛게 충혈된 박상병의 두 눈을 보고 더 이상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다.


그 뒤로 박상병은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위병소에 이어서 이번엔 탄약고라니........

 

 





부대 전체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공포가 서서히 엄습해 왔다.



박상병 사건 이후로 위병소와 다른 초소는 정상적으로 돌아갔지만 탄약고는 두 시간 교대 복초로 바뀌었다. 


밤 근무를 두 시간씩이나 서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혼자 공동묘지를 끼고 산속에 한 시간동안 처박혀 있는 것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견 나간 부대원들이 돌아오면 한 시간으로 줄기 때문에 당분간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귀신소동은 드디어 나에게까지 찾아왔다.


그 날은 정말로 기분 나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새벽 2시 근무였는데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나는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밖에 서 있었으며, 나의 사수인 정ㅇㅇ상병은 초소안에 처박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끄러웠다. 판쵸우의로 덮은 헬멧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주변 숲의 나무잎을 강타하는 빗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게다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장대비가 쏟아져서 그야말로 전방 1미터안의 물체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로 누가 바로 코 앞에 있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내가 그 형상을 발견한 건 근무시작 20분이 지났을 때였다.


난 아직도 그 시간을 기억한다. 새벽 2시 20분.....


내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시계에 내장된 조명등을 켜고 봤을 때이니까.




2시 20분.....시간을 확인한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전방 십수미터 정도에 희멀건 형상이 미류나무쪽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너무나 어두워 미류나무에 매달려 있는 건지 그냥 떠 있는 건지 모르지만 그냥 미류나무쪽이었다.


난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고참들이 얘기해 준 적응시라는 말이 떠올랐다.


"불빛을 보고 아주 어두운 곳을 쳐다보면 망막에 잔상이 남는다. 보통 파르스름하게 잔상이 나타난다.


그 때는 눈을 10초 정도 감았다가 떠라. 


그리고 한 곳을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라. 니 머리가 사물을 왜곡시켜 표현한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속으로 10초를 세면서...


그리고 눈을 떴다.


그러나 나는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10초를 세는 동안 나는 이미 등골에 싸늘한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눈을 떴다. 아직도 그 형상이 있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왔고 나는 입 속에 빗물이 쏟아져 들어감에도 위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려 긴 호흡을 하였다.


그 희멀건 형상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나를 내 스스로 진정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형상을 주시한 채 정상병을 불렀다.


"정ㅇㅇ 상병님!!!!!!!"


들릴 리가 없었다. 


4~5미터 거리지만 서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내 목소리는 이미 빗소리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정상병이 있는 반대편 초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가만히 초소안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정상병을 불렀다.


"정ㅇㅇ 상병님!!!!!!!"


그러자 갑자기 정상병이 움찔하더니 나를 뒤돌아 보았다.


"앗.. 신발 놀래라.....무슨 일이야?"


"잠깐 나와 보시기 바랍니다."


"뭔데?"


"저기 미류나무 쪽에 뭐가 있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상병은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 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화처럼 조금 전만 해도 미류나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런데 정상병은 내 말을 믿어주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보였단 말야?"


"네."


"어떻게 보였는데?"


"그냥 희뿌옇게 보였습니다."


"어디로 갔어?"


"미류나무쪽 중간 쯤 있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까지 봤습니다." 


"그 귀신년인가 보다. 이 신발년 죽여버리든가 해야지..."


상병 말호봉인 정상병은 짬밥에 걸맞게 아무 것도 아닌 냥 나에게 겁먹지 말라고 충고했다.


정상병은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는지 초소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나와 똑같이 비를 맞으며, 내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엔 소리가 들렸다.


천지에 쌀알이 쏟아지는 듯한 빗소리에 섞인 작은 소리........


"에..엑..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가 없었지만 몇 십초가 지나자 곧 알아들을 수 있었다.


토하는 소리였다.


"우...에..엑......우.....에..엑"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오금이 저리다는 것을 느껴봤다.


전기를 맞은 것처럼 무릎관절이 찌릿거렸다. 정말로 주저앉고 싶었다.


정상병도 나와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게 확실했다.


"이....신발년...."

 

정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욕을 내 뱉았다.

 

 

내 머릿속의 두뇌는 어떡해서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수 만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열심히 작업중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적당한 답안을 제시했다.


"개구리..........."

 


"뭐?"


"정상병님..개구리 소리 아닙니까?"


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정상병은 그제서야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잘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다."


아무 말없이 잠시 그 정체모를 소리를 듣고 있던 정상병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아까 니가 봤다던 건 뭐야?"


"그게...저..............."


내 머릿속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안 되겠다. 요 앞까지 순찰 좀 해보자."


"순찰 말입니까? 그냥 본대에 연락하심이...."


"이 새끼 겁 졸라 많네. 당직사관 오늘 누군지 알아? 수송관이잖아. 그 미친 똘아이 새끼.

그 새끼가 니 말을 믿어 주겠냐고? 아마 군화발로 이단 옆차기 할거다."


난 나름대로 강심장이라고 생각하며 내 스스로를 단련시켜왔지만 솔직히 겁이 많다.


차라리 수송관한테 욕먹고 이 상황을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그러나 수송관 못지 않은 성격의 정상병은 이런 나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할 인물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우리 둘은 손전등을 손에 쥐고 그 토악질하는 소리를 향해 조금씩 걸어나갔다.


장대비 속에서 손전등을 비추는 것은 그야말로 무의미했다.


빗줄기에 빛이 산란되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우...에....엑.....우...에....엑.."


거의 십수미터 전방까지 다다른 것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에 매달린 K-2소총의 개머리판을 펴고 총구를 들어올려 전방을 조준했다.


내 머리는 더 이상 전진하지 말것을 명령하고 있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철커덕!!!!!!!!!!!"


정상병이 갑자기 장전을 했다. 


안전핀을 풀었는지 안풀었는지 모르지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


제발 정상병이 미쳐 날뛰지 않길 바랄 뿐이다.


행여나 정상병이 나를 귀신으로 본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멀어야 10미터 전방이다. 


땀인지 빗물인지 모르는 액체로 내 얼굴은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


그런데 수미터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고안한 답안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분명 사람소리였다. 개구리 소리가 아니었다.


아직도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지만 이건 분명 사람소리였다.


"우......에..엑!!......우.......에..엑!!"


손전등을 비추었지만 확인이 안되었다.


잡초와 잡목으로 우거진 덤불속이라 직접 파헤치지 않는 한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정상병은 떨리는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형체를 조준하며, 수하를 했다.


"누..누구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그러자 갑자기 소리가 멈추었다.


심장이 터질 듯 했고, 온 몸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그 토악질 소리가 들리지 않자 빗소리만이 주위를 감쌌다.

그러나 그 시끄러운 빗소리도 우리 둘에게는 무섭도록 소름끼치는 고요한 적막이나 다름 없었다.


"써치라이트 켜!!!"


"예?"


잠시 넋이 나간 듯 나는 정상병의 명령을 놓치고 말았다.


"초소의 써치라이트 켜라고 새꺄!!!!!!"


그제서야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초소로 향했다. 


위병소는 야간 근무 중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써치라이트를 켤 수가 없다.


써치라이트를 켜면 그 날 근무일지에 보고를 해야 되며,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 저것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초소 안의 스위치... 그것을 올리는 것만이 나를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난 초소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 바램이 어긋났음을 알게 되었다.


초소문을 열자 초소안에 누가 있는 것이다.


손전등에 비친 흰색과 검은색...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처녀귀신이라고 부르던 흰 소복의 검고 짙은 긴 생머리....


어쩌면 단순한 흰색과 검은색을 내 머리가 그렇게 해석했는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이는 검은색 두 점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더 이상 내 두다리는 버티지 못하였다.


기절해 보았는가?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훈련소에서 행군 중에 탈진으로 기절해 본 적이 있다.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수통의 물을 한꺼번에 들이키는 바람에 염분부족으로 탈수와 탈진이 동시에 온 것이다.


6시간 넘게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과 천근만근같은 몸을 이끌고 난 계속 걸었다.


그리고 도착지점 200여미터를 앞두고 안도감이 밀려오자 나는 바로 쓰러져 버렸다.


그런데 그 때는 기절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난 내가 잠깐 잠이 든 줄 알았다.

조교와 동기들의 도움으로 난 몇 초만에 바로 깨어났다. 그리고 행군을 완료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나른해지면서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미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고,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헉!"


내가 소리낸 것은 이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건 소리도 아니다.


숨이 나오다가 목에 걸린 것이다.


영화 속의 비명은 다 거짓이었다. 정말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갑자기 사물이 멀어지고 눈 앞의 영상이 시선 중심으로 모아지면서 주변이 TV화면 꺼지듯이 어두워진다.


그래도 난 군인이었나 보다. 


무릎을 털썩 꿇어 주저앉으며 기절 직전까지 갔지만 내 오른손의 소총은 놓지 않았다.


내 머리는 그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떨어뜨린 손전등 때문에 그 형상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소총을 들어 쏘라고 명령하였지만 정말로 바늘하나 들어올릴 힘조차 없었다.


"저..정ㅇㅇ 상병님....정ㅇㅇ 사..상병님...."


난 미친 듯이 정상병을 불렀지만 만취한 사람처럼 혀가 구부러져 발음이 되지 않았고, 가는 숨소리만이 새어나왔다.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강력한 기세에 눌린 나는 바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뭐하고 있어 강아지야!!!!!!"


정상병의 미친 듯한 외침이 들렸다.


"야 이 신발놈아!! 불켜라고!!!" 


그런데 나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자세로 머리를 숙인 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장대비만 계속 맞고 있었다.


'차라리 기절해 버렸으면 좋겠다. 바보같은 내가 정말 싫다. 개병신이다. 머저리같은 새끼. 지랄맞은 새끼'


이런 내 스스로를 자책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맴돌자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런 응답이 없자 정상병이 참지 못하고 돌아왔다.


내 오른쪽 뺨에 손전등이 비춰지는 것이 느껴졌다.


"야....너 왜 그래?"


조용히 다가와 내 얼굴을 확인하던 정상병이 또 다시 물었다.


"야 신발놈아. 초소에 불 켜라고 했는데 너 뭐하고 있는거야?"


난 그제서야 고개를 천천히 돌려 울먹이며 거친 말을 내뱉았다.

"이...씨..신발..초소안에 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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