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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나를 구원시켜줄 살인마에게 쓰는 편지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9.06 23:56조회 수 173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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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신이 이 편지를 발견했거나 이 편지를 뜯어서 읽고 있을 때 즈음이면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사경을 헤매고 있을테지요. 

 

물론 중간에 어떤 변수가 작용하여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저희 가족은 부모님께서 이혼하는 바람에, 

 

아니 그 분들이 저의 양육권을 서로 미루면서 나를 버린 탓에 저 혼자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제가 이따금 옥상으로 올라가 파란 창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제가 그렇게 세상을 점점 비관하고 내 자신을 버릴 무렵이었겠죠? 

 

한 남자가 저희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그 남자는 이따금 저의 공간을 기웃거리며 저에게 관심을 보♥♥ 시작했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죠. 

 

그는 복도를 지나가다 한번씩 복도 쪽 창문을 힐끔거리며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할 때도 많았고, 

 

제가 집을 나와 어디로 향할 요량이면 항상 조금씩 뒤에서 저를 따라오거나 

 

문 뒤에 숨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저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그 남자가 저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끼병이라고 저를 나무라신다면.. 헤헤.. 저도 여자라서 그런 걸까요.. 

 

아무리 세상이 어둡게 느껴지더라도 남자의 관심이 나쁘지만은 않더라구요.

 

어쨋건 그가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저의 영역에 조금씩 그 남자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는 그 남자 역시 저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한 두 마디 대화로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밥은 드셨나요, 항상 이 시간에는 옥상에 올라가시는가 봐요, 부지런하시네요 등등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고 느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순전히 저만의 착각이었더군요... 

 

(나란 여자..의외로 도끼병이었던 걸까요..)

 

 

그렇게 그 남자와 저는 당신이 아주 잘 알다시피 친한 이웃사촌이 되었어요. 

 

그러나 이웃사촌이라는 허울 안에는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죠. 

 

저는 그 남자를 마음에 품기 시작했고, 그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 했어요.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인생을 포기할 운명에 놓인 여자였으니까요.

 

(이 대목을 읽을 때 당신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을 상상하면 슬프면서도 설레네요.. 나..♥♥인걸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나중에 내가 그의 맘 속에 정확히 기억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아 나름 뿌듯하기도 하네요. 

 

그건 아마 당신도 잘 알고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그래요...아파트에서도 한차례 큰 소동이 일어났었죠. 

 

'그 사건'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아파트의 독신녀가 자신의 집에서 끔찍하게 살해되었었죠. 

 

범인은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고 평소 여자의 행동 루트와 생활 패턴을 잘 알고 있는 남자의 소행이라고 경찰들이 말했을 때, 

 

저는 왠지 모르게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 남자는 보기완 달리 사회성이 꽤 풍부한 편이었고, 아파트의 여러 여자들과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물론 이러한 사실이 저에겐 그닥 유쾌하지많은 않았어요. 

 

그것은 그 남자가 저에게만 관심을 쏟는 게 아니었다는 반증이었거든요. 

 

 

그래요. 나의 계획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 원래 죽어야 하는 여자라는 현실을 일깨워주기 충분했거든요. 

 

하지만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나란 여자는..

 

난 '자살'로는 결코 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쎄요.. 사랑이란 느낌을 한 번 느껴봐서 그랬던 걸까요...

 

죽을 땐 죽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나란 여자의 기억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기에 저는 '자살'보다는 '살해'당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죠.

 

 

이쯤되면 당신도 깨달으셨을 거예요. 왜 제가 매일 밤 늦게 돌아다녔으며, 그 때마다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는지를.. 

 

왜 매일 밤 창문을 열어놓고 잤으며, 유독 그 남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우리집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는지...

 

그래요. 난 아파트 독신녀 살인사건의 범인이 그 남자라고 확신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죽여줄 남자로 그 사람을 택한 거죠. 

 

(설마 지금 망연자실함에 몸을 부르르르 떨고 있나요? 

 

그렇다면 제 생각이 어느 정도 적중한 것 같네요. 기분 좋아라) 

 

그리고 그는 보기좋게 저의 작전에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 은근히 소심하던 걸요..? (그렇다고 기분 나빠하지는 마세요. 나쁜 뜻은 아니니까요.)

 

야밤 중에 독신녀가 문도 안걸어 잠그고 들어오라고 대놓고 유혹하는데도 항상 망설이더라구요..

 

범죄자의 촉감이었을까요..?아니면 그냥 고자..? 뭐 어쨋든 기분은 좋지 않았어요. 

 

내 매력이 겨우 그 정도였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바로 오늘 밤. 제 계획은 보기좋게 성공할 것 같아요.

 

 

아, 지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아마 그 남자가 들어오려는 것 같아요. 아쉽지만 편지는 여기서 줄여야겠네요. 

 

아무쪼록 당신의 편의대로 저를 마음껏 유린하시기를 바랄게요. 

 

다만 당신이 내 목적을 달성시켜준 뒤에 이 편지를 보고 너무 낙심하지만 말아줬으면 해요.

 

당신은 내 생에 최고의 살인마니까요.

 

 

 

ps. 만약...아주 만약에라도 우리가 이런 관계로 만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2010년 4월 19일

 

나를 세상에서 구원시켜줄 살인마에게

 

409호 독신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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