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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훈련병때 있었던 일 完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8.05.23 11:38조회 수 102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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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망가트렸다.”

 

 

 

“..잘 못들었습니다?”

 

 

 

귀 말야자신의 귀를.. 후벼팠어.”

 

 

 

“..?”

 

 

 

 

 

사관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꽤 독한 놈이야하지만 결과를 봐아직도 살아있잖아아무래도 청각을 봉인하는게 답인 것 같다.”

 

 

 

“....”

 

 

 

그 부러진다는 소리그 소리가 들리고 난 뒤헛것을 보잖아그게 정확히 실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소리만 안들리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 같다.”

 

 

 

“..귀마개를 해도 소용 없다는 겁니까?”

 

 

 

 

 

내 말에 사관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글세..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다하지만 상수 그놈도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을테고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그거였기 때문에 그 방법을 선택한게 아닐까 싶다.”

 

 

 

사관님그럼 저 역시..”

 

 

 

내일 퇴원한다.”

 

 

 

“....”

 

 

 

 

 

사관은 담배를 끄며 복도를 가리켰다.

 

 

 

 

 

한층 더 올라가봐. 305호다.”

 

 

 

“..감사합니다.”

 

 

 

 

 

서둘러 담배를 끈 뒤중앙 홀쪽으로 걸어갔다홀에는 의자들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는데 병사들의 가족들인지 민간인들이 앉아 있었다. 3층이라고 했지바로 위로 향하는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간 뒤 305호로 표시된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저벅저벅고요한 복도에는 내가 내는 발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

 

 

 

 

 

이따금씩 문틈으로는 곤히 자고 있는 병사들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그렇게 짧은 감상이 끝나고 305호로 도착하니 생각보다 적은 침대 수가 보였다양쪽으로 한 대씩 있는 침대.. 이런 넓은 공간에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에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보고 싶었던 상수가 앉아 있었다그 반대편에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병사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상수야.”

 

 

 

 

 

상수는 독서중이었다편안한 표정으로 책장을 한 장한 장넘기던 그는 내가 지척에 다가옴에도 느끼지 못했는지 책장을 넘기기만 할 뿐이었다.

 

 

 

 

 

“..상수야.”

 

 

 

 

 

상수는 청력을..

 

 

 

 

 

?”

 

 

 

 

 

상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수야.”

 

 

 

 

 

상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양쪽 귀에는 흰 색의 붕대 같은 것이 감겨져 있었는데 사관의 말대로 청력을 버린 것 같아 보였다.

 

 

 

 

 

“....”

 

 

 

 

 

상수에게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상수 역시 내 손을 잡고는 앉아.’ 라고 말했다보조 의자를 끌어당겨 상수 옆에 앉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어떤 말을 하기가 어려웠기도 했고 훈련병들의 죽음이나 내가 겪었던 일들을 말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힘들었지 형.”

 

 

 

 

 

상수는 그렇게 말했다힘 없이 웃고 있는 상수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얼른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고 있을 때 아래쪽에서 흰색의 무언가가 내 품으로 들어왔다.

 

 

 

 

 

“?”

 

 

 

 

 

그것은 작은 쪽지였다꼬깃하게 간신히.. 아주 빠르게 접혀져 있는 것 같은 쪽지를 보며 왠지 여기서 읽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확히 뭔지 알수는 없었지만 상수는 분명 내게 뭔가를 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얼른 그것을 상의 주머니에 넣고는 눈물을 닦았다.

 

 

 

 

 

“...”

 

 

 

 

 

상수는 힘 없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

 

 

 

 

 

그 단어와 표정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상수는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다난 어떤 말도 상수에게 할수가 없었다단순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그저 난 이런 현실을이 복잡하고 개같은 일이 왜 내게서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건강해라.”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상수와 마지막으로 손을 잡고 병실을 나서니 사관이 나를 보며 서있었다.

 

 

 

 

얘기는 잘 했고?”

 

 

 

 

 

사관이 상수를 가만히 보며 말했다.

 

 

 

 

 

.”

 

 

 

 

 

상수는 나와 사관을 번갈아 보더니 곧 누워버렸다원래 저런 놈이 아니었는데.. 여러 일을 당하면서 많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사관은 곧 내 어깨를 가볍게 잡고는 걷기 시작했다.

 

 

 

 

 

그래.. 상수랑 넌 의가사제대 할거야.”

 

 

 

“..제대 말입니까?”

 

 

 

 

 

사관은 난처한 듯 웃었다.

 

 

 

 

 

너네들이 겪은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겠지만 일단 그런 쪽으로 가게 됐다너도 나가는 즉시 정신과 쪽 다니면서 치료를 받도록 해라.”

 

 

 

“..그럼 사관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물음에 사관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글세.. 어떻게든 되겠지.”

 

 

 

“....”

 

 

 

 

 

이런저런 얘기를 한 끝에 병동 일층에 다다른 우리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태웠다필요한 얘기를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이런 현실을 받아 들이기엔 내게 시간이 필요했다.

 

 

 

 

 

잘 지내고이번주내로 발령 조치가 날거다아마 그 전에 들릴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잘 지내십시오.”

 

 

 

그래.”

 

 

 

 

 

덤덤히 말하며 걸어나가는 사관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사관도 우리들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다곁에서 죽어나가는 훈련병들과 고통에 시달리며 미치기 시작하는 훈련병들을 볼 때마다 과연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복무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어쩌면 사관 역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하지는 않을까.

 

 

 

 

 

“....”

 

 

 

 

 

이젠 완전히 사라진 사관의 모습을 뒤로하며 병실로 돌아왔다그리고 상수가 아까 전에 건넸던 쪽지를 조심스레 펴보았다상수 녀석.. 그냥 그 자리에서 말하면 될 것이지.. 잔뜩 구겨진 쪽지를 조심스레 펴보니 생각보다 빼곡이 적혀진 글씨들이 보였다.

 

 

 

 

 

[형이 이리로 올 줄 알았어왜냐면.. 첫날 내가 그 망할 것을 볼 때그놈은 나보다 형을 더 흥미롭게 보고 있었거든그러다가 재수없게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지 뭐야그 때 난 잊을 수가 없었어그 부러지는 소리.. 온 몸을 옥죄는 더러운 공포감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지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 소리는 더욱 커졌어거세졌지그래서 난 결심을 했어소리를 차단하면.. 아예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그 망할 놈도 보이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었어.]

 

 

 

 

 

아니라고그럼 사관이 말한게 진실이 아니란 말인가상수는.. 그럼 지금의 상수는?

 

 

 

 

 

[그놈은 내게 말했어넌 댓가를 치뤘으니 놔주겠다고그래서 그 뒤로 난 평온해질 수 있었던거야소리가 원인은 아니야비록 난 평생 병신처럼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그리고 형그놈은 내게 또 말했어형이 후회할 짓을 했다고.. 그래서 자기는 생각을 바꿨대.]

 

 

 

 

 

상수는 해방된게 아니었다상수가 말하는 그놈.’ 즉 귀신은 그동안 상수와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여기가 끝이다어째서왜 다음이 없는거지아직 공간은 충분한데..

 

 

 

 

 

끼릭.

 

 

 

 

 

“!!”

 

 

 

 

 

뭔가가 갈리는 소리그것은 문쪽에서 나는 소리였다워낙 긴장한 탓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고개를 드니 상수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상수야.”

 

 

 

“....”

 

 

 

 

 

상수는 말 없이 서있었다감정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상수가 갖고 있는 날카로운 메스는 강한 무언가를 발산하고 있었다본능적으로 난 알 수 있었다상수에게 귀신이 들렸다고이젠 완벽히 상수에 몸에 귀신이 빙의한거라고.

 

 

 

 

 

저벅저벅맨발의 상수가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당할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그래도 한 때는 친하게 지냈었던 훈련 동기였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오늘은 그저 내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상수야정신차려.”

 

 

 

 

 

그래도 최대한 평온을 유지해야 했다언제 몸에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그렇게 되면 정말 낭패다난 최대한 침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와 상수와 적당한 거리를 벌렸다.

 

 

 

 

 

“?”

 

 

 

 

 

그런 우리들의 이상한 기류를 읽은 건지 병실에 있던 3~4명의 환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위험하게 그거 왜 들고 있어요.”

 

 

 

 

 

그 중 상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환자가 조심스럽게 상수에게 접근했다.

 

 

 

 

 

가지마세요가지마!”

 

 

 

 

 

내 말에 환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웃으며 말했다.

 

 

 

 

 

이 아저씨나 못 찔러요겁 많은 아저씨..?”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복부에 깊게 박혀진 메스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서서히 젓기 시작하더니 힘 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상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아저씨..”

 

 

 

 

 

애처롭게 손을 뻗으며 말하는 환자를 상수는 더 이상 살려두지 않았다날카로운 메스를 허공에 날리기라도 하듯 절도있고 깔끔한 동작으로 하나의 생명을 꺼버린 상수는 나와 다른 환자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히익!”

 

 

 

 

 

공포에 지린 환자들과 난 한곳에 몰리기 시작했다그 중에서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상수에게 대응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그럴 만한 물건이 병실에 있을리 만무했다.

 

 

 

 

 

상수야김상수정신차리라고 새꺄!”

 

 

 

 

 

외침이 들릴리 없겠지만 상수는 잠시 멈칫 하더니 피식 웃었다.

 

 

 

 

 

나 안미쳤어.”

 

 

 

“..?”

 

 

 

안미쳤다고.”

 

 

 

 

 

그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어떻게 맨정신으로 저런 일을 벌일 수 있으며 왜 내게 이런 일을 하려는 거지어째서..

 

 

 

 

 

단지 난 시키는대로 할 뿐이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위험하거든.”

 

 

 

 

 

그 말을 끝으로 상수는 내게 곧바로 달려왔다두두두두병실 바닥을 격하게 치고 오는 상수의 몸이 유독 거대해보였다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상수의 공격을 대략적인 감각으로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불에 대기라도 한 듯한 저릿한 통증에 난 이를 악물 수 밖에 없었다.

 

 

 

 

 

.. 이 미친새끼가.”

 

 

 

 

 

옆구리를 베였다붉은 색의 피가 금세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

 

 

 

 

 

나와 상수의 대치 상태를 가만히 지켜보던 환자들이 맹렬히 뛰쳐 나가기 시작했다처음부터 목적은 나였었나제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어떤 판단도 내리질 못하겠다상수가 어째서..

 

 

 

 

 

상수야일단 내 말 들어내 말 좀 들어봐.”

 

 

 

 

 

상수의 귀가 멀었다는 것도 잊은채 난 상수에게 말했다하지만 상수는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죽어어어!”

 

 

 

 

 

맹수처럼 포효하는 듯한 상수의 모습은 처음부터 내가 알고 있던 상수가 아니었다아무리 자기 입으로 미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뭔가가 잘못 되었다분명 상수 내부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살고 봐야했다품으로 파고들려는 상수를 간신히 피해낸 뒤 침대 쪽으로 허겁지겁 넘어가며 최대한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지는 상수의 공격에 난 쉴틈 없이 도망다녀야 했다.

 

 

 

 

 

으아아아!”

 

 

 

 

 

간신히 병실을 나오는데 성공한 난 무작정 중앙 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귀신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공포에 내 몸은 격하게 떨고 있었다.

 

 

 

 

 

따닥죽음의 소리다이 소리가 들리다는 것은..

 

 

 

 

 

.. 킥킥.”

 

 

 

 

 

홀쪽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전부 같은 귀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곧 내 퇴로를 차단시켜버렸고 내 몸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놓으라고 시팔으아아아!”

 

 

 

 

 

발작적으로 그렇게 외쳤던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당해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타타탁곧이어 들려오는 발소리그것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그리고 상수의 거대한 인영이 보였고 곧 바로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푸욱낯설고 묘한 감촉이 바로 복부 쪽에서 느껴졌다.

 

 

 

 

 

크헉!”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따뜻하고 묘한 감촉에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이상하게도..

 

 

 

 

 

..”

 

 

 

 

 

상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날 보고 있었다나를 보며 힘 없이 웃고 있었다.

 

 

 

 

 

상수야.. 상수야!”

 

 

 

 

 

마지막.. 상수는 끝내 나를 찌르지 못했다상수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한 글자씩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 사관.. 사관을 없애야.. 없애야 해.. 그 사관이.. 모든 일의.. 원흉.. 원흉이야그러니.. ..”

 

 

 

“..상수야상수야!”

 

 

 

 

 

푸우욱거세고 듣기 싫은 소리가 그렇게 몇 차례 반복되었다상수는 곧 격하게 몸을 꿈틀거리더니 움직이지 못했고 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

 

 

 

 

 

홀에 수 많은 사람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나와 상수는 번갈아 보고 있었다그리곤 바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는 대량의 피를 보고는 저마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악!”

 

 

 

으아악!”

 

 

 

 

 

그 하이톤의 비명소리에 몸이 조금이나마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간신히 상수를 옆으로 뉘고서는 배를 바라보았다.

 

 

 

 

 

“....”

 

 

 

 

 

배에는 상수의 짓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구멍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뚫려 있었다.. 허억미약하게나마 숨을 쉬는 상수가 초점을 잃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 새끼.. ..”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나와 상수는 울고 있었다상수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간신히 손을 들러 내가 있던 병실을 가리켰다거기에는 처음 나를 잡았던한 번의 안면이 없었던 훈련병이 서있었다직감적으로 그것이 귀신이란 것을 알게된 난 상수에게서 메스를 건네 받고 뛰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새끼넌 기필코 내가.. 기필코!’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병실로 뛰어가니 피범벅이 된 바닥 가운데에서 예의 훈련병이 나를 보며 서있었다.

 

 

 

 

 

이 개같은 새끼야.”

 

 

 

 

 

내 말에 훈련병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그리곤 내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헛짓거리 하지마라 이 시팔..”

 

 

 

 

 

한발자국을 내딛으며 훈련병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병실에 있던 배경이 순간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휘이이익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 그 배경은 순식간에 바뀌어져 있었고거기에는 아주 익숙한 작은 생활관이 눈에 들어왔다.

 

 

 

 

 

.

 

 

 

 

 

“!?”

 

 

 

 

 

부러지는 소리아니다이번엔 뭔가 다르다이건.. 한 번쯤 들었던 소린데.. 이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조교가 손가락을 교차시키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그리고 그 앞에는 빈약해 보이는 훈련병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존나 야마돌게 하네진짜 미쳤냐 니?”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습니다죄송합..”

 

 

 

 

 

훈련병은 말을 잇지 못했다거세고 강한 충격에 반쯤 멍한 얼굴로 조교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따라 조교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넌 이제부터 시팔 아무것도 못 먹을 줄 알어라새끼야너 때문에 내가.. 아휴 시팔말을 말자.”

 

 

 

 

 

그것은 사관이었다소싯적 사관이 조교였었다니.. 나를 보며 웃으며 말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던 사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휴.."

 

 

 

 

 

 

 

사관은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훈련병은 어쩔 줄 몰라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며 힘겹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울상을 짓고 있는 훈련병을 보며 사관은 가만히 연기를 내뿜었다그리곤 뭔가 생각났다는 듯 훈련병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작게 속삭였다.

 

 

 

 

 

그럼.. 내기하자.”

 

 

 

“..잘 못들었습니다?”

 

 

 

 

 

훈련병의 말에 사관은 심기가 불편했는지 다시 손을 휘둘렀다짜악살과 살이 격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훈련병의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사관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들었잖아시팔놈아진짜 시치미 뗄래?”

 

 

 

“..죄송합니다.”

 

 

 

 

 

사관은 아직 불이 살아 있는 담배를 내밀며 말했다.

 

 

 

 

 

이 담배를 니 몸에 지질거야근데 니가 소리 하나 안내고 참으면 봐줄게어때.”

 

 

 

“....”

 

 

 

할래 말래.”

 

 

 

 

 

어물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훈련병을 보며 사관의 손이 다시 올라갔다그것이 훈련병에게는 시발점이 되었는지 곧 하겠다고 말해버렸다사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다?’ 라고 말한 뒤 거침없이 훈련병의 팔뚝에 담배 불을 지지기 시작했다.

 

 

 

 

 

“!!”

 

 

 

 

 

그 엄청난 온도와 격통에 훈련병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고 사관은 인상을 구기며 욕설을 뱉었다.

 

 

 

 

 

시팔.. 누가 움직이라고 했냐아 존나 잡치게 하네그게 참는거냐도망가는거지진짜 뒤지고 싶냐?”

 

 

 

 

 

그 후 이어지는 구타에 훈련병은 말 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훈련병의 얼굴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한 사관은 눈썹을 긁적이며 생활관에서 나가버렸다홀로 남은 훈련병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

 

 

 

 

 

곧 훈련병은 자리에서 일어나 생활관 한쪽에 있는 벨트를 꺼내 매듭을 매기 시작했다곧 목구멍이 들어갈만한 매듭을 진 훈련병은 생활관 문고리를 돌리며 말했다.

 

 

 

 

 

저 새끼가 죽지 않는 이상 난 멈추지 않을거다.”

 

 

 

 

 

그것은 내게 말하는 소리였다모든 일의 원흉은 사관이었다조교 시절에 그는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악마였다지금의 그 모습은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온순해진 것 같았지만.. 가만그럼 사관은 지금 이 사태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건가왜 귀신은 사관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

 

 

 

 

 

무당의 아들이야.”

 

 

 

 

 

바로 앞귀신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귀신을 보자 귀신은 낮게 이를 갈았다.

 

 

 

 

 

그 빌어먹을 부적인지 뭔지.. 내 힘이 닿지 않도록 되어 있어그러니 네가 해라그렇지 않으면..”

 

 

 

 

 

샤악다시 지척까지 다가온 귀신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네 가족들 모두 없앨 것이야.”

 

 

 

 

 

그리곤 다시 배경이 바뀌었다.

 

 

 

 

 

“....”

 

 

 

 

 

사관을 죽여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일단은 사관을 기다려야만 한다지금 이곳에서 부대까지는 갈 수 없으니까..

 

 

 

 

 

상수가 소동을 일으키고 난 뒤 많은 간부들과 병사들이 병실에 오고갔다희한하게도 그들은 내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았다마치 없는 사람인것처럼.. 아마 귀신의 소행일지도 모른다최소한의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 수를 쓴 것이 분명해보였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난 초조해져갔다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것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죽어나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간항상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지금 내게 실현되고 있었다그것이 누구의 짓인지 알고 있음에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내게는 또 다른 공포였다.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전화를 이용하려고 하면 항상 먹통인 상태였다다른 사람들은 잘 사용하면서도 왜 난 사용하지 못하는걸까짧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역시 귀신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놈은 철두철미 했다꼼꼼했다.

 

 

 

 

 

귀신은 언제 어디서건 날 지켜보고 있었다낮이건 밤이건내가 자고 있건 깨어 있건항상 내 주위를 멤돌고 있었다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세한 무언가가 항상 내 곁에서 있다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그건 녀석 나름대로 보내는 일종의 신호와 경고일 것이다허튼 짓 하지말라고그대로 내게 몸을 내주면 된다고말해주는 것 같았다.

 

 

 

 

 

상수가 죽은 날부터는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날을 위해 모아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난 정말 재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잘 지냈냐.”

 

 

 

 

 

그날도 평소와 같은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사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의가사제대를 이틀 정도 남기고서 퇴원하는 날이었을거다사관은 문 쪽에서 옅게 웃으며 서있었다짧은 기간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관님?”

 

 

 

 

 

시원해보이는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관의 모습은 동네에서나 볼 법한 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곧 사관은 검은 색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

 

 

 

 

 

잊을 수 없는 냄새훈련 받는 동안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토록 먹고 싶었던 치킨이었다사관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허락 받느라 죽는 줄 알았다빨리 먹어라.”

 

 

 

 

 

그렇게 말하며 사관은 보조 의자를 당겨 앉았다물끄러미 봉지 속에 있는 치킨을 가만히 바라보니 문득 억제하기 힘든 식욕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신 없이 먹기 시작했다한참을 먹고 있을 때 사관의 시선이 느껴졌다그것은 처음 행정반에서 나를 쏘아보던 그 눈빛과 아주 흡사했다덜컥 겁이 났다혹시 눈치를 챈 것은 아닐까.

 

 

 

 

 

그 뒤로 괜찮았어?”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래?”

 

 

 

상수가 죽고나서.. 그 뒤론 조용합니다.”

 

 

 

 

 

내 말에 사관은 조금은 표정을 풀며 마저 먹으라고 말했다살짝 굳어진 사관의 얼굴에서는 과거 훈련병을 못 되게 굴던 특유의 그것이 남아 있었다사람은 완벽히 변하기 힘든건가.. 그렇게 빠르게 봉지를 비워낸 나는 적당히 손에 남은 기름기를 닦아 내고서는 사관과 테라스로 걸어갔다.

 

 

 

 

 

담배를 피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건지 뭘 하고 싶은지 의논을 했다사관은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서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지라 군인을 그만 뒀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넌 뭐 할건데?”

 

 

 

“....”

 

 

 

 

 

난 계획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내 가족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쯤테라스에 있는 철문이 강하게 닫혀버렸다화들짝 놀란 사관은 바람이 너무 센건가.. 하고 중얼거리며 담배를 마저 피기 시작했다그런 사관의 옆모습을 보고 있을 때 부러지는 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따악.

 

 

 

 

 

그리고 느껴지는 낯선 감촉상의 주머니에서 뭔가가 느껴졌다본능적으로 그것이 마지막 상수가 들고 있었던 메스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따악딱딱소리가 맹렬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그리곤 내 몸을 서서히 흔들더니 이내 세차게 뒤흔들기 시작했다마치 거대한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강하게 흔들리던 내 몸은 이내 진정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내 입이 작게 열렸다.

 

 

 

 

 

키히히히히.”

 

 

 

 

 

내가 내던 소리가 아니었다귀신이 내던 소리가 분명했다빙의된 것이다귀신에게 내 몸을 완벽히 내준 것이다.

 

 

 

 

 

오인한!”

 

 

 

 

 

사관은 변해버린 내 모습을 충격적으로 보고 있었다곧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사관은 굳게 닫혀 있는 테라스 쪽으로 뛰어갔다.

 

 

 

 

 

키야아아!”

 

 

 

 

 

하지만 내 몸은 사관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치지 않았다재빠르게 메스를 꺼낸 뒤 맹렬한 속도로 사관에게 돌진하기 시작하는 귀신난 그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그 뒤에 일어나는 일을 상상하기 싫었다.

 

 

 

 

 

!”

 

 

 

 

 

하지만 사관은 운동신경이 좋았다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렀고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다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사관에게 귀신이 말했다.

 

 

 

 

 

드디어 잡았다.. 킥킥.”

 

 

 

오인한임마정신차려!”

 

 

 

지금 그 새끼는 여기 없어여기 없다고오!”

 

 

 

 

 

발작적으로 몸을 뒤흔들며 외치는 귀신거기엔 분노와 희열이 섞여 있었다.

 

 

 

 

 

.. 넌 내가 죽일거야이 날을 이 날을 기다려왔다.”

 

 

 

“..미친새끼너 완전히 미쳤어!”

 

 

 

 

 

사관은 버둥거리는 손짓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102번 훈련병 양민수.”

 

 

 

 

 

그 말이 사관에겐 비수가 되었는지 연신 액정을 두드리던 사관은 굳은 얼굴로 귀신을 바라보았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냐.”

 

 

 

왜 몰라 이 시팔놈아내가 바로 그 양민수인데에!”

 

 

 

 

 

캬아아괴성을 지르며 다시 사관에게 돌진하는 귀신사관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귀신을 보다 복부로 크게 들어오는 귀신의 몸을 잡고 옆으로 돌려버렸다그 힘이 꽤 컸는지 귀신은 힘 없이 중심을 잃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메스를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서걱낯선 소리와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사관은 금세 고통 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옆구리를 메만지며 뒤로 물러났다.

 

 

 

 

 

.. 오인한정신차려정신차려야 돼임마너 지금 귀신에 놀아나고 있는거야.”

 

 

 

닥쳐닥쳐닥쳐니가 뭘 안다고 입을 놀려넌 그냥 죽으면 된다고죽으면!”

 

 

 

 

 

내 몸은 맹렬히 움직이고 있었다피하려는 사관을 끝까지 쫓아가며 메스를 휘둘러댔다그에 따라 사관의 몸에는 크고작은 상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크윽..”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사관은 테라스 끝 쪽에 섰다피칠갑을 서서 나를 보고 있는 사관은 마지막 생을 위해 싸우고 있는 초식동물과도 같아 보였다여기서 그만두고 싶었다할 수만 있다면 내 몸을 멈추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그 날 이후 난 하루도 잊지 않았다네 놈을 처참히 죽여 없앨 날을그 날을 기다려왔어.”

 

 

 

“..정말 양민수라고?”

 

 

 

키킥킥.”

 

 

 

그럴수가그럴리 없어그 놈은..”

 

 

 

그래죽었지죽어서 네 놈 앞에 있잖아그리고 곧 네가 죽을 차례고킥킥킥.”

 

 

 

 

 

사관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냐아니야지금 날 놀리는거지그냥.. 그 땐 그냥.. 조교 때는 다 그랬어다 그런거였어.”

 

 

 

개소리 집어쳐!”

 

 

 

 

 

귀신은 다시 사관에게 달려들었다더 이상 사각이 없다고 판단한 사관은 그대로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날렸다. 3층 정도 되는 높이였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몰랐다.

 

 

 

 

 

그만해그만!’

 

 

 

넌 잠자코 있어한 번더 나를 방해하면 지금 면회와 있는 니 가족들 다 없앨거니까.”

 

 

 

‘..가족이내 가족이 있다고?’

 

 

 

그래그러니까 닥치고 있어라이 일만 끝나면 얌전히 사라져주마.”

 

 

 

 

 

그 말에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귀신은 곧 테라스 난간 위로 올라가 바닥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고 있는 사관을 가만히 보았다.

 

 

 

 

 

괜찮아요?”

 

 

 

이봐요!”

 

 

 

 

 

곧 사람들이 사관 곁으로 모여들었다귀신은 더 이상 틈을 주지 않을 작정인지 그대로 몸을 날렸다콰직콰지지직뼈가 으스러지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곧 사관 옆으로 간신히 착지한 귀신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고 사관은 공포에 젖은 눈동자로 귀신을 보며 손을 저었다.

 

 

 

 

 

미안해한 번만.. 한 번만 봐줘그땐 정말 화나서 그랬어정말이야악의는 없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는 사관을 보고 있던 귀신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그와 동시에 메스도 사관의 심장 쪽으로 빠르게 꽂혔다.

 

 

 

 

 

 

 

 

 

***

 

 

 

 

 

 

 

 

 

약 잘 먹어선생님 말 잘 듣고.”

 

 

 

알았어.”

 

 

 

 

 

귀신은 복수에 성공했다그와 동시에 내 몸에 걸린 주박 같은 것들이 모조리 풀려났고 내 다리는 병신이 되었다떨어질 때 어떻게 떨어졌는지 몰라도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난 살인죄를 쓰지 않았다떨어질 때 날카로운 모서리에 머리를 정통으로 찍힌 사관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한다또 몸에는 어떠한 상처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물론 내 손에 들린 날카로운 메스 역시.

 

 

 

 

 

그 후 귀신은 내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완전히 사라져 버린건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숨어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가 오지는 않았다목숨을 담보로 두 다리만을 잃은 셈이지만 난 그래도 만족하려고 한다.

 

 

 

 

 

일단은 살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분명 잊기 힘든.. 잊을 수 없는 일들이었지만 그것은 내가 짊어지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약 먹을 시간이에요.”

 

 

 

 

 

어느새 다가왔는지 담당 간호사가 내 옆에 와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녀가 주는 약을 삼키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적당한 책을 들어 책장을 넘기니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지냈냐?”

 

 

 

“?”

 

 

 

 

 

간호사의 목소리지만 그녀의 말투가 아니었다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온 몸을 팽팽히 당기는 듯한 긴장감에 책장 뒤로 간호사를 바라보니 백안의 눈을 갖고 있는 간호사가 나를 보며 힘 없이 웃고 있었다.

 

 

 

 

 

너 찾느라 진짜 고생했다.”

 

 

***

 

 

[복수는 돌고 돈다.]

 

출처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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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령 (by 전이만갑오개혁) 훈련병때 있었던 일 2화 (by 전이만갑오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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