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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옛날 옛적에 : 귀신의 장난 4부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2018.12.31 14:14조회 수 176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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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준택은 집을 나섰습니다.

1시간 정도, 아니 꽤 오랫동안 걸어서

친척인 영택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영택은 양조장에서 일을 했는데,

준택이 근처로 이사를 온다기에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형수는 일을 나가기 전에 든든히 챙겨먹어야 한다며,

없는 살림에 상을 차려왔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지라, 준택은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척 동생이 잘 사는지 걱정이 되어서

영택이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준택아.. 너도 아버지가 되니께 부지런해 지지?”

 

입 안에 가득 있는 음식물을 급하게 넘기며,

 

“아이고 형님, 말해 뭐한데유.

그저.. 우리 마누라, 아가들 먹고사는 데만 지장이 없으면

더한 것도 하것슈..”

 

과거 어렸던 친척동생이 책임감 있는 가장이 되자, 대견했습니다.

 

“그려.. 그려..

집은 공주 어디여? 계룡에 밤나무 근처인가?”

 

준택은 집 이야기에 한 것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쥬, 밤나무 근처에 얻었슈.

집을 지으려고 해도 엄두가 안 나는 거여요.

다른 집은 벌써 주인들이 들어오거나, 사람이 사는 집이구..

본의 아니게 형님 댁에서 하루 묶어야 겠구나.. 생각 했는데,

때마침 계룡에 밤나무 아랫집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유?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깨끗하고 솔찬히 괜찮아서.

냅다 그 집에서 짐을 풀었쥬..”

 

영택은 ‘밤나무 아랫집’이란 말에 동공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준택에게 물었습니다.

 

“이보게 준택이, 혹시 밤나무 아랫집을 말하는 건가?

거기 마을 아래에 떨어져 있는 집 하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준택은 그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택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집일 수도 있으니,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대문이.. 녹이 좀 쓸었지만 파란색이고.. 쇠로 만든 집이여?”

 

준택은 겁에 질린 표정의 영택에게

눈을 때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유? 우리집을 아세유?”

 

그 집은 영택도 아는 집이었습니다.

아니, 웬만하면 공주나 청양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 본 집이지요.

영택은 준택에게 잘 들으라며,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일제시대에 박씨가 그곳에 집을 지은 이야기부터

그곳에 살았던 사람은 죄다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말이지요.

 

“준택이, 오늘은 일 하지 말고 당장 집으로 가봐...

그 집에 있으면서 하루라도 잘 지내는 사람 못 봤으니께..”

 

준택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집에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요.

그리고 순간 첫째 딸이 고통스러워하던 지난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행복하게는 못 해줄망정,

귀신들린 집에나 살게 하고.. 준택은 자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택은 준택에게 한 가지 당부했습니다.

 

“준택아, 그 동네 말이여. 귀신 쫓는 용한 무당 할매가 있어.

피난 갔다가 돌아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거기 먼저 가서 할매 모시고 집에 가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말이여.”

 

준택은 영택의 말이 끝나자, 쉼 없이 뛰었습니다.

한참을 달린 뒤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당장 무당집 할매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날씨가 이토록 맑은데 준택의 집에만

시커먼 안개 같은 것들이 잔득 끼어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예감에 무당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무서운 표정으로 남자가 낫을 들고 아내를 해치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준택을 더욱 경악 시킨 것은 낫을 든 남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귀신 모두가 자신과 아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향해 외쳤습니다.

 

“여보, 여보!!!!!”

 

아니나 다를까,

낫을 들고 있던 귀신은 준택을 그윽하게 바라봤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일으켰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둘은 대문을 향해 힘껏 뛰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대문이 ‘쾅’하고 굳게 닫혔습니다.

준택이 안간 힘을 써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낫을 든 귀신이 긴 혀를 날름날름 움직이며 ‘씨익’하고 웃었습니다.

 

“들어 올 땐 너의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땐 너의 맘대로 못나가지...

너의 딸년부터 죽였어야 하는데.. 낄낄낄”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준택의 부부에게 마구 낫을 휘둘렀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감싸다가 등과 팔이 낫에 베였습니다.

 

“여보, 여보!!!”

 

쓰러진 준택은 팔과 등에 피가 철철 흘렸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피칠갑이 된 남편을 부둥켜안고

살려달라며 귀신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귀신은 오히려 즐거워하며 낫을 들고

요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집안 곳곳에 있던 귀신들까지

요상한 울음소리를 동시에 내기 시작했습니다.

 

“으흐흐흐.... 으흐흐흐흐... 으흐흐흐.. 꺼이..꺼이...”

 

준택의 아내는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머리를 어지럽히는지

정신이 나갈 것 같았습니다.

 

남자 귀신이 준택의 아내를 보며 낫을 얼굴에 갔다댔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자신은 죽여도 남편은 살려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귀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상한 표정을 지어댔습니다.

웃는 표정, 슬픈 표정, 눈을 모았다가, 얼굴을 찡그렸다가...

한마디로 준택의 아내를 희롱하는 것이었지요.

그것을 보고 화가 난 준택이 귀신을 향해 돌진을 했습니다.

준택은 귀신의 팔을 잡으며 아내에게 외쳤습니다.

 

“여보, 빨리 나가.. 어떻게든 나가...”

 

준택의 아내는 남편을 두고 쉽게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근처에 있던

돌을 들고 귀신의 머리를 찍어버렸습니다.

귀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욕을 하며 준택을 밀쳐냈습니다.

 

“육실헐!!!!”

 

바로 그때, 잠겨있던 대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무당 할머니와 윤화가 들어왔습니다.

 

“이보게, 새댁.. 정말 말을 안 듣네 그려.

내가 그만큼 이 곳에 오지 말라고 말했거늘...”

 

준택 부부는 할머니의 꾸지람에 얼어버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손짓을 하며,

 

“빨리 내 뒤로 안 오고 뭐하는 겨,

죽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있던가...”

 

윤화는 재빨리 준택 부부를 할머니 뒤에 데려왔습니다.

귀신은 무섭게 할머니를 노려봤습니다.

 

“이 무당년,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여!?”

 

할머니는 낫을 들고 있는 귀신을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귀신도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한참을 서로 응시하다가 할머니는 귀신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혹시? 죽은 박씨 아닌가?

30년 전에 죽은 자네가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귀신은 그런 무당 할머니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으헤헤헤... 낄낄낄 아암.. 그때 나도 이 집에서 죽었지..

날 죽인 귀신 놈이 저기 지붕에서 날 훔쳐보고 있구먼.. 씨X롬...

내가 저 새끼 보고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는데,

끝내 내 목을 졸라 죽이더군. 육실헐..”

 

무당 할머니는 박씨귀신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건너방에는 죽은 박씨의 어머니 영이 있었고

창고에는 죽은 박씨의 어린 두 아들이 있었으며

부엌에는 죽은 박씨의 아내가 쪼그려 앉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지붕위의 귀신을 보며 박씨귀신에게 말했습니다.

 

“박씨.. 저 귀신이 너를 죽인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자네 가족을 죽인 건.. 귀신들이 아니라, 박씨 자네구먼?”

 

박씨귀신은 진실을 들킨 듯 크게 웃었습니다.

 

30년 전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박씨는 터가 안 좋다는 소문에 땅 값이 싸서 이곳에 집을 지었지요.

집을 짓고 나서 잡귀는커녕 도깨비불 하나 못 봤습니다.

오로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일본군을 피해 숨겨 놓은 재산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그래도 박씨의 어머니는 마을 무당의 말을 듣고

혹여나 집안의 귀신들이 가족을 해칠까봐 음식을 주며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워낙 음기가 강한 지역이라서 귀신들은 금방 박씨의 어머니에게

모습을 나타냈지요.

본래 자신의 영역에서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귀신들도 친절한 박씨의 어머니를 의외로 잘 따랐습니다.

오히려 귀신들은 전염병을 몰고 다니는 악귀로부터

박씨의 어린 두 아들을 지켜주기도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박씨는 아버지가 숨겨 놓은 재산을

어머니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바로 아버지의 재산으로 독립운동의 자금을 몰래 대주었던 것이었지요.

박씨는 어머니에게 당장 전 재산을 내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를 했지요.

돈에 눈이 먼 박씨는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에 이불을 단숨에 덮어 질식사 시켰습니다.

문제는 그 모습을 두 아들이 본 것이지요.

두 아들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죽였다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을 하려 했으나 박씨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박씨는 두 아들에게 협박했습니다.

 

“너희들이 본거.. 누구에게라도 말을 하면 그땐 용서 안 할겨.. 알았어?”

 

당시 일제치하에 시골이라는 이유로

사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 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박씨의 입장에서 무사히 어머니의 장례가 끝났고

인근 묘지에 안장 시켰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요상한 소문이 퍼진 것이었습니다.

귀신이 들끓는 집 터 때문에 박씨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한 노인네가 왜 죽은 거겠어..

무당들이 그러는데 저 집만큼은 굿을 해도 소용없다는 거 아니여?”

 

박씨의 패륜적 살인행위는 그렇게 귀신소문 때문에 묻혔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박씨가 어디론가 나갔던 날이었습니다.

두 아들은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5부에서 계속

 

PS : 5부에서는 확실히 끝내겠습니다. 너무 질질 끌어서 미안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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