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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동거 7부 完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9.01.02 18:44조회 수 91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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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이 집으로 온 날부터 엄마는 계속 보았던 것입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말이지요.

 

제가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몸살을 심하게 앓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걱정이 되는 마음에 2층을 자주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혹시 제가 탈수 증상이라도 겪을까봐

따뜻한 보리차를 주전자에 담아 제 방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아가야... 나오... 너..라.. 달..맞..이.... 가..자...”

 

제 방에서 여자의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분이 이상한 엄마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새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오구오구... 우리 아가.. 많이 아팠지?

어이구 울 아가.. 엄마가 호~ 해줄게.. 이히히히..”

 

여자는 제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볼에 뽀뽀도 하고, 자장가도 불러주기도 하며..

저를 자신의 아기처럼 대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 모습이 너무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습니다.

 

“저.. 저기.. 누구세요?”

 

여자는 무서운 표정으로 엄마를 ‘휙’하고 쳐다봤습니다.

섬뜩한 표정에 엄마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여자는 그런 엄마를 무시한 채...

 

“아가.. 엄마가 지켜줄 게.. 우리 아가.. 아프지마.. 이히히히.. 으히히히..”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병간호를 했습니다.

엄마는 기가 차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저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재빨리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밀쳤습니다.

 

“당시 누구야! 당장 사라져!”

 

여자는 눈을 흘기며 한 참을 째려보다가..

이내 피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너무 무서워서 당장 저를 깨웠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고 몸이 좋지 않은 저는 일어나질 못했지요.

할 수 없이 제 방에서 동생과 함께 병간호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내 방에 있었다고? 거짓말... 내가 도중에 눈을 한 번 떴는데,

그때 내 혼자 있었구만... 나도 그 빨간 옷 입은 여자 봤다.

내한테 지 얼굴을 들이 밀면서 다가오는데.. 진짜 무서워서 졸도 했다아이가..”

 

그런데 엄마의 말이,

 

“갑자기 준희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에 같이 갔다가.. 출출해서 부엌에서 라면 끓여먹었어.

그리고 깜박하고 안 방에 들어가서 잤네... 미안..”

 

부글부글...

 

이후,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저를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는 소매가 굉장히 넓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내시들이 소매에 손을 넣고 다니듯

항상 그런 모습으로 저의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엄마는 경악을 했지만, 제가 놀랄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안방에서 자면, 안방 문 밖에서 기다리고...

학교에 등교하면, 대문 밖에서 저를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다시 제 뒤를 졸졸졸...

 

엄마가 말하길,

어쩌면 여자가 저를 자신의 아들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괴한이 계단에서 저를 공격했을 때...

저를 향해 다가오는 괴한을 누군가가 막았습니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지만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빨간 옷을 입은 귀신이 나를 도와준 것 일지도...’

 

바로 그때, 엄마가 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준석아..

그 여자.. 지금도 니 옆에 찰싹 붙어서 너를 보고 있어...”

 

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아무리 도와줬다고 한들 정말 무서운 건 사실이니까요.

 

결국 가족들 모두, 그 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지요.

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자, 아버지가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초기이지만 ‘척수염’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꽤 골치 아픈 병에 걸려서 애를 먹었지요.

결과가 나오자 저는 집으로 간 것이 아니라, 곧장 외할머니 댁에 가서

요양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우리 집은 이전에 살던 동네로 다시 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집주인이 자살을 하는 바람에

그쪽 집안에서도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결국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전세금을 돌려받았지만

아버지 마음이 매우 찝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엄마를 통해 그 집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떤 가족이 살았습니다.

늙은 노모를 모시는 아들부부가 살았다고 합니다.

 

당시 노모는 조금 별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집안이라든지, 출신에 연연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나 봅니다.

특히 며느리가 시골출신에 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다는 이유로

‘천한 것’이라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지요.

 

정말 이 할매가 못된 사람이라는 것이...

아들이 있을 때는 며느리에게

둘도 없는 다정한 시어머니인척을 했다가

아들이 자리를 비우면 천하의 악녀로 변해

며느리를 오지게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독한 할매의 본성이 어디 가나요?

어찌나 임신한 며느리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는지,

아이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이참에 노모는 며느리가 건강한 아이를 낳지 않았겠다,

냉큼 못살게 굴었다고 합니다.

 

급기야 자신의 손자에게 다른 놈과 눈 맞아서 낳은 자식이라며 모함했습니다.

설상가상... 남편도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속아서 등을 돌렸습니다.

할 수 없이 며느리는 2층에 있는 방에서 아이와 함께 지냈습니다.

 

모욕적인 폭언과 고통스런 폭행이 계속 되었지만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며느리는 참았습니다.

하지만 혐오스러운 나날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을 보고 돌아 온 날...

 

아이가 죽어있었습니다...

며느리는 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매일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아주 옛날이지만 동네에 남아 있던 주민들이

생생하게 기억 할 만큼 슬퍼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고 있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하는 말이...

 

“이제 그만... 우리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나가지 않겠다며 울고불며 빌었지만 남편은 냉정하게 돌아섰습니다.

며느리는 죽어도 이집 귀신이 되겠다며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흔들어도 놓아주질 않았고,

손으로 때어 내려고 해도 어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를 있는 힘껏 때렸습니다.

아내는 바보처럼 맞기만 하다가 마당에 내팽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더욱 큰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며느리가 2층에서 자살을 한 것이지요...

 

이후 그 집은 갑작스럽게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죽은 아내의 환영에 시달리다 병으로 죽었고

노모는 결국 치매에 걸려서 사망했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런 집에서 8개월이나 살았다니...

아직도 소름이 돋는 일입니다.

 

가끔 엄마와 동생이랑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모든 귀신을 본 엄마가 저희도 모르는 ‘귀신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 무서워서 잠도 못잘 지경입니다.

 

일본 영화 ‘주온’을 보며 뒤늦게 이해를 했습니다.

한을 품고 죽으면 원한이 집에 깃드는 구나...

물론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고 건강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습니다.

 

어쩌면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여러분들도 귀신과 동거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집에서 귀신을 보더라도 무조건 모르는 척 하시겠습니까?

 

동거 完 

 

 

 

 

 

 

 

 

PS : 문래동 카이스트 버전... "드디어 끝났따 띠벌, 돈나... 피곤하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뵙지요. 안넝~

 

 

출처 짱공유 백도씨끓는물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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