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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끝나지 않는 지배 3부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2019.01.05 18:36조회 수 46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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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언니가 위험하단 말이에요. 엄마, 엄마?!”

 

 

영연은 안방에서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웠다.

정웅의 아내는 깜짝 놀라서 뛰쳐나왔다. 재빨리 딸 영연을 따라서

지하 1층으로 부랴부랴 내려갔다.

 

 

“엄마, 엄마.. 여기 안에 언니가... 도깨비한테...”

 

 

정웅의 아내는 딸이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

단지 매우 다급해 보여서 정웅의 기도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영연의 걱정과는 달리, 큰 딸 혜연은 다행스럽게도 무사했다.

영연의 눈에도 붉은 머리의 도깨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오히려 영연은 멀쩡한 언니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이유는 아빠의 물건을 함께 버리자던 언니가,

일본무사의 갑옷과 검 앞에 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왜 여기에서 절을 하고 있어?!”

 

 

큰 딸 혜연은 동생의 말에도 대꾸하지 않고 주문을 외우듯 기도를 했다.

영연은 그런 언니의 팔을 잡고 말렸다. 하지만 언니는 영연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오로카나 온나요!”

 

 

영연은 너무 소름이 돋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예전 같았으면 장난으로라도 아버지를 따라하면 말리고 호통을 치던 엄마가

언니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영연은 끔찍한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엄마와 막내 동생은 이미 아버지와 함께

그런 의식에 참여한지 오래였고, 언니도 갑자기 변해 동참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영연에게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세월이 꽤 흘러서도 함께하지 않았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났다. 어느새 정웅은 마을에서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

아니, 반인반신이었다. 이미 소문의 소문을 타고 많은 신도들이 모였다.

많은 이들이 모든 것이 정웅의 덕을 봐서 먹고 살기 괜찮아 졌다고 했다.

그리고 정웅은 규모가 꽤 큰 공장의 사장이 되었다.

물론 정웅이 수완이 좋아서였지만, 꽤 똘똘한 사내 하나가 안팎으로

일을 잘 도와줬기 때문이다. 정웅은 공을 그 사내에게 돌린다며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부장 자리에 얹혔다. 이상하게 정웅은 그 사내에게 정이 갔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에 따로 불러내어 술을 한 잔 했다.

 

 

“그러고 보니까, 김부장... 내가 자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딱히 없구먼?!

고향이 여기인 것이랑, 나이가 이제 갓 서른이 넘었다는 것 밖에 모르는 군.

고향이 여기라면 나를 한번 쯤 봤을 터인데... 나는 그대를 처음 본단 말이지?

양친은 살아 계신가?”

 

 

김부장은 정웅이 주는 술을 받고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김부장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정웅에게 술을 따랐다.

 

 

“사장님, 혹시 지금 관공서가 지어지기 전에 있던 집을 기억하십니까?

굉장히 큰 저택이라 여기에 사시는 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요.”

 

 

정웅은 눈이 번뜩 뜨였다.

지금 김부장이 언급하고 있는 집은

친일파 김주용의 집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요시, 요시... 알지. 김주용 선생의 집말인가?”

 

 

김부장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 단숨에 또 털어버렸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당장 집에 있는 일본 망자의 물건들을 모두 태우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정웅이 술잔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자네 말이야, 혹시 김주용 선생과 어떤 관계가 있나?”

 

 

김부장은 박정웅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자신이 김주용의 아들이라고 했다.

정웅은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 김부장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러니까 김부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인 김주용은 친일행각으로 일본인에게 큰 신뢰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경찰의 고위간부와 고승이 김주용을 찾아왔다.

 

 

“이것은 말입니다.

과거, 조선에서 사망한 대일본제국의 명장 구로다 장군의 갑옷과 일본도입니다.

안타깝게도 야만스런 조선인들이 무참하게 돌로 때려, 비참하게 죽었지요.

원통한 그의 원혼이 아직도 성불하지 못하고 자신의 갑옷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인인 선생께서 구로다 장군을 잘 모셔주셨으면 합니다.

분명 조선인인 선생이 공을 들여서 사죄를 하고 장군을 모신다면,

장군께서도 용서하시고 큰 복을 내리실겁니다.”

 

 

일본인들이 김주용을 좋아하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김주용은 그날 당장 ‘구로다’로 창씨개명을 했다.

대일본제국의 장군처럼 일본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샘이다.

김주용은 구로다의 투구와 갑옷을 하나로 이어서 무사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갑옷 앞에 일본도를 두어, 본격적으로 구로다의 원혼을 달래는 제를 지냈다.

매일 절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거짓말처럼 구로다의 삶은 탄탄대로였다.

일본의 보호 속에서 사업도 번창했고, 권력도 강해져서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해에 아들인 김부장,

그러니까 김태규가 태어나서 경사 중의 경사를 누렸다.

김부장도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호의호식을 누리고 자랐다.

 

 

김부장이 열두 살 무렵, 집 안의 하인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하인이 찾지 못하게 금단의 구역이라 불리던 지하 1층에 숨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인 김주용이 자리에 없던 때라서 가능했다.

무서웠지만 하인들이 자신을 찾지 못해, 당황스러워 할 표정에 신이 났다.

방 안에는 혼자였다.

정말 이상 한 것이... 제단 중앙에 있는 무사의 갑옷에 계속 눈이 갔다.

평소에는 그저 빈 갑옷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 동안 말없이 갑옷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믿기지 않은 태규는 가까이 다가가서 유심히 살펴봤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갑옷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걸 보자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생각 하나가 스쳤다.

 

 

‘만약 갑옷 안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뜬다면? 그리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면?’

 

 

스스로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킥킥’대고 웃었지만

왠지 모르는 공포감에 당장 그곳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쿠야시... 쿠야시노카나.. 쿠야시... 쿠야시노카나...”

 

 

아무도 없는 그 방에서 누군가가 일어로 원통하다며 울부짖었다.

‘설마...’라는 마음에 조심스레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단지 투구와 갑옷을 입은 사람이 눈을 감고

제단 중앙에 서 있을 뿐...

태규는 무섭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들었다. 다시 무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사람인가요?”

 

 

무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 태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면... 귀신인가요?”

 

 

무사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규는 그제야 무서움이 사라졌는지 낄낄댔다.

그리고 늘 평소의 장난 끼가 많은 소년처럼 건방진 말투로 무사에게 장난을 쳤다.

 

 

“바카.. 바카야로! 오마에와 바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무사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태규는 깜짝 놀라서 무사를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나타와.. 오.. 오니.. 데쓰까?”

 

 

무사는 눈을 똑바로 뜨고 태규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내 검은 눈물을 쏟아내며 태규를 향해 다가갔다.

 

 

“쿠야시... 쿠야시노카나... 쿠야시... 쿠야시노카나...”

 

 

하지만 남자는 서있지 못하고 곧 넘어졌고

등뼈가 부러졌는지, 팔로 엉금엉금 기어서 태규를 쫓았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것인지, 먹을 토해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검은 토사물을 마구 쏟으며 태규를 잡으려고 발버둥쳤다.

그 모습에 겁을 먹은 태규는 울며불며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밖에서 문을 잠갔는지 도통 문이 열리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무사는 결국 태규의 다리를 잡았다. 태규는 결국 혼절해버렸다...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고..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을 하인이 발견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태규는 그 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김부장이 한참을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웅이 말을 끊었다.

뭔가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김부장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자네가 왜 그 말을 하는지 의도를 당최 모르겠네...”

 

 

김부장은 독한 술을 따라 다시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전 그날 봤습니다.

사장님께서 저희 집에서 갑옷과 일본도를 가져가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다시 찾아와 그림까지 가져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사장님 뒤에서 웃고 있는 검은 무사의 미소를 말입니다...

그때 그 무사가 바로 어린 시절, 저를 쫓아오던 그 귀신이었습니다...

구로다 말이지요..”

 

 

그러나 이미 김부장이 말을 끝냈을 때는 정웅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단지 과거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하던 구로다의 모습만 있을 뿐...

 

끝나지 않은 지배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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