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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끝나지 않는 지배 4부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2019.01.05 18:36조회 수 47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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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태규가 아버지의 기도실에서 귀신을 봤다면서 난리를 쳤을 무렵,

일본으로부터 나라가 해방이 됐다.

많은 이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밖을 나왔다.

지긋지긋한 일본의 독재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일본인들은 서둘러 자신의 나라로 도망치듯 떠났다.

 

많은 친일파들이 광복에 당황했다.

일부는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몇몇은 분노한 백성에게 맞아죽었으며

다수는 친일파이지만 친일파가 아닌 척 ‘척결’을 외치며 다른 친일파를 쳤다.

그러나 김주용은 이들과 다르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제단에 기도를 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이미 경찰들을 집 앞에 무장시켜,

그에게 분노 한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의 말 때문에 하나 뿐인 아들이 전쟁에 징병되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마음 아픈 한 어머니는 돌이라도 던지려고 했지만 이내 저지당했다.

 

“김주용 이 놈아, 니놈이 사람새끼가? 이 죽일 놈의 새끼야...

내가 니놈 평생 저주하고, 니놈 집안 망하라고 평생 빌 것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주용의 기도빨이 훨씬 더 효과가 있었는지,

우습게도 골수의 친일파들이 경찰이나, 법조계에 권력을 가졌고,

또는 고위관료가 되어 신분세탁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김주용도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위대한 사업가로 추대 받아서

다시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김주용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했다. 한국전쟁이 터졌다.

다수의 젊은이들은 나라의 부름에 징병이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둘러 피난을 갔다.

 

김주용은 과거에 함께 친일을 하던 정보망으로부터,

인민군이 쳐들어와 대통령이 가장 먼저 피난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미 남들보다 빨리 부산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물론 직접 구로다의 갑옷과 일본도를 고이 싸서 들고 다녔다.

하인과 가족으로부터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만지지 못하게 했다.

사실 여차하면 일본으로 갈 궁리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부산에서 아주 작은 방을 구해, 그저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김주용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갔다.

 

다행이도 인민군의 흔적이 자택에 미치지 않았는지,

어느 하나 파손 된 곳이 없었다. 묻어 둔 재물들도 그대로였다.

 

“요시, 마타아따라시 하리마리다”

(좋다, 다시 시작이다)

 

이후 김주용은 ‘반공’을 목표로 둔 정부를 돕겠다며

과감하게 자신의 재산을 상납한 후 막대한 신임을 얻었다.

결국 반공투사를 자청하며,

그의 말 하나로 ‘빨갱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권한을 가졌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하나, 둘 많은 사람들이 김주용의 집 앞에 모였다.

 

“민족의 반역자, 김주용은 나와라. 친일파가 부끄럽지도 않느냐?”

 

밖이 소란스러웠다. 급기야 많은 이들이 김주용의 집에 돌을 던졌다.

많은 이들이 김주용이 일제강점기에 친일행각을 한 것과

한국전쟁 때 돈으로 아들을 징병시키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다수가 과거 김주용 때문에 아들과 딸을 잃거나, 형제, 자매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김주용은 아무 대꾸하지 않았다.

단지 그런 그들을 보며 소름끼치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태규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피난을 다니면서 자신과 같은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 참가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안 것이었다.

아버지의 명령대로 지금 것 살아와서 호위호식하며 살았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부끄러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

창 너머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외침이 모두 사실이기에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왔다. 그리고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길을 잃은 것이었다...

어느덧 날은 어두워졌고, 사방에서 산짐승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군.

아니지, 이런 생각을 가질 것이라면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산을 올랐다. 갈수록 길이 험해졌다.

땅도 많이 거칠어졌고, 무엇보다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앗.. 저건?!”

 

경사 진 언덕위에서 늑대인지, 여우인지 모를 산짐승들과 눈이 마주쳤다.

태규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도망가야 할지, 싸워야 할지 아무 대책이 서지 않았다.

그야말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것이다. 산짐승들은 태규를 향해 다가왔다.

태규는 점점 뒷걸음질을 쳤다.

 

“앗?!?!”

 

발을 헛디뎌 그대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

.

.

가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유난히 머리가 붉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일본 놈들이 떠난 지가 언제인데 아버지는

그들의 옷을 입고, 그들의 말을 하고, 그들을 찬양하는지...

조선인의 피를 이어받고, 조선의 말을 하고, 조선에서 살고 있는 태규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불편했다.

 

“아버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김주용은 아들의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며, 자상한 어투로 대답을 했다.

 

“너도 언젠가는 이 아비처럼 구로다 장군을 모셔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구로다 장군을 모시면서 우리 집안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얻었어.

많은 이들은 일본 때문에 나라가 힘들었다고 하지만,

일본 때문에 미개한 조선이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이야.

구로다 장군의 위대한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너도 보았지 않느냐?

어떠냐, 오늘부터 이 아비와 구로다 장군에게 기도를 올려보는 것이...?”

 

태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 찰나,

아버지가 태규의 손목을 ‘탁’하고 잡았다.

어찌나 세게 잡는지 손목이 아파왔다.

 

“아.. 아버지.. 아파요..”

 

아버지가 좀 이상했다.

고개를 숙이며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지만 몸을 심하게 떨며 ‘꺼이꺼이’댔다.

 

“스칸다.. 고이츠”

(잡았다, 요놈)

 

아버가 고개를 들었다. 태규는 경악을 했다. 그것은 구로다의 망령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눈동자가 불규칙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검은 눈물을 흘리며 검은 토사물을 뱉어냈다.

겁에 질린 태규는 구로다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하지만 구로다는 빠른 속도로 기어왔다.

 

“고노야로.. 고노야로... 고노야로...”

 

주위에 있는 물건을 구로다에게 던졌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것과 상관없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결국 태균은 구로다로부터 도망치다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기도실로 들어왔다.

 

“왜 하필...”

 

방안은 캄캄하게 어두웠다. 태규는 더듬더듬 벽에서 스위치를 찾아 켰다.

그런데 눈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구로다인가?’

 

덥수룩한 붉은 머리에, 기모노를 입은 사내가 칼을 차고 앞에 서 있었다.

태규는 순간 몸이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사내는 칼을 뺐다. 그리고 태규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마치 무용을 하는 듯 다리는 잽싸게, 몸은 천천히 박자를 타듯

요상한 움직임이었다. 위험한 생각이 스쳤다.

어릴 적, 구로다를 만나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느꼈다.

당장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지만, 또 다시 그때처럼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을 마구 흔들면서 뒤를 돌아봤다. 사내는 그제야 새하얀 얼굴을 들어냈다.

태규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 아버지...”

 

그는 태규의 아버지 김주용이었다.

김주용은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사시처럼 모았다.

 

“시미나사이!”

 

칼을 들고 요란한 표정을 지으며 일본도로 태규의 머리를 ‘댕강’하고 베었다...

 

 

놀란 태규는 잠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 무서운 꿈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이제야, 정신이 드셨나 봅니다. 악몽이라도 꾼 것입니까?”

 

한 노승이 태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투박한 그릇에 물을 담아 주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동안 타오르는 화로를 응시하며 ‘멍’하게 있었다.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

 

태규는 깜짝 놀라며, 노승을 바라봤다.

 

“아, 스님, 저를 구해주셨군요. 어떻게 저를 구하셨는지... ”

 

노승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사람 구하는데 이유가 있겠습니까?

우연히 지나다가 처사님을 데려오게 되었지요.”

 

태규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더 이상 말을 하기 싫었다.

좀 전에 꾸었던 악몽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이었다.

마치 가부키 분장을 한 아버지 김주용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욕심이란 것이 참 무서운 것입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 권력에 대한 욕심,

살아남으려는 욕심...”

 

노승은 화로에서 갓 구워놓은 밤을 꺼내어 태규에게 까주었다.

뜨거운 밤을 맨손으로 잘도 까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욕심을 위해 인간은 많은 업보를 쌓지요.

남의 것을 빼앗고, 타인을 위기에 빠트리고, 때론 죽이기까지 한답니다.

처사님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계시는지요..?”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태규는 노승이 까준 밤을 다 먹고 나서야...

 

“네...”

 

태규는 노승에게 아버지 김주용의 친일부터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남김없이 해주었다.

 

“전쟁이 났을 무렵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그것이 당연한 특권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또래... 아니, 저 보다 어린 친구들이 목숨을 받쳐가며

나라를 지켜갔다는 사실에 부끄러웠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지켜나간 나라에 감히 특권이라니요...


또한 일본인이 나라를 지배했을 때도

많은 동포들의 피로 배불리 살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스님...”

 

노승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참을 태규를 바라보다가,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다.

 

“아마도, 다른 스님들은 그것을 업보라고 하겠지만...

이미 스스로를 깨달았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소.

하지만 처사님...”


노승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이 보잘 것 없는 노인이 조심스레 한 마디 하겠소.

시작은 처사님의 아버지일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되돌릴 수가 없게 되었구려.

그 동안 망자의 힘을 얻었으니 난처하게 되었소이다.

한시라도 빨리 일본에서 온 망령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해 질 것입니다.”

 

일본의 망령, 구로다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노승은 그를 살인귀라고 했다.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 베고,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이미 구로다가 김주용의 욕심을 이용하여 꽤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고,

그로인해 망형의 힘은 더욱 강해져 갔다.

하지만 노승은 살인귀가 더욱 많은 피를 원할 것이고,

그것은 김주용이 곧 대량학살을 할 것이라며 태규에게 경고했다.

 

“스님,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노승이 말하길, 정답은 이미 태규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처사님, 이미 알고 있지 않잖소?

망령의 물건을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태워버리면 처사님께서는

그동안에 누렸던 풍요로움은 한 줌 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그 말은 곧 앞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정말 할 수 있겠습니까?”

 

태규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저의 아버지는 같은 민족을 팔아 부와 명예를 손에 쥐었고

그들의 핏방울로 배를 채웠습니다. 저 또한 그랬지요.

더 이상 그런 희생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인은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저 화로 위에 타는 땔감을 바라 볼 뿐이었다.

 

끝나지 않는 지배 5부에서 계속... 

 

 

PS : 1월 4일에 업데이트 되어야 정상입니다만... 컴퓨터 이상으로 하루 늦어졌습니다;;;

     고치자마자 부랴부랴 쓰고 올립니다. 혹시라도 기다리신 분이 계신다면 죄송합니다.

     보잘 것 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5부도 빨리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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