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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설녀 : 백발의 살인귀 3부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9.01.05 19:46조회 수 569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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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은 살벌하게 내렸다.

전쟁 때 인민군이 쏘아대던 총알처럼 하늘도 인정사정없이 퍼부었다.

영규아버지는 그런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그저 한 숨만 내쉬었다.

늦은 밤에 일거리가 생겨서 대전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아들 영규가 계속 눈에 밟혔다.

일을 나가자니 아들이 걱정 되었고, 가지 않자니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는 아들이었지만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마을에 흉측한 일이 벌어진데다가,

이전에는 들짐승까지 대문을 긁어 위협했기 때문에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징그럽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이유 모를 두려움과 공포감이 밀려왔다.

 

“아버지가 오늘 밤에 일 나가면 말이여,

삼일 정도 뒤에나 집에 올 것 같은데... 혼자 있을 수 있겠어?”

 

영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마음에 상구네 집에 아들을 맡기고 싶었으나,

또 여편네들이 와서 ‘설녀이니, 귀신이니’ 난리를 칠까봐 그런지,

영규는 괜찮다고 했다.

그저 마음 편하게 집에 있겠다니 아비로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이여...

상구네 아버지랑 동네 사람들에게 너 좀 부탁한다고 말해 놨어.

무슨 일 있으면 말이여, 상구네 집이나 이장댁에 가있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행여나 밥도 제대로 못 먹을까봐

손수 계란말이를 부치고 고깃국을 만들어 배불리 먹였다.

그래도 아비의 마음이 편치 않은지,

특별한 날에만 주려고 했던 사탕이며 과자들을 다락에서 잔득 꺼내어 주었다.

영규는 배시시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혼자 집에 남겨질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고 가엽게 느껴졌다.

시간의 초침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떤나야 할 때가 다가왔다.

 

“영규야, 아버지 다녀올게.

웬만하면 말이여, 그 여편네들은 문 열어주지 마러.

또 설녀네, 귀신이네 해서 귀찮게 할 것이 분명하니께 말이여...

그리고 들짐승 새끼들 때문에 문은 꼭 잠가야 혀.

행여나 들짐승이 마당으로 들어오기라도 하면

방문 잠그고 이불 들고 다락에서 나오지 마러...

아버지 진짜 간다, 아들...”

 

걱정에 걱정을 반복하며 영규아버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떠났다.

그날 밤 영규는 벌겋게 타오르는 화로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행여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생각하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을

방구석에 쭈그려 기대어 다시 되짚어 보았다.

 

처음에는 창식이 뒤에 누군가가 가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이름 아침에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을 봐서

반가운 마음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친구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소변을 누고 있는데

밤나무를 건널 때 쯤 백발에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창식이 뒤를 걷고 있었다.

새벽까지 눈이 심하게 내렸던 터라 온 마을이 새하얗게 되었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밤나무들이 늘어선 곳에서는 알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동네에 사는 노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굽은 길로 진입 할 때 즈음...

창식이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도 영규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영규는 창식이 보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너무 놀란 나머지

정신이 암전 된 듯 멍해졌다.

놀라운 마음과 혼란스러움이 교차되었기 때문이었다.

애써 여자를 못 본척하며 창식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창식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창식이가 죽은 날부터 혼돈의 시작이었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놓고도 친구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다시는 친구를 볼 수 없다는 공포감 때문에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경찰에게 조용히 목격한 내용을 진술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이 싼 동네 사람들 몇 명이 눈치 채는 바람에

정작 말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번에 아버지가 돌아오면 모든 것을 말할 것이여...

확신 할 수 없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걸 모두 다 말할 거여.

그래야 하늘에 있는 창식이한테 덜 미안하지...”

 

어느덧 시계는 밤 1시를 넘겼다.

영규는 졸린 눈을 비비며 전등을 끄고 누웠다.

모든 생각이 정리가 된 듯 눈을 감았다.

그런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각, 밖에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규야, 영규야...”

 

한 걸음만 닿으면 꿈 속 세상으로 들어 갈 찰나였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목소리는 매우 친숙하고 낯이 익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영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영규야, 영규야.. 자니?”

 

자신을 자상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서서히 무섭게 들리기 시작했다.

대문을 잠갔는데 마당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날 이유가 없었다.

조용히 일어나서 이불을 들고 다락으로 숨으려는데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영규야, 영규야...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이히히히...”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하... 요것 봐라? 진짜 자는 건가?”

 

방문 앞에서 여자의 속삼임이 화난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들렸다.

영규는 자신이 걱정하던 바가 실제로 일어나서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두려웠다.

어느덧 여자가 방문 앞까지 다가와서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그러나 안에서 굳게 잠긴 방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심술이 났는지 마구 문고리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검은 그림자를 보니 극심한 공포가 찾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열한 살 소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영규가 방 안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여자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방문 앞을 한참동안 서 있다가 모습을 감췄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30분 정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영규는 안도했다.

그리고 여전히 눈은 창호지문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아직 숯이 타고 있던 화로에 그만 발이 닿고 말았다.

 

“앗 뜨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놀란 마음에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정적 속에서 마른 웃음소리가 서서히 흘러나왔다. 영규의 동공이 커졌다.

이내 ‘쿵쾅쿵쾅’ 마루 위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무거운 걸 들고 오는 것처럼 발소리가 불규칙적이게 들렸다.

영규는 경악하고 말았다. 까무러치게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창호지에 여자의 그림자가 괴기스럽게 비쳐져 있었다.

겁먹은 소년의 모습이 보이기라도 한 걸까, 비웃고 있는 듯 어깨가 들썩였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사정없이 창호지를 ‘퍽’하고 뚫은 뒤, 구멍에 눈을 댔다.

 

영규는 이불을 들고 멈춘 상태로 구멍 속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여자는 야릇하게 눈웃음을 ‘씨익’하고 지었다.

그리고 날카롭고 무거운 도구로 창호지문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빠지직!!!”

 

장작을 패는 도끼로 문을 부순 것이었다.

단 몇 번의 휘둘림에 방문은 산산조각이 났고 여자는 손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말라며 자신의 손가락을 영규의 입에 댔다.

단지 어두운 방안에 거의 다타버린 화롯불만이 그녀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백발에 하얀 피부, 흰 소복을 입은 그녀는 무섭도록 희귀한 모습이었다.

영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왠지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일 것 같은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날 또 소덕말에 폭설이 내리던 밤에 영규는 무참히 당했다.

제대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의 시린 맛을 보았다.

영규의 다리를 질질 끌고 간 여자는 개천 쪽을 바라봤다.

꽤 무거웠지만 원심력을 이용하여 길 아래로 던졌더니 개천 쪽으로 날아갔다.

도중에 굴러 떨어지면서 바위에 시신이 꽤 훼손 된 것 같지만 여자는 만족했다.

그리고 휘날리는 눈보라 속에 요상한 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로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 상구아버지가 영규네 집을 도착하자마자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대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갔더니 방문이 부서져 있었고

방 안에는 차갑게 식은 화로만 지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규가 사라져서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도끼로 내려쳐서 아작 난 방문을 보고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당장 이장에게 달려가서 경찰을 부르고 마을 사내들을 모았다.

 

“안 그래도 영규아비가 말이여,

영규 잘 있는지 가보라고 좀 전에 전화가 왔는디 말이여...

이를 어쩔 것이여...”

 

이장과 상구아버지는 초조한 마음에 연거푸 담배만 태웠다.

순경들은 방 안을 조사 중이었지만 문이 부서진 것 외에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증거들을 찾지 못 했다.

 

“이봐, 강순경... 어떻게 된 것이여? 본청에서 와야 하는 거 아니여?”

 

강순경은 한 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둘러댔다.

 

“단순 아이 실종으로 본청사람들을 부르는 건 힘들어유...

혹시 아침에 놀러라도 간 거 아니여유?”

 

상구아버지는 안일한 강순경의 태도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멱살을 잡았다.

 

“이 양반아, 영규가 미쳤다고 폭설이 내리는 날에 놀러 가겄냐?

니들 말이여, 그런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지 말어.

얘가 없어 진거여, 얘가.. 니들 자식 같으면 이렇게 하겠어?”

 

갑갑한 마음에 상구아버지는 본인이 영규네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순경들 몇몇이 별거 없다고 말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샅샅이 방 안을 뒤졌지만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에 주먹으로 머리를 ‘쿵쿵’치며 마당에 앉아

고개를 숙이며 담배를 물었다.

 

“그러니깐 말이여, 우리집에서 재웠어야 할 것 아니여...

때려서라도 우리집에서 재우라니께... 어이구 이 친구야... 어떻게 할겨...”

 

상구아버지가 망연자실하고 있는 사이,

문 밖에서 사람들이 영규의 시신을 찾았다며 비명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설녀 : 백발의 살인귀 4부에서 계속

 

PS : 늦었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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