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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4.16 21:34조회 수 48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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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인데 나한테는 상담사가 필요하지 않아.

 

"로저가 이제 하느님과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릴리?"

 

이 분은 내 상담사야.
크리스티 선생님.
우리 엄마랑 나이가 비슷하신데, 화장을 덜 해.
아마 애들을 안 키워서 그런 걸지도 몰라.
크리스티 선생님은 십자가가 달린 줄을 목에 두르고 있어.
선생님이 입은 자켓은 단추만 많고 구멍은 별로 없어.
나머지 단추들은 어디다 쓰는지 몰라.
선생님은 항상 그 똑같은 자켓을 입고 있어.
혹시 자켓이 그거밖에 없는 걸까? 아님 똑같은 자켓이 여러 개 있는 걸지도.
이런 급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절대 얻지 못할 거야.

 

로저가 죽고 나서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어린이 심리학에 대한 책들로 가득 찬 책장이랑 다른 애들이 그린 그림들이 벽에 붙어 있는 방에 와서 앉은 후 크리스티 선생님이랑 이야기를 해야 해.
엄마랑 아빠는 내가 로저의 죽음을 올바르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봐.
뭐, 적어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빠는 이제 엄마나 나한테 얘기를 잘 안 해.
엄마는 밖에 있는 대기실에서 파스찰과 함께 기다리고 있어.
크리스티 선생님이랑 얘기할 때는 파스찰을 데리고 오면 안 되거든.
그런데 다른 애들은 물건을 가지고 들어와도 돼.
어떤 검정 머리 여자애는 항상 테디 베어를 가지고 오는데 걔가 그 곰인형을 꾹 누르면 웃음 소리가 나.
어떤 애는 불빛이 깜빡이는 장난감 소방차를 가져와.
그런 불빛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크리스티 선생님은 파스찰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요.
" 나는 어깨를 들썩여.
"천국에 있고말고요.
"

 

로저는 천국에 있지 않아.
지옥에 있지도 않고.
지하 동굴에서 삼지창을 든 악마들이 로저를 찌르고 돌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는 않단 말이지.
하프를 들고 구름 위에 앉아있지도 않아.
누가 로저한테 하프를 들려주면 아마 엄청 짜증을 낼 걸.
아마 하프를 다시 집어던지고는 그 사람한테 멍청이라고 할 거야.
로저는 마을 건너편의 홀리 오크 공동묘지라는 곳에 있어.
엄마랑 아빠가 거기에 버드나무랑 천사 석상이 있는 지하 묘지 곁에 있는 자리를 샀거든.
엄마아빠는 또 윤기가 나는 석판을 묘지 위에 올린 후 대문자로 "로저 T 매드윕" 그리고 그 밑에 필기체로 "사랑하는 아들" 이라고 새겼어.

 

거기가 바로 로저가 있는 곳이지.
.
.
죽은 시체 속, 살아 있을 때 입으라고 했으면 이상한 표정을 지었을 게 분명한 옷을 입고, 하얀 천이 푹신하게 깔린 관 속에 누워서.
어두운 땅속 2미터 아래 흙이랑 지렁이들이랑 같이 누워 있으면 불편할까 봐 깔아줬나 봐.

 

파스찰은 로저가 연옥에 있대.
연옥이라는 건 죽어서 어딜 갈 지 결정될 때까지 그저 시체 속에 머무르는 걸 말하는 것 같아.

 

대부분의 사람들 몸 속에는 200개가 넘는 뼈가 있다는 걸 알았어? 그 중에 하나가 부러지면, 뭐 마스크를 쓴 남자가 쇠지렛대로 네 팔을 때렸다던가 할 때 말야, 그러면 몸이 스스로 천천히 고칠 수 있대.
몸이 죽어 있지만 않다면 말야.
죽으면 그냥 계속 부러진 채로 있는 거겠지 뭐.
로저는 뼈가 엄청 많이 부러졌어.
그 중에 몇몇 뼈들은 여러 번 부러졌어.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열두 명 정도는 와서 한 시간 내내 로저를 쇠지렛대로 팬 것처럼 말이야.
이제 로저는 자기가 싫어하는 수트를 입고 관 속에 누워서 절대 낫지 않는 부서진 뼈들과 함께 누워 있어.
만약 로저가 어디로 가게 될 지 정해지면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면서 튀어나올까 궁금하네.
로저가 흐물텅한 자루가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웃음이 나.

 

크리스티 선생님이 짧게 메모를 적어.

 

나는 주차장을 내다보며 창가 쪽에 섰어.
밖은 춥고 비에 젖어 있어.
크리스티 선생님이 일하는 건물로 들어오는 보도 한켠에 미끄러운 구석이 보여.
한 여성분과 아들이 차에서 내려서 걸어와.
아들은 나보다 두어 살 어린 것 같은데, 갈색 골덴바지를 입고 있어.
이제 쟤는 저기서 미끄러져 넘어져가지고 바지를 다 적실 테고, 울음을 터뜨릴 텐데,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려.
조금 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우리가 로저를 묻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어.
장례식에는 항상 비가 올 줄 알았는데.
비가 오는 꿈까지 꿨었는데, 빗방울 대신 조그만 유리조각들이 내렸고, 모두를 다치게 했어.
로저 친구 스키터랑 더스틴은 머리를 빗은 채 수트를 입고 아프다고 울고 있었어.
모두가 피에 젖어 있었어.

 

엄마가 그러는데 장례식을 할 때마다 비가 오면 비가 평생 멈추지 않을 거래.
장례식이 엄청 많나 봐.

 

"로저가 보고 싶니?" 크리스티 선생님이 물어.

 

"네.
"

 

로저가 죽기 전에 내 차리자드(포켓몬)을 숨겼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어.
조지 삼촌이 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생일 선물로 줬어.
사촌 수지가 모으던 수집품들을 처리하고 싶었나 봐.
삼촌은 내가 그걸 계속 갖고 있으면 언젠가 대학 학자금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수지는 로저보다 한 살 어렸어.
걘 여름 가족 여행에 갔다가 "보트 사고"로 죽었어.
사람들이 "보트 사고"를 들으면 보트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거라고 생각하지.
다른 보트와 부딪힌다던가 물에 빠진다던가.
그런데 수지는 물 속에 있었는데 보트가 와서 친 거니까, 내 생각에 그건 보트와 연관된 수영 사고라고 해야 할 것 같아.
나도 그때 거기 있었는데, 뭐 그 얘긴 할 필요 없지.
그 후로 나는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
보트가 있는 한은.
아님 상어라던가, 피라냐가 있다던가.

 

"울고 싶은 기분이 든 적이 있니?" 크리스티 선생님이 물어.
그녀는 염색 머리를 갖고 있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내가 정말 선생님을 놀라게 하고 싶다면 파스찰에게 선생님이 어디서 염색하고 누가 해 주는지 물어볼 수도 있어.
그럼 사람들이 내가 말을 지어낸다고 하지 않겠지.
아님 내 뇌를 열어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겠네.
로저는 내가 정말 일어날 일을 미리 본다면 사람들이 정말 내 뇌를 열어볼 거라고 했어.
그치만 이제 로저는 죽었지.

 

내 뇌를 열어보는 건 싫으니까, 크리스티 선생님한테 머리 색 가짜인 거 안다고 말을 하진 않아.

 

"이미 울었어요.
" 대신 이렇게 말해.
울긴 했는데, 사람들이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어.
특히 장례식에선 말야.
"그냥 빨리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

 

난 학교에 친구 없어.
레이첼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걔네 강아지 러피가 발작을 일으키다 죽을 거라고 했더니 나랑 절교해 버렸어.
다른 애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제프리 베이커는 나를 미친 릴리라고 불러.
괜찮아.
파스찰이 그러는데 제프리가 엄청 힘든 사춘기를 겪을 거래.
내가 정말 못되게 굴고 싶다면, 다른 애들한테 제프리가 아직도 자다가 오줌을 싼다고 말할 수도 있어.
하지만 파스찰이 나보고 못되게 굴면 안 된대.

 

못되게 굴면 연옥에 간대.

 

크리스티 선생님이 노트에 나에 대해 무언가 적어.
아마 내가 비협조적이고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고 쓰는 것 같아.
나는 협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사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듣고 싶어해.
그게 아닌 다른 걸 말하면, 어른들은 틀렸다고 말하고 다시 말하게 만들 거야.
가끔은 약을 먹여서 내가 평소엔 생각하지도 않을 것들을 생각할 때까지 뇌의 화학작용을 톡톡 튀게 만들 거야.
죽기 전에 날 괴롭히고 내 차리자드를 숨긴 오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거.
아님 이제 절대 대학에 못 갈 거라는 생각.

 

"크리스티 선생님?"

 

"그냥 크리스티라고 부르렴.
"

 

"크리스티 선생님, 다음 시간엔 파스찰을 데려와도 되나요?" 내가 물어.

 

선생님은 어른들이 자주 짓는 표정을 지어.
무슨 대답이 나올지 너도 알고 있을 테니 그냥 질문을 취소하라는 표정.
"파스찰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구나.
"

 

"왜요?"

 

"왜냐하면 나는 파스찰이 아니라 네 얘기를 듣고 싶단다.
"

 

내 얘기를 정말 듣고 싶진 않을 걸.
나는 왜 갑자기 선생님이 이케아의 노란 가구들과 초록색 카펫이 깔린 방 바닥에 조용히 누워 있는 게 보이는지 얘기하고 싶어졌으니까.
선생님 얼굴은 보라색이고 혀가 퉁퉁 부은 채 나와 있는 게 박물관에서 봤던 개구리 같아.
개구리도 죽어 있었어.
세상은 죽은 것들로 꾸며져 있어.
나는 선생님이 혹시 어지럽거나 현기증이 나는지, 아님 점심에 밥을 많이 먹었는지 묻고 싶어졌어.
IKEA(이케아)가 사실은 줄임말이 아닐까 싶어.
병원에서 선생님 손목에 채워줄 팔찌에 써 있는 것처럼 말이야.
DNR.

 

*DNR: Do Not Resuscitate, 이미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본인 혹은 가족의 의사에 따라 더 이상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시.

 

저 선생님은 네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해, 멍청아.
로저가 머릿속에서 내게 말해.
네가 인형이 하는 말을 듣는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입을 닫아 버려.
파스찰이 없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
이런 식으로 일어날 일이 미리 보이면, 파스찰이 나한테 그걸 설명해 줘.
파스찰이 왜 나와 함께 있어 주려고 왔는지 잘 모르겠어.
아마 세상에서 자기 인형을 파스찰이라고 이름붙여줄 애는 나뿐이라서 그럴지도 몰라.
아님 내가 일어날 일들을 미리 보는 걸 알고 내 옆에 있어주려고 왔는데 내가 우연히 인형한테 똑같은 이름을 지어줬는지도 몰라.
내가 아는 건 파스찰은 천사고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며, 항상 내 기분을 낫게 만들어준다는 거야.

 

이번 상담 시간이 드디어 끝나고 크리스티 선생님이 나를 엄마랑 파스찰이 있는 대기실로 데려가.
둘은 다른 부모님들과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어.
엄마는 밖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아이의 엄마와 얘기 중이야.
그 남자애는 눈물이 고이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자기 엄마 옆에 앉아 있어.
더러워.

 

선생님이 엄마를 옆으로 데려가서 속삭이며 대화를 하길래, 나는 파스찰을 옆으로 데려와서 똑같이 속삭이며 말을 해.
나도 할 수 있다고.
크리스티 선생님이 엄마한테 "억눌린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엄마가 선생님한테 "약물 치료"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다 알아.
엄마는 약물 치료를 정말 좋아해.

 

파스칼에게 DNR이 뭐냐고 물어.
그리곤 심폐 소생술이 뭔지도 물어.
들어보니 이제 크리스티 선생님을 더 안 봐도 될 것 같네.
선생님에게 경고를 해 주고 싶은데, 뭐에 대해 경고해 줄 지도 모르겠어.
잘못 넘어지는 거? 심장마비? 건강해 보이시는데.
일어날 일이 미리 보일 때 좀더 자세하고 넓게 볼 수 있으면 좋겠어.
그치만, 그래도 상관은 있으려나 몰라.
어차피 아무도 내 말을 안 듣는데.
엄마는 내 주변에 항상 일어나는 나쁜 일을 설명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아빠는 내가 저주에 걸렸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해.
이제 엄마아빠는 같은 방에서 안 자고 아빠는 차고에서 술을 마시면서 로저의 드럼을 쳐대는 데 시간을 다 보내.

 

크리스티 선생님도 로저처럼 연옥에 갈지 궁금해.

 

크리스티 선생님이 내 쪽을 돌아보며 가짜 웃음을 지어.
"다음 주 화요일에 보자, 알았지, 릴리?"

 

나도 가짜 웃음을 내비치며 슬프게 고개를 저어.
"그래요.
"

 

아마 나는 정말 저주에 걸렸나 봐.
하지만 그렇다고 상담사가 필요하지는 않아.

 

 

 

 

 

 

 

 

외부 공유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

 

출처:괴담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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