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Reddit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3]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4.16 21:35조회 수 526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인데 다들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어.

 

우리 오빠 로저가 트럭에 깔려 으깬 감자가 돼버린지 세 달이 지났어.
상담 선생님이 갑각류에 알러지가 생긴 걸 깨달은 지도 다섯 주가 됐어.
엄마랑 같이 이틀 전에 햄스터를 사서 수염이 많다고 수여미라는 이름을 지어줬었는데 이젠 햄스터마저도 쳇바퀴 위에서 발가락은 오므라들고 입은 벌어진 채 거꾸로 누워 있어.
수여미는 커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어.
뻐렁니라고 이름을 지었어야 했을지도 모르지.

 

햄스터까지 죽을 줄은 몰랐어.
이 일을 엄마한테 어떻게 설명하지?

 

욕을 내뱉고 싶은데, 욕하면 벌금을 넣어야 하는 병에 넣을 동전이 모자라.
저번에 갖고 있던 동전을 마트에 있는 사탕 자판기에다 써 버렸거든.
근데 사탕 대신 낙하산을 매고 있는 공군 장난감이 나왔는데 걔는 지금 내 방 창문 밖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젠장.
"

 

욕설 벌금 통에게 100원 빚졌네.

 

파스찰은 내 미술용 테이블에 빨간 크레용을 들고 앉아 있어.
걔 손은 그런 걸 잡기 딱 좋게 생겨먹었거든.
낙서나 하라고 아까부터 앉혀놨는데, 뭐 하나 그린 게 없어.
난 수채화로 정물화를 그렸어.
난 정물화가 좋아.
내 작품에는 항상 파스찰이 들어가.
오늘 그린 건 과일이 담긴 그릇이랑 화병인데, 미술관에 가니까 사람들이 미술작품에 과일이랑 화병을 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랬어.

 

엄마는 회사에 갔어.
엄마는 회사 간부야.
간부가 뭘 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사람들 목을 치는 일을 한다고 했어.
그리곤 엄마는 아빠랑 같이 웃었어.
나는 목을 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고 나서 깨달았어.
그래서 학교에서 부모님에 대해 쓰라길래 아빠는 음악 선생님, 엄마는 암살자라고 적었어.
포터 선생님은 답안지에 통과 표시를 쳐 주긴 했지만 다음 시간에는 과제를 내 준 대로 써 오라고 적었어.

 

아빠는 지금 차고에 있어.
문을 통해서 소리가 들리는데, 로저의 드럼을 치고 있는 것 같아.
수여미를 부엌으로 들고 가서 엄마가 죽은 애완동물들을 넣어서 묻으라고 상자채로 사 둔 작은 락앤락 통을 찾으려고 했거든.
아빠는 보통 작업실에서 음악을 쓰려고 노력하곤 하는데, 로저가 죽은 후로는 잘 안 써.
아빠는 "장송곡"이라는 걸 쓰고 있다고 말했는데, 장송곡이란 건 한밤중에 술을 사 와서 드럼통에 담아 마시면서 연주하는 건가 봐.
어느 날 한 번 잠이 깨서 무슨 소리인가 하고 내려가 봤다가 알게 됐어.
장송곡이란 게 맘에 들진 않아.

 

수여미는 락앤락 통에 넣기엔 너무 뚱뚱했지만 뚜껑을 꾹 누르면 닫을 수는 있었어.
나는 윗층으로 달려가서 파스찰과 내 자켓을 가져왔어.
빨리 처리해야 해, 아빠가 좀 있으면 사고를 내서 다치고는 화난 채 피를 흘리면서 부엌에 와서 약을 찾을 거란 말이지.
그때 내가 또 죽은 애완동물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난리를 칠 거야.

 

오늘은 따뜻해.
발 밑의 흙은 부드럽고.
작은 헛간에 엄마가 정원 용구를 보관해 두는 곳이 있어서, 모종삽 하나를 챙겨 왔어.
옆집 이웃 자말은 우리 집과 걔네 집 사이의 울타리 곁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고 있었어.
자말이 날 보고 인사해.
나무를 기어오르면서 손을 흔들면 안 되지.
저러니까 사람들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거야.
나도 손을 같이 흔들어 줘.

 

"뭐 하는 거야?" 자말을 불러 봐.

 

"너네 집 근처 나뭇가지에 뭔가 있어!" 자말이 내 방 창문을 가리켜.

 

"저건 그냥 내 장난감 부대원이야," 내가 말해.

 

"찾는 사람이 임자지!" 자말이 웃으며 우리 집 쪽으로 난 나뭇가지 쪽으로 더 기어와.

 

좋게 끝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파스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너 그러다 떨어져서 죽을 거야, 자말.
" 내가 경고를 해.

 

자말이 나뭇가지 위에 뚝 멈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눈 깜짝할 새 그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자말은 울타리 위로 떨어져 몸이 관통되어 버려.
자말은 울타리 중간에 축 늘어진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고, 아빠는 밖으로 나오더니 "또 무슨 짓을 한 거냐, 릴리?" 하고 물어.
그럼 나는 어른들이 가는 감옥에 가겠 -- 아, 아마 재판을 먼저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나뭇가지는 부러지지 않았고, 자말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자기 집 쪽으로 다시 내려가.
잠시 후 자말은 울타리 사이에 난 틈으로 나를 쳐다봐.

 

"나 진짜 죽을 뻔했어?" 자말이 물어.

 

"응.
" 사실은 잘 몰라.
"내 햄스터 묻는 것 좀 도와줄래?"

 

"그래.
"

 

자말이 앞마당으로 돌아가더니 우리 집 진입로 쪽으로 왔어.
자말은 내 말을 잘 들어서 좋아.
자말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데 부모님이 가톨릭교셔서 나랑 다른 학교에 다녀.
자말은 항상 넥타이를 매고 학교에 가.
로저는 매일 넥타이를 매라고 했으면 머리가 폭발해 버렸을지도 몰라.
 

 

"수여미 어떻게 된 거야?" 자말이 통에 구겨넣어진 내 햄스터를 보곤 물어.

 

"너무 달려서 죽었어.
" 사실 그게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듯한 것 같아.

 

"그게 가능해?"

 

"당연하지.
"

 

엄마는 내가 동물들을 묻을 장소를 뒷마당의 숲과 가까운 구역에 표시해 뒀어.
엄마가 단델리온과 뾰족한 잎을 가진 풀을 키우는 정원 뒤쪽의 공간이야.
숲 속으로 들어가면 고속도로로 나오게 되어 있어.
로저는 가끔 숲으로 들어가서 친구 스키터와 더스틴과 함께 공기총으로 음료 캔들을 쏘곤 했어.
걔들이 한번 파스찰을 가져가서 과녁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내가 파스찰을 데리고 현관 밑에 숨어서 걔들이 포기할 때까지 나가지 않았어.
현관 밑에는 거미들이 많아.
이제는 현관 밑에 숨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자말은 파스찰, 그리고 수여미의 플라스틱 관을 들고 있고 나는 거북이 라파엘과 이름 없는 금붕어 사이의 공간에 구멍을 파기 시작해.
라파엘은 머리를 물 속에 박고 익사했어.
난 거북이들이 익사를 할 수 있는지도 몰랐는데.
내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금붕어는 백점병이라는 병에 걸려서 온몸이 찢어지더니 조각조각들이 필터에 빨려들어가서 결국 묻게 된 건 머리 뿐이었어.
모든 애완동물들한테 사연이 있지만, 그걸 전부 얘기하기엔 너무 길 거야.

 

구멍을 파는 데 지쳤기에 자말이랑 교대를 해.
자말은 나보다 구멍을 훨씬 잘 파.
아마 자말은 아빠가 겨울에 눈을 치우는 걸 도와줘서 그런 걸 거야.
우리 아빠는 제설기를 써.
아빤 항상 자말네 집 진입로에도 제설기로 눈을 치워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자말 아빠는 항상 삽질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해.
죽은 햄스터를 묻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네.

 

구멍이 완성되자 (너무 깊진 않아) 우린 수여미의 관을 넣었고 자말은 기도를 해 주겠다고 말해.

 

"괜찮아.
그냥 햄스터잖아.
" 내가 자말한테 말해.

 

"동물들한테도 영혼은 있어.
" 자말이 말해.
"식물도 그렇고.
"

 

수여미의 영혼이 아직 시체 안에 들어있는지 궁금해졌어.
로저처럼 연옥에 갇힌 걸까? 그럼 자말은 브로콜리를 먹기 전에도 기도를 해 주는지 궁금하네.

 

나는 구멍에 파낸 흙을 다시 넣고 두드려 덮어.
아이스크림 막대 두 개 정도로 표시를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자말한테 아이스크림을 먹겠냐고 물어.

 

"릴리, 저기 좀 봐.
" 자말이 숲 속을 가리켜.

 

토끼 한 마리가 우릴 지켜보고 있어.
회색인데 뒤에 기대고 있는 나무랑 거의 색깔이 비슷해.
아, 기대는 게 아니구나.
아.

 

아.

 

"저, 저거 죽은 거야?" 자말이 속삭여.

 

당연히 죽었겠지.

 

파스찰은 나보고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만, 자말이 숲 속에 들어가고 있단 말야.
자말은 나한테 잘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나는 자말을 따라가.
자말은 토끼 앞에 멈춰서 신발로 그걸 살짝 밀어 봐.
아, 자말 새 신발 샀네.
파란색이고 커다란 바람 무늬가 그려져 있어.
아깐 알아채지도 못했는데.
토끼가 풀썩 쓰러져.
이제는 그냥 털뭉치처럼 보여.
자말은 쪼그려 앉아서 토끼가 다쳤는지 살펴 봐.
나는 우리 뒤에 있는 풀숲 사이에 검은 새 두 마리가 있는 걸 발견해.
쟤들도 죽었어.

 

“Jeeeeeezus!”

"피는 안 보이는데," 자말 형사가 말해.

 

나는 부츠를 이용해 새들 위에 나뭇잎들을 덮어.

 

"저게 뭐야?" 자말은 일어서서 숲 속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

 

릴리, 집에 가.
파스찰이 나에게 말해.

 

하지만 집에 가기 싫은걸.
미안해, 파스찰.

 

자말은 토끼를 지나 관목과 나뭇가지들을 밟고 지나가 커다란 나뭇가지 두 개가 숲 속 바닥에 뉘여져 있는 걸 발견해.
그것들은 나뭇가지가 아니었어.

 

"세상에!!"

 

사슴이야.
밤비처럼 생긴 수컷인데 커다란 뿔이 달려 있어.
눈은 사라져 있고 머릿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진 않아.
하지만 눈이 없어서 그냥 구멍 두 개가 나 있어.
사슴의 털은 세탁기에 빨은 것처럼 가지런하고 번드르르해.
사슴은 그저 풀숲 속에서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 뿔을 세우고 있어서 누가 지나가다가 걸려서 그 위로 넘어져 버릴 것 같아 보여.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자말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벌벌 떨고 있어.
만화에서처럼 사람 눈이 툭 튀어나와서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릴 수도 있는지 궁금하네.
나중에 정물화를 그릴 때 배경에 눈이 튀어나온 자말을 그려넣어서 어떻게 생긴지 봐야겠다.

 

주변을 둘러보았어.
땅에는 죽은 새들이 마구 버려져 있어.
그 중 하나를 내가 밟고 있었는데, 나는 그냥 땅바닥이 푹신한 줄 알았어.
버려져 있다는 말을 쓰니까 좀 미안하네.
새들이 쓰레기라는 거 같잖아.
새들은 쓰레기가 아냐.
닭들만 빼고.
난 닭들이 싫어.
내가 가톨릭 신자였어도, 닭을 먹기 전에는 기도를 하지 않았을 거야.
브로콜리라면 몰라도.
물론 그것도 이상하지만.

 

다른 동물들도 보여.
대부분 조그마한 것들.
우리가 찾은 것들 중에선 사슴이 제일 크지만, 너구리 두어 마리랑 누군가가 키우는 듯한 주황색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도 찾았어.
(저 아래에 사는 밀러 가족 고양이 같아) 다람쥐들도 찾았고.
다람쥐가 진짜 많아.
우리가 동물들을 전부 묻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람쥐를 세어 보기 시작하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두더지들도 있어.
들쥐일지도 몰라.
차이점이 뭔지 모르겠어.
두더지도 있고 들쥐도 있다는 건 알아.
보트에 치여 죽은 내 사촌 수지처럼 걔들도 사촌 관계인 것도 알아.

 

"나 당장 여기서 나갈 거야!" 자말은 여전히 눈을 튀어나올 듯이 뜨고 뒷마당으로 달려 진입로를 벗어난 후 자기 집으로 가서 엄마! 엄마! 하고 불러.
나는 잠시 동물들의 숫자를 세다가 다람쥐들을 보고는 포기하고 집에 가기로 해 버려.
오늘 아이스크림은 안 먹는 거겠지.

 

자말네 엄마가 잠시 후 우리 집에 오더니 아빠랑 말을 해.
난 자말네 엄마가 좋아.
그 분은 항상 코코넛 향기가 나.
샴푸 향이야.
나는 자말이 오늘 악몽을 꾸다 소리를 지르며 엄마를 깨우러 갈 거라는 걸 말해주지는 않아.
말해준다고 바뀌지는 않을 거고 버릇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으니까.
파스찰은 어서 방에 가서 어른들이 말하는 동안 아까 생각해 둔 정물화를 그리라고 제안해.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해.
내 방 창문 밖으로 아빠랑 자말네 엄마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게 보여.
잠시 후 그 둘이 다시 나오는데 자말네 엄마는 꽤 침착해 보이지만 우리 아빠는 히스테리를 부리기 직전이야.
개지랄을 할 거란 말이지.

 

이제 나쁜 말 벌금함에 동전 두 개 넣어야 되네.

 

아빠가 집에 들어오더니 일하러 간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아빠는 밖에서 쓰는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어.
아빠가 나랑 내 저주에 대해 화난 말투로 얘기해.
파스찰은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파스찰은 항상 옳아.
.
.
.
그렇지?

 

 

 

 

 

 

 

 


외부 공유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

 

출처 괴담접시



    • 글자 크기
내가 알 수 없는 것 (by 뒤돌아보지마)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2] (by 뒤돌아보지마)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9790 실화 군대 공포 이야기 title: 팝콘팽귄이리듐 632 0
9789 실화 군대 미스테리썰.txt (약스압)1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750 0
9788 사건/사고 장난감 상자 살인마 | 살인자 이야기 |1 TeriousMY 947 2
9787 Reddit 내가 알 수 없는 것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790 1
Reddit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3]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526 1
9785 Reddit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480 1
9784 Reddit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751 1
9783 사건/사고 광대 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2 TeriousMY 789 0
9782 미스테리 딸의 시신이라는 의혹이 있는 멕시코 웨딩샵의 마네킹4 title: 메딕셱스피어 2355 3
9781 기묘한 혀가 긴... title: 메딕셱스피어 1555 1
9780 기묘한 중국 사형집행전 사형수 하의를 묶는 이유 JPG1 title: 메딕셱스피어 3391 2
9779 기묘한 구로구에서 유명한 까마귀 인간1 title: 메딕셱스피어 2939 2
9778 기묘한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신기루2 title: 메딕셱스피어 1502 2
9777 사건/사고 연쇄 살인마 정남규 | 살인자 이야기2 TeriousMY 1308 1
9776 혐오 이거 보면 내일 치과가게 됨 빙수팥 2006 2
9775 실화 흔한 군대 귀신 이야기 title: 팝콘팽귄이리듐 897 0
9774 실화 어릴적 살던 집썰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687 0
9773 실화 나도 어릴적 이야기 한번 해볼께 title: 팝콘팽귄이리듐 816 0
9772 2CH 낙인 title: 팝콘팽귄이리듐 904 0
9771 기묘한 측간 부인 이야기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172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