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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실종자 수색 경험담입니다

클라우드92019.11.06 15:26조회 수 3599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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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펨코 여러분.

 

항상 눈팅만 하던 사람인데 미갤 글을 보다가 불현듯 예전 일이 떠올라 글을 끄적여 봅니다.

 

실제로 겪은 일이고 모바일로 작성해서 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 ㅎㅎ

 

 

 

때는 2011년 여름. 모처럼 여름방학 기간에 원치 않는(?) 휴가가 생기는 바람에 자취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고, 

 

항상 켜두었던 티비에서는 곧 태풍이 올 거라는 뉴스앵커의 멘트가 들렸다.

 

창밖으로는 앵커의 멘트와는 다르게 눈부신 태양와 맑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당시 대학생활에 찌들려 있던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고, 나는 문득 무작정 배낭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창 두려울 것 없던 청춘인 나는 그 길로 간단한 짐을 챙긴 뒤 버스비만 챙긴 후 무전인 상태로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고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나는 그저 버스 운행표만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다 왠지 모르게 눈에 띄인 '구례' 라는 글자에 꽂혀버린 나는 매표소에 들러 표를 사고 출발시각을 알아봤다. 

 

20분 남았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터라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터미널 밖으로 나와 주머니에 든 담배를 한 개피 꺼내물며 불을 붙였다. 

 

터미널 창문으로 비친 내 모습이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우스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버스 시각이 다 돼서 버스에 타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으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으로 지나는 경치를 보는데 

 

왠지 혼자서 떠난 여행으로 어른이 된 거 같아 우쭐해지기도 했다.

 

도착했다. 

 

해는 어느덧 어둑어둑해지려고 했다.

 

 

내가 간 구례라는 곳은 전라남도에 있는 시골마을이었다.

 

뒤로는 지리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가 있었고 옆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나와 무작정 걸었다. 

 

한시간 쯤 걸었으려나? 강의 상류쪽인 거 같았고 거기엔 강을 끼고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그 마을로 들어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회관에는 어르신들께서 모여 찌는 더위를 피하고 계셨다.

 

아무런 돈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숙식할 곳이 필요했고, 

 

내 사정을 안 어르신들이 오늘 회관에서 쉬라고 하셨다.

 

나는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당일은 쉬고 

 

다음 날부터 일손을 돕고 잡일들을 하며 버스비만이라도 받아가려고 했다.

 

6시만 돼도 시골이라 그런가 깜깜했고 나는 밥을 먹은 뒤 그대로 잤다.

 

 

다음 날. 계획이 모두 어긋나버렸다. 

 

밤새 폭우가 왔고 오후가 되도록 비는 그치지 않았다.

 

결국 ㅠㅠㅠ 하루를 더 신세지게 되었고 어르신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하루를 더 보냈다.

 

비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그쳤다. 

 

이제 일을 도와 버스비만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동네가 시끄러워서 나가보니 한 할머니께서 강가에 감아둔 무언가를 가지러 가다 

 

그대로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갔단다.

 

119 구조대원들이 있었지만 시골이라 그런가 인원도 몇 명 없었다.

 

 

한 간부급으로 보이는 구조대원님께서 나를 보더니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당시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수고비를 주겠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당시에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자신감에 넘쳐 있었던 거 같다..

 

당시에 강의 상류 쪽이엇던 터라 유량과 유속 등등을 체크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지라 대부분이 할머님은 익사했을 것이라 추정하더라..)

 

시신을 찾으러 갔다.

 

휩쓸려간 곳에서 한 3~4km 지점에 유속이 약해지며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 있었고 거기서 수색작업을 하기로 했다.

 

 

당시 구조대원 세 분이랑 나만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구조대원들을 지원시킨 상태였고, 

 

워낙 시골인지라 스쿠버 장비라든가 보트라든가.. 하는 게 없었다. 

 

40분 쯤 지나서 지원이 왔다.

 

건장한 소방대원들과 이 곳 강의 길

 

(강에도 길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이 강 밑에 돌이 많다거나 일명 홀이라고 불리는 소용돌이 같은... 것이 어느 위치에 있다는.) 

 

을 잘 아는 분, 그리고 익사체를 전문적으로 건져내는 악어? 라고 불리는 분이 왔다.

 

원래 잔잔한 물에 빠진 사체는 하루쯤 지나야 수면으로 뜬다고 하더라.

 

근데 태풍소식이 있었던지라 오늘이 아니면 시신을 수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물 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시신을 찾기로 했다.

 

 

당시 거기의 수심이 한 7미터 정도 됐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탔다.

 

그러더니 무작정 대략 4~5m 정도 되는 대나무 같은 작대기를 주고는 

 

보트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강바닥을 휘저으며 뒤지라는 거였다.

 

물론 전문 스쿠버 장비를 낀 구조대원들이 잠수해서 수색했지만 

 

워낙 시야가 좋지 않았던 상황이라 쩔쩔매고 있었다.

 

수면은 잔잔했는데 강 속은 마치 누가 잡아당기듯이 막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수영장 수영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대기를 강물에 넣고 휘저은 지 한 시간이 넘었을 거다. 

 

아 씨발.... 갑자기 손끝으로 뭔가 툭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손가락 끝의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미친 듯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구조대원을 불렀고, 그 구간에 잠수해서 수색을 해 마침내 발견했다.

 

 

가라앉아 있던 할머니의 시신은 바위와 바위 사이, 

 

홀이라고 불리는 구간에 있어 수면으로 금방 떠오르지 않았었고,

 

구조대원과 악어라고 불리는 그 사람에게서 수면으로 건져 올려져 지면에 안착했다.

 

무슨 용기였을까? 아니면 그저 호기심이었을까. 건져낸 사체를 보았다.

 

얼굴이 물에 불어져 물에 적신 호떡처럼 커보였고, 눈은 주먹만 했고.. 코는 흘러내려 없었고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로 보이지 않게 주름 자체가 없었고 

 

마치 밀가루를 바른 것처럼 하얗다 못해 투명한 아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내 시선이 문득 목쪽으로 갔다.

 

하 시발... 상상하기도 싫다.

 

왜.. 물 먹은 지점토 같은 데에 손가락으로 누르면 구멍이 나지 않는가. 

 

그것처럼 목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게 내가 휘젓다가 막대기로 쑤신 거였다.

 

아.. 그 때 그 소름은...

 

그걸 보고 기겁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담배를 얼마나 폈는지 모른다.

 

 

무사히 구조가 끝나고 밥을 먹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

 

구조대원분께서 수고했다며 돈을 쥐어주셨고, 

 

난 바로 짐을 부랴부랴 챙겨 구조대차를 타고 터미널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다시 왔다.

 

미친 듯한 노곤함에 하루종일 잠만 잤던 거 같다.

 

전화소리에 깨서 받았는데 구조대원님이셨고, 사고 났었던 할머님의 시신을 안치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악어라고 불렀던 그 분을 바꿔주셔서 통화를 했는데, 이 분이 그러더라. 

 

혹시 어디가 아프고 하면 용한 무당한테 찾아가라고...

 

다행히 기가 세서 그런가 아픈 곳은 없었고

 

무사히 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직까지 그때 그 기억을 잊지 못해서인가.

 

트라우마가 생겨서인가.

 

물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출처 : 에펨코리아 ... 그것이박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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