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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누나 이야기.txt (16-2) 최종

익명_e5e6bd2018.10.26 10:09조회 수 17616추천 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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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는 너무 쓰기 힘들어서 이렇게 두 편에 나누어 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화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냥 강렬하게 기억나는 몇 마디와 그때의 느낌에 기반에서 쓰려니 술술 써지지 않아서 탈고가 힘들었습니다.

시작은 정말 어이없었는데 
이렇게 긴 장편이 될줄은 정말 생각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당초 4-5회 정도 쓸 것이라 생각했던 내용이 네 배로 늘어났습니다. 사실 쓸 내용은 더 많습니다. 남여 사이에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습니까. 여기서 쓸 수 없는 내용과 그에 따라 전개에 상관이 없을 내용들을 추리고 추려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완결 후에 에필로그 하나를 더 쓸 예정입니다. 왜 쓰게 되었는지 등장 인물들 어디까지 소설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것들을 조금 써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같이 와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각자의 마음에
과거의 기억에 있는 안책임님과 
각자 조우하는 지난 3개월이었길 바랍니다.

저에게도 감사한 3개월이었습니다.

마지막편은 못내 아쉬워서 그런지 업로드가 매우 주저되었습니다.

저에게 오늘 출근길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

인종을 다소 가늠하기 힘든 바텐더는 그냥 시음해보라며 이것저것 스푼만큼의 잔술을 권하다 다 받아먹던 저희가 웃으며 몇 번을 완곡히 거절하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안: "바텐더가 한국말 몰라서 좋네요."

나: "왜 모를 거라 생각하시죠. 혹시 부인이 한국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여기는 LA인데."

안: "아... 그렇구나. "

나: "알아들어도 못알아 듣는 척 하겠죠. 아니면 들어도 그냥 지나보내던가. 그게 바텐더의 미덕 같은거 아닐까요. 진짜 그런게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안: "신혼여행 때도 이렇게 바 앞에 앉아서 술을 못 마셔 봤는데..."

잠깐의 침묵.

컵을 휘휘 돌리며 얼음을 녹이는 시늉.

할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에 고민.

이제 말을 꺼내도 되겠다 생각하는 순간.


안: "미안해요."


왜요.. 라고 묻기보다.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안: "뭐부터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

또 뜸들이기.

안: "되게 맘대로인 나를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아니 이해하는지는 모르지만..."


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안: "내가 막 좋아해놓고 그랬다가 돌연 도망가고... 그런데.. 난 사실 내 앞에서 되게 화내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막 차갑게 대하고. 그런데 그렇게 안해주어서."

나: (한숨) "사실 화가 좀 나기도 했는데. 그냥 너무 황당하게 헤어져서.. 결혼하자고 한게 그리 잘 못한 말인가 복기해보느라..."

안: "내가 그 말에 그렇게 반응한 건."

그리고 깊은 한숨.


안: "이해 안되면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사실 나도 말로 하려니 이해가 안가니까. " (또 한숨) "손책임님이 전 되게 좋아요. 그런데 결혼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건 손책임님이 더 잘 알거 같아요. 나랑 결혼하는거 아주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아니요. 진짜 결혼 생각했다구요! 

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안: "지속될 수 없는거 아는데 그리고 내가 뭐 해줄 수 있는것도 아니면서 오래 만나기만 했어요. 인생의 전성기를 사는 남자한테 고등학생같은 연애를 요구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안: "친구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데. 친구가 그러는거에요. 애 있는 이혼녀가 전도 유망한 총각이랑 만나는데 심지어 막 애닳게 만들고 그러면 안된다고.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나: "전 제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안책임님과 만나기엔.."

안: "아니에요. 전혀. 진심으로 손책임님같은 사람 못 만날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 말은 하지 말지.
마음 아프게 설레고. 
설레니까 마음 아프잖아요.


안: "사실은 한참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어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러니까 손책임님 어머님과 또 만나게 된다던가 뭐 그런 일이 생기면 이 관계가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 될 거 같다. 라고 생각했어요. "

나: "...."

안: "그런데 그런 일이 한동안 별로 일어나지 않아서 사실 또 좋기도... "

나: "그냥 솔직히 이야기 하시지. 결혼말고 우리 그냥 연애하자고. "

안: "아니에요. 그럴 수는 없어요. 이러든 저러든 끝은 안좋을거에요... 그리고 좀 더 솔직 이야기하자면. 이러다 같이 자면 못 헤어지겠다 생각도 했었어요. "


물어보려던 이야기가 헝클어져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 "그럼 누나 동생 이야기엔 왜 그러셨어요?"


더 큰 한숨을 쉬는 안책임님.

안: "아아. 그건 진짜...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건 아니죠? 그냥 던진 말이죠? 그땐 진짜 화가 났...."


어.. 사실 50%는 진짜였는데. 아니라고 해야겠다.

나: "그냥 던진거에요. 다급해서. 그냥 돌아가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지낼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말이 끊겨버렸습니다.

한 잔을 비우고 한 잔씩 더 주문. 


그리고 조금의 침묵 후 말이 이어졌습니다.


나: "남편이랑 연락 하세요?"

안: "이혼하고도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일단 아이 아빠이고 양육비도 받아야 하고... 난 희한하게도 법적으로는 시어머니의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니까. 그리고 옛시댁 식구들과 왕래도 계속하고..."


남편은 잘 지내요? 남편은 다른 여자 만나나요? 따위를 물어보려다가 그런건 별로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았습니다.


나: "혹시... 남편 분 만나고 가세요? 이쪽에 계세요?"

안: "생각 안해본건 아닌데. 만나서 뭐하겠어요. 그 사람은 매우 잘 지낼텐데 그걸 보면 내가 아. 다행이다. 라고 할까요 아니면 아이고 배아파라. 라고 할까요.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별로 가지고 싶지 않네요."

바텐더가 체리와 포도를 손질한 작은 접시를 넌지시 놓고 갔습니다.

나: "우린 그럼 이제 앞으로 어떻게 지내면 되나요..."

안: "..."


한 모금. 
또 한 모금.

대답대신 안책임님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안: "이런 시간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출장와서 이렇게 손책임님이랑 시간을 보낼 줄은. 그래서 더 미안해요. 사귈 때 이럴 수도 없었으면서."

나: "출장 오셔서 진짜 놀랐어요. 난데없이 짠 하고 나타나서.."


안책임님이 꺼낸 이야기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안: "저는 출장 안가는 사람으로 되 있는 거 아시잖아요. 애 때문에. 그런데 저희 팀장님이 이번 전시 안간다고 자기 대신 갈 사람으로 저를 올린다고 하기에 저는 에- 안돼요. 하려고 했는데... 손책임님이 생각났어요. "

나: "제가요? 왜요?"

안: "이 출장 가는건 원래 알고 있었고... 음... 이해 안가겠지만 그냥 들으세요."

네. 그냥 이해하려고 노력 안할게요.


안: "국민학교 3학년 때에. 반에 좋아하던 남자 애가 있었는데. 반장이고 막 멋있는 애. 뭐 어릴 때니까 좋아하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하고 좋아하고 사귄다는 것에 대한 그런 개념도 없을 때. 한 번은 미술시간 후에 선생님이 그림 스케치북을 교실 뒤에 주루룩 걸으셨는데 제가 제 스케치북을 걔 꺼 옆에 옮겨 달고 싶어서 막 몰래 옮겼어요."

나: "스케치북이요?"

안: "원래 스케치북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거에요. 그냥 내 스케치북을 걔 꺼 옆에 걸고 싶어서 선생님 몰래 청소시간에 옮겼는데 그냥 좋더라고요. 내가 옆에서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스케치북이라도 옆에 두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알 수 없는 말.

안: "나는 옆에 있을 수 없지만. 내 스케치북이라도 우리가 하교하고 나서 옆에 있어주렴. 이라고 말하는 듯이..."

나: (웃음)

안: "출장 가기 전에 기분이 그랬어요. 가서 같이 뭐 못해도, 가서 쫓아다니진 못해도 그냥 같은 비행기 타고 그러면 좋겠다. 멀리서라도 그냥 같이 출장 온 것이면 좋겠다."

나: "같이..."

안: "얼굴은 못보더라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마음이 울컥하는데 애써 눌렀습니다. 


안: "그런데 제 비행기 예약이 늦었는지 실무진들이랑 비행기가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책임님이랑 같은 비행기 아닌 것 같고. 전날 애를 두고 혼자 가려니 집에 해둬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잠을 거의 못자고 그런데 새벽부터 생리통이 너무 심하고. 내가 어쩌자고 출장을 가려고 하나 대 후회를 하는데."

나: "아이고..."

안: "공항버스 울면서 탔어요. 아파서. "

나: "그런데 공항에서 만난거구나."

안: "게이트에서 만날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해서. 그것도 우습지. 출장가는데 같은 비행기일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런데 게이트에서 만나서 너무 놀란거에요. 근데 그땐 싫었어. 내 꼴이 너무 말이 아니어서..."


게이트에 나타난 안책임님을 떠올렸습니다.

안: "그런데... 세상에 비즈니스석을 선물 받다니."


그냥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그때 무엇이라도 내가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 "같이 있을 때 무엇하나 의미있게 선물 준 게 없더라고요. 근데 산 것도 아니고 나도 업그레이드 받은걸로 큰 선심 쓰듯 하니까 좀 민망하네요."

안: "... 손책임님 답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손책임님 다운 선물이다. 생각하며 정말 따뜻하게 탔어요. 내 평생 그렇게 꿀잠이 없었을 정도로."

나: "다행이네요."

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따뜻함이."


나: "..."

순간 저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대화가 끊겼습니다. 메시지가 온 건 회사 사람이었고 확인 하지 않아 쌓인 것들이 좀 있었습니다. 집에서 몇 개. 친구. 그리고 썸녀 아가씨 것도...

그냥 일일히 확인하지 않고 닫았습니다.


.....

안: "이해 못할 거라는 거 알아요. 막 책임님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이 보여서 사실 그렇게 안보이려고 더 떨어지려고 하는데 막 연락이 오고...그런데 또 보고 싶고."

나: "아 별보러 갔던게..."

안: "미안해요. 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좋아하고 미안하고. 이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없네. 그런데 완전히 오늘 우리끼리만 다니고 딴 세상에 온 것 같으니까. 아니 딴 세상이지. 막 용기가 생기고 그랬나봐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먹고."

용기.

용기가 없어 미안하다던 안책임님이
지금 용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안: "왜 저한테 잘 해주세요? 왜 비즈니스석 자리 주셨어요?"


좋아하니까요.
아니 좋아했으니까요.
아닌데. 그건 너무 슬픈데.


나: "너무 허무하게 끝난거 같아서. 잘 해주고 싶어서. 잘 해주고 끝나면 좀 마음이 좋을 거 같아서..."

안: "지금은요?"

나: "지금은 뭐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안: "지금 마음은 어떠세요?"

나: "잘 모르겠어요. 복잡해요. "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실제로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헤어졌지만 이렇게 하루라도 만나서 좋아요! 

이게 맞는 감정인가. 

그런데 다음의 질문이 저를 더 어렵게 했습니다.

안: "지금. 저랑 있는게 좋으신가요?"

좋다고 하면 다시 만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냥 솔직히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나: "네. 좋아요. 좋아서 같이 보내자고 했고 지금도 책임님이랑 있는 이 시간이 매우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나: "그럼. 안책임님은요? 지금 좋으세요?"


안책임님은 끄덕끄덕 하더니.

안: "좋아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다른 세상에 내가 되어서 마치 무언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 같이 되어서. 뒤에 어떻게 될지 생각 안하고 막 책임님에게 이야기하고 시간 보내고 있어서 좋아요."

나: "아..."

안: "희한하잖아요. 헤어진 남자한테... 그것도 내가 내가 헤어지자고 한 남자한테. 그런데 정말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또 저를 쿵. 하게 만듭니다.


안책임님은 술잔을 가만히 보더니 

남은 술을 다 마시고는 긴 한숨을 쉬고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 합니다.


어찌되었건.
여기가 헤어지게 되는 건 확실.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

다만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해버리는 바람에 (혹은 들키는 바람에)
어떻게든 정리하고 깨끗하게 돌아 설 것.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안책임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엄청 큰 한 숨을 쉬더니. 아니 숨을 고르더니.


안: "이제 가요. 제법 먹었다."

나: "아.. 벌써요?"


좀 허무한데. 
이렇게 헤어지는건가.


안책임님이 지갑에서 이십불짜리 여섯장을 꺼내더니 "팁까지 이거면 될 듯. 모자라면 책임님이 좀 내세요."하고 잔 아래 둡니다.


그러더니

안: "손 좀 줘 보세요."


아. 악수하려나보다. 그래 쿨하게 악수하고 헤어지나.
난 키스라도 할 줄 알았는데.

좀 아쉽다.

그래. 이것도 좋은 마무리다.

하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한 손을 악수하듯 내밀었는데.

안: "아니요 두 손이요. 애기가 주세요- 하듯 내밀어 보세요."

아.. 뭔가. 싶어 두 손을 내밀자.
화장실에서 가져온 듯한 페이퍼 타올에 싼 무언가를 손 위에 얹어 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합니다.


안: "지금 이거 주머니에 넣으시고. 이십분... 정도 후에 여기 계산하고 보세요. 굿나잇!'

나: "어... 에? 어... 들어가세요. 그럼. 잘 자요. "


헤어지는 게 너무 허무하잖아.
한국가면 볼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할 찰나에 
슉- 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럼 이거 편지인가? 
편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할 수 없는 말을 편지로 남긴건가.

궁금해 미칠 것 같았지만 굳이 20분이라고 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 기다리면서 저 혼자 한 잔을 더 먹었습니다. 바텐더는 마지막 잔은 선물이라며 저에게 얼음에 드워스를 한 잔 주었습니다.

아마 거절을 당했나보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편지겠지. 
고마웠어요. 그동안. 뭐 이런거겠지.
그걸 화장실 가서 굳이 쓰고 왔나.

딱보니 편지네. 조금 두툼하긴 하지만.. 안에 꼬깃꼬깃 뭉쳐두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한 15분을 인내하고.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혹시 어디서 지켜볼까 싶어서)

바텐더에게 지폐를 가리키며 잘 마셨다고 인사하고

쿨하게 나머지는 팁이라고 이야기도 안하고 
돌아나왔습니다.


편지일까. 무엇이라 적었길래 이렇게 황급히 갔을까 조바심이 나서 


페이퍼 타올에 싼 걸 펴 보는 순간.

한 줌 손에 들어가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끈에 가까운 검은 
속옷 팬티.

그리고,

룸넘버가 적힌 북클릿과
그 안에 꼽힌 
호텔 키가 

들어있었습니다.

!!!!!!!!!!!!!!!!!!


속옷과 호텔키

오펜하이머가 만든 원자 폭탄이
제 마음 속에 하나 투하되어 쿵- 하며 폭발했습니다.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우주의 핵폭발이 있었는지
또 한번 시간이 정지한 듯 했습니다.

아무리 내가 눈치가 없어도.

이건.

알 수 있을 것 같다.


술이 확 깨면서.
도파민이 확 올라오는 느낌과 함께 극단적인 각성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텔 로비 오가는 사람들이 제가 들고 있던 검은 속옷을 보는 것 같아서 순간 주머니에 다시 구겨 넣었습니다.

나 올라가도 되는 건가? 즉흥적으로 그런건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걸까?


쿨하고 신사적이고 멋있게 거절하는 법
에 대해서는 단 0.1%도 생각하지 않은 채.


처음 만났을 때, 안아주었을 때, 입을 맞추었을 때등이 생각나면서

이것도 그런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하지만 극도의 흥분과 도파민이고 아드레날린이고 무언가 마구 분비되는 호르몬들이 이 생각들을 넘어 걸음을 옮기게 만들었고 


엘리베이터에 앞에서 기다릴 때 메시지가 왔습니다. 

안: [["5분 후에."]]


알아서 열고 들어오라는 것이구나.


아무리 잘못 해석하려 해도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건 용기에 해당하는 건가. 아니면 그야말로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말로만 듣던 "그린 라이트"인가. 아니 "그린 라이트"라 부를 수 있을만한 성질의 것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길고긴 복도를 돌돌돌 돌았습니다. 가슴이 떨리고 애가 달아 오릅니다. 

얼마의 시간이 갔는지도 모른 채로 방문 앞에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25**호 문 앞에 있어요. "]]

30초 정도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 거의 동시에 욕실에서 집에서 입을 만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안책임님이 나왔습니다.

동시의 타이밍에 서로 놀랐지만 저를 문을 열고 맞아주었습니다.


페이퍼타올에서 꺼낸 키를 보여주자.


안: "용케 오셨네요.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는데.."

하면서 저를 끌고 들어와 문을 닫았고 잠깐의 어색한 침묵. 그리고 다시 한마디.


안: "하나 더 있잖아요."

주머니에서 페어퍼 타올에 쌓아 두었던 속옷을 꺼내고 있는데

안: "입게 주세요."

하면서 속옷을 가지고 갔습니다.

입는다고?


그런데. 

안: "앗... 태그를 다 안 떼었네..."

나: "네?"

안: "아 아니네요."


안책임님은 무엇을 하라는 건지 몰라 멍청하게 서 있는, 다만 심하게 흥분 상태의 저를 살짝 잡았습니다.


안: "씻으시겠어요?"

나: "바보같은 말인거 아는데...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유난히 퍼지는 향기에 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상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여자가 쓰는 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인 욕실의 샤워 부스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나갔는데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하지? 나갔는데 이제 집에 가세요. 하면 어떡하지.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뀌어서 분위기 이상하면 어떡하지... 

따위의 생각들을 하다가 속옷을 건네주기 직전에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걸 생각해내고 아주 즉흥적인건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벗어서 준건가?

피를 포함한 온 몸의 신경 전달 물질이란 모든 것은 이미 몸을 몇 바퀴 돌았습니다. 처음 경험할 때에도 이렇게 흥분하고 떨린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야 할지 고민하다 용케도 가운이 있어 잠깐의 주저함과 함께 속옷만 입고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갔습니다.

밖에는 아까 입던 트레이닝 복에서 다시 오늘 샀던 다른 원피스로 갈아입은 안책임님이 침대옆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안: "추리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어서... 갈아 입었어요."

원피스 어깨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 끈.
아.. 아까 그 속옷과 페어 세트구나.

그리고. 
아까 준 걸 갈아 입었나보다...


심장에 대륙간 탄도탄을 맞은 느낌.

이젠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안: "막. 생각하게 해서 미안해요. 나름 많이 고민하고 서로 덜 부끄러운 방법이 무얼까 생각한건데."

이럴 때 예쁘다고 해야하는 거 같은데.
말이 잘 안떨어 졌습니다.

나: "정말..." (한숨)


안: "티났죠? 태그를 떼어낸다고 한건데 조그마한 태그가 더 있었네... 키만 주면 무슨 뜻인지 모를 것 같아서..."

나: "아. 그럼 사신 거..."

안: "아까 쇼핑몰에서 지나가다가 갑자기 용기가 생겼어요. 정말. 용기가 생겼어요. 나도 모르는 용기가. 이걸 용기라고 말하는 건지 아니면 뭐 다른 이상한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객기라고 하기엔 난 이미 젊지 않고..."


아. 그래서 나한테 잠깐 기다리라고 한 거구나.


안: "사고 나서도 계속 용기도 안 생기고. 잘 못하는 거 같아서 주저했는데. 무엇보다도 부끄럽고. 헤어진 상태니까 손책임님이 어떤지도 당연히 모르겠고... 그런데 담배를 피고 좀 용기가 났어요. 그냥 여기 있는 나는 다른 나라고 생각하니까."


할 말이 없어 듣고만 있었습니다.

안: "근데 무언가 메세지를 전달해야하는데. 확실한 거 없을까 생각하다가 어디 영화같은데서 본 건 있어서 사실 입던 걸 줘보려고 했는데."


아.. 알았다. 입고 있던 건 아니었구나...
그래 티 난다고 고백한거구나.


안: "그런데 용기랑은 상관없이 도저히 그건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고요. 입던 건 좀 더러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가방에서 꺼내서 마치 벗은 것처럼 준건데 급한 마음에 태그를 다 못 떼었네... 덕분에 더 부끄럽네요."

그냥.
이야기 안 했어도 되는데.
나혼자 착각해도 되는데.


그냥. 조금 웃고 말았습니다.

나: "충분히. 알아 들은거 맞죠?"


그런데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요.

또 어색한 침묵.
그냥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침대에 걸터 앉아 있던 안책임님은 일어서서 창문 커튼을 확인하더니 

안: "조금. 부끄럽다."


부끄러워 하는 사람 뒤로 다가가서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가운을 벗고

원피스를 올려 내어서

몸이 드러났습니다.


나에게 지금
세상이 무엇을 준 것일까요.

난 이제 이 세상에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요.


내가 받은 이 과분한 것을 
난 어떻게 갚아 나갈 수 있는 것입니까.


스탠드의 미등만 켰지만 방은 어두웠고
커튼 사이로 바깥의 빛이 어스름하게 들어 왔습니다.


언젠가
안책임님의 아파트 계단에서
절 안아주던 그때의 빛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서서 마주보던 안책임님이 
나직한 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안: "좋은 사람"

사랑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슬픈 순간.


입을 맞추고 

몸을 안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천조각을 몸에서 떼어내고

그 몸의 흐르는 한 방울의 땀도

내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바로 호텔 밖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
폭주하는 핵융합으로 우리의 모두가 소멸하듯

너무 비현실적이고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의 끝을 상상하며


이 시간 뒤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이
그리고 그 초신성의 폭발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블랙홀이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우리는 인생의 모든 것을 소진할 것 처럼
서로를 안았지만

다만 시간을 정지시키지 못한 채
밤이 지나 갔습니다.


다시는 없을

아름답지만

슬픈 시간.

....


동틀 무렵 깨어 났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화장실에 가니
제가 벗어놓은 옷을 가지런히 개어 수건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심지어 더러 양말까지 마치 방금 빨래한 것 같이 개어 놓았습니다.

차키와 전화기도 가지런히 올려두었습니다.

느낌상.

먼저 일어나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다시 얼굴을 보는 것이 어색해서만은 아니었겠지요. 그냥 이 밤으로 하나의 매듭을 짓고 싶어하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밤 어땠어. 응. 좋았어.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할 사람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커튼을 살작 젖히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곧 뜰 것 같았습니다.


책상 위의 호텔 메모지에 남겼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 편에 있어서 빛나는 삶이었던 것 같아요."


십분 동안 고민했는데 제법 멋있는 글을 쓴 것 같아
만족하며 호텔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습니다.

어떻게 아침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 준비 해야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포장을 다시해서 버릴 것은 버리며 짐을 줄여나갔습니다.


일단 체크아웃하면서 생각하자. 비행기는 늦은 오후니까 시간은 많고. 

앗. 안책임님 비행기는 몇시지?


대충 샤워하면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책임님. 비행기 몇시에요? 어디로 가세요?"]]

씻고 나와도 답이 없습니다. 책임님도 샤워하고 있나... 

짐을 챙기고 프론트에서 첵아웃을 하고 나니 배가 엄청나게 고파져서 호텔 주위의 아침식사 집을 검색해서 앉아 커피부터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허기를 커피와 계란요리 따위로 달래고 나니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원래 살고 있던 세상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다만 엄청난 긍정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따뜻하게 살겠다는 다짐. 

그리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대단한 성공이 아닌 빛이 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런 것들을 마음속으로 돌리고 있던 와중에.


메세지를 읽었다는 표시가 떴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내가 어색해서 그런가. 그래 그럴 수 있지.

...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정말 부끄러웠나.

호텔로 다시 가면 아무래도 이상하겠지. 안책임님은... 꼭 만나야게 겠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 어제 밤으로 많은 것들이 끝난거니까. 아침에 만나야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어제 어땠어요... 아아 아니야아니야. 무슨 어떠긴 뭐가 어때. 미쳤어. 미쳤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꽤 지나서야 긴 메시지가 왔습니다.

[["책임님. 시애틀 가는 비행기 타러 저 이미 공항에 왔어요. 차도 이미 반납했고. 저 이제 한국가면 우리 못 볼거에요. 출장 후에 휴가 몰아 쓰고나서 이삼일만 출근해요. 어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못했네요."]]

응? 회사를 떠난다고?
한국가면 못 본다고?


[["회사 그만두는 거 옛날부터 생각 해 오던건데 책임님 덕에 이삼년 더 다녔네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덕분에 제 인생에도 빛이 났어요. 잘 지내길 바랄게요. "]]

어. 이러면 안되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지금 못만나면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느낌. 작별인사를 제대로 못하면 헤어진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잘 헤어진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전화를 바로 눌렀습니다.

나: "어디세요!"

안: "... 터미널이요."

나: "메시지로 작별인사 하는게 어딨어요!"

안: "말로는 잘 못할 것 같아서..."

나: "비행기 몇시인데요!"

안: "막힐까봐 일찍 왔어요. 아직 짐 드랍도 못했어요. 한 두시간 뒤..."


어. 그럼 시간 있다. 있다. 
빨리 가면 됀다.


나: "아직 들어가면 안돼요! 가지 마세요!"


전화를 끊고 공항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제 숙소를 공항에서 안책임님 호텔보다 더 멀었기 떄문에 제법 시간이 걸린데다가 막히기까지 해서 조바심이 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고였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헤어진건 옛날 일이고
어제 밤으로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었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렌트카에 기름을 채울 시간도 없이 남은 기름은 그냥 돈으로 떼우기로 하고 차를 던져 넣듯 반납한 후 렌트카 회사 버스를 타고 바로 터미널로 뛰었습니다. 

한 시간 남았다.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을 가방에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자리가 모자라 손에 들었는데 이것이 뛰는데 너무 방해가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갖다 버리고 싶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전화를 할 찰나에 

저 멀리 안책임님을 발견했습니다.

안책임님은 어제 밤에 입었던 원피스에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었습니다.

안: "세상에. 뛰어 왔네.. 땀 봐..."

나: (헉헉헉....) "안 늦었죠? 하이고... "

안: "책임님 비행기 한참 뒤 아니에요? 뭐하러 빨리 왔어요."

나: "인사도 안하고!"

안: "..."

나: "회사 그만둔다면서요. 진짜에요? 회사 그만두면서 무슨 출장을 와요! "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그만 둘거면 한참 전에 회사는 알았을테고 출장 결재가 떨어질리가 없는데...


안: "그러니까 출장왔...죠."

나: "?"

안: "마지막으로 보려고. 팀장님이 보내줬다는 건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말이에요. 팀장님한테 보내달라고 제가 부탁했어요. 사실 팀장님이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알던 분이라 그동안도 많이 뒤에서 챙겨줬는데 이번엔 거하게 사고쳤어요."

나: "어떻게요?"

안: "나 퇴사 하니까 마지막으로 나갔다 오겠다고 그랬더니 팀장님도 자기 올해 임원 마지막인거 같으니까 자기도 사고친다고 보내준거에요. 자기 대신. 물론 자기가 못가게 되었으니까 이럴 수 있었지만."

나: "왜 그렇게까지."

안: "어제 이야기했잖아요. 같이 있으려고."


이 말은 안 듣는 것이 좋았다.

내가 무엇이기에

어떤 사람이길래

이 여자는 나랑 같이 있겠다고.
그것도 멀리서 볼까말까 하는 여행에 가려고 했던 걸까.

그것도 헤어진 사람을...


나: "이제... 못 보잖아요."

안: "... 결혼하면 꼭 알려주세요. 좋은 사람 만나실거에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 만나게 되어 있어요."

당신이 있을 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참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안책임님이 말을 꺼냅니다.

안: "이제. 들어갈게요. 보안 검색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내 생애
이런 사람은 없었다.


나: "안책임님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는거 같아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한걸음 가까이와서 
마지막으로 향기를 날립니다.

안: "나같은 사람은... 그러면 나게요?"


그리고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우리는

악수를 했습니다.


키스보다도 
더 애절한 악수


그리고 헤어지면서 손이 결국 떨어지고

안책임님은 
보안 검색 구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인생의 빛나던 챕터가 같이 끝이 났습니다.

이전 챕터의 모든 해결되지 못한 성장기에 겪었던 자존감과 결핍의 문제들을 모두 풀어내고 다음 챕터로 넘어 간 것 같았습니다.

그녀-안책임님이 제 인생에 빛을 내 주었습니다. 



익명_e5e6bd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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