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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앙김옥희2018.12.06 18:29조회 수 2855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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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 보이는 등치에 비해 골골 거렸던 나는 맨날 아프다는 소리 때문에 친구들이 싫어했지  그렇다고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많이 없었어  게다가 가정불화로 인해 엄마는 돌아오질 않았고  아빠라는 작자는 한달에 두어번 집에 와서 천원짜리 몇장 던져놓고 가는게 다였다. 

 그래서 늘 집에 혼자 있거나 인근에 살던 친한 친구 집에 놀러가는게 다였어   그러다 학교 근처에 있는 교회를 같은 반 친구가 전도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친가 외가가 다 크리스찬이고 친가는 목사, 집사, 권사 다 있는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교회 가는거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기독교인들의 오지랖 같은게 늘 밥맛이였고 그들의 모순에 의구심을 많이 품다보니  그 친구와 가는 교회활동은 그저 여러사람 사이에 끼고싶었던것 단지 그것 뿐이였다.   아빠가 몇주후 집에 왔다.


엄마가 집을 나간지 약 세달이 채 되지 않았을때  한쪽 다리를 저는 여자를 데려와서 그 단칸방에서 같이 살게되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이 더 우울해졌던거 같았다.  난생처음 집을 나가서 갈곳이 없어 혼자 교회 지하실에 갔다.   지하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도 있었고 예배 보는 곳에 방석도 있고  그래서 쌀쌀한 추위는 면하고 잘수있겠다 싶어 들어갔지.  


그리고 교회라면 왠지 혼자 있어도 기분 나쁜 무언가가 나타나진 않았을거 같았다   그 시간엔 아무도 없을테니까 피아노 발판에 보면 소리 죽이는게 있었는데  소리를 죽이곤 이것저것 쳐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떼웠어.   그러다 위에서 발자국 소리 같은게 났어.  황급히 피아노쪽 형광등을 내리고 숨죽이며 강단 뒤로 숨었지  왠지 들키면 집에 보내질것 같아서 말야 그시간에 올 사람은 없을테고  조그만 교회라 경비도 없는데 예배당은 지하실과는 


독립적인 별채라  학생부 외에는 잘 들어오지 않던 곳이라 내가 있는걸 들켰나 싶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지하실 문쪽에서 멈춘것 같았다  끼익하고 둥근 쇠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는데 너무 조용해서 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어.  계단으로 누군가가 조심조심 내려오더니 거기 누구요! 하고 작게 외쳤다.  목사님인것 같아 계속 숨어서 나가길 기다렸지 몇번인가 배회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나가는 소리가 들려서 그대로 방석을 모아 깔고는 숨어있던 그 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형광등도 못키고 하니 엄청나게 깜깜해서  지하실 문에 비치는 가로등의 붉은 빛이 계단으로 반쯤 내려오는거에 의지해서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했는데 왠지 모를 한기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어.   무섭다 생각을 해서 그런것 같아 애써 태연한척 하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에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줄 알았다  비명을 가까스로 참고 고개를 들었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소리가 난쪽을 계속 응시하니까 조금씩 주위가 밝아졌는데 그게 피아노 뚜껑이 내려간 소리더라고  흰건반이 안보였으니까 확신했지 한시름 놓고 다시 누웠는데 갑자기 온몸의 털이 다 섰다.  그 육중한 뚜껑이 것도 두번 접히는게 스스로 닫힌다는게 이상하잖아?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됬다. 


구석구석에 속삭이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같은게 들리고  등쪽이 갑자기 시려워 졌다 사라지는것도 누군가 내 머리카락 한올을 당기는 느낌.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공포분위기에 누구나 느껴지는 상황들이겠지만  그땐 그 낯선 공포가 너무 두려웠다  왠지 뒤를 돌아보면 큰일 날것 같아 서서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양쪽으로 갈라진 예배 의자 사이의 통로 측에 거무튀튀한 뭔가가 기대어 있는것 같았다   순간 너무 놀라서 헉소리가 났는데 그게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것 같아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주위를 더듬었는데 무언가가 탁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났고  위쪽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지하실 문이 열렸다.  눈을 뜨니 그 형체는 없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예배 의자 밑에 숨었는데 또 거기 누구요 하는 소리에  마른침을 삼키고 엎드려 있었는데 저벅저벅 발소리가 내쪽으로 점점 왔다  내가 죄지은것도 아니고 이렇게 까지 숨어야하나 생각이 드는동안 내 앞에서 발소리가 탁 멈췄다  그래서 나는 나갈요량으로 발소리가 난쪽을 응시했는데 발이 안보였다. 


분명 이쪽에서 소리가 났는데   발이 없다는게 이상했거든. 아무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져서 몸이 떨려오는데  나지막히 끄그그그그하는 소리가났다  염통과 항문이 같이 쪼그라드는게 진짜 눈물이 막 터져나왔다  나무를 쥐어뜯는 소리? 이를 가는 소리? 같은 그 괴음이 날 피말리던 중에  엎드려서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내 머리가 갑자기 차가워지는걸 느꼈다.  순식간에 머리를 확 처들었는데 시발 내 눈앞에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뚤린  뭔가랑 눈이 마주쳤는데 헉소리도 안나오게 무서워서 그대로 기절했던거 같다.   일어나보니 엄청 뜨거운 방에서 내가 자고 있었고 목사님이 정리하러 내려왔다가  의자 밑에 다리가 반쯤나와서 누워있는 날보고 안채에 데려다 노셨다고  깨어난 나에게 묻길래 그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이해해 주셨다  


근데 목사님이 날 발견한건 아침이였다고 해서 새벽에 안오셨냐니  그시간엔 자지않겠냐며 말씀 하시기에  분명 그 시각 추정하건데 3시에서 4시정도에 발소리도 나고 누구있냐 소리도 들었다 하니  그시간에 교회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길래 더 오싹해지더라   그리고 나는 며칠 안채에 얹혀있으며 학교를 나갔는데 아빠는 찾으러오지도 않아서  그렇게 한동안 다니다 스스로 겨들어가 매타작을 3시간 당하고 나서야 용서받았다. 


 후에 아빠가 데려온 여자가 아빠한테 맞아서 머리통이 터지고  그 피가 벽지에 묻을정도로 싸우고 나선 그 둘도 집에 안들어오더라  차라리 잘됬다 치고 중2 여름방학까지 그 집에서 거의 혼자 살았는데  그후로도 자꾸 뒤꼭지가 간질간질 하다던지  다 자는 시간에 방바닥에 발이 쩍쩍 붙는것 같은 발소리  잘때 틀어놓던 어린왕자 내레이션 카세트 테이프가 스스로 감긴다던지  도마가 혼자 떨어지거나.. 스스로 우연이라고 일축하면서 그 공포를 이겨내곤 했다   여름방학 시즌이 시작했을때였나?  


그때 당시 티비에서 토요미스테리가 엄청 인기였는데 그날이 아마 3화였던가 그랬을거다.  어김없이 혼자 누워서 시청을 하는데 잠이 든건지 뭔지  아리까리한 느낌 때문에 정신이 좀 들었는데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나는 지금 자고 있다 라고 인지하는것 같았는데 티비 소리, 밝은 불빛등이 다 보였고  고개가 돌아가는건지 아님 눈만 돌아가는건진 알수없지만 방 전체가 다 보이는 이상한 경험이였다. 


 티비 맞은편에 5단짜리 서랍장이 있었는데 난 개인적으로 구질구질한걸 되게 싫어해서  모든 가구 위에 뭘 올려놓는걸 싫어한다  근데 서랍장위에 이상한 털 같은게 있어서 한참을 노려본 후에야 그게 가발? 머리 같은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조금씩 들썩들썩하더니만 뭔가가 허연게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허옇게 검은 얼굴 같은게 서서히 서랍장에서 솟아나는것 같았다.   그게 다 나온후에야 교회에서 봤던 거지 같은 뭔가라고 알아챘고  티비에 푸른 불빛이 반사되서 그 허연얼굴에 뻥 뚫린 눈이 야광파랑처럼 빛나서 더 또렸해졌다  


그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꿈을 꾸는거다 나 자신을 꾸짖었지만 의지대로 되는 상황이 아니였거든..   그것이 서랍장에서 내려왔을때는 키가 거의 천장에 닿을정도로 커져있었는데  그것이 걸을?때마다 엄청난 악취가 풍겨져왔다. 


 아직까지도 그것에 견줄 악취는 맡아보질 못했다.  그게 소위 말하는 시체 썩는 냄새일까 싶은데  어렸을적 할머니 댁에서 손질하던 홍어냄새의 약 50배는 될 정도의 휴..  숨을 입으로 들이켜도 냄새가 나는듯 하는데 구역질이 나고 현기증이 나는데도  나는 몸을 내 의지대로 할수가 없었어  그 무기력함 좌절감은 아 그냥 나는 죽어야겠다. 죽는게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들게했는데  그것의 형체는 움직일때마다 물결치는듯 잔상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얼굴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런 현상이였다.  


그래서 내 정신이 더 혼미해지는것 같고 점점 내 자신을 놓게 되더라   그러다 그것이 길고 막대기 같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살짝 그었는데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나는 그 악몽에서 벗어날수 있었고 일어난 순간  엄청난 두통과 물에 젖은 솜 마냥 축쳐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났는데  그 땀이 식으며 스산한 그 느낌이 너무 기분 나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불을 켰다.  그 고통스러웠던 긴 시간이 웃기게도 미스테리 극장 2부 사연이 막 시작하는거 보니  한 5분 정도 밖에 안되는것 같더라.

 

 머리가 너무 아파서 불만 켜고 겨우 잠에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것과의 제대로 된 첫대면인것 같다   그후로 매일 시달리게 되었다. 내 생활은 갈수록 피폐해졌고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잠을 제대로 못잔데다, 애비라는 작자가 돈 한푼 주지않고 반찬이며 쌀이며 집에  남은건 하나도 없어서 한동안 매일 굶다시피 했고 가끔 오던 인근의 친한 친구가 내 몰골을 보고  어머니께 이야기해서 당분간 끼니를 해결해주었기에 그나마 버틸수가 있었다.   그것은 점점 내 생활을 잠식했는데 자고 있을때 깨우는 정도까지 갔다.  악취에는 점점 무뎌진건지 냄새가 나질않는건지 악취가 나지않아도  그것은 내 시선이 닿는곳에 있었고 내 배 위에 서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무엇을 먹는듯한 이상한 행동도 했는데 언제가부터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는데  어느날은 문드러져 있던 코와 입이 올라와 있는걸 보게 됬다.  

 

그날도 어김없이 티비 불빛에 비쳐 나타났는데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성대가 없는것처럼 이상한 소리였는데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섬뜩해서  아 진짜 이건 이세상의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루가 이틀이 지나고 며칠동안 그것의 소리가 귀에 익숙해질때쯤 뭐 난 거의 미쳐있어서 였겠지만  그것이 말하는게 원하는게 뭔지 알수있게 되었다 

 

 문장을 완벽히 구사한다는것 보다 단어를 조각조각 맞추는 식이였는데  주로 자주 나오는 단어는 불러. 나의것. 양분을. 돕다. 이런 거였는데.  내가 끼워 맞춘 바로는 양분 같은걸 주면 돕겠다. 또는 너는 내것이니 양분을 주는걸 도와라  뭐 이런식인것 같았다.  매일 본다고 정이 든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대신 보는 횟수가 잦아질때마다  흉측하고 알아볼수 없던 생김새가 조금씩 멀쩡해지고 있어서  구역질 나고 소름 끼치던게 조금씩 양호해져 가는것 뿐이다  그것을 피해 낮에 자고 밤에 활동도 해봤는데 우리집이 반지하라서 그랬는지  딱 한번 안나왔을뿐 무슨 대수냐는듯 낮에도 할 일에 충실했다.  그렇게 좀 지나고 여름방학이 거의 끝날무렵 아빠라는게 돌아왔다.  밥은 얻어먹고 다녔어도 체중이 오히려 줄어들어 거의 뼈가 앙상했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내 모습에 잠시 놀랐는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더니 양심이란게 있긴 했는지  그날 고기를 사먹이곤 이튿날 한의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받게 하더군   아 그리고 그날 아빠가 있을때는 편하게 잤다. 한번도 안시달리고.  한의원에 가서 맥을 잡는데 눈도 까보고 숨도 쉬어보라 하고 이것저것 시키는데  혈순환이 안되서 손발이 차고 어쩌고 하며 기가 단전에서 딱 막혀있다나 그래서  양기가 전혀 돌지않고 뭐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 시장통에서 30년 해먹은 할배라  이야기도 참 어렵게 하더라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침을 여러방 맞고 약을 지어왔는데  보약을 해먹이라고 했는데 꼰대가 그런걸 해줄거란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그렇게 집에 왔고 나에게 시골 친가에 가서 학교를 다니라는 말을 했다  이곳에서의 삶이 정상적이지 못했고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었기에 그러겠다 했다.  아마도 이곳을 벗아나야 한다는 집념이 커서 며칠새 준비를 하고 친가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도 난 환영받지 못했는데 예전부터 엄마를 달가워 하지 않던 친가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집 나간 여편네가 남긴 애물단지였고 난 콩쥐마냥 할머니의 밭일부터  집안 청소까지 해야만 했다. 

 

그 며칠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몸이 힘드니 잡생각이 안나고  그곳을 벗어나서 그런지 악몽에도 그것에게도 시달리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섬짓한 느낌은 있었지만 큰 위협은 못된듯 하다.   전학을 준비하던중 어느날 할머니의 통화를 듣게 되었는데 엄마에 관한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통화를 끝낸 할머니에게 엄마 욕 하지말아달라 부탁했더니 바람나서 나간 년을 엄마라고 부르냐며  그에미의 자식이 어련하겠냐며 악다구니를 쓰는데 말로만 하나님의 자식이냐고 당신은 악마라고 하자  뺨에 불이 붙었다. 

 

그대로 이성을 잃곤 집을 나섰다.   막상 나와보니 어린 나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닥치는데로 일을 구했는데 숙식이 제공되는 곳은 주유소 뿐이였다.  그곳엔 나처럼 가출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매일같이 숙소에서 본드와 가스를 불어대는데  제정신으로 그꼴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정신이 피폐해지자 위기가 왔다.  그날도 역시 아이들의 담배 연기와 술 냄새를 맡아가며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잠시 깨니 다들 자고있었다. 

 

 어스름한 창밖으로 사람 형체가 서있었다. 순간 등꼴이 오싹했다  숙소는 주유소 2층인데 누가 창밖으로 서있을수가 없으니까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온데간데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뒤를 돌아누웠는데 익숙한 악취가 났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비명을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옆에 자는 아이를 깨우려 손을 뻗으려 했는데 손가락조차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점점 다가와 옆으로 누워있던 내 몸쪽으로 스르륵오더니 사뿐하게  옆구리를 밟고 섰다. 곁눈질로 겨우 그 모습을 봤는데 소름끼치는 뻥뚫린 눈  조금씩 형체를 갖췄던 그 코와 입은 다시 문드러져 있는게 어스름하게 들어온  주유소 간판 불빛에 비춰져서인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늘 하던데로 밟고 올라서선 빨리감기 하는 비디오 테잎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제자리 뛰기를 하는데 무게는 전혀 나가지 않지만 데미지는 상당했다.  그곳이 너무 뜨겁고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느낌이 들어 괴로워하고 있는데  순간 푸악하더니 코와 입에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륵대는 소리만 겨우 내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나를 굴복시키겠다는 표정으로 아니 표정을 읽을수 없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 뜻을 읽을수 있었달까? 

 

계속되는 괴롭힘이 잠시 멈추자 난 으으으 하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옆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더니 한 아이가 일어나는게 보였다.  순간 나는 살았다 라는 탄식을 했고 그 아이는 일어나서 불을 켜자마자 소리를 질러댔다.  겨우 입을 뻐끔 거리며 나를 흔들어 댔는데 난 그 모습을 다봤는데도 불구하고 잠에서 깬듯 어지러웠다.

 

 비명소리에 야간을 보던 사장님과 일하던 남자가 뛰쳐왔고 나를 보며 깜짝 놀라더라.  의아한 나는 멀뚱멀뚱 봤고 피..!피 하는 소리에 뒤에 있던 전신 거울을 보니  코와 입에서 뿜어져 나온게 피라는걸 알게 됬다.   벽이고 이불 베게고 온통 피였다.

 

 그리고 허리춤이 올라가 있었는지 옆구리를 본 사장님이 누구한테 맞았냐고 난리를 쳐서 보니  아까 괴롭힘 당하던 곳이 마치 며칠째 맞을것마냥 새카맣게 살이 죽어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다그치며 아이들이 널 괴롭히고 때렸냐며 난리가 났고 자다 봉창깨지는 상황에  자다 깬 아이들도 한바탕 난리였다.  

 

난 정신을 추스르고 그런게 아니라며 오해를 풀려했지만 쉽사리 믿어주질않았고  일단 병원으로 가자며 반강제로 업혀서 문을 나섰는데  응급실에 가면 왠지 친가에 연락이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안간다고 버텼다   날이 밝고 내 소식을 들은 사모님이 일찌감치 와서는 나를 불러서 어찌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그런 사정얘기는 할수가 없어서 아이들이 괴롭힌건 아니다란 말만 반복했고  나는 몰골이며 피 흘린거며 무슨 중병에 걸린 환자 취급을 받게 됬는데  사모님과 사장님이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월급 정산해줄테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더라.  


걱정도 됬겠지 나이도 어린데 병 걸린 환자 데려다 쓰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분들 입장 엄청 난처했을테니까. 그렇게 그날 난 얼마간 일한 봉급과  병원비 하라며 주신 용돈을 들고 그곳에서 쫒겨나다시피 나왔다.   그렇게 다시 난 거리로 내몰렸어 어디로 가야할지 여전히 막막했지  인근의 벼룩시장을 꺼내들고 구인란을 뒤지고 공중전화에 가서  면접전화를 했는데 나이가 어리니 다들 딱 자르더라구.  그래서 무작장 외가가 있는 대구로 버스타고 달려갔다  

 

버스에서 자니 그것도 나타나질 않더라 싼걸 찾으려고 완행버스를 탔는데  거의 8시간 정도를 간거같아 그동안 아주 푹잤지.  버스에 내리고보니 동대구쪽이 아닌 서대구라 전혀 어딘지 모르겠더라고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었는데 예상밖으로 냉랭한 대답이였지  그 따뜻하던 분들이 엄마와 헤어진 나에게 너무 차갑게 변해서는  어서 돌아가라는 한마디만 남긴채 더 이상 전화를 받지않았다.   하나둘씩 터미널에도 사람들이 사라져 갔고 그때는 찜질방도 없었고 아마 피시방도 없었을거야  

 

오갈데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춥고 가혹한 밤이였다.  이집 저집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어느 집의 소리가 너무 정겹게 들려서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라. 신이 있다면 그토록 그들이 울부짖던 하나님이 있다면  왜 어린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정상적인 생활조차 할수없게 그것을 벗어나게 못하는지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울었다. 

 

그렇게 내 정신력이 흐트러지는걸 느꼈을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계속 걸었어 아침이 올때까지 발은 아프고 배에선 계속 꼬르륵 소리로 아우성이였는데  새벽 다섯시쯤 되면 목욕탕이 열리니까 가기로 했다  근처에 대중탕이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에 몸을 적시니 온몸이 간질간질한게  노곤해져버려서 아줌마들 자는 휴게실에 누워서 잠이 들었어. 

 

 한참 잤나 고스톱 치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니 여러 아줌마들이 화투판을 벌리고 있었다  부스스 일어나다가 그중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 내가 먼저 피했다 탕에 들어가서 몸을 담구고 있는데 그 아줌마가 들어왔다.  온탕에 들어와서 한참을 앉아있는데 왠지 자꾸 가시방석 같아 먼저 일어나려는데  아줌마가 빤히 보더니 너 집 나왔지? 하길래 개교기념일이라 쉬는거에요 하며 얼버무렸다.  아줌마가 피식 웃더니 거짓말 하지마 이년아 이러더라 다짜고짜 이년 저년 해서 기분이 나빠져 버렸거든  대꾸조차 하지않고 그대로 탕에 나가 사우나로 들어갔어

 


 그런데 그곳으로도 쫒아와서 자꾸 말을 붙이길래 화를 냈다   난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기분?이랄까 아무 이유 없이 왠지 안절부절 못하고 아줌마한테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가야한다고 화내며 비켜달라고 했는데 그런 내 속을 아는지 아무말 없이 날 보길래  나도 뭔가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똑바로 쳐다봤다  근데 크고 깊으면서도 부리부리 한 그 눈을 본 순간  뭣모르는 나이에도 기에 짓눌리는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

 


 아줌마가 한참을 길막하더니 내 생각나면 다시와라 하더라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그냥 나왔는데  내 뒤에 대고 금세 만날거니까! 하며 깔깔 웃는데 소름이 ..   골목을 빠져나와 터미널쪽으로 걷고있었는데  갑자기 눈 앞이 노랗고 파래지며 현기증이 막 나서 걸을수가 없었다.  눈 앞은 계속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거리에 주저앉아 있는데  며칠전 각혈 같은걸 엄청난 양으로 했으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가만 생각해보니 주유소를 나온 이후로 먹은거라곤 소세지 1개가 다였으니까.  

 

식당부터? 병원부터? 고민하다 병원부터 가기로 했다.   마침 빈속으로 와서 내시경 외에도 다른 검사까지 받을수 있었는데  예상외로 장기는 아주 깨끗해서 의사가 그 정도 피를 뿜을 정도면 폐든 어디는  출혈흔적 같은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없다면서  코피 같은게 넘어가서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별일 아닌데 위염이 약간 있다며 약을 처방해줬다   이상했지만 그땐 뭐 그럴수도 있겠다며 이상 없으니 됬지 하고 나왔는데 병원비가 엄청 나오더라.

 

 병원비로 받은걸로도 모자라서 봉급 받은거에서도 꽤 쓴거 같아.  완전 개털이 되어서 터덜터덜 식당으로 향했는데 터미널 앞에서 어떤 아줌마랑 아저씨랑  욕을 하며 싸우고 있었는데 얼굴을 보니 목욕탕에서 본 그 아줌마였다.  

 

주위 사람들이 막 수근거리는데 대충 줏어 듣기로는 아줌마가 터미널에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데  신을 받은건 아닌데 신기가 주체가 안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툭툭 내뱉어서 가끔 저렇게  시비가 붙는다며 또 시작이네 하더니 다들 제 갈 길 가더라.  아저씨도 재수가 없다며 침 뱉고 사라지고 남은 아줌마만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막 수근거리는데 대충 줏어 듣기로는 아줌마가 터미널에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데  신을 받은건 아닌데 신기가 주체가 안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툭툭 내뱉어서 가끔 저렇게  시비가 붙는다며 또 시작이네 하더니 다들 제 갈 길 가더라.  


아저씨도 재수가 없다며 침 뱉고 사라지고 남은 아줌마만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 아줌마가 날 보더니 거봐 또 만난다고 했지? 이러며 내 손을 잡고 당연하다는듯 식당으로 들어갔다.  엉겁결에 주문까지 하고 밥 한그릇을 다 먹었는데  그때까지 아무말 않던 아줌마가 나지막하게 너 가슴에 뭐 숨겼냐? 말했다.


 뭔소린가 싶어 눈만 꿈뻑이는데 이내 모르면 됐어! 밥 값은 니가 내라 하는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제가 왜.. 하니까 난 돈 없는데? 화투쳐서 다 잃음! 하며 휙 나가드라.  어쨌든 계산을 하고 나도 모르게 그 아줌마 뒤를 졸졸 쫒아갔는데  그런 내가 싫진 않았는지 빨리빨리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생각하면 참 겁대가리 없이 아무나 쫒아가고 나도 참 무개념이였는데  아마도 그 아줌마에게 위험한 촉이 없었기 때문이였을거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대로변 한 속옷 집에 멈춰섰다. 점포정리를 하던 가게였는데  속옷을 사려한건지 불쑥 들어가더라. 설마 또 나보고 돈 내라는거 아닌가 싶어 그냥 밖에 서있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잠시후에 막 소란이 나더니 문이 열리며 아줌마가 쫒겨났다.  밀려나면서도 욕을 해대며 자기 말 안듣는다고 난리였는데 한참을 실갱이 하던중에  이년아 니 어깨에 두놈! 하나는 투실투실한게 욕심이 잔뜩 붙었고  하나는 젊고 잘생겼는데 발이 하나 없다! 하니 갑자기 멈춰선 주인 얼굴이 한참 굳더니  정중하게 들어오세요 하는거다. 이번엔 나까지 끌려갔는데 한참을 둘이 얘기하더니 한참후  맨발로 마중까지 나오며 조심히 가라고 문까지 열어줬다 


 밖으로 나와서 계속 걷는데 아줌마가 야 다왔어 우리집 들어가자 하는데 집이 어마무시 했다.  분명 낡은 판자집 같은데서 살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엄청 큰 나무로 둘러쌓인 주택이였다. 깜깜해서 잘보이진 않았지만 엄청 큰듯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개 몇마리가 날 향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하얀돌 같은걸로 지은 집이였는데 잘보이진 않아도 좀 낡아보이는 오래된 집 같았다.  실내에 들어가니 입이 떡 걸어졌다. 2층 집이라 천장도 높고 20년은 되보이는 양식이였는데  벽과 바닥이 모두 니스질 된 나무로 되있었다  그 집의 역사는 그대로 두고 가구만 현대식으로 들여진것 같았다  가구도 티비에서 보던 부잣집 가구라 연신 작은 탄성만 지었는데 그런 나를 데리고  욕실과 묵을 방을 알려주느라 부산한 아줌마였다. 


 엉겁결에 따라오긴 했는데 갑자기 앞으로 묵을 방이라니 좀 신경쓰였지만  단칸방에만 살다가 이런곳에서 살게된다니 좀 기뻐서 거절하지 못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앞일은 생각도 안하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졌었던거 같다   그렇게 그 집에서 첫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낯선곳이라 그런지 자꾸 뒤척이게 되서 잠이 들지않았다.  


물이라도 한잔 먹어볼까 했지만 남의집 냉장고를 막 열어보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그냥 꾹 참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는데 불이 갑자기 나가서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순간 코를 쥐어막고 앞을 봤는데 달빛에 비친 커텐 그림자 속에서  길죽하게 가느다란 손이 튀어나와 손가락을 까딱대는데 순간 소리 지를뻔 했지만  아줌마가 깰까 겁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집만 벗어나면 해결될줄 알았는데 그것때문에 숙소에서도 쫒겨나고  심지어 이곳까지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게 화가났다.   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것은 계속 손짓하고 나는 도리질만 할 뿐이였다.  그러자 인내의 한계가 왔는지 그것이 엄청난 기세로 튀어나와서는  눈 앞에다 그 비틀어진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질러대는데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소리였다  엄청나게 높은 찢어지는 비명에 난 코를 막던 손을 귀로 가져갔다.  귀를 막아도 그 비명은 그대로 들려서 귀에서 피가 날 지경  갑자기 등 뒤에서 뭔가가 확 날아들어 왔다.   촤악 하는 소리와 같이 팥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비명도 그것도 사라져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아줌마가 손에 든 팥 바가지를 내려놓고 나를 꼭 안아줬다.  긴장이 풀리니 눈물이 터져나왔고 나머지는 내일 얘기하자며  날 자리에 뉘여주고 돌아가셨다. 그 상황에도 잠이 오긴 오더라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악몽을 꾸었다. 지금은 그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뭔가에 쫒기는 꿈인데 쫒기는 대상은 없는데도 내가 두려워하며 달려댔다  어떤 일들이 지나고 교회에 도착했는데 그 지하실로 내가 내려가서 의자 밑에 숨어있을때  그것이 확 나타나서 내 손을 끌고 가는데 그후부터는 잘기억이 안난다.  


악몽에서 깨어나니 거의 한낮이 되는 시간이였다. 방 공기는 차가웠고 우풍이 있는지 코가 시렵다  어제 그것이 서있던 커텐을 보니 현기증이 났다.  그것이 서있던 자리는 장판이 까맣게 그을려있는걸 보고 섬뜩한게  그게 단순히 상상의 것 또는 환각 같은게 아닌  실체가 있는것이라고 생각하니 오금이 팍 저렸다.   거실로 나오니 따뜻한 기운에 몸이 녹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겨울이 온것도 아닌데 코가 시려울 정도라니 이상해서 방에 다시 들어갔다.  아까 같은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냥 내 착각이겠거니 생각했다.  거실엔 아줌마가 소파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자 싱긋 웃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죄인이 된거같은 기분에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는데 불편한 침묵에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신변에 관한 질문이였는데 우물쭈물하며 말을 잘 못하자  답답하다는듯 한숨을 길게 쉬던 당신의 과거얘기를 꺼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이고 삼십대 후반부터 시작한 무역사업이 잘되어서  그당시 여자로써는 엄청난 지위와 부를 가졌었는데  마흔이 되던 해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혼한 남편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당시 8살.  


사업이 무너지면서 가세가 기울때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딸이 쓰러져서 혼수상태,  병명 모르고 48일후 심장 멈춤   모든 재산 백지화 되고 친정의 도움으로 현재 집만 건졌다고 했다.  본인은 어렸을때부터 예감이나 꿈이 잘 맞았다고  전업주부에서 이혼후 사업을 벌렸을때도 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마흔이 되던 해 무병이라는게 왔는데  그것때문에 사업신경도 못쓰고 계약건도 자꾸 펑크를 내거나 나서  그때부터 무너졌다고 했다.   사업은 둘째치고 건강이 너무 나빠 병원을 다 돌았는데도 병명이 안나오고  조금 몸이 나아지는가 싶어 제자리를 잡아갈때쯤 딸이 죽어버렸다고 했다.


 아이를 잃고 미친 사람처럼 살았는데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계속 가슴과 머리서 타들어가  잠도 먹지도 못해서 다 죽었다고 생각했을때 친정오빠가 굿이라도 해주려고 부른  무당의 말로 그때 처음 신병을 알게되었다고   자기는 이미 잃을게 없다며 신 받는걸 계속 거부하고 지금까지 살아왔고  그 넘치는 기운을 못이겨 터미널에서 곧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지켜보곤 했는데  눈 앞에서 영상처럼 그려지거나 마음속 깊은 울림 같은걸로 그사람의 액운이나 행운을  스스로 점쳐지면 자신도 모르게 막 그 사람을 붙잡고 떠들어댔다고 한다 

 

 그래서 시비도 붙고 미친여자 소리도 들었는데 욕했던 사람은 다 하나같이 1주일도 채 안되서  복채를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많은 액수를 들고 점을 더 쳐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들고온 복채는 앞서 봐준 댓가라며 천원씩만 챙겨놓고  더 이상의 점은 쳐주지 않았단다. 


본인은 무당이 아니라면서..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전날 있던 속옷가게 이야기를 하니 그 주인 어깨에 남자가 둘있는데  그 여자에게 온 급살을 대신 맞아 죽은 남편과 정부라고  그래서 둘이 그 여자 어깨에 머물며 좋지않은 사이이다 보니 항상 싸워대는데 그로인해  몸이 아프고 장사도 안되는거라며 절에 가서 치성도 좀 드리고  이것저것 일러주고 온거라고 얘기해주더니 더 궁금한건 없냐고 물었다 

 당연히 제일 궁금한거는 내 문제 하지만 그걸 물어보면 내 이야기도 해야 해서 잠시 망설였는데  그런 속을 꿰뚫기라도 하듯 나를 도울려면 자기가 알아야 할게 있다며  귀신이라고 만물을 다 아는건 아니라는 농도 좀 섞어 내 기분을 편하게 해줬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내 가정환경부터 그간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간 속앓이를 다 풀어내고 나니  가슴 한켠에 막힌 응어리가 뚫리는 느낌이였다.   내 얘기를 끝까지 듣던 아줌마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듯 아무말도 하지않고 앉아있었는데  이윽고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뗐다.   나는 조상을 모실 그릇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것들은 내 곁에 있어서도 있을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단순하게 내가 뭔가 건들이지 말아야 할 어떤것을 건들었다는것.  부정한 것 더러운 그릇을 자의든 타의든 내가 시작해 버렸기 때문에 내 곁에 있는것이고  그마저도 기가 탁하지 않은 자에게는 붙어있질 못하는데  나는 부정한 것이 숨어들기 좋은 안식처 같은거라고 말했다. 


 사람은 공포를 한번 느끼면 그 공포로 인한 두려움을 낳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자연스레 그런 상황과 연관 지어서 무서운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더 겁에 질려하고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정신력을 얼마만큼 침착하게 컨트롤 할수있냐에 따라  기가 강하다 약하다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기' 라는 것은 수련을 해서 강해질수 있는것이고  기가 강한 사람도 의지력이 약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기가 약해질수도 있는데  아주 간단한 공식 같은거라고 말이다 


 덧붙여 소위 사람들이 만들어낸 귀신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상화 같은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느끼는 기준의 혐오스러움과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귀신=공포 라는 뼈대에  그 이미지를 삽입할 뿐이지 본인이 느끼는 대다수의 영은 그런 괴의한 모습이 아니라고...  가끔 원한이 깊은 것. 사념이 강한 것은 형체를 띄기도 하는데 아주 다양한 모습이기 때문에  딱 어떤 모습이다 라고 말하기가 힘들단다. 


 그냥 수증기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때도 있는데  그것을 왜곡시켜 형체를 내가 쉽게 인지할수 있는 이미지로 바꿔내니까  그런 흉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내가 공포심을 가질수록 그것은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자라날 것이며  두려워 할수록 힘이 강해지고 형체를 가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쉽게 왔던 곳으로 보낼수는 없지만 목적이 달성되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인력으로 그것을 보내려면 내 스스로가 강해져야만 한다고 했다.  (여기까진 기억나는 말들에 약간 살을 붙여 알아듣기 쉽게 쓴 것이다)  

 

너무 어려운 말들이라 지금에서야 그 뜻을 이해하지  어린 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머릿속엔 온통 내가 뭘 잘못만졌을까 하는 생각 뿐이였다.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시간이 꽤 오래 되 버렸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아줌마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내게 대충 옷을 입으라고 했다. 

 

 그렇게 밖을 따라나서 찻길을 하나 건넜고 작은 비탈을 하나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허름한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였다.  희미하게 가로등이 켜지고 어둑어둑한 곳이 밝아지고 있었는데  낡은 철문을 끼익 밀더니 2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하얗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남자였는데 아무말 없이 집으로 들어갈수 있게끔  몸을 비켜줬고 나도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길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잔잔한 향 같은게 났는데 난 좀 불쾌한 냄새였다. 국민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큰이모부 장례식에서 맡던 그 향냄새  땅콩 비린내처럼 비리면서 이상한 냄새라 어린시절 기억에도 맡기 싫어했던게 떠올랐다.   그 남자는 시종일관 아무말도 없이 묵묵하게 찻상을 펴고 방석을 깔고  이상한 맛이 나는 차를 내왔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이 굉장히 작아서 마치 웃고있는듯 보였는데  어찌보면 여자같기도 어림잡아 이십대 중반쯤 되 보였다.  


그렇게 말 없이 차를 홀짝 대다가 아줌마는 인사 같은것도 없이 다짜고짜  나 논산에 갔다 올테니 그동안 얘 좀 돌봐줘라 하는 것이다.  남자는 약간 놀란듯 했으나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여자같이 비단결 같았는데 편하게 선월이라 불러라 했다. 


 뭔 남자 이름이 그런가 싶었는데 여잔데 남자처럼 생겼나 싶기도 해서  호칭을 오빠라고 해야 하는지 언니라고 해야 할지 한참 갈등하다  친해지기 전까진 그냥 선월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아줌마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길래 엉거주춤 일어나서 뒤를 따라 나섰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집을 뒤돌아봤는데 익숙한 깃발 같은게 대문에 매달려 있었다.  


난 조심스레 아줌마에게 그분이 무당이냐 라고 물어보니  아줌마가 너 무당 본 적 있냐 하고 되물었다.  아니 처음 본다 라고 하니 그럼 뭘 보고 무당이냐 다시 묻길래  대문 옆에 깃발 같은게 있어서 그렇다 했다.  아줌마는 빙긋 웃으며 그래 맞다. 


이 말만 하고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아줌마가 나에게 당분간 이 집에 선월이랑 있으면서 지내라고 했다.  아줌마는 볼일이 있어서 논산으로 간다고 아마도 한달남짓 걸릴거니  그동안 선월이 밥도 챙겨주고 할거고 이상한 사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선월이 어딜가든 항상 따라다니라고 했다. 


절대 개인행동은 금물이라며..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꽤 소심해서 어련히 본인 스케줄이 있겠거니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줌마는 씻고 오더니 오늘은 나와 같이 자마 하며 아줌마 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줬다.  아줌마는 침대가 없어서 나란히 눕게 되었는데 어색하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자리에 누워 잠을 자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괜히 울컥해서 난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저 일개 중학생일 뿐이였던 내 삶이 어느날부터 이상하게 변했고  흘러흘러 모르는 사람 집에 동거까지 하며  보살핌을 받는다는게 신기하고 믿겨지지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토록 미워하던 아빠와 친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그들은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겠지 하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쓸쓸했다.   슬쩍 옆을 보니 아줌마는 곤히 잠든듯 했다. 


가만히 얼굴을 보니 꽤 미인형이였는데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서 나이보다 더 들어보였다.  낮에 들었던 그녀의 기구한 인생에 나는 묘한 동질감 같은걸 느끼며  지금쯤 살아있다면 내 또래쯤 됬을 아줌마의 딸도 그렇게 영이라는게 되어있을까  아니면 억울하게 죽어서 귀신같은게 되어있을까  혹시 아줌마에게는 딸이 보이기도 할까 수많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던거 같다.  아침이 왔고 나는 간만에 잘잤다 


하는 소리와 함께 힘껏 기지개를 폈다.  아줌마는 벌써 일어났는지 나만 방에 남겨져 있었고  정갈하게 이부자리를 개서 놓고는 거실로 나갔다.   부산하게 뭔갈 준비하고 있었는데 옆엔 이미 가방꾸러미가 두개나 있었다.  아침인사를 하는 날 보더니 여전히 싱긋 웃는 눈 인사로 대신하고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하며 주방쪽을 손가락질 했다.  

 

주방으로 가니 간촐하게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간만에 먹어보는 아침식사라 그런지  좀 더부룩 하긴 했어도 아줌마의 의외의 음식솜씨에 한그릇을 금세 비워내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선월이 왔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올라가는데 마당에 개들이 나와 눈만 마주치면 사납게 짖어댔다.  선월이 지나가니 얌전해졌는데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살벌하게 짖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선월이 오자 아줌마는 챙겨논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 세워진 중형차가 있었는데 그게 아줌마 차였나 보다.  


그녀는 재산이 없는듯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좋은건 다 가지고 있는듯 했다.  아줌마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월 말 잘 듣고있어 라며 차에 탔고 선월은 여전히 말 없이 눈 인사만 할 뿐이였다.  아줌마가 떠나는 걸 보니 왠지 마음이 훵한게  같이 지낸지 며칠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정이 들어버린듯 했다  한참을 밖에 서서 그녀가 간 자리를 보고 있자니 팔을 툭툭 치기에 집으로 들어갔다.  


딱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하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틀어보고 있는데  선월이 몇살이냐 물었다. 14살이라고 하니 거기서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말수가 적고 작은 체구와 달리 행동이 느릿느릿 했는데  첫대면에도 느꼈지만 모든게 여자같이 조신하고 정갈했다.   그날은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밤이 되자 나는 조금씩 불안했다.  아줌마가 없는 집은 굉장히 으스스했고 유난히 넓었다.  


그리고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데에 초조해져서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이 들면 그것이 지 세상인냥 활개치며 또 내 위에서 몹쓸 짓을 하고 날 괴롭힐거 같았다  아줌마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강하다 두렵지 않다 자기세뇌를 했지만  몸으로 한번 느낀 공포는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는다.  절대로 자지 않을거라 다짐했지만 세상에 감겨오는 눈꺼풀엔 장사 없다더니 잠이 쏟아져 왔다.  찌륵찌륵 귀뚜라미 소리가 자장가같이 들렸는데 점점 그 소리가 늘어진 테이프처럼 느려졌다.  쩌--르르륵.. 쩌------르르르륵  순간 뭔가 왔다 

 

하는 느낌이 들자 어김없이 내 눈앞에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이 이번엔 거꾸로 서있었는데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로 거꾸로였다  가발같은 지저분한 머리가 내 몸에 닿을듯 닿지 않았는데 서서히 내 얼굴쪽으로 다가왔다..  난 가위눌림처럼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고 그걸 그냥 정면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입에선 겨우 신음만 흘릴수 있었는데 그건 그런 신음소리가 듣기 좋은지 고개를 파르륵 떨었다.  얼굴이 점점 다가와서 내 머리 위에 서자 나도 모르게 눈이 위쪽으로 향했는데  그것은 위에 나는 아래로 얼굴이 일자로 마주섰다.  나는 지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그것의 뻥 뚫린 눈을 피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자꾸만 났다.


 그것이 그런 날 보며 이상한 소리로 큭큭 거리는거 같았는데..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잡아먹을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나는 아..아 하고 입이 벌어지며 그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진후  아랫도리가 축축 해지는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였다. 

 

깨어난 나는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피로감에 겨우 숨만 쉴 정도였는데  여전히 축축한 아랫도리의 느낌에 손을 더듬으니 오줌을 싼것 같았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머릿속엔 어서 이 이불을 치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 뿐이였는데  의지대로 되지않는 내 몸이 원망스러울 뿐이였다. 


 그대로 잠이 다시 들었다 깨니 오후가 다 되었다.  이불과 엉덩이는 이미 말라서 내가 오줌을 싼 흔적도 없었다.  침대 매트리스가 걱정이였지만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난 그제서야 몸을 겨우 일으켜 이불을 들고 조심스레 밖을 나갔다  거실에는 선월이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듯 했는데  깰까봐 까치발로 세탁실로 걸어갔다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살금살금 방으로 가선  장농에서 이불을 꺼내 덮어씌우곤 아무렇지 않은척 거실로 나갔다


.   선월은 어느새 깼는지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날 보더니 늦잠 잤네 한마디 하곤  주방으로 가서 상을 차리더라. 말 없이 마주보며 밥을 먹는데 아줌마와 달리 선월은 너무 불편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건지 모를 정도였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때쯤 선월의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고 한참의 통화후  설거지를 마친 나에게 같이 갈래? 라고 했다. 


 아줌마가 혼자있지 말라고 했던것도 기억이 나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때문에 당연히 따라가겠노라 했다.  집을 나선후 선월을 작은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갔다.  그곳은 공장이 즐비한 곳이였는데 대로변 커피숖 앞에 차를 세우곤 그곳으로 들어갔다.  난 그냥 뒤따라 갔고 그곳엔 젊은 여자가 선월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게 인사를 하던 여자는 날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  선월은 친척동생 입니다 한마디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눈치껏 뒷자리에 따로 앉았는데  선월이 내 몫으로 파르페를 시켜주곤 그 여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안듣고 싶어도 사람 귀는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다 듣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전부터 신월을 알던 사이 같았다.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이 그렇다는걸 알게 했다.  


인근에서 술집을 하는데 다 망한 가게를 헐값에 인수해서 영업했는데  그녀가 한후로 엄청난 호황이였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서 종업원들도 많이 부렸는데  언젠가부터 장사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고,  그곳에는 숙소같은게 있었는데 거기서 숙식하는 종업원들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아서  일을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고 매일같이 손님이 왔는데 거짓말처럼 손님이 딱 끊겨서  공치는 날도 생기고 해서 이유를 찾아봐도 별 소득이 없었고  장사가 잘되서 그런곳에 일하는 종업원들 선불을 빌려주는데 돈이 모잘라서  돈을 빌려서 마춰주었는데 일은 못하고 장사도 안되고 하니 양쪽으로 죽을맛이였나 보더라.

 

 어느날 갑자기 안되는게 말이되냐며  아무래도 여러모로 이상한 일이 많다며 선월에게 도움을 청하는거다   얘기를 나누던 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처 먹지도 못한 파르페를 두고 난 일어나야 했다.  여자는 같이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나를 뒤돌아보더니  오빠 따라다녀 재밌냐며 묻더니 잘생긴 친척오빠 둬서 좋겠다 하며 꺄르륵 웃었다.


 난 멋쩍게 그냥 웃어 넘겼고 그녀의 가게에 도착했다.  그곳은 지하였는데 술집이라그런지 눅눅한 술 냄새와 곰팡이 냄새 같은게 배서 고약했다.  들어가자마자 선월이 한바퀴 휘 둘러보더니 뭐라고 중얼 거렸다  난 그냥 그게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얼거림을 멈추더니 저기 하고 손짓했다.  


사방이 여러 거울이 있었는데 한쪽에 꽃그림이 어지러운 벽지로 마감된 벽을 가리켰는데  여자가 달려가서 보니 이상하게 못이 벽에 박혀있는게 아니라  모서리에 박혀있다면서 이상해! 라고 소리쳤다.   나도 따라가서 보았는데 진짜 아주 작은 녹슨 못이 모서리에 대충 박혀있었고  선월이 그걸 손으로 탁 치니 톡 떨어졌다.  구멍이 살짝 나있는걸 보고 그곳에 뭔가로 매꾸라고 하고는 선월은 가겠다며 나갔고  그 여자는 봉투를 들고 뛰쳐나와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내려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무당이 그런것도 하는구나 싶었다.  티비에 나오는 무당은 작두 같은데에 올라타고 무서운 화장을 하고 굿 같은걸 하고  쌀 같은걸 뿌리면서 점도 보고 했는데  선월은 뭔가 도사같이 멋있는 일만 하는거 같아서 신기했다.


 그건 잠시의 착각이였지만..  집에 도착하니 벌써 깜깜해져서 난 또 마주쳐야 할 밤의 고통에 한숨이 푹 나왔다.  그런 나를 선월이 봤는지 고민있냐 물어봤지만 그런 얘기는 아줌마외엔 할수가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선월은 도사님 같아서  주문 한방에 뿅 하고 그것을 없애줄수 있을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니  아줌마도 별말 없었을거란 생각에 잠시나마 의지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는  고개를 가로젖고 방으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 나는 그날 밤도 그것과 씨름해야 했고 그것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고민이라도 하는듯 별 해괴한 방법으로 밤을 괴롭혔고 매번 탈진해 정신을 잃어가며 깨어나길 반복했다.  일주일이 넘어갔을 무렵 내 모습은 마치 미라마냥 피골이 상접해졌고  급기야 밥을 먹다가도 졸도하거나 씻다가 정신을 잃어서 머리가 깨지는 등  여러 사건으로 심신이 많이 망가졌다. 


 그럼에도 선월은 내게 질문조차 하지않았고 그저 곁에 있으면서 상처 치료나 부축 정도로 날 도왔다.  기본적인 끼니 챙기기나 그 큰집의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고 계속 전화가 불티나게 오는데도  내가 따라가지 못하거나 오래 걸리는 일 같은건 거절하면서도  병원에 가자거나 약을 지어오는 일은 전혀 없어서 난 그점이 아주 이상했고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점점 기억력도 없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버려 반 바보처럼 생활을 해서  중간 중간의 일이 거의 기억이 안나는데 그날은 선월이 처음으로 내게 질문을 한 날이라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가방을 뒤져 뭔가를 꺼내서 내밀었는데 작은 환약 같은게 손마디 만한 통에 들어있는걸 물과 함께 주더니 먹으라 했다.

 


 무슨 약인지 물었지만 그냥 몸에 좋은거니 먹어 하며 다섯알을 손에 올려주고 난 털어넣었지.   그리고 놀랄만한 질문을 했는데 아주 태연한 말투로 그것과 대화가 가능하냐며  예전부터 당연히 알고있는 일이라는듯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길래 갑자기 짜증이 나서 쏘아붙였다.  그렇게 잘알면 직접 얘기해보라고 난 대화고 뭐고 그것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이제는 지난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조차 기억 안난다고 말이다   북받혀오는 설움에 엉엉 울며 난 정말 그것이 무섭고 두렵다 언제고 그것이 날 죽일거 같아서 잠을 잘수도 없고  스스로 죽기에는 난 아직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도  난 많이 살진 않았지만 남을 괴롭히거나 고의로 피해준적 없고 바퀴벌레 빼고는 재미로 뭘 죽여본적도 없다며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퍼부었다. 


 사실 선월에게 화풀이 할 일은 아닌데 난 그냥 화만 내고 있었다. 그러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제정신이 돌아왔는데 민망해져 버려서 살짝 선월의 눈치를 보았다.  계속 듣기만 하던 선월은 작은 눈을 치켜뜨며 할 말 다 끝났으면 이젠 내가 들을 차례라고 했다.


 오늘 밤 그것과 대화를 해서 그것이 비롯된 곳이 어딘지 알아야 한다고  그동안 충분히 내 양기를 먹었으니 사념 덩어리 같은 온전치 못한 그릇이 형체가 잡혔을거라며  아마도 내 의식으로 대화하고자 한다면 거절하진 않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 피한다면 빙의 같은걸로 육체를 얻고 이런 판타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양기만 쪽 빨려서 빈껍데기로 죽을거라고 그럼 구천을 떠돌 에너지 조차 남지않고 그냥 그게 끝이던지  아니면 아귀처럼 다른 양기를 찾아 굶주리며 배회하던지 둘중 하나 고르면 된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밤이 지나야만 해줄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말고 시키는데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선월과 얘기가 끝나고 잠시 같이 외출 좀 하자기에 간만에 집 밖에 나가 바람도 좀 쐴겸 나갔다.  이것저것 장을 좀보고 선월의 집으로 갔는데 여전히 역한 향냄새는 그대로 였다.  선월은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질 않았는데 꽤 오래 비워둔 집 치고는 깨끗해서 신기했다.  선월이 나왔고 집이 깨끗하다 하니 신당도 있고 해서 계속 방치할수 없으니 아침마다 짬을 내서 손질하고 가곤했다고  난 한낮이 되서야 일어나니 몰랐을거라며 별탈없이 자고있는지 확인하고 나갔으니 아줌마한테는 이르지마라 하며  능청스럽게 굴기에 난 맨입으로는 그럴수 없다 했더니 농담도 하고 살만한가보다고 해서 칫 하고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몸이 한결 가볍고 늘 짓누르던 피로도 없어서 그런지 머리가 맑고 개운한듯 했다.

 

 그런 선월도 평소와 달리 무뚝뚝하지도 않고 웃기도해서 나도 한결 마음이 편했다.  돈 벌 일도 못하고 그곳에 갇혀 내 뒤치닥거리만 해와서 비록 아줌마의 부탁이였다 해도  엄연히 내 문제이기에 늘 미안했거든.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춥다며 옷도 사주고 붕어빵도 사주며  오빠같이 살뜰하게 챙겨주기에 예쁨받지 못한 외동딸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배려에  내 형제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감정도 잠시 싸늘한 밤공기가 귀 밑을 훑고 지나갔을때 내 삶의 제 2의 시작점이 될 오늘밤에 대한 생각이  숨이 가빠오게 만들었다. 걱정되냐며 어깨에 손을 올리던 선월이 날 보며 작게 말했다.  널 지켜줄 사람들은 많다. 우.리.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코 끝으로 확 들어오는 찬기에 잠에서 살짝 깼다. 이불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으슬으슬 떨리는 추위때문에  비몽사몽으로 가늘게 눈을 떴어 숨을 쉴때마다 입김이 날 정도로 방공기가 너무 싸늘했다.  오늘밤은 유난히 춥구나 아직 한겨울도 아닌데 이정도로 춥다니 이번 겨울은 엄청 길려나보다 하고 몸을 뒤척였는데  갑자기 침대가 으르렁 대며 떨렸다.   침대와 같이 내 몸도 떨렸는데 추위에 떠는 정도로 이정도로 흔들리나 싶어 의아하던 차에  점점 더 심해지는 진동에 놀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침대 귀퉁이 모서리에 서서 빤히 바라보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어 그것은 엷은 미소를 띄며 날 바라봤는데  언제부터 달려있던건지 그 퀭한 구멍을 대신해 윤기없는 바둑돌 같은 눈 같은것이 달려있었다  흰자조차 없는 그 새카만 눈이 마치 연옥으로 가는 문 같았다   매일 마주하는 것이겠지만 도통 그 두려움은 사그러들질 않았다. 오히려 더 공포감은 가중될뿐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억지로 입을 열었다. 왜 나여야만 하는지 어디에서 온건지..  그것은 말없이 가만히 날 내려다 볼 뿐이였는데도 중압감 같은게 느껴졌고 마지막 정신줄만 겨우 잡고 있을뿐이였다.  


그것은 슬며시 손을 뻗었는데 가늘고 긴 그림자가 내쪽으로 길게 늘어져왔다.   이마에 순간 찬기가 스며들더니 극심한 추위가 온몸으로 퍼졌다. 귀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점점 커지는 소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난 꿈을 꾸는건지 어딘가에 홀로 서 있을뿐이었고  주위를 온통 둘러보아도 컴컴한 암흑뿐이었다.  순간 달칵 하는 소리 같은게 났는데 주위가 밝아지면서 보인건 예전 살던 반지하 집 방안이였다.   조심스럽게 어둠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자 이상하게도 내가 나온곳은 장롱안이였다.  


주방에서 달그닥 대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보았는데 믿기지 않게 그곳엔 엄마가 서있었다.  엄마 언제 돌아온거야? 나 지금까지 꿈을 꾼걸까?  혼란스러움을 잠시 뒤로하고 엄마! 하고 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처럼 엄마는 설거지를 멈추지 않았고 내 입에서 탄식이 나올때쯤  현관으로 내가? 걸어 들어왔다. 내가...? 또 다른 내가 엄마에게 학교 다녀왔어 오늘 점심은 뭐야 하고 웃는데  '우리 스레주 좋아하는 된장찌개 ' 하고 엄마가 방긋 웃었다.  방에 들어온 나는 엄마! 장롱 새거야! 라고 했는데 낯이 익는 광경이였다. 

 

 그건 엄마가 집을 나가기 두달전쯤 보험회사에 같이 다니던 팀장 아줌마네서 얻어온 장롱이였다.   그때 엄마가 말하길 그 아줌마네 동생이 쓰던 장농인데 산지 몇달도 안되서 돌아가셨다고.  지병이 있어서 계속 아파하셨는데 그분 남편이 이제껏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한번 못사봤다고 한탄하던  아줌마 동생에게 선물한 장롱인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보고있으면 맘 아프다고 버리겠다는걸  새건데 아깝다고 엄마 생각이 나서 연락해서 줬다고 했었어.   우리집엔 내가 태어날때부터 쓰던 오래된 장롱이 있었는데 아빠라는 인간이 술 처먹고 열 받는다고  주먹으로 쾅 때려서 문이 푹 쪼개져 들어간걸 스티커 붙여서 몇년째 쓰고있었거든  

 

나는 너무 잘됬다고 신나했는데 엄마가 그 집 아줌마가 담배를 많이 펴서 장농이 닦아도 닦아도 누렇다고  나보고 좀 닦아놓으라고 해서 열심히 닦아대고 차곡차곡 이불과 몇벌 안되는 옷을 예쁘게 개서 넣었다.  그 상황이 그대로 내 눈 앞에서 벌어졌다. 내가 겪었던 그 상황이 토시하나 안틀리고...   그래 내가 나를 보고있었다. 그게 꿈이란걸 알쯤에도 그 상황의 나는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좋은 장롱이라 서랍장에도 레일이 달려있어서 안무겁게 잘 열린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그걸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따끈한 밥상을 들고 들어온 엄마는 된장찌개에 조기를 찢어주며  토요일인데 우리 단둘이 데이트 하러 갔다올까? 하곤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생생한지  난 그 자리에서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않았다.  난 아직 엄마품이 그리울 열네살 소녀였으니까..  스레주야! 하고 날보고 밝게 웃어줬다 엄마는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 보고 ..스레주야! 스레주야!!!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눈 주위는 축축했고 내 눈 앞엔 선월이 있었다.  한참을 깨워도 안일어나서 걱정했다며 꿀밤을 쥐어박았다. 나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엉엉 하고 아주 크게...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선월은 꿀밤때문에 내가 우는줄 알고 연거푸 사과 했다.  하지만 내 통곡의 의미는 당연히 그게 아니였다..   아 보고싶은 어머니..내 엄마!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너무 그립다.  엄마! 하고 한번만 불러보았으면...   나는 깨작깨작 밥알을 세고 있었다. 선월의 고집에 억지로 식탁에 앉았지만 아직도 그 감정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훌쩍거리고 있었으니까 밥을 먹는둥 마는둥 뒤적거리다 국만 두어번 떠먹곤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괜히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선월이 갈아낸 딸기를 주며 이모 모레 돌아오신다 하고  얘기를 꺼냈다. 이모라함은 아줌마를 말하는것 같아서 아 하고 짧게 대답했어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선월이 아줌마와의 첫대면을 말했는데 아줌마의 신병을 제일 먼저 안게 선월이라고 했다.  선월은 십대에 신을 모셨는데 그쪽에서 꽤나 명성이 있었나보다. 다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아줌마의 친정오빠가  선월을 데려왔고 신병을 고치고 집안을 세울려면 신내림을 받아라 하니  아줌마가 욕을하며 선월을 내쫒았는데 선월은 아줌마의 고집도 고집이지만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그렇게 그 집에 들락거리며 신내림을 종용하고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해보고 별수를 다 써도  아줌마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지만 잦은 왕래로 정이 들었는지 친정오빠의 사례금 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보살피고 하면서 지금까지 친구역활로 오랜시간 지내왔다고  아줌마가 성격은 까칠하지만 한번 인연이 된 사람은 쉽게 보지않는다며  논산에 간것도 장군 모시는 선월의 신어머니께 간거라고 그 의미를 알겠냐 내게 묻길래  난 앞서했던 말들도 이해를 못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월은 아줌마가 그토록 증오하던 신내림을 나 때문에 받으러 가셨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왜 하필 나같은것 때문에 얼마나 안 사이라고 날 위해 그분이 희생하셔야 하냐니까  그게 아줌마의 의지니 미안해할 필요없다 그저 모르는척 하라고 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 내가 당연히 거부할거니 비밀로 하라 하셨지만 선월은 내가 알고있는게  앞으로의 일에도 좋을거 같아 얘기했다 한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난 그 많은 일을 겪은것도 이런 빼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것도 어린 나에게는  견딜수 없는 시련같았다. 왠지 돌아오는 아줌마 얼굴을 똑바로 볼수 없을거 같아서 하루하루가 지나  아줌마가 돌아올 날이 될때까지 신경을 너무 써서 설잠을 자야했고  그것과의 사투로도 굉장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아줌마가 돌아왔다.  보자마자 이년아 잘있었냐 하고 웃으며 볼을 잡아당기는데 어쩔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신내림 받느라 힘들었는지 얼굴이 좀 푸석푸석해 보였지만 그 세파에 찌들은 얼굴이 뭔가 매끈하고 빛이 나는게  뭔가 고통이 덜어진 느낌이라 얼굴이 더 좋아진것 같았다.  아마도 수년간 몸안의 것이 어지간히도 괴롭혔을테지.  같이 지낸동안 이상한 행동같은건 한번도 안보여줬지만 난 아줌마가 힘들어한다는걸 느꼈으니까   아줌마는 혼자 온게 아니였다. 새하얀 백발을 쪽을 지고 연한 옥색 한복을 입은 노파와 5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중년여자와 함께였다.

 

 선월이 어머니 오셨냐며 맨발로 뛰쳐나가 짐을 받고는 팔을 끌어 집안으로 모셨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른이니 인사를 하려 앞에 가 섰는데 노파와 눈이 마주친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요동쳤다.  아줌마는 쨉도 안될 정도의 중압감이였는데 눈매가 번뜩이는게 마치 호랑이 같았고  백발까지 선해서 그런지 꼭 산신 같은 느낌이랄까.   어렵사리 인사를 했는데 나 같은건 하찮다는듯이 그냥 가버렸다. 선월은 자기가 더 무안했는지 애써 웃으며  어머니가 좀 애들하고는 영 안친하셔서 하고 웃더니 귓속말로 저분이 아줌마와 자기의 신어머니라고  장군을 몸에 담아 다니신다더니 포스가 진짜 남달랐다.  중년부인은 제자라고 했는데 같이 있는동안 단 한마디도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아마도 벙어리라 추측해본다.   아줌마는 뜬금없이 선월과 바람이나 좀 쐬고 오라고 했는데  선월은 아무 질문없이 내 손을 잡고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그렇게 따라나가 다 저녁때 돌아왔는데  현관을 열자마자 역한 향냄새가.. 선월에 집에 늘 가면 나던 냄새가 났다.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날보고 선월이 그랬다.  아줌마 신당때문이라고 그걸 도우려고 신어머니랑 두분 같이 오신거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진짜 실감이 났다. 아줌마가 이제 무당이구나 정말 무당이 됬구나 하고..  아줌마 방에서 뭔가 시끌시끌 소리가 나더니 세분이 나오셨다.   편의상 신어머니는 장군할머니 중년여자는 제자라고 하겠다.  장군할머니와 제자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기도때문에 가봐야한다며 채비를 하셨다. 선월이 피곤한 아줌말 대신해  할머니들을 터미널까지 모셔드리기로 했다. 선월은 바로 집으로 갈거라며 짐을 챙겼고  그사이 할머니가 아줌마에게 당부 같은걸 하고 있었다. 


인사는 해야 할것같아 현관에서 배웅하려 하니  갑자기 날 매섭게 돌아본 장군할머니는 등짝을 쎄게 쳤다.   순간 아픈 느낌보다 잠시 어질하더니 컥 소리와 함께 앞으로 코꾸라졌다. 제자는 날 일으켜 부축하였고  어리벙벙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어린것이 짠하다 나머지는 너희 몫이다 하고 돌아섰다.  뭔진 몰라도 배웅 인사는 해야 할것같아 대문까지 쫒아가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  희안하게도 개들이 날보고 짖질 않았어. 그땐 그게 우연이라 생각했다.   아줌마가 물 좀 달라하기에 갔다주고 소파에 앉아서는 그동안 어땠냐 묻기에 그것에게 시달린 이야기부터  꿈 얘기까지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게 전부냐 혹시 꿈에서 그것을 보았냐 뭔가 미심쩍은건 없었냐 묻기에  아니라고 했더니 순간 아줌마 눈이 번뜩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피곤하니 내일 얘기하자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져서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아줌마의 말을 곱씹어 보았지만 난 도통 뭘 놓친건지 뭐가 잘못된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은 이 집에 온 후 두번째로 그것에게 시달림을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어.  내 방 창가에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는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날 돌아봤다.  하얗고 예쁜 아이였어. 날보고 씨익 웃더니 손을 내밀어 창밖을 가리켰어   그곳은 그 집의 정원이 그대로 보였는데 어느새 그 애는 그곳에 가 있었다. 제일 큰나무 밑에 서서는 날 향해  크게 손을 흔들더니 서서히 모습이 사라져 갔어. 이상하게도 그상황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였다.  

 

그렇게 잠에서 깨니 동틀무렵이였고 이왕깬거 아침이라도 준비하자 싶어 주방으로 갔다.  서툰 솜씨라도 내가 받은 그 은혜, 미안함 갚을 마음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깟걸로 어림도 없지만 할수있는 선에서 뭐든 도움이 되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것 같았으니까   아줌마는 아직 안일어난듯 했다. 일어나 마실 물 한잔을 들고 아침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노크를 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살짝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안 그곳을 밝히는 등과 초들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와 무구들 그녀가 진짜 무당이라는게 실감났다. 순간 등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고  방을 엿본게 매우 불쾌했는지 혼을냈다. 그렇게 화내는것도 처음봤지만 서운한 마음도 들어 눈물이 찔끔났다.  그래도 내 잘못이니 사과드리고 식사드시라 하곤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깐 미안했다며 요즘 예민해서 그런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신당이 있는 이유는 이제는 선월 같은 무당이 된것 친가쪽의 조상신을 모시는 만신이 된것  삼산돌기? (라고 했던가 부모님쪽 뿌리 본인 뿌리의 고향을 찾아 조상을 받고  뭐 그런거라는데 잘 기억이 안남)며 내림까지 하는데 며칠이 걸렸고 나머지는 장군할머니께 신령님 모시는 방법등  무속인으로써의 자세를 배우고 산에 들어가 기도하고 뭐 그런것을 하느라 이십여일 걸렸다며  집에 돌아오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고 나에게 얘기할 준비가 안되있는 상황에서 내가 몰래 엿본게  좀 당황스럽다 보니 화를 낸거같다며 오히려 사과했다. 


그런 그녀를 보니 더 미안해졌어 다 알고있었지만  본인 입으로 나에게 그 말을 하는게 더 가슴 아팠다. 난 조심스레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어째서 갑자기 내림을 받으신건지 그 이유 알아도 되겠냐고 말이야   아줌마는 잠시 놀란것같더니 다 알고있었냐는 표정으로 숨김없이 얘기해주마 했다.  나를 만나기 며칠전 꿈을 꿨는데 작은 나비가 하나 집으로 날아들더란다 나비는 날개가 반쯤 꺾여서 버둥대며  아줌마 발 앞으로 떨어지길래 조심스럽게 들어 손바닥에 올려놨더니 금새 날개가 펴지며 날아가더라고  나비가 가는걸 한참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토록 보고싶어도 단한번도 꿈에 나오지않던 죽은 딸이 앞에 서있었데.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길래 너무 기뻐 안아보려 하니 사라졌고 잠에서 깼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고 며칠후 뭐에 끌리듯 목욕탕에 갔고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된거라고.  처음엔 내 모습을 얼핏보고는 그녀처럼 기구한 운명인지 알았는데 전혀 영에 밝은 타입이 아닌데다  그것의 기세가 굉장해서 분명 원혼귀라 생각했는데  몸안의 울림도 같은 생각이였는지 쉴세없이 곧 죽겠다 라고 되뇌였다고..   기도 굉장히 약해서 거의 그것의 아우라로 덮여있어 한눈에 봐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였는데도  생각보다 내 경계가 심해서 어짜피 필연이면 분명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에 보냈는데  몇시간도 채 되지않아 만나는거보니 니가 나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데..  

 

내가 생각보다 순순히 따라와줘서 어찌 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그녀도 앞으로 어째야할지 난감했다고..   그리고 그날밤 꿈에 딸이 나와서는 우는 그녀를 가만히 보더니 자기가 죽은건 명이 다해서 간거니  그만 슬퍼하라며 달래더란다.. 억울하게 요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한 모습에 계속 슬퍼하고 힘들어해서  딸이 극락왕생 하지 못했던거 같아 이제 그만 힘들겠다 다짐했단다.  딸은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응원했고 주먹쥔 손으로 뭔갈 건내주었는데 그때의 나비였다고  엄마가 지켜줘야해 그래야 우리의 업이 풀리는거야 라는 말을 남기곤 잠에서 깼다고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습한 기운과 악취 같은게 나서 헐레벌떡 내 방으로 달려왔는데 나는 몸이 얼어붙어 있었고  그것이 모습을 본 순간 내 몸에서 분리되서 나온 모습은 엄청나게 큰 머리카락 뭉치처럼 생긴 원귀였는데  꽤나 양기를 먹어서 그런지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모습이 갖춰지진 않아  적당히 쫒을수는 있었다

 

고.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고 정식으로 제를 지내거나 구명시식이라는걸 하기에는 그녀가 역부족이여서  제대로 만신이 되질 않으면 도울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할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딸의 의지가 한몫 한거지  내가 불쌍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아니니 부담갖거나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딸의 말처럼 얽힌 업을 풀기 위해서니까..   순간 내 머릿속은 스친건 지난밤 꿈에 나온 하얗고 여리여리한 소녀의 모습이였다. 

 

아줌마에게 꿈 얘기를 하며  혹시 딸의 모습이 이러이러하냐 하니 거의 흡사하다고 했다.  살아생전에도 많이 먹여도 살이 안찌고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이여서 불면 날아갈까 화초처럼 키웠다고  항상 하얗고 매끈한 얼굴로 엄마하고 뛰어와 안기곤 했는데  한팔에 쏘옥 들어올정도 였다고 하는 그녀의 두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아줌마의 딸이 어째서 인지 모르지만 날 도와준다고 하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그땐 아줌마의 말도 다 이해하지 못했었고 이런 상황들이 신기하고  내가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느낌에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것 같다.  

 

도대체 그 업이란게 무엇인지 지금도 나는 모른다.  전혀 연고도 없는 사람들끼리 인연과 필연이라는걸로 얽혀 사는것도 신기할 뿐이고   정오가 다됬고 선월이 왔다. 그녀와 나는 얘기를 나눈후로 묘하게 더 돈독해졌고 선월은 비상한 눈치로  우리의 얘기가 오갔다는걸 알고있는다는듯 싸인을 보냈다.  아줌마는 신당 관리로 분주했지만 절대 나에게 심부름이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에 선월과 나는 방해될까 싶어  장이라도 볼겸 외출했다. 


가는길에 지난밤 그것을 못보고 아줌마의 딸에 관한 꿈을 꿨다 얘기하니  장군할머니의 도움이 크다 라고 했다.  그 할머니의 호령 한마디면 왠만한 영가는 벌벌 떨 정도로 무서운 장군님을 모시는데  잔챙이들은 위협 한번으로도 떨어져 나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의식 없이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도움줄수 있는건  아줌마와 내가 준비될때까지 힘을 빼놓는것 뿐이라고 아마 며칠은 잠 잘 잘거라며 웃었다.  지금도 그때도 무속이라는것은 이해가 도통 되질않는 어려운것이다  역시 그속까지 알려면 직접 무속인이 되는 수밖에.

 

 선월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 마침 선월의 집에 가던 그 술집 언니였지.  한참 선월과 얘기를 하더니 자그만 보따리를 주고 돌아가길래 무슨일이냐 물었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가게 다시 잘된다고.. 한군데 더 확장해서 떡이랑 음식한거 주려고 왔다고 하더라.  선월은 내 생각보다 더 영험한거 같았어..  그나저나 그 언니는 뭐하러 이 먼곳까지 왔을까 생각했는데 아마도 선월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몇번 못봤지만 하는 행동이며 말투며 그런곳에서 일을 하니 그럴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이라는게 있으니까  그걸 얘기했더니 선월이 펄쩍 뛰며 그런 소리 하지말라고 총총걸음으로 가버리더라.  궁금해졌어 선월의 과거 그리고 현재 그 박수무당의 삶이.. 그에게 물었어  선월! 무속인의 삶이란 어떤거야? 느린걸음으로 걷더니 그는 얘기했어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다만 벼랑 끝까지 몰려서 더 이상 견딜수가 없을때 죽는것과 바꾼 삶이랄까  죽기 아니면 신내림 둘중 하나였으니까 나만 아프면 되는데.. 내가 꼼짝하지 않으면 내 주위 사람들이 다쳐  그렇게 동요를 이끌어내는거야 굴복 할수있도록'   난 좀 부끄러워졌어. 

 

난 이렇게 아줌마와 딸 선월 등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고 있는데도  그것과 마주칠때면 고통이 끝날수있게 죽게해달라 기도했는데 선월은 그 어린 나이에 도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친어머니가 직접 장군할머니에게 보낼 정도였으니 그 상처가 이루 말 할수있었을까  나 같은건 감히 말도 꺼낼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선월은 그때의 선택에 더이상 후회는 없다며 지금은 예쁜 선녀님과 같이 사니 더 좋다고 했어.   선월에게 여자친구는 없었냐니까 무속인은 평생 혼자 살아야해 일종의 계약 같은거거든  내가 신령님과 쭉 같이 살기로 했으니까 바람피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무당인데도 행실이 천하고 기도도 주기적으로 드리지 않으면 영이 탁해져서 무당의 제 구실을 못하고  몸도 마음도 망가지게 된다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무당이 많이 없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영이 탁해 제대로 볼줄도 모르면서 나처럼 원귀나 잡귀 같은게 붙은 사람에게 구명의식을 해야함에도  신령으로 둔갑시켜 내림굿을 종용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내림굿도 아니고 상차림만 해서 북만 두드리니  온천지 잡귀가 다 붙어서 또 다른 선무당을 만들어내니  신어매도 제자도 다 하나같이 돈에 눈먼 사이비가 되는거라며 열변을 토했어. 

 

 그런 얘기를 쭉 듣다보니 좀 무서워졌다. 내가 만약 계속 우리집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됬을까.  분명 목사님의 안수기도 같은걸로 사탄을 내쫒는다며 어디 산속에서 감금 당하거나  (할머니의 교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아님 아줌마와 선월처럼 좋은 사람들을 못만나게 되서 선무당이 됬거나...   선월이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우린 전생에 분명 인연이였을거야 내가 분명 선월과 아줌마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을거라고 그걸 갚기위해 억겁의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야.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설명 할수없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니 그 말이 일리도 있다고 생각됬어.  선월에게 그럼 내 인생도 점 쳐줄수 있냐고 물었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넌 아직 어리니까 그럴 필요없어 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말야 돈 많아? 내 복채는 비싼데 하길래 내가 돈이 어딨어! 하니  그럼 더더욱 안되겠네~ 하고 농을 치더니 깔깔 웃으면서 집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그래 맞아. 선월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평범한 학생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집에 오니 아줌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어. 통화가 끝나고 우릴 불러 앉혀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우선은 내 얘기를 시작했다. 난 한번 더 그것과 만나야하는데 거기서 얻은 결과로 구명의식 날짜를 정할거라고.  아줌마의 의견으로는 그 장농이 문제라고 했다.  요절해 죽은 이의 물건을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가져오면 그 물건에 붙어있는 영가도 따라오는데  아마도 엄마가 큰 실수를 한것 같다고  내 생각에도 엄마는 크리스찬이다 보니 미신 같은거엔 콧방귀도 안뀌었다. 

 

당연히 조치 같은건 안봐도 비디오겠지  그런데 문제는 엄마도 아닌 나에게 붙었다는거고  교회에서 있던 일 전에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것도 이상하다고 말야.  그러니 그 원인을 알면 도움이 많이 될테니 힘들더라도 한번 더 시도해 보자고 했어.  당분간은 장군할머니 덕에 세력이 좀 약해졌으니 빠른 시일내에 끝내야 한다고  나도 체력을 좀 키워놔야 그것과 싸우는것도 앞으로의 의식에 버틸수도 있을거라며 말했어.  

 

그리곤 선월에게 몇장의 부적을 건냈다.   내 방만 빼고 여기저기 부적을 붙였는데 그것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걸 막기위함이라고  가뜩이나 아줌마의 신령님이 그것때문에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  의식 치루기도 전에 그것과 싸움이 나서 꽁꽁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장기전이 될거같아서 붙이는거라 했다.  내가 아는건 그것도 다 알게되는거니 몰래 일을 처리해야하지만  어짜피 장군할머니 덕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서 약이 바짝 올라있을테니  조만간 모습을 들어낼거라고도 말했다.  어짜피 난 들어도 잘 모르니 그냥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됬고 그것과 만나야하는게 두렵고 떨렸지만  전처럼 나약한 마음은 들지않았다.

 

 내 주위엔 날 지켜주는 두분 아니 셋이 있으니까 말이다.   며칠이 지난 밤이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감기 기운이 들어서 골골거렸더니 선월이 약을 사다주고 갔어.  잘 채비를 하고 약을 먹고 잤는데 잠깐 잤을까 너무 추워서 약 기운이 든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는데  내 머리맡에 그게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는데 약 때문인지 몸에 힘이 안들어가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것이 머리를 쓰다듬는데 머리가 마구 울렸고 앙상한 손이 팔을 스치니 팔이 쪼개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온몸 구석구석을 터치하며 고통을 줬는데 겨우 떨어지는 입으로 외쳤어.  난 니가 두렵지않아. 어떻게든 니가 온곳으로 돌아가게 만들겠다 라고 악을 썼어.  그것이 조금씩 동요하는게 느껴졌어. 

 

 갑자기 그것이 내 얼굴에 그 더러운 얼굴을 비벼대며 가래 끓는듯한 저음으로 얘기했어.  내 이름을 찾아줘.. 그리고 불러줘.. 그럼 니가 가장 필요한걸 돌려줄게..   온몸에 소름이 돋고 그것이 얼굴을 부빌때마다 얼굴에 뭐가 기어가는듯 했다. 악취는 말할것도 없었고..  그것의 얼굴이 뚝뚝 떨어지며 내 얼굴에서 떨어졌는데 너무나도 끔찍했어.  빌어먹게도 터져나오는 눈물때문에 내가 두려워 한다는걸 들켜버렸다.. 그것이 킬킬 대고 웃더니  다시 얼굴을 들이대고 귀에 속삭였다.   쭈그렁 할미가 원하는게 내 본모습이니 보여주마. 그대로 전해줘라. 너로 비롯되었으니 너와 같이 가겠다고  눈 앞에서 엄청난 속도의 주마등이 지나갔다. 

 

마치 영화필름을 돌리듯이.  굉장히 빠른 속도의 영상이였던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도 일일히 다 기억난다.  (내가 본것은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 무성영화 같았는데 읽기 좋게 풀이해서 쓸게)   그곳엔 내가 있고 그것이 있고 또 다른 내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내 삶이 아니였는데  다른사람의 삶인데도 마치 내가 겪은 일마냥 머릿속에 박히더라.  우린 단란한 세식구였어. 남편과 나 다 큰 아들 하나.  생일이였는지 케잌에 불을 껐고 아들이 선물을 내밀었다.  

 

작은 선물상자에서 꺼낸건 열쇠고리였는데 아주 낯익은 거였어.  난 아주 행복하게 웃었어  순간 원래의 난 뭔가 깨달았지 내가 놓친게 무언지 뭘 잘못했는지 어째서 그것이 나에게 온것인지  갑자기 그것이 소름끼치게 웃었다.   내가 깨달았다는거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듯이 그 문드러진 입으로 크게 웃으며 얘기했어.  '내 이름을!!!!!!!!!!!' 난 뭐에 홀린듯 이름을 얘기했어. '박순자' (이름은 가명임)   순간 몸이 붕뜨는 느낌이였는데 그뒤론 기억이 안나고 깨어났다.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거실에 발을 딛자 마자 구역질이 확 나더니 오바이트를 했어  너무 놀라서 벙쪄있다가 치워야겠어서 휴지를 가지러 탁자로 가는 한걸음에  또 머리가 빙빙 돌면서 구역질이 나는데 한발자국도 못움직이겠드라. 

 

결국은 방 문에 기대서 겨우 앉아있는데  아줌마가 나와서 내 몰골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셨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디는게야!' 라고 소리를 쳤는데 마치 노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나서의 기억은 없다.   내가 눈을 떴을땐 선월과 아줌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도 보고있었는데 일어나니 두통도 엄청 심하고  온몸이 다 아파서 마치 심하게 급체한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내 몸상태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선월이 지난밤 일을 다급하게 물었어.  어쨋든 난 그 일을 기억나는 선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선월이 그 이름이 누구의 이름이냐 묻길래.  사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모르는데 그 꿈에서 나온 그 여자의 이름 같다고  그것이 이름을 부르라길래 정말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다니까  선월은 정색한 표정이였고 아줌마는 한숨을 푹쉬었어.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한걸까 생각했는데 그럼 그 열쇠고리는 뭔지 묻길래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엄마가 나간후 남겨진 옷가지의 체취로 엄마를 대신했어. 아직까진 냄새가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다 그 모습을 아빠한테 들켰는데 집 나간 엄마를 욕하면서 주정을 부리길래  너무 화가나서 엄마가 나간건 다 아빠가 남긴 빚때문이라고 대들었다가 기절할때까지 벨트로 맞았어.  맞다 깨길 반복했는데 다 불태운다고 난리를 피더니 옷을 가지고 나가버리더라.   장롱에 남은건 옷걸이 뿐이였어. 화가나서 서럽게 울다가 혹시라도 남은게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뒤지던중에  장롱 맨밑 작은 서랍장 안에 검은 벨벳 원단으로 돌돌 말린 작은걸 발견했는데  그걸 열어보니 열쇠고리가 있었고 꿈에서 본 그거였다.  달걀모양 공에 작은 보석 알갱이들이 색색으로 박혀있는 장신구였는데 난 당연히 엄마의 것이라 생각했고  매일 가지고 다녔다. 

 

집에 놔두면 아빠가 또 버릴것도 같고 예쁜게 맘에 쏙 들어서 지갑에 매달고 다녔는데  지갑을 안가지고 다니는 날이 많아서 열쇠에다 같이 매달아서 벨트고리에 매고 다녔거든   교회 안채에서 깨어난후 학교를 갔는데 장신구만 쏙 빠진채 고리만 달랑대고 있어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그것을 보기 전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던게 기억이 나서 교회에 며칠 머무는동안 이리저리 묻고 찾았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는 청년부 언니가 지하실에서 장신구를 보았고 다 깨져버려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길래  처음엔 엄마라도 잃은냥 슬퍼했다가 장신구에 큰 의미 부여해서 가뜩이라 피곤한 삶  스스로 더 힘들게 만들지 말자 싶어 그동안 잊고있었다.

 

 근데 그게 꿈에 나온걸보면 엄마의 것이 아닌것 같다 라고 쭉 얘기했더니  아줌마가 혀를 끌끌차며 이제 알겠다는듯이 얘기했다.   그 장신구의 주인이 그 꿈의 여자 즉 박순자의 것이고  아마도 장롱의 원주인 요절한 그 여자이자 그것인것 같다고 얘기했어.   요절한 영가는 이승의 남긴것에 대한 애착이 커서 미련때문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머물던곳이 다른곳에 가버려 객귀가 되버리니 얼떨떨 했을텐데 소중한것까지 왠놈이 가져가버리고 깨버렸으니  화가 났을법도 한데 마침 그 장본인인 내가 허약체질에 그맘때 밥도 잘못먹고 방황하고 다녀서  기가 쇄할데로 쇄해있으니 들러붙기 딱 좋았을거라고  그 말을 듣고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어.  가만히 듣던 선월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름을 짓거나 불러준다는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그럼 단순히 붙어있는것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기 때문에  내 몸이 그것이 아주 씌이는걸 허락하는 일이 되버린거라 일이 아주 어렵게 됬다고 했다 무당이 할수있는 구명의식은 퇴마굿 같은거라 고명한 스님들이 하는것과는 틀리다 했어.  뭐라고 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할수있는건 일단 영가를 불러내 원하는걸 해주고 좋은곳으로 가길 구슬리던지  자꾸 버티고 못살게 굴면 신령님들 힘 좀 빌어서 강제로 내보내는수 밖에 없는데  후자같은 경우 내가 입는 데미지도 크고 쫒아냈다 싶다가도 잠깐 피해있다 다시와서 더 악랄하게 괴롭힐수도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전자쪽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근데 이것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그냥 통째로 나를 먹겠다는 심뽀라 만에하나 수가 틀리면 강제로 쫒아내야 하니  마음의 준비정도는 하고 있어야 할거라고.  얘기가 끝나고 목이 말라 거실로 다시 나가려는데 아까같은 상황이 또 생겨났다.  방 밖으로 나가는걸 누가 막기라도 하는듯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서 속이 답답하고 타는것 같이 괴로워서 뒹구는데  순간 내 몸이 내것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오감이 다 닫힌것처럼 눈도 귀도 느낄수 있는 감각이 전부 전원을 갑자기 끈것마냥 다 꺼져버린듯한?   내가 내 몸에서 갇혀버린듯 했다. 

 

단지 내 의식만이 깨어있는것 같은 이상한 경험이였지  칠흑 같이 어두운 곳에서 의식만 붙잡고 두려움에 떨길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것 같은데 갑자기 전원이 탁 켜졌고  난 방에 누워있더라고 혼이 쏙 빠진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부자연스러운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였다.  선월과 아줌마는 내 눈을 빤히 보더니 한시름 놨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어.   후에 두분이 하는 얘기를 듣고 난 경악했다. 내가 암흑속에 갇혀있었을땐 내 몸을 그것이 대신 쓰고있었다고 말야. 

 

 내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고꾸라진후 나를 부축하려 아줌마가 오자  엎어진 상태에서 눈만 굴려 아줌마를 쏘아보더라고 그륵그륵 가래 끓는듯한 소리를 내며  계속 치우라는 악다구니만 쓰는데 누가봐도 그 존재는 내가 아니라는걸 알수있었다고 해  아무도 내 몸을 누르거나 하지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뭔가에 눌려있는듯 버둥대는게 그것이 속박 당하고 있다는거  그건 부적의 영향이 크다는걸 두분은 당연히 알수밖에 없었을테니까.

 


 선월이 다가가서 그것에게 물었다고해 무슨 원한으로 어린애 몸에 붙어 패악질을 하는건지  더 이상 발악하면 천도는 커녕 구천을 떠도는 짓도 못하게 멸해버릴꺼라며 엄포를 놓자 그것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마음데로 해보라고 하며 혼자 좋게 가지는 않을거니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깔깔 웃더란다.  그리고는 이내 몸이 늘어졌고 그제서 내 의식이 돌아온거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온몸이 덜덜 떨렸어.  그것이 내 몸에 상주하고 있다는것도 소름끼치는 일인데 그것이 지배할때는  내 몸을 불쾌하게도 내 의지대로 할수없다는것이..

 

 이미 한번 겪은 그 암흑상태가 너무 충격적이였기에 두번 다시 겪고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코마상태에 가깝다고 하는게 맞는것 같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식물인간들이 나같은 상황을 깨어날때까지 지속적으로 겪고있는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잠깐이였지만 너무 끔찍했어  아무튼 내 생활이 지극히 정상도 아니였지만 더 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됬으니  다급한 마음로 아줌마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두분에게 도움을 청한건 처음이였다. 난 그정도로 간절했어.  그동안은 괴롭힘 당할때마다 죽고만 싶었는데 내가 죽은 후에도 괴로울 삶이던지 영혼도 없는 존재가 될바에는  살아서 하는데까지 해보자 다짐했었다. 그리고 선월이나 아줌마의 삶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행복한 처지였으니까..  선월은 그런 날보고 멋지게 웃어주었어. 아줌마나 나도 마찬가지로 기가 넘쳤지  난 그들로 인해 많이 변해가고 강해져가고 있었으니까. 

 


그건 나뿐만 아니라 그 둘도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  아줌마는 하루빨리 의식준비를 하는게 낫다며 선월에게 이것저것을 말해주었는데 한참을 듣던 선월이  자기는 나와 따로 할일이 있으니 굿판은 장군할머니랑 같이 준비좀 하라고 했다.  아줌마가 이유를 묻자 나와 같이 서울에 좀 가야 하겠다고 했어. 이왕이면 연관인들을 만나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니  아줌마도 공감하는듯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도 그곳에 가면 뭔가 자세한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거야.  하는데까지 해보자며 선월이 싱긋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안도가 됬어. 셋이라면 무엇도 겁나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 제일 먼저 엄마의 지인을 만나러갔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건 같이 일하던 아줌마라  어렸을때부터 엄마 외근 따라다니고 해서 얼굴도 익숙하고 회사나 직함도 잘알고 있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의 일과 내 처한 상황을 얘기하는데 처음에 엄마 일로 눈물바람이더니  후에 내 상황은 비웃었어. 그 아줌마도 교회 권사였거든.  물론 쉽게 믿어주지 않을것 같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기분 나쁘고 화가나는건 어쩔수 없더라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선월에게도 어린 나를 꼬여내서 이상한일 벌인다고 뭐라고 하며  정 힘들면 자기가 목사님께 알아보겠다는둥 비아냥거리며 헛소리를 자꾸해서 참지못하고 쏘아붙였다.

 


 내 처한상황 되보지 않고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라고 그리고 나한테 붙어있는 그것 분명히 아줌마 동생일꺼라고  꺼내줄테니 얘기 좀 해볼라냐며 당신 동생 이름 박순자 아들 하나 남편 세식구아니냐며 소릴 지르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엄마땜에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보고 정신병원에 가보는게 낫겠다고 했다.  그리고 선월에게 이 책임 꼭 지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는 아빠한테 연락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길래  뭔가 이상하게 된것 같아 당황했다.  순간 뇌리를 스친건 두사람의 이름이였어 그 아줌마 성씨랑 그것의 성씨랑 다른게 아닌가  아주 간단하게 찾을수 있는 일이였음에도 당연히 장롱을 그 아줌마가 동생꺼라 얘기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다. 

 

 내가 어버버 거리며 어찌할지 모르니까 선월이 대신 입을 뗏다. 믿든 안믿든 이 아이가 위험에 처한건 사실이고  우리는 그걸 막으려 노력하는것 뿐이니 도움이 될게 아니면 그걸 막지만은 막아달라고 말을 했다.  아줌마는 그래도 요지부동으로 아버지를 찾니 경찰에 신고를 하니 하며 말이 안통하길래  난 어쩔수 없이 아빠의 끔찍한 체벌 상식 밖의 행동 자식은 짐덩어리로 생각하는 부성애 제로의 모습을 비참하게도  이야기 할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얘기를 들은 아줌마도 말이 없었고 선월은 숨소리조차 내질 않았다.

 

 어짜피 이젠 나혼자의 몸이고 이제와서 부모를 원망할 마음도 없으니 나에게 벌어진 일은  내 스스로 처리해나가겠다고 했어. 아빠도 친가도 내겐 전혀 도움이 되질않으니까 그냥 없었던일로 해달라고 했다.  오늘의 무례는 용서해달라 사과하고는 그 자리를 일어났다.  아줌마는 어디로 갈꺼냐 묻길래 대구에 아줌마 댁으로 간다고 하곤 선월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때로는 무관심이 도움이 될수 있는거라며 내가 아줌마를 원망할 일은 안하시길 바란다고 꾸벅 인사하곤 나왔다.  그녀는 어린 애가 너무 당돌해서인지 기도 안찬다는 표정으로 내 모습을 지켜볼 뿐이였다  우리늘 그곳을 떠나 그전 내가 살던 반지하방으로갔다.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있었고  집 살림 하나없이 이사갔다는 얘기만 들어서 장농의 행방은 영원히 알지도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돌아와야 했고 그 얘길 들은 아줌마는 강경책으로 가자며 준비 되는데로 식을 하자고 했다.  어짜피 내가 매개니 굿장소는 상관없다 했어. 한가닥 잡고 있던 실마리마저 없어져서 괜히 의욕이 떨어지고 침울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무 도움이 못됬기 때문에 뭘 돕고 할 처지가 아니라서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굿준비가 쉬운일은 아니였던것 같았다. 시골에 계신 장군할머니의 스케줄을 맞춰야 했고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아서  바쁜와중에도 나는 자주 헛소리를 하고 기절하고 몇번씩이나 그 끔찍한 경험을 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월이 손님이 올거라고 했어 만났던 아줌마의 지인이라 했고 마침 이쪽으로 출장 올 일이 있어서  나와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더라고 아마도 그 장롱에 관한 일인듯 했는데 그걸 미끼로 아빠가 올 가능성도 있었어.  선월은 현명했기 때문에 약속장소를 연고없는 곳으로 잡았으니 아줌마에게 해가 될 일은 없을거라며 날 안심시켰다.  

 

우리 아버지란 작자는 분명히 나를 빌미로 아줌마나 선월에게 돈을 뜯어낼수 있을정도의 악랄한 인간이였으니까  걱정이 안될수가 없었다. 그딴일로 이제껏 입은 은혜 갚지는 못할망정 피해는 주기 싫었다.  며칠후에 그 사람을 만나러 선월과 나갔다 약속한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인사를 나눴는데  순간 입에서 헉소리가 났다. 분명 그날 꿈에 나왔던 박순자의 남편이였다.   꿈에서 본것보다 많이 마르고 수염이 거칠어 그런지 더 늙어보였지만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그 남자를 보니 가슴 한켠에서 요동치는 느낌같은게 들었는데 난 아무렇지 않은듯 있었어.  

 

우린 한참 말없이 앉아있었고 남자가 가까스로 입을 뗀건 내 나이를 묻는것이였는데 난 얼른 대답해내곤  단도직입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당신의 아내의 이름이 박순자고 다 큰 아들이 하나 있지않냐 라고 하니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렵게 입을 열어 맞다고 대답하더니 나보고 무당이냐고 물었다.  난 아니라고 무속인은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이고 아무래도 그 사건에 필요한 일들이라 자꾸 행방을 찾고있었던거니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얘기했다. 남자가 천천히 지난 날 일들을 이야기했다.  본인과 박순자 그리고 다 큰 아들 하나 이렇게 세사람이였는데 젊어서 엄청 고생해서 어렵사리 집장만을 했고  그때 몸도 마음도 집안살림도 모두 다 새것으로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너무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때 산 장롱이 내가 아는 그 장롱이냐 묻자 남자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장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했어. 일단 그 아줌마의 동생이 가져간 장롱은 남자의 소유였고 우리집까지 치면  총 세번째인거지. 앞서 말했듯이 그 장농은 새 살림을 장만 한거면서 새로 산거였고 얼마안되 박순자가 죽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족들은 망가지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젊은 아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자며 하나하나 정리를 시작했다고 해.  그러던중 새로 산 장롱을 버리자 말자 옥신각신했는데 태우기에는 도심에서 그러기에 쉽지가 않았고  새거인데 그냥 버리기도 좀 그래서 팔자고 결정이 났었는데 생활정보지에 내놔도 이상하게 물건보러 와서는  새거인데다 가격이 싼데도 사람들이 그냥 가서 이상했다고..  

 

그러던중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중 하나가 와이프가 지병으로 고생하는데 변변찮은 살림하나 못해줬다며  푸념하자 좋은 일이라도 하자싶어 그 장롱을 주겠다고 했어. 후배는 고맙다고 술값 계산하는걸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얼마후 트럭을 가지고와서 가져갔다고 연신 새거고 너무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갔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그 집 와이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남자는 장롱에 귀신이라도 붙었나 할 정도로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녔다고 했다.  왠지 그래서 장례식도 안가고 부주만 전달했다고 해. 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그간 잊고있었는데 장롱을 가져간 후배가  술한잔 하자고 하여 나간 자리서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고 후배의 처형 즉 엄마의 지인인 그 아줌마가  내 얘기를 우스갯삼아 했는데 가족들과는 다르게 기독교를 믿지않던 후배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고  내가 말한 가족관계며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생각하던중 선배가 떠올랐다며 돌아가신 형수님이름이  박순자 아니냐 하며 나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듣자마자 가슴이 쿵내려앉는것 같았다 한다.  그래도 남일이니 크게 신경 안쓰고 싶었지만 잠을 자도 일을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나고  정말 아내의 영가가 애꿎은 아이의 장래까지 망친다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거라고 생각이 되서 여간 찝찝한게 아니였다고 했다.

 

 나도 나지만 아내가 편하게 저승으로 간것도 아니고 무슨 원한으로 구천을 떠도는지 그게 사실인건지도  왜인지도 알고싶고 해서 이렇게 연락했다며 도울수 있는 일은 다 돕겠다고 했어. 대신 아내를 꼭 만날수있게 해달라며..   나는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이며 그것과의 첫만남. 그리고 며칠전의 일까지  한참을 설명하자 남자는 어쩔줄 몰랐다. 아내를 잃고 초라해진 중년 아저씨의 모습은 왠지 작아보였는데  내 얘기를 듣곤 더욱 그 어깨가 움츠러든것 같았다. 열쇠고리 얘기가 나온순간 남자는 깜짝놀랐다.  유골함에 넣으려고 그렇게 찾아도 없던게 내 손에 있었다는게 신기했고  그것때문에 내가 괴롭힘을 당했을거라는 추정에 또 한번 놀랐다. 

 


 가구가 들여지고 그날 파티를 할때 아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준 선물이라 애지중지 닳는다고 잘 모셔뒀다고 했는데  며칠안되 그렇게 가버렸다며 끝내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나와 선월은 그모습을 보며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듯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길래  이렇게 된 이상 굿판은 그쪽 집에서 하는게 맞다 선월이 말했고 남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일정이 잡히면 연락 달라고 하고 악수를 청했다.

 

 아저씨의 푸근한 얼굴로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라고 대신 사과했다.  사과를 받는것도 굉장히 뻘쭘한 상황이라 그냥 인사만 꾸벅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니 아줌마가 활짝 웃으며 잘되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인연과 과거의 업은  어떻게든 얽혀있어서 필연을 만들어내는것 같다고 생각치도 않은 의외의 수확에 선월에게 엄청 칭찬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장군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말씀드린 아줌마는 한참을 네네 거리더니  수일내로 올라오시라는 말을 하곤 끊었다.  아주머니 첫 굿이니 신어머니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계속 시건이 맞길 기다렸는데 날짜가 정해졌다고  오시기전에 준비를 다 해놓자 했다.

 

 가닥이 잡히니 일은 일사천리로 쉬웠다. 굿판 날이 정해지고 선월은 그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자세한 얘기를 하고  채비를 하라고 했다. 일주일후 선월과 나는 전날 미리 그곳에서 하루묵기로 하고 그 집으로 갔다.  연신내 역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 동네였는데 이상하게도 늘 가던 길인냥  자연스럽게 그 집까지 해메지도않고 가더라.  도착하니 집엔 아들이 있었는데 대학생쯤 되보였다 꿈에서는 이목구비가 약간 흐리게 나오긴했지만  그 집 아버지처럼 한눈에 알아보게 되었어. 보자마자 맘이 뭉클해 졌다.   그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닌듯 했어. 

 

뭐랄까 얼굴을 빤히 보는순간 애잔함? 가엾은 그런 감정들이 뒤죽박죽 되면서  어 뭐지? 하는순간 울어버렸달까. 나도 그 오빠도 많이 당황했어 그렇게 말없이 서있었는데  선월은 그런 우릴 안중에도 없이 이방 저방을 다니면서 뭔갈 부지런히 하고있었다.  새집 장만을 했다 들었더니 집이 지은지 얼마 안된 빌라라서 깨끗하니 좋았는데 확실히 남자들만 살아서 그런지  공기가 매캐했어 

 

근데 그 매캐함은 단순히 홀아비 냄새로 다가아니였나보더라.  선월은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로 이곳저곳을 응시했는데 그때마다 어깨와 목이 들썩거리며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런 모습이 기분 나빴는지 그 집 아들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선월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길래  무속인이라고 했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럼 저 행동은 무어냐고 또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좋지않은게 있어 그런것 같다고 했더니 콧방귀를 뀌며 나지막히 비웃었다.  그런 상황이 불쾌할거란거 이해는 가지만 지금 이게 누구때문인데 하고 울컥했다.  물론 그 오빠의 잘못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너희 엄마때문인데 라고 계속 소리지르고 있었어.  

 

잠시후 선월이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왔다.  내가 왜그러냐 묻자 대답않고 서있더니 아저씨가 오면 이야기 좀 나눠봐야겠다고 했어.  난 뭔가 불쾌한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방에 짐을 놓으려 들어가자마자 등골이 서늘 한걸 느꼈다.  말이 안방이지 작은 티브이 하나 어수선한 패턴의 싱글침대 하나가 다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삭막하고 기분이 좀 그랬다.   방을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내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겁에 질렸는데  머릿속에선 계속 도망가야된다 라는 단어 같은게 머리를 휘젓는것 같았는데 너무 혼란스러웠어.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꼿꼿해지더니 누가 내 머리를 세게 치는듯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내 의식조차도 없었는데 깨어나보니 선월이 내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그 아저씨도 와있었다.  아저씨의 아들인 그 오빠는 내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내 눈을 피하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아저씨도 선월도 썩 좋은 얼굴은 아니였다. 난 직감적으로 그것이 또 나와서 난리를 쳤겠구나 했는데 한가지 의아한건  그것은 지네 집인데도 해괴한 짓을 하나 싶고 이해가 안갔다.  선월에게 무슨일이냐 묻자 아저씨가 대신 입을 열었는데 선월은 됬다며 아저씨 말을 가로막았고  나에게 그저 쉬라고 하고선 두분이서 할 얘기가 있는지 같이 밖으로 나가드라.  

 


기분이 더러운건 난데 그 기분 나쁜 눈초리를 보이던 그 오빠가 굉장히 불쾌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방에서 나갔어. 내가 화장실 문을 열때쯤 기다렸다는듯이 오빠방의 문이 열렸고 눈이 마추쳤다.  굉장히 경계하는 기분 나쁜 눈초리에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괜한 분란 일으키기 싫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어.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를 불러세웠다. 왜그러냐고 묻자 다짜고짜 정체가 뭐냐고 물었어.  정체가 뭐겠냐고 사람이지 하며 피식 웃고 지나치려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막말을 하기 시작했어.  자기 엄마 팔아서 등을 처먹는다나 뭐라나 그거 말고도 뭔가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나도 내가 사기꾼이였으면 차라리 좋겠다며 화를 냈어.  니가 1분이라도 내 몸에 들어와 있어봤으면 그딴 말 못할거라고 나도 같이 쏘아붙이며 해서는 안될 말을 했어.  어짜피 니 에미도 곧 있음 이승에서 못 볼텐데 지금 실컷 봐두라며 악다구니를 쓰니까 뺨이 철썩 하더니 불이 붙었어.  난 오빠를 노려봤고 그 오빠도 날 노려본채로 한참을 서있었다.  소란에 아저씨와 선월이 밖에서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고 우리 둘의 상황을 보더니 선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리는 아저씨를 밀어붙이며 오빠가 말했다. 저 사기꾼들이 우리 처지 이용해서 돈이나 뜯어낼 심산일거라고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냐고 막말을 하니까 아저씨가 오빠의 뺨을 후려쳤어. 버릇없이 구는것도 정도껏 하라며  선월과 나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방문을 확 닫고 들어가버리더라.  나와 선월은 뻘쭘하게 서있었고 아저씨가 대신 굽신굽신 사과하고 오빠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  얼핏 들은 내용으로는 내가 아까 기억을 잃었을때의 일을 이야기 하는것 같았는데 엄마가 아니잖아!! 아니잖아!!  이런 소리를 들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선월은 마른 침만 삼킬 뿐이였지. 선월이 피곤할테니 방으로 들어가자 하길래  나는 선월의 팔을 밀쳐내고 계속 안의 이야기를 엿들었어.  내가 기억을 잃었을때 내 몸에 들어와 있던게 박순자가 아니라는 내용.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  나는 선월을 말없이 쳐다보았어. 선월은 난감하다는듯이 머리를 쓸어올렸는데 내가 이 이야기가 뭐냐 라고 묻자  내일 아줌마 일행 오면 이야기 하자며 얘기가 길다고 했어. 지금 당장 이야기 하라고 화를 내니까  내일이면 다 알게될테니까 하루만 참아보라며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선월이 내 이부자리와 자기 이부자리를 피더니 먼저 누워서 자버리더라.  얘기 안해주려고 수 쓰는것 같아 이를 박박 갈고 내일 일어나서 보자 하고 나도 잠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일찍 우리는 아줌마 일행을 마중나갔다. 장군할머니와 벙어리 중년여자, 아줌마 셋이 차에서 내렸다.  굿을 한다면서 왜 셋만 오는지 이상했다. 분명 그전에 얘기 하는걸 들었을때는 북쳐주고 꽹가리 쳐주는 아저씨들이랑  상차림 도우는 분들이랑 인원이 엄청 들어간다고 얘기 들었는데 온건 세분이 다니 궁금했어.   장군할머니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이였고 인사만 겨우 받아줄뿐이였다. 

 

아줌마가 어서 들어가자며 집으로 들어갔고  마지못해 인사하는 오빠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던 아저씨가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었어.  나는 앉자마자 아줌마와 선월에게 빨리 숨기는걸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아줌마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였고  선월은 헛기침만 해댔지. 어제 일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모르는게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장군할머니가 이제 이야기 해줘라 얼마 안남았으니 됐다. 이러더라고..  선월이 먼저 입을 열었어.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플러그가 나간듯 했다. 

 


 그 이야긴즉슨.   내 몸에는 박순자와 이름 모를 남자 영가 둘이있는데 나만 빼고 모두 알고있었더라고..  아줌마나 선월 모두 처음부터 두 존재를 느꼈는데 보통 한 몸에 두 영가가 들어가면 세력다툼으로  사이가 아주 안좋은데 나같은 경우는 희안하게도 박순자가 돌아다니면 그놈이 아주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었는데  기운이 느껴지기에는 표면상 박순자가 쎄보여도 알짜배기로 힘을 축적하고 있던건 그놈이라고 했어.  마치 박순자를 조정하면서 나쁜건 박순자한테 다 시키고 자기 혼자 실속은 다 차리는듯한  마치 자기는 눈에 띄면 큰일이라도 나는듯이 아줌마와 선월이 오면 멀리 피해있다가  뭔가 불리해질라치면 박순자를 방패삼아 나오고 그랬다며 아마도 내가 제일 처음 조우한게 그놈이고  계속 그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가 이 집에 와서 눈에 띄게 박순자가 돌아다닌 거라고 얘기했어.

 


 뒤죽박죽이라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는데  결론은 내 몸속에는 박순자 혼자가 아니라 그놈이랑 두마리가 같이 있다는거잖냐고 하니 맞다고 했어  이제껏 이야기를 안한건 그놈이 설치고 다닐 만큼이 되어야 떼어내기도 쉽다고  일부러 서울까지 와서 그놈을 끄집어 낸거라고 내가 이 집에서 정신을 잃었을때 그놈이 이곳에서 완전히  정체를 들어낸데에는 뭔가 확실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했어.  우리에겐 박순자에 대한 실마리 뿐이였고 그놈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가 없으니까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지.  박순자는 날 괴롭히는 횟수에 비해 힘이 너무 없고 그놈은 갈수록 기세가 등등해져서  아마도 박순자는 그것에게 뭔가 매여있는게 있다고 지금 알수 있는건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대충 끝나고 아저씨와 오빠가 들어왔다. 오빠는 뻘쭘한 표정으로 어제 일에 대해 사과했고  나는 못들은척 그냥 넘겨버렸다.  둘이서 무슨 말이 있었는진 몰라도 그 오빠는 나에게 굉장히 미안해하는 표정이였어.  불현듯 아줌마가 그 오빠 손을 붙잡고 나지막히 이야기 했어. 너도 편하진 않았겠구나 하면서 어깨를  툭툭 두번 털어주는데 내 눈에 뭔가 희미한 연기 같은게 보였다.   굿은 이 집에서 안할거라고 얘기 했어. 

 

내가 그 이유를 묻자 어짜피 이 집에서 굿 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  그저 와본것 뿐이라고 박순자와 그놈 모두가 이곳에 연관이 되있으니까 당연히 와야 했던것 뿐이고  생각외로 이곳에서 뜻밖의 단서가 있다고 했다.   장군할머니가 오빠를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오빠가 그 기세에 눌렸는지 주눅이 든것 같았어.  장군할머니가 너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이 분란을 일으키냐 라고 말했어. 그 오빠는 영문도 모르고 혼이 나니  얼이빠졌는데 장군할머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혀를 쯧쯧 찼어.  


아저씨가 장군할머니에게 무슨 뜻이냐고 거듭 묻고 또 묻자 한참만에 할머니가 대답을 했다.   니놈이 다 달고 와서 니에미도 죽고 집안이 쑥대밭이 됬구만 한놈도 아니고 두놈 세놈  집구석이 사람의 집인지 귀신의 집인지 알수가 없다 라고 호통쳤어.   나와 아저씨 그 오빠 셋은 입이 떡 벌어졌지 그건 또 뭔소린가 싶어서  아줌마와 선월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였고 뭔말인지 물을려고 하니 시간없으니 빨리 일어나자 라고 하고  휭 하니 나가버렸다. 일행들이 다 나가고 나와 오빠 아저씨 세명만 반쯤 넋이 나가서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어. 벙어리 아줌마가 회색 봉고차를 끌고 집 앞에다 댔고 우리는 다 그 차에 타서 이동했다.   한 30분쯤 달린것 같았는데 서울 근교에 이런 시골같은 곳이 있었나 싶은게 꾸불꾸불한 도로를 계속 가더니  커다란 간판으로 굿당이라고 써있는 곳에 도착해서 내렸다.  벙어리 아줌마는 능숙하게 차를 주차하곤 우리를 따라왔는데 굿당이라고 해서 난 엄청 쌀벌한 곳일줄 알았는데  그냥 시골집 같이 생겼다. 

 

그 집 마당에는 엄청나게 큰 아름드리 나무가 있었는데 보기만해도 을씨년스러운게  아마 계절탓도 있겠지만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한 회색빛 나무가 아주 흉물스럽게 생겼었어.  한참 그 나무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장군할머니가 뭘 넋놓고 있냐며 호통을 쳐서  죄송하다 하고는 얼른 집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거실에 앉아있었고 아줌마와 할머니 선월은 다른 방으로 가서는 한참후에 선월만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오빠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했어 오빠는 쭈삣쭈삣 하더니 아저씨가 고개짓을 하자 그제서야 들어갔어.  방에서 말소리 같은게 들리더니 우당탕탕 소란이 났다.

 


 아저씨가 놀라서 방문을 열려고 하니까  방문이 잠겨서는 열리지 않았고 계속 그 오빠의이름을 부르면서 괜찮냐고만 소리쳤어. 아저씨가 문을 부술듯이 치자  가만히 앉아있던 벙어리 아줌마가 아저씨 등을 툭 치며 시끄러우니 잠자코 있으라고 했어.  순간 난 그쪽으로 쳐다보며 아줌마 벙어리 아니네요? 라고 말해버렸다.  그 아줌마는 씩 웃으며 쓸데없는 말 하려고 달린 입이 아니니까 라고 짤막하게 얘기하고는 다시 앉아있었다.  아저씨는 계속 얼굴이 하얘져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후 방문이 빼곡 열리더니 얼굴에 온통 땀범벅을 한 오빠가 나왔다. 

 


 쓰러지듯이 자리에 앉아서는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호들갑을 떨며  괜찮냐 무슨일이냐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선월이 뒤늦게 나오자 아저씨는 또 선월에게 매달려서 무슨일이냐 하니  세분이 쪼로록 나와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어.   그 집에는 귀신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오빠의 어깨 위에 늘 붙어다니고 하나는 안방에서 아주 눌러있는데  아직까지 큰 해는 안끼치고 살았나보다 라고 했어. 그중에 하나가 방에서 튀어나와서 소란을 피고 도망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세분이 꾹 누르고 있어서 도망도 못가고 쭉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네들은 친구라고  원래는 셋이였는데 한놈이 나가버려서 그동안 쭉 둘이였다고 따로 해끼치지도 않았고 있는듯 없는듯 잘 있었는데  왜 자기들을 내쯪으려고 하냐고 사정하더란다. 

 

그래서 아줌마가 니들 셋이 박순자 죽이지 않았냐 라고 하니  펄쩍 뛰면서 우리는 아니라고 자기들은 그저 이곳에서 머물고 싶었을 뿐인데 셋중 하나 나가버린 놈이  원래 죽기전부터도 성질이 고약하고 못됬었다고 그놈이 수 쓴거라며 핑계를 대더란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받혀서 셋다 그자리에서 죽었다고  그렇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흉가에 자리 잡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맛있는 냄새가 나서 간곳에  이 집 오빠가 있었다고 했어.

 


 친구들이랑 담력시험 한다며 귀신을 부를거라고 쑈를 했는데 나름 상차림도 하고  아주 몸에 씌여주길 바라는듯이 무방비 상태였다고 했어. 셋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우고  술에 취해 헤롱거리는 오빠 몸에 셋이 꾸물꾸물 들어가서 왔다고.  그 말을 하던중 오빠가 멈칫하더니 그맘때 일정이 더 남았었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아파서  자기 혼자 먼저 집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아저씨는 그런 얘길 첨 들었는지 깜짝 놀란 눈치였고 오빠는 많이 놀랐는지 몸을 가끔 떨 뿐이였다.  

 


우린 아무말없이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장군할머니가 내일 밤에 시작해야겠다 한마디 하시니 모두가 끄덕였어.  내가 굿이요? 하니 선월이 고개를 까딱했다. 아저씨네에 붙어있는 귀신들은 세가 약해서  크게 걱정 안해도 떨어져 나갈거라며 천도굿으로 원한없이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동안 먹고 싶은거 세상구경 다 했으니 크게 미련같지 않아도 되지않겠냐며 오빨 보고 씨익 웃으니  오빠는 왠지 고갤 푹 내렸어 아마도 오빠에게 붙어있는 놈중 하나에게 하는 말이였을거라고 생각했다.   할 일이 많았는지 그날 밤부터 준비가 시작되었는데 나나 아저씨 가족은 별 도움이 안되서  각자 방에 들어가 쉬기로 했어. 내일 있을 의식때문에 체력도 비축해둘겸이니 미안해하지말고 쉬라길래  들어오긴 했지만 영 신경쓰이고 잠이 쉬 들지않았어.  

 

밖은 뭔갈 옮기는 소리 뚝딱거리는 소리 놋그릇 부딪히는 소리등 부산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소리가 점점 멀어져가늘거 같더니 잠이 스륵 오더라.  가수면 상태? 라고 하나 잠은 자고있는데 모든 감각이 살아있는 느낌.   불쾌한 느낌은 아닌거보니 가위는 아닌것 같은데 잠을 자고있는거 같은데도 눈과 귀가 열려있는 상태였어.  보통 그런 경우엔 몸이 안움직여 지는데 희안하게도 손과 발이 꿈틀댈수가 있더라고 그게 뭐라고 신기했던지  난 손에 모든 감각을 집중해서 손가락을 한개 움직이면 두번째를 움직이고 해서 한손을 잼잼 할수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창문에서 써늘한 바람이 휙 들어오더니 얇은 면 커텐이 펄럭..  자연히 그쪽으로 시선이 따라가게 됬는데 면커튼 사이로 희미한 형상이 보였다.   순간 느낌이 좋지않아서 몸을 일으켜세우려 했는데 손만 겨우 움직인터라 몸은 못에 박힌양 꿈쩍도 하지않았어.  입에서 으으으 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는데 다시 시선을 돌리니 커튼쪽엔 아무것도 없는게 아닌가.. 헛걸봤구나 하고  마저 이 가수면상태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후 반대편 손을 움직이려고 얼굴을 돌리는 순간  긴 치마단이 손끝에서 보이는게 아니겠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떴는데 그자리 그대로 치마단이 있었다.  치마단은 공중에서 약 10센티 정도 떠있었는데 그정도 틈이면 발이 보여야 하는데 없었다. 

 

 사람 심리가 참으로 고약한게 무서움을 느끼면 자기도 모르게 눈을감아 상황을 피하려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굳이 안봐도 되는걸 보려고 하더라..  공포영화에서도 꼭 안봤으면 될걸 꼭 궁금해서 봤다가 명을 단축시키는걸 보면서 멍청하다고 했는데..  나도 역시 그 바보중 하나였어. 치마단을 따라 시선이 쭈욱 올라갔는데 날 내려다보는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외상으로 더럽혀진 얼굴은 아니라 비교적 깨끗하게 볼만했다.   늘 내앞에 나타나던 존재는 심연의 구덩이 같은 뻥 뚫린 두 눈 너덜거리는 살점 지독한 냄새를 동반하거나  내 기를 빨고 형체가 잡힌 모습이였어도 늘 흉측한모습 그대로였는데 이번엔 뭔가 다른듯 했어. 

 

 이곳에 있는 지박령인가? 생각한 순간 그것이 곧 부서질것 같은 입을 떼어 얘기했어.  "하지마. 다 죽을거야 하지마"  다짜고짜 뭘 하지마란거야 생각하는데 얼굴이 많이 낯이 익는거야. 목소리도 어디서 들은것 같았는데  순간 그게 박순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심호흡을 크게 쉬고 입술에 감각을 모아  한자한자 또박또박 이야기했어. 마치 재활이라도 하는듯 힘들었지만 말이다..   박순자가 맞냐고 물으니 그것은 날 내려다 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어. 묻고싶은게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않았는데 박순자가 다시 얘기했다. "멈춰. 도망가. 나오면 다 죽을거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날 가르키고 방문이 스르륵 열렸는데  오빠와 아저씨가 묵는 방쪽으로 손가락이 향했어. 순간 굉장히 슬픈 얼굴로 변했는데 내가 다시 물었다.  나와 오빠가 다친다는거냐 묻자. 짧게 "죽어" 라고 얘기했다.  어째서 우리가 죽냐고 하니 그놈을 건들이면 다 죽을수밖에 없다 라는 말만 하고는 미끄러지듯 방문 앞에 섰어.   마치 뭔가에 갇힌것처럼 더 나아가질 못했는데 굉장히 슬픈 뒷모습이였다. 날 괴롭혔던 그 미움은 어디로 가고  내가 그리워했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동정심이 샘솟았는데 순간 몸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이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어.

 

 몸을 일으켰는데 몸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라 날아갈것만 같았는데  그녀뒤로 선 내 발끝이 사뿐해서 신기해 이리저리 몸을 돌려본 순간 난 충격을 먹었다.  내가 그대로 자리에 누워있었으니까...   당황한 나는 그게 유체이탈이라는걸 알았지만 다시 들어갈 방법을 몰라서 어쩔줄 모르고있는데  순간 내 몸으로 박순자가 빨려들어 갔다. 뒷통수를 쎄게 맞은 느낌으로 당했다! 하고 느끼는 순간  누워있던 내 눈이 번쩍 떠지더니 일어나는게 아닌가. 내 몸을 돌려달라 소리쳤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듯 무표정으로 일어나 자연스레 방문을 나갔다.   난 쫒아가고 싶었지만 박순자처럼 뭔가가 막고있는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어.  내 몸을 뺏겼다는게 충격이였지만 내 영혼이 이방에 갇혀 있다는것도 굉장히 미칠거 같았다.  머릿속엔 난 이제 어찌되는건가 선월은 날 알아보겠지? 유령인 날 알아보겠지 하며 별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아저씨네 방문이 삐걱 열렸어.  

 

이상하게도 마당쪽에 사람들이 있어서 불빛이 있을텐데도 매우 컴컴했고 어스륵한 달빛만 들어올뿐이였다.   심지어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 그 부산한 소리는 커녕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방에 들어간 내 몸 그러니까 박순자는 한참을 누워있는 오빠와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봤어.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바닥으로 내리더니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는게 보였다.   한참을 어루만지고 훌쩍훌쩍 우는거 같더니 아저씨 쪽으로 가서 손을 부여잡는거 같았어  이윽고 고개를 떨구더니 펑펑 우는게 아니겠어. 그정도로 우는데 두사람이 깨지않는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순간이라도 내 몸을 뺏긴걸 잊을정도였어 그 오열은 내 평생 두번 다시 못볼 보고있는 나까지 자연스레  눈물이 떨어질거같은 슬픔이였다. 그 울음소리는 내 몸에서 나왔지만 내것이 아니였어.  그러더니 두사람의 이부자리를 매만져주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   나에게 고맙다는듯 눈인사를 하고는 내 몸에서 빠져나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 몸으로 빨려들어 가는 느낌이 났어  그리고 눈을 떴는데 꿈인지 현재인지 분간이 안가서 박차고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바깥은 아까처럼 부산함 자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꿈이였구나 하고 있는데 입에서 짠맛이 났어.  거울을 보니 눈과 입이 엄청 흉하게 퉁퉁 부어있었는데 진짜 내 몸으로 박순자가 울었던건가 싶었다.  그게 진짜였다면 꿈이 아니였다면 난 진짜 그렇게 몸을 뺏길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다.   난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달려나갔다. 붉은빛의 가로등과 마당으로 연결 되어진 백열등 여러개가 빨래줄에 걸쳐져  낮처럼 환했다. 그에 대조 되는듯 나무로 무성한 굿당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이여서 더 으스스 했던거 같다.  

 

마당에 있던 흰 고목 앞에 큰상이 하나 놓여있었고 바깥에 딸린 구식 부엌에서는 상차림 준비가 한참이였다.  왠지 아줌마와 선월은 보이지않고 장군할머니 일행만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던중  누군가 내어깨에 손을 얹어 깜짝 놀란채 뒤를 돌아보았더니 선월이였다.   선월은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웃더니 안자고 왜 나왔냐고 물었다.  난 아까 전에 겪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고 선월은 왠지 놀라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담담히 듣기만 했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난후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 나누듯이 그랬구나 알겠다 하고는  별일 없을테니 이만 들어가 자거라 했다 선월이 그렇게 말하는게 이상했지만 그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거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는게 선월은 나에게 그저 큰 믿음 그 자체였나보다.  왠지 아까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 나서 눈을 떳을땐 다음날 아침이였다.  밥 먹으라는 소리와 함께 선월과 거실로 나가자 벌써 모두가 일어나서 식사준비 였다. 다들 자리에 앉자마자  부산히 밥을 먹었는데 왠지 모를 긴장감에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와 오빠네 일행 외에  의식을 돕는 여럿이 더 자리에 함께 했고 그중에 북을 치는 새치 가득한 나이 좀 있어보이는 아저씨는  내가 나오자 에구 어린것이 고생이 많구나 하며 혀를 쯧쯧찼다.   장군할머니는 눈을 흘기며 입방정 떤다는 표정으로 쏘아봤고 아저씨는 겸연쩍어 하며 마저 숟가락질을 했다.  아무말없이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다과가 나오자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가을이니 해가 금방 떨어진다며 해지기 전에 일을 끝내야하니 준비는 다됬고  1시간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얘기했어. 나를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빛이 잠시 일렁이는거 같더니  식이 시작되면 많이 힘들꺼라며 시키는데로만 집중 잘하면 큰일은 없을거니 안심하라고 했다.  안도하라는 말이였겠지만 난 무척 긴장했고 벙어린줄 알았던 제자아줌마에게 이끌려 방에 들어갔다.   입으라 하길래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국민학교 2학년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장례식때 엄마 몰래 남은 소복 줏어입다  혼난 기억이나서 피식 웃었더니 제자아줌마가 웃는거보니 이제 제법 강심장이 된거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난 아줌마도 말 못하는 벙어린줄 알았더니 말도 잘하신다며 말대꾸를 했다.  아줌마는 피식 웃는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옷 매무새를 잡아주면서 나지막히 속삭였다.  행여 네 몸에서 벗어나게 되거든 멀리 떨어지지말고 손이라도 붙잡고 있으라고 했다.   당황하다가 그자리를 벗어나게 되서 영영 못돌아올지 모를거라면서 말이다.  아마도 어제 겪었던 유체이탈을 얘기하는것만 같아 마른침이 삼켜졌다. 뭔가를 더 얘기하려다 됬다며  그냥 휭 나가버리는 아줌마가 좀 찝찝했지만 바쁘니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늙은 고목에 티브이서나 보던 서낭당처럼 오색 띠가 매달려 있었고 각종 무구와 돼지머리를 비롯한 음식이  가득한 큰상에 북이며 꽹가리등 악기를 들고 큰 멍석에 하나둘씩 앉아 준비를 하고있었다.  시장통처럼 정신이 한개도 없었는데 집에서 화려하게 치장을 한 아줌마가 나왔다.   가뜩이나 매섭게 생긴 눈초리가 진한 화장을 해서 그런지 더 날카롭게 생겼고 요상한 꿩깃털을 꼽은 모자에  알록달록한 색동옷을 몇겹씩 입은것 같았다. 

 

아줌마의 얼굴도 그닥 평화로워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더니 장군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선월과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런 아줌마를 넋을 잃고 봤는데  그런 우리를 봤는지 아닌지 눈길 한번 주지않고 너른 마당으로 나섰다.  잠시후 모든 준비가 다 끝났는지 서있던 아저씨와 오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오빠를 불러세웠다.  예상보단 담담하게 그곳으로 불려나간 오빠는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써 참고 있는듯 했다.  오빠는 죄인같이 멍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아저씨는 불안함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줌마의 헛기침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에 식이 시작된듯 하다 뭐라뭐라 알쏭한 주문처럼 한참 뭔가 말을 하는데  대충 듣기로는 아줌마 몸에 있는 조상님을 불러내는듯 했다. 

 

한손에는 무구를 쥐고  다른 한손에는 버드나무 같은걸 쥐고 있었는데 그걸 높이 쳐들자 북치는 소리가 둥둥둥 울렸다.  북소리가 점점 거세지자 갑자기 급사해 죽었다던 그 두남자를 부르는듯 했다   아줌마가 불러낸 두 남자 중 한남자가 몸에 들린듯 했다.  그는 연신 아퍼 아퍼 이랬는데 아프다고 할때마다 부들부들 떨었다. 너는 누구냐 하니 이름석자를 이야기 했는데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했다.  자기는 머리가 깨져서 바로 죽었는데 본드를 불고 술을 먹고 달리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죽었다고 했다.  선월이 물었다 어찌하여 구천을 떠도는 것이냐 본디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할것 아니냐 하니  처음에 붙어온 오빠한테서 장난 좀 치고 가려했는데 젊은놈 몸안에 있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눌러앉기로 했단다.  학교도 가고 살아생전 좋아하던 술도 먹고 너무 재밌었다고 이젠 가도 좋다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줌마 몸에서 나갔는지 부르르 떠는 사이 북소리가 몇번인가 둥둥 거렸고 이내 하나가 더 들어온듯 했다.  그 남자는 첫번째 남자와 달리 불만이 많았다.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계속 질러댔는데 목이 아프다고 했다.  맨뒤에 타 있어서 멀리 날아가서 죽으며 목이 부러졌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아줌마 목이 덜렁덜렁 거리는 듯 덜컥 거렸는데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소름이 다 끼쳤다.  불만 많던 그 남자는 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은데 왜 가야하냐며 안가겠다고 버티니  선월이 너희때문에 박순자도 죽고 가정이 파탄 났는데 구천을 떠돌 생각을 아직도 하는 것이냐며 호통을 치니  나는 아니야 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자기는 박순자 죽음에 관여가 없다고 하더니 이름 석자를 무서우리만큼 빠른속도로 되뇌였다. 

 

 그 이름이 나머지 하나의 이름이냐 물으니 갑자기 딱 멈추고 히히 거리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웃는 소리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림이 커서 내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오빠는 그런 모습을 보며 덜덜 떨고있는것이 보였고 아저씨는 눈을 질끈 감고 앉아있었다.  선월은 웃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계속 큰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놈이 박순자를 죽인것이냐 하니  그 남자는 나는 몰라 나는 몰라 하며 이죽거렸고 이내 몸에서 튕겨져 나간듯 했다.  아줌마가 돌아왔는지 헛기침을 두번하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때부터 그 두 남자를 위한 의식이 시작됬다. 아줌마는 빠른말로 한남자씩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오빠의 어깨를  버드나무로 내리쳤눈데 오빠가 휘청거리는게 보였다. 그리고 또 한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버드나무로  오빠의 남은 한쪽 어깨를 쳐냈더니 오빠가 휙 쓰러지더라. 아저씨는 어깨를 부축해 자리에 뉘였고  아줌마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주문같은 말을 계속 읇조리며 그들이 좋은곳으로 가기를 빌었다.  아저씨도 같이 두손을 비비벼 기도를 했고 그렇게 그 두남자는 간듯했다. 

 

두시간 가까이 그런 행위를 해서 그런지  아줌마는 무척 지쳐보였다. 그런데도 물 한모금 들이키지 않고 정성을 다 하는것 같았다.  귀신이긴 해도 젊어 객사를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게 안쓰러워서 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끝이 나는지 알았는데 그렇게 하고도 뭔가 의식이 굉장히 길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 끝이 난게 아니였는지 아줌마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몸과 팔을 흔들어 댔다.  북과 꽹가리 소리가 점점 커지고 굉음을 내는 순간 아줌마의 입에서 박순자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며 가슴이 쿵쾅 거렸는데 뭔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앞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서 일어나질 못하겠는데 선월이 다가와서 날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앞이 흐릿하고 뿌얘서 비틀거리며 어찌저찌 일어섰는데 불호령 같은 노파의 음성이 아줌마의 입에서 터져나왔고  박순자의 이름을 다시 한번 외치자 내 몸이 갑자기 꼿꼿이 섰다.  난 몸에 힘을 하나도 주지 않았는데 막대기 처럼 뻣뻣이 서있는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 몸을 내려다봤는데  내가 발끝으로 서있는게 보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난 발레도 하지않았는데 발끝에 체중을 실어서 설수있다는게 가당치도 않으니  내 입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내 울음소리가 아니였다.  중년여자의 울음소리 박순자의 울음소리였다.  그 당시 내 몸은 나와 박순자를 둘다 담아 이야기 할수가 있었던것 같다.  나이자 동시에 박순자라고 하는게 맞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그것은 박순자이고  나는 내 의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 느낌은 지금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글로 푸는건 위 설명이 고작이고 표현력이 부족해서 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아니 박순자가 울고 있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박순자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순자가 꺼이꺼이 울자 노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줌마의 조상신이 이야기 하는 것이였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쿡쿡 찔릴정도로 기가 세다고 해야하나 말에도 짓누르는 무게가 있었다.   너는 어찌 이 아이의 몸 안에서 해괴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냐 묻자.  박순자는 울음을 멈추고 꺽꺽 대는 매이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이야기했다.  제가 한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아줌마는 더 큰 목소리로 호되게 호통을 쳤다.  무슨 이유로 어쩔수 없었다는 것이냐 아무렴 어떤 이유로든 네가 이 아이의 몸속에서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거냐 라고 묻자.  박순자는 말을 머뭇거렸다. 

 


아줌마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세웠고  박순자는 더 이상은 안돼! 라고 큰소리로 소리를 질르며 나동그라졌다.  나역시 같이 나동그라졌기 때문에 몸에 둔탁한 충격이 났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듯 몸이 찌르르 거렸는데 순간 전날밤과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넘어진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 몸에서 내가 튕겨져 나왔다.  어 하고 내 몸으로 가려고 하자 뭔가에 부딪히듯 막히는 느낌이였는데 갑자기 제자아줌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멀리 안떨어지기 위해 손을 잡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내 몸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순간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같은게 너울거렸는데 그것이 갑자기 공중으로 쫙 뻗는것이 보였다.  당황한 나는 뒤로 몇발자국 사뿐 날아 피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도 그 검은 아우라도 보이지 않는가 싶었다.  아줌마만이 눈빛이 달라졌는데 순간 내 손이 내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이 보였다.  주위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쩔줄을 몰랐는데  할수있는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선월이 내 몸으로 다가가 억지로 목에 있는 손을 때려고 다가갔는데 내 몸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선월을 밀쳐내서  나동그라졌다.

 

 안되겠는지 아줌마가 내 몸을 버드나무로 쎄게 후려치니 잠시 비틀거리며 손이 풀리기에  나는 내 몸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몸으로 다가서자마자 빨려들어가듯 몸에 들어갔는데 그뒤로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눈을 떴을때는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아줌마도 지쳤었는지 제자아줌마와 선월이 부축하고 있었고 내 옆에는 장군할머니가 계셨다.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할머니가 건내준 물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 끝난것이냐 물었다.  장군할머니는 말이 없었고 깨어난 나에게 선월이 다가오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기운이 다 빠졌으면 두놈 보내고 다음에 할 것이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거느냐고 난리를 쳤다.  

 

까딱하면 나도 죽고 아줌마도 죽을뻔 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쫄아있을 뿐이였다.  그날 의식은 일단락 된듯 하여 파 하는 분위기였는데 다들 얼굴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선월에게 불어보았으나 선월도 대답을 하지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좀 쉬라는 말만 하고는 선월이 날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고  제자아줌마가 내가 자리에 눕자 따듯한 차를 한잔 내왔는데 너무 써서 먹지를 못하고 뱉어내자  다 먹어야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 거리며 억지로 들이키라 했다.  나는 오만상을 쓰며 그것을 다 마시곤 쓴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하나둘씩 집안으로 들어왔다.  도와주시는 분들만 밖에 남아 이것저것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안에 누워 거실에 모인 아줌마와 선월 장군할머니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는데 다들 아무말이 없었다.  제자아줌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있으라는 제스춰만 취하고는 거실로 나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선월의 말소리가 들렸다. "보통 어려운게 아닌것 같네요"  장군할머니는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걸 괜히 건들여놔서 이 사단이 난것 아니냐 못난 년아" 라고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선월은 장군할머니에게 이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냐고 조곤조곤 물었고  장군할머니는 쨍 하는 말투로 "어쩌긴 뭘 어째 이판사판으로 가야지 달래긴 글렀다!" 라고 소리쳤다.  다시 거실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고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레주 나와보거라"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벌떡 일어나 나가니 아줌마가 앉으라는듯 방바닥을 톡톡 쳤다.   나는 선월 옆에 앉아 어찌된 일이냐 물었다.  아줌마는 미안하다며 자신이 일을 좀 어렵게 만든것 같다며 빠른 기일내에 다시 일을 치뤄야 할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정신을 잃었을때의 일을 말해주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나서 내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는데  눕자마자 아줌마가 내 몸을 발로 밟고 박순자를 불러내었더니 나오라는 박순자는 안나오고 그것이 튀어나와서는  가래끓는 소리로 발을 치우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줌마는 더욱 더 힘을 주고  내 몸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쳤더니 그것이 분에 몬이겼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아줌마를 밀치고 목을 조르더니  아줌마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일거라며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는데  기운이 빠진 아줌마가 그걸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내 몸을 졸랐던 손은 그것이였다.  박순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 였는지 그것이 튀어나온것 같았다고 했다.  아줌마의 한방에 세가 조금 꺾이는 찰나에 내가 들어와서 그나마 힘이 약해진 것이여서  그틈에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보통 녹록치않은 것이여서 역습을 당한것이라고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강한 원귀라고 했다.  아줌마가 체력이 딸린 상태라 더 그랬건것이라고 본인 잘못이라고 하며 말을 더 잇지 못하시길래  아줌마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도 예상치 못하게 몸에서 튕겨나가고 어쩔줄을 몰랐다고  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수가 없었는데 아줌마 덕에 다시 들어간것이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하자고 이야기 하니 아줌마가 생긋 웃었다.  스레주 참 많이 강해졌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일내에 다시 일을 치룰거니 그때까지 수련을 더 하시겠다고 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장군할머니가 입을 떼셨다.  스레주 너는 내일부터 밥 많이 먹고 정신 좀 똑바로 챙기라며 그렇게 몸에서 자꾸 떨어져 나갔다간  두번 다시 못들어 온다며 니몸을 니가 나가서야 되겠느냐 라고 호통을 치셨다.  나는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쭈그러져 있으니  아줌마에게 너는 내일부터 나하고 산에 좀 가서 기도좀 더 하고 와야겠다 하고  선월에겐 아줌마가 없는동안 나를 잘 보살피라고 하셨다.  선월은 말없이 엷은 미소로 대답을 했고 장군할머니는 다시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일에 좀 끼어야겠다며  한심한 것들끼리 놔두니 뭔일이 되겠냐며 혀를 쯧쯧 차셨다.  아줌마와 선월은 깜짝놀란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고 뭘 그리 쳐다보냐며 소리를 빽하고 지르니  제자아줌마만 빙긋이 웃을뿐이였다. 장군할머니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방에 들어가버리고 아줌마도 씻으러 가셨다.  선월은 나에게 방에 들어가자며 일으켜 세우더니 자리에 눕히고는 내가 잘때까지 곁을 지켰다.   잠이 잘 들지 않아 뒤척거리는데 선월이 왜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선월에게 내가 왜 몸에서 튕겨져나가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안튕겨져 나가는지 물었다.  

 


나는 특수한 경우라 그런데 영가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서 자꾸 그러는거라고 했다.  게다가 그것이 내 기를 빨아 세가 아주 큰놈이라 어찌보면 니몸이 니 전부의 소유가 아니라며 아까처럼 의식중에  영가가 튀어나올때 내 세력이 가장 약해지는데 그때 자신을 놓게 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하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박순자가 나왔을때 내가 문득 박순자가 하고싶은데로 하게 두자 하고  맘을 놓고 있었던게 생각이 났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방심하고 있던게 잘못인거 같았다.  박순자가 폭주했을때 그것이 튀어나오면서 내가 튕겨져 나갔을거라고 추측했지만  선월에겐 그냥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다. 말하면 왠지 좋은소리 못들을것 같아서였다.  다음부턴 어떻게든 정신차리고 있어야지 하는 다짐 뿐이였다.  선월은 그런 날 보며 나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느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어서 자라며 이불을 발끝까지 덮어주며 뒤돌아 눕길래 선월의 너른 등을 보고있자니 뭔가 안도가 되서  잠이 스르륵 들었다. 너무 힘든 하루였었는지 기절한것처럼 어떻게 잤는지를 모를정도였다. 

 

 아줌마와 할머니 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산에 가셨고 남겨진 우리 넷은 무료하게 시간죽이기를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스텐샷시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나오셨다  세수를 하러 마당 수돗가에 나오신듯 해서 오빤 뭐하냐고 물으니 어제 후유증이 컸는지 아직도 누워있다고해  걱정이 살짝 들었지. 방문을 열어 오빠를 나지막히 부르니 돌리고있던 등이 움찔하는게 보이길래  안자면 잠깐 나오라 하니 부스스 일어났다.   근처 약수터가 있다고 하기에 그곳으로 물을 뜨러 걸어가자 하고 오빠를 데리고 굿당을 나섰다.  오빤 얼굴이 영 초췌하고 푸석했다 반신반의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서 쇼크가 컸나보더라.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영가가 되어 내 몸에서 튀어나오고 나를 상처입혔다는 것도  피할수 없는 악몽이였을거라고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먼저 오빠에게 말을 걸어 그마음을 좀 풀어줄까 생각이 들었는데 오빠가 먼저 이야기를 건냈다.   쭈삣쭈삣한 말투로 "너 참 많이 힘들겠다 생각했어." 하고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별로 안힘들다 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빠의 엄마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오빠의 표정이 더 좋지 않아졌다.  나는 그런 오빠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제 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오빠와 아저씨를 보며 그리 슬피 우는데 내 마음이 다 아플정도였다고  분명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테니 실마리가 풀릴때까지는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건 조금 기다려보자 했다.  

 

오빠는 나를 힐끗 보더니 어린 아이답지 않다며 자신보다 더 누나 같은 말만 골라한다고 했다   원래 내 불우한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걸 꺼려했지만 왠지 오빠한테는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지난 이야기를 쭉 해줬는데 오빠의 얼굴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듯 했다  얘기가 길어져서 인지 우리는 약수터는 온데간데 없이 엄청 외딴곳으로 걸어갔는데 작은 돌무리가 보였어.  그건 동네주민들이 해놓은건진 모르겠지만 소원을 빌때 쓰는 돌무더기 탑이였다.  나는 너른 돌과 작은 돌들을 집어 하나둘씩 쌓기 시작했고 오빠도 그런 나를 보면 따라했다  둘이 작은 탑을 하나씩 만들어 조용히 기도했다  나는 어서 이 모든 악몽이 끝나길  기도하곤 마지막 작은 돌을 하나 올리고 뒤돌아섰는데 오빠가 말했다.  무슨 소원빌었냐고 묻길래 난 비밀 이라며 웃었고 오빠는 그런 내 뒤에 대고 이야기했어.  "난 너와 우리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1주일남짓 지나서 아줌마 일행이 돌아왔다.  난 그동안 그 무엇에게도 시달리지 않았고 장군할머니 말대로 밥도 잘먹고 산에도 다니며 체력을 키웠다.  그 며칠사이에 뭔 장족의 발전이겠냐만은 그땐 그런듯 했다. 오빠와도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는데  남매처럼 잘 지내서 아저씨와 선월이 꼭 친남매 같다며 흐뭇해 하셨던거 같다.  

 

돌아온 아줌마도 장군할머니도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것이 그 호랑이 같던 장군할머니가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정분이 나려고 저지랄들이라며 훈계조의 농담을 던지시기도 하고  그덕에 다들 언제 딱딱하게 인사치례만 했던 사이였냐는듯 하하호호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짐풀세도 없이 우리를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실게 있다며 말씀하셨다.  아줌마는 3일 후부터 다시 식을 진행할것인데 이번에는 천도굿이 아닌 퇴마굿을 할것이라고 하셨다.  강도도 쎄고 엄청 힘든 의식이라 내가 제일 힘들거라고 걱정했다.  나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가늠할수 없었기에  힘내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지만 왠지 무서운건 어쩔수 없었는지 손에 땀이 흘렀다. 

 

 장군할머니는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식을 진행하는 내내 집중하라고 당부하셨고  행여 내가 무슨일이 생기거나 할때를 대비하여 선월과 제자아줌마에게 나를 챙길것을 신신당부 하셨다.  선월은 웃음기가 쫙 빠진 얼굴로 그러겠노라 했고 오빠와 아저씨는 본인들이 할일이 없겠냐고 물으니  그냥 잡다한 일이나 도우라며 심드렁하게 말하시곤 내일부턴 바빠질테니 다들 오늘은 푹 쉬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때부터 긴장이 많이 됬는지 마른 침이 다 삼켜지는데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걱정말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선월은 뭔갈 준비할게 있다며 종로에 좀 갔다오겠다고 하기에  나랑 오빠는 나도 가겠노라 서로 이야기 했는데 선월은 그냥 여기 있으라며 나갈채비를 했다.  풀이 죽어서 나와 오빠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난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박순자가 나왔다.  박순자의 몰골은 흉하기 그지없었는데 다급한듯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입이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서 뭐라는지 알아들을수가 없었는데 손짓으로 마당을 가르켰다.  마당에는 큰 돼지가 한마리 있었는데 그걸 죽이라는 뜻 같았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꿈에서 깼고 밖은 아주 깜깜한 것이 저녁때가 된듯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선월이 짐을 분주히 풀고 있었다. 부적을 쓰는 노란종이에 연지같은 염료 등 잡다한 것이  쏟아져 나와서 이게 뭐냐물으니 내일 필요한 것이다 라고만 했다.  난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는걸 그만두고 선월에게 박순자 꿈을 꿨다며 꿈얘기를 쭉 하니  선월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선월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난듯 장군할머니의 방으로 가서 두분이서 한참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선월은 아줌마가 있는 방으로 또 들어가서 한참동안 나오질 않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방문에 귀를 갔다 댔는데 그때 선월이 나왔다.

 

 부적을 써야되니 방해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그럼 내방으로 들어가 쓰라고 하곤 오빠 방으로 들어가서  아저씨와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새벽쯤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서 선월이 굿당 이곳저곳에 새끼줄을 치고 땅 몇군데에 못을 박았다.  못엔 노란종이가 감겨있엇는데 부적인듯 했다. 선월은 못을 박은 주위에서 잠시 서성이며  뭔갈 중얼중얼했고 또 다른곳에 같은행동을 반복했다.  장군할머니가 나와 그걸보더니 일이 다 끝나는 대로 연락해두었으니 가서 가지고 오라 하였다.  선월은 대충 말하는 장군할머니의 말씀도 콩떡같이 알아들었는지 짧게 네 하고는 여전히 분주했다.  장군할머니는 나에게 그러고 서있지말고 방에 들어오라하셨다. 할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뭔갈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어주셨는데 가느다랗고 빨간 새끼줄이였다.  손을 내라 하시더니 새끼줄을 새끼손가락 끝에 돌돌 감아 매듭을 묶고는 절대 빼지말라고 하셨다.  식중에 내가 잘못됬을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하시며 나가보라고 했다.   다시 나가보니 할머니의 심부름을 갔는지 선월이 없었다.

 

 선월이 박은 못 주변으로 살그머니 가서  뭔지 보려고 손을 가져다 댔는데 손을 대는 순간 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깜짝놀라 앉은채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장치도 없었는데 감전이라도 되듯 뜨겁고 쩌릿한 충격때문에  얼얼한것이 전기충격기가 그런 느낌인가 했다.  겁이 나서 그 근처는 갈 엄두를 더이상 못냈는데 마침 오빠가 나와서 뭘하냐 물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고 오빠는 그럼 나도 한번 볼까? 하며 다가가기에  만류를 해도 겁 없이 손을 댔다. 내가 더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게 뭐? 하며 유유히 걸어갔다. 오빠에겐 아무런 충격이 없었던것 같은거 보니  나에게만 적용되는듯 싶었다.

 

 아니 내 안의 것들에게 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얼마후 선월은 커다란 돼지를 한마리 데려왔다.  왠 돼지인가 했는데 꿈에서 박순자가 말했던 그 돼지 때문인듯 했어. 그게 뭔가 도움이 됐을것이 분명하니  장군할머니가 선월에게 심부름을 시켰을거라는 오빠의 얘기대로 그 가엾은 돼지는 다음날 명을 달리했다.  선월이 곳곳에 못질해논 부적과 새끼줄 사이로 지난번보다는 조금 협소한 상차림이 마련됬다.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멍석을 한겹 더 깔고는 묶어둔 돼지를 올려놓고 그 옆에 내가 앉았다.  아줌마는 화려한 차림은 벗어두고 아주 수수한 감복을 입고 나왔고  할머니는 백발과 잘 어울리는 하얀 두루마기 같은 옷을 걸치고 나란히 섰는데  장군할머니의 모습이 흡사 신선 같았다. 

 

 얼마가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꽤 오래 그렇게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더듬는 사이  갑자기 뜨거운 뭔가가 아랫배에서부터 목구멍까지 한번에 쑤욱 올라와서 탁 걸리더니 우웩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갈 토해냈다. 구토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세상이 환해지고 아까와처럼 다시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  눈을 제대로 뜨곤 토해낸 자리를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옆을 보앗는데 시커먼 털뭉치 같은 것이 내 옆에서 빙글빙글 돌고있어서 깜짝 놀라 넘어졌다.  넘어짐과 동시에 그 털뭉치가 내 몸쪽으로 순간 날아들어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텅 하는 둔탁한 느낌이 나더니 나와 털뭉치가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나는 가슴을 맞아 켁켁 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털뭉치는 그대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  다시 내쪽으로 날라들었다. 방금전 처럼 똑같이 튕겨지곤 약이 오른것처럼 털뭉치가 푸르르 떨더니  이내 크게 변했다. 얼마전 의식에서 내가 내몸에서 떨어져나갔을때 보였던 검은연기 같은 아우라가  그 털뭉치에서 뿜어져나오더니 갑자기 엄청난 크기로 커지는걸 보았다.   둥둥 북소리가 나고 아줌마가 워밍업 식으로 천천히 방울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다. 방울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무구 소리들이 요란해지니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빨리 뛰고 귀가 멍하더니 몽롱해지는것 같았어.  머릿속에서 삐이ㅡ 하는 소리가 나고 식은땀이 계속 흘렀다. 걱정스러운 모습의 선월이 흐릿하게 보일때쯤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흡사 불덩이가 내 몸안을 휘젖는 느낌이였는데  주위에 그 요란한 굿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고요했고 온몸은 용암을 삼킨듯  점점 타들어가서 괴로운데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무기력했다.  눈 앞에 뿌얀 무언가가 내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형체는 아줌마인듯 했지만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뭐라고 하는지 입을 뻥긋거리는걸 보려고 애를 써도 전혀 알수없을 지경이 되서 포기했다.   그건 크기가 커진것이 아니라 몸을 찌그러트리고 있다가 몸을 피면 몸이 커지는것처럼 보이는 것이 맞았다.  털뭉치가 몸을 쭈욱필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는데 지독한 악취와 함께 였다.  나는 그 익숙한 냄새로 내 몸에 기생하는 그것임을 확신했다.  그것과 조우하는 순간 그동안의 다짐이 다 무너져내리는 공포로 덜덜 떨 뿐이였다.  

 

머릿속엔 온통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였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진해왔고 나는 무기력하게 그것에게 내 몸을 내주게 되었는데  쑤욱 하며 혼이 밀려나가는것 같더니 이내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끼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장군할머니가 손가락에 해준 붉은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매듭이 뭔가 제대로 역할을 한게 아닐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씩씩 거리더니 털뭉치 사이로 뻘건 눈알을 드러냈다.  그것인지 박순자인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몇번씩이나 봤을때는 구멍이 뻥 뚫렸거나  줄줄 흐르도록 문드러진 모습이였는데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뻘건빛이 나는 눈은 처음 보는 것이였다.  희번득 거리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륵대는 목소리로 크게 '죽인다' 라고 소리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순간 쩡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번쩍하더니 그것이 순간적으로 피하는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날아들더니 고개를 180도로 꺾어 뒤를 돌아본 순간 사라졌다   사라진 그곳에는 가지런히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아줌마가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것과 나만이  그 공간안에 있었던거 같은데 내가 정신이 나갔다가 돌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자리에 그대로 였다.  

 

감각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든것은 그 당시에 제자리로 다 돌아온듯 했다.  아줌마는 숨도 쉬지 않는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런 아줌마를 뒤에서 장군할머니가 내려다보고 서서  가만히 계실뿐이여서 난 마음이 다급해져 아줌마를 도와야한다고 소리치려한 순간  그 찰나 아줌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으로 번뜩였고 나는 그것이 아줌마에게 붙었다는걸 직감 했다.  뭔가 잘못됬다 생각에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아줌마가 아니 그것이 스윽 일어나서는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한발. 목을 잠시 비틀더니 또 한발을 내딛고는 기름칠 하지않은 로봇의 머리가 돌아가듯  까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의 머리가 돌아갔다.  머리가 향한 곳은 장군할머니 쪽이였다.  아줌마의 몸인데도 그렇게 정 반대로 목이 돌아간다면 아줌마는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장군할머니는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아주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이셨는데  눈가에 번뜩이는 안광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것이 장군할머니를 바라보고는 가래끓는 목소리로 큭큭 거리더니  "할매가 안되니 영감이 나왔네?" 하며 이죽 거렸다.   장군할머니의 눈썹이 잠시 씰룩 거렸지만 아무일도 없듯 조용히 입을 떼셨다.  "네 이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것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잡귀놈이 분명하구나" 라고 하자 그것이  여전히 이죽거리는 말투로 장군할머니를 계속 조롱했다. 침착함을 잃지 않고 천천히 그것에게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이런짓을 하느냐' 라고 물으셨는데  그것의 대답은 아주 예상밖으로의 황당한 대답이였다.  "재밌어서."  장군할머니의 눈이 번뜩였는데 아주 화가 많이 난듯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것이 자랑스러운냥 이야기를 했는데 시초는 박순자의 아들, 즉 오빠였고 오빠를 따라 앞서 간 친구들과 셋이  집에 왔는데 마침 집에는 박순자가 마련해논 귀신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상은 박순자가 내 집마련을 하고 나서 어디서 줏어들은 풍월로 터주신에게 인사를 올리는거라며 상을 차렸는데  그것이 제대로 정성을 올리는 상이 아니라 잡귀들 먹고가는 상차림처럼 허술함에 터주신에게 인사는 커녕  오히려 화만 불러 일으켜 객귀가 셋이나 왔는데도 쫒지않고 그냥 놔둔 모양이였다.  그 귀신상에 배불리 먹고 그집 안방 눌러서 신나게 노니 평소 기가 약한 박순자는 급살을 맞아 죽었다고 이야기하며  연신 키득대는데 갑자기 아줌마의 얼굴에 심한 경련이 일더니 흉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계속 싸우는듯 몸이 계속 뒤틀리며 심하게 괴로워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던 아줌마의 몸이 갑자기 허리가 딱 꺾이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 거리더니 흑흑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알수없는 상황에 혼란스럽기 시작했는데 울음을 훌쩍 거리는 아줌마에게 장군할머니가 나지막히  박순자의 이름을 부르니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것과 싸워서 박순자가 몸으로 나온 모양이였는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이 아닌 잿빛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박순자라 확신했다.  박순자가 제일 먼저 이야기 한 것은 '도와달라' 였다.  그러면서 그것의 뒤를 이은 이야기를 더 했는데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괴로운 표정이 왔다갔다 하는게  그것에게 방해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긴즉슨 본인이 급살을 맞아 죽고 그 억울한 한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안방에 그놈들 셋이 있어서 그 등쌀에  못이겨 쫒겨나 문앞에서 며칠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놈 손발이 양쪽 다 없고  가슴이 다 찢긴 흉악하게 생긴것 하나가 다가오더니  집에 머무는 조건으로 시키는데로 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구천을 떠도는것도 모자라 그런 악한 놈들에게 당할수는 없어 몇번이나 노력했지만 힘이 없는 박순자는  번번히 실패했고 문밖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은 어깨에 머리가 덜렁대거나 으깨어진 놈들이  붙어 나가는걸 보곤 했는데 억장이 무너져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갈수록 초췌해지는 남편의 모습까지 볼때면 세상이 다 무너지는 마음이였고 그럴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고  결국은 그것에게 굴복하고 집안 한구석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이 장롱 한구석에 있는 아들의 선물 즉 열쇠고리였다고 했다.  그것은 야망같은게 있었는데 구천을 떠도는것도 성불하는것도 싫고 생전처럼 육체를 가지길 원했다고 한다.  힘을 키우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했는데 손발이 없어 박순자를 시켜 고양이등  미물들의 혼을 먹기 시작했는데 늘 양에 차지 않아서 화를 내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자신의 아들과 남편을 노리는 놈들이 무서워서 원하는데로 계속 시키는 일들을 했는데  어느날 장농이 다른집에 가게 되었다고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것들이 모여 이야기를 했는데 두놈은 집에 들어앉아 박순자를 이용할동안  허튼짓을 못하게 아들과 남편을 볼모로 잡고있기로 했다고 한다.  박순자는 떠나기 싫었지만 모든일이 다 끝나면 순순히 그집에서 떠나기로 약속했고  아들과 남편에게는 절대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장롱이 첫번째로 옮겨진 곳에서 여자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조금 힘을 키운 그것이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경로 였다.  

 

나는 기가막혀 입이 떡 벌어졌는데 이야기를 더 하려는 박순자가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아줌마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는데 코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눈알이 빠질듯 커졌다.  아줌마의 몸이 부러질것처럼 못이겨내자 박순자가 순순히 사라진것 같았다.  아마도 아줌마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였을것이다.  본인이 버틸수록 고통스러운건 아줌마의 육체일테니까   박순자가 들어갔지만 아줌마의 몸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중간중간 아줌마의 의식이 돌아오는것 같았는데  아마도 그것과 싸우는듯 싶었다. 점점 얼굴이 하얘지고 지쳐갈때쯤 그것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기력을 많이 써서 지쳤었는지 많이 쇄한 느낌이 들었는데  장군할머니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뭔가 결심을 한듯 주먹을 꽉 쥐었다.  

 

장군할머니가 상쪽으로 성큼성큼 가더니 커다란 창을 꺼내왔다.  창은 아주 길고 날이 푸르게 서있었는데 마치 삼국지에서 나올법한 모습이였다.  창엔 용이 전체를 휘감은 장식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그 창을 드니 기세가 엄청나지는게 느껴졌다.  위압감에 난 목덜미가 소름이 끼치도록 오한이 들었고 그것도 순간 움찔하는듯 했다.  장군할머니는 잠시 부들 떨며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모습은 그대로 였지만 할머니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번쩍 뜨니 마치 본적은 없지만 부리부리한게 용의 눈 같았는데 할머니의 천천히 말하던 입에선  근엄한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시리게 했는데  너무 말의 무게가 무거워 정신이 혼미해져 무슨 말인지 들을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 비틀거리는 찰나에 아까와 처럼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아줌마의 몸을 허공에서 베는 창의 모습이 보였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가 멍석 위로 풀썩 쓰러졌고 그걸 보는 내 눈앞에 다시 시커먼 털뭉치가  갈라진 배의 내장처럼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괴로움에 몸부림 치듯 발광을 했는데 푸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았다.  순간 선월이 어디선가 뛰어와서 손을 합장하고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는 듯한 행동을 했는데  끼아아악 하는 괴음이 들리더니 그것이 허공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졌다.  몸이 점점 타들어가는 것처럼 연기가 산화 되는듯 모습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럴때마다 공중으로 낮게  튀어올랐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더니 있는 힘을 짜낸듯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뭔가를 보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묶여있던 돼지로 향했다   아마도 선월이 해놓은 부적이 붙은 못이 결계같은 역활을 했던건지 그것이 뭐에 갇힌듯 갈팡질팡하다가  돼지로 뛰어든거 같은데 돼지의 몸에 들어간 그것도 내 몸이나 아줌마의 몸에 들어갈때처럼의 기세가 없었는지  꿀럭꿀럭 하며 돼지의 구멍이란 구멍에 다 세어들어갔다. 

 

 아줌마는 여전히 쓰러져 있었고 선월은 돼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돼지가 심하게 발버둥을 치자 네발을 묶은 끈중에 앞발 쪽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지만 뒷다리가 묶여서 이내 쓰러졌고 선월이 돼지의 코를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자  돼지의 입에서 끄륵 하는 가랫소리가 났다. 그것이 돼지에 들어 나는 소리였다.  장군할머니가 그 연세에 걸맞지 않게 쐐기처럼 날아들더니 그 큰 창으로 한번에 돼지의 목을 내리쳤다.  푸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피가 공중으로 샤워기처럼 쏟아져 나왔고 내 몸이며 그 근방에 온통 피바다 였다.  멍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때쯤 돼지는 목이 잘린채로도 한참을 발버둥 치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죽은 돼지의 잘린 목에서 스물스물 검은 액체가 쏟아져나왔는데 선월이 그 물위에 검은재를 뿌렸다.  재를 뿌리자 스스스 하는소리와 함께 그 검은액체가 공중으로 흩어졌고 그게 끝이였다.  나는 돼지의 잘린 목 과 내 몸에 묻은 피 때문에 그자리에서 졸도 했고 깨어난건 이틀 뒤였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을때 꿈을 꾸었다.  꿈에는 박순자가 나왔었는데 표정이 아주 평안해 보였고 예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박순자는 왠지 말이 없었다. 나는 몇번이나 말을 시켜보려 했지만 내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난 아직 궁금한게 많은데 처음 그것과 조우한 날 어떻게 나에게 나타나게 된건지  나는 왜 쉽게 죽지않았는지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너무 많은데 물어볼수가 없었다.  그저 편안한 표정의 박순자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사라지듯 없어지는걸 본게 다였다.  이윽고 이어진 꿈에는 아주 큰 산이 두개가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크 큰산 양쪽 봉우리를 기둥삼아 그네가 매달아져 있었다.  그 그네에 갑자기 내가 타 있었는데 한발을 크게 구를때마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너무 재밌어 더 크게 발을 굴렀는데 한참을 올라가자 멀리 큰 강이 보였다.  강에는 작은 나룻배가 있었고 나는 카메라 줌인을 하듯 그 먼 강과 나룻배가 점점 선명하게 보였고  나룻배에 누군가가 타고 있는것도 보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팔을 크게 휘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찌푸리자  점점 얼굴이 보였다. 아줌마 였다.  아줌마는 정말 환한 얼굴로 나에게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우린 다시 만날꺼니까!"  아줌마가 처음에 날 만났을때 했던 인사였다. 난 너무 반가워 나도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난 너무 기뻤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계속 났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축축한 느낌에 눈을 떴다.  난 굿당의 내 방 천정을 보고 있었다.   방에는 나 혼자 뿐이였고 잠시 멀뚱하게 있었다. 순간 뭔가 쎄한 느낌에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급격한 어지러움에 이내 쓰러졌다. 쿠당탕 하는 소리를들었는지 방 밖에서 여러 발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부셔지듯 열고 제일 먼저 들어온건 오빠였다. 

 

 오빠는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기시작했고 오빠의 뒤를 이어 선월과 제자아줌마 장군할머니가 들어왔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아줌마는요? 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뭔가 잘못됨을 느껴서인지 나도 아무말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멍하게 있었다   난 한동안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모두 검은 상복차림이였고 뒤늦게 들어온 아저씨의 표정이 확실한 답이였다.  어째서인지 묻지 않았다.  무조건 나때문이니까 왜 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보고 다들 하나 둘 눈을 피했다.  장군할머니만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광이며 서슬퍼런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자식잃은 어미의 흐트러진 모습만이 장군할머니의 전부였다.  

 

할머니는 덤덤한 말투로 나에게 짧게 한마디 한 후 밖으로 나가셨다.  "딸년 있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니라"  선월은 그말을 듣고 나지막히 흐느꼈고 아저씨도 오빠도 제자아줌마도 울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울음이 나지않았다. 이상했다.   굿당은 장례식장으로 변해있었다. 상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니 많은 사람이 와있었다.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모두 아줌마를 배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였을테지.  나는 그때까지도 실감하지않았다. 아줌마는 이제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영정사진을 모신곳으로 걸어갔다. 내가 쓰러질까 오빠와 선월이 부축했지만 난 꼿꼿히 잘 걸어갔다.

 

 난 두번 절을 하고 향을 꽂곤 맥없이 주저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아주 젊었을때 예쁜모습의 사진이였다.  그 예쁜모습 그대로 딸이 있는 곳으로 갔겠지?  그 업이라는거 이렇게 풀고 가셔야했던걸까? 왜 하필 나때문에? 라는 의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딸이야? 라며 웅성거릴 정도로 울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3일장이 끝나고 아줌마는 딸이 있는 선산으로 옮겨졌다. 딸은 화장을 해서 선산에 묻었다고 했다.  

 

아줌마도 똑같이 화장해 딸 바로 옆에 묻혔다. 그곳에서 아주 행복하리라 믿는다.   그 후로는 난 더이상 시달림을 받지않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이 모든것이 아줌마의 덕이다.  그리고 장군할머니. 선월. 제자아줌마. 아저씨. 오빠. 박순자의 덕이기도 하다.  오빠와 아저씨를 제외한 다른분들은 연락하지 않는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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