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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조현병 환자와의 말싸움

앙김옥희2018.12.06 20:09조회 수 2734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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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6년 전쯤에 대학교 복학을 했을 때의 일이다.
(자세한 시기와 장소는 말하지 않겠음)

 

 

 

같은 과 동기 두 명의 추천으로 걔들이 사는 대학 정문 앞 고시원에 입주했는데 방은 작지만, 가격도 싸고 조용하기도 해서 

한 달간 만족스럽게 생활했는데 한 달이 지나자마자 계약 사기를 당한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바로 앞에 있는 가장 바깥에 있는 방에서 한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밤 9~10시쯤에나 시작해서 1~2시간을 매일 같이 말싸움을 하니 나를 비롯한 다른 고시원 입주자들 모두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용 대부분은 통일성이 없었는데 은행 얘기도 있었고 연극단 얘기도 있었고 사업 얘기도 있었다.

 

 

 

우린 그 아저씨의 말싸움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런 말싸움이 한 달이나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찰해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말싸움을 할 땐 늘 방문을 살짝 열고 책상에 앉아 이어폰도 없이 벽을 마주 보고 말싸움을 하는데 말싸움이 끝나면 방문을 닫는다.

 

 

 

이런 게 한 달이나 계속되니 동기 두 명과 나는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 직전이었고 

이 아저씨는 이 아저씨대로 증세가 더 심해졌는지 하루 1~2시간이던 벽 보고 하는 말싸움의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결국 일이 터진 건 이 아저씨가 가장 오래 **한 날이었다.

 

 

 

밤 10시부터 시작된 혼자만의 말싸움이 새벽 1시까지 이어져 장장 3시간이나 소리를 지르더니 오전 5시부터 말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잠에서 깬 나는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왔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 문틈 사이로 아저씨를 들여다보다 걸려서 도망친 거 같다.
문제는 아저씨가 나를 걔로 착각했다.

 

 

 

근데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서 들여다본 게 내가 아니라곤 대답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는데 

내가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는지 잠시 침묵하던 아저씨는 어른에게 태도가 이따위냐면서 

주머니에서 손 안 빼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때 나도 화가 나서 너만 소리 지를 줄 아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아저씨와 말싸움을 시작했다.

 

 

 

아저씨는 자기도 위층이 시끄럽게 해서 열 받은 게 많다면서 층간소음 하나 없는 이 고시원에서 층간소음 얘기도 하고 

나에게 너 어디의 누구 아들 아니냐면서 나를 누군가로 착각하기도 했다.


동기 두 명 중 한 명은 ROTC라 아침엔 훈련하러 학교로 갔고 다른 한 명이 잠에서 깨서 

나를 도우러 나와서 그만하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계속 너 누구 아들 아니냐고 이름만 줄줄이 대니 결국 동기는 아래층 총무에게 현 상황을 말하러 갔다.

 

 

 

이때 동기가 사라지자 아저씨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내 방 안까지 들어와서 내가 네 친구냐면서 목구멍을 쑤셔버린다고 하는데 보니까 손에는 주머니에서 꺼냈는지 샤프를 쥐고 있다.


나는 내 방에서 나가라고 얘기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저씨는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했다.
나는 이런 인간에게 무릎을 꿇을 필욘 없다고 생각해서 싫으니까 나가라고 매크로를 돌렸는데 차렷! 이러면서 

계속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한 아저씨는 '그래, 오늘 한번 죽어봐라.' 이러더니 방으로 돌아가서 샤프를 놔두고 가위를 들고나왔다.


나는 복도로 나와서 맞다이 까면 맞다이 까는 거지 샤프를 든다고 체구도 왜소한 주제에 날 이기겠냐는 생각으로

 (나는 184cm로 아저씨보다 키가 10cm 이상 크고 2년 내내 운동하고 나왔으니 질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복도로 따라 나왔다가

 가위를 들고 나에게 달려오는 걸 보고 후다닥 방으로 튀었다.


가위를 보는 순간 싸운다는 생각은 안 들고 도망쳐야 겠단 생각만 들더라.

 

 

 

그리곤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는데 아저씨는 가위 든 손을 내 쪽으로 뻗었다.

 

1.png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근 게 아니라 나는 방문을 닫고 아저씨는 방문을 열려는 몸싸움 중에 한 번 벌어진 틈에서 

내가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는 걸 본 아저씨는 경찰에 신고하려면 해보라면서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일단 체구빨로 버텨서 문을 닫고 버티던 나는 경찰이 신고해서 오기 전에 뭔가 일이 벌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가령 총무를 만나러 간 동기가 올라온다든가 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우선 지금 상황만 무마해야겠다는 판단에 신고 안 할 테니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무릎 꿇고 사과하면 그만하겠다고 대답했고 나는 문 옆에 방마다 배치된 소화기를 놔두고 문 열고 무릎 꿇고 사과했다.
이래도 안 가면 그냥 소화기를 면상에 휘두를 생각이었는데 아저씨는 나도 남자라면서 사과받았으니 됐다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근데 되긴 뭘 되냐.
나는 방문에 선명하게 남은 가위 찌른 자국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총무에게로 내려갔다.


총무실에서는 동기와 다른 고시원 입주 학생이 한 달 동안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아저씨를 내보내길 요구 중이었는데 

사장과 아직 얘기 중이라던 총무도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는 이건 살인미수라고 화들짝 놀라서 고시원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에 전화를 받은 사장은 점심에 고시원으로 와서 내 방문에 남은 가위 자국을 확인하고

 안 그래도 다른 입주인들 항의가 커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 이제 우리만으로 내보내려다가는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며 경찰의 힘을 빌려보기로 하고 지구대로 갔다.

 

경찰은 방문에 가위 자국이 있건 말건 일이 벌어졌을 때 신고했어야지 다 지난 다음에 신고해봐야 소용없다고 

그냥 가라는 투로 얘기했는데 우린 가위들고 설치는 사람이니 그냥 고시원에서 강제추방을 할 때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이런 일에서 강제집행 권한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는데 집행은 사장과 총무가 할 테니 

곁에서 봐달라고 사정해서 지구대 경찰이 다른 경찰을 불렀다.

 

무전을 받고 지구대로 온 경찰차를 타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는데 가는 차 안에서 강제집행은 못 도와주지만, 

혹시 신원 정보가 있냐고 물어봐서 고시원 사장은 계약할 때 계약서에 적은 아저씨의 주민등록번호를 경찰에게 알려줬는데 

조회를 해본 경찰 두 명은 갑자기 몸에 지닌 총을 체크했다.


푸근한 동네 아저씨 인상이던 경찰 두 명의 표정이 싹 달라지는 거 보니까 경찰은 경찰인갑네 생각이 들더라.

 

뭐 올라가서 대단한 일이 있던 건 아니고 경찰이 아저씨를 수갑 채워서 잡아가는 거로 싱겁게 끝났다.
저항했다면 총 쏘는 걸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얘기는 동기랑 종종 했다ㅋㅋ 


아저씨가 지명수배범이 아니었다면 고시원에서 퇴출하는데 꽤 골치 아팠을 텐데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어쩌다 보니 해결됐고 이렇게 고시원은 다시 조용해졌으나...


2~3달 지나니 풀려나더라.
지명수배범이긴 했는데 대단한 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나 보다.

 

나는 갑자기 가위나 칼 가지고 나를 기습하는 건 아닌지 불안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주방 등지에서 마주치면 나를 조용히 노려보던 아저씨는 내가 샤워실에서 혼자 양치질할 때 갑자기 나타났다.


아저씨는 자네가 신고했냐면서 자네 때문에 내가 아주 곤란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 사과하지 않았느냐, 내가 안 했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마침 그땐 사장이 있었기에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은 사장이 달려와서 이 학생이 신고한 게 아니라며 

그만하라고 하는데 그럼 사장님이 신고했냐고 언성을 높이는 걸 총무와 함께 사장이 강제로 끌어냈다.


나는 방으로 도망쳤고 이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방에서 짐도 빠지면서 이 아저씨는 고시원에서 사라졌다.
보복하러 다시 고시원에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방을 한 번 옮겼지만 다행히 그 이후론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조현병이 사회적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그때는 조현병이란 용어도 널리 퍼지지 않았고 

정신분열증 환자가 살인을 저지르거나 상해를 입혔다는 뉴스도 자주 접해보지 않았던 때였다.


정상인의 감각으로 말싸움 내지 주먹싸움 정도만 생각하다 갑자기 흉기를 들고 달려들면 

내가 아무리 체격이 더 커도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했고 그때 저 방문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PC방 사건에서 김성수에게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처럼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


또 가위를 휘두른 게 오전 6시의 일이 아니고 방금 점심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했으면 지구대의 그 경찰은 뭐라고 대답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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