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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속의그녀

title: 하트햄찌녀2019.09.10 13:30조회 수 166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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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속의 소녀가 누구에요?" 네살배기 딸 제시카의 달콤한 목소리가 복도에서부터 물어왔다.

난 당황했다. 아이가 순진하게 인터넷에서 아무거나 누르다가 ♥♥♥ 광고를 봐 버렸다고 생각했다.


"절대! 그거 클릭하지 마라, 아가야!!" 난 소리치고, 싱크대 아래에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면서 이마를 부엌 수납장에 호되게 부딪혔다. 

공포가 내 혈관에 아드레날린을 부어넣었고, 난 거실로 뛰쳐들어갔다. 

난 아이가 들고 있는 아이패드에 이미 저속한 사진들이 떠올랐고, 제시카가 눈을 크게 뜬 채 야한 사진들을 봐 버렸을 거라 예상했다.


아내와 난 제시에게 테블릿을 주말에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해 주었고, 토요일 아침에 만화들을 보는 건 약간의 보상 같은 거였다. 

우린 아이들을 위한 안심 보호 프로그램들을 미리 깔아놓았고, 인터넷 브라우져도 지워놓았다. 

하지만 가장 경계심 많은 부모들이 알고있는 방지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겐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하는 것에 불과했다. 

난 달려가서 화장실 문가에 서 있는 제시의 작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았다. 난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제시는 우리 욕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거였다.


"그게 무슨 말이니, 제시?" 내가 미소로 걱정을 지우려 노력하면서 물었다.


"욕조에 사는 여자애요, 걘 누구에요?" 제스가 물었다. 실크같은 옥수수색의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아이의 푸르고 커다란 눈이 순수한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


"어...무슨 여자애?" 난 아이 옆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내 손이 여전히 배수구 파이프 기름때로 더럽다는 걸 기억해 냈다.


"내가 말하는걸 따라하는 조용한 애요" 제스가 말했다. 난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안의 과잉보호 아버지가 걱정을 누그러 뜨리라 하고 있었다. 난 목욕물이 방울방울 남아있는 빈 욕조 위로 몸을 기울였다. 

내 눈길이 배수구에 머물렀다. 대충 직경 4cm정도 되는 구멍이었다. 

그리고 난 순간 요정이 배수구 안에 숨어있는걸까 따위의 잡생각을 한 뒤, 고개를 흔들고 아이가 어떤 걸 들었는지 확신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건 메아리라고 하는거야, 제시" 난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음파를 타고 흘러가지, 그리고 음파가 반사되어 돌아올 때" 

난 손짓으로 설명했다. "그것들이 메아리가 되는거야. 넌 네 목소리를 조금 뒤에 다시 들을 수 있는거지, 마치 부메랑처럼!" 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혼란스럽단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부메랑이 뭐에요?" 아이는 단어의 발음이 재미있다는 듯이 사랑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난 미소지으며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다락방에,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게 있단다. 

아빠가 싱크대를 고치는걸 끝내면 같이 나가서 놀자꾸나, 알았지?" 내가 물었다. 

아이의 눈에 기쁨이 어렸고, 난 내 걱정들을 날려버리는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약속이요?" 아이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약속할게"


난 당신이 4살짜리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실수로 스캇 ♥♥♥를 본 걸로 착각하기 전까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안도감을 느끼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부엌 배수구는 우리가 몇 년 전에 이 집을 샀을 때, 그러니까 제시가 막 태어났을 때 부터 말썽이었다. 

내가 고용했던 두 명의 배관공은 간단하게 "센 물(경수,硬水) 문제" 라고 말하면서, 5자리가 넘어가는 새 배관 교체비용을 불렀다. 

그건 "센 거절"을 할 수 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아내와 난 이 집을 융자받아 얻은 것만으로도 전 재산을 다 쏟아부었고, 그 이후로 배관을 고치는 건, 내 작은 프로젝트가 되어 있었다.



난 싱크대 밑 수납장으로 꿈틀꿈틀 들어가, 급수 벨브가 잠겼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내 렌치를 이용해서, 온 힘을 다해 여과기를 풀어 내었다. 

마침내 싱크대 밑의 U자 관을 뽑아냈을 때, 젖은 검은색 머리카락 덩어리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 

난 역거움에 구역질을 하며 싱크대 밖으로 기어나와 악취가 나는 것들을 입에서 뱉어내었다.


난 그 길고 기름진 검은 머리카락 덩어리를 역겨움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건 잉크같은 검은색의 어마어마한 양의 머리카락이었다. 보이는 것만 20cm 길이는 되어 보였다. 

전 집주인이 부엌에서 미용실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이었다.


배수구 밖으로 삐져나와 있던 머리 뭉치중 일부가, 마치 뭔가가 빨아들이듯 배수구 안으로 들어가 

마룻바닥 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파이프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난 공포에 목 뒤로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뭔가 아래에서 튜브 내용물이 흘러가면서 흡입력이 발생한 걸 거야, 

난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비명소릴 들었다. 제시!


난 복도를 달려갔다. 오래된 나무바닥이 내 발 디딤을 견디며 삐걱거렸고, 

난 화장실에 도착했다. 제스는 화장실 문가에 서서 팔로 몸을 감싸안고 있었다. 

아이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면서 입술을 떨고 있었고, 장미빛 뺨을 따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빠 여기 있어" 내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니, 제시?" 내가 물었다. 

내 어깨의 셔츠를 타고 아이의 눈물이 스며드는게 느껴졌다. 제시는 크게 울면서 화장실을 가리키기만 했다. 

난 화장실로 들어서면서, 욕조 안을 바라보았고,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거기엔 두개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배수구 위로 튀어나와 있었다. 

회색빛이 도는 갈고리 모양의 손톱과 물에 불어 터졌지만, 불가능 할 정도로 가느다란 손가락들이었다. 

안개처럼 희멀건 손톱은 투명하도록 닳아 있었다. 그것들은 사람의 것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동물의 앞발도 아니었다.

그리고 난 저게 어떻게 저기에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난 할로윈때 썼던 분장 도구같은거일 수도 있어, 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때, 그게 움직였다.

꾸물거리는 손가락들이 꼬아지더니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욕조 안쪽을 긁어댔고, 그 기괴하게 높은 소리가 내 다리를 덜덜 떨게 했다. 

그리고 일그러진 손이 배수구 밖으로 나왔다, 피막이 없는 분홍색 박쥐의 날개같은, 기괴하게 가느다란 손가락들은 창백한 나뭇가지 같았다.


그 피부는 뼈대를 따라 질척한 종이를 구겨서 감싸놓은 듯 했다. 

난 그 손아귀가 벌어지더니 이쪽으로 뻗어오자, 꽥 소리를 지렀다. 쉰듯한 웅얼거림, 깊고 꺽꺽거리는 소리가 욕조 바닥에서부터 들려왔다. 

제스는 비명을 질렀고, 난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이가 내 발치에서 그걸 다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난 뒤로 돌아 제시의 어깨를 잡고 내가 할수 있는 한 가장 침착한 목소리로 위로 올라가 아빠가 이걸 처리하는 동안 기다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내가 뭘 처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그 흉측한 발톱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나 화장실 문을 닫아버렸다. 

난 경찰을 불렀고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긴장한 채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내내 그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축축한 살들이 욕조에 철썩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조사를 한 후에, 야생동물 보호국 요원들이 출동했다. 

난 그들이 저게 뭔지 알아내려 노력하는 동안, 30분 넘게 거실에서 제시를 달래주고 있었다. 

곧, 그들은 떠났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차들이 도착했다. 

야생동물 보호국의 밴은 떠났고,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우리 집 앞을 번쩍이는 빨갛고 파란 불빛들로 채우며 재빨리 들어왔다.


응급 구조사 중 한명이 "주님, 맙소사!" 라고 외치며 공포에 질려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곧, 나와 제시는 밖으로 안내되어 며칠동안은 호텔에서 머무는게 좋겠다고 통보받았다. 

출동했던 형사는 우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지 않은 듯 했지만, 

난 트라우마에 빠진듯한 응급구조사에게 무슨 일인지 넘겨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집 현관에서 어린애처럼 울고있었다. 

난 그들이 우리 집의 배수구 속에서 찾아낸 것들의 끔찍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조사에 의하면, 이전에 살던 집주인은 욕조에서 심하게 일찍 태어난 조산아를 낳은 듯 했다. 

고의적이든, 사고였든 간에, 그 아기는 배수구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조산아는 바닥 아래로 쓸려 내려가다가 부엌 씽크대 아래로 연결된 배관이 만나 하수로 이어지는 교차점에 끼이게 되었다. 

부엌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음식물 찌꺼기가 그녀에게 영양분을 주었고, 살아있게 만들었다. 

난 이야기를 들으며 온 몸이 저리는 걸 느꼈다. 내 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온 힘을 다 하면서 난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그녀는 자라면서 기형적으로 변한 잇몸과 배수구 모양을 따라 원형으로 돋아난 이빨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그녀가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의 몸은 그 좁은 감옥에 갖힌채 만들어졌다, 으스러진채, 구불구불하게 기형으로 길게, 

더 길게 , 상상도 못할 끔찍한 시간동안. 난 공포에 질린 채, 그 응급구조사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그 배수구 안에서 거의 20년 이상 살아온 것이다. 이것을 '삶'이라 칭할 수 있다면 말이다. 

택시가 도착했을 때, 난 충격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내 처음의 공포가 옳았다는 걸 느끼면서...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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