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무섭고 오싹했던 2000년 여름 농활 1~3

title: 메딕오디2019.12.04 14:22조회 수 1989추천 수 3댓글 1

    • 글자 크기


무섭고 오싹했던 2000년 여름 농활 (1) (2)(3)  

 

 

 

    

오늘 진짜 덥다 그지? 내가 사는 대구는 장난이 아니야. 

 

아까 씻었는데도 땀이 쩍쩍 몸에 달라붙는게 너무 짜증나. 

 

특히 화장실에서 큰 거 누고 있을 때 땀 한 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티셔츠 안으로 들어갈 때의 찝찝함은 누구나 다 경험해 봤을껄?ㄲㄲㄲ 

 

그래서 더위도 식히고 할 겸 오늘은 이 동생이 겪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해줄께.  

 

괴담 좋아하는 형들은 일루 오고 별로다 싶은 형아들은 주저없이 백스페이스를 눌러. 

 

 

때는 바야흐로 만득이가 20살 때였던 2000년 여름이었어. 

 

예전에 썼던 글에도 있었지만 만득이는 마법사가 되기가 싫어서 열심히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독학을 하고 있었지. 

 

만득이는 각종 연애서적, 미연시에 통달한 절친한 선배의 조언을 듣고 가슴에 금과옥조로 새긴 싯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남녀가 힘든 상황을 같이 겪으면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거였지. 

 

그런데 이 별 것 아닌 문장이 만득이의 괴상한 논리회로에 들어가서 이렇게 변질되고 말았던 거야. 

 

 

 '그래 여름농활을 가서 나도 한 번 예쁜 여학우랑 이번 여름 멋지게 연애를 해보는 거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도 자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날 정도야. 

 

남들 비키니수영복에 바닷가에서 물장구칠 때  나는 몸빼바지에 논두렁에서 모심기하고 있었고. 

 

남들 계곡에서 바베큐파티한다고 숯불에 불피우고 있을 때, 나는 축사에서 소여물준다고 쇠죽끓이고 있었고. 

 

남들 영화관에서 여자친구랑 손잡고 사랑을 속삭일 때. 나는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따면서 ㅅㅂㅅㅂ를 속삭이고 있었다.....

 

(엥 이거 어디서 본 레퍼토리인데...) 

 

 

머 어쨋든 만득이는 여친을 사귈 요량으로 농활을 가게 되었는데 

 

재수없게 떡대 좋아보인다고 해서 다른 학년형들이랑  선발대로 하루 먼저 가게 되었어. 

 

10박 11일의 지옥같은 경험의 시작이었지.

 

 

내가 갔을 때의 날짜는 대략 6월말쯤 기말고사가 막 끝나고 방학이 시작할 때였어. 

 

선발대는 97,98,99,00 요렇게 학번대로 1명씩 해서 4명이 가게 되었어. 

 

선발대가 도착했던 시간은 뙤약볕이 아스팔트를 녹이는 오후 1시경쯤이었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면서 후텁한 날씨에 우리는 기진맥진을 했었고, 

 

우리를 마중나오셨던 마을지도자분도 지치셨는지 입은 웃고 있었는데 눈은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났었던 게 기억이 나네. 

 

 

우리가 원래 묵을 장소였던 마을회관까지 경운기를 타고 갔었어. 

 

그런데 경운기를 몰고 가시던 마을지도자형님이 말씀하시는 거야. 

 

회관에서 자는 거 포기하는게 어떻겠냐고.... 

 

우리가 오기 일주일 전에 폭우로 인해서 마을회관 옆의 동산이 허물어졌고 

 

회관의 담벼락이 무너질 것 같아서 거기서 묵기가 힘들다고 하시더군. 

 

그렇기 때문에 각 가정에 몇 명씩 배정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으셨어. 

 

 

우리는 단호하게 거절했지. 

 

저희들은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왔고 민폐를 끼치러 온게 아니니 그냥 빈 집이 있으면 거기서 자도 괜찮겠다고 호기롭게 말했었어. 

 

참 어리석었지. 

 

그러자 지도자형님은 그럼 요 앞 앞산입구에 빈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그 곳으로 안내를 해주셨어. 

 

우리는 빈 집= 폐가 라는 선입견에 내심 조마조마했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 

 

 

슬레이트지붕을 얹은 방 두 간짜리 집이였는데 매우 깨끗했었어. 

 

마당엔 잡초도 없었고 화장실에 벌레도 없고 문에 창호지도 깨끗하게 발려져 있었거든. 

 

사실 청소를 빡시게 할 각오를 했던 우리는 내심 기뻤지. 

 

우리는 마을 입구에 농활단 현수막을 걸고 청소도 하고 바쁜 시간을 보냈어. 

 

후라이팬처럼 뜨거웠던 땅이 식어갈 저녁무렵에서야 우리 일은 끝이 났지. 

 

첫날이라 피곤도 했고 남자4명이라 밥짓기도 귀찮았던 우리는 읍내로 가서 밥을 먹기로 하였어. 

 

사부작 사부작 걸어서 읍내에서 하나뿐인 중국집에서 우리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었지. 

 

약주삼아 한 잔만 마시자던 소주병이 하나 둘씩 쌓여갈 무렵 우리는 휘청거리면서 중국집을 나왔어. 

 

 

그때가 아마 11시쯤 되었을 꺼야. 

 

왜냐면 나오면서 스포츠뉴스가 끝나는 걸 내가 봤었거든. 

 

 

시골이라 그런지 밤이 매우 어두웠어. 

 

달도 없던 날이고 가로등도 없던 길이라 우리는 휴대폰불빛을 비추면서 가고 있었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술기운이 알싸한 것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시체가 쓰러지듯이 잠을 청하게 되었어. 

 

 

 

 

으음.....아마 잠에 취해 있다가 슬핏 정신이 들었을 때가 자정이 약간 넘었을 꺼야. 

 

몸도 노곤하고 술도 제법 취한 상태라 푹 잤으면 좋았겠지만 화장실이 가고 싶었었거든. 

 

달이 없는 밤이었지만 어느정도 어둠이 눈에 익었을 때라서 화장실을 가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집의 구조가 방 두칸에 조그만 마루. 

 

다 찌그러져가는 부엌에 집과 제법 떨어진 화장실을 갖춘 아주 전형적인 시골 오두막집이라고 생각하면 돼 형들.. 

 

 

급한 마음에 마당을 가로질러서 뒷간에 들어갔어.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니까  땀으로 끈적해진 팔뚝에 비늘이 돋는 느낌이 들더군. 

 

가슴을 한껏 내밀고 뒷간을 나서는데 마당에 허연 덩어리같은게 있더군. 

 

 

허연 덩어리가 첨엔 뭔지 잘 몰랐어. 

 

달빛 하나 없는 밤이라 그저 푸르스름한 빛깔만 날 뿐 형체는 잘 모르겠더라구. 

 

근데 술을 처먹어서 그런지 왠지 발로 차고 싶더라. 

 

공차는 거 좋아하는 형들이 아니라도 남자들은 어릴적에 운동장에 돌멩이 하나가 덩그러이 있으면 든다는 그 기분. 

 

발로 한 방 찼지만 힘없이 날아가는 덩어리는 댓돌 옆에 떨어지더군. 

 

밤이라도 댓돌이 화강암이라 그런지 댓돌은 보이더라. 

 

그리고 난 들어와서 잤어. 

 

 

 

아침에 머리가 떡진 상태로 안경을 쓰면서 봤던 방 안 풍경은 적막 그 자체였어. 

 

남자가 4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쥐죽은 듯 조용하더군. 

 

아마 눈안뜨고 있었으면 나 혼자 있는 줄 알고 밖에 뛰쳐나갔을 꺼야. 

 

형들은 구석에서 모여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우리들이 가져온 배낭과 대각선 방구석에 신문지로 둘둘 만 무언가가 보였어. 

 

난 먹을건가 하고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다가갔지.

 

형이 말리더군. 가까이 가지 말라고. 그리고 그렇게 말했어. 

 

 

 '시체다. 보지 마라.' 

 

 

알싸한 기분이 들더라고.. 차가운 슬러시를 급하게 먹어서 뇌가 띵해지는 느낌같은 거.

 

사실 군대도 가기 전이었던 20살 꼬마인 내가 시체를 전혀 접한 적이 없었기에 형의 말 한마디는 압도적이었어. 

 

형들끼리 하는 대화에 내가 끼어들기가 어려워서 난 멋쩍은 듯 형들 등 뒤에서 형들 대화에 귀를 기울였어. 

 

 

형들도 많이 당황을 했지만 이내 수습을 하고 동네 이장님을 불렀지. 

 

여기 급한 일이 있으니 빨리 좀 와 주시라고. 

 

 

 

해가 느물거리며 앞 산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쯤 이장님이 경운기를 끌고 오셨어. 

 

그리고 대뜸 우리들을 보자마자 미안하다는 말씀부터 하셨어. 

 

숨겨서 미안하다고........ 

 

 

사실인 즉슨 이 집은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었대. 

 

자식들도 있지만 다들 도시로 나가버리고 혼자서 외로이 사시는데 

 

가끔 조카뻘되는 아주머니가 찬이랑 먹을 거 챙기러 보름에 한번 정도 오는 것을 제외하곤 왕래도 없었다는군.  

 

 

게다가 할머니께서 치매증세도 좀 있었다는거야. 

 

그러니 누가 오고 싶겠어. 

 

정신나간 할매 혼자 잡종개 한 마리만 키우면서 살고 그 집까지 가는 길도 좀 음침하고 낮에도 답답한 기분이 드는 길이거든. 

 

그래서 할머니가 가끔 마실이나 댕기러 마을에 내려오시는 거 말고는 왕래가 전혀 없었대 

 

 사실 시골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방에서 홀로 죽어서 방치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더군. 

 

하지만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건 오뉴월 햇볕이 슬슬 뜨거워지는 초여름경인데다 

 

산밑이지만 좀 습기가 많이 차는 자리라서 시체의 부패가 심한 상태였다는 거야. 

 

게다가 아주머니도 농삿일이 바빠서 짬을 내기도 좀 힘들었고....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차마 눈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는군. 

 

썩어서 거무죽죽해진데다 안면은 산짐승인지 몰라도 다 파먹혀 있고 손이랑 발 한 쪽이 없었다는군. 

 

그리고 기르는 개도 목줄을 끊고 도망을 갔고... 

 

 

대충 시신을 수습해서 염하고 자식들도 불러서 장례는 치뤘는데, 

 

개가 물어갔는지 산짐승이 물어갔는지 모르는 발이랑 손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대. 

 

그것때문에 자식들이랑 마을 사람들 감정도 좀 상했었나봐. 

 

이장님이 할머니 자식욕은 안했지만 목소리는 좀 불쾌한 듯 보였거든. 

 

 

어쨋든 우리가 손 한쪽을 발견해 줘서 고맙고 다른 부위도 보면 무서워하지 말고 빨리 연락해달라고 덤덤하게 말씀하시곤 

 

이장님은 간지나게 경운기에 타면서 가셨어. 

 

우리는 패닉 상태였고 방안에 들어가기도 싫어서 밖에서 대책회의를 했었어. 

 

 

오후에 올 후발대 사람들에겐 이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4학년 형이 을러댔지. 

 

사실 우리야 남자들이니까 괜찮다쳐도 오후에 올 후발대는 여학생들이 좀 있었거든. 

 

여자애들이 과연 이주전에 시신이 참혹하게 흩어졌던 방에서 열흘이나 살려고 할까? 

 

나같아도 안 있을껀데 여자애들이야 오죽하려고.

 

당장 짐싸들고 집에 가려고 하겠지.

 

 

이게 끝이냐고?시시하다고? 아니 시작은 이제부터야 

 

 

 

후발대로 온 사람들은 총 10명정도였을꺼야.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근데 여학생은 총 4명이었어 ㅋㅋ 이건 확실히 기억하지.

 

누나들 3명에 내가 그렇게 친해지고 싶었던 내 동기 여학생 1명 (아아 여신님 ㅠ.ㅠ) 

 

후발대사람들이 포터짐칸에 실려서 오는 걸 보면서 4학년 형이 다시 한번 군기를 바짝 잡았어. 

 

 

 '이야기할려면 농활 끝나고 뒷풀이 때 해라. 끝나기 전에 하면 앞으로 내 얼굴 못볼거다.' 

 

 

뭐...형이 말을 안해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야.. 

 

첫날이라 그런지 다들 기세좋게 일할 거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어. 

 

나는 감자캐기를 하러 가고 몇몇은 고추따러가고 몇몇은 무슨 야채밭에 갔었어.. 

 

첫날이고 또 낮시간이기에 논에는 다음 날 가기로 하고 식사준비조는 남아서 식사준비가 한창이었지. 

 

근데 식사준비조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쟤들 저 집 무슨 집인지 알면 못있을껀데...'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낮시간의 고된 일이 끝나고 시원하게 등물 한번 하고 나른한 저녁노을을 보면서 집 근처를 서성거렸어. 

 

절대 집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안나더라고. 

 

그리고 댓돌에 신발을 절대 안벗고 마루 구석에서 신발벗어두고 다녔어. 

 

왠지 댓돌에 신발을 벗어두기가 꺼림칙한데다 마루 밑에 시체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마저 들더군. 

 

 

어쨋든 왁자지껄한 후발대사람들과 침울한 선발대 사람들 간에 부조화스러운 대화가 이어졌지만 

 

이내 알콜의 힘으로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지. 

 

나도 술을 평소보다 많이 처묵하면서 까짓 거 사람시체인데 뭐 어떠냐, 죽으면 다 시첸데. 하는 생각으로 골아 떨어졌지.... 

 

그리고 밤에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안가고 마루에서 최대한 멀리 도움닫기로 마당에 점프한 담에 담벼락에다 실례를 했지ㅋㅋ 

 

그땐 정말 무서웠거든~ 

 

 

 

근데 다음 날 잘 자고 일어났는데 나의 여신님께서 울고 불고하면서 집에 무조건 가야겠대. 

 

20살짜리 여자애가 자기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고 정말 어린애처럼 울어제끼더라. 

 

슬몃 목덜미가 쭈뼛해졌어. 

 

불안한 기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동기 여자애를 달래는 여자선배에게 물었지.

 

 

 '화진(가명)이 쟤 왜 저래요?' 

 

 

여자선배는 무성의하게 대답했었어. 

 

 

 '귀신봤대....' 

 

 

호로로로로로로로로ㅗㄹ ㅅㅂㅅㅂ ㅅㅂ ㅅㅂ ㅅㅂ ㅅㅂ 

 

 

'야이 씨-발년아!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러면 천하의 피만득이 아닐터.. 

 

 

 '네? 뭐 어땟길래?' 

 

 

그때는 제대로 이야기를 못들었었어. 

 

걔를 일단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였고. 

 

걔가 좋아하는 남자선배가 걔를 좀 다독거리니까 진정하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 

 

난 몰래 숨어서 선발대형이랑 담 넘어에서 엿들었지. 

 

 

여자애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었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깬거야. 

 

아무 생각없이 똥통에 쭈그리고 일을 보고 있는데 문을 닫자니 껌껌해서 무섭고 

 

그렇다고 여자애가 엉덩이 다 깐 상태에서 뒷간 문 환하게 열고 앉기도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일을 보고 있었대. 

 

걔가 일을 보면서 집쪽을 계속 주시했는데 말이지.. 아까 내가 말했지? 방이 2개라고.

 

그래서 1개 방은 여자애들 방 1개는 남자들 방인데 남자숫자가 좀 많았어. 

 

그래서 여자방은 짐이랑 여자애들 자는 방으로 쓰고 주로 남자방에서 술도 마시고 회의도 하고 그랬었거든.

 

 

근데 남자방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더래. 

 

그리고 창호지로 사람들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술마시면서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술자리... 

 

그걸 보고 있는데 왠지 빨리 뒷간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대. 

 

 

형들도 공감할려나? 

 

깜깜한 밤에 혼자 있는데 저 앞에 불빛이 보이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보면 빨리 나도 저기 가서 끼고 싶다는 느낌.

 

그래서 걔가 신발을 내벗어던지면서 마당을 후다다닥 가로질러서 남자방문을 왈칵 열었대. 

 

자기도 술자리에 빨리 끼고 싶어서...이미 잠기운은 다 달아난 상태였거든.

 

 

 

근데 말이지 분명 자기가 들어가기 전에 방안에서 사람들이 놀고 불빛도 환했던 방이 자기가 들어가니까  다들 곤하게 자고 있더래.

 

일렬로 주욱 누워서... 

 

보통 누가 갑자기 들어왔을 때 후다닥 움직여서 먼지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그런 갑작스런 침묵이 아닌 오래된 정적인 침묵상태. 

 

그걸 보는 순간 자신은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대. 

 

그리고 그 순간 생각난게 분명 여자들은 옆 방에서 다 잤는데 아까 웃음소리는 여자 웃음소리였다는군. 

 

그 때 얘가 정신줄을 놔버린 거지.

 

 

다음날 아침에 다른 내 동기가 문고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떠는 여자애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을 다 깨운 거고 여자애는 그때 정신을 차리고 발악을 한거야. 

 

후우.....담벼락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몸도 덜덜 떨고 옆에 있던 형도 숨도 제대로 못 쉬더라구.

 

 

그 날 내 여신님은 짐싸들고 집에 가버리고 난 그 날 밤에 소주를 원샷으로 마시고 천장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쳐다보면 할매가 나타날까봐-등을 돌리고 잤어. 

 

그리고 열흘동안 이상한 일들이 가끔 일어나더군. 

 

밤만 되면 개가 한 마리 집 근처를 배회하면서 으르렁거렸고, 화장실에선 구렁이가 한 마리 나왔었어. 

 

그리고 항상 전화기가 통신불량이었는데 이상하게 집 담장만 넘으면 전화가 되더라구. 

 

그리고 농활이 끝나고 술집에서 뒷풀이를 하면서 선발대가 집의 사연을 이야기했을 때 

 

다들 술이 들어간 젊은 혈기라서 그런지 농담삼아서 안주거리로 삼았던 기억이 나네. 

 

뭐 그때 열흘 동안 오싹한 경험을 하고 난 다음 해엔 가지 않았지 ㅋ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고 난 군대를 갔었어. 

 

 

근데 내가 상병정기휴가를 나왔을 때 놀라운 소식을 들었어. 

 

해마다 그 동네로 농활을 갔는데 작년부터는 거기는 안간다고 하더라구. 

 

왜냐고 물었더니 그 마을 냇가에서 농활간 학생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그러는 거야. 

 

그것도  발에 수초가 감긴 채로.... 아는 형이라서 매우 놀랐어. 

 

게다가 그 형은 그 때 후발대로 갔던 형이었거든. 

 

 

나중에 그 때 당시 같이 농활을 갔던 사람들에게 물었어. 

 

그 동네 우리가 있던 그 귀신집 어떻게 되었냐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냥 무성한 이런 뒷이야기만 남기고 어느덧 난 20대 후반이 되었고, 

 

당시 사람들은 다들 연락이 안되고, 거기서 익사한 형만 애꿎은 사람이 된거지 뭐.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어때? 재밌어?

 

조만간 이어질 생존자 P의 일기나 기대하고 있으라구... 



웡 웡

    • 글자 크기
독서실 (by 오디) 이종카페 유저 귀신 썰모음 1 (by 오디)
댓글 1

댓글 달기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