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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상주할머니3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5.30 08:37조회 수 1732추천 수 12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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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리는 글은 거의가 저희 가족들이나 제가 겪은 일들에 관한 겁니다.

하더라가 아니고 제 눈으로 보고 겪은 것만 쓰려 하니 그렇습니다.

오늘은 특이하게 저희 가족과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제가 직접 본 일이기에 자신 있게 쓸 수가 있네요.

두 가지의 다른 에피소드 입니다.



꼬마 때 어느 날이었습니다.

4, 5, 6살 때 중 한 나인데 정확히는..

제가 할머니를 따라 다닌 건 거의 취학 전의 8살 전의 기억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이후에는 학교를 가느라고 할머니를 따라 장에 가기가 쉽지 않았지요.

장날이 공휴일이거나 방학 때나 따라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은 무더운 여름 날이었습니다.

날도 너무 좋아 한 낮의 태양이 대단했던 날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전 오전에 장에 도착하여 장구경을 한 바퀴 하고는 할머니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분명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전 고기랑 밥 먹으러 가는 길임을 직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는 그 때 상주 무속계의 대모? 최종 보스? 두목? 같은 느낌이었네요.

꼭 구역 순찰하시는 듯 했죠.

그 날도 어딘가에 있는 무속인 집으로 찾아 갔던 거였었는데, 전 첨 가보는 동네였어요.

무척 더운 날이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어느 집 앞을 지나가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자 하셨습니다.

그 곳은 제법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자주 쉬는 곳인 듯 평상이 하나 그늘에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좋아 많이 덥지? 하시면서 가지고 계신 부채를 연신 제게 부쳐 주셨어요.

할머닌 더위에도 거의 땀을 흘리지 않으셨죠.

할머니가 제 목덜미의 옷깃을 늘리시어 옷 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넣어 주시느라 바빴는데,

그 평상이 있던 곳 맞은 편의 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집에서 어떤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마당으로 나오시다가 우리를 발견 하시고는 쳐다보시다가, 곧 집 안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잠시 후 다시 그 집 문이 열리면서 잠시 전의 그 아주머니가 애기를 포대기에 업으신 상태로 손에 쟁반을 하나 받쳐 드시고 대문을 따고 나오셔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우릴 보시고는 할매!~~ 날이 무척 덥지예? 손잔가 보네예? 날 이리 더운데 손자 데리고 다니시느라 힘드실텐데 이거라도 좀 드시고 가시이소 하며 쟁반을 건넸습니다.

거기엔 예쁜 유리컵에 얼음을 넣고 탄 보기만해도 시원해 보이는 미숫가루 두 잔과 깎은 참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반색을 하시면서 첨 보는 늙은이 한테 뭘 이런 걸.... 하시면서 고마움에 인사를 건네시며 잘 마시겠다고 하시고선 제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라셨어요.

저도 인사를 꾸벅 드리고는 찬 미숫가루 잔을 들었습니다.

그 더위에 땀 흘리고 마시는 미숫가루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정갈히 깎아 내온 참외도 아마 냉장고에 있었던 듯 참 시원하고 달고 맛났답니다.

아주머닌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참외를 먹는 제가 무척 예뻐 보이셨던지 손자가 참 귀엽다시며 제 머릴 쓰다듬어 주셨답니다.

그리곤 잔을 들어 다시 마시다가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습니다.

고맙다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시며 미숫가루를 마시던 할머니가 웃음을 싹 지우시곤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착한 아주머니가 계셨지요.

아니, 정확히는 아주머니 등에 포대기로 업혀 있던 애기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한 말씀하셨습니다.

아가 좀 아파 보이는데......

그 말을 들으신 아주머니는 전까지 얼굴 가득 피어 있던 미소가 싹 사라지시고는 금방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예..... 자꾸 자다가 경기에 들린 듯 울고 젖도 잘 물지 않고 그래서 걱정이라 하시면서,
병원에서는 감기 초기 증세이거나 날이 더워 더위를 좀 먹은 것 같다며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하셨답니다.

그리고는 안 그래도 오늘도 더위 한풀 꺽이면 병원 가보려고 한다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얘길하셨지요.

그 얘길 들으신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빙원 데리고 가 봐야 소용 없을낀데? 의사가 고칠 병 아니다.'

그 얘길 들으신 아줌마는 깜짝 놀라셨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우리 할매는 의사 선생님 맹쿠로 사람 병도 아시는가 보다 하고요.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시면서 할매요, 그게 무슨 소린교? 하고는 할매 옆에 찰싹 붙어 앉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얘기면 어떤 어머니던 제 1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할머닌 대꾸도 않으시고는 아주머니 등에 업힌 애기를 한참 바라보시다가 그러셨어요.

내가 참견 안 하려고 했는데 애기 엄마 심성이 너무 착해서 내 미숫가루 맛있게 대접 받은 값으로 애기 엄마 한번 도와줄거니 잘 들으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시고는 "집안에 가까운 친지 중에 집에서 못 돌아가시고 밖에서 객사 하신 어른 있제?"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모습을 보니 뭔 사고가 크게 난 거 같은데....." 하시면서요.

사실, 이렇게만 얘길 했다면 아줌마는 믿지 않으셨을 겁니다.

저도 이제와 생각해 보면 집안에 가까운 친척 한 분 객사나 사고사, 전쟁(가까이는 베트남전)나서 죽은 이 하나 없는 집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흔히 사이비 무당이나 종교 단체가 사람들에게 접근할 때 쓰는 방법이 아니던가요?

하지만,
할머니의 얘긴 달랐지요.

아주 구체적이었거든요.

할머니께선 키는 얼만하고 입고 있는 옷은 어떻고 생김새는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반신 반의 하시는 표정으로 들으시던 아주머니는 점점 낯빛인 어두워지시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르르 흘리시는 거예요.

그리곤, 지금 말씀 하시는 그 어른은 자기 시 아버지가 틀림이 없으시다고 우셨어요.

그리고 말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애기를 임신하고 계셨을 때에 시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시어 돌아가셨답니다.

손자를 그리도 기다리셨는데 그런 손자 얼굴 한 번 못 보시고 한 번 안아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고요.

상주 할머니는 그 얘길 들으시고는 쯧쯧 하시면서 혀를 차시면서 아줌마를 토닥거리셨습니다.

그리고는 말씀을 이어가셨어요.

"참 귀한 손주인가 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얼른 저승에 가셔야지 안 가시고 손자 귀엽다고 자꾸 만칠라 카문 우야노?"

그리고는 시 아버지 돌아가시고 천도제는 했나? 하고 물으셨어요.

아주머닌 모르시는지 대답을 못 하셨습니다.

그러자 할매는 "아마, 안 했을 끼다. 했으면 벌써 가셨겠지 저러고 아 뒤따라 다니시진 않을 끼다... 특히, 집에서 잘 가신 분 아니고 사고로 그리 가셨으면 꼭 해 드렸어야 하는데...." 이러셨어요.

그러시고는 치맛속으로 손을 넣으시고는 뭔가를 꺼내셨습니다.

항상 할머니가 차고 다니시던 쌈지였습니다.

할머니는 꼭 복 주머니 같이 생긴 쌈지를 항상 2개 차고 다니셨는데 하나는 돈을 넣어 다니시던 쌈지였고, 하나는 뭘 넣으신 건지 한 번도 속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 어린 맘에 저거도 돈 넣은 쌈진갑따, 할매 윽수루 부자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꺼내신 쌈지 중에 지금껏 한 번도 여신 적이 없는 쌈지를 여시고는 안에 든걸 꺼내셨습니다.

그건 여러 장의 종이였어요.

이상한 글이 써져있던 그것이 부적이란 건 나중에야 알았지요.

그리고 뭔가를 찾으셨어요.

이건 아니고.... 이거두 아니고.... 하시며 뒤적이시다 요있네! 하고는 부적 한 장을 손에 쥐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부적을 건네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몰골은 이래뵈도 억수로 비싼 사람이데이..."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새댁 맘이 너무 예뻐서 내가 감동 받아서 도와주는거다 하시면서 이 부적을 포대기에 넣던지 아 옷에 넣어 두던지 애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면 더 이상 애가 보채거나 울지 않을 거라고, 애기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아가 이뻐도 그렇치 죽은 사람이 갈길 안 가고 아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면서 자꾸 아를 만치면 우야노?
죽은 사람 자꾸 몸에 닿으면 건강한 어른도 기 빠져서 힘든데 깐난 아를 저래 자꾸 만칠라 카노?"

그리고는 니 시 아버지 원망은 말거라, 손자가 너무 예뻐서 저러시는 거니 이 부적 몸에 지니고 있음 더 이상은 건드리진 못 할 거라고 하시면서, 그래도 이건 임시방편이니 최선은 시 아버지를 좋은 곳으로 빨리 떠나 보내 드리는 거라며 남편이랑 상의해서 빠른 시간 안에 천도제를 한 번 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부적을 받아 즉시 업은 애기를 풀으시더니 바로 애기 옷 속에 넣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불안한 얼굴로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매요! 됐는교? 이자 못 만치시는 거 맞아예?" 하고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이시며 말씀을 하셨어요, 잘 아는 절이나 무속인이 있냐고요.

아주머니 고개를 흔드셨지요.

"천도제 그기 아무나 막하면 제대로 안 되는데..... 괜히 돈만 많이 내라카는 반편이들도 많고..." 하시면서,

"새댁이 좋타면 내가 소개 시켜줄까?"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닌 좋아하셨고 할머니는 그럼 2, 3일 내로 이리 들리라고 할테니 어디 가지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시고는 잘 먹었네! 하시고 제 손을 잡고 떠나셨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 듯 시크한 표정으로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제가 할머니를 따라가며 뒤돌아 볼 때마다 멀리 사라지는 우리를 보며 연신 인사를 하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였어요.

"좋아야! 사람은 항상 맘을 곱게 쓰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란다.
그렇게 살면 예기치 않은 행운도 찾아 오고, 주위 사람들도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고 그렇커든....."

제가 맹랑하게 한 마디 했죠.

"그란데 왜 할매는 만날 남들이랑 싸우노?" 하고요.


한참을 더 걸어 우린 그 날 가고자 했던 곳엘 갔고, 그 날도 처음 본 아주머니가 반기시며 상이 휘도록 식사를 내 오셨습니다.

그리고 식사 중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께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하며 자네가 한 번 찾아가 보게 라고 하셨고 아주머닌 공손히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곤 한 마디 하는 걸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번 제는 꼭 들어갈 최소 비용만 받고 봉사한다 생각하고 해주라고요.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그 무녀 아줌마네 집엘 다시 가게 되었어요.

밥을 먹고 있었는데 누가 헐떡이면서 급하게 집으로 들어 왔어요.

그리고는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착한 아줌마였어요.

아주머니는 방문을 열고는 상주 할머니 얼굴을 확인하자 마자 뛰어 들어와서는 할매요! 우찌 한 번도 걸음을 안 하셨어예를 연발 하시며 할매 손을 꼭 붙들곤 놓치 않았고 할머니는 허허 웃으시면서 잘 지냈는가? 하시더군요.

그리고선 아줌마 등에 업혀 웃으면서 놀고 있는 애기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인제 애는 안 아프지? 라고 물으셨고, 아줌마는 하모요, 그 때 할매가 부적 주시고 가시고는 단 한 번도 놀라서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젖도 너무 잘 먹어 이제 포동포동 살찐 거 좀 보이소 라고 말씀하시며 업고 있던 애기를 풀어 할매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

할매는 한 번 애기를 안아 보시고는 바로 아주머니께 돌려드렸어요.

할매는 저 빼고는 애들 안 좋아 하시거든요. 데헷!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 찾아 오신 무녀 아주머니랑 상의하여 가까운 길일에 천도제를 했고, 그 뒤론 이상하게 맘이 편안하고 집에 걱정이 없다고 하시면서 너무 고마워서 꼭 할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어쩜 그리 뵙기가 힘드냐며, 무녀 아줌마께 할매가 오시면 꼭 자기에게 연락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지금 오셨단 전화 받고 애 들쳐 업으시고 찾아 오셨던 거였어요.

하는 말씀을 들으니, 자기는 그런 거 안 해 봐서 몰랐는데 나중에 여기저기서 들으니 남들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으로 제사를 지낸거란 걸 알고는 할머니께 더 고마우셨나 봐요.

할머니는 다 자네가 착해서 복 받은 거라시며 애도 잘 클꺼고 남편 하는 일도 더 잘 될 거니 앞으로도 그 착한 심성 잃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리고선 딴청 피우는 무녀 아줌마를 한 번 흘겨 보시며 "거... 쓸데 없는 짓을 해가지곤...." 하고 책망을 하셨지만, 그닥 혼내시는 느낌은 없었어요.

식사를 끝내자 마자 할머니는 좋아야, 다 뭇나? 다 무쓰면 고마 가자 하시며 예의 그 시크한 표정으로 일어 나셨고, 그때까지 할머니 곁을 지키던 무녀 아줌마와 새댁 아줌마도 따라 일어나며 벌써 가시냐면서 둘다 똑 같이 하얀 봉투를 꺼내 건네셨어요.

전 그게 돈인 걸 알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우와!!! 봉투가 두 개다, 우리 할매 오늘 돈 많이 벌었네 했는데 할머니는 무녀 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받으셨지만, 새댁 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절대 받지 않으시는 거였어요.

새댁 아줌마는 정말 서운한 표정으로 "할매 너무 감사해서 드리는 건데..." 라고 하시며 "얼마 되지도 않아예 그냥 성의로 받으시고 손자랑 맛난 거 사드이소... 쪼매 밖에 안되예" 를 연발하셨지만,

할매는 "내가 도와준 건 자네 맘에 대한 내 보답이였다고 하시며 이걸 받으면 다시 자네한테 신세지는 거니 그냥 그 맘만 받겠다" 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무녀 아줌마를 돌아보시고는 "내가 야들이 주는 건 내 그만한 일을 해 주고는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이니 자넨 그럴 필요 없네" 라고 끝까지 거절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손을 잡고는 떠나셨죠.

새댁 아줌마는 문밖까지 따라나와선 계속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할매요. 언제라도 좋으니 지나가시다가 저희 집에 손자 데리고 꼭 한 번 들려 주이소를 연발하셨고, 할머닌 가타부타 대꾸도 안 하시며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 뒤로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선 그 새댁 아줌마네 집에 찾아 가신 적이 없습니다.

참 매몰차신 할매입니다.

그래도 내 강아지(좋아)에겐 뜨거운 사랑이 넘치시던 할매....

이 글을 쓸 때마다 할매가 너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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