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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누나 이야기.txt (4)

익명_aa4da52018.09.01 19:36조회 수 15059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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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이렇게들 성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원래는 한 4편정도 쓰면 되겠거니 했는데 글은 역시 간결하게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주지하게 됩니다.

 

사실 3편까지 이야기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더 있는데 결정적인 건 아니어서 뻈습니다. 드라마도 왜 주인공 남녀가 마냥 콩닥콩닥 노는 것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서도 지나치면 지루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비슷한 추억이 있는 분들.

비슷하진 않아도 매듭지지 않은 과거가 있는 분들.

 

같이 추억하시길 바라며.

 

 

서문이 너무 깁니다. 

 

제가 이걸 얼만큼 더 쓸 수 있을까요.

 

 

----

 

 

계절이 바뀜은 저녁 햇살부터 앗아 갔습니다. 빠르게 겨울이 찾아 왔고 서둘러 옷장 구석에서 겨울 옷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게만큼이나 11월은 무겁습니다.

 

 

다시 한번의  GMAT시험에서 원하는 점수가 안나오자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생각보다 미련은 없었고 영어 공부야 뭐 머리 어딘가에는 남는 거니 손해본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꽤나 실망하셨습니다.

 

학부 시절에 고시공부 시작했다가 1차 낙방에 곧바로 포기했을 때 '저래 의지가 없어서 어따 쓰나' 하며 아버지께서 혀를 차셨는데 이번에도 원서 지원도 안하고 포기한 셈이니 실망하셨겠지요. 유학가서 잘나가는 아들을 원하셨다기보다 아마도 '뭔가 해내는' 아들을 보고 싶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회사에서의 일상은 또 너무 똑같아졌습니다. 그 날의 키스 이후로 무언가 바뀔 것도 같건만 '오늘 일은 오늘로' 라고 말한 이상 그 날의 감정을 함부로 꺼내올 수 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또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매우 제한적인 메세지를 보내며 가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안부를 묻고. 그랬습니다. 

어느날. 

대학교 때 동아리 OB의 클럽 소셜 페이지에 제게 있어서 폭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전 여친의 청첩장.

 

동아리에서 후배로 사귀어서 진짜 끈질지게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내 젊은 날의 감정을 소진시켰던 사람. 

 

둘 사이에 워낙 지인이 많이 겹치니 헤어지고 나서도 안부를 듣거나 심지어 모임에서 또 보는 일은 다반사였지만 청첩장의 충격은 제법 컸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이제 없었는데 뭔가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완전히 접어야 하는 느낌과 비슷한...

 

아니나 다를까. 

 

 

몇년간 한번도 걸려온 적이 없는 전 여친의 번호가 떡. 찍혔고. 

 

놀란 마음을 가까스러 진정시키고.

 

일부러 마음을 건조하게 만든다음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 '연희야 (가명) 이게 얼마만이냐. 너 결혼 청첩장 올린건 봤어'

 

전여친: '오빠. 잘 지냈지? 청첩장 주고 싶은데 얼마전 정기 모임에 오빠가 안나와서 주질 못했네.'

 

나: (니가 청첩장 준다니까 안나갔지... ) '어.. 뭘 요즘 세상에 실물 청첩장 꼭 받아야 하나 뭐'

 

전여친: '혹시. 진짜 잠깐이라도 볼 수 있어? 나 오늘 오빠 회사쪽 지나가는데 10분만. 딱 10분만.'

 

나: (얘가 미쳤나..) '야. 결혼 열흘도 안남은 애가 전 애인과 만나는거 진짜 이상한거야- 너 왜그래-'

 

전여친: '밥 먹자는 것도 아니고 밤에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잠깐만 시간내줘! 이따 전화한다!'

 

 

2차대전 독일의 티거 전차마냥 마지노 선을 밀고 회사로 들어온 전 여친은 꼭 와야한다며 막무가내로 청첩장을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나: "야! 너 사진찍을 사람 부족해?  음식 너무 많이 주문했어? 내가 왜 꼭 가야하는데!"

 

전여친: "전 애인이면 올 자격 충분하지!"

 

나: "야 너 이전 애인들 다 불렀어? 사진 다 같이 찍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

 

전여친: "진짜 이럴꺼야! 오빠가 유일한 애인이라고! 이 삐꾸야!"

 

나: "..."

 

전여친: "........... 오빠도 오는 것이 좋을껄. 나도 오빠가 오는 것이 좋고."

 

...

이 마약같은 가시나... 

 

 

나의 찌질한 시절을 왜 떠올리게 만드니. 

 

그러고보면 내 가장 찌질한 시절을 얘가 같이 있었구나. 있어.. 주었던 건가.

 

 

솔직히. 전 과거에 정리를 잘 해서 전 애인을 보고 마음이 싱숭하거나 그런건 없었습니다.

 

아마도...얘 생각에. 내가 자기 결혼식에 나타나야 자기 마음이 정리된다고 생각했는지도..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자기가 결혼할때 박수를 쳐야 끝났다고 생각해 주길 바란 것.. 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저는 결혼식장에 나타났고.

 

동아리 동기들이 모두들 "저 미친색희... 야! 손기주 예의 주시해!  연희한테 뛰어들면 다리라도 걸어!" 라고 소리치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줄 아냐!) 라고 항변하고 싶었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것 같아서 진짜 구석진 자리에서 후배 하나를 인질 삼아 같이 밥이라도 먹어달라고 사정해서 앉혀 놓았습니다.

 

전 생각보다 그렇게 감정이 따로 오르진 않았습니다. 그냥 매우 건조한 마음으로 결혼식 내내 딴 생각하면서..

 

신랑 잘생겼네...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부자인가. 여기서 결혼하려면 엄청 비싸겠네. 인당 십만원은 우습게 넘는 식사같은데..  하긴 연희네가 부자니까... 잘 맞네..

 

 

하고 있을 무렵. 하객과 사진 촬영 요청이 있었고 동아리 친구들이 우루루 나가며 절 끌고 나가길래. "야. 나 마지막 예의를 차리게 해줘.." 하면서 겨우 자리에 앉아. 막 서빙이 시작된 와인부터 들이키기 시작했습니다. 

 

저멀리 신부는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다가도 여기저기 힌참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박연희. 잘 살아라.)

 

입모양만으로 신부에게 축하를 보냈고.

 

신부는 끄덕끄덕.

 

 

저 끄덕끄덕에 많은 것이 담겼겠죠.

 

(와 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잘 정리했어. 우리 각자 잘살자. 용기내서. )

 

이쁘긴 이쁘네... 하면서 하염없이 상념에 잠겨있는데.

 

신부가 울먹이려고 하는 것 같아 황급히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때.

 

어수선한 저 건너편 자리에서.

 

 

안책임님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왜 여기에. 연희 친구인가. 아닌데 연희보다 네살은 많은데.

우리 학교 나왔나? 아닌데. 뭐지? 친척인가?  

 

생각을 한참 하는데 따지고 보니 회사 외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복장이 자유로워서 특히 여직원들은 VIP보고나 외부 미팅이 아니면 왠만하면 '차려입고' 오는 일이 없는데 오늘 안책임님은 정말 달라 보였습니다. 신부 이쁜 생각은 어디로 가버리고 오늘 정말 예쁘게 입고 왔네.. 하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너무 멀고 제 주위에서 계속 선배다 후배다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 도저히 다가가지 못하고 타이밍을 못 찾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그냥 자리로 성큼가서 인사했습니다.

 

나: "안책임님!"

 

안: "아니. 여긴 왠 일이에요!"

 

나: "저 신부랑 같은 동아리였어요."

 

안: "아- 그렇구나- 연희랑 잘 아는 사이구나! 전 연희 언니랑 친구에요. 진짜 친해요. 엄마랑도 당연히 잘 알고. "

 

 

순간 안면이 있는 신부의 언니와 눈인사를 했고 

 

신부 언니 역시 '저 색희가 왜 여길...'  눈빛을 보냈고

 

'저도 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는 답장을 눈빛으로 보내고 있는데

 

 

그때 옆에 앉은 안책임님의 아이가 짜증내기시작합니다. 집에 언제가냐. 누구 언니 온다매 왜 안오냐. 난 주스 먹어야겠다. 난 주스 주세요. 케이크 딴거 없어요?.. 으앙... 엄마 언제가..

 

아무래도 인사를 더 이상 못할거 같아 눈인사로 작별하고 자리로 와서 저도 나머지 후식을 뚝딱 먹고 뒤풀이 한다는 동아리 선후배들을 밀쳐내고 식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이 사람들 내가 좋은 저녁 안주가 되겠지. 난 이제 동아리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전 여친 결혼식에 나타난 전남친.

 

어디 서점에서 책이나 좀 살까 생각중에..

 

안책임님에게서 메시지가 옵니다.

 

안: [[책임님. 혹시 집에 가셨어요? 아니면 따로 모임 가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나: [[아니에요. 호텔 근처에요. 방황중입니다.]]

 

안: [[운전중 아니죠? 그럼. 저 커피좀 사다 주실래요.]]

 

 

이 사람은 왜 자꾸 뭘 사다 달라는 걸까.

 

나: [[네? 커피 사드리는건 문제가 아닌데.. 어디 배달해 드려요?]]

 

안: [[나 여기 호텔 주차장인데.. 애가 차 타자마자 자요. 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커피도 못 먹고 해서. 따뜻하게 라떼 큰 걸로 샷도 좀 추가해서... 부탁합니다. ]]

 

 

달랑 하나만 사서 배달하는 걸 원하는 건가. 나랑 같이 먹자는 건가. 헛갈리는 마음에 일단 두잔을 사서 캐리어에 꼽아 들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안책임님의 차를 찾았습니다.

 

안: "아니... 애가 잠을 좀 자고 식장에 왔어야 하는데 그냥 왔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엄청 짜증이.. (한숨) 카싯에 앉히자 마자 시동도 걸기 전에 자요. 세상에..."

 

나: "아이고 힘드셨겠네요. 일단 커피 여기... " (창문 너머로 주려 하자.)

 

안: "시간 되면. 옆에 좀 앉으실래요. 손책임님것도 사왔죠?"

 

 

회사 밖에서 보는건 아이러니 하게도 첫날 명동에 나들이아닌 나들이를 빼고는 처음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철저하게 회사 안에서만 이루어졌고 암묵적인 룰에 의해서 저녁에나 주말에  메시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보낼 뿐 따로 전화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린 오피스에서만 의미가 생기는.

 

오피스 와이프인가. 아니.. 

어찌보면 누나 동생 같기도 하고.. 그럼 오피스 누나인가..

 

 

안: "혹시.. 연희랑 사귀었었어요?"

 

나: "헛.... 어떻게 아셨어요. 언니가 이야기하던가요?"

 

안: "아니 이야기는 안했는데. 주희 얼굴에 다 써있더라고요.. 저 놈이 왜 왔지.. 미쳤나.. 하는게."

 

 

무서운 사람. 

 

동아리 친구들에게도 못한 이야기를 전 이제사 주절주절 늘어 놓습니다. 

 

우린 이렇게 사귀었던 사람이고 이렇게 헤어졌었고.

그리고 일주일전 회사로 쳐들어 와서 나에게 꼭 와야한다고 하고 갔노라고.

 

안: "잘 오셨네요. ㅎㅎ 연희에게 큰 선물 하셨네요. 무슨 감정인지 알 것도 같고. "

 

나: "저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안책임님도 만나서.."

 

우리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차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건 훨씬 친밀함을 담보로 합니다. 왜냐하면 이야기하려면 시선을 일부로 돌려야 하니까요. 

 

오늘따라 치마가 짧네. 운전석에 앉으니 스타킹도 막 보이고. 운전석에 앉은 치마단 아래의 허벅지를 보자 정신이 혼미헤 집니다. 무릎 위 살짝 그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에 마음이 뛰고 설레고....

 

아오이 츠카사의 나체는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내가 아무리 모니터로 나신을 본들. 지금의 이 작은 설렘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이 설렘에 용기가 생겨.

 

지금. 회사가 아닌 밖에 있을 때. 다른 분위기 일때. 조금 나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나: "저기.... 안책임님. 남편 이야기는 한 적이 없으시네요. 따로 지내신다는 말씀만 하시고."

 

안: "아. 우리 남편. (한숨) 꼬박꼬박 '우리'라고 남편 앞에  붙이고 있네.. "

 

나: "불편하시면 안하셔도 되요. 그냥 늘 말씀 안하셔서..."

 

안: "... 그냥 어디부터 할지 잘 몰라서. 남편 이야기는 잘 안하고 다니니까.. "

 

그때 아이가 부시럭부시럭 깨는 듯 했고 

 

이야기는 끊기고 말았고.

 

차가 움직여야 애가 계속 잘 것 같다면서 시간 괜찮으면 저보고 집까지 좀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운전중에는 주말 오후의 라디오를 들으며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겨울 햇살을 느끼며 마치 오랫동안 데이트 해온 사람마냥 매우 익숙하고 편안한 조용함을 즐기며 도시의 도로를 달렸습니다.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

길이 제발 더 막혔으면 좋겠다.

 

아이가 계속 잤으면 좋겠다.

 

 

겨울 햇살은 싹을 띄우고 잎을 파랗게 만들진 않아도

차창을 넘어 남녀의 마음을 데우기엔 충분한 온기입니다.익숙한 아파트 입구.

 

지난번엔 제가 운전하고 아이와 책임님이 뒤에 타서 왔는데.

이번에는 아이는 곤히 자고 둘이 같이 들어왔습니다.

 

안: "아.. 지하철 역 앞까지 데려다 드렸어야 하는데. 아이고 아무 생각없이 와 버렸네요. " (차를 돌리려 하는데)

 

나: "아니에요. 그냥 걸어가는게 더 좋아요. 오늘 춥지도 않은데요 뭐."

 

안: "그래도.. 걷기 불편한 구두 아닌가 싶어서.. 얘 오래 자네. 너무 오래 자면 밤에 안 자는데. 이제 애가 자라서 들쳐 업고 못 올라가요 ㅎㅎ 깨워해야.."

 

나: "제가 안아서 올릴까요? 저 아이 잘 안는데.."

 

안: "ㅎㅎ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제가 손책임님에게 빚이 많은데 기껏 회사에서 커피사고 그럴 뿐이네요. "

 

나: (지난번에 그걸로 충분합니다..) "뭘요. 바쁘시니까 그렇죠."

 

 

뭔가 의미없는 핑퐁.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어떡하죠. 괜찮습니다...의 반복..

 

그런데.

 

안: "언제 우리집에 한번 오세요. 제가 밥 해드릴게요."

 

나: "네??????????????? 집에요? 밥이요?"

 

안: "나 음식 잘하는데. 아무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번 부를게요."

 

나: "아이고 음식까지야.. 밖에서 먹어도 되는데..."

 

안: "뭔가 밥 먹이고 싶어서 그래요. 따뜻한거. 겨울이니까..."

우리 집에 한 번 오세요.

우리 집에 한 번 오세요.

우리 집에 한 번 오세요.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라면 먹고 가요. 같은건가.

 

 

그런데 또 

 

밥먹이고 싶어서 그래요.

밥먹이고 싶어서 그래요.

 

이건 또 뭐지.

 

 

아. 이건 고단수다. 집에 부르기 위한 이유를 단단하게 만들어 집에 오게 하려는 건가....

 

---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되었습니다. 연말 모임이다 하여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전 어머님이 또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아무래도 술먹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여 비교적 자제하며 조용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안책임님의 초대는 그 뒤로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가끔. 아이고 미안해요. 바빠서.. 라고 할만도 한데 아예 이야기가 없어 몸이 달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밥 언제 해주실거에요라고는 또 못 물어보고 애만 끓고 있는....

 

그즈음 미국에서 유학중인 베프가 한국에 왔다며 연락해와서 만났고 저는 그 친구에게 안책임님 이야기를 하기에 이릅니다.

 

친구: "헐. 유부녀라니. 이혼할거라고? 잇 색희 용기있네.'

 

나: "야 근데 좋아하는거 맞긴 한가. 잘 모르겠다. "

 

친구: "말은 놨어? 연상과의 관계에서 시작은 누나 빼고 이름 부르는건데. 회사에서는 어떡하냐. ㅎㅎ"

 

나: "그냥 책임님..."

 

친구: "아 뭐야. 사귀는거 아니네. 손은 잡아? 너만 좋아하는 거 아니야?"

 

나: "아니 손 안잡아..." (근데 키스는 해봤..... 그걸 키스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친구: "뭐? 손도 안잡아? 그럼 너 혼자 좋아하는거네! 일단 몸이 친해져야지! 일단 분위기 만들어야겠네. 어떻게든 분위기 만들어서 같이 누워야..."

 

나: "됐다. 눕긴 뭘 누워. 미친 쉑...."

 

그 정신없던 12월에 술 한잔 안 먹던 저는 

 

꽤 많은 술을 먹고 택시를 잡으려다 포기하고 집에 비틀거리며 하염없이 영하 10도의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에이씨 개떡같이 춥네..

 

막 욕을 해대며. 침을 거리에 뱉으며.

절 아는 사람이 보면 챙피할 짓거릴 거리에서 해댑니다.

 

안책임님. 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말고. 밖에서. 손도 잡고 싶고 그래요. 

엉엉...왜 안 불러요. 집에 오라며...

 

왜 난.

 

당신이 부탁하지 않으면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한걸음도 못 가는 걸까요.

 

용기내서 만나자고 하고

용기내서 손잡고 

용기내서 우리의 감정은 뭔가요.. 라고 묻지 못하는 걸까요.

 

 

하지만.

안책임님을 보며 저도 압니다.

 

애있는 여자로서 당신의 불안하고 방어적인 마음과

당신에게 쉽게 손내밀지 못하는 나의 치사함을요.

 

그리고.

 

한 해는 며칠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계속..)



익명_aa4da5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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