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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누나 이야기.txt (8)

익명_f5c5f92018.09.01 19:37조회 수 2227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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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와 댓글 감사드립니다.

하나하나 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제가 뭐라고... 답해드리기 어렵다는 말 따위를..


이 글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긴 합니다만 제가 그렇다고 실제임을 증명하고 주장할 길 또한 없습니다. 그냥 독자 여러분께 맡길 뿐 입니다. 

사실 매 번 쓰면서 재미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이 있어 진짜 드라마 각본쓰듯이 양념치고 시나리오 쓰듯 하는 욕구가 없는 것 아니나 과하게 되는 순간 저도 이 글을 쓰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좀 재미없어 져도 

그냥 제 이야기 쓰겠습니다. 
양해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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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는 가을 신상 옷이 걸리고 여름옷은 시즌오프네 뭐네 하면서 매대로 슬슬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 해 일만 하다가 휴가 한 번 못 가고 가을을 맞았더니 여름을 통째로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그 일이 있고 스팀팩 맞은 느낌으로 일주일을 살았습니다. 신기하게 오전 여섯시에 칼 같이 눈이 떠 졌고 스트레칭하고 맨손운동 하고 씻고 일곱시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회사의 청소 여사님과 보안 요원에게 평소보다 더 친절하게 인사했고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얼마나 이런 긴장이 갈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 저녁 이후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평생 처음으로 '새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종교적인 구원이 이런 것인가도 싶었습니다.





안책임님은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혼자 일에 빠져서 난리치는 동안 그 많은 일과 싸우고 있었고 그 마지막은 법적인 이혼이었습니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흙탕물같은 과정이 아니었다 해도 적잖은 충격이 있을 법했습니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듣고 무척 미묘한 감정에 사로 잡혔습니다.

이제 도덕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진전시켜 볼 수 있는. 속된 말로 좀 해 볼수 있게 된 셈이고 도의적으로 본다면 어설픈 연애, 어페어와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 든 셈입니다.


그와중에 전략팀에 동문 선배가 있어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과제 안되도 생각보다 괜찮다 했더니 선배는 고맙게도 자신의 팀 욕을 대신 해줍니다. 걔네도 그런걸 당해봐야 아는데…. 라면서.

회사 어딘가에서 커피마시면서 점심시간의 끝자락을 이야기로 채우는 순간 저 멀리서 안책임님이 지나갑니다. 이쪽과 눈이 마주치자 선배는 손을 흔듭니다. 

“어~이. 안췌-액~”

과장스런 호칭으로 친밀함을 표시하는 선배.


어.. 아는 사이인가. 싶은데 안책임님이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인사를 선배에게 합니다.





안: “와아- 오랜만인데- 얼굴 탔네. 휴가 좋은데 다녀왔어? 아직도 플래닝쪽에서 하지?”

선배: “어. 기획팀 좀 고만하고 싶은데.. 여름에 하와이 다녀왔거든. ㅋㅋ 한번 보자. 다.. 잘 지내지? … 조만간 캐치업좀 합시다아-“

그리고 안책임님과 저는 눈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전 일부러 많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지내지’라는 인사를 하는 사이가 아니니까요. 눈으로 많은 말을 합니다. 

우리의 눈인사를 본 선배가 저보고 안책임님을 아는 사이냐고 합니다.



나: “아 TF같이 했었어요. 작년에..”

선배: “아.. 그으래? 얼마나 했어? 분기정도 했나? 너 혹시 쟤 마음에 있고 그런거 아니지? 결혼한거 알고 있지? 딸도 하나 있다구.. ”


’쟤’.. 라니 친구인가. 그래도 내가 선배보다 많이 알지 않을까요? 아닌가? 착각인가?


나: “알죠.. 근데 선배 어떻게 아세요? 동갑.. 아니시지 않아요?”

선배: “쟤 나랑 과동기야. 내가 재수했으니까 나이는 많지만. 내가 쟤랑 좀만 있으면 거의 이십년 안 건데. 이십년 동안 연락 안 끊기고 지내온거면 거의 베프 아닌가?”




나보다 오랫동안 알아 왔고 순간 베프라는 용어를 듣자마자 묘한 질투심이 생깁니다. 

내가 좋아하긴 하다보다.. 별 질투가 다…

나: “아.. 그렇구나- 아 그럼 진짜 잘 아시겠네요. 저 분 일도 진짜 잘하고 그래서 제가 완전 존경하거든요. “



질투를 교묘히 숨기고 선배에게서 안책임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나. 타인에게 안책임님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졌습니다.


선배: “잘 알지. 그럼. 베프라니까. 심지어 쟤 남편님도 내 선배니까 잘 알지. 그 형이 진짜 영어도 잘하고 똑똑해가지고 유명해거든. 잘생기고 키 크고. 엄친아라는 말이 딱 그 때 유행했는데 그 형 두고 하는 말이었으니까.. 학부 졸업 하고 바로 메이저 컨설팅 펌에 가는게 행시 급으로 어려운 일인데.. 아무튼. 근데 어떻게 둘이 결혼을 했네? 물론 쟤도 이쁘고 그러니까 인기는 많았지만.. “


그뒤로 이어진 선배에 말에 의하면 남편이 MBA하러 미국에 가서 좋은데 직장을 잡아 폼나게 산다는 것 까지 아는 모양입니다. 따로 사는 것이 좀 의아하긴 한데 뭐 각자 생각이 있는거니까.. 라고 마무리 짓는거 보니. 아마. 어떤 상태로 지내온 지도 모르는 것 같거나 이야기하길 꺼리는 것 같습니다. 베프라는데 혹시 이혼한 것도 모르나..



그러다 선배는 좀 난처한 표정 짓더니 저에게

선배: “야 내가 이런 이야기 한거 쟤한테 이야기하지.. 아니 그냥 못들은걸로 해. 내가 왠지 남의 가정사를 너무 자세히 이야기한 것 같다. 미안. 그냥 잊어버려-“

이혼 여부는 모르는 것 같고 남편과 따로 산다는 걸 이야기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덧붙이는 말에 안타까움을 엿보았습니다.



선배: “쟤가 저리 고생할 애가 아닌데. 에휴.”



저도 빨리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야겠습니다.

여유있게 시간을 내어서 오래 이야기를 들을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었는데 안되겠습니다.

바로 다음날 점심시간을 비우고 안책임님께 시간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저녁 이후에 우리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지난 여름은... 나 혼자 힘드네 인생이 어쩌네 하며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누구 앞에서 절절히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여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저 혼자 일에 몰입한다고 난리를 치는 동안 안책임님은 남편과 가정법원과 변호사를 만나며 그 사이 심지어 3개월 숙려기간까지 거쳐 이혼 신고까지 마쳤습니다. 


이 이야기를 커피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담담히 너무 담담해서 마치 어제 남편과 싸웠어.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안책임님이 생경해 보이기 까지합니다.

저는 울면서 이야기하거나 무척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덤덤하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 안책임님에게 뭐라 해야할지 몰라 가만 듣고만 있었습니다.




안: "이혼 절차. 이런거 잘 모르죠? 이혼 한 사람도 잘 없을테니까.."

나: "이혼 한 사람이 왜 없겠어요. 제가 잘 모르고 서로 잘 이야기 안하니까 모르는 거죠. 뭐"

안: "어쨌든 결론은 이래요. 이제 가족 관계 증명서 떼면 남편 이름은 없고 대신 이혼 기록이 남겠네요."

나: "이제 남편분과는 완전히 바이바이... 겠죠?"

안: "뭐... 법적으로는 양육비도 받아야 하고 하니까 완전히 연락이 끊기진 않겠죠. 근데 양육비 왜 안주냐고 연락하는 것도 그려보면 참 하고 싶지 않은 일이네요.. "



아. 남편 이야기 괜히 꺼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안: “남편은 어떻게 보면 변한게 아니라 그대로인데 결혼하고 나 혼자 기대수준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원래 그렇게 건조하고. 좋게 말하면 심지어 가족에게도 쿨한 관계를 요구하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잘 못 알아 본 것 같기도 하고.”

나: “자책하시는 건가요?”

안: “그렇진 않아요. 사실. 음 이혼 절차 밟으면서 처음엔 내 책임이다. 내가 못난 탓이다 생각많이 해서 좀 괴로웠는데 상담받으면서 좋아지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남편이 미국에 여자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알고 괴로운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어요. “

나: “엇. 진짜요? 진짜 나쁘네요! “

불륜까지! 라고 말할 뻔했는데 제가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리고 옳은 말도 아니어서 그냥 참았습니다. 우리 사이도 넓은 스펙트럼으로 보면. 누군가는 불륜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어진 이야기에는.

남편이란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에 무척 열심인데 그 수 없이 많은 포스팅에 아내 사진 한 장, 아이 사진 한 장없이 미국에서 골프치며 여행다니고 파티하는 사진만 가득하다 합니다. MBA 졸업식에서도 가족 사진은 다 빼놓고 자기가 졸업 가운 입은 사진만 달랑 올려놓고 '꿈에 가까이 가고 있다' 하는 식의 자기애만 가득한 사진과 글을 올려놔서 아내인 안책임님을 뜨악하게 만든 이야기는 듣는 남자로서 창피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안책임님과 결혼을 한 걸까. 이렇게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를 집에 애와 내팽겨쳐 놓고 자기를 위해서만 전력을 다해 사는 걸까. 



그리고.
왜 안책임님은 이런 남자와 결혼까지 한 걸까.


안: “소셜 네트워크에 남편 사진도 좀 지우고 글도 정리하고 남편이랑 관계도 끊으려고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세상에.. 남편이 위스키 한 잔 따른 사진을 찍어 놓고 자기 신상에 변화가 좀 있다고 매우 슬픈 날이라고 영어로 써 놓더니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벌떼같이 뭐라뭐라 위로하고 하는 꼴이.. 아 진짜 노트북 부수어 버리고 싶은 줄… “

이 정도로 화난 걸 본 일이 없는데. 진짜 화가 났나 봅니다. 듣는 저도 화가 납니다. 



안: “너무 보기 싫어서 놋북을 그냥 덮었네요. (한숨) “



결혼 생활도 잘 모르는데 이혼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안책임님도 저에게 딱히 이런 부분에 공감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행인건 그 시댁이라는 분들이 안책임님… 보다는 보다는 사실 손녀를 매우 딱하게 여겨서 손녀에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증여해준다고 합니다. (헐..) 나이도 너무 어리고 세금문제도 복잡하다 하긴 하는데 어쨌든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관계가 이어질 모양입니다.



안: “우리 딸 대박이죠? 열 살도 안되었는데 서울에 30평 아파트가 생겼어. 우리집에서는 이거 받지 말라고 하셨는데. 지금 살 곳도 없고. 나한테 주는 것도 아니고 아이한테 주신다는데 나보다는 애 생각해서 판단해야지 싶어서.. “

나: “…. 금수저네요. 아닌가? 빌딩쯤 되어야 금수저인가.”


안: “문제는…. 내가 혹시 재혼을 해도 유효한 것인지.... 사실 양육비도 받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복잡해요. 아이 할머니가 너무 뭐랄까.. 좀 뭐라도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변호사를 만나서 조정하고 할 것도 없는데 내가 막 각서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러기가 어렵네요.”

에이. 확실한게 해둬야죠! 이혼하는 마당에 법적으로 힘이될수 있게 해야지! 라고 하고 싶은데 이 역시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그때 같이 못 있어주어서 미안합니다.. 라는 식으로 위로와 용기를 줄 수 밖에.

하지만 안책임님의 마지막 말은 제 마음을 또 어렵게 합니다.



안: ”이혼 서류 낸지 얼마나 되었다고 재혼 이야기하는 것도 정상 같진 않고.. 마음에 뭔가 정리가 필요한데 들여다 볼 시간이 없네요.”








재혼 이란 단어가 너무 멀리 보여서 잘 그려지질 않습니다. 

나에겐 연애이고 결혼이지만 저 사람에게는 이혼을 하고 재혼이다. 

뭔가 되게 TV드라마스런 단어.

퇴근길에 지하철 역에 있는 결혼 정보회사의 찌라시스런 광고가 보입니다. ‘재혼 전문. 상담 환영’ 옆에 ‘40대 이후 높은 성혼율 자랑’.. 뒤 이은 광고 문구들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도 불편하고. 이 문구들에 불편하게 다가올 안책임님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한다. 
그간 나에게 다가와 준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내가 그 마음 속으로 험난 강을 건너 헤쳐 들어가보겠다.



엄마는 의사의 우려와는 달리 회복이 무척 빨랐습니다.엄마의 친구들이 하도 내년에 알프스트래킹을 가네 바람을 넣어 놓었다니 진짜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무섭게 재활을 하시더니 지팡이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걷게 되셨습니다. 아직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이정도가 어딘가 싶었습니다.




....


어느 주말.

엄마가 친구들과 식사를 하신다는데 뭘 좀 받을 게 있다면서 차를 몰고 와달라고 하십니다. 

가끔 친구들끼리 옷을 돌려 입거나 어디서 사온 먹을거리들을 나누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간김에 친구분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엄마 친구들이 절 보더니 야단들이십니다.


“아이고 얘가 언제 이렇게 훈남이 되었어. 네 형 결혼하고 처음 보는거지? 옛날엔 몰랐는데 어머 회사 들어가서 돈 벌더니 멀끔해졌네-“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혼 할 나이인데 만나는 사람있어? 아줌마가 소개시켜 줄까. (엄마에게) 너 내 대학교 친구 **알지? 그 잠실 산다는 애... 응.. 그래. 걔네 딸이 올해 서른인가 그런데 엄청 이쁘거든. 그리고 어디 중학교 선생님인가 그럴껄.. 응. 그래. 기간제 아니야 정교사야. 공부 잘했거든. 임용을 요즘 같은 때에 한번에 붙었어. 사진 볼래? 내가 사진 보내라고 할까. 호호호”

아. 오래있으면 안되겠다. 도망가야겠다. 


“아니에요. 말씀이라도 고마워요. 저 어디 가 있을게요. 이따 주차장에 갈 때 알려주세요. 저 지하 4층인가에 차 있어요.”



결혼 적령기의 총각. 
전문직은 아니어도 돈은 멀쩡히 벌수 있는 직장.

결혼 시장에서 그래도 아주 몰리는 스펙은 아닌가보다. 하는 우쭐한 생각과 
이혼한 여자를 만났을 때의 세간의 평가에 대한 생각이 동시에 몰려 옵니다.


내가 미쳤다. 미쳤어.
안책임님이 나한테 과분하면 과분했지. 
그렇게 똑똑하고 이쁜 여자를.

그래도 떨칠 수 없는 것. 이혼한 여자. 애 까지..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백화점 어느 커피집에서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죽이다가 안책임님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더운 날인데 뭐 하세요? 저 코엑스 현백(현대 백화점) 에 와 있는데. ]

안: [[오! 현백! 나도!]

세상에.
바로 전화 통화 시도





나: "아니 여긴 왠 일이세요. 전 지하에 있는데.."

안: "엇. 나도 지하 식품 매장에 있어요. 일있어서 왔다가 간단히 먹을 것좀 사려고 왔는데. 잠깐 볼래요? "


오. 먼저 보자고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 추운 겨울 날. 대학로에 한번 가고 결혼식에서 본 것이 전부인데.

주말에 다시 만난 안책임님은.

아... 정말 글로 뭔가를 생각해서 묘사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힘이 드는군요.


검정색의 A라인 스커트와 가슴라인이 완전히 드러나는 딱 붙는 흰색 골지 반팔티에 아이를 한손에 붙잡고 나타난 안책임님은 정말 눈이 부셨습니다. 게다가 크로스 숄더백을 가슴 사이로 지나가게 매는 바람에 그 가슴을 보는 순간 또 혼미 해짐....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안책임님이 아이에게 배꼽인사를 시키며 이야기합니다.



안: "누구 좀 만나러 왔다가 주차 땜에 돈도 약간 더 써야하고 어차피 먹을 것도 좀 사야해서.. "

나: "저 한시간 정도 시간 남는데 저도 같이 따라다니면 안될까요? (웃음)"

안: (딸애한테) "아저씨 많이 봤지? 우리 잠깐 여기 장같이 보자. 응?"




부끄럼이 많은 딸애는 끄덕끄덕 하고 가만히 엄마 손만 붙잡고 다닙니다.

가만히 걷는 법을 모르고 뛰어다니는 방법만 아는 제 조카가 오버랩됩니다.




작은 카트를 같이 밀고 다니며 이 맥주가 어떻네. 저 만두 먹어봤는데 별로네. 광고만 요란하지 금방 망할것 같네. 별 시덥잖은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속으로 기분이 무척 이상합니다. 아마. 결혼하면 이런 모습일까. 이렇게 먹을거리를 사고 이대로 집에 같이 가서 요리하고 웃으며 먹고 같이 티비보고 잠자리에 들고.

이 사람과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혼이고 뭐고 그냥 이 사람만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뇌의 반은 안책임님과 대화하고 장을 보고 반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소소히 장본 것들을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엄마와 그리고 엄마의 친구와 

정면에서 도저히 모른척 지나갈 수 없이 

너무 확실히 마주쳤습니다.



엄마: "아들! 전화를 왤케 안 받어- "


아뿔싸.

정신이 팔려서 전화가 온줄도 몰랐...



나: "어..엄마. 내가 알아서 연락하지 왜 내려오셨어요."

엄마: "친구들 몇은 간다고 일어났고 얘가 뭐 산다고 해서 내려왔는데...."




순간 안책임님을 빠르게 스캔하는 엄마의 눈길.

그리고 내가 당황해서 어버버함을 빠르게 눈치채는 안책임님.


안: "안녕하세요. 손책임님 어머님이신가봐요. 저는 직장 동료 안**책임입니다.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엄마: "어머. 직장 동료시구나. 제 아들이 어디 사고는 안 치나요. 호호. 딸도 있으시네. 몇 살?"



백화점 인파의 혼란속에서 마주친 어색함.
애써 회피하는 인삿말들.

순간 드는 일말의 고민.


나는 여기서 상황을 회피하고 볼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내가 안책임님을 책임질 수 있음을 보일 것인가.


내가 회피한다면.
너무 뻔히 이혼한 여자임을 엄마 앞에서 신경쓰는 아들인 것이 뻔해질텐데...


하는 생각이 길어지며 또 어버버하는 순간.



안: "책임님. 그럼 회사에서 뵈어요. (딸에게) 자 인사. (꾸벅) 그럼 어머님 들어가십시요-"

엄마: "네. 우리 아들 회사에서 잘 좀 부탁해요-"



뭔가 호들갑스럽지 않은 절제되고 편안한 공손함으로 인사를 하고 안책임님은 딸과 함께 멀리 사라집니다.

어. 저기 주차장 아닌데. 다시 백화점 방향인데. 왜 무겁게 저걸 들고...




엄마: "빨리 주차장 가서 짐 옮기자. 우리 차를 얘네 차 근처로 옮겨야 할텐데 여기가 좀 복잡해서..."

하면서 주차장으로 불편한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 또 주차장에서 다시 마주치는 어색함을 피하려고 일부러 백화점으로 다시 들어갔구나.

곤란해 하는 나를 위한건가. 

아.. 당신의 지혜로움이란..





차에 타자마자 훅 들어오는 엄마의 질문 공격.


엄마: "회사 동료? 친해? 혹시... 옆에 애는 진짜 딸? 조카?"

나: "아니에요. 엄마. 뭘 사귀긴. 저 분 결혼했어요- 그리고 나보다 연상이야."



아. 비겁한 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



엄마: "우연히 만났는데 유부녀랑 무슨 장을 같이 봐. 미쳤어! 그렇게 친해? 너 조심해라. 미혼인 애가 그러고 다니면 이상해."

나: "아! 무슨! 그리고 요즘 세상에 뭐 남녀가 유별한가요."

엄마: "남녀는 유별하지 않아도 유부와 아닌거는 유별해! "



아닙니다. 엄마. 유부 아니에요. 이혼한 사람이에요.

나: "아.. 엄마 좀.."

엄마: "혹시 그럼. 이혼하거나 사별한 분이야? 너 너무 가까워 보여서 그래. 이상하잖아. 왜 장을 같이 봐. 대낮에"

나: "아. 좀 제발. 아니라니까. 이혼하셨대요. 그리고 진짜 그냥 만난거에요. 무슨..."




하지만 더이상 무슨 말을 할까 싶어 묵묵히 시동을 켜고 엄마 친구에게 위치를 물어물어 차를 옮겼습니다. 

엄마는 집에 가는 내내 서른 중반을 향하는 아들에게 잔소리입니다.

엄마: "너 어까 엄마 친구가 소개해 준다는 사람 안 만나볼래. 이야기 들어보니까 진짜 괜찮은 거 같던데. 너 혹시 아까 만난 동료라는 사람때문에 그러는건 아니지? "



막 던지는 느낌인데.


맞추고 있습니다.




나: "아이고 엄마. 알아서 잘 할게요. 그렇게 인기 없는 아들 아니에요."

엄마: "니 형은 너무 일찍 결혼해서 엄마를 당황시키더니 넌 왜 서른을 훌쩍 넘겨..."



오랜 만에 엄마랑 차에 둘이 있게 되자 내내 결혼이야기 여자 이야기만 하다가 집에 겨우 모셔다 드리고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제 오피스텔로 차를 돌렸습니다.


아.. 안책임님. 

내 생각만 하다가 안책임님이 어떤 마음으로 헤어졌을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어리버리한 모습에 자꾸 머리속으로 수없는 이불킥을 만들고 있습니다.

메세지를 보냅니다.



나: [["책임님. 잘 들어가셨어요? 저희 엄마때문에 당황하셨죠?"]]

안: [["아니에요. 어머님이 인상이 무척 좋으시네요. "]]



고민을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아직도 정식으로 '사귀는'사이는 아니니까요.



나: [["아까 제가 소개를 잘 못 시켜드려 죄송해요. 뭐라고 소개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안: [["아. 괜찮아요. 뭐라고 소개하겠어요... "]]


아 저 말 줄임표(...)는 뭔가.

안책임님은 문자에 말줄임표를 잘 쓰지 않습니다. 

저건 그럼. 
"회사 동료인데 뭐라고 하겠어요" 인가 
"사귀는 건 아니니까 소개하기 좀 그렇네요" 일까..

둘다 아닌가.



뭔가. 뭔가 확실히 해야한다. 

내가 용기를 내겠다고 했는데 이러면 안된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주말 저녁에 좀 그럴지 모르겠는데.. 혹시 시간 되세요? 나오시기 힘들면 제가 가도 될까요?"]]

안: [["지금 어디 맡길데는 없을 거 같고. 애가 주말엔 일찍 안 자는데. 늦은 저녁에 저희 집 쪽으로 와 계실래요. 제가 전화할게요. 이런식으로 불러서 죄송해요."]]



다시 차를 몰고 백화점으로 가서 그 겨울에 마신 와인을 샀습니다.

몇가지 와인과 먹을거리를 더 사고 고민을 하다가 안 먹는다면 그 집에 두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와인 한병을 더 샀습니다.


나: [["저 다시 현백 와 있는데요. 메세지 보내시면 그때 출발할게요"]]

안: [["아. 그러실래요. 애랑 저녁먹고 있는데 잘 구슬려서 일찍 재울게요. "]]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지금 재우기 시작했다는 메세지.












그 지난 겨울. 담배와 콘돔을 샀던 입구의 편의점을 지나쳐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다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 [["저 아파트 밑에 있습니다. 아이 천천히 재우세요. "]]

안: [["막 자는 것 확인. 한 10분 후에 올라오실래요. 그럼 좀 깊이 잘 것 같아요. 저도 옷 좀 갈아입고." ]]



10분을 조금 더 넘기고 나니 이제 와도 된다는 확인 문자를 받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 문앞에서 또 메세지.




현관문이 열리고 전에도 아이가 잘 때 몇 번 들어간 적이 있어 조심스레 현관문을 닫습니다.

무릎아래로 떨어지는 치마에 헐렁한 박스 티셔츠.


아마도. 더 편한 복장으로 있다가 온다는 말에 이거라도 챙겨입자고 입은 느낌.




인사대신 와인을 들어보이자 희미한 웃음을 담아 끄덕끄덕 합니다.


가져온 먹을거리들을 접시에 옮겨 담고 마주앉기 보다 90도의 각도로 옆으로 앉아 와인을 땄습니다.

안책임님은 다른 와인을 발견하자 교대로 이것도 먹어보자며 다른 하나도 땁니다.


일인당 각 1병을 해보겠다는 건가. 애는 어쩌고... 불안한건 나뿐인가.



나: "전에 저랑 와인 마시고 처음 드시는거에요?"

안: (도리도리) "한 달전 즈음에 부서 회식 한번 갔었어요. 애 맡기고. 그냥 밥 먹으러 갔는데 술이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근데 그때 한참 가정 법원 왔다갔다 하고 그럴 때가 마음도 안 좋고 그랬는데 너무 오랜만에 먹는거라 좀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참고 참아서 맥주 한잔 먹고 왔어요."


그러면 오늘 좀 드실 수도 있겠네요. 
조심하셔야. 아니 조심 안하셔도. 아니. 아 모르겠다.

나: "갑작스레 온다고 해서 죄송해요."

안: "아니에요. 마음이 되게 복잡했는데. 음.. 아까 메시지 받고 반갑고 좋았어요. 아니 반갑고 좋기도 했고 뭔가 말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나: "아. 제가 잘 왔네요. 그럼. (어색한 웃음)"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더 합니다. 저는 저대로 회사일 이야기도 하고. 엄마 이야기도 조금 했습니다. 안책임님은 아이 이야기를 하고 가족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안: "오늘.. 사실은."

그리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쉬더니

안: "마음이 좋진 않네요. "


네. 저 때문이지요. 제가 잘 했어야.. 아니 그런 상황을 안 만들도록 했어야 하는데.. 



나: "죄송해요. 난감하게 만들어서."

안: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손책임님이랑 어머님 탓하는 거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또 와인을 한 모금 주욱.
또 한숨.

안: "지난 몇 달간 씩씩하게 잘 버텼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겠다고 밤마다 잠든 딸애 보면서 마음을 다졌는데.."

(한숨...)

안: "두 가지. 하나는... 어차피 지난 삼사년간 옆에 남편은 없었으니 내 생활은 똑같다 생각했는데 이혼을 하고나니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것."

나: "아... 다른.. 하나는요?"

안: "다른 하나는...."


한숨.

와인잔에 레드 와인을 조로록 채우더니.
그리고 또 와인을 한 모금 주욱.


이 한숨에 
에틸 알코올이 어쩐지 진하게 느껴집니다.



안: "다른 하나는.. 오늘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





"내가. 손책임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손책임님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겠다라는 생각."



..........
카운터 두방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맞고 말았습니다.

좋아한다는 말에 한 방.
그리고 부담이라는 단어에 한방.



좋아하다는 고백은 내 것일 줄 알았는데.

너무 생각하지 않은 안책임님의 말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사실 몇 개월 전 만해도.. 상황은 좀 이상해도 뭔가 상황을 잘 컨트롤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가면 결말이 뭐가 되었든 힘들지 않은 시간일 수 있을거 같았는데."


.... 할 말이 없어 저도 깊게 한 모금....
그리고 계속되는 안책임님 이야기.


"오늘... 되게 많은 걸 깨달았어요. 이 사람이 이 상황을 컨트롤 해낼 수 없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건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내가 할 수도 없는 것."










마음 속으로 흐르는 눈물.

당신은 정말.

다 알고 있었군요. 



나: "아.. 미안하다는 말 진짜 하기 싫은데.. 무슨 말을 해도 적당하지가 않네요.."


아 진짜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건가.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냥 외치면 될 것 같은데!




안: "감정이 되게 복잡해서.. 막 쏟아내서 미안해요. 그냥... 난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무슨 선택을 했길래 정신을 차려보니 딸애만 옆에 있어서 매일밤 재우고 아침에 뛰어나가느라 정신이 없고. 내 마음 돌아볼 겨를이 없고. 기댈 데가 없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기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멀고.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없고."




..............


안책임님이 

울기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그 날. 울고 있는 안책임님에게 손을 가만히 내밀었던 그 날.



그 날처럼 다시 손 위에 제 손을 가만히 얹었다가.


의자를 옆으로 끌어 

머리를 안고 어깨에 기대어 놓고 한손으로는 어깨를 토닥이고 한손으로는 머리를 쓸어 주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말로는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내가 그 복잡한 마음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 무슨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

아니.
이것이 용기인지 검은 마음인지.

그냥 본능인지.

모른채.



이마에 입을 맞추고.

한 손으로 볼과 귀를 가만히 쓸다가

꺼질 듯한 촛불을 들듯 조심스럽게 턱을 받치어




혀를 

포개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입술과 혀가 충분히 느껴지자

두 손은 허리를 안게 되었고 

마주보면서

무릎과 무릎사이가 만나게 되자 

저도 모르게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 안으면서 



그녀가 제 무릎위로 올라 앉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지구를 떠나 우주를 내 달려 안드로메다에 도달한 것 같았습니다.

현실에 존재한다고 하지만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너무 멀고 멀리 떨어진 곳에

둘만 존재하여 몸의 감각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






아무런 계산도 없이.

아무런 앞선 의식의 반영도 없이.



그냥 두손은 티셔츠 안으로 손이들어가 등을 더듬고 그녀의 손도 제 등을 더듬었습니다.



손 끝으로 만져지는 브래지어의 후크. 





무슨 결말이 나더라도.

지금 이순간을 후회하지 않고.

어떤 댓가도 치를 수 있겠다고.



의식을 겨우 찾아내어 생각한 그 순간.




이제껏 수동적으로 가만히 서 있다가 
다가온 안책임님을 어쩔줄 몰라하며 사모하기만 한 나에게서 처음으로 벗어나




두 손으로 

등에 묶여 있던 속옷을 



풀어 내었습니다.







순간 안책임님도 제 몸을 부여잡은 손과 다리의 근육이 갑자기 긴장되고

숨이 거칠어 지면서 

코로 들어가는 들숨 소리에, 소리를 싣지 않으려 노력하는 입으로 토해내는 날숨에 정신없이 흥분한 순간.








식탁 뒤 벽 너머의
아이방에서.

들리는 소리.






"엄마... 엄마?"





순간 안책임과 저는 저멀리 안드로메다에 있던 우리의 의식을, 빛의 속도로도 200만년이 걸릴 그 거리에 있던 우리의 시간을 그 엄마를 부르는 한 마디에 

이 지구로 서울 어느 아파트의 조용한 식탁으로 


찾아오고 맙니다.



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이

안책임님은 속옷이 풀린 채로 말려 올라가 들추어진 옷을 빠르게 정리하고 거실의 불을 끄고 식탁 뒤의 벽으로 돌아 들어가 아이의 방문을 엄마 여깄어- 하면서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 갑니다. 




전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식탁위의 불만 외롭게 켜진 주방과 거실 사이에서 

일단 옷을 추스리고


안책임님의 핸드폰이 주방 싱크대옆 충전기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나에게 어떤 메세지를 줄 수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한 오분여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일어섰습니다.






냉장고 옆 포스트잇을 하나 뜯어 볼펜을 들고

조금 고민하다가 

메모를 남겼습니다.




[당신 편이 되겠습니다. ]






차 열쇠를 들고 발꿈치를 들어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현관문의 락을 열고 조심스레 문을 조금 열어 몸을 겨우 빼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천천히 걸어 나와

입구의 편의점. 그 문제의 편의점에서.

차디찬 이온 음료를 사서 원샷을 하며 흥분과 열을 겨우 가라 앉혔습니다.


아파트의 놀이터에 앉아서 삼십여분을 기다리고 연락이 없자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갔습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대한 느낌이 아니었고

나의 고백이 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도 모르겠고.




우리 모두 처음으로 심리적이고 육체적인 선을 

갑작스레 넘었지만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가 넘어버린 자리에서- 누가 보면 저건 우습기 그지없는 행위일지 모르지만- 어쩔 줄 몰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좀 전까지의 책임지겠다던 당당함은 자꾸 밀려나고 무서움이, 비겁함이 스물스물 마음의 한 켠에 기어 나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걸까요.




(계속...)



익명_f5c5f9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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