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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누나 이야기.txt (13)
익명_358883 2018.09.07 조회 657 댓글 1 추천 0






 

저의 문제의 친구가 지난 12편이 올라간 후에 클리앙clien의 글 몇 개를 카톡으로 던져주었는데. 아이고.. 

 

이걸 황송하다고 해야하나 민망하다고 해야하나...

 

그림까지 그려주신 분도 계시더라고요. 아 진짜 인쇄해서 어디 붙여 두고 싶었습니다. 몰래 쓰는 것만 아니면. ;;; 제가 클리앙 아이디가 없어서 감사 인사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사실 본진?인 엠팍에 쓰는 글에 달리는 댓글과 주시는 쪽지 정도로 응원과 피드백, 그리고 반응을 보며 쓰는 재미가 더 생기고 또 힘이 나기도 하는데 클리앙은 아예 따로 글이 생길 정도 였군요. 

 

 

그 후로도 몇몇 분들께서 엠팍외의 반응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도 제가 얼마 전에 검색해 보고 이제사 알았습니다. 드라마화 되었을 때 어떤 배우가 어울릴 것인가 하는 이야기들이나 스케치 같은 것들. 저를 실제로 보시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물론 중요한 건 제가 아니라 여주라는 것 잘 압니다.)

 

 

인터넷에 익명을 전제로 쓰는 글이니 픽션의 논란에서 자유로울리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쪽지도 주시고 댓글에도 의견이 많은데 제가 하나하나 설명할 수록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 그냥 지금은 그대로 즐겁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릴 뿐입니다.

 

 

 

그럼 13편 갑니다!

 

1. 분량 조절 실패로 완결 하지 못하고 계속 됩니다. 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로 글이 자꾸 늘어지네요..

 

2.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

 

 

 

 

 

요즘의 봄은 사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릴 때를 빼고는 꽤 괴로운 계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딜가나 먼지이야기는 빠지지를 않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하늘과 비슷한 잿빛 표정을 하고 지나갑니다.

 

그 해도 

 

매일 잿빛 하늘이 계속되던 그토록 잔인한 봄이었습니다.

 

 

 

 

출장을 겨우겨우 사고만 안내는 수준에서 정리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오고 바로 만날까 생각했지만 비행기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만난다고 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분위기상 결혼하자고 한걸 미안해 하는 것도 이상했고 스킨쉽 후에 프로포즈 한걸 미안해한다면 다시 프로포즈를 해야 옳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반지들고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왜 그리 화가 났는지, 아니 화가 난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생각이 정리가 안되서 비행기에서 메모지에 이리저리 낙서를 하며 다시 고백을 하네 마네 화살표를 수없이 그리다가 세차게 그어 까맣게 다 지워 버리고 일어나 크루들이 쉬는 곳에 가서 승무원을 구슬려 맥주 두 캔을 받아 후루룩 마셨지만 자는 것도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결국 인천까지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인천에 낮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서울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전화기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이 한마디 쓰는 것도 한 십분 고민.

 

 

 

[[나: "돌아왔습니다. 전화기때문에 잘 연락이 안되어서 미안해요." ]]

 

 

 

 

뒤에 몇문장을 썼다가 지웠다가 별 쑈를 다 하다 그냥 저 두 문장만 보냈습니다. 

 

답은..

 

 

생각보다 금방 왔습니다.

 

[[안: "괜찮아요. 건강하게 잘 왔죠?" ]]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요? 누가 괜찮아요? 

연락이 잘 안되었어도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마음이 괜찮다는 건가. 

 

아. 모르겠다. 일단 만나자고 해야겠다.

 

 

[[나: "조금 있다가 저녁에 볼 수 있나요? 그렇게 헤어져 버려서 마음이 불편한데.." ]]

 

 

...

 

답이 안 온다.

그냥 전화를 확 할까. 너무 내가 조심스럽나. 

아 공항에 내려서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전화기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십분여가 지나서야 답이 옵니다.

 

[[안: "미안해요. 회의중이라... 오늘은 좀 어려워요. "]]

 

 

그러면 언제 만나요.. 라고 쓰고 있는데 덧붙여서 오는 답장.

 

[[안: "주말 지나고 봐요. 시차 얼른 적응하길 바라요."]]

 

 

 

 

평소와 뭔가 다른 말투. 

너무 짧고. 너무 서먹하고. 

내가 어디 비집고 들어갈 곳 없이 단단하고. 

 

 

 

불안함.

 

 

 

비행기에서도 못 잤는데 생각보다 밤이 되어서도 잠이 안옵니다.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쓰러져는 있는데. 소뇌에서는 너무 피곤하니 손과 발과 몸에게 그냥 누워만 있으라고 그냥 자라고 하는 듯 하지만 저의 대뇌활동은 저를 잠들기를 거부합니다.

 

냉장고에 맥주 한캔 없어 일층 편의점에 슬리퍼를 끌고 내려가서 몇 캔을 사들고 올라와 티비를 켜 놓고 맥주를 깠습니다.

 

1번부터 채널+를 눌러가면서 하나씩 올라가다가 볼만한게 나오면 한 모금을 마시고 뭐 무한도전 재방 나오면 또 한 모금.  

 

그런 식으로 올라가다 보니 

 

국회 티비에서 하는 전원일기 재방송에서 

응삼이와 일용 엄니 오랜만에 보고 

 

트로트 가요제. 영어 회화 강좌. 

방송통신 대학. 공인중계사 자격증 강의. 

 

 

200번이 넘어가니 무슨 지방자치 방송에 노인전문 채널

 

NHK에서는 어디 온천 탐방을 하길래 관심 있게 보다가 진짜 온천 물만 나와서 실망하고...

 

 

 

그렇게 의미없이 올라가다가 맥주 세 캔을 마시고

 

채널 600번대의 음악을 틀어 둔 채

 

몇시인지도 모르고 겨우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누가봐도 '빈손으로 올 수 없기에 대충 산 선물.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고 싶지 않아' 티가 나는 공항의 출국 터미널 면세점에서 산 초콜릿을 부서 한가운데에 던져 놓았습니다.

 

현지에서 보고서는 틈나는대로 써서 쐈지만 와서 보고는 따로 상세히 해야하므로 빨리 털어 버리고 싶은 마음에 앉아서 슬라이드 부터 앉아서 만들기 시작하는데 

 

엄청 일하기가 싫은 겁니다.

 

 

 

내용은 이미 있으니까 구성만 하면 되는데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이상하게 아까부터 담배 생각이 난데없이 나고 께작께작 마우스질만하다가

 

집중하면 한 서너 시간이면 끝낼 일을 열 시간을 넘게 끌며 황당하게도 출장 후 복귀한 날부터 야근을 하고 말았습니다.  

 

 

 

 

 

전화해볼까. 메세지 보내볼까.

회사인데 얼굴이라도 잠깐 보여주지.

 

이 생각만 하고 머리는 아프고 집중 안되고 멍하고...

 

 

 

 

나이 서른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대학교때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쌩쑈를 하다가 처절한 학점을 받고 신속하게 군대로 직행한 학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야아 나이 서른이 넘어도 이렇게 헤멜 줄은.

 

 

저녁이 되자 극도로 피로가 쏟아졌고 겨우겨우 보고서를 만들어 전송해놓고는 나머지는 대충 말로 떼우리라 생각하고는 쓸쓸한 퇴근을 했습니다. 

 

한참 위로 올라가는 보고서라 평소라면 두번 세번 확인 할텐데 오탈자 확인한번 안하고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고 피곤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해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전화하는 척 나가서 핸드폰이나 보다 들어오기를 몇 차례 계속하고 어제 보낸 보고서에 피드백이 달려 온 것도 읽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회사에서  웬만해서는 딴 짓 잘 안하는데 하루종일 딴짓만 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라이터와 함께 또 사서 피우고 마음을 진정시키고서야 들어와서 겨우겨우 일을 마무리 지었고 다음날인 금요일은 도저히 일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아프다는 핑계로 연차를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휴가도 냈겠다 술이나 진탕 먹고 쓰러져 자고 일어나면 좀 낫지 싶어 메시지를 돌리고 돌려 대학 동기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연락이 닿아 이들을 불러내자마자 잔에 술을 실컷 부었습니다. 

 

사는게 어쩌네 요즘 회사가 어쩌네 결혼을 하네 마네 이야기가 오갑니다. 안책임님과의 이야기를 좀 털어 놓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을 만나자고 한건데 그냥 서로의 피상적인 푸념과 탄식만 오가고 도저히 그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만난 두 친구 중 한 명은 결혼 준비 중에 양가 부모간에 마찰이 생기면서 결혼이 엎어지고 헤어졌다는 이야기로 전환이 되면서 제 이야기를 할 기회는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혼이 엎어진 친구가 먼저 취해버리자 주점에서 나와 택시에 밀어넣어 집에 보낸 다음에  남은 여자 동기가 저에게 넌지시 말을 합니다.

 

친구: "야. 너 무슨 할 이야기 있어서 만나자고 한거 아니야? "

 

나: "아. 뭐. 그냥. "

 

친구: "쟤가 엎은 결혼 이야기하는 바람에 이리 된 것 같은데.. 어디 가서 한잔 더 먹을래?"

 

나: "여자랑 단 둘이 열한시에 술을 먹자고? 야 나 엄청 위험해. 우리 둘이 밥은 먹었어도 술은 먹어 본 적없...."

 

 

얘가 나 좋아하나. 왜 술을 먹자고 하지.

 

 

친구: " 술 더 먹기 뭐하면 커피같은거 마실래? 이시간에 여는 곳이 있을까 싶긴 하다만. 피곤하면 그냥 가던지."

 

나: (머뭇머뭇) "어.. 그러까..."

 

 

 

골목을 방황하다가 열두시까지 연다는 맥주집인지 커피집인지 모를 곳을 찾아서 앉았습니다. 주스와 차 따위를 시켜놓고 소파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갑자기 어깨에 곰 세마리가 올라 앉은 느낌이 나면서 눈이 감깁니다. 

 

앞에 앉은 애가 절 앉혀 놓고 한참을 뭔가 이야기하는데 자꾸 눈이 감겨서 갑자기 취기도 올라오면서 잘 안들립니다. 

 

야 내가 최근에 연애를 했는데.. 아 그런데 십분만 자고 일어나서 가야겠다. 미안. 뭐 이런 이야기 따위를 하면서 소파에 머리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출장을 떠난 후로 이렇게 맹렬히 몰려오는 잠기운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세트 알데히드의 위력으로 근 열흘의 잠이 천근으로 겹겹히 쌓여 오듯 무게 짓눌려 쓰러져 자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눈이 떠지기 보다 정신이 먼저 들었습니다. 

침대의 감촉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엇. 우리집 아닌가. 어 나 걔랑 잔건가. 

아 이를 어떻게 수습하지.

 

 

 

 

겨우겨우 눈을 떴는데.

 

티비가 어렴풋 보이고. 어 내 티비인데.

 

다행히도 익숙한 풍경.

 

우리집이다.

 

 

 

안도의 한숨.

 

 

 

취기가 있었지만 술기운에 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속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죽어라고 배가 고팠고 마라톤을 뛰고 온 것처럼 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보자 정오가 다 된 시간.  오래도 잤네....

 

다행이다. 회사 안가서.

 

 

 

 

물로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어제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야. 나 지금 일어나보니까 집인데 나 집에 어떻게 온거니. 나 커피숍까지만 기억나는데."]]

 

[[친구: "어제 술 많이 안 먹은거 같은데 왜 그리 기억을 못해."]]

 

 

기억을 못해? 나 실수했나.

 

 

[[나: "무언가 너한테 단단히 민폐를 끼친건 분명한데. 혹시 너한테 무슨 헛소리를 했다던지..." ]]

 

[[친구: "고백은 안했으니 걱정말고.  일단 니가 고백해도 별로 설렐 것 같지는 않다.."]]

 

 

 

 

 

친구 말에 의하면 커피숍이 닫을 때까지 소파에 기대서 무슨 초등학생이 잠에 못이겨 자듯 쌔근썌근 자고 있다가 겨우 깨워서 택시에 타긴 탔는데 또 너무 깊이 자서 안되겠다 싶어 택시에 같이 탔다고 합니다.

 

그러다 집 앞에 택시가 서자 또 갑자기 잠이 깼는지 혼자 안녕 하더니 문을 열고 가더라는...

 

 

[[나: "아 진짜 기억이 안난다.. 내가 단단히 민폐를 끼치긴 했구나. 야. 너 뭐 필요한거 없냐. 다음 출장 때 면세점에서 사다 줄께. 비싼것도 괜찮아....."]]

 

[[친구: "어. 진짜? 나 진짜 이야기한다. 출장 갈때 되면 이야기해 ㅋㅋ" ]]

 

 

친구의 반응 보아하니 큰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마주 앉았을 때 안책임님 이야기를 해서 상담도 받으려 했지만 안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어제의 상황이라면 분명 헛소리를 했을테고 바보짓을 했을 것이 확실.

 

 

냉장고를 뒤지니 생면 우동이 나와서 물을 끓여 면을 던져 넣고 파인지 먼지인지 모를 건더기들을 넣고 국물을 끓여 후루룩 먹고 허기를 달랬습니다. 

 

입에 쫄깃한 우동사리가 씹히고, 기름지고 적당히 짜고 따뜻한 간장국물이 속에 들어가자 잠에 취했던 신경과 근육들이 이제사 깨어나는 느낌입니다. 충만한 느낌 속에 사발의 바닥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고 과거의 연애들을 곰곰히 애써 생각하며  경험을 하나하나 짚어 보기 시작합니다. 여자들은 왜 그랬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비행기에서 들고 온 땅콩을 오도독 먹으 일단 내린 결론은 

 

지금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결론은 확실해진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시간을 갖자. 시간이 필요해. 조금 떨어져 있자. 

라고 한 후에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만나면 

 

역시 헤어지는 것이 좋겠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리 모두에게 이게 좋아. 

널 놓아줄게.

 

결국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는 걸 기억해 냈습니다.

저도 물론 '널 위해 놓아줄게' 따위의 저 되도 않는 말을 한 적도 있고요.

 

 

이런 결론에 이르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주말이 지날 것이 아니라 지금. 빨리 만나야 한다.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정해지기 전에 만나서 헤어지자는 말을 안 하도록 설득하고 마음을 돌려야 한다. 지금 빨리.

 

 

 

아직도 무엇을 미안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머리 속으로 굴려보지만 마음을 알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회사 가볼까 하다가 휴가 내놓고 회사 건물에서 부서 사람이라도 만나면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집 앞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려 고민하다가 집앞에 가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다는데 설마 나오겠지. 주말 지나고 보자고 했잖아요! 라고 화낼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아 진짜. 서른 넘어서도 무슨 집 앞에 찾아가고 매딜리고 기다리고 이런 연애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결혼하자고 한마디 했다고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줄이야.  물론 보통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해가 이제 제법 길어졌습니다. 다섯시에 집을 나섰지만 해가 중천인데 오늘따라 공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지만 하늘이 좀 파래보여 분위기가 낫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안책임님네 동네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향해 걷다가 꽃집이 보여 꽃을 조금 샀습니다. 

 

바보 같긴 했지만 여자에겐 꽃은 항상 옳다. 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어 어차피 할말도 없는 이상 상대를 어이없게 피식하게 만들어 마치 아무일도 없던 양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작은 봄꽃 다발을 만들었습니다.

 

 

꽃다발을 들자 걱정이 좀 물러서고 무언가 무한한 자신감과 거칠고 힘찬 야성이 마음 속에서 춤을 춥니다. 프로포즈 타이밍이 문제였다면 제정신으로 다시 프로포즈를 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용서를 구하고 미안하다 하려는 심리적 자신감.

 

 

아파트에 도착. 다섯시 삼십분.

 

나 지금 아파트 앞에 있노라고 문자를 보내면 최소한 퇴근길에 무시하고 들어가지는 않겠지. 

 

 

아..  애 데리고 오는 날이면 어쩌지. 

아 몰라. 그런거 계산하고 그럴 처지가 아니다.

꽃까지 산 마당에..

 

 

네. 꽃까지 산 것은 마치 칼을 뽑은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봄날. 

공기는 맑음.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맑음'으로 뜬 봄날의 아파트 놀이터는 애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태권도 차에서 애들이 내리자 아이들은 집으로 바로 안돌아가고 놀이터로 뛰어가 놀기 시작하고 아이 엄마들도 유모차를 놀이터 한 켠에 놓아둔채 커피를 들고 담소중입니다.

 

그 옆을 꽃다발을 들고 지나가는 아저씨.

 

 

 

이 풍경은 예상치 못한 변수.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꽃다발을 주고 서로 피식 웃고 뭐 그런 분위기를 그렸지만 시골마을에서 외국사람 대하는 듯한 호기심을 품은 눈들이 저를 보는 듯한 착각에 난처해져 아파트를 빙빙돌며 사람의 왕래가 덜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나: "저.  집 근처인데요. 퇴근 언제하세요? 시간좀 내주세요. 잠깐 보고 이야기좀 해요." ]]

 

혹시 시간 되세요. 시간 괜찮으면.. 뭐 이런 따위에 소극적인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자신있게 썼습니다. 시간 내주세요. 

 

우리가 만약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이고 호칭도 다른 연인처럼 진즉 정리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시간이 십분이 지나도 확인했다는 표시도 안 뜹니다. 운전 중인가.  하긴 알림 올때마다 핸드폰을 기를 쓰고 보는 성격도 아니니 운전 중이면 못 볼 수도 있겠다. 기다리자. 차분하게.

 

 

지은지 이십년은 넘었을 아파트의 나무들은 제법 뿌리를 내려 봄꽃이 풍성합니다. 맨날 밤에 와서 잘 몰랐는지 아니면 사는 곳과  회사 모두 도심지이니 이런 아파트의 풍경이 마치 외국에 온 것처름 가끔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한손에 꽃다발을 들고 아파트의 가로수를 뱅뱅 돌며 혹시 마주칠까 싶어 저멀리 안책임님의 아파트동쪽도 힐끗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중 메세지가 왔습니다.

 

 

 

[[안: "여기 오셨다고요? 나 지금 집에 없는데.."]]

 

[[나: "퇴근 아직 안하셨어요? 기다릴 수 있어요. " ]]

 

[[안: "오늘 저 연차냈어요. 애기랑 나와 있는데... " ]]

 

 

헉. 그래. 원래 나이들어서 이런건 랜덤하게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나: "멀리 계세요? 저 기다릴 수 있는데. "]]

 

 

 

 

이 말은 하지 말껄.

 

여지없이 매달리는 모습. 

안타까운 모습.

 

그리고.

 

딱한 모습.

 

 

 

 

[[안: "잠깐만요. 금방 연락할게요. "]]

 

 

그래도 내치진 않는다. 왜 왔냐고 화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난처하게 만든 건 확실.

 

또 가로수를 뱅뱅 돌며 난 왜이럴까 왜이럴까 자책을 하던 중.

 

[[안: "한 20분 기다릴 수 있어요? 근처에 가서 전화할게요. "]]

 

[[나: "아 정말요? 기다릴게요" ]]

 

 

 

혹시. 과거에 내가 찼던 여자친구도 마지막에 이런 느낌이었을까. 

불쌍하고 딱하고. 

 

생각보다 빨리 전화가 왔습니다. 

 

 

안: "책임님. 어디 계세요?"

 

나: "집 앞.. 아니 바로 앞은 아니고 옆동의 뒤 주차장이요. 개나리 막 있고 그런데."

 

안: "후문 아세요? 후문쪽으로 좀 걸어 오실래요? 제가 후문 근처에서 이제 들어가요."

 

나: "어.. 차로 오시는게 아니에요? 후문이면.. 뭐 물어물어 갈게요. 알 것 같아요."

 

 

 

후문을 가리키는 화살표식을 발견했고 길을 따라가면 후문이 나올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서 후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 아파트 후문에서 막 들어오는 안책임님 발견.

 

 

 

근데..

 

어? 자전거?

 

 

 

 

MTB자전거에 뒤에 어린이 안장을 매달고 반바지 레깅스에 트레이닝 점퍼 그리고 고글에 자전거 헬멧을 쓰고 제 앞으로 옵니다.

 

 

 

가까이에서 마주본 상태로 

전 자전거를 보고 안책임님은 꽃을 보며 몇 초간 정적.

 

 

그리고 말을 꺼내자 서로 말이 부딛힙니다.

 

 

 

나: "자전..."

 

안: "그 꽃.."

 

 

 

저 멀리 아파트에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 그리고 난데없는 까마귀 소리. 

 

 

 

 

 

그리고. 또 몇 초 후.

 

 

안: "먼저 이야기 하세요."

 

나: (긴 한숨) "자전거는 언제부터 타셨어요? 전에 갔을 때 자전거 못 봤었는데. 우리 그렇게 오래 못 본 것은 아닌데..."

 

안: "얼마 전에 옆 아파트 사는 아는 언니가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기 타던거라며 자전거를 주고 갔어요. 애기 태우고 다녀 볼라고 동네 자전거 가게 가서 안장달고 몇번 장만 보다가 오늘 처음 탄천이랑 한강에 한 번 나가 봤어요."

 

나: "오늘 회사 안가신거에요?"

 

안: "응. 모처럼 날이 좋아서. 어제 막 연차냈어요. "

 

나: "그럼 애기는 어디에?"

 

안: "조카도 같이 나가서 탔어요. 어디 근처에서 저녁 먹어요. 저만 집에 잠깐 갔다 온다고 하고 지금 책임님 보러 온거고.."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딱 봐도 얼척없는 썡바(생활 자전거)는 아니란걸 알 수 있습니다. 기어도 좋고 서스펜션도 아무거나 달린것 같진 않고. 

 

나: "자전거 좋아보이네요. 저도 같이 타요. 저 부모님집에 썩고 있는 자전거 있는데. "

 

그러면서 잠깐 자전거 이야기. 한때 자전거 좀 잘 타보려고 동호회 가입하고 중고 사서 타고 뭐 업그레이드하네 뭐하네 하는 이야기를 혼자 떠들면서 속으로는 그냥 얼레벌레 이런 이야기만 하다가 담에 자전거 데이트해요! 라고 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빤히 절 보는 안책임님을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안: "자전거 이야기는 그만. 우리 자전거 타려고 만난거 아니잖아요."

 

 

 

안책임님은 아까부터 안장에서는 내렸지만 자전거의 프레임 탑튜브를 다리 사이에 낀 채 서 있었습니다. 

 

 

나: "자전거 어디 세워놓기라도 하지.. 불편하지 않으세요?"

 

안: (한숨) "자전거 스탠드가 없어요. 안그래도 안장 달때 같이 달았어야 하는데.. 좋은 자전거들은 이런 스탠드를 안 단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헬멧에 고글까지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는지 안책임님은 헬멧을 벗어 자전거에 걸어 두고 고글을 벗어 입에 물고 머리를 정리했습니다. 아 이 상황에서도 이 모습에 또 심쿵.

 

헬멧을 벗자 땀이 송송 맺힌 이마에 

머리를 뒤로 정리하자 들어난 목덜미 

그리고 머리끈으로 정리하는 머리칼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나무에 기대어 놓고 제 앞에 다시 섰습니다.

 

안: "책임님은 참.. 뭐랄까 순수한데가 있어요. 누군 순진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좀 다른 뉘앙스인데... 지금 이상황에 꽃을 가져올 생각을 다 하다니.. (한숨)"

 

 

좋은 말인가.

 

조금 긴 침묵. 

사실 할 이야기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나: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그때 쌩뚱맞게 프로포즈 한거 미안해요."

 

안: "...... 그건.. 책임님 탓이 아니라 제 탓이에요. 책임님. 우리 이렇게 만나는거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겠어요? 소위 말해서. 요즘 회사에서 좋아하는 말로 '지속가능' 할까요?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나: "그러니까 우리 결혼해요!"

 

 

왠지 자꾸 이런 말 밖에 할 수가..

 

 

 

 

그리고 꽃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칼을 뽑겠다고 꽃을 내밀었는데

바늘을 뽑은 것 같은 느낌.

 

 

 

 

안: (도리도리) "마음 가는대로 결혼하자고 한게 아니라 혹시 마음을 더 가게 하려고 결혼하자고 하는거 아니에요?"

 

나: "아니에요!"

 

안: "솔직히 이런 연애. 난 좋았어요. 나로서는 최선의 연애니까. 어느 남자가 날 이렇게 이해해주며 이 정도의 연애를 할 수 있곘나 싶었는데."

 

나: "결혼하면 계속 같이 할 수 있는거잖아요. 아니 지속가능한 연애가 아니라면서요. 결혼아니고서 지속가능 할 수 있어요?"

 

 

 

안: "그래서 결혼 할 수 있겠냐고요! 할 수 없는데 하겠다고 막 던진거잖아요!"

 

나: "그럼 프로포즈를 어떻게 다 차려놓고 해요! 던지는거지!"

 

 

 

라고 말은 하는데.

 

 

 

해는 뉘엿뉘엿 오랜만에 맑은 저녁하늘에 노을이 지고.

 

아파트 안의 도로에는 아이들 태권도, 축구, 영어 학원차가 끊임없이 오가며 애들을 태우고 내리고.

 

그 옆에 엄마들은 참새같은 아이들을 받아 바삐 집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재촉하고.

 

저 옆에 빈 주차공간에는 초등학생 둘이 나와서 줄넘기를 휙휙 넘으며 숫자를 세고 꺾기 쌩썡이등을 하며 몇개를 했네 하면서 깔깔거리고

 

무표정한 중고생들이 교복인지 체육복인지를 입은채 귀에 이어폰을 꼽고 학원으로 둥명스레 걸어가고

 

누가 시켰는지 고소하고 탐스러운 탕수육 냄새를 은은히 풍기며 옆을 지나가는 철가방 오토바이.

 

 

 

 

봄 바람이 훅 불자

 

개나리 꽃잎이 휘날리고 머리 위에서 벚꽃이 떨어지고..

 

 

 

 

 

 

 

놀이터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

주차하는 자동차

땅과 줄이 만나며 내는 줄넘기 마찰음

그에 맞추어 하나둘셋 세며 깔깔거리는 여자아이들

 

그 한가운데에서 옥신각신 하는 연인 아닌 연인.

 

 

 

 

멀끔히 차려입고 꽃을 내미는 남자.

레깅스에 삼선 트레이닝 자켓을 입고 난감해 하는 여자.

 

 

 

안: "책임님.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즉흥적으로 이야기 하는거 아니에요. 오래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좋은 시간 보내게 해주어서."

 

 

 

너무 희극적이다.

 

 

이별의 풍경은 

원래

밤이 되어 비를 뿌리고 그 비를 맞으며 이별의 감상에 젖거나

적막 속에 남겨져서 쓸쓸히 뒷모습을 보는 것 아닌가.

 

그래야 비극이 아니던가.

 

 

왜. 어떻게. 우린 지금 이 평화롭고 소란스런 봄 풍경에 한가운데에서 이별을 이야기하는 걸까.

 

코미디 영화같다.

 

 

 

 

나: "너무.. 허무한데."

 

안: "다른 해 줄말이 없어서 미안해요. 난 손책임님에게도 이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니 믿어요."

 

 

 

내가 말없이 가만히 서 있자.

 

갈게요. 라고 이야기하며 자전거를 일으키는 안책임님에게 저는 가만히 꽃을 내밀자

 

 

 

긴 한숨와 딱한 눈빛.

 

안: "우리 애가 좋아하겠다. 고마워요. 갈게요."

 

 

 

 

한 손에는 꽃 다른 한 손에는 자전거를 잡고 돌돌돌 끌고가는 안책임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별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지금의 풍경이 이별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냥 이렇게 될 거 같았다는 느낌이었는지

 

이별이 실감이 안나는 것인지

 

 

 

 

전 그냥 황망히

 

눈을 껌뻑이며 

 

주위의 아이들과 학원버스와 줄넘기와 오토바이를 

그리고 지는 노을을 보다

 

시간이 한참 지나 

누구도 모르게 아파트 가로등이 넌지시 켜지자

 

터벅터벅 지하철 두 정거장을 걷다 보니 해가 완전히 졌고

 

 

 

뭘할까 혼자 밥이라도 먹을까 방황을 하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난데없이 평일에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온 둘째 아들에 반색하며 불고기를 구워주셨습니다.

 

예전에 쓰던 방에 들어와 집에 두었던 대학때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옛날. 안책임님을 알기 훨씬 전의 일을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주무신 후에 마루에 나와 혼자 티비소리를 낮추고 한참 티비를 돌려 보다 잠이 들었습니다.

 

 

 

 

이별을 하면 완전 다른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전 그냥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안책임님만 없어졌을 뿐.

 

 

 

 

아침에 일어나니 아버지는 신문을 보고 계셨고 어머님은 화분에 물을 주고 계셨습니다.

 

 

나: "엄마. 내 자전거 열쇠 혹시 어디있는지 아세요? 없어졌으면 절단기로 끊어야 할텐데.."

 

엄마: "그게 열쇠야 번호키가 아니고? 그 자전거 굴러가기나 하니. 안그래도 네 형이 애들이랑 탄다고 언제 물어보긴하더만.. 열쇠 어디 신장에 봐바라 열쇠는 다 거기에 있으니까.."

 

아빠: "야 그거좀 가져가던지 해라. 복도에 계속 있는데 가끔 소방법때문에 치워야 한다는거 아들꺼라고 그냥 버티고 둔건데 좀 어떻게 해라."

 

나: "오늘 가져갈게요. 바람이 있을까 모르겠네."

 

 

신발장 서랍을 뒤지니 귀신같이 열쇠가 있었고 밥먹고 가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차려 놓 과일 몇 쪽과 떡 조각등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여기저기 자전거를 타고 쏘다니다가 집 근처의 사우나에 갔습니다. 그 겨울 이후로 처음인 사우나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한참을 몸을 담그고 땀을 뺴며 생각했습니다.

 

난 여전히 이 세상에 살고 있고

 

마치 2년 전 그 겨울에 그 사우나에서 있던 그 때처럼, 안책임님과 가까워지기 전 그 때처럼 지내면 된다. 그냥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사우나를 나가 라면을 시키고 

몸을 적당히 닦은 다음 옷을 챙겨 입고 천천히 티비를 보면서 그리고 신문까지 보면서 

 

천천히 라면을 먹었습니다.

 

 

국물까지 후루룩. 모두.

 

 

 

집에 오자 할 일이 없었습니다. 플스를 켜서 이게임 저게임 해도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몸이 나른해지자

난데없이 야구 동영상 생각이 나서

PC를 켰는데 이미 다 지워서 소장하는게 없었습니다.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몇몇 기억나는 걸 넣어 봤는데 다 warning.or.kr이 떠서 허무해졌습니다.

 

엠팍 불펜을 뒤져도 품번만 추천해줄 뿐 어디 볼 방법이 생각도 안났고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야구 동영상을 싹 지웠던 그 순간이 기억나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뭐라고 그런걸 다 지우고..

 

 

 

과거에 지운 나.

지금 보고 싶어서 또 찾고 있는 나.

 

모두 한심하다.

 

 

...

 

 

 

 

 

잘 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진 것이 잘 하고 못 하고가 아니라.

 

'잘' 헤어져야 하는데.

 

잘 헤어지지 못하면 남을텐데. 

 

언젠가 보고 싶고. 그래서 괴로울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미워질 수도 있는데. 왜 그랬냐며 미울수도 있는데.

 

 

 

 

 

우리는.

 

잘 헤어진 걸까요.

 

 

 

 

(계속...)







댓글1
anonymous 2018.09.07

올 13편 ㄱ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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