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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상주 할머니4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6.04 17:40조회 수 1754추천 수 10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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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을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습니다.

사투리에 대해 자꾸 뭐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제가 쓴 글이 상주 사투리인지는 저도 몰라요.

제가 어린 시절 10년 쯤 그 곳에 살았고, 전 나머지 인생을 표준말을 쓰는 곳에서 살았기에 사투리에 대한 감각은 거의 없습니다.

상주 할머니가 말을 하시는 게 많이 나오는데 그 분도 상주 사투리는 아닐 겁니다.

제가 첨에 말씀드렸 듯 딴 곳서 상주로 흘러 들어 오신 분이죠.

거의 60대에 상주로 가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상주 할머니를 호랑이 아즈매라 불렀고, 전 그냥 옆집 할매라 불렀습니다.

상주 할머니라 부르기 시작한 건 저희 집이 다시 서울로 이사간 후였고, 외 할머니랑 구분해 부르느라 상주 할매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 분도 60 평생 쓰시던 타 고장 말투가 상주서 20년 안 되게 사시는 동안 변하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쓰는 말투는 일반적으로 TV 등에서 경상도 말투라고 나오는 얘길 쓰는 거니 양해하여 주십시요.


두메 산골의 겨울은 무척 춥습니다.

평지보다 산이 기온이 낮기도 하지만.

특히, 산의 계곡을 타고 흐르는 바람 때문에 실제 기온보다 체감 온도는 정말 춥죠.

한 여름에 한 겨울 물귀신 얘기라 좀 쌩뚱 맞지만, 오히려 겨울 얘기가 더위를 잊으시는덴 더 도움이 되지 않을런지?

제가 다섯 살, 겨울에 겪은 얘기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직은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평생을 잊을 수도 없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물귀신 얘기 중 제겐 젤 임팩트 있는 사건이라 가장 나중에 쓸까 했지만, 전 음식을 먹을 때도 젤 맛난거서 부터 배 부르면 안 먹어도 되는 맛 없는 거 순으로 먹는 사람이라 이 얘기를 가장 먼저 하겠습니다.

뒷 얘기가 재미 없으면 어쩌나?



외가집에 내려와선 생각보다 시골 생활에 잘 적응했습니다.

어머니는 애가 놀 것도 없고 마을에 친구들도 별로 없고 해서 힘들어 하면 어쩌나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는데 외조부모님과 상주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도회지와는 다른 마을 이웃 어른들의 사랑, 그리고 또래 친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친했고. 동네 형, 누나들이 누구나 잘 대해주고 같이 놀아 줬기에 오히려 이웃 얼굴도 잘 모르는 도시보다 나았습니다.

특히, 전 소위 말하는 든든한 빽과 금력이 있었기에 지역 아동 사회에 바로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빽은 상주 할머니.

동네서 소문난 호랑이 할머니다 보니 할머니의 전격적인 비호를 받던 좋아는 동네 또래 애들 사이에선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지요.

놀다가 공이라도 할머니네 집 마당에 들어가면 그걸 꺼내 올 사람은 저밖엔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할머니집 화단엔 다른 집에는 없는 예쁜 꽃들이 많았어요.

동네 누나들이 많은 탐을 냈죠.

그러면 좋아에게 몇 송이 꺾어 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어요.

직접 할머니 집 마당에 들어가 꽃 서리를 한단 건 맨몸으로 휴전선 넘는 거 보다 더 무서웠을 것이니까요.

4성 장군 아들이 이등병으로 군대를 가면 연대장도 꼼짝 못 하겠죠?

이등병이 무섭겠습니까? 그 뒤에 있는 4성 장군이 무서운 거죠.

금력의 힘도 만만찮았습니다.

꼬마가 무슨 돈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항상 넉넉하게 상주 할머니가 얻어 오셨던 떡이며 약과며 사탕이 금력이었죠.

전 영악하게도 할머니가 얻어 오신 재물을 자주 뿌렸습니다.

어차피 다 먹지도 못 할 만큼 많이, 자주 가져 오셨기에 아까운 줄 몰랐죠.

약과랑 사탕 몇 개씩 나눠 주고 같이 딱딱해진 떡을 불에 구워 먹으면서 그렇게 친분을 쌓아 갔습니다.

간혹, 할머니가 가져오신 산적이나 고기 꼬치를 가져다가 나눠주고 같이 먹으면 친밀도는 급상승했죠.

사실 그 마을이 가난해서 고기 먹기가 힘들었다기 보다는 고기를 사려면 차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했기에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을 때 언제나 먹을 수 없던 것이고, 전 그런 마을 아이들에게 6.25 때의 미군과도 같은 존재였답니다.

그런 남 부러울 거 없던 제게도 무척 부럽고 아쉬운 물건이 있었죠.

바로 썰매였답니다.

외가집으로 낙향하고는 그 해 겨울도 이듬 해 겨울도 한 겨울만 되면 어울리지 못 하는 외톨이가 되었지요.

그 땐 겨울 날이 추워지면 모두 딴 놀이는 안하고 주구장창 썰매만 타고 놀았는데, 제겐 썰매가 없었던 겁니다.

동네 친구들과 형들이 모두 썰매를 타고 놀면 전 구경을 하거나 잠깐씩 인심쓰 듯 빌려 주는 썰매로 체험 학습 하는 게 전부였어요.

할아버지께 썰매 만들어 달라고 떼도 썼는데, 할아버진 차일 피일 미루시는 바람에 집안에 그런 거 만들어 줄 어른 남자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전 좌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다니러 오신 아버지께 간절한 소망을 말했는데, 드디어 그 해 겨울 그리도 바라던 자가용 썰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해 추석에 집에 오신 아버지가 제게 멋진 선물을 주셨지요.

가구 공장에서 나무로 멋지게 깎아 썰매대를 만드시고, 고물상에서 낡은 성인용 스케이트를 구하셔선 그 날로 썰매날을 만들어 달은 그 당시 동네서 그 누구도 가지지 못 한 멋진 썰매였답니다.

동네 친구들이나 형들은 겨우 나무 판에 굵은 철사를 날로 만들어 사용하던 것에 비해 제건 거의 차로 치면 벤츠나 아우디 급이었어요.

썰매를 선물 받고는 너무 좋아 하루에 한 번씩 창고에서 꺼내 보며 빨리 얼음아 얼어라 올해부턴 이 동네 썰매왕은 나라고 다짐했죠.


일전에 제가 직접 겪은 일들만 쓰려다 보니 10여편 밖엔 안 된다고 말씀 드렸죠?

하지만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나, 어린 시절 상주 할머니께 들었던 옛날 얘기 같은 괴담은 꽤 되지만 아무래도 현장감이 떨어져서.....

할머니께 들었던 얘기 중에 그 때 저희 동네에 살던 물귀신 얘기가 있었죠.

할머니는 어느 날 마을에 사는 물귀신 얘길 해주셨는데, 그 동네는 특이하게 마을에 물귀신이 둘이나 산다고 하셨어요.

하나는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에,

하나는 마을 뒷산에 있던 조그만 방죽에 말이죠.

그러시며 넌 항상 물을 조심해야 하니 혼자 있을 땐 절대 물에 들어 가지 말고 얕은 곳이라도 주위에 사람이 10명 이상이 있을 때만 들어가라 하셨죠.

제가 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물이랑 상극인 사람이 물을 굉장히 좋아하면 그게 물귀신 팔자라구 했죠?

물을 무서워 하면 물에 가까이 가질 않치만 저처럼 물에 가면 안 되는데 물을 겁내지 않고 좋아하면 물귀신이 노리는 첫 번째 타켓이 된답니다....

그 마을에 있던 물귀신 둘은 항상 자기 자리를 넘겨 줄 사람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마을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셨어요.

그러다 널 보고 그리들 좋아들 한다고 하시면서....

저런 말 애들에게 먹히나요?

그냥 저 겁 주시려고 그러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였나 봐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울이 왔었죠.

계속 기온이 내려가 얼음이 꽁꽁 얼었습니다.

저를 표함한 모든 동네 꼬마들이 썰매를 들고 일제히 겨울 스포츠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형, 누나들과 중학생이신 원로 선수들까지 필드는 만원이었죠.

전년도까지 슬픈 갤러리 생활은 하던 저는 그 동안의 한을 풀 듯 저의 람보르기니 썰매를 타고 펄펄 날아 다녔습니다.

그 때 저희 동네 썰매러들이 주로 이용 하던 빙판이 세 군데였어요.

하나는 추수가 끝난 논에 좀 남은 물이 얼어 빙판이 된 곳인데, 물이 얕고 추수 후 남은 벼 밑둥이 얼음 위로 삐죽 삐죽 튀어 나와 빙질이 아주 나쁜 곳이었고(타다 보면 자꾸 걸림),

한 곳은 뒷산에 있던 방죽에서 흘러 나와 마을 한 복판을 흐르던 실 개천, 이 곳은 코스는 정말 길었지만 폭이 좁아 여러 명 타기가 불편해서 순차적으로 출발해야 하는 곳이었죠.

마지막은 마을 앞을 흐르던 제법 큰 냇가였어요.
거긴 일단 얼음이 두껍게 얼면 넓고 얼음 상태도 젤 좋은 곳이었는데, 바로 할매가 물귀신이 산다고 가지 못 하게 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한 여름 수영을 하지 말란 거지, 겨울 썰매도 타면 안 된다는 상황이라곤 생각 못 했죠, 할매 역시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은 거의 동네 꼬마들이 썰매 배틀을 뛰던 날이었습니다.

그 곳에 모인 저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얼음을 지쳤습니다.

얼음도 두껍게 얼었고요.

그 곳은 냇물에서도 깊은 곳이었어요.

깊다고 해봐야 성인 어른의 목을 간신히 넘는 깊이였지만,

사실, 저 같은 꼬맹이에겐 키의 2배는 되는 깊은 곳이긴 했어요.

얼음은 정말 잘 얼어서 우리 동네 꼬마들이 다 놀아도 끄덕 없었습니다.

그 때 쯤이면 성인 남자가 위에서 굴러도 끄덕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살얼음이나 흔한 숨 구멍도 없었습니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마을로 들어 오는 버스가 보였습니다.

버스에서 반가운 얼굴이 내렸습니다.

아침 일찍 외출을 하셨던 상주 할머니가 손에 보따리를 들고 버스에서 내리셨어요.

전 반가워서 큰소리로 할매!~~~~ 하고 부르곤 팔을 크게 휘저었어요.

할머니도 제 소리를 들으시고는 팔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지 않으시고는 제가 놀고 있던 냇가로 오셨어요.

그 때 만약 할머니가 짐이 무겁다거나 추우셔서 집으로 가셨다면 그 날 전 인생이 끝났을 거예요.

할머니는 아마 그 날도 어디 굿을 다녀 오셨나 봅니다,

겨울 외출용 한복에 겉옷과 머리엔 옛날 남바위라고 하나요? 겨울용 방한 모자를 쓰시고 제가 얼음을 지치던 냇가의 뚝 위에 서셔서는 저를 내려다 보시며 만면의 웃음을 띄우시곤 우리 강아지 썰매 타나?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전 할머니께 자랑할 요량으로 더 힘을 내서 얼음을 지쳤습니다.

역시, 관중이 있으니 더 잘 되더군요.

할머닌 자리를 뜨지 않으시고 얼굴에 엄마 미소, 아빠 미소보다 한 단계 위인 할머니 미소를 담고 계셨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전 할머니 존재도 잊을 만큼 썰매에 몰두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좋아야!!!! 하는 째지는 다급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가 뚝 위에 보따리를 팽개치시곤, 다급하게 제게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하시며 뛰어 내려 오고 계셨습니다.

전 어안이 벙벙했지만 할머니가 부르시니 할머니께 갔습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할머니 왜요?" 하고 쳐다보는 저를 냉큼 위로 끄시더니, "좋아야! 인쟈 많이 놀았으니까 할미랑 집에 가자. 할미가 좋아 주려고 맛있는 고기랑 생선 많이 가져 왔다. 우리 집에가서 이거랑 밥 먹자." 라고 하시는 거였어요. 한참 필 받던 중인데 말이죠.

이에 전, "그 고기 어차피 내가 다 먹을 껀데요?" 하며 더 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할머닌 더 놀고 싶어 하는 저를 어쩌지 못 하셨어요.

아마 제가 위험하다는 확신이 없으셨나 봐요.

그랬다면 절 혼내서라도 데려 가셨겠지요.

뭔가를 생각하시던 할머니는 그럼 조금만 더 놀고 가자고 하셨고, 전 알겠다고 약속을 했죠.

그러시고는 할머니는 보따리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주셨어요.

제가 젤 좋아하던 과자였는데 이름이....

그걸 주시면서 이거 다 먹고 할미 다시 이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고, 전 약속을 하고는 과자를 받아 먹으며 할머니를 봤어요.

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뚝 근처에 있던 비닐 하우스로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뭔가를 한아름 들고 나오셔선 급히 제게 오셨어요.

흡사 제가 그 동안 못 참고 다시 들어가면 큰일이라도 날 거 같이요.

다시 돌아오신 할머니의 손에 빨래줄 같은 비닐 끈이 한 뭉치 들려 있었습니다.

아마 비닐 하우스 안에 농사용으로 보관해 둔 끈이었나 봅니다.

전 할매 이건 뭐 하게요? 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그 긴 끈을 2겹으로 하시더니 갑자기 제 허리에 감아 묶으시는 거였어요.

할매 머하노? ........ 가만 있어 봐라 손아! 그러시며 제 허리에 끈을 단단히 묶으시고는 몇 번이나 확인을 하시는 겁니다.

이윽고 단단히 묶인 걸 확인하신 할머니는 "이자 됐다....놀아라." 라고 하시는 겁니다.

전 울상이 되었어요.

할매 이게 뭔교? 하고 항의했지만 할머니는 단호하셨어요.

이래 놀던가 아니면 당장 할매랑 집에 가자고 웃음기 싹 지우신 얼굴로 말하셨죠.

할매가 그런 표정 지으시면 답이 없는 걸 알고 있기에 전 인상을 쓰며 허리에 줄을 달고 썰매를 탔습니다.

줄은 제법 길었고 2겹으로 하고도 10미터 이상은 되었던 거 같아요.

할머니는 줄 끝을 단단히 쥐고 계셨는데 그리고도 안심이 안 되시는지 팔뚝에 몇 번이나 칭칭 감아 매셨습니다.

할머니의 줄 끝에서 썰매를 타는 저는 꼭 줄에 매인 한 마리 흑염소 같았어요.

그 곳에 나와 있던 동네 친구, 형, 누나들은 배꼽 잡고 죽는다고 웃고......

전 입이 한껏 튀어나와선 그래도 꼭 썰매를 타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지쳤습니다.

줄 끝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때 평생을 잊지 못 할, 믿기지 않는 무서운 일이 일어 났습니다.

갑자기 쩍! 소리를 내면서 제 앞에 얼음이 금이 가더니, 달려 오던 제 몸이 깨진 얼음 속으로 빨려 들어 간 것이었습니다.

그 땐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단순히 얼음물에 빠진 게 아니라 빠지는 순간 뭔가가 제 몸을 잡아 당기 듯 깨지지 않은 얼음 속으로 몸이 빨려들어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여 있던 물이 아니라 얼음 밑엔 흐르는 물이 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여기기엔 또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그래서 전 당시 얼음 속에 빨려 들어가면서 눈 앞에 보인 얼음을 보며 그 어린 나이에도 다시는 저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겠구나! 하고 절망했었죠.

물속에서도 소리는 들립니다.

동네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땐, 정말 엄마가 보고 싶더군요.

그 때 뭔가가 강하게 제 허리를 낚아 챘습니다.

할머니가 제 허리에 감아둔 줄을 낚아 채신 거죠.

그리고 전 몇 초 후 물 밖으로 기적적으로 끌려 나왔습니다.

제 눈엔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이 제 허리에 감긴 줄을 필사적으로 당기는 모습이 보였고, 전 저승에 두 발 다 담궜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기적이란 말로 밖엔....

물밖으로 끌려 나온 저는 절 필사적으로 불러 대시던 할머니 등에 업혀선 집으로 왔고, 전 그와중에 할머니 등에서 기절을 했습니다.


제가 깨어난 건 집 안방 이불 속이었지요.

전 팬티 하나 입지 않은 채 홀딱 벗겨져선 이불 속에 누워 있었고, 방엔 불을 얼마나 땠는지 바닥이 지글 지글 끓고 있었지요.

방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상주 할머니가 앉으셔서 제 사고 얘기를 하던 중이셨고, 전 비몽사몽간에 그 얘기를 누워서 들었습니다. (사실, 일어나면 많이 혼날 거 같아서....)

상주 할매가 그러시더군요.


...................그래가 내가 뚝방에 서서 좋아 노는 걸 보고 있는데,
좋아가 지나가는 얼음 밑으로 뭔가 시커믄기 계속 따라 다니더라고,
첨엔 물고기떼나 좋아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그기 아니더라카이.....
그래도 지까지끼 얼음이 저리 두꺼운데 우짜겠노 했는데
갑자기 그기 정신 없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기라.
위험해 보여서 좋아를 불렀는데 아는 더 놀고 싶어하고......어린기 울매나 놀고 싶겠노?
이만하길 다행 이다카이..... 미안타! 잘 못 지켜줘가.......


어머니는 아니라며 너무 감사하다고 할매를 잡고 우셨고,
아한테 너무 야단치지 말란 할머니를 배웅해 드리곤 밤중에 절 깨우시더군요. 밥도 안 먹고 한 10시간 누워 있었으니...

그 날 홀딱 벗고 볼기를 얼마나 맞았는지.

한참을 때리시곤 절 붙잡고 우셨고, 담날 할머닌 많이 아프냐고 위로해 주셨어요.

걱정되어 한숨도 못 주무시고 걱정하셨던 듯 해요.

할머니의 팔은 줄을 감아 맸던 부분이 다 까지고, 시커멓게 뱀이 감은 것처럼 피멍이 들어 있었죠.



그리고는 저는 얼음 트라우마를 얻었어요.

얼음 공포증이 얼마나 심한지 몰라요.

냉커피나 음료수에 들어가는 작은 얼음 얘긴 아니고요.

빙판을 지나가질 못 합니다.

아스팔트 좀 꺼진 곳에 물이 고여 생긴 깊이 1-2센티의 얼음 판도 못 지나가요.

빙판에 서면 한 겨울에도 진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려요.

머리론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데 몸이 거부합니다.

요즘 진짜 사나이에서 조동혁씨가 물 공포증 때문에 훈련을 못 받아 욕 많이 먹던데 전 그 기분 십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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