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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소녀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4.28 20:39조회 수 788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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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 때, 부모님이 가게에서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혼자 낮에 집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에어콘을 틀면 안 된다고 혼났기 때문에, 나는 창문과 거실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그렇지만 TV를 보는 와중에 집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무거움의 근원은 내 바로 뒤쪽 복도였다.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무서워졌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귀신보다 집을 비웠을 때 혼을 낼 부모님이 더 무서웠다.

어떻게든 참기 위해서 TV의 음량을 높이고 무리해서 웃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아하하.] 하고 여자아이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울음을 참으며 TV도 켜놓고 그대로 집을 뛰쳐나와 부모님이 있는 가게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집을 내버려 두고 가게에 온 나를 보고 어머니는 화를 내며 어서 돌아가라고 고함을 치셨다.

하지만 나도 집에서 느낀 공포가 너무 컸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떼를 썼다.

내가 너무나 떼를 쓰자 아버지가 함께 오시기로 해서 나는 떨면서도 마지 못해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집은 조용했고, 켜져 있던 TV는 꺼져 있었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그것을 말했다.

그러자 다른 방에서 남동생이 나와서 TV는 자기가 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기가 막혀 하면서 가게를 돌아가셨다.

나는 남동생에게 아까 있던 일을 이야기했지만, 남동생도 믿지 않고 나를 바보 취급할 뿐이었다.

나도 남동생이 있다는 안도감에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저녁이 되어 부모님이 돌아오시고, 밤 9시쯤 되었을 때 어머니가 [가게에 가서 우유 좀 사와라.] 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나는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 가서 2L 짜리 우유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가게와 집 사이는 직선거리지만, 가는 길은 밝아도 돌아오는 길은 어두웠다.

 

나는 낮의 일이 생각나서 벌벌 떨면서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페달을 밟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말고도 이 길을 가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안심해서 뒤를 살짝 돌아보니 중학생 정도의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내 옆에 나란히 다가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무서워 떨고 있던 나는 마음을 놓고 가볍게 웃어서 인사했다.

그렇게 1분 정도 달리자,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모르는 사람의 옆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 일은 여간해서는 드물기 때문이었다.

조금 기분이 나빠진 나는 속도를 올려서 여자아이를 따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따돌릴 수 없었다.


소녀.jpg [펌] 웃는 소녀

 

 

여자아이는 변함 없이 웃는 얼굴로 내 옆에서 달리고 있다.

더욱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따돌릴 수가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여자아이는 페달을 밟는 속도마저 아까와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옆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계속 따라 오는 여자아이 쪽을 바라보자, 내 목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웃는 얼굴이던 여자아이는 [아하하.] 하고 낮에 들었던 그 목소리로 웃고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그 순간 목이 움직이게 되었지만, 그 곳은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서 차로에 들어들기 직전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핸들을 꺾어 전봇대에 부딪혔다.

그 사고로 오른쪽 무릎에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가 났다.

집에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내 상처보다는 고장난 자전거와 터진 우유병을 안타까워 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몸 말고 다른 곳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 이후 그 여자아이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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