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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 6

한량이2018.08.09 16:42조회 수 1792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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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물귀신 이야기입니다.

지난 5편에서 겪은 일 이후 불과 2-3달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번 얘기의 주인공은 그 냇가의 물귀신이 아니라, 마을 뒤에 있던 방죽에 사는 물귀신입니다.

 

그 해 여름은 장마가 늦게 찾아 왔습니다.

8월 말이 다 되어서야 폭우가 시작되었고,

몇 날을 온 세상을 잠기게 하려는 듯 밤 낮으로 하염 없이 비를 퍼부어댔죠.

그 일이 있던 날은 벌써 며칠째 계속된 폭우로 마을이 거의 물에 잠겨 있던 날이었습니다.

비가 그리 내리기에 전 집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밖에 놀러 나가고 싶어 좀이 쑤시던 참이었죠.

갈 곳이라고는 옆집 상주 할머니 집에 가서 놀다 오는 것 뿐이었어요.

그 날도 집에 있기가 무료해진 저는 우산을 쓰고는 할머니 댁에 가서 놀았습니다.

할머닌 그날따라 어딘가 안정이 안 되어 보였습니다.

저랑 얘기하다가도 자꾸 냇가 쪽도 바라보시고, 뒷산 방죽 쪽도 바라보시곤 하였습니다.


6월달 익사할 뻔한 사고 이후론 더 이상의 냇가에서의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 때 아주 식겁을 하고는 냇가엔 될 수 있으면 발도 담그지 않았습니다.

간혹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복날 간단한 잔치를 하는 등의 행사 때 이외엔 절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상주 할머니까지 옆에 계셨기에 안전한 날이었고요.

나중에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버스로 통학을 하게 된 후로는 

정류장에 가려고 그 냇물 위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지나 다니곤 했는데.

간혹 지나 가면서 다리 밑을 쳐다 보고는 혀를 내밀고 용용 죽겠지?를 한다거나 

이거나 먹어라 하면서 집에서 집어 들고 나온 왕소금 한주먹을 다리 밑으로 냅다 뿌려주곤 했어요, 복수 하려고.

그리고는 더 이상의 냇가의 추억은 없는데, 그 해 여름 방죽의 추억이 새롭게 생긴 거죠.

 

거긴 평소에 하도 할매께 단단히 주의를 받아 얼씬도 안 하던 곳이었습니다.

마을의 논과 밭에 물을 대는 용도로 만들어진 오래된 작은 방죽인데 나름 깊다고 하더군요.

제가 근 10년을 외가집에 살면서 마을 바로 뒷산에 있는 거길 가 본 건 단 한 번 뿐이었어요.

그것도 아버지께서 내려 오셔선 심심하다고 밤 낚시를 가자고 해서 간 거였는데,

해가 지기도 전에 귀신 같이 아신 상주 할매가 오셔선 절 데리고 내려 가셨어요.

안 간다고 아빠랑 있을 거라고 떼쓰고 우는데도 그냥 끌고 가시더군요.

아버지께 '자네도 너무 오래 있지 말고 내려 오게.' 하시고요.

아버지도 밤 9시쯤 집에 오셨어요.

그냥 왠지 기분이 안 좋다고 하시면서...


그런 방죽 쪽을 유심히 보시는 할머니가 약간 무서웠습니다.

할매 와 그라노? 라고 불안해 물어 보는 제게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그러시다가 제게 그러시는 겁니다.

 

"좋아 오늘 할매 옆에서 잘래?" 


하시더군요.

제가 눈으로 왜요? 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잠시 후 할매는 "아니다, 집에 가자." 하시면서 절 데리고 집에까지 함께 가 주셨죠.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당신의 기분만으로 절 데리고 주무신단 걸 

제게나 어머니, 외할머니께 설명하기 곤란하셨지 싶어요, 괜히 불안감 줄까 봐.

절 집에 데려다 주신 할매는,


"화야!(어머니 끝자) 오늘 밤에는 

좋아가 혹시 자다가 끙아가 마렵다 해도 밖에 변소에 보내지 말고 요강에 누게 해라, 

절대 방 밖에 나가지 못 하게 해라. 알긋나?"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혹시 자다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절대 문을 열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어요.

어머니도 뭐지? 하시는 표정이셨지만 

할매가 이유 없이 그런 얘길 하실 분이 아니란 걸, 할매 말을 들어 손해 날 일은 없단 걸, 

잘 아시는 어머니는 알겠다고 하셨고 저도 알겠다고 말했어요.


그 날은 할 일도 없고 티비도 치직거리고 이상하게 늘어지고 피곤해서 온 식구가 일찍 잡자리에 들었습니다.

밖엔 빗줄기가 더욱 거세어졌어요.

저희 방엔 맨 안쪽에 제가 자고, 가운데 제 동생이, 방문쪽인 제일 가장 자리에선 저희 어머니가 주무셨어요.

전 자리에 눕자마자 곧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이상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제가 상주 할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또는 곁에서 지켜보며 신기한 일도 정말 많고, 

귀신이 정말 있나 보다고 생각한 일도 정말 많았습니다만, 

제가 직접 귀신을 목격한 일은, 제가 본 것이 진짜라면, 그 날이 유일할 겁니다.


전 지금도 공포 영화도 좋아하고, 링 정도는 저 혼자 불 꺼놓고 과자 씹으며 봐 줄 정도는 되고, 

밤 길도 무서운 줄 모르고 잘 다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날 제게 일어난 일은 어떻게 보든 정상적인 범위 내의 상황이 아니였고, 

지금도 전 아마 제가 본 것이 할머니 말씀대로 물귀신이였을 거라고 믿고 있지요.

그렇게 일찍 잠들고는 자다가 깼습니다.

아마 자정이 좀 지난 때가 아니였나 생각 합니다.

잠결에 12시를 치는 괘종 시계 소리를 들었거든요.

살짝 잠이 깨서는 요강에 소변을 보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밖엔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렸고,

아무런 잡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에 정말 빗소린 정말 크게 들렸습니다.

막 다시 눈을 감고 잠들려는 순간, 빗소리 뿐인 방 밖에서 딴 소리가 섞여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박 차박 차박........


그것은 분명 누군가가 물이 가득찬 마당을 걷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발자국 소리가 너무 크고 또렷이 들린단 거였어요.

전 감았던 눈을 뜨고는 방 밖에 들려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잠시 그렇게 마당을 걸어 다니던 발자국 소리는 이윽고 저희가 자고 있던 방문 앞에서 딱!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전 침을 삼켰습니다.

뭔가 불길한 묘한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잠시 후, 밖에서 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좋아야! 좋아야!!"

 

전 긴장을 하고는 놀라 가만히 듣고 있었지요.

제가 아무 대답이 없자 잠시 후 절 다시 부르더군요.

 

"좋아야! 나 ㅇㅇ 이야. 자냐? 우리 놀자!"

 

ㅇㅇ이는 그 당시 그 마을에 살던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목소리도 틀림없는 ㅇㅇ이였어요.

전 목소리를 확인하고 이름을 듣는 순간 앞뒤 생각 없이 너무 반가워지는 거였죠.

비 때문에 벌써 여러 날을 못 본 친구가 부르니 앞뒤 생각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방에 불을 켰어요.

어머니는 동생을 안으시곤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가 방에 불을 켜는 것도 모르시고 주무셨죠.

전 방밖을 보며 ㅇㅇ이니? 하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방문 앞의 마당에는 정말 친구가 서서 웃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놀러 가자고 저에게 손짓을 하는 겁니다.

정말 조금만 생각해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 빗속에 어린 애가 남의 집에 놀러 온단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당시엔 이상하게도 그게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리고는 그래 하며 방문을 넘는 순간부터 기억이 없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제가 제정신이 돌아 온 건 다른 방이었어요.

그 곳은 옆집 상주 할머니의 방이였죠.

상주 할머니는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다 젖으셔서는 수건으로 절 닦으며 내려다보시고 계셨습니다.


"좋아야! 정신이 좀 드나?"


그러곤 열심히 절 닦으셨어요.

머리 맡에는 흠뻑 젓은 제 잠옷이 벗겨져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전 발이 많이 아팠어요.

발을 보니 아마 제가 맨발로 걸어 다닌 듯 진흙이 묻어 있었고, 날카로운 뭔가에 찔린 듯 쓰라렸어요.


"할매,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다, 니가 안 좋은 꿈을 꾼기다. 할미가 옆에 있으니 이제 걱정 말고 자거라." 

 

전 어딘가 맘이 너무 안심이 되어 다시 깊게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났는데 담 넘어 우리 외가집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절 지켜보고 계셨던 할머니는 너거 엄마 일어났나 보다 라고 하시며 방 밖으로 나가 큰 소리로,

 

"화야! 좋아 여기 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할매네 집으로 오신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어제 내가 새벽에 천둥, 번개가 쳐가 걱정돼서 너거 집에 가봤더니 

좋아가 깨선 무서워 울고 있기에 내가 데려와서 재웠다." 

 

라고 하셨어요.

그 정도는 의당 있을 수 있는 일이였기에 어머니는 별 의심을 하지 않으셨고,

할머니는 그 날 일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죠.

그 일은 그렇게 묻혔어요.

물론 친구 ㅇㅇ이는 그 날 절 찾아 온 적이 없었고요.


몇 년이 지난 후 제가 학교를 다니고 어느 정도 말귀를 이해할 나이가 되자 

할머니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1년 중 음기가 유독 강한 날들이 있답니다.

그런 날엔 산 사람은 기분도 안 좋고 유독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그런 날이라고 해요.

더불어 귀신의 활동도 아주 활발하고요.

한마디로 죽은 자들의 날인거죠.

거기에다 귀신의 힘을 더해주는 비까지 내리면 아주 대단하다고요.

그런 여러 조건이 겹쳐지는 날은 1년에 한 두 번, 적으면 2, 3년에 한 두 번 뿐이랍니다.

마침 그 날이 그 조건에 딱 들어 맞는 날이었대요.

거기다 그렇게 장마처럼 큰 물이 지면 

평소엔 자기가 있던 물에서 꼼짝도 못 하던 물 귀신도 잠시의 자유를 얻는답니다. 

온 천지가 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 날 제가 본 친구로 변신한 그것이 바로 뒷산 방죽에 살던 그 물귀신이었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아 평소 노리던 절 데려 가려고 찾아왔던 거랍니다.

그 날 할머니가 그런 기운을 느끼시고는 절 데리고 주무시려 하신 건데.

오면 내가 쫓아 버린단 생각으로 절 놔두셨던건데.

그만 할머니도 깜빡 잠이 드셨었다고 해요.


"내가 자고 있는데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신 기라,

그리고는 애가 홀려가서 빠져 죽게 생겼는데 쳐 자고 있다고 지팡이로 막 때리시는 기라.

그래가 놀라 깨어 나선 버선 발로 대문 밖으로 뛰어 나가 봤는데, 

저 멀리서 비가 억수로 쏟아 지는데 니가 그 xx할 놈의 물귀신 손을 잡고 뒷산 방죽쪽으로 올라가고 있던 기라.

내가 허겁지겁 쫓아가니까 힐끔 쳐다보며 막 니손을 잡아 끌더니,

내가 가까이 가니 포기하고 물타고 방죽 쪽으로 억수로 분해하며 사라지더라카이.

그 날 내 할아버지 한테 꿈에서지만 맞아 죽을 뻔 안했나?"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누군지는 끝내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 할매 감사합니다.

 

물 귀신 이야기는 이제 끝입니다.

이후로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니, 아예 물가를 안 갑니다. 수영장 이외에는요.

다음 번엔 저희 막내 외삼촌 얘길 해 드릴께요.

막내 외삼촌 군대 가고 온 집안 식구가 총 출동해서 면회가서 생긴 일입니다.

 

[출처] 루리웹 ... 백두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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