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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고독사, 자살현장 특수청소 2

title: 하트햄찌녀2019.11.08 11:01조회 수 3592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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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흔히들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는 문구를 자주 쓴다.


나 또한 이를 받아들여 유품정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매번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는 법

그래서일까 1년 전 후회가 남는 현장이 하나 떠오른다.

 

2015년 7월 20일, 낮 최고기온 31.4도인 무더운 날씨

현장은 심각한 시체악취가 풍김과 동시에 바닥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인 관계로 구더기의 활동량이 매우 활발하여 일어난 착시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푸~"

"푸~"



친구와는 이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진다.

그저 서로의 방독면에서 나오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방울이 떨어질 뿐이다.



먼저 바닥에 너저분하게 흐트러져 있는 구더기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빗자루를 사용하여 한 곳으로 쓸어본다.

하지만 구더기들은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액과 분비물로 뒤섞여서인지 제대로 쓸리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꿈틀꿈틀 대고 있었다.

이후 수십 번의 빗자루질로 겨우 구더기들을 한 곳으로 모으자 이번에는 구더기들이 안전지대로 피신하기 위하여 꾸물꾸물 거리며 다시 흐트러졌다.



"푸~"

"아씨~"

"푸~"

"더럽게 빠르네 진짜"



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인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푸~"

"야."

"그냥 한번 쓸고 버리고 한번 쓸고 버리고 해야겠다."



"푸~"

"크크크크."

"푸~"

"진짜 어디 가서 닭 몇 마리만 사 와서 가져다 놓고 싶네."

"그러면 진짜 애들 배 터지게 먹을 텐데."

"푸~"

"우리도 편할 거고."



나는 무더운 날씨에 보호복, 방독면, 장갑 등 완전무장을 한상태라 정신이 해롱해롱 거릴 정도로 답답한 지경인데 

친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터져 나오나 보다.



힘들게 구더기를 제거한 우리는 이후 5M 이상 바닥에 길게 흘러내린 혈액, 부패액, 분비물을 제거하였다.

혈흔/혈액제거제와 알칼리성 용제를 사용하여 혈액, 부패액, 분비물을 제거해 나갈수록 시체악취 또한 점점 더 줄어들어 나갔다.

이후 오염부분을 모두 제거한 우리는 보호복, 방독면, 장갑 등을 해제하였다.

 

"크하아~"

"으아아아아아~"

"날씨 작살나네 진짜~"



해방감이 극에 달해서일까

친구는 강력한 감탄사를 날리며 포효하였다.

이에 나 또한 친구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다.



"아우우~"

"땀에 절었네."

"야. 현기증 난다."

"나가서 한숨 돌리자."



우리는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차 안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어 친구에게 건네주었고 우리는 그늘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였다.

우리의 옷들은 이미 땀에 절어있었고 나는 옷의 앞부분을 손가락으로 집어 코에 갖다 대었다.



"와~"

"냄새 심각하네~"

"밥 먹으러 가지 말자."

"욕 처먹겠다."



무더운 날씨에 보호복을 입고 작업을 한 탓이었을까.

우리의 몸은 이미 시체악취와 땀 냄새가 뒤섞인 채 풍기고 있었다.

보통 여름의 경우 몸에 다양한 악취가 심각하게 배기기 때문에 우리는 되도록이면 점심을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여분의 옷을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옷을 떠나 신체 및 머리카락 자체에 악취가 배기기 때문에 

식당에 혹시 모를 민폐를 끼칠까 봐 그냥 신경 쓰이지 않게 점심을 생략하는 편이다.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일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현장에 진입하여 방안의 물건을 정리하였다.

방안에 서로 간의 구역을 나눈 뒤 각자 물건을 정리하던 중 장롱을 열어 본 친구가 나를 불렀다.



"야...."

"일로 좀 와바."



"왜?"



"죽은 사람이 남자 아니었어?"



"맞는데."

"왜?"

 

"좀 이상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것 좀 봐봐."



친구 쪽으로 향한 나는 친구와 함께 장롱을 훑어보았다.

장롱의 반은 남성의류가 나머지 반은 여성의류 및 여성 한복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있었다.

나는 장갑을 벗고 옷들을 하나하나 만지며 살펴보았고 이후 친구를 보며 말했다.



"뭐지?"

"무속인?"



"크로스드레서 아냐?"



"그게 뭔데?"



"여장하는 사람들"



"흠...."



친구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언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여성의류 및 한복의 경우 평상시에 입는 옷들이 아닌 유별나고 특이하게 생긴 옷 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어이없고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친구를 보며 말했다.



"근데...."

"이걸 입고 여장을 한다고?"

"밖에 나가면 창피할 것 같은데?"



"그런가?"



우리는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 채 대화를 계속 나누며 장롱 안의 옷들과 속옷들을 정리하였다.

장롱 안을 모두 정리한 후 장롱 옆에 놓여있던 박스들을 열어본 우리는 모두의 추측이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아~"

"행사 뛰는 사람이었나 보네~"



고인의 직업은 '품바'였던 모양이다.

박스 안에는 거적때기와 낡은 옷들, 여기저기 찢어진 옷들이 발견되었다.

또한 다른 박스들 안에는 꽹과리, 소고, 상모, 부포, 엿가위, 찌그러진 구걸 깡통 등 공연에 필요한 

다양한 국악기와 소도구, 화장품 등이 발견되었다.

이에 우리는 고인이 여장을 하고 전국의 장터를 돌며 '품바' 공연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을 단정 지었다.



이후 나는 박스 옆에 놓여있었던 다이어리를 집어 한 장 한 장 펼쳐보았다.

다이어리 일정표에는 행사 일정이 드문드문 적혀있었다.



"일이 별로 없었네...."

"그래서 자살한 것 같은데...."



이 현장은 건물주의 의뢰를 받은 현장이었다.

건물주는 작업 시작 전 우리에게 고인이 유가족이 없는 무연고사망자임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고인이 월세를 못 내어 보증금을 전부 소진한 상황이라 유품정리비용을 본인이 부담하여야 되는 상황임을 알려 주었다.

나는 건물주가 말한 정보와 유품정리 과정에서 알게 된 고인의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고인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결과에 다다랐다.

 

건물주는 고인이 유가족이 없는 상황♥♥ 때문에 집안의 물건들을 모두 폐기 처리할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짐작해가며 집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책상만 남은 상황

책상 윗부분에 놓여있는 모니터 및 가재도구들을 정리한 후 서랍을 열자 무언가가 적혀있는 메모지가 발견되었다.

발견된 메모지는 고인의 유서였다.

보통 유서의 경우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기 마련인데 이런 식으로 책상 서랍 안에 놓여있던 적은 처음이었다.



유서에는 고인이 재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내용, 집안에서 자살해서 미안하다는 건물주에게 사과하는 내용, 

본인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고향 친구에게 알려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는 바로 건물주에게 연락하여 고인의 유서가 발견되었음을 알렸고 몇 분 뒤 밖으로 나가 건물주에게 유서를 전달하였다.



"이거 담당 형사 분에게 전달해 주시면 됩니다."



"네...."

"이거 어디서 발견되었나요?"



"책상 서랍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



건물주는 유서를 천천히 읽어본 후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우리는 다른 현장과 마찬가지로 건물주의 의뢰에 따라 다음날 오후까지 작업을 완료하였다.







사실 이런 현장은 다른 현장과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고인이 무연고사망자이거나 유품정리 과정에서 유서가 발견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 때문이다.



건물주의 의뢰를 완료하고 고인의 유서를 건물주에게 전달한 나는 작업이 완료된 후 

이 현장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지내 왔었다.

하지만 얼마 전 언론 기자와 함께 무연고사망자의 고독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나눈 이후 나는 

이 현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그 결과 후회를 남길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인의 유서는 담당 형사에게 전달이 되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고인에 대한 사망 사실은 고향 친구에게 통보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후회가 되는 부분은 유서를 발견한 순간 바로 고향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고인의 사망 사실을 전달함과 동시에 

고인의 유품을 전달받을 의향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고향 친구가 고인과 혈통이나 법률로 이루어진 유가족이나 연고자는 아니지만 고인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고인의 죽음에 대하여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줄 수 있는 유일한 관련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는 고향 친구에게 고인의 유품을 전달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됐었고 

만약 유품을 전달 받을 의향이 있었다면 나는 유품을 선별하여 고향 친구에게 보내주었어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고 무시해버린 `무관심한 인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후회가 들고난 이후부터는 '그때 당시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까?' 하는 자책이 든다.

고인에 대한 예의나 존중 같은 정서적인 부분보다는 건물주의 의뢰에 따른 오염부분제거, 

시체악취제거 같은 기능적인 부분들에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았나 싶다.

 

1년이 지난 지금 고인의 유품은 전부 폐기되어 매립, 소각처리된 상황이다.

또한 이제 와서 고향 친구에게 연락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연락을 해야 할 명분도 사라진 상황이다.

 


그저 이번의 실수를 교훈 삼아 다음부터는 이런 후회를 남길만한 행동을 하지 말도록 다짐할 뿐이다.4.jpg

 

잉여인간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

어느 한 여성이 자신의 원룸 집안에서 자살을 하였다.

겨울인 관계로 모두들 창문을 닫고 생활해서일까

그녀가 사망 후 부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웃 주민들은 그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결국 그녀는 6개월 동안 시신이 방치되었으며 다음 해 5월 미라 상태로 발견이 되었다.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가족, 친구, 지인, 이웃 주민도 아닌 바로 건물주였다.

그녀가 사망 후 6개월 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동안 원룸의 월세 미납금은 점점 더 쌓여만 갔다.

결국 보증금을 모두 소진한 상황까지 다다르자 건물주는 월세를 받기 위하여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건물주는 그녀를 만나기 위하여 수십 번 연락을 해보고 문을 두들겨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지만 

그녀의 집 안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순간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 느낌이 든 건물주는 경찰관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현장에 출동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후 경찰관은 현장에 도착하였고 건물주는 경찰관의 입회하에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건물주가 발견한 것은 이미 늑골이 드러나고 살이 메말라 거죽이 붙어버린 채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였다.





198X년에 태어난 이 여성은 어릴 때부터 불우한 시절을 보내왔다.

그녀가 아기일 때 이미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하여 출가 후 인연을 끊은 상태였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는 어머니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은 채 방치하였다.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일까 그녀는 어릴 때부터 발육과 학습능력이 남들에 비해 떨어졌다.

이 때문에 그녀는 어릴 적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며 성장해 나갔다.



그녀가 철이 들 무렵 그녀는 왜 어머니가 자기한테 무관심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다.

어머니는 뱃속의 아기를 유산시키기 위하여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뱃속의 아기가 너무 커져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후 어머니는 뱃속의 아기를 유산시키기 위하여 약을 먹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어머니는 결국 하는 수 없이 아기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때부터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성인이 되는 해 그녀는 집에서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의지할 사람 없이 세상을 혼자 살아나가야만 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취직을 하였지만 일처리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얼마 못가 직장을 그만두기 십상이었다.

결국 그녀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여러 회사를 이직하며 근근이 생계를 버텨나갔다.



그녀는 이런 생활이 계속되어 재정적인 문제가 지속되자 대출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당장의 급한 문제는 해결하였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출금은 쌓여만 갔다.



재정적인 문제와 잦은 취업 및 이직 문제는 그녀를 점점 더 어둡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울증, 무기력감이 겹쳐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가 의지할 수 있거나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다다르자 자살을 선택하였다.






건물주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인의 유일한 유가족인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입수하였다.

건물주는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 집안의 대공사를 진행할 것이니 그전에 한번 와서 

딸의 유품을 챙겨가라고 말하였다.

며칠 뒤 어머니는 딸의 자살현장에 방문하였다.

어머니를 만난 건물주는 어머니를 위하여 현관문을 열어주었고 어머니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가만히 서있는 채로 몇 분 동안 방안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아무런 유품도 챙기지 않은 채 빈손으로 집 밖을 나오면서 

건물주에게 딱 두 마디를 하였다고 한다.



"이제 됐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사실 건물주는 어머니를 만나는 날 유품정리 및 특수청소 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 자신이 피해를 본 금액을

모두 청구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보상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그날 이후 어머니가 다시 현장에 찾아온다던가 연락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건물주는 씁쓸함을 뒤로한 채 우리에게 유품정리를 의뢰하였다.5.jpg

(고인이 학생 시절 작성해 놓은 다이어리 일부)

 

건물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이 문구는 우리 주변 누군가가 사망하였을 경우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하는 문구이다.


보통 고독사한 시신이 발견된다면 해당 사건은 변사사건으로서 건물주(집주인)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에 건물주는 고인의 유가족 찾기, 사건 현장 거주지 비용처리 문제, 건물 전체의 임대비용 손실 문제, 

시체악취(시취)로 인한 주변 이웃 주민들의 민원, 사건 현장 정리 및 청소 문제, 사건 현장 인테리어 시공 및 설비 공사 여부 등 

수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된다.

 

연고자가 있는 고인이라면 건물주는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하여 문제들을 그럭저럭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친척, 친구가 없는 무연고사망자인 경우 건물주는 고독사로 인하여 발생되는 

모든 문제들을 본인이 전부 떠안아야 되며 이에 발생하는 모든 피해 금액 또한 본인이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과연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내몰린 건물주는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에 대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어줄까?

나의 경험상을 토대로 대답하자면 대답은 "절대 아니오."다.

더 나아가 덧붙여 말하자면 "건물주에게 상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이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들어온 의뢰


약속 장소에 다다른 우리는 골목길에 진입하였고 해당 건물을 찾기 위하여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내가 건물들을 확인하는 사이 친구는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저 사람이 우리 보고 손짓하는데?"


60대로 보이는 외모의 남성

아무래도 엊그제 통화했던 건물주가 맞는 것 같았다.

이 남성 역시 약속시간에 맞추어 트럭이 접근하니 우리가 유품정리업체임을 직감하고 손짓 한 것 같았다.


"응."

"맞는 것 같네."


나는 차량을 해당 건물 앞으로 이동시켰고 일단 간단한 인사를 하기 위하여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안녕ㅎ ㅏ..ㅅ..."


"저쪽!!"

"저쪽 구석에다가 주차해!!"


건물주의 말에서는 이미 다급함이 묻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건물주는 차량을 주차장 제일 구석 안쪽에 주차할 것을 요구하였다.

아무래도 최대한 노출을 줄이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차량을 구석으로 이동시켰고 주차 후 시동을 껐다.


"이야~"

"이번 건물주는 좀 피곤하겠는데?"


차에서 내리기 전 친구가 나지막하니 말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친구는 초면에 반말을 하며 명령조로 말하는 건물주를 보니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건물주에게 꽤나 참견과 하대를 받겠다는 느낌을 직감한 것 같았다.

나 또한 주변의 이목을 고려하여 주차와 관련된 사항까지 신경 쓰는 건물주를 보아하니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작업 방식 및 작업 방향에 대하여 건물주가 이것저것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물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건물주 본인이 모든 문제들을 떠안아야 되고 

모든 피해 금액 또한 모두 본인이 부담하여야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엊그제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건물주는 고인이 무연고사망자임을 알려주었기에 이에 내가 생각해 보아도 

이번 건물주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뭐..."

"무연고사망자라는데."

"정신없겠지."

"일단 내리자."


차에서 내린 우리는 정식으로 건물주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건물주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하아..."

"2층..."

"2층, 201호."

"일단 한 번 봐야지??"


열쇠를 받은 우리는 1층 출입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201호에 다다르자 현관문의 자동 잠금장치 자리는 이미 뜯겨져 나가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고 그 구멍 사이로는 

시체악취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현관문을 열기 위하여 열쇠를 꼽았고 열쇠를 돌리려는 찰나 친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야."


"응?"


나는 뒤돌아 보며 친구를 쳐다보았다.

이에 친구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바닥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나는 쪼그려 앉아 바닥을 살펴보았고 자세히 보니 바닥과 벽 사이 구석을 따라 이동하는 구더기 십여 마리가 보였다.

현관문 밖으로까지 기어 나온 구더기를 본 나는 현장이 꽤나 심각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이에 고개를 들어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에 심각하겠는데?"


"그러게."

"들어갈 때 조심히 들어가라."

"밟아서 터지면 귀찮아지니까."


"응."


친구의 말에 따라 나는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는 수백 마리의 구더기들이었다.


"오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구더기를 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고 이후

 집안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방바닥은 마치 흰쌀과 검은 쌀을 바닥에 흐트러 놓은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구더기들은 꼬물꼬물 거리며 꿈틀대고 있었고 시간이 좀 지나서일까 집 안 구석 곳곳에는 번데기들이 군집을 이루며 쌓여있었다.

우리는 구더기가 최대한 없는 위치를 선정하여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갔다.

친구가 집안의 정리할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사이 나는 고인이 사망한 위치의 침구류를 하나하나 들추어 보기 시작하였다.

밝은 색의 침구류는 이미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이 심하게 스며들어 갈색과 검은색으로 변해있는 상태였고 

머리가 있던 부분은 머리카락이, 그 주변에는 피부조직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크으..."

"심각하네..."

"견적 꽤 많이 나오겠는데?"


"그러냐?"

"치울 물건은 얼마 없어."

 

"아..."

"그건 다행이네."


정리할 물건들의 양이 적다는 것은 작업을 진행하는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호재로 적용한다.

먼저 집안의 물건들의 양이 적으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웃 주민들에 대한 소음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한 물건들을 옮기는 이동 횟수도 줄어드는 관계로 이웃 주민들과 조우할 확률이 낮아지며 

이에 비교적 비밀을 유지한 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니. 뭐..."

"그건 좋긴 한데... 나머지가 너무 심각해."

"일단 나가자."


현장을 확인한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담배를 피우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물주는 1층 출입문에서 나오는 우리를 보자마자 곧바로 말을 걸었다.


"어때??"


"네."

"일단 상황이 꽤나 심각해서요."

"견적은 OOO만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작업은 내일모레 오전까지는 무조건 해야될 것 같고요."


"어휴..."

"그렇게 비싸??"

"어떻게 좀 절충은 안될까??"


"예."

"안됩니다."

"한번 본 현장에 대해서 견적을 낮춰드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건물주는 이때부터 눈빛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하아... 참..."

"아니... 내가 이 새끼 때문에 손해 본 게 장난이 아니야!!"

"지금 해결해야 될 것도 많고 돈 들어갈 곳도 많아!!"

"웬 거지새끼 한 명 받은 것뿐인데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겠냐고!!"

"나도 지금 피가 말려 죽게 생겼어!!"

"나도 피해자야!!"

"좀 낮춰 줘!!"


건물주는 다짜고짜 견적을 낮춰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나는 눈으로 직접 확인한 현장에 대해서는 견적을 낮추어주는 경우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건물주는 반협박식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니!!"

"다른 곳에 물어보니까 OO만원에 해주겠다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이렇게 차이 날 바에는 그냥 다른 곳에 맡기는 게 낫겠네??"


건물주는 내가 견적을 낮추어 주지 않으면 일을 다른 업체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표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건물주에게 말했다.


"예."

"그러면 그냥 처음부터 거기다가 맡기셨으면 될 것 같은데요."

"저희 그냥 철수해도 상관없으니까 방금 말씀하신 업체에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멀리서 왔는데 뭘 또 그냥 가??"

"일은 하고 가야지!!"

"돈은 벌고 가야 될 거 아냐??"


"물론 저희도 그게 좋기는 한데요."

"자꾸 견적을 낮춰달라고 요구하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안 하는 게 낫죠."


"하아..."

"........"


건물주는 '어찌 되든 상관 안 한다.'라는 식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를 보자 

깊은 한숨과 함께 침묵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건물주는 아무래도 우리가 장거리 출장을 왔기 때문에 본인이 강력하게 나간다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요구를 들어 견적을 낮추어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사실 나와 친구는 일을 무조건하기 위하여 악착같이 목을 매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드는 의뢰인을 만날 경우 의뢰를 받지 않고 철수한 적이 많았었기에 

이번 현장 또한 건물주의 모습을 보니 의뢰를 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엊그제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대략적인 견적과 함께 작업 내용들을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본인의 사정만 봐달라면서 견적을 대폭 낮추어 달라는 둥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둥 

본인의 주장만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건물주의 모습을 보니 나의 기분도 썩 좋지는 않았다.

건물주가 침묵에 잠기는 동안 나는 친구를 쳐다보았고 '상황 봐서 그냥 안 한다?'라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친구는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건물주에게 돌리며 말을 건넸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은 결국 견적을 어떻게 해서든지 낮추어서 건물주 분 본인의 손해 일부분을 

저희에게 전가시키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실 텐데... 견적을 낮출만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엊그제 통화에서 제가 대략적인 견적을 말씀드렸었고 건물주 분도 이에 동의하시고 저희를 부르신 건데

여기까지 와서 견적을 낮춰달라는 둥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둥 그렇게 말씀하시면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안 하는 게 낫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 그냥 철수해도 상관없으니까요 아까 말씀하신 곳에 연락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건물주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잠시 후 건물주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을 피우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하아..."

"거~ 참~"

"빡빡하네..."

"그러면..."

"말한 견적에서 그 이상 추가요금 같은 건 없는 거지??"


"네."

"추가요금이 발생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


건물주는 또다시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기더니 담배를 마저 피우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마저 피우던 건물주는 마지막으로 영혼의 한 모금을 빨아들인 후 재를 털고 큰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OOO만원??"


"네."

"맞습니다."


"알았어!!"

"해줘!!"

"대신 확실하게 해야 돼??"


"네."

"알겠습니다."


건물주와 작업비용을 합의한 우리는 작업장비들을 현장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모든 장비들을 201호 현관문 앞에 쌓아놓은 우리는 보호복, 보호장갑, 방독면 등의 안전장비들을 착용한 후 

현장으로 진입하였다.


언제나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오염부분제거 및 파리 유충(구더기) 및 고치(번데기) 제거이다.

먼저 이동에 방해되는 수천 마리의 구더기들을 쓸어 담기 시작하였다.

바닥에는 부패된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액이 묻어있는 관계로 구더기들이 제대로 쓸리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들여 서서히 제거해 나갔다.

어느 정도 구더기들을 제거한 우리는 구석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번데기들을 제거하였고 

이후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이 스며들은 침구류를 제거하였다.

침구류가 대부분의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을 머금은 관계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정리가 가능하였고 

장판에 묻은 잔여물들은 약품을 살포하여 대부분 닦아내었다.


참혹하고 처참한 부분을 모두 제거한 우리는 안전복장을 해제하고 작업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집안의 정리할 물건들의 양은 정말 적었다.

당장에 고개를 돌리며 집안을 확인하여도 살림살이가 정말 간소한 것이 느껴졌다.

방안에는 작디작은 브라운관 TV와 받침대, 고작 5벌밖에 안되는 옷들과 속옷들, 등산용 배낭 하나, 단 한 켤레씩의 작업화, 운동화, 슬리퍼만이 전부였다.

화장실에는 비누 몇 개와 단 한 개의 칫솔, 치약이 전부였고 주방에는 단 한 벌의 수저와 크기별로 있는 그릇 3개, 

양은 냄비 한 개, 컵 하나가 전부였다.


오히려 이런 것들보다 눈에 띄는 것들은 수많은 배달음식들과 캔, 과자 봉투들 그리고 소주 병들이었다.

고인은 요리를 전혀 하지 않고 매일같이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 및 과자, 소주만을 먹은 것 같았다.

개수대와 가스레인지는 요리를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싱크대 위에는 배달음식들이 바짝 말라비틀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주방 바닥에는 캔과 과자 봉투들이 분류되어 재활용 봉투에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제일 놀란 것은 싱크대 내부와 선반 내부에 존재하는 소주 병들이었다.

싱크대와 선반 내부를 가득 채운 소주 병들은 눕혀진 채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대략 어림잡아도 백여 병 이상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소주 병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꺼내어 마대자루에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던 우리는 고인이 50대 남성이며 알코올 중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고인의 직업이 일용직 근로자인 관계로 일거리에 따라 지역을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필품들만 가지고 생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오염된 장판까지 모두 제거한 우리는 밀봉, 포장되어 있는 물건들을 밖으로 반출하기 시작하였다.

물건들의 양이 적었던 관계로 비교적 단시간 내에 트럭 화물칸에 옮겨 실을 수 있었다.


2일차 작업이 시작되는 다음날

우리는 건물주의 요구에 따라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웃 주민들의 출근시간대를 피하여 오전 10시에 현장에 도착하였고 

건물주는 어제와 똑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냄새 많이 없앴지??"


"네."

"많이 없앴습니다."


이 말을 들은 건물주는 우리와 함께 현장에 진입하였다.

건물주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담배를 피우며 현장을 여기저기 확인하였고 우리는 작업도구를 꺼내어

벽지를 제거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전부 피운 건물주는 벽지를 제거하고 있던 우리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아니..."

"내가 몇 년 전에 은퇴하고 임대 사업을 하려고 이 건물을 지었단 말이지..."

"퇴직금하고 대출금을 합쳐서 작년 여름에 이 건물을 지었는데 1년도 안돼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 ♥같은 새끼 겨울에 내쫓았어야 되는데..."


건물주는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을 우리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말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 나는 고개를 돌려 건물주를 향해 다가갔다.


유가족, 건물주 등 의뢰인들의 한탄이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은 우리의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의뢰인들은 우리들이 본인의 사정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줌과 동시에 추후 문제들과 관련하여 조언을 해주면 

비교적 큰 만족감과 안도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현장 또한 건물주가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듯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기에 

나는 벽지 제거를 중단하고 건물주의 말을 듣기 시작하였다.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시는지..."


"응!!"

"아니~ 이 새끼가 신축하고 난 뒤에 바로 입주했었거든??"

"작년 여름 때였지 아마??"

"근데 이 새끼가 월세를 전혀 안내는 거야!!"

"뭐 일단 보증금이 있으니 그냥 기다려봤어!!"

"아니~ 근데 반년이 다 되도록 월세를 한 번도 안 내더라고??"

"보증금은 거의 다 까먹어가고 월세는 전혀 낼 것 같지가 않아서 작년 겨울 말에 찾아갔어!!"

"이 ♥♥ 새끼야 해넘어가기 전에 월세를 내던지 아니면 나가라고!!"

"아니~ 그랬더니 이 ♥같은 새끼가 몸도 아프고 겨울에는 일할 곳도 별로 없다면서 내년 날씨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봐 달라는 거야!!"

"겨울만은 버티고 싶다면서!!"

"지금 나가면 자기 죽는다고 계속 사정사정하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하겠어~ 그러다가 나도 마음 약해져서 그냥 봐줬지~"

"그런데 이런 일이 터져버렸으니 내가 지금 미쳐버리지 않겠냐고 ♥♥ 진짜!!"


건물주의 하소연은 계속되었다.


"맨 처음 발견자가 옆집 아가씨였어!!"

"언제부터인가 옆집에서 계속 음식물 썩는 냄새가 나더래!!"

"이상하다 싶은 채로 며칠을 지내가다 편의점을 가려고 집 밖을 나왔는데 옆집 현관문 밑에 

구더기 몇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는 거야!!"

"그래서 옆집 아가씨가 나한테 바로 연락을 했어!!"

"내가 이때 '아차!!' 싶더라고!!"

"바로 뛰어가서 확인해 보니까 이거 심상치 않다 싶어 경찰에 연락했지!!"

"근데 이때부터가 문제인 거야!!"

"대낮에 시신 수습을 하는데 옆집 아가씨는 물론 동네 사람들이 전부 지켜본 거야!!"

"그랬더니 그날 저녁 옆집 아가씨가 방을 빼달라 하더라고!!"

"게다가 다음날부터 동네방네 소문이 나서 다른 세입자들도 방을 빼달라고 계속 연락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단은 최대한 빠르게 수습할 테니 나가지 말고 조금만 참아 달라고 부탁을 했어!!"

"와~ 근데 이 새끼 유가족을 못 찾아서 여기저기 수소문하느라고 현장을 못 건드는 거야!!"

"현장을 계속 방치하니 시체 썩은 냄새는 계속 나지, 세입자들은 방 빼달라고 계속 전화하지, 현장은 치울 수도 없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짜 돌아버리겠는 거야!!"

"그러다 보니 결국 옆집 아가씨가 방을 빼니까 다른 세입자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방을 빼더라고!!"

"그래서 지금 건물 사람들은 대부분이 다 나갔다니까??"


나는 여기서 건물 사람들 대부분이 다 나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만약 해당 건물 세입자들 대부분이 다 나갔다면 먼저 건물주는 우리에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애당초 세입자들 출근시간대를 피해서 늦게 오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다음 세입자들을 받아야 하니 무조건 빨리 와서 빨리 현장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건물주는 본인이 현재 처한 상황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건물주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 옆집 아가씨 및 몇몇 가구가 방을 뺀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고저쩌고 ~~~!!"

"이러쿵저러쿵 ~~~!!"


건물주는 이후에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옆에서 계속 본인이 처한 상황을 하소연함과 동시에 고인을 비난하였다.

사실 건물주의 이런 반응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건물주들이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기보다는 비난을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의 고인은 무연고사망자♥♥에 고독사로 인하여 발생되는 피해 금액은 건물주가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건물주가 입은 피해 금액은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수천만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유품정리 및 특수청소 비용과 인테리어 시공 비용은 각각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몇몇 세대 퇴거로 인한 보증금 손실은 수백만원 ~ 수천여만원 사이에 달한다.

퇴거로 인하여 발생되는 공실 기간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죽은 사람 집이라는 소문으로 인하여 임대비용이 하락하거나 

임대가 되지 않는 문제도 떠안아야 된다.

 

더욱이 해당 건물은 건물주가 퇴직금 이외에 수억의 대출을 받아 가며 지은지 1년도 안된 신축 건물이었기에 

건물주의 심리적인 타격은 더욱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여러모로 종합하여 건물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본다면 고인은 건물주에게 막대한 금액의 피해를 입힌 

가해자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건물주가 심각한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비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은 다음날 3일차까지 진행되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전까지 끝낼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건물주와의 대화로 인하여 작업시간이 길어짐과 동시에 건물주가 복합적인 작업들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관계로 작업은 오후 시간까지 진행되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 건물주는 현장에 들어왔고 집안을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하아..."

"깔끔하네..."

"냄새도 안 나고..."

"뭐 그래도 일단 급한 불은 껐네..."


현장을 확인한 건물주는 눈앞에 보이던 참혹하고 처참한 부분이 전부 없어졌으니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낀 것 같았다.

이후 건물주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작업장비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작업장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사이 건물주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벽지해야 되고..."

"장판해야 되고..."

"싱크대, 선반도 해야 되고..."

"신발장도 해야 되고..."

"도어록도 교체해야 되고..."

"........"

"........"

"아... ♥♥끼 진짜..."

"디지려면 밖에 나가서 디지지 왜 집안에서 디지고 ♥♥이야 진짜..."

"♥같은 새끼..."

"이 ♥♥놈은 죽어서까지 민폐 끼치네... ♥♥ 같은 놈..."


건물주는 우리에게 본인의 사정을 하소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서인지 고인을 매우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이에 우리는 건물주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작업장비들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하였다.

작업장비들을 모두 옮긴 우리는 건물주와 함께 작업 현장을 최종 점검하고 문을 닫았다.

1층 주차장에서 내가 철수를 준비하는 동안 친구는 건물주와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말동무를 해주고 있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건물주는 나를 불렀다.


"저기!!"

"사장!!"


"예."


"아니 이런 일이 발생 안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나같이 임대 사업하는 사람에게 조언해줄 만한 거 없어??"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을 하던 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하..."

"제 경험상 이런 일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런 일이 벌어진 이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뭔데??"


"음..."

"일단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연고가 없는 사람은 아예 입주를 받지 않으시는 것이 좋아요."

"이번 일처럼 건물주 분이 모든 피해 금액을 부담하지 않으시려면 말이죠."

"그리고 연고자가 있더라도 가족이나 친척 전화번호 한두 개 정도는 확보해 놓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유가족에게 바로바로 연락해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외에 우편함에 고지서가 많이 쌓여있다던가 아니면 현관문 앞에 전단지가 많이 붙어있다던가 건물에 파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던가 이런 것들 또한 의심을 해보셔도 돼요."

"그리고 집안에 알 수 없는 썩는 냄새가 현관문을 지나 복도나 계단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라면 그건 바로 경찰에 신고하시는 것이 좋고요."


"그래??"

"알았어!!"

"일단은 연고 없는 사람은 무조건 안 받는 게 제일 좋겠네??"

"그리고 말이야??"

"~ ~~ ~~~ ??"

"~ ~~ ~~~ ??"


건물주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지 해당 질문 이외에도 다른 여러 질문들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우리들은 건물주의 질문을 하나하나 답변해 주며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었다.

해는 가라앉고 저녁시간이 될 즈음 건물주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에 우리들은 철수하기 위하여 

트럭 화물칸을 정리하였다.

 

이후 우리들은 건물주에게 작업비용을 전달받고 인사를 나눈 후 철수하였다.

 

 

 

 


- 출처 -

스위퍼스 유품정리 특수청소 전문업체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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