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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방배동에서 생긴 일 8

가위왕핑킹2019.11.27 21:22조회 수 129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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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귀신이 돼?"  라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생령이야" 라고 백뚱이 말합니다.

 

"그럼 살아있는 귀신인 건가?"

 

"글쎄 뭐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런데 확실히 죽은 사람은 아냐.  다른건 몰라도 우리는 산자와 망자는 확실히 구분 하거든, 그런데 분명 죽지는 않았어.  아마 그 교통사로로 뇌사나 식물인간이나 그런 상태일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중얼 거리듯 말을 하는데 머리속이 복잡해 집니다.

 

"그럼 그런 건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 건데?"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게 있다는 말은 들어 봤는데 직접 주위에서 보는건 처음이라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라 결국 살아 있는 사람끼리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백뚱과 통화를 마치고 나서 여태까지 벌어 졌던 일련의 일들이 머리 속 에서 재정립이 됩니다.

 

그리고는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 들기 시작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무언가 해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열패감이 구렁이 처럼 저를 옥 죄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저는 탤런트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어요.

아마 같이 지내왔던, 혹은 같이 있으며 벌어졌던 일련의 많은 사건들이 직간접인 원인이 되어 애잔함이라는 감정들이 그리움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가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당장 해결책을 찾을수 없으니 연락 하기도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옆에 있어 주자니 기이한 현상들이 증폭되어 일어나서 서로 패닉에 빠져들고.

 

모텔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회사일이 바빴고 시간이 나는 대로 이리저리 해결방안을 알아 보며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이주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 금요일 오후 였던지, 아니면 어느 토요일 오후 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현재를 스치는 시간은 언제나 '느릿느릿' 남태평양 저 어딘가에 서식하는 장수 거북이가 걸어가듯 느리게 지나가지만 뒤돌아 보면, 역시 시간이란 내가 느껴 보지도 못한 찰라의 속도로 이미 '휙' 하며 스쳐 지나 가버렸기 때문에 정제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어 확인 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무언가의 자료를 정해진 시간 내에 넘기기 위해 정신 없는 작업중 이었고 그렇게 정신 없는 중에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었고 전화기를 들고 폴더를 열어 젖히자 수화기에서 탤런트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뭐해?........바빠?"

 

한참을 정신없이 일하는 바쁜 와중에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 속에 층층이 쌓여 있던 그리움들이 제방이 터져 밀려 내려오듯 일시에 쏟아져 나옵니다.

 

"어? 응? 아….조…조금 바쁘네"

그리고 한동안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릅니다.

"저기…그럼 나중에 전화 해야겠네. 나중에 전화 할게"

"아냐, 길지 않다면 지금 얘기 해도 돼. 말해"

"오빠 언제 좀 잠깐 볼수 있어?"

"시간? 시간은 당연히 낼수 있는데 지금 작업중인 것 때문에 이번 주말 계속 출근 해야 할지도 모르거든, 내가 그럼 다음주에 전화 할게"

 

그리고는 또 다시 의미를 알수 없는 침묵의 공백이 흘렀습니다.

 

"알았어 오빠. 바쁜데 미안해. 밥 잘 챙겨 먹고 일해 몸 상하지 말고" 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통화를 끝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심란해 집니다.

잠시 담배나 한배 태우고 머리나 좀 식혀볼 요량으로 담배를 태우러 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그제서야 제가 통화를 하며 그녀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 다는걸 깨닫 습니다. (매연과 페인트 냄새 사이에 끼인 남자의 행동 백서?)

 

다시 전화를 걸어 '몸은 괜찮냐?' 는 안부라도 다시 물어 볼까 하다가 폴더를 닫았습니다.

그저 주말을 보내고 얼굴을 다시 봤을 때 그때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일견 현실을 생각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나 하는 답답한 심정이 컸지요.

 

 

 

그렇게 정신 없는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 집에 돌아와 쇼파에 멍하게 앉아 있는데 어머니가 사과를 깍아 내오 십니다.

 

 

사과를 입에 넣으며 무슨 프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화면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쳐다 보고 있다가 문득 어머니 에게 여쭤 봅니다.

 

 

 "어머니, 생령이 뭔지 아세요?"

"너 또 무슨 이상한 짓 하고 돌아 다니길래? 아서라"

 

저희 모친은 항상 제가 그런 질문이나 그런 이야기들을 재미 삼아 입에 올리는 걸 극도로 싫어 하셨기 때문에 입을 떼자 마자 엄중한 경고를 주십니다.

 

그렇게 멀뚱하게 십여분이 지나 제가 또 여쭤 봤습니다.

 

 

"어머니 만약에요, 응? 아니 뭐,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나서 한번 여쭤 보는 건데, 진짜 지금 금방 막 이런 생각이 번쩍나네.  어떤 여자가 굉장히 좋지 않은 영가한테 시달리고 있어요.  근데 그런 여자가 정말 참하고 이뻐, 아주 괜찮아, 그런데 같이 만나게 되면 남자도 같이 시달려.  그럼 무슨 해결 방법이 있는 건가?  아님 그냥 그 여자랑 헤어지고 도망 가는게 상책 인건가? 응? 진짜 금방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쭤 보는 거예요ㅎㅎ.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지? 신기하네"

 

 

 

어머니가 갑자기 절 한동안 저를 멍하게 쳐다 보십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그 눈빛을 보자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하는 거예요.

'아! 왜 난 진작에 어머니랑 상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저를 말없이 조용히 쳐다 보시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과 껍데기를 들고 제 이마에 강 스매싱을 날리셨습니다.

 

"이게 비싼 밥 쳐먹여 놓으니까 이젠 별 헛소리를 다 하고 다니네.  야 이놈아 그깟 귀신이 무서워서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서 도망 가면 그게 남자야? 등신 중 에서도 상 등신이지.  죽은놈이 산사람을 어떻게 이겨?"

 

라고.

 

일갈 하셨습니다.

 

순간 '아씨…죽은 놈은 아닌데' 라는 억울함도 들었지만

애니웨이

 

이마와 머리에 사과 껍데기가 덮여 있는데 정신이 번쩍 나는 거예요.

 

'그래, 난 왜 같이 부딪혀 보지도 않고 이렇게 도망만 다니고 있지?' 라는 자괴감이 들어 갑자기 저 자신이 스스로 한심 하게 느껴 집니다.

 

 

내일은 탤런트하고 근사한 저녁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마음에 결정을 하니 한결 편해 집니다.

'그래 다 사람하기 나름이지 요즘 세상에…….' 라는 호기로움도 가슴에 그득차고.

사람의 마음이란 일체유심조라는 훌륭한 경구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습니다.

마음이 바뀌니 그동안 겁내왔던 모든게 시시하고 우습게 여겨 집니다.

머리 속 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설레임 기대감 같은 것 으로 가득 채워 지기 시작 하구요.

 

 

 

다음날 월요일에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못한채 지나 갔습니다.

주말내 보고 자료를 만들었고, 월요일 오전에 브리핑이 들어 갔으며 주말내 고생한 팀원들을 위한 회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날 화요일 즈음 저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전혀 생뚱한 소리가 들려 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 이오니 다시한번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A calling is fhjdksahfjdksahffunksahfjdkslahjfkdslhajkfjdkslnj" 

 

어?

 

다시 한번 확인 했지만 그 번호는 탤런트의 번호가 맞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황망한 마음에 몇번을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계속 같은 메시지만 나옵니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 해지고 손발이 떨려 옵니다.

 

그때 사무실에서 나가 도로가에서 전화 중이었는데 저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화단 어디께에 털썩 주저 앉아 줄담배를 피우며 복잡해진 머리 속을 정리 했습니다.

 

너무 조바심이 난 저는 백뚱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길래 소품 녀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녀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저는 다짜고짜 물어 봤습니다.

 

"탤런트 전화 번호 바꼈냐?'

"어? 형. 아……..그게 바뀐건 아닌데……"

"무슨 소리야, 방금 전화 하니까 없는 번호 라고 뜨던데 그럼 바꾼거지"

"형,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술 한잔 해요"

 

 

 

 

 

 

 

저와 소품, 그리고 백뚱까지

 

그날 저녁 저희 셋은 저희가 제일 처음 모였던 방배동 그 술집에 다시 모였습니다.

똑 같은 자리, 똑 같은 인원에 탤런트만 빠진채 말이죠.

 

똑 같은 자리에 단 한사람 빠졌을 뿐인데 그 자리가 참으로 낯설고 헛헛 합니다.

 

 

 

 

 

"탤런트 누나 호주로 떠났어요"

 

 

 

소품 녀석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머리 속에서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정체를 알수 없는 공진이 쉴새 없이 울립니다.

 

 

"그 누나 언니네가 거기 산다나 봐요 어제 출국 했어요.  저희 만나기 전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나 봐요.  전 남친한테 시달리던 일이나 그 화상당한 여자한테 시달리던 일이나 그런 것 때문에 오래전부터 계획은 하고 있었대요.  서울에서 쓰던 짐도 정말 필요 한거 빼고는 다 버리고 간대요"

 

아무 생각 나지 않더군요.

 

그때 든 단 한가지 생각은 그녀가 정말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 단 하나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가서는 연락한다는 말은 없었어? 연락처 같은거 준것도 없고?"

"예 형, 누나가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한국에 관계된 모든 것에서 피해 있고 싶다네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녀가 만나자고 전화 왔을 때 왜 달려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가 엄청난 파도가 되어 가슴을 내리 칩니다.

 

"형, 텔런트 누나가…………………."

 

앞에 놓인 소주만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데 소품 녀석이 말합니다.

 

"형 정말 많이 좋아 했었다고 좀 전해 달래요.  그리고 자기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 했다는 말도 전해 달라 그러고"

 

 

 

 

 

그 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가 눈물을 흘렸는지 혹은 흘리지 않았는지 또한 기억 나지 않습니다.

 

비틀거리며 걸어 가는 제 팔을 부축하던 백뚱과 소품녀석의 손길을 뿌리치며 "놓으라고 신발" 이라고 소리지른 기억도 짬짬이 기억 나고,  방배동 놀이터 공원 가로수를 붙잡고 서서 토악질을 해대던 기억도 나고 그렇습니다.

 

물론 그날 과음한 탓도 참으로 크지만,

 

세월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요?

 

그날 느꼇던 충격이나 열패감, 연민, 애처러움 등등이 평생 가슴에 삭정이로 남아 평생을 따라 다닐것 같더니 추억이란 하루하루 세월이 지날수록 그 하루하루의 무게 만큼 퇴색되고 변색 되어져 갑니다.

 

끝이 모나고 뾰족뾰족하여 손만 대어도 베일 것 같은 기억의 편린들이 세월이란 이름 앞에 침잔하고 마모 되어 이제 이렇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로 끄적 거릴수 있는 수준 까지 되네요.

 

 

제 방배동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그 후로 백뚱이나 소품녀석을 만난적이 없어요.

 

뭐, 그렇게 되더이다.

 

 그 뒤 한 몇 개월 후 정도 지날 즈음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 됐을 때 번호가 찍히지 않은 전화가 몇번 왔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아무말 없이 한동안 가만 있었지요.

상대도 조용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녀일지 누구 일지 그건 아무도 알수 없겠지요.

 

 

 

 

 

어쨋거나,

 

너무 오래되 버린 이야기라 시점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틀어진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감사 합니다.

너무 희미하게 윤색 되어져 저 스스로도 재 정립 하기 만만치 않더군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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