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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옹기바람 (하)

클라우드92020.01.10 13:23조회 수 145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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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스으으윽... 턱! 스으으으윽"

 

 

아직은 가을이라 잠자기 전에는 방문을 열어 놓고 잠자다 새벽에 문을 닫는데 마루와 연결된 우리 방은 발 하나만 쳐져 있었다. 

 

누이는 방문 쪽으로 누워있었기에 누이를 쳐다보던 나는 당연히 발 건너편에 보이는 방밖 마루를 바라볼 수 있었고, 

 

누이도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미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소리를 내는 무언가는 머리를 산발한 흰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었는데 그 여인은 기괴하게도 몸을 기어서 마루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턱!' 소리는 손을 짚는 소리고 손으로 몸을 당기면서 기어올 때 옷이 끌리는 소리가 '스으으으윽'하고 났던 것이다. 

 

필시 사람은 아니라 생각됐다.

 

 

 "턱! 스으으윽...턱! 스으으으윽"

 

 

그렇게 마루를 기어올라온 그 귀신은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바닥에 붙어 있던 상체를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머리를 천천히 들어올려 우리가 누워있는 방으로 고개만 돌려 방안을 쳐다보는 듯 했다.

 

방과 마루는 발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 귀신의 시선이 느껴졌고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섬뜩한 눈빛이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를 만큼 극도의 두려움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그 귀신은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윽윽.... 으으으으윽....윽윽..."

 

 

일전에 옹기들 사이에서 술래잡기를 할 때 들었던 그 옹기 바람 소리와 비슷한 소리였다. 

 

그렇게 섬뜩한 목소리로 신음소리를 내던 귀신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손을 빠르게 휘져으며 우리 누워 있는 방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악! 터억! 스으으으으윽...끼아아아아아악!" 터억! 스으으으으윽"

 

 

상체를 세우고 좌우 팔을 번갈아 빠르게 움직이며 기어오면서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대며 다가오는 모습은 

 

너무 무섭고 괴기스러워 정신을 잃기 일보직전 이었다.

 

어느덧 그 귀신은 누이의 몸 위로 올라왔고 잔뜩 팔로 상체를 세우고 누이의 팔을 누른 상태에서 누이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누이는 이미 반 실성을 하여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 귀신은 기쁜 것 인양 울어 젖히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아아아아악!!!"

 

 "흐흐흐흐 흐흐흐흑흐흐흑 흐흐흑!"

 

 

누이가 울부짖는 사이 귀신은 한 손을 서서히 들어 올려 누이를 내리 칠려는데 

 

손에는 작은 근개(옹기 만들 때 사용하는 날카로운 작은 쇠붙이)가 들려 있었다. 

 

나는 몸이 얼어 있다가 누이가 곧 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을 뻗어 머리 위에 뭔가를 집어 들었는데 

 

용도가 다한 수래(옹기 만들 때 큰 모양을 내는 빨래 방망이 같이 생긴 도구)가 손에 잡혔고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것을 힘껏 귀신의 머리위로 내려쳤다. 

 

 

어린 아이가 내려친 수래에 무슨 힘이 실렸겠냐마는 그래도 제법 둔탁한 소리가 났고 귀신은 옆으로 픽 쓰러지는 듯 보였다. 

 

나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반 실성한 누이의 팔을 끌어 당겨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누이의 손을 잡고 마루로 뛰쳐나갔다. 

 

그 길로 누이의 손을 놓지 않고 억지로 끌다시피 하며 대문 밖으로 달려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굿판이 열리는 당수나무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뒤쪽에서 그 귀신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턱!! 스윽!! 턱!! 스윽! 터억!! 스으으윽!! 터억!! 스으으윽!!"

 

 

처음에는 그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다 잠시 후에는 점점 멀어지는 듯 들렸다. 

 

그때부터 정신이 조금 돌아온 나는 미친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버어어어지!!!!! 아버어어지!! 살려주세요!!! 여기요!! 살려주세요!!"

 

 

그러나 굿판이 열리는 당수나무는 어린아이가 달리기에는 제법 먼 거리에 있었고 굿소리에 나의 목소리도 묻혀 버렸다.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가다가 누이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앞으로 확 거꾸러지고 말았고 

 

나와 누이는 동시에 심하게 앞으로 퍽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턱이 깨지고 이빨에 입술이 찢겨 피가 나고 손바닥과 무릎이 찢어져 쓰리고 아파 왔지만 

 

정신없이 다시 몸을 일으켜 누이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는데 누이는 다리를 다쳤는지 다시 허무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어어어어엉...어어어어엉 누나...일어나...누나 어어어엉 어서 일어나..."

 

 "어어어어엉...어어어어엉..일남아..이이이 일남아..."

 

 

누이의 두려우면서도 간절한 울부짖음이 그렇게 애절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조금만 지체하면 그 귀신이 모습을 드러낼까 두려워 그 짧은 순간에 방도를 생각한 것이 옹기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는 것이었다. 

 

나는 재빨리 누이의 손을 끌어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누이를 부축하여 누이가 들어갈 만한 옹기를 찾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누이 덩치 만한 옹기를 찾아 누이를 부축하여 옹기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누이와 맘이 통했는지 무슨 연유 인지도 묻지 않고 누이는 옹기 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몸집이 더 작아 어렵지 않게 숨을 만한 옹기를 찾았고 

 

옹기 속으로 몸을 숨기기 전에 귀신이 올 법한 방향을 한번 둘러 본 다음 귀신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옹기 속으로 몸을 숨겼다. 

 

 

 '굿판이 끝나면 소리를 쳐서 어른들께 알려야겠다. 굿판만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어른들과 쉽게 만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한 나는 숨을 죽이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 

 

멀리서는 아직 굿하는 소리가 한창 들려왔고 굿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흐흐흐흐흑....흐흐흐....흐흐흐흐흑...아...가..아가?" 

 

 

얼마전 술래잡기를 하던 옹기바람 소리 아니 귀신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웅웅웅 우우우우우 우웅"

 

 "아가.....흐흐흐흐흑....어디...갔니?...아가...?"

 

 

옹기바람 소리와 귀신 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섬뜩한 소리를 만들어 냈고 흐느끼기만 하던 소리는 아기를 찾는 듯한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귀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 흐느끼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숨어 있는 지척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턱!! 스으으으윽 턱!! 스으으으윽"

 

 "아...가...흐흐흐흐흑...아...가...."

 

 

소리가 지척에서 들릴 때는 발각될 것 같아 숨도 멈추고 몸도 더욱 움츠렸다. 

 

그러다 그 소리는 우리가 숨어 있는 옹기를 지나 앞쪽으로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더이상 귀신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러고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자세도 바꾸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웅크린 자세에서 머리를 살짝 옆으로 돌리려는 그때 

 

나의 귀 뒤로 검은 머리카락 한 뭉텅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아 났다. 

 

더이상 머리도 돌리지 못한 채 입에서는 신음인 듯 울음인 듯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으으으윽 흐흐흑 으으으으윽 흐흐흑"

 

 

그때 무언가가 내 머리채를 확 휘어 잡고 강한 힘으로 나를 옹기 밖으로 들어 올렸다. 

 

옹기 밖으로 나온 나의 눈은 산발을 한 귀신의 얼굴을 정면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한 손으로 옹기 입구를 잡고 한 손으로 나의 머리채를 잡은 귀신은 한참을 바로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귀신의 눈은 충혈되었고, 코와 얼굴을 찢기고 일그러져 너무 흉측 했으며 벌어진 입은 귀 뒤까지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입은 마치 웃는 듯이 보이더니 이내 요사스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흐흐흐흐 아가? 흐흐흐흐흐 찾았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를 옹기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힘은 어마 무시해서 얼굴을 땅으로 처박힌 나는 흙이 한웅 큼 입으로 들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부지!!!! 아부지이이이이이!! 살려어어어주세요!!!!"

 

 

엎어져 소리지르는 나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집어 들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근개를 집어 든 귀신은 나를 내려칠 양으로 손을 높이 치켜 들었다.

 

귀신이 나를 근개로 내려치려는 찰나에 뒤에서 뭔가 둔탁한 '퍽' 소리가 났고 

 

뭐가 어찌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나는 한쪽으로 날아가 처박히게 되었다. 

 

그 후 내가 정신도 차리기 전에 누군가 잽싼 몸놀림으로 나를 낚아 채어 안아 올렸다. 

 

 

 "헉헉헉! 헉헉헉 우리 일남이 괜찮냐? 응? 괜찮어? 응?"

 

 

익숙한 목소리였다. 

 

언제나 장군 같고 언제나 장승 같은 든든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나의 엉덩이를 받쳐들어 가슴에 안고 한 손에는 짤막한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 방망이로 귀신을 내려친 게 틀림없었다. 

 

 

 "이 요망한 것!! 도대체 정체가 뭐냐!!"

 

 "끼야아아아아아악 크크크"

 

 

그 귀신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아버지를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귀신은 대치 상태로 있는데 지근거리에서 사람들 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리기 시작했고 

 

얼룩덜룩한 고운 한복을 입은 무당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무당은 굿에 쓰는 도구인 듯 보이는 칼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무슨 원한을 가지고 구천을 떠돌고 있는 귀신이 더냐!!!?" 

 

 

무당은 호통치 듯 소리쳤다. 

 

그 때쯤 하여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자연스럽게 무기가 될 만한 것을 한 손에 집어 든 장정들이 귀신을 조금은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에워쌌다.

 

그때부터 귀신은 도망갈 방향을 찾는지 괴성을 지리면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좀처럼 사람들은 틈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요망한 것!! 너는 도대체 무엇이냐?!! 니가 애들을 잡아간 것이 맞으렸다!!!!"

 

 

무당은 재차 소리를 지르며 귀신에게 물었다.

 

 

 "끼아아아아악!!! 흐흐흐흐흐 끼아아아아악!! 너희들....너희들 다 똑같혀!!!! 우리 순철이!!! 우리 순철이 어딨어!!!!"

 

 

귀신의 입에서 순철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순철이라는 이름에 갑자기 사람들은 헛바람을 들이켰고 저 흉측하고 기괴한 귀신이 양천댁인 것을 알았다. 

 

 

 "우리 순철이!!! 순철이 내놔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던 귀신은 기괴한 모습으로 양손을 번갈아 움직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괴한지 이미 귀신을 한번 본적 있던 윤철아재가 다가오는 귀신에 지레 겁을 먹고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고 

 

그 틈에 귀신은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잡아라!! 저년을 잡아야 애들을 찾는다!!"

 

 

넋을 잃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무당이 소리쳤고 그 고성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뛰쳐나간 건 철호 아재였다. 

 

도훈이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이 강했던지 겁도 없이 손에는 곡괭이 자루를 움켜지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마을 장정들이 그 양산댁으로 보이는 귀신의 뒤를 잡으러 뛰어갔다. 

 

 

 "아버지....아버지...흑흑...누..나...누나가 저기 저 짝에 옹기 안에 있어요"

 

 

저 흉물스러운 귀신이 양산댁이라는 충격에 잠시 정신이 없으시던 아버지는 

 

누나가 옹기 안에 있다는 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려가 옹기에서 누나를 끌어내어 안으셨다. 

 

귀신에게 놀란 누이는 이미 반 실성 상태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조금 후에 달려오신 어머니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셨다. 

 

그러기를 잠시 지금 이 상황에 어찌해야 할 지 분간을 못하시던 아버지가 결정을 내리셨는지 사람들이 달려간 방향으로 몸을 돌리셨다.

 

 

 "우리는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겠구먼. 당신이 향이를 업고 일남이랑 같이 천천히 따라 오소 나는 먼저 가서 어찌되나 봐야겠소"

 

 "일남 아부지... 꼭 가야겠어요? 사람들이 이미 갔는데 당신마저 갈 필요가 있겠어요? 향이도 아픈데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 좀 꺼림직한 것이 있어 그래...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말을 마친 아버지는 조금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셨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조금 안정된 맘으로 아버지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누이는 어머니 등에 업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 마을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옹기 굽는 가마를 중심으로 귀신을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키키키키키킥!!...흐흐흐흐흐흑!! 너희 놈들 땜시!! 너희 놈들 땜시!! 우리 순철이가 죽은거여!!"

 

 

머리를 산발한 양산댁 귀신이 원망 어린 고함을 지르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사람들은 달려들지는 못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에워싸가만 있었다. 

 

 

 "귀신이면 곱게 저승으로 갈 것이지!! 무슨 원한이 있어 여기서 악업을 쌓고 있느냐!! 어서 썩 저승으로 사라지지 못해!!"

 

 

무당은 엄포를 놓듯 말을 했다. 

 

 

 "우리 도훈이를 네년이 잡아 갔어!!? 어디에 있는 거여!!? 우리 도훈이!! 빨리 대답혀!"

 

 "크크크크크! 히히히히히히힉! 우리...순철이...순철이만...쓸쓸히 갈 순 없제"

 

 

귀신의 말에 철호 아재는 도훈이가 걱정되어 곡괭이 자루를 고쳐 잡고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나섰다. 

 

 

 "양산댁...양산댁...나 일남이 애비 옹이장일세.... 나...나... 기억 안 나는가?"

 

 "....흐흐흑...."

 

 

아버지의 물음에 귀신은 아무런 반응 없이 잔뜩 경계한 모습으로 땅에 엎드려 상체를 세우고 좌우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양산댁...자네...정말 나를 기억 못 하는가? 나는 자네가 친정에 간 줄로만 알았더니...그게 아니었던 게야?"

 

 

사람들은 도대체 아버지가 저 귀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양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임가 놈이 자네가 사촌 오빠랑 친정으로 갔다고 하더니 거짓부렁이었 구만 그래...

 

그때 임가 놈에게 그렇게 맞아서....이런....이런 몰골이 된 게야?"

 

 

아버지의 물음에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에 얻어 맞은 것 처럼 놀라 양산댁을 쳐다 보았다.

 

 

 "흑흑흑흑...흑흑흑흑...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억울해!! 억울해!! 그 놈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흐흐흐흑... 나를 깊은 옹기 속에....그 어두운 옹기 속에...던져 놓았지...흐흐흐흑"

 

 

 "그려 양산댁...그려 양산댁... 이제는 임가 놈도 죽었으니 다 된 것 아닌가? 이제 그만 하세...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가세"

 

 

나는 아버지와 양산댁의 대화에서 양산댁이 죽은 귀신인지, 산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저 흉측한 귀신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인 듯 말하고 계셨다.

 

 

 "흐흐흐흑...아녀...아녀... 아직 끝나지 않았구먼... 

 

마을 사람들...아니 세상 사람이 다 죽어야 내 원한이... 내 원한이!! 풀리겠구먼!!!!"

 

 

귀신의 원한에 사무친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려 내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경계를 하기 시작했고 특히 철호 아재는 팔을 잔뜩 들어올려 내려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철호아재를 몸으로 막아 섰다.

 

 

 "양산댁! 양산댁! 이러지 말게.... 이러지 마... 

 

우리가 잘 도와주지 못하고 자네와 순철이를 임가놈에게서 구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 허이... 정말 미안해... 

 

내가...내가 좀 더 나서서 도왔어야 하는데...그러질 못했어... 정말로 미안 허이...용서하게..."

 

 

아버지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일어난 모든 일들에 정말로 미안한 듯 사과 하셨다.

 

 

 "흐흐흐흐흑...흐흐흐흐흑....흐흐흐흐흑.."

 

 

한참을 흐느끼던 귀신은 아니 양산댁은 몸을 돌려 팔로 기면서 옹기를 굽는 가마로 조금씩 몸을 옮겼다. 

 

가마는 옹기를 한참 굽는 중이어서 새빨간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는데 

 

양산댁은 가마 가까이 가더니 가마 입구로 다리부터 몸을 밀어 넣기 시작했고 

 

흙더미로 막아 놓은 가마 입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순식간에 양산댁 몸에 불이 붙었다.

 

 

 "안돼!! 양산댁!! 안돼!!"

 

 

 "흐흐흐흐윽윽윽...이...동네는...이제....이제... 옹기가 재대로 굽히지 못 할 것이고... 

 

곱게 마르지 못 할...못 할 것이다!! 흐흐흐 으으으으윽''

 

 

양산댁은 저주인 듯 몇 마디를 내 뱉고 불길에 몸을 맡긴 체 그렇게 쓰러져갔다. 

 

양산댁의 몸이 타 들어가는 동안 누구도 감히 불을 끄려 접근하지 못했고 결국 몸이 다 타 재와 뼈만 남을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옹기동막에 비참한 사건은 종결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든 옹기 안을 뒤져서 실종되었던 세 아이를 모두 찾게 되었다. 

 

도훈이와 선일이는 팔다리가 묶이고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옹이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탈진 상태로 거의 빈사 상태였으나 겨우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고 두 살배기 애기는 안타깝게도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양산댁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을 오랫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고 

 

언젠가부터 옹기를 굽고 나면 어딘가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 일수 였고 

 

옹기 가마를 다시 지어 다시 옹기를 만들어도 많은 옹기에 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산댁 사건이후로는 옹기 바람소리가 들리면 꼭 양산댁이 흐느끼던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썩여 들렸다. 

 

이렇게 여러가지 불행한 일들이 생기니 마을 사람들은 옹기 만드는 생업을 버리고 농사를 짓거나 마을을 떠나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몇 년 사이에 더 이상 옹기동막이라는 지명이 무색하게 옹기를 만드는 곳이 사라져갔다. 

 

 

우리 아버지도 그 사건이 있은 후에 옹기 작업이 순조롭지 못하여 논밭 농사로 생업을 바꾸셨고 

 

내가 좀 더 컸을 무렵에는 결국 아래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 근데 그때.. 굿판 벌리고 계실 때.. 어떻게 저를 구하러 달려 오셨어요?"

 

 "어... 그거? 글쎄... 그때 한참 굿판이 벌어지고 무당이 미친 듯이 춤을 추다가 갑자기 접신을 하는 듯 하더니"

 

 

 "아버지...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하지 뭐냐... 내가 듣기에 마치 순철이 목소리 같았어... 

 

어쨌든 그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 굿판이 잠시 정적 상태가 됐는데 

 

저 멀리서 너가 아버지!! 살려주세요!! 라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았어 그래서....."

 

 

끝까지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널향해달린다- 

 

 

 

 

출처 : 웃대 ...  널향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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