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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옹기바람 (중)

클라우드92020.01.10 13:23조회 수 140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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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막 깔고 잠에 들려고 하는데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형님... 형님!! 계세요? 저 철호인데..."

 

 "어.. 어.. 동생.. 늦은 밤에 왠 일이여? 들어와... 들어와"

 

 "그게 사실은 일남이에게 볼일이 좀 있어서요"

 

 "엉? 우리 일남이? 왜? 우리 일남이가 또 사고라도 쳤남? 도훈이랑 싸움질이라도 한 거여?"

 

 "일남아.. 우리 도훈이 같이 안 논겨? 아직 도훈이가 집에를 안 왔다? 도훈이 어디 더 놀다 온다던?"

 

 

나는 철호아재의 말을 듣고 등줄기가 오싹 해짐을 느꼈고 잊고 있던 그 귀신 소리가 생각 났다.

 

 

 "아재... 실은 아까 애들이랑 놀다가 귀신 소리가 나서 애들이랑 혼비백산 해서 다 집으로 흩어졌어요.

 

도훈이 아직 안 들어 왔어요?"

 

 

귀신이란 말에 무섭게 눈을 흘기시는 아버지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려?... 이놈이 대체 어딜 간겨? 아까 오는 길에 말숙이네 집에도 들렀는데... 말숙이도 너 같은 얘기를 하더만... 

 

이것 참... 또 어디 사슴벌레라도 잡으러 간거 아닌지 모르것다.."

 

 

도훈이가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라 걱정은 되지만 

 

큰일이 일어났으리라 생각진 않는지 비교적 차분하게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겨 가신다.

 

 

 "형님 저는 좀 급하게 가 볼게요. 이놈 자식 집에 오면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지 에이그 이 잡놈!"

 

 "동생 잠시 기다리게. 나도 같이 가세"

 

 "아녀요... 금방 찾겠죠.. 쉬세요..."

 

 "아녀 아녀 같이 감세... 빨리 찾아야 자네도 좀 쉴 거 아닌가.."

 

 

그렇게 두 분은 도훈이를 찾으러 나가셨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하게 그 길로 나가신 아버지는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오셨다. 

 

 

 "큰일 났구먼... 큰일 났어.. 도훈이를 아직 못 찾았지 뭔가"

 

 "어쩐데요? 산에 사슴벌레 잡으러 가서 멧돼지나 삵을 만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녀...아녀... 가볼만한곳은 다 다녀오는 길인데... 없어...새벽녘에 동네 어른들하고 이장님도 같이 나섰는데 흔적도 없어. 

 

이 동네 산에는 큰 짐승도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먼... 아침 챙겨먹고 또 나가봐야 될 런 갑소"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계속 어제밤 귀신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마을은 도훈이의 실종 소식에 초상집 같은 분위기가 계속 되었고 

 

때가 늦지 않게 가마에 옹기를 구어야 하는 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네 사람들이 도훈이를 찾으러 나섰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도훈이는 끝내 행방을 찾기가 묘연해질 때쯤 또 사건이 일어났다. 

 

건너 집 국민학생 선일이가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돌아오다 각자 집으로 헤어졌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긴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이장님댁에 모여들었다.

 

 

 "아니 갑자기 마을에 이게 뭔 사달이데요? 액운이라도 단단히 낀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글쎄 말이여 마을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전에 죽은 임씨 아들 거 누구냐? 

 

그려 순철이... 걔가 액운 애기는 아닌가 모르겠다? 응?"

 

 

여러 흉흉한 얘기들이 흘러 나왔다. 그때 이장님이 나서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아 다들 진정하고 빨리 선일이를 찾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아직 도훈이도 못 찾은 판에 자꾸 애들이 없어지면 큰 일 아닌가? 

 

지금 옹이 굽는게 중요한 게 아닌 듯 하니 마을 사람들이 교대로 애들 찾는데 주력하자고..."

 

 

이렇게 이장님의 지시대로 마을은 조를 나누어 밤낮 없이 없어진 아이들을 찾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인근 산과 논밭, 옆 마을까지 다니면서 아이들을 찾는 중에 이번에는 더욱 무서운 일이 생겼다. 

 

집에서 잠자던 두 살배기 애기가 사라진 것이다. 

 

엄마가 젖을 물리다 애기가 잠든 것을 보고 잠깐 뒷밭에 호박을 따러 간 사이에 애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사람이 아이들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필시 사람이 하는 짓 이구만!! 이렇게 애들이 없어 지는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애들을 잡아가는 거여!! 안 그런가?"

 

 

 "아님 산짐승이 마을로 내려오는 거 아닐까요?"

 

 

 "에이~ 아줌니는 무슨 모르는 소리를 그렇게 한데요? 

 

동네에 닭, 염소, 개 같은 가축이 얼마나 많은데 짐승이 사람을 물어가요? 이건 필시 사람 소행이라니까요?"

 

 

손씨 아저씨의 사람 소행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얼마전에 술래잡기 놀이에서 들었던 그 음침한 울음소리가 아직 잊혀지지 않았고 

 

아이들의 실종이 그 소리와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럴 것이 아니라 그럼 각 집안부터 조사해 봅시다. 아직 마을 집안들은 찾아보지 않았으니 그렇게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겠소?"

 

 "그렇다고 어찌 마을 사람들 집을 수색을 한단가요? 그것은 좀 그렇제?"

 

 

손씨 아재의 마을 집들을 수색 하자는 의견에 반대 의견들도 많았지만 아이를 잃은 철호 아재의 한마디에 다들 동의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시방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어요? 

 

우리 도훈이가 며칠째 행방불명에 밥이라도 먹는지...물이라도 삼키는지 알 수도 없는 판국에 이것 저것 예의 차릴 거요?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쏘오!!!?" 

 

 

철호아재의 말에 이장님을 위시한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동의를 했고 조를 짜 각 집들을 방문하여 

 

마루바닥, 창고, 아궁이, 변소 할 것 없이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철호아재 조가 임씨 집에 들어가 집을 수색하던 중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씨집 마당에 임씨의 멱살을 잡은 철호 아재는 목이 부러져라 임씨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우리 도훈이 어디 숨긴겨!!! 우리 도훈이 어디 있는겨?!!! 빨리 이실직고 말 못 혀?!!!" 

 

 

임씨에게 도훈이의 행방을 묻던 철호아재는 급기야 임씨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퍽!!! 퍽!!" 

 

 "어이구... 저는 모르는 일이구만요?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런데요?"

 

 

발뺌하는 임씨의 눈앞에 아이들 것으로 보이는 피가 조금 묻어 있는 흰색 상의를 흔들어 보였다.

 

 

 "이것이 우리 도훈이 옷이구먼!!! 이래도 발뺌 할래? 이 나쁜 놈의 자식아!!"

 

 

그때부터 시각 된 철호아재의 발길질과 주먹질에 임씨의 얼굴은 피가 낭자하게 터져 나갔다. 

 

우리 아버지가 중간에 말리지 않았다면 임씨는 벌써 죽었을 듯싶었다.

 

 

 "이봐 동생... 일단 진정하고 도훈이 행방부터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무작정 임씨를 팬다고 될 일은 아닌 듯 싶으니..."

 

 "이봐 임씨!! 정말 자네 소행인가? 지금 애들은 어디 숨겨 뒀어? 빨리 말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 날줄 알아!!" 

 

 

 "아이고 성철이 형님!! 정말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 옷도 저는 처음 보는데 순철이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말 저는 집에 박혀 꼼짝도 안했어요"

 

 

임씨의 말에 철호아재는 발끈하여 주먹을 날리려 했지만 아버지의 말류로 간신히 참는 듯 보였다. 

 

 

 "'안되겠구만 모두들 이 근방을 샅샅이 뒤져 보세!!"

 

 

소란 소리를 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도 모여서 임씨 집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청년이 아기 저고리를 들고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여기요!! 여기 아기 저고리가 있어요!!"

 

 

마침 소란 소리를 듣고 달려온 두 살배기 엄마 윤씨아줌마가 저고리를 보더니 자리에 주저 앉아 소리를 질렀다.

 

 

 "이거 우리 막둥이 저고리 맞아요!! 흐흐흑 흐흐흑 우리 막둥이 어쨋데요? 빨리 내놔요!!"

 

 "이 벼락맞을 새끼!! 빨리 애들 있는 곳을 말못해!!"

 

 

그때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철호아재의 주먹이 임씨 콧잔등에 내려 박혔고 임씨는 얼굴이 피 범벅이 되어 축 늘어졌다. 

 

그 이후로 마을 사람들이 임씨를 둘러싸고 다그치고 주먹질도 해봤지만 임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한밤중이 될 때까지도 아무런 소득이 없자 

 

임씨를 끌고 마을 공동 창고 앞 큰 기둥에 임씨를 묶어 놓고 몇몇 지키는 순번을 정한 후 각자 집에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두돌배기 아이를 잃은 윤씨 아주머니만 울고, 애원하고, 화를 내고 하더니 결국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 갔다. 

 

다음 날도 마을 사람들은 조를 짜서 임씨 집과 주변 일대를 모조리 수색하였지만 아이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임씨를 다그치고 주먹질도 해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그날 밤도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모두들 돌아간 지 얼마 후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꽹꽹꽹꽹!!!!! 꽹꽹꽹!!!"

 

 

불침번이 알리는 꽹과리 신호가 요란하게 새벽 정적을 깨웠다. 

 

부시시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니 집집마다 하나씩 어두운 조명이 켜지는가 싶더니 

 

급하게 옷을 입으며 마을 장정들이 하나 둘씩 마을 공동 창고 앞으로 모여들었다. 

 

나랑 누이도 무서워 집에 있지 못하고 부모님 뒤를 졸졸 따라 나섰다. 

 

 

 "아니 무슨 일여!!?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저..저..저..저기..저기 뭔가 나타났다가 사..사..사.. 사라졌어요!! 필시.. 귀신이구만요.. 귀신이 맞아요!!"

 

 

불침번을 서던 윤씨아재는 사지를 오들오들 떨면서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허..어...억 임씨!! 임씨는 왜 이려! 임씨!!"

 

 

마을 장정 하나가 고개를 처박고 있는 임씨의 상태를 보려 몸을 바로 앉히려다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아이고... 아니...아니... 대체 어찌된 일이야!? 임씨가 죽었잖여!!"

 

 "윤철이!! 도데체 어찌된 일인가 이게? 임씨가 왜 죽은겨!! 왜!! "

 

 "윤철이!! 정신차리게!! 이봐 윤철이!! 정신차려 봐!!" 

 

 

귀신을 봤다고 헛소리를 하던 윤철아재는 이제는 아예 뭐가 단단히 잘못된 양 

 

입가에 거품을 물고 경기하 듯 사지를 떨면서 눈을 뒤집고 있었다. 

 

 

 "안되겠네! 우선 윤철이 먼저 집에 눕혀야 겠네!"

 

 

이징님의 지시로 윤철아재는 장정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뭔 일이야 이게... 액운을 맞아도 제대로 맞은겨!"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임씨 시체를 바로 앉히던 이장님과 주변에 있던 마을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놀라 뒤로 한발씩 물러났다. 

 

어떤 아재는 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이이고! 임씨는 왜 이렇게 죽은겨!!" 

 

 

나중에 들어본 바로는 임씨의 손발이 다 오그라 들고... 얼굴은 톱으로 긁힌 양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눈은 날카로운 무엇으로 후벼판 것 같이 구멍만 휑하니 뚫려 있었다고 했다. 

 

 

 "아이고 무시라...아이고 무시라...철호 자네 뭐 아는 거 없어!!?"

 

 

손씨 아재는 철호 아재를 의심하는 양 물었다. 

 

 

 "아니 안 그래도 심란한디 내가 죽였다는 거여? 뭐여? 시방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겨?!!"

 

 "아니 난 그냥 도훈이 일도 있고 해서..."

 

 

일이 이쯤 되니 마을 사람들끼리 불신도 생기고 별것 아닌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고 

 

아이가 있는 집은 더욱이 아이들이 나가는 것을 자제 시켰고 분주하던 옹기 마을은 급격하게 침울하고 음침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참말이에요. 참말로 제가 잠결에 눈을 떠보니 임씨 앞에 머리 산발한 귀신이 납작 엎드려서 

 

임씨를 올라타고 눈을 후벼 파고 얼굴을 할퀴고 하다가 내가 깨는 것을 보더니 저쪽 옹기들 사이로 사라졌구만요."

 

 

정신을 차린 윤씨 아재가 나중에 한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윤씨아재가 분명히 봤다고 주장하여 사람들은 더욱 불안한 눈치였다.

 

 

 "귀신이 맞다면 이거 굿이라도 해야 되는거 아녀? 뭔가 방법을 찾아야지 이대로 불안해서 살수나 있겠어?"

 

 

마을 사람들은 공공연히 귀신이 맞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귀신이라는 말이 나오니 아이를 잃어 버린 당사자들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두려워 소극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장님과 마을 어른들의 결정으로 인근에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오게 되었다. 

 

 

늦은 밤 온 동네 사람들은 굿판이 열리는 당수나무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부정 탄다고 굿판에 갈 수 없어서 누나와 난 조금 무섭긴 했지만 집에 남아 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한참 굿하는 꽹과리, 징,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옆에서 잠을 자는 누이의 코고는 소리도 조용히 들려왔다. 

 

달은 휘영청 빛나 유리창 뚫고 방안까지 비추고 있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을 때였다. 

 

 

창문으로 비추는 달빛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생각했다. 

 

그러나 창문 밖에서 어른거리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커지면서 이상한 그림자 하나가 쑥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의 갑작스런 등장에 숨이 턱 막히고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고 눈은 자동으로 꼭 감겨 뜰 수 조차 없었다. 

 

식은땀은 비처럼 쏟아지는데 혹시나 땀흘리는고 있는 것을 저 무언가에게 들켜버리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해졌고 

 

눈을 뜨면 눈이 마주칠까 눈을 떠 보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창문 근처의 벽을 막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창문으로 올라오려고 하는듯 창문을 긁고 있었다. 

 

 

 "끄르르륵. . . 끄드드드르르륵. ."

 

 

한참 그 소리가 계속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도망을 치던가 누나를 깨울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남은 용기를 모두 짜내어 천천히 실눈을 떠 창 밖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시야에 무언가 거무스름한 머리카락 같은 것이 창문 밖에서 날리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집 창문이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어서 중학생 키 높이면 충분히 고개를 들이밀 수 있는 높이인데 

 

머리카락 같은 것만 너풀너풀 날리고 있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는 중에도 벽 긁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끄르륵 크르르르륵..... 그르르륵...그르르르륵.. 그르르륵...그륵 끄득!!"

 

 

갑자기 벽 긁는 소리에서 뭔가가 벽 어딘가에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으으으...스으으윽"

 

 

순식간에 산발한 머리 하나가 창문으로 쑥하고 올라왔다. 

 

심장이 터져나가는 것처럼 요동쳤고 몸은 가위눌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 민 머리는 턱을 좌우로 까딱까딱 거리며 누워있는 누이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으로 그림자가 져서 누군지, 무엇인지조차 분간이 어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까딱이던 머리는 소리도 없이 조용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내 손을 꽉 잡아서 억 소리가 날 만큼 다시 놀랐다. 

 

 

 "이이이이... 일남아... 이이이 일남아?"

 

 

누이의 간절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누이도 그 머리의 등장을 지켜본 것 같다. 

 

누이와 나는 손을 잡고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내가 머리를 돌려 누이를 바라보니 

 

얼굴에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토끼 눈을 하고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누누누...나...누나... 봤어?"

 

 

누나는 말도 못하고 머리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무 대문을 조용히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래된 나무 대문이라 살며시 연다고 해도 요란한 소리를 낸다.

 

 

 "끼이이....끼이이익 덜컥..."

 

 

대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리고 인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또 작은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턱! 스으으윽 턱! 스으으윽 턱 스으으윽!"

 

 

마치 땅에 무엇인가를 끌면서 이동하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와 함께 누이와 나는 다시 얼어붙어버렸고 나의 손을 잡은 누이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마치 내 손을 부러뜨리려는 듯 꽉 잡은 손은 두려움에 덜덜덜 떨고 있었다. 

 

소리는 지척에까지 들리더니 이내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 앞까지 이르렀고 

 

잠시 소리가 멈추는가 했더니 이내 마루 위로 무언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턱! 스으으윽... 턱! 스으으으윽"

 

 

 -다음 편에 계속- 

 

출처 : 웃대 널향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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