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타인의 흉몽을 사주던 내 친구, 승혜.

title: 햄토리햄찌녀2020.07.16 10:26조회 수 867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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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친구의 이야기를 슬쩍 풀어본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흔히 말하는 기가 발달해 있는 편이다.

심심풀이로 가본 무당집에서 "너 신이 계시구나. 너 내가 모시는 신이 보이니?"라는 질문을 듣고 그 질문을 맞춘 적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무당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개인적인 전화번호까지 줬다고 하면 알까.

 

몇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나에게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을 승혜라고 하자.

 

 

승혜는 조금 신기한 친구였다. 남들은 모르는 각종 지식을 알고 있었으며, 삶이 기구했고, 자기가 마녀라고 그랬다.

처음엔 '중2병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승혜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애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도 알았고, 말한 것들은 당연히 알았으며, 현실에 사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승혜는 특이했고, 그 애의 주변엔 귀신도 신도 아닌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녔으며, 그것들은 하나같이 승혜를 사랑했다.

말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꿈까지 읽는 애, 다른 사람의 꿈 속에도 들어와서 인사하는 애, 그리고 그걸 현실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애.

그게 승혜였다.

 

 

 

나는 신기를 앓고 있던 덕분에,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고모는 내가 그런 것에 연관 되는 걸 죽어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겪는 이상현상들을 상담할 구석이 없었다.

 

내게 이상한 일은 점지처럼 꿈에서 먼저 예고를 하고 찾아오는 편이었다.

좋은 꿈은 꾸면 바로 좋다는 걸 알기에 상담할 사람이 없다.

흉몽과 악몽은 지나치게 두려워서 상담하고 싶은데 상담할 사람이 없다.

그럴 때마다 승혜는 많은 위안이 됐다.

 

내가 집안에 숨어있는 어떤 덩어리들을 쫓아내는 데에 실패하고, 사람들이 모두 이게 너때문이라고 하는 꿈이라던가...

문이 환히 열린 대청마루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들여보내 달라고 외치는 꿈이라던가...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에 같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깨어나는 꿈이라던가...

 

많은 꿈들이 있었고, 승혜는 많은 꿈들을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승혜가 물었다.

 

"우리 꿈 거래 할래?"

 

그날부터 우리의 꿈거래가 시작됐다.

 

 

 

승혜는 타인의 흉몽을 위주로 사주던  사람이었다.

 

꿈 거래라고 해봐야 별 거 없었다. 내가 흉몽을 팔아도, 길몽을 팔아도 승혜가 내게 대가를 줬다.

점을 봐주기도 했고, 액댐을 해주기도 했고, 약을 지어주기도 했다.

 

나는 흉몽 1개와 길몽 1개를 같이 팔았는데, 흉몽만 팔아도 되는 걸 굳이 길몽까지 끼워넣었던 건...

꿈 거래나 무속쪽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흉몽을 상쇄시키길 바란다'는 마음때문이었다.

 

아, 나는 승혜에게 내가 기가 트여있다거나.. 그런 체질을 말하지는 않았다.

당시엔 그런 걸 진지하게 말한다는 게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다.

승혜에게 나는 그냥 이상한 꿈을 꾸고, 감이 조금 발달한 아이 정도였다.

 

그러나 승혜는 내 체질을 바로바로 알았다.

 

"너 무당 끼고 살아야겠다. 부적같은 거."

"종교는 안되고."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잘 하고 있기는 한데"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너한테 꿈 사는 거 밖에 없어."

"너 꿈에서 자꾸 계승줄 내려오고 하는데..."

 

이런 말들을 승혜에게 들었을때, 그 때가 되어서 나는 승혜에게 내 체질을 밝혔다.

승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내 꿈 속 세계가 계속 부풀어 갈 수록 승혜의 몸은 안 좋아졌다.

어느 날 부턴가, 나는 승혜에게 더는 꿈을 팔아서는 안될 것 같아서 팔지 않았다.

 

그 이후로 승혜의 건강도 안정된 걸로 보였다. 그저 내 꿈을 들어주기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승혜의 몸이 굉장히 안 좋던 시절에

승혜는 신신당부했다.

 

"너 무속산을 찾아가든 해서 부적이라도 꼭 받아와."

"널 도우려고 해봤어 나도."

"그런데 내 영역이 아니야 여기는. 밀접한데 내 구역은 아냐."

"내 영역이면 도와줄 수 있는데 주술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 영적인 거니까, 나는 안돼."

"나는 완전 꿈 속에만 사는 인간이니까."

 

당시의 승혜는 꿈을 하나 잘못 산 이후로 몸이 급격하게 안좋아졌다고 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그 애를 보고, 나는 이제 더이상 승혜가 꿈을 사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악몽도 거래하면 안된다는데, 흉몽을, 그것도 몇 개나 사들이고 있는 친구를 말리지 않을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내가 "이제 꿈 사지마. 너 갈수록 몸 안좋아 지는 것 같아."라고 하자 승혜는 웃었다.

그리고 "나 아니면 누가 해결해? 못해. 그래서 괜찮아."하고 말했다.

 

그애는 정 걱정이 되면 만나서 모종의 도움을 달라고 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무슨 도움인지는 정확히 판단하지는 못했으나, 괜찮았다. 내가 돕지 않으면 승혜는 죽으리라. 그런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와 승혜는 만나지 못했다.

약속을 잡으면 누가 방해라도 한 것 처럼 다른 이유가 생겨서 약속이 깨졌다.

내가 승혜네 집에 가기로 할 때면 승혜에게 일이 생겼고, 승혜가 우리집에 오기로 한 때면 승혜를 갑자기 데려가는 누군가가 있었다.

승혜와 내가 만나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한 두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로부터 일년 뒤, 아주 간만에 꿈에 승혜가 나왔다.

 

우리는 몇 번이고 만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우리가 아는 그 장소에서 만났다.

승혜는 분홍색 코트를 입고 나와 만나서 팬케이크를 먹었다.

 

"이제 일하러 갈까?" 하고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승혜는 고개를 저으면서 "아냐, 이제 도와줄 필요 없어. 오늘은 그냥 놀자." 했다.

우리는 카페도 가고, 맛있는 식당도 갔다가, 노래방도 가고... 했다.

 

꿈 속에서 승혜는 "실컷 놀았더니 기분 좋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애는 이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하며 짐을 챙겼다. 그래서 나도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 놀아줘서 고마웠어.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

 

승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 즈음에...

나는 꿈에서 깼다. 승혜가 나오는 꿈이었는데 불길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승혜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승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혜는 타인의 흉몽을 사주던 친구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거나, 말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꿈을 알거나 할 수도 있는 애였다.

승혜가 죽은지 몇 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나는 아직 승혜가 이승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혜가 죽은 뒤로,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더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꿈을 꾸더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씩은 승혜의 꿈을 꿨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우리는 인사도 대화도 하지 않지만 표정만 보고서도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표정만 보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내 꿈에 등장해 놀고는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아, 승혜가 찾아왔구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승혜가 병으로 죽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승혜를 생각하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간의 의문점은 남는다.

 

승혜는 흉몽과 악몽이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매번 사실상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수준'으로 흉몽을 사가곤 했다. 아니, 오히려 자기가 값을 지불했다.

승혜는 왜 그랬을까? 지난 몇 년간 생각해봤지만 나는 여전히 승혜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없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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