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열차사고

title: 하트햄찌녀2020.08.31 11:22조회 수 974추천 수 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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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으로 말하자면, 본인은 군번이 두 개다. 06군번은 현역, 07군번은 보충역. 이 사연은 나중에 기회 되면 풀도록 하고,

아무튼 공익 판정을 받고 엄청 기대에 들떴었다. 야 어디 동사무소 읍사무소 면사무소 공익은 뭐 2시에 퇴근해서 피시방 바로 간다는데 나도 개고생만 할 줄 알았더니 개꿀트리 함 타는구나 아이 좋다 제발 읍사무소 제발

응 너 검찰청

???

그렇게 시작된 검찰 공익 생활... 옆집 법원 공익은 맨날천날 사무실 앉아서 커피만 빨고 워드만 존나 치던데 검찰 공익은 그냥 검찰 수사관, 짬 좀 차면 검사의 시다바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야간 당직도 섰다. 왜? 야간 당직 서는 수사관들 시다바리 해야 하니까.

밤에, 아무도 없는 검찰청 건물 안은 참 조용한데, 당직실은 팩스가 참으로 많이 날아왔다. 대개는 벌금 안 내서 지명수배 당한 양반들이 잡혔을 때 날아오는 검거 보고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상하게 팩스가 들어오는 느낌 자체가 쎄한 경우가 있었다. 마치 바르셀로나에 계약 해지 요구하는 메시의 팩스가 날아들 듯 어딘가 싸늘한 비수 같은 느낌으로 드르륵드르륵 쏟아지는 두어 장의 팩스. 변사사건보고. 사람이 죽어서 시체를 발견했다는 보고서다.

변사사건보고는 대체로 간단한 상황 설명과 몇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들어오면 반드시, 그게 몇 시가 되더라도 그날 당직인 검사에게 콜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검사가 그걸 보고 부검을 해야 할 지 하지 말아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하니까. 첨부된 사진은 보통 보고를 올리는 경찰 성향에 따라 시체 주변의 상황을 찍어 보내는 정도에서 적나라하게 시체 구석구석을 찍어 보내는 정도까지 다양했는데,

간혹 그런 보고서가 있었다.
사진 첨부 불가.

도저히 시체의 사진을 찍어 보낼 수가 없을 때 불가항력적으로 사진을 첨부하지 않고 상황 설명만 자세하게 써서 보내는 거였다.

그날도 한참을 조용하다 갑자기 띠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팩스가 한 장 툭 떨어져 내렸다. 확인하러 팩스기에 다가가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변사인가? 근데 왜 한 장이지? 보통 변사사건보고는 보고서랑 첨부된 사진 해서 두 장 이상일 건데? 그냥 지명수배자 검거 보고선가?

그리고 보고서를 확인한 뒤 잠깐 심호흡을 했다. 사인 - 사고사. 사진 첨부 불가. 화물열차에 노숙자가 정면 충돌 사망. 그날따라 당직 검사는 하필이면 임관한지 2년도 안 된 여검사였다. 시간은 새벽이었고, 어쨌든 연락은 해야 했다. 관용 전화기를 들어 비상연락망에 있는 검사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당직 검찰 공무원은 뭐 하고 있길래 공익이 전화하냐고? 자빠져 자고 있었지 뭐) 발랄한 컬러링 소리와 함께 잠이 덜 깬 검사 목소리가 들렸다.

"검사님, 당직실입니다. 변사 보고 올라왔습니다."
"음... 네... 변사요... 어... 제가 지금... 음... 갈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흐암..."

그리고 15분 정도 후, 당직실 앞에 낡은 아반떼 한 대가 스윽 섰다. 검사의 차였다. 자다 일어난 듯 화장기 없는 얼굴과 대충 줏어 입은 추리닝 차림의 검사는 하품을 쩍쩍 하며 당직실로 들어왔고, 미리 깨워 둔 당직 수사관이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없고요, 노숙자로 보이는데 XX역 철로를 무단횡단하다가 화물열차에 바로 받친 거 같습니다. 부검은 뭐 할 필요 있겠습니까? 열차 사곤데. 검사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연차로는 2년차라지만 만으로 따지면 아직 1년도 안 된 삼십대 초반의 여검사가 받아들이기엔 좀 센 사건이었으니까.

거기서 내가 조금 감탄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부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바로 시신이 운반된 의료원으로 가겠다 말한 것.

그리고 내가 상당히 좆같았던 건, 그날 당직 수사관의 한 마디.

"저는 계속 당직 서야 하니까 얘 데리고 가시죠."

그 얘가 나다, 씨발...


사람이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에 치인다. 그럼 어떻게 될까? 팔다리 정도는 날아가겠지? 좀 심하면 내장도 쏟아질 거고...

아니다.
사람이 열차에 치이면 어떻게 되냐 하면,
그냥 갈린다.
분쇄기에 갈린 것 처럼 산산조각이 난다.

의료원 시체안치소에 도착했을 때 검사와 내가 본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철제 안치대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양동이가 하나 있었다. 잠이 덜 깬 당직 의사는 풀린 눈으로 "어, 한 반 정도 수습했고요, 그 다라이 보이시죠? 다라이 안에 있으니 확인하려면 하세요. 아직 나머지 조각은 회수 중이고요... 아 거기 마대 건들지 마요. 시신 담았던 거니까." 이런 식으로 씨부렸고, 토하기 위해 근처의 마대자루로 향하던 내 발은 그대로 굳었다. 검사?

ㅆ발 지가 보러 오자 그래놓고 나보고 안에 확인하고 오라 그랬음. 그래놓고 나중에 안치소에서 나가보니 지 혼자 토하고 울고 지랄 났더만...

나중에 2차로 충격 받았던 건, 양동이 안에 있던 내 주먹만한 구슬 같은 게 눈알이었다는 거...


이날 이후로 한 1주일 정도는 진짜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것 같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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