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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유령

title: 고양이3티끌모아티끌2021.03.20 01:44조회 수 74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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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회사는 배관과 배선을 보수 정비하는 회사다. 

회사에 남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어서 회사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주로 발전소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으로 평범한 회사다. 다만 주로 도쿄전력의 하청을 받는 회사다. 

그래 그 '도쿄전력' 말이다.



우리 회사는 내륙에 있어서 도호쿠 대지진 속에서도 우선은 살아남았다. 

사원 몇명이 실종 됐지만 지진 한달 만에 업무를 재개 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청업체인 도쿄전력이 그 모양이 된 것이다. 

지진에 박살난 화력발전소 복구 작업에서 복귀한 뒤에 직장 상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와 동료들을 불렀다. 

어두운 얼굴로 직장 상사가 꺼낸 이야기는 후쿠시마로 갈 교대 인원을 뽑는 다는 거였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제1 원자력 발전소. 우리 회사가 가장 많은 하청을 받던 곳. 그리고 지금은 인외마경으로 변한 곳. 뉴스에서 항상 나온 것 처럼 도교전력이 복구 인원을 구하고 있었고 우리 회사에서도 '50세이상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이 파견 됐다. 

원자력 발전소 같은 같은 곳에서 근무하면 방사선에 노출된 정도, 피폭선량이란 것을 측정하는데 피폭선량이 기준이상 넘어가면 위험하므로 더이상 원자력 발전소 근무를 하지 못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긴급상황'으로 피폭 안전 기준을 올려 버렸지만 방사선량이 너무 높은 나머지 작원 인원들이 죄다 피폭선량 한계에 도달해 버려 파견근무자가 바닥나버렸다.



도쿄전력 놈들은 교대인력을 내놓으라고 독촉하고 있어서 회사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도쿄전력의 하청을 못 받으면 회사는 망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남은 직원들에게 읍소하였다.

당장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없고 회사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 라는 이유로 나와 몇몇 기혼자들이 나섰다. 

이것저것 동의서에 잔뜩 싸인해야 했다. 

뉴스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 가면 엄청난 일당을 주는 것처럼 나왔지만 하청업체인 우리들이 받는 것은 약간의 위험수당이 추가된게 전부였다. 

그나마 배선, 배관 기술자인 우리들은 조금 나았지만 실제 가서 일하면서 만난 다른 하청 업체 근무자들 중에는 일당 6만엔인 사람도 있었다.


파견 첫날 우리를 태운 버스는 원자력발전소에서 20km 떨어진 J-빌리지에 도착했다. 

후쿠시마 작업인원들의 본부처럼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전에 하청 회사가 안전 교육(이라지만 고작 몇시간에 불과한)을 받은 후쿠시마 오프사이드센터는 방사선이 심해 못쓴다고 들었다.


도착해서 우리는 무거운 방호복과 마스크를 지급받고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은 방사선이 강한 고선량 지역에서는 전자장비의 회로가 망가진다는 것과 공기중 산소가 이온화되서 오존 냄새가 난다는 부분이었다. 

이딴 걸 교육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사선 측정기가 부족해서 일부 작업자는 측정기를 못받고 작업반장들이 측정기를 받아 측정하며 작업하기 때문이었다. 


파견회사 별로 인원이 나눠어 배치 받고 이동했다. 

나는 같이 온 동료들과 함께 먼저 파견된 작업반장에게 배치됐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방사선 측정기를 사람 수대로 나눠줬는데 우리는 원전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원전 내부에는 사고 이후 새어나온 냉각수와 원자로를 식히려 퍼부은 해수가 뒤섞여 거대한 방사능 웅덩이가 생겼고 이걸 뽑아내 정화하는 오염수 처리 장치가 있다. 

문제는 이 오염수가 방사선만 아니라 폭팔 당시 잔해가 뒤섞인 진창에 가까워서 정화장치는 툭하면 고장나기 일수여서 그 젠장 맞은 것을 수리하는게 우리 작업이었다. 

내가 배치 받은 작업 구역은 발전소 남측 통로였다.




작업조건은 끔찍했다. 

방호복과 마스크까지 쓰면 30kg이 넘은 무게를 지고 중노동을 해야했고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에너지바 같은 걸로 때워야 했다. 

게다가 고오염 지역에서 식사하면 피폭된다고 원전에서는 점심도 주지 않아 굶은 채 작업 해야했다. 

몇칠 지나자 동료들은 말이 없어지고 무거운 분위기만 감돌았다.


작업 일주째가 되어 슬슬 방사선 측정기의 경고음도 익숙해질 무렵 나는 발전소 남측 통로 끝에서 배관을 교체하고 있었다. 

비닐로 싸놓은(방사능 물질이 묻지 않게 싸놓았다) 무전기가 지지직 거렸다. 

건물 안이라 감도가 떨어진데다가 방사선 때문에 노이즈가 심해서 별로 쓸모 없는 물건의스위치를 끄자 소음에 묻혀있던 소리가 들렸다. 금속끼리 부딪칠 때 나는 '깡'하는 소리.



내가 서있던 남측 통로 끝에서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폭팔 잔해로 바닥이 가득한 어두운 통로가 보였다.

반쯤 부서진 표시등에 '중앙통로'라는 글자가 보였다. 어스프레한 복도 끝을 보자 몇명의 작업 인원들이 보였고 금속성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자세히보자 몇명이 부축받으며 이동하는 듯이 보여서 혹시 도와주어야할지 몰라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몇걸음 가기도 전에 갑자기 위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다행히 방사능 먼지를 뒤집어쓰진 않았지만 방독면 눈부분에 달라 붙은 먼지로 시야가 흐려져 당황했다. 

작업하던 손으로 닦으면 방독면에 방사능 물질이 묻어 손으로 닦을 수 없었다. 

허우적 대는 중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잡아챘다.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조명쪽으로 갔다. 

날 끌고온 사람은 내 구역의 작업반장과 원자력안전감독관이었다. 



원자력안전감독관은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무단으로 작업 구역을 이탈했다고 해도 감독관이 너무 화를 내서 의아해하자 작업반장이 내가 찬 방사선 측정기를 가리켰다. 방사선 측정기 숫자의 자리수가 달라져있었다. 

정신 없는 상태에서 J-빌리지로 돌아와야 했다. 

작업반장이 말하길 철수 시간이 되어서도 내가 오지 않아 감독관과 찾으러 와보니 내가 작업 구역을 벗어나서 고선량 지역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홀바디 스캔을 받았고 피폭한계의 절반이 넘는 150 mSv를 하루만에 뒤집어썼다는 결과를 들었다. 



원자력안전감독관들에게 2시간이 넘게 혼나면서 거듭 사죄해야했다. 

한참을 시달리다 감독관들 중 한명이 내가 작업 구역인 남측 통로를 이탈한 이유를 묻기에 중앙통로 작업 인원이 보여서 도와주려 했다고 대답했다. 감독관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감독관이 내게 원자력 발전소 도면을 보여주면 설명했다.(빌어먹은 본사 직원들은 하청 직원에게 작업하는 작업 구역 외 발전소 전체 도면 따위 보여준 적이 없다.) 


중앙 통로는 말그대로 발전소 중앙으로 향하는 '원자로' 바로 앞으로 지나는 통로였다. 

내가 순식간에 150 mSv를 피폭된 것처럼 방사능이 가장 높은 '고선량 지역'이였고 이 통로를 지나간 것은 원전 폭팔 직후 남아있던 '원전 결사대'뿐이라고 했다. 

이후로도 작업인원들이 접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저승으로 다가가고 있었던 거라 생각하니 오싹했다. 

경고와 훈계를 감도관들에게 잔뜩 듣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보았다. 

한 감독관이 원격조정 로봇으로 찍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화면 구석 측정치가 몇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영상은 중앙통로 끝부분을 찍은 거였고 로봇조차 견디지 못해 회수를 할 수 없었다.



다음날도 내키지 않지만 보수 작업을 마무리 해야했다. 

남측 통로 작업자는 나뿐이라 더더욱 기분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참 작업 중 나는 흠칫했다.

희미한 '깡'하는 소리. 금속성 소리. 원전 내부는 폭팔로 금손 잔해가 널려 있어 잔해끼리 부딪혀 쇳소리가 날 수 있다고 스스로 납득했다. 다시 중앙 통로 쪽에서 '바작바작'하는 소리가 멀리 들렸다. 

통로에 널린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지며 나는 소리다. 

절대 저 잔해 투성이인 중앙통로를 누군가가 걸어다니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허겁지겁 작업하면서 나는 노이즈 투성이인 무전기를 일부러 틀어 놨다. 

소리의 근원을 확인하기위해 모퉁이 너머 중앙통로 쪽을 들여다 볼 용기가 나는 없었다.



그 날 작업을 마무리하자 어제의 '작업 구역 무단 이탈'로 나는 새로운 작업 구역으로 배치 받았다.

어찌됐든 나는 남측 통로를 벋어 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이후는 매일 똑같은 보수와 교체 작업뿐이었다. 

무단 이탈로 인한 피폭으로 피폭한계치까지 리미트를 넘는 것이 남들보다 빨라져 나는 결국 나보다 먼저온 파견 인원들과 같이 교대하게 되었다. 



철수 전날 '작업반장'과 우리끼리 조촐한 환송회를 했다. 

말이 좋아 환송회지 그냥 음료수 캔과 과자 몇개가 전부지만 이 '지옥'을 벗어나게되서 교대인력들은 다들 조용히 들떠 있었다. 

작업반장은 우리 회사에서도 가장 오래 파견왔던 사람이었고 이번 교대인력으로 우리와 함께 철수가 결정 됐다.



내가 중앙통로에서 본 작업 인원들을 동료들은 긴장 상태에서의 착각이나 환각이라며 웃었다. 

어찌됐든 중앙통로를 지나 간 사람들은 그 '원전 결사대'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회사 작업반장에게는 '무단이탈' 건도 있고 여러모로 폐를 끼쳤다고 인사를 했다. 

작업반장은 신경쓰지 말라며 내 건강에 신경쓰라는 충고를 했다. 

환송회 중에도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던 작업반장은 내게 자신도 뭔가 이상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원전 폭팔 이후, 원전에 남은 인력 그러니까 '원전결사대'와 최초로 교대한 인력들 중에 하나가 작업반장이었다. 

작업반장을 포함한 교대인력이 탄 버스가 원전에 도착했을 때, 이전 작업인원인 '원전결사대'를 태운 5대의 버스가 철수하면서 스쳐지나갔다. 


그 때 작업반장은 뭔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고 했다. 

첫번째 버스에는 좌석 절반 정도로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두번째 버스부터는 운전자 외에 모두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만 타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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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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