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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우의 입은 병사

title: 연예인1오바쟁이2021.06.06 20:22조회 수 47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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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라기엔 웃긴 부분도 있고 해서 쓸까 말까 하다가, 용기 내서 써봅니다.


괴담이긴 한데, 제가 괴담의 당사자(혹은 주인공)가 된 일이라 주변 사람들한테만 소소하게 이야기했던 괴담이에요.



때는 제가 군복무를 해서 상병일 무렵... 대략 5-6년 된 때입니다. 


부대 T.O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곳에서 근무했던 지라 저는 거의 상병을 달자마자 당직 근무에 투입됐었습니다.


여름으로 기억하네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정말정말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습니다. 


저녁부터 저는 슬슬 날씨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다름이 아니라 그 달부터 사단 순찰 업무를 저희 연대가 맡게 되어있었거든요. 


그 날 근무는 짬이 찰대로 찬 원사(상사셨는지 원사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였던 탄약관과 함께였거든요. 


아마, 거의 90%의 확률로 사단 순찰은 저 혼자 돌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도 혼자 순찰 도는 건 정말 무서운데 비까지 오니, 저녁부터 불안했죠. 


군복무 하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원칙적으로 사관과 병이 함께 순찰을 돌아야 하나, 짬이 찬 사관들은 당직병들에게 순찰 패스 시키고 자신은 깊은 수면에 들어간답니다...-_-;;




아니나 다를까, 탄약관은 '마, 순찰 돌고 오그라'라고 말한 뒤 의자에 기대서 잘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한숨을 푹 쉬고 우산을 쓰고 나가려고 하는데 탄약관이 멈춰 세우더군요.




"마, 비가 이리 오는데 우산만 쓰고 되겠어? 우의 입고 가라."

"아, 저 우의가 있긴 한데..."




저는 제 우의를 들어서 흔들어 보았습니다. 거의 폐급에 가까운 일반 우의. 

애초에 보급품에 욕심이 그리 크지 않았던지라 그냥 대충 선임들이 물려준 걸 입고 다녔었고, 

더군다나 비가 와도 보통 순찰은 우산을 쓰고 도니까, 딱히 우의를 빌리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탄약관은 혀를 쯧, 차더니 자신의 우의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입고 갔다와. 간부 놀이도 함 해보고. 껄껄."



기본적으로 성격이 시원시원한 탄약관이었던지라, 자신의 A급 장교우의를 저에게 빌려줬습니다. 


그렇게 저는 탄약관의 우의를 입은 채 우산을 쓰고 순찰을 돌았습니다.




몰려드는 공포를 노래를 부르고, 괜히 "씨이X! 군생활 힘들다!"라고 욕지기를 내뱉기도 하며 물리치고는 거의 마지막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포병대대에 진입했습니다. 


다른 건 가물가물한데 이쪽은 생생하네요.




포병대대는 탄약고 앞에 작은 간이 초소가 있고 보통 짬이 되는 병사는 초소 안에, 짬이 안되는 병사들은 초소 밖에 서서 근무를 봤습니다. 

포병대대는 옆 부대인 저희 부대에서도 위계서열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곳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짬이 안되는 그 병사는 저를 간부로 착각했습니다(ㅋㅋㅋ)


"순찰자입니다"라고 했더니 충성!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초소 근무 매트릭스를 마치고, '신원 확인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플래쉬를 비추더니...


정말 그 병사가 제 귀에 들릴 정도로 '허업..!'하고 숨을 들이 마시더군요. 


그러더니 미친듯이 초소 안의 창을 흔들며 비명에 가깝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xxx 상병님! xxx상병님! 나왔습니다. 아...xxx상병님!! 아!!!"

"뭔데, 뭔데 미친 새끼야."



xxx상병이란 사람이 나오자마자 짬이 안되는 일병은 자리에 널부러졌고 그 상병도 나와서 절 보자마자 "으아 씨발"이라고 하더니 잠시 주춤 거리더군요.


그래도 참, 군대라는게 신기한게. 

선임은 선임이라고, 그 선임은 후임처럼 놀라지는 않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묻더군요.



"야 씨발, 너 뭐야. 너 누구야."



지금이야 다 지난 일이니 좋은 분위기로 얘기하지만 그때는 정말정말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같은 계급에, 타 대대 아저씨가 순찰 도는데 다짜고짜 욕이라니. 저도 말이 좋게 나갈 리가 없죠.



"아니 씨발, 아저씨. 순찰자라고요. 근무 하루이틀 서요? 아, 이 부대 진짜 개판이네."



제가 너무나 인간적으로 짜증을 내자 그 상병도 뭔가 이상했는지,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는 "아저씨 진짜 순찰자에요?" 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그때 "아 그럼 순찰자지 간첩이에요?!"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던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어쨌거나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씩씩 거리며 순찰카드에 싸인을 하고 있으니 그 상병이 연신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더군요. 


어차피 저도 포병대대 찍고, 부대 돌아가는 길에 순찰지 하나만 찍고 들어가면 되는지라 시간이 좀 있어서,

"아니 도대체 뭣땜에 그런 거예요?"라고 물어봤더니 우물쭈물하면서 말을 해줍디다.




아주 옛날에 포병대대에 정말 사이가 좋은 초급 장교와 병장 하나가 있었답니다.


그 병장이 자대에 전입 왔을 때 그 장교도 갓 부임을 했고, 둘은 정말 형 동생 사이로 보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네요.



그러다 그 부대에서 실사격? 무슨 훈련을 갔는데 역시 그 장교와 병장은 같은 포반에 배치돼서  한 조로 훈련을 했답니다.



그런데 병장의 실수로 포가 작동 이상 같은 걸 일으켰고 그 초급 장교는 팔 한쪽이 완전히 아작이 났답니다.


장교는 의병 제대를 했지만 그 충격을 이기지 못했고 자살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병장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포병 대대 뒤쪽 빨래 건조대에서 목을 매달고 죽었다네요.


그 전에도 죄책감을 토로하고 '죽고 싶다'라는 말을 연발했지만, 

설마 전역이 얼마 안 남은 병장이 자살할 줄은 몰랐던 부대에서는 한 동안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병장이 자살할 때 그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그 간부가 입던 우의를 입고, 시계를 차고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 종종 포병대대 근무자들이 그 병장의 귀신을 보는데 자살할 때와 같은 간부우의 복장에 불빛이 번쩍 번쩍 거리는 시계를 찾고 돌아다닌답니다.


저는 시계는 안찼지만, 평소에 선임들로부터 

"야 혹여나 병사가 간부우의 입고 새벽에 돌아다니면 백퍼센트 귀신이니까 무조건 갈겨라 ㅋㅋㅋ"라는 농을 듣던 근무자들이 

실제로 그런 사람(간부우의를 입은 상병인 저-_-;;)을 봤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저도 너무 무섭고 오싹해져서 결국 마지막 근무지는 못가고 바로 대대로 돌아온 후 날 밝은 후에야 몰래 가서 싸인 하고 온 기억이 나네요.



우습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한 경험담입니다.


혹여나 그 병장이 무의식적으로 제가 그런 코스튬(?)을 하게 한 건 아닐까 한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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